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정으로 좀 길게 쉬게 되었습니다. 보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 12월까지 휴재, 조금 더 길게 쉬면 내년 2월이나 3월쯤 복귀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회의감이 드는 부분도 있었고-제 자신의 역량에 대해서.-이모저모 건강도 안 따라주고 해서 그 기간동안은 그냥 열심히 책을 읽고, 운동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운동 중요하더군요. 다들 건강 조심하시길.

글쓰는 사람한테 그 분야가 맞나 안 맞나는 중요한 문제인것 같더라고요.

막상 뛰어들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그 뒤부터가 중요한 듯.

쉬는 기간동안 잠시 서평블로그로 바뀝니다.

남들이 어린 시절에 다 보던 책들을 이제사 보고 서평쓰자니 부끄럽지만(알라딘은 서평들이 하나같이 훌륭하더라고요.)그래도 독후감도 필요한 것 같아서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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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뭘 바라시는 겁니까.”

 

요한 신부는 고개를 떨군채로 물었다. 신부로서 할 일은, 그리고 인간으로서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이 사람들은 지금 자신에게 가장 심각한 부분을 들쳐내려고 하고 있었다.

 

별 거 아닙니다. 요한 신부님.”

 

총을 건네줄 때만 해도 이 정도 일이 닥칠 거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 그냥 아버지의 부탁이니까 들어준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태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 사이에 아버지가 죽었고, 그 다음으로는 자신에게 총부리가 돌아왔다.

 

고해성사실에서 만난 사람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

 

한변호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지윤이 아는 그 남자, 이준구는 별 것도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서로 솔직해지기로 하지요.”

전 신부입니다. 솔직해지고 말고 간에...”

 

신부님, 전 본래 경찰이었습니다. 그리고 본명도 이 이름이 아닙니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서 감금당하고 이름마저 바꿀 수 밖에 없게 되었죠. 그리고, 그 복수를 하기 위해서 나왔...던 건 아닙니다. 신부님 아버지가 제게 부탁했죠. 부디 복수해달라고.”

 

아버지가?”

 

요한 신부, 아니 지윤은 충격에 빠졌다. 이 남자가 어떻게 자신이 총상을 입은 순간에 나타나 자신을 데려온 것인지도 궁금했는데.

그 총을 받은 것이 아버지의 부탁때문이었다니.

 

제가 알고 싶은 건.”

 

이준구는 지윤이 자신을 보는 시선에서 조금의 죄책감과 우울함을 느꼈다.

 

왜 신부님의 아버지가 복수를 제게 맡겼느냐 하는 것이죠...”

 

“......”

 

한변호사를 향해서 지윤의 눈빛이 향했다. 텅 빈 공허감. 한 변호사는 지윤에게서 뭔가가 빠져있다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지윤은 머리를 내려뜨리고 손으로 감싸안았다.

 

모두 다 제 잘못입니다. 그러니까 더 이상 알고 싶어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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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았다고?”

 

정찬일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죽지 않았단 말이지...”

 

.”

 

병률은 단조로운 목소리로 총기를 닦았다. 경찰이든 아니든 그의 모습 어딘가에는 날카로운 사냥개의 모습이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가 있나.”

 

정찬일의 말에 병률이 대꾸했다.

 

태연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 앤 제 동생입니다. 그리고 신부죠. 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발설할 애가 아닙니다.”

 

하지만!”

 

애초에 이것은 흉계였다. 신부 이지윤은 정찬일이 계획한 정치법안에 반대하는 신부 중 하나였다. 그 신부들은 카톨릭 신부들 내에서 모임을 조직,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물론 이지윤은 그들 중 미미한 자리를 차지하는 막내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정찬일은 그 점에서 이지윤을 지목했다.

병률의 배다른 동생이기도 하고, 말석을 차지하는 신부가 피살당하면 다른 신부들이 몸을 사릴 걸 알기 때문에도 그랬다.

손대기 쉬운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병률은 동생에게 총을 쏘는데는 성공했지만 그가 죽는 것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아마 약 100%의 확률로 지윤은 돌아올 것이다.

 

별 거 아니지. 별거 아니야.”

 

정찬일은 이내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치에 뼈가 굵은 남자였다. 그 동안 자신이 다른 정치파에게 피습을 당한 적도 여러번이요, 자신이 다른 정파의 사람을 습격하라고 돈을 쥐어준 것도 여러번이었다. 그 신부가 죽는 것은 피했다 하더라도 습격을 당했던 것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신부들도 몸을 사릴 것이다. 그것만 해도 충분했다.

 

좋아. 마무리가 어설프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지.”

 

“......”

 

병률은 닦던 총기를 한쪽으로 치웠다. 그리고 냉랭하게 대꾸했다.

 

마무리는 어설프지 않았습니다. 제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고 꾸짖으시는 것 같아서 신경쓰이는군요.”

 

“...아니야. 누군들 예상했겠나. 아니, 그러고보니....”

 

반대파일수도 있었다. 정찬일은 그렇게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어떻게 반대파가 미리 알고 지윤을 끌고 갈 수 있었단 말인가? 아니면 정찬일을 제거하기 위해서 꾸며진 일은 아닐까?

 

혹시 싶지만...”

정찬일이 병률에게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자네가 설마 누설하진 않겠지? 자네가 물론 반대파와 손을 잡진 않았겠지만.”

 

“...저는 국회의원님의 갭니다. 애초에 그렇게 약속했으니까요.”

 

정찬일은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이런 세상에서 어느 누군가의 충실한 편이 되어 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정찬일이 세상에서 믿는 것은 오직 하나.

정치권력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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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는 병률이 국회의원 비서관이 되었는데도 예전과 다름없이 낮에 카페에서 웨이트리스 일을 했다. 결혼하면서 안정적인 직장은 가지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녀의 활달한 성미는 본래 안정과 맞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가 직장에 도착하자마자 왕언니가 그녀에게 눈짓으로 카페 창가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1시간도 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윤희가 그에게 커피를 가져오도록 해달라고 주문까지 했다고 했다.

윤희는 눈치를 보면서 커피를 손님앞에 내려놓았다. 성격이 활달한 윤희가 이렇게 주눅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

 

제수씨.”

 

첫만남인데도 이 남자는 대뜸 그녀를 제수씨라고 불렀다. 윤희는 이 모든 게 무척 불편했다.

남편의 바뀐 환경도 그랬지만 요즘 뜬금없이 그녀와 그의 집 주위를 돌고 있는 [알 수 없는 그들]의 존재도 그랬다. 도대체 남편은 어떤 일을 시작할 생각인걸까. 현명한 그녀는 그것이 무서웠다. 남편은 그녀에게는 한없이 따사로왔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는 거라는 걸 깨닫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 녀석은 이제 필요없어. 신경쓰지마.]

 

문앞에서 커피를 들고 있을 때 들리던 나지막한 남편의 목소리가.

 

[이젠 더 이상 꼼짝도 못할 거야. 날 믿어도 좋아.]

 

전 선생님의 제수씨가 아닌데요...”

 

주눅은 들었지만 본 성격이 어디로 가지는 않는다. 윤희는 당돌하게 그에게 말했다.

 

하하. 병률이가 제 이야기를 안 했나보군요. 저 정찬일 국회의원한테 병률이를 소개해준 사람입니다. 정찬일 러브 팬카페 회장이기도 합니다. 이모저모로 병률이한테 도움을 받고 있었죠.”

 

“.....”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가끔 병률이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 몇 번 그녀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병률은 그녀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진 않았지만 그 형이라는 사람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병률은 폭음을 했다. 그 정도로 이 남자의 이미지는 윤희의 내부에서 좋지 않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요...?”

 

제수씨. 아니 이 호칭은 불편하다고 하셨던가. 혹시 정치인의 부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까?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성격이 워낙 활발해서 좋은 이미지가 될 것 같은데 말이죠.”

 

?”

 

윤희는 그제서야 자신이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꼭 한번쯤 벌어질 일. 그리고 그 뒤가 개운치는 않을 거라는 것도.

 

그건 남편한테 물어보실 일 같은데요.”

 

그녀는 그렇게만 말을 하고 뒤돌아섰다. 그 기분 나쁜 남자의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상관없었다. 남편은 지금 그녀가 모르는 무슨 일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었다.

국회의원 비서관을 한다고 했을 때도 그게 무슨 일이냐며 웃었지만, 웃을 수 있는 시간은 이미 지나가버린 후였다.

그녀는 그 남자를 지나쳐 온 후 왕언니에게 오늘 하루는 쉬겠다고 말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몸의 후들거리는 느낌이 꼭 감기가 심하게 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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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하루였다. 원로신부는 좀 쪼잔한 속세의 장사꾼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윤은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다. 비록 성당이 크지도 않고 좁았지만 지윤은 신경쓰지 않았다.

형제들이 만든 복마전에는 끼어들고 싶지도 않았고, 지상의 천국을 꿈꿀 뿐이었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지옥이 이런 건가 싶었다. 하지만 성전은 달랐다.

죄를 지은 사람들이 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항상 뉘우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고해성사 시간이 마음이 편했다.

지윤은 고해성사실에 들어갔다. 거기에는 한 남자가 두터운 안경을 쓰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형제님,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어차피 안경을 쓰건 안 쓰건 지윤은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단지 안경은 위장용일 뿐이었으니까.

 

신부님,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

 

얼마 전에 친누이가-적어도 상속권을 가진-누군가에게 커피로 얼굴을 심하게 데고, 그 상처가 덧나서 죽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 아버지는 요양원을 뛰쳐나와 자살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형제들의 모임에 참석은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파악은 하고 있는 그였다,

 

.”

 

지윤의 말에 그는 조그만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한 여자를 죽였습니다. 그리고 또 죄를 지으려고 합니다.”

 

“.....”

 

신부는 고해성사시에 했던 말을 밖으로 퍼뜨릴 수 없다. 일종의 불문율 같은 것.

그가 한 말이 설마 지윤이 짐작하는 말이라도 마찬가지였다.

 

. 하나님께서...”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가 재빠르게 말했다.

 

저는 신부님을 죽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총성이 울려퍼졌다. 지윤은 가슴을 손으로 막은채 쓰러졌다. 지윤을 쏜 그 남자는 이빨을 드러내고 웃고는 천천히 성당밖으로 걸어나갔다.

어둠속에 잠시 모습을 감추었던 한 변호사는 그 그림자가 사라지자 마자 고해성사실에서 피를 흘리고 있던 지윤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숨어 있던 길준과 의사는 성당밖에 준비해둔 차량에 지윤을 실었다.

 

이게 무슨...”

 

뒤늦게 총성을 듣고 달려온 원로신부에게 세 사람은 입가에 손가락을 대보였다.

 

요한신부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흥분해서 말을 잇지 못하는 신부에게 길준이 말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요한 신부는 그냥 피정을 떠난 겁니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어야 하고요. 그동안 성당에 헌금을 많이 하겠습니다. 그냥 모른 척 해주십시오.뒷문은 어디 있습니까?”

 

원로신부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자 길준은 그의 손에 서명이 된 수표를 한주먹 쥐어주었다.

그 수표에는 이준구라고 사인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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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게 다 내 돈이라고요?”

 

자그마한 부동산을 하나 자신의 명의로 받게 된 이준구는 벌린 입을 감추지 못했다. 허랑방탕한 다른 노숙자들에 비하면 자신은 항상 정상인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나 그걸로 뭘 해도 좋으니 받아달라고 재산을 내민 것이다.

 

한 변호사님 세상에는 별 사람이 다 있네요.”

 

그는 모든 수속이 끝나자 한 변호사와 자주 만났던 공원의 벤치에서 캔커피를 마셨다.

 

...사람. 그런가.”

 

이젠 정말 아무 걱정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그렇겠지.”

 

이준구는 꿈에 부풀었다. 한때이긴 했지만 다소 무분별했던 소비생활 때문에 카드빚을 많이지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집에서 물어줄 것도 아니었다. 그의 무분별한 카드 돌려막기는 결국 그의 직장을 앗아갔다. 그리고 직장이 없어지고 난 후 그를 구제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하지만 변호사님. 저도 바보는 아니니까 압니다.”

 

?”

 

사람이 은혜를 베풀때는 그 사람 자신도 뭔가 도움을 받고 싶어서 그런거죠.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굽니까.뭐 때문에 저한테 이런 은혜를 베푸는 거죠? 저도 그에 상응하는-상응할 수도 없다는 거 잘 알지만.-보답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자넨 정말...”

 

한 변호사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염소 수염이 미미하게 떨렸다. 준구는 항상 그 모습이 웃기다고 생각해왔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리 웃기지도 않는 모습같았다.

 

말해도 되겠나? 자넨 입이 무거운 사람이지만, 진실을 알게 되면 어쩌면 이 일이 그렇게 선량한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될 거야.”

 

준구는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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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주어지는 재량권이 크군요. 월급도 많고.”

 

병률은 비꼬듯이 말했다. 국회의원 앞이건만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 겁나나? 한낱 짭새로만 있다가 얻은 자리라서 과분한가?”

 

국회의원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자네가 하는 일은 별 거 없지. 그저 내 비서로서 운전이나 하고 전화나 받으면 그만이니까. 그렇다고 자네한테 내가 정책 현황 분석을 맡기겠나, 연설문을 맡기겠나. 내가 자네 형한테 자네를 부탁받았을 때 이미 그게 다 무리라는 걸 알기 때문에 맡긴 거야. 그리고.”

 

그리고?”

 

자네가 느끼기에는 자네 재량이 큰 거같지? 하지만 조금만 더 익숙해지면 자네가 가진 재량권은 내가 가진 힘 중에서 얼마 안된다는 걸 뼈아프게 느끼게 될 거야. 자넨 야망이 작아.

조금이라도 야망이 큰 종자들은 처음부터 이런 자리라니 날 너무 우습게 보는거 아니냐고 말하겠지.“

 

“......”

 

병률은 입을 다물었다.

 

저한테서 뭘 얻고 싶어하시는지 모르겠군요. 너한테 기대하는 것은 얼마 없다라니...그럼 그거 말고 저한테서 얻고 싶으신 게 뭡니까?”

 

내가 바라는 거?”

 

국회의원 정찬일은 살짝이지만 눈의 흰자위를 드러냈다. 삼백안이라서 기묘할 정도로 위험해보였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은.]

 

한변호사는 이준구를 향해서 머리를 숙였다.

 

자네가 그대로 있어주길 바라는 것 뿐이야. 자네는 싫겠지. 지금이라도 모든 빚을 청산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따뜻한 가장, 떳떳한 아들, 친한 친구들에게 술값정도 낼 수 있는 그런 보통 사람이 되고 싶겠지. 미안하네, 자네는 앞으로 이 명의가 반납될 때까지 계속 <노숙자 이준구>가 되어야해. 미안하네.”

 

[자네는 앞으로도 날 위해서 손을 더럽혀줘야 하네. 앞으로도 계속 내 일을 맡아줘야 하는 거야. 짭새 이병률에서 국회의원 정찬일의 개가 되는 거지. 어떤가. 민중의 개에서 국회의원의 개가 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야.]

 

그렇군요.”

 

[그렇군요.]

 

이준구와 이병률은 동시에 그렇게 말했다.

 

어려울 거 없죠.”

 

이병률은 그렇게 말했고, 이준구는

 

[너무 잔인하신 말이군요.]

 

[미안하네.]

 

한 변호사는 진심으로 그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준구는 이내 어깨를 쭉 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단지 돌아가는 길일 뿐이죠.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저한테 이런 짐을 맡긴 사람에게 가서 말씀해주세요. 무슨 의미로 이런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은 저같은 사람에게도 도움 받을 일이 있을 거라고요. 그 사람이 진심으로 쓸모없는 노숙자가 필요한 게 아니라 사람 이준구에게 도움 받을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어깨를 빌려주겠다고.”

 

한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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