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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평점 :
킹덤
the Kingdom
요 네스뵈 장편소설
비채
'요 네스뵈' 하면 쉽게 해리 홀레 시리즈를 떠올리게 되는데, 드물게 해리 홀레 시리즈가 아닌 평범해 보이는 보통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스릴러를 만나게 되었다. 두툼한 두께에 일단 "요 네스뵈 맞구나!" 하는 감탄을 지르게 한다.
이야기는 노르웨이의 조용한 시골 마을 오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로위 칼빈 오프가르’와 ‘칼 아벨 오프가르'는 세상에 둘도 없는 형제다. 의문의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형제는 더욱 각별해졌다. 로위는 동생을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지만, 칼은 형의 희생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오랜 유학을 마치고 오스로 금의환향한 칼은 부모님이 물려준 땅에 거대한 호텔을 짓겠다고 호언장담한다. 마을 전체가 기대감으로 들썩거리면서 형제가 묻어둔 비밀 또한 위태로워진다.
로위와 칼의 부모가 자살로 보이는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이후로 계속되는 살인이 이어지고 이를 파헤치려는 경찰 시그문 올센과 쿠르트 올센의 대를 이은 수사도 위태롭고 집착에 가깝다.
한참을 주인공인 로위가 동생 칼을 성추행하는 동성애자로 몰아가는 분위기여서 그런 결말이 날까봐 불안해하면서 읽었다는... 북유럽 소설이기에 충분히 주인공이 악인일 수 있고 또한 그래서 단순하게 권선징악으로 끝나지 않고 악인이 평탄한 결말을 맺을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두 형제의 이름이 로위와 칼이지만 중간 이름이 칼빈과 아벨이라는 사실로 성경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을 모티브로 그려내고 있는 듯 하다.
명실상부한 스릴러의 제왕이자 전설의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의 작가 요 네스뵈가 오랜만에 내놓는 단독 작품인 이 소설 『킹덤』을 새롭게 만나게 되었다. 아마도 해리 홀레 시리즈가 아닌 단독 소설은 『아들』 정도 인 듯 싶다. 정교한 구성과 겹겹의 반전, 깔끔하게 회수되는 복선, 입체적인 캐릭터가 선사하는 몰입감, 의외의 블랙 유머, 750페이지에 달하는 만족스러운 볼륨까지 독자가 요 네스뵈에게 기대하는 모든 요소를 갖춘 웰메이드 스릴러이다.
일주일 넘게 이 소설에 매달려 있었지만, 지루함보다는 제목에서 풍기는 대로 광대함에 매료될 수 있었던 듯 싶다.
이제 며칠 후 12월이 되면 올해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제대로 꾸미고 겨울을 보내리라 마음 먹는다~
2021.11.29.(월) 두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