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얼굴의 피를 다 닦아주고 술지게미를 뜨게 볶아서 몸에 발라주었지. - P82
"뒤통수가 완전히 깨졌어. 목뼈도 부러진 것 같아. 이 상처들은 죽은 이후에 생긴 거야." - P83
"뒤통수가 먼저 깨졌는지 목뼈가 먼저 부러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즉사할 정도의 상처야. 그 상태에서는 굳이 칼질을 할 필요가 없지." - P83
"거긴 흙이 항상 축축하고, 지푸라기가 묻어있어. 시신에서는 그 흙밖에는 발견되지 않았어. 상처 안에는 없었고." - P84
커다란 저택에서 대들보에 매달아놓고 살인을 저지른 것 같아. - P85
"신분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설마 부인이나 딸을 이렇게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첩이나 계집 종 중에 하나일 거야." - P86
"살인자는 오른손잡이에 키는 두 사람의 중간정도 일거야." - P86
목에 난 상처는 반대로 앞쪽이 뒤쪽보다 반 뼘 정도 낮아. 아마 손목을 밧줄에 묶어서 대들보에 걸어서 띄워놨을 거야. 그리고 목에 칼을 대고 협박을 했을 거야. 그러니까 키는 대략 6척 정도 되겠지. - P86
3. 코등이 : 칼을 사용하는 사람의 손등을 보호하기 위해서 칼 손잡이위쪽에 달아놓는 장치. - P87
"팔과 다리에 난 상처는 환도 아니, 창포검 같아." - P87
다리에 찔린 상처는 직선으로 나 있어. 석반 자국이 없으니까창은 아니고, 창포검이나 횃대검 같이 직선의 날붙이야. - P88
"아무 반항도 하지 않았다는 건 결박이 되어있을 뿐 아니라 누군가가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고 있었다는 얘기야." - P88
"그 얘기는 칼에 찔리고 베여서 죽고, 해가 진 다음에 시신이 버려지면서 머리가 깨졌다는 뜻이군요." - P89
"이 정도로까지 세세하게 얘기해주는 오작인은 노인이 처음입니다." - P89
"예전에 이 군관이 절벽에서 떨어진 시신을 살펴봐달라고했을 때랑 비슷했네. 적어도 15척 높이에서 떨어졌을 거야." - P90
왕이 사도세자의 자식이라는 손가락질을 이겨내고 즉위한 직후 지은 전각으로 규장이라고 불리는 왕의 어제와 어필을 보관하는 장소였다. - P92
"그자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잃을까봐 발버둥을 치고 있네. 과인의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해하는 것도 모자라서 말이야." - P93
4. 추안급국안(推案及案) : 포도청에서 조사해서 의금부로 넘긴 사건조사 기록 - P93
형조참의는 정3품으로 판서와 참판 다음으로 높은 자리였다. - P96
"전하께서 사형 판결을 받은 죄인들의 사건을 다시 재조사하라고 지시하셔서 말이야." - P97
"자네들이 얼마 전에 해결한 의열궁 기와 도난 사건 때문일세." - P98
"의심스러운 점들이 몇 가지 발견되었네. 우선, 방인득이 복이에게 의열궁의 기와를 먼저 요구했다는 점일세." - P98
"복이가 우연찮게 방인득에게서 기와를 사러 온 자를 만났는데 수염이 없었다고 하더군." - P99
"죄인이 유배지를 벗어나서 한양으로 돌아와서 지내고 있었다 말입니까? 그것도 모자라서 의열궁의 기와를 사들였고요." - P100
5. 검시장식 (檢屍狀式) : 형정상(刑政上) 필요한 시체의 사인(死因)에대한 의원의 의견서. - P101
"자네 얘기대로 첩일 수도 있지만 주인마님을 모시는 안잠자기일 수도 있어. 그리고 매달린 흔적이 있다면 그건 집 안에 정자가 있다는 뜻일세." - P101
"그럼 돈의문 안쪽의 기와집을 집중적으로 탐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집에 정자가 있고, 주인이나 주인 아들이 사냥을 좋아하거나 무예를 익히는지 말입니다." - P102
"언덕 위에 있는 병조판서 공두서 대감 댁입니다." - P104
"사인검(四寅劍ㅡ인년, 인월, 인일, 인시에 만드는 검으로 주술적인 의미를 가진 검) 같은데." - P105
6. 성저십리(越廣十里) : 조선 시대 당시 한성부에 속한 성외(城外) 지역으로, 한성부 도성으로부터 4km(10리) 이내의 지역이다. - P109
"병조판서 대감 댁을 허락도 없이 들이닥치려고 한 것도 모자라서 명을 어기기까지 하지 않습니까? 똑똑하고, 유능하기는 하지만 그 때문인지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건방집니다." - P110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자기 자리를 지키는 데만 열중하고 있잖아." - P111
"그런 뜻이 아니잖아. 좌·우 포도대장들이 모두 이세명의 손을 들어줬으니 진짜로 위험할 수 있다는 뜻이야." - P112
"그렇습니다. 거기다 손에 사인검을 들고 있었습니다. 죽은여인의 팔과 다리에 난 상처는 환도가 아니라 사인검이나 죽장도 같은 날붙이에 의해 난 상처입니다." - P115
범인으로 몰리거나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누명을 쓰기 싫어서 말입니다. - P116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저에게 뒤집어씌울 요량 아니었습니까? 반대로 일이 잘 풀리면 본인의 공로라고 할 것이고 말입니다." - P119
"기억하십시오. 자신의 출세를 위해 죄 없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형신을 가했던 날로 말입니다." - P120
"임 노인이 단서를 또 찾았어." - P121
"맞아. 죽은 여인은 창에 찔릴 때 노란색 저고리를 입고 있었어." - P121
"전하께서는 백성들이 억울한 일을 겪지 않을까 노심초사 밤새도록 촛불을 켜고 문서를 살피셔서 애체를 쓰실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도성의 치안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맡으신 두 분이 어찌 이렇게 무심하십니까?" - P123
"붙잡은 죄인들을 모두 풀어주게. 그리고 공두서 대감의 집을 수색해서 물증을 찾도록 해." - P125
육중창은 대답 대신 쇠도리깨를 내리쳤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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