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때문이네.”

 

시무룩한 얼굴로 노인네가 말했다.

 

다 자네때문이라고. . 자네 정말 너무하네.”

 

“......”

 

어쨌든 놓친 건 놓친 거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나한테 수면침만 안 놨어도 내가 그 망할 것들을 잡아서 족쳤을 텐데.”

 

젊을 때야 무공이 뛰어났겠지만 지금은 어찌 잡을거냐고 묻진 않았다,

 

근데 정체가 뭔지는 알아냈나?”

 

그의 말에 더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정체는 알아서 무어 하게.”

 

어쩌긴 관가에 넘겨야지.”

 

“...자네 앞에 있는 친구가 관리라네.”

 

그래서 입 닥치고 있으라고? 난 못 참네. 난 봤으니 관가에 신청하러..읍읍,,,”

 

나는 그의 입에다가 재갈을 물렸다. 더 떠들게 내버려뒀다가 큰 일이 날 소지가 있었다,

나는 그의 목에 팔을 감고 꽉 죄었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자네 조용히 내 뒤를 따라오겠나. 아니면...”

 

역시 뭔가...읍읍...”

 

별 볼일 없는 노인네가 이렇게까지 성가실 줄이야. 생각같아서는 밧줄로 꽁꽁 묶어서 수련장에다가 던져버리고 싶었다.

 

이건 매우 중요한 일이니 자네는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네. 그리고 중요한 일이니까 임시 패설사관 보조 인증을 받아다주지. 한동안 내 조수하는 걸세. 알겠지? 그냥 기생보쌈이나 환갑연보다는 재미있을 걸세.”

 

그러자 그 철딱서니 없는 친구가 재갈 묶인 것도 제 풀에 겨워서 풀어버리고 내 팔도 뿌리치고 일어나서 외쳤다.

 

! 정말 신나는 일이 생겼군! 빨리 받아다주게나!”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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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콤한 시...를 쓰다가 더 이상 달콤하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

쓰고 싶은 내용도 다양하고 해서 아예 잘 쓰지 않는 시는 통합시키기로 했습니다.

간단한 라디오 해적방송 느낌을 내고 싶어서 온 에어라고 붙였구요.

 

2.

 

비정기 방송 형식을 취합니다. 텍스트 방송(ㅋㅋㅋ)

오후 8시 이후 올라갑니다.

 

3.

 

내용은  간단한 인물 크로키(더 사토리얼리스트의 사진에 글을 붙여보는(저작권 존중으로 사진은 안 올립니다.어차피 한권 정도는 가지고 계실 거라고 생각해서.)프로젝트와 투병기간 중 제게 안식을 주었던, 그리고 지금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음악들에 대한 제 감상기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반응에 따라서, 그리고 제 취향에 따라서 여러가지 내용들이 올라갈 것 같습니다.

시도 당연히 빠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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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식사를 나누면서 그와 그녀는 재빠르게 시선을 나누었다. 도대체 이 카드게임, 아니 체스게임은 어떻게 끝나는 거지? 나는 투덜거리면서 샌드위치를 작게 한입 베어물었다. 두 사람의 게임이 끝나려면 식사가 다 끝난 후일테고...그렇게 하려면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했다.

이제 다 끝났군요. 나가볼까요? 그의 말에 나는 딴지를 걸었다. 난 아직 덜 먹었는데.

남자는 이 돼지같은 놈아 작작 처먹어. 라는 말을 하고 싶어했지만 옆에 숙녀가 있는 관계로 그 말만은 차마 하지 못했다. 물론 그 대사를 중얼거리고 싶었던 건 숙녀분도 마찬가지인 듯 했지만. 나는 두 사람을 다 잘 알았다. 둘다 성격이 더럽게 꼬였고, 간단한 걸 좋아한다.

물론 숙녀분은 그를 따라가지 않기로 결심을 했고, 그녀는 시간 소모를 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우아하게 일어나서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만 가도록 해요. 그녀는 명령을 내리듯이 그를 뒤돌아보며 말했다. 남자는 허무한 얼굴로 잠시 있다가 어쩔 수 없지. 라고 한마디 내 뱉듯 의자에 걸쳐둔 자켓을 걸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자캣애는 광택이 났는데, 마치 이 순간의 패배를 위한 것인양 느껴졌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우리가 아까전까지 샌드위치를 뜯어먹던 자리는 그 순간의 효용이 다하자 왕의 식탁같던 위엄이 사라져 있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내 물음에 그녀가 피식 웃었다. 아니 웃을 일이 아니라고. 왜 그러는거냐니까? 뭐가? 그녀가 되물었다. 그 남자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어? 내 물음에 그녀가 다시 웃는다. 맘에 들었지. 너무 맘에 들어서. 그녀가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그 남자 표정 봤어? 왜 내가 차여야 하느냐는 그 표정, 너무 귀엽지 않았어? 옷을 그만큼 차려 입었는데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지? 는 그 표정 말이야.

귀엽다고? 난 투덜거렸다. 귀엽다고 그런 식으로 했다가는 며칠 안 가서 집에서 쫓겨나고 말걸. 너도 결혼시장에 뛰어든 사람이라는 걸 잊지마.

어머, 난 장난같은 거 안쳐. 다만 입고 있는 옷 하나에 그렇게 자신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꼴을 당해도 족하다고 생각할 뿐이지. 아마 그 사람 집 벽장에는 그런 고급 셔츠들이 가득 들어있을 걸? 머리에도 한가득 들어있을테고.

맞는 말이어서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남자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빈민촌에서 태어나서 그렇게까지 노력한 남자를 비웃을 수는 없었다. 다만 나하고는 악연이 깊어 그렇게 변명까지 해줄 순 없었다.

네 머리에는 뭐가 들었는데? 내 물음에 그녀가 대답했다.

어떻게든 빈민촌만큼은 탈출해야겠다는 거? 그 정도? 그 답에 내가 대꾸했다. 아마 그 남자도 평생 그랬을걸. 내 말에 그녀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반성해야 할걸? 내 말에 그녀가 대꾸했다. 넌 아마 그 남자도 잘 알고 있나봐? 그럼 설명 좀 해봐. 왜 내가 널 제쳐두고 그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지?

그 남자는 부자야. 내가 더듬거렸다. 엄청난 부자. 널 행복하게 해줄거야.

나도 부자야. 지금은. 부자의 양녀니까. 그녀가 대꾸했다. 일시적인거잖아. 내가 말했다.

그리고 그 수양아버지는 내가 널 좋아하는 걸 알면 날 내쫓을 거야. 난 고용인이니까.

행복한 건 돈만으로 되는 건 아냐,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책을 읽는 것 같았다.

난 네 곁에 있는 것으로 행복한데. 이 순간이 그렇게나 좋은데. 어째서...

그리고 그녀는 강둑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내가 말릴 사이도 없이 강으로 뛰어들었다.

위험해! 나는 그녀를 붙들었지만 놓치고 말았다. 그녀는 강에서 깔깔 웃으면서 헤엄치고 있었다. 옛날에는 이랬단 말이야. 무슨 숙녀야. 내가. 너도 내려와. 열도 좀 식히게.

나는 나비넥타이를 꽉 죄면서 그녀에게 닿지도 않는 손을 내밀었다.

이리와. 장난 그만하고. 그녀는 첨벙거리면서 내쪽으로 건너왔다. 그녀는 물에 젖은 옷을 손으로 물을 빼면서 계속 웃었다.

가끔 이런 것도 재미있지 않아? 우리 할 수 있는 동안 이렇게 재미있게 지내.

그녀가 생긋 웃었다. 날 더러 차라리 지옥에 떨어지라고 해.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

심장이야 떨어지라지. 재미있지 않아? 그녀는 어둑해지는 하늘을 보면서 말했다.

저기 봐. 별이다!

말 그대로 하늘에 총총 별이 떠 있었다.

그리고 한켠에서 또 풍덩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어느 누군가가 우리같은 일을 했거나 당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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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브 :  위대한 개츠비-루어만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에서 셔츠들을 아래로 던지는 장면에서 따왔습니다.

              그리고 위대한 알퐁스 도데의 [별]의 패러디도 약간...;;;;;;;;;

              저는 가끔 기존 작품에서 많이 따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단편 모음에서는 이제 2건 정도인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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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과의 거리는 한뼘입니다. 나는 거리를 재면서 대꾸했다. 한뼘이라기엔 너무 멀지 않나. 아니오 한뼘입니다. 그는 미소를 지우면서 의자를 쾅쾅거리면서 옮겼다. 자넨 계산광이군. 나는 테이블에서 그와의 거리를 좀 더 두면서 대꾸했다. 그렇다. 그 이야기를 할 때 그는 웃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죽이려면 죽일 수 있죠. 그는 손가락으로 거리를 재는 시늉을 했다.

자네 미친건가? 내 말에는 그가 고개를 저었다. 미치다뇨. 놀랄 정도로 멀쩡합니다.

저 밖에서 약혼녀가 전전긍긍하면서 기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섬세한 그녀니만큼 이 불청객이 나만큼 불편하리라.

그런데 왜 어제부터 줄곧 내 말에 시시비비를 가리고,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나. 정 싸우고 싶다면 피하지는 않겠네. 나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면서 말했다. 내 손을 쳐다보니 몸은 거짓말을 안 한다더니 그 말이 맞는 말이다. 불불 떨리고 있었다.

 

 

한뼘이면...나는 말을 흐렸다. 자네같은 군인은 나 정도는 쉽게 죽일 수 있겠군. 더더군다나 자넨 나이프의 달인이잖나. 글쎄요. 그가 말했다. 룰렛으로 정한다면 한뼘이든 반뼘이든 상관없겠죠. 나이프로 하는 건 생각을 못해봤는데 감사드려야겠군요. 하지만 전 룰렛에도 운이 따르니까요. 도대체 날 이렇게 괴롭히는 이유는 뭔가. 어차피 내일이면 결투의 결말이 정해질텐데. 오늘 하루만이라도 날 조용히 내버려둘 수 없나? 내 약혼녀에 대한 무례와 나에 대한 무례는 그만두고 말일세. 내 말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 본심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 그녀에게 빠져있었을 뿐이에요. 당신에게는 별 유감없습니다. 아마 상대방만 바뀌었을테죠.

그렇다면 원하는 건 그녀인가? 아니오. 딱 떨어지는 대답을 하는 걸 보니 별로 생각을 안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주변 사람들을 이렇게 번거롭게 하나. 결투는 내일인데, 아직까지 종목도 정하지 않고, 그렇다고 그나마 내가 홀로 즐길 수 있는 오찬에 끼어들어서 이렇게 기분을 망치냔 말일세.

기분을 망칠 생각은 없었습니다. 군인은 그렇게 대답했다. 그냥 마지막을 맞이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그건 내일이잖나. 하지만 용감하게 대처하는 민간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그 전날 뿐이죠. 내일이 되면 시체가 될테니까요.

 

 

한뼘을 사이에 두고 그가 전채요리를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얼굴만으로만 보면 교양있고

세련되고 순진해보이는데 벌써 여자문제로 결투를 한 것만도 10번이 넘어가는 희한한 종자였다. 그래서 내일은 어떻게 하기로 했나. 비가 오면 나이프를, 비가 안 오면 총으로 하죠. 흐리면 룰렛으로 하고. 한가지로 통일하게. 내 말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 편이 더 좋은데요. 이건 의식입니다. 항상 그래왔어요. 당신 때문에 이제 와서 바꿀 수는 없는 거죠.

자네의 기분상이라면 아마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그런 괴상한 걸 생각해낸 걸 깨닫고 머리를 쥐어뜯을 걸세. 도대체가 날이 흐렸다가 비가 왔다가 개기라도 하면 어쩔 생각인가. 지금이라도 결투는 포기하게. 도대체가 자넨 진지하지가 않아. 어설프게 거기 말려든 나도 문제지만. 결투를 포기한다는 것은. 그가 대꾸했다.

그 여자가 없다는 걸 전제로 하는 거지요. 그녀가 있는 한 전 포기 안 합니다.

당신과는 그녀가 없었다면 좀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텐데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채요리는 어느새 깨끗이 사라지고 없었다.

군인은 항상 배가 고프죠.

내가 죽으면 그녀와 결혼할건가? 설마요. 그가 말했다. 연인의 원수와 결혼하려는 여자는 없지요. 그건 저보다 당신이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럼 대체 이때까지 한 짓거리들은 뭘 위한 거란 말인가. 내 말에 그가 다시 빙긋 웃었다.

거리를 재는 겁니다. 그가 군화발을 탕 하고 바닥에 내리쳤다. 거리라고?

네. 전 결투장에 그 여자들을 데려오죠. 항상 이길 자신이 있으니 데리고 오는 거지만.

그러면 그녀들은 그 과정 하나하나를 다 보게 되는 겁니다. 어떤 여자는 기절하죠. 그럼 간이 작은 여자는 군인과 결혼할 수 없으니 제외. 어떤 여자는 피를 흘리는 걸 보고 감격해합니다. 그럼 잔인하니까 이 여자도 제외. 또 어떤 여자는 중간에 말리려고 끼어듭니다. 하마터면 더 크게 사건을 칠 수 있었을테니 별난 성격의 여자라서 제외. 그렇게 거리를 잽니다.

항상 전 승리했고, 그 중간중간 여자들의 진심과 거리두기도 보았죠. 또 어떤 여자들은 자기와 결투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내 초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도 하죠. 그럼 이 여자들은 무심하니 제외. 당신의 약혼녀는 어느 쪽인지 모르겠군요.

 

 

 

그딴 걸 위해서 살다니 자넨 역시 별종일세. 그럼 이제 가보겠나? 나는 오찬을 마저 즐겨야 하네. 자네에게도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지만 한뼘이니 반뼘이니 하는 소리는 별로 즐겁지가 않아서 말이야.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살짝 까닥이고는 사라졌다.

그 한뼘론 때문에 기분이 상했지만 나는 전채 요리를 적당히 넘기고, 적당하게 구운 고기를 썰기 시작했다. 붉은 양념이 피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그의 말도 일리가 없진 않았다. 정말 나의 그녀가 그의 말처럼 그런 여자라면 확실히 결혼을 제고해 볼 필요는 있는 셈이었다. 그걸 내 목숨을 바치고 해야 하는 것이 문제지만. 그때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그가 다시 들어왔다. 밖에서 약혼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또 그녀에게 무례한 짓을 했을 터. 나는 노기를 띠고 그를 노려보았다.

 

 

 

결투는... 그 말을 잇기도 전에 탕! 하는 소리가 들렸다. 군인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 총! 그와의 대결을 위해서 내 방에 잘 닦아놓았던 권총을 그녀가 가지고 온 것이었다. 도대체 왜 당신이? 그의 말에 그녀가 대꾸했다. 어제 당신이 내게 한뼘이면 충분하다고 했었죠. 이건 한뼘이 아니라도 되는 군요. 총은 처음 써보는 건데 명중을 했으니 다행이에요. 이건 살인이야. 내가 말했다. 당신을 구한 거예요. 그녀가 대꾸했다. 당신은 펜이나 다루는 문학가인데 어떻게 군인보다 더 잘할 수 있겠어요? 그러는 당신은? 이건 정당방위에요. 난 다른 사람들에게 그가 날 괴롭혔다고 말할테니까. 그가 날 건드리려고 했다고 말하면 다들 믿을 거에요. 군인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그 방법이 있었군요. 당신이 아니라면 약혼자는 내 손에 죽었을 테니까. 이런 답도 있군요. 날 결혼식 제물로 삼은 아가씨. 내가 한마디만 하죠. 당신은 앞으로 영원히... 한뼘을...

그 말을 다 하기도 전에 그는 숨졌다. 그리고 난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사건은 사고사로 처리되었고(워낙 악명높은 인물이라) 나와 그녀는 그 사건이 일어난지 일주일 뒤에 결혼했다.

결혼식 장에서 나는 아내의 손을 잡았다. 차갑고 부드러운 손은 살짝 내 손을 잡았다가 이내 밑으로 떨어졌다. 한뼘의 차가 있었다. 그녀와 나 사이에 한뼘.

앞으로 이 비밀을 안고 살아야 하는 그 한뼘이 아직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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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러시아. 대위의 딸이 나오는 그 시대 정도쯤으로 잡고 있습니다.

모델은 푸쉬킨과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조시마 장로입니다. 조시마 장로의 결투 에피소드 부분을 변형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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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우리를 버리고 떠날 때

어떤 표정으로 그 시기를 맞이할까.

나무가 우리 뒤를 스치고 지나가고

자동차가 연기를 뿜으며 서 있을 때

우리는 도망치지도 못하고 그렇게 버림당할 것이다.

 

 

산이 도망간다.

강이 정지한다.

나와 함께 했던 그대들도

굳어지고 움직이며

그렇게 변해갈 것이다.

 

 

지구는 우리를 버린 지도 모른다.

아니면 우리가 지구를 버린 것일지도 모르고

그 어느쪽이건

상처를 받고 헤어짐의 통고를 받은 것은

우리들이다.

 

상처주지 말았어야 했다.

상처를 주면서 언제나 그들이 참아주리라 생각한 우리의 잘못이다.

 

 

우리가 가진 종이는 힘이 없다.

다만 가졌다고 착각하였을 뿐이다.

종이로, 그것도 산의 힘으로 나온 그것으로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 일을 해왔던가.

 

이제 마지막을 고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그들이 우리에게

 

우리는 언젠가 이별을 맞이할 때

이곳을 떠나리라.

하지만 그 이별이

눈물의 통곡보다

다른 별로 향하는 묵묵한  방황이 될 뿐이라면.

 그리하여 몇백 광년의 머나먼 걸음이 될 뿐이라면

우리는 아직도 그들에게 어울리지 않은

짝이었을 뿐이라.

 

이별을 맞이할 때

언젠가 이별의 때가 온다면

적어도 그들의 손을 붙잡고

잠시 미안하다고 말하고 떠날 수 있도록

 

그렇게 나무가 우리를 뛰어넘고

강이 얼음처럼 얼어붙을 때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면

 

그때를 다만 기다릴 뿐이다.

다만 그렇게 될 수 있기를.

희망의 민들레 솜털을 날려본다.

 

 

----------------------------------------------------------------------------------일본에서 원전 사태가 일어난 이후 우리나라도 이제 안전한 곳이 아니게 되어버렸죠.

원전사태가 이 시의 일부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아무 일도 없어야 하는데, 자꾸자꾸 안 좋은 일들이 생기네요.

앞으로는 좋은 일들만 생기기를. 저 하나부터라도 환경에 나쁜 일은 하지 않는지 잘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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