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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2월 23일 김영삼은 대통령에 취임했다취임한 지 13일 만인 3월 8일 권영해 국방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렀다아마 독대였을 것이다.

김영삼군인들은 그만둘 때 사표를 제출합니까?

권영해군대에서는 사표를 내지 않습니다명령 하나면 됩니다.

김영삼그래요그럼 됐구먼내가 육참총장과 기무사령관을 오늘 바로 바꾸겠습니다당장 예편하라고 하세요.

김영삼은 가장 강력한 무력집단인 군대의 수뇌부를 해체하기 시작했다-39면, 사회적 성취의 기반-역량의 의미 中

   

거침없이! 군사 쿠데타의 육묘장이며 잠재세력인 하나회 해체는 시작되었다검찰마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해괴한 눈치로 사는 때였다최동석은 성취 예측 모형』 1장에서 YS를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빛나는 개혁을 단행한 대통령으로평가한다공과(功過)가 극과 극이나 인정할 건 인정하고 있다. 시대가 소명을 만들고 그것을 할 때 인물이 탄생한다

그래요그럼 됐구먼.‘ 이 대목을 읽다 나는 문득 9년차 전쟁이 한창이던 트로이아 해변 어디쯤으로 간다, 시간여행이다. 생각처럼 앍기가 쉽지 않다는일리아스』 2(2/24)의, 전반부 어디쯤이다.  2권 대부분은 이 책읽기의 악마의 코스라는 함선 목록인데바로 그 앞의 에피소드다. 테티스의 청원에 잠 못 드는 제우스는 아가멤논에게 승리를 확신하게끔  거짓 꿈을 보낸다. 아가멤논은 원로들의 회의를 소집하여 대대적인 공격을 기획한다여기에는 공격 전에 전사들의 사기를 가늠하기 위한 트릭이 있다. “우선 관례에 따라 말로 그들을 시험해보고자 나는(아가멤논) ..달아나자고 권할 테니" 그대들(참석한 군 지휘관들)은 말로 그들을 제지해보라는 것. 

전사들의 마음을 읽는 절차다.  그들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다. 트로이아군보다 숫적으로 열 배나 많은 그리스연합군이지만 전사들의 전투의지가 해이된 상태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함선들과 막사들에서 떼 지어 회의장으로 몰려온 전사들은아가멤논의 철수 선언에 술렁인다. 환호가 분명한 이 분위기돌이킬 수 없다곧이어 전사들은 함선들을 끌어내리고 그간의 전리품을 챙기는 등 귀향을 서두른다아킬레우스 없이도 전투는 가능하다. 하지만 그가 없는 전투에서 승리는 상상할 수 없다. 아가멤논이라고 별 수 있겠어,! 아가멤논의 오만에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전투 파업을 선언한 상태(1)아가멤논이 대규모  공격을 히려는 이유, 아킬레우스와의 대결에서 실추된 권위 등, 만회하려면 반전이 필요했다. 최고사령관이니 인간들의 왕이니 뭐니 해도 아킬레우스 없인 안 돼!‘전사들의 마음은 그렇게 흔들렸고 돌이킬 수 없는 상태다.

 

원로들의 회의에 참석했던 장수들에게도 철군(撤軍)은 기정사실이다. 사태 수습에 공식처럼 오뒷세우스가 등장한다. 모든 전사들이 다시 모인 회의장. "이의 있습니다!‘" 당당하게 오뒷세우스에게  맞서는 전사가 있다. 테르시테스(Thersites)수다쟁이지껄이는 사람. 그는 트로이아 전쟁에 참가한 그리스군 중 제일 못생긴 사내였으며유명한 독설가다평소에 그가 말칼을 날리는 상대는 아킬레우스와 오뒷세우스였고, 두 지휘관의 미움을 샀다이번엔 아가멤논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가장 아픈 데를 후빈다. 그대 혼자서 붙들어놓고 사랑을 즐길 젊은 여인을 원하는 것이오?” 이어 아킬레우스를 변호하며 겁쟁이이며 수치 그 자체라며 아가멤논을 비난한다.

"원망하되 전쟁에는 일절 관여하지 마라." 아들에게 여신 테티스는 당부했다.(1권) 이 어미에게 '계획이 있다.'.  너의 분노를 이해하지만 (아들의 성정을 알기에)  한두 발 물러서서 관전만 하라.  아킬레우스는 말씀을 받아들였다. 테르시테스는 그런 아킬레우스마저 소환한다.  "아킬레우스는 마음속으로 노여워하기는커녕 태연했소. 그렇지 않았던들."(67면)  아가멤논-오뒷세우스 VS 테르시테스-아킬레우스'라는 연대와 갈등 전선이 형성된다. 그리고 침묵하는 다수, 전사들이 있다. 우리도 이 전쟁의 당사자라는 발견. 아킬레우스는 전투 파업을 선언했지만 아직 미련이 있다. 그리고 인간 테르시테스는 전쟁 반대를 외친다.  말은 못해도 대다수 그리스군 전사들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고향마을죽음이 내일모레인 부모님늙어가는 아내와 눈에 밟히는 자식들훗날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반대하는 그리스 곳곳 시민들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전력 우위만으로 전투(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전력에는 군사력이, 군사력에는 군사들의 사기(전투 의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 에피소드에 이어지는 생소한 지명(地名낯선 인명(人名)투성이인 <함선 목록>은 무력시위쯤으로 보면 된다앞세워야 할 것은 승리겠다는 전사들의 열망이니까오뒷세우스는 국면을 잘 수습하고 대규모 전투가 재개된다머지않아 아킬레우스도 전투파업을 풀 예정이다그런데그리스연합군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의 입장에서 일련의 사태(1권에서 2권 전반)를 복기해보자.

전쟁 중 명령불복종엔 엄혹한 처벌이 따른다충무공은 난중일기(혹은 영화 <명량>)에 탈영병 등을 즉결 처분(참수)한 기록을 남겼다아가멤논은 왜아킬레우스의 전투파업을 방치하고일개 전사인 테르시테스를 처분하지 않았을까군인들은 그만둘 때 사표를 제출합니까?‘ 대한민국 군()의 통수권자(統帥權者)인 대통령이 정말 몰라서  물었을까알 수 없다전시(戰時아니라고한반도는 지금도 휴전(休戰상태다다만쿠데타와 유사 쿠데타로 집권을 연장한 군인 정치의 날들의 너무 길었다다음(Daum)에서 문민 대통령이라고 검색하면 김영삼‘ 아니냐고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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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근래에는 드문 일이었다. 왜 이걸 주문했지, 읽는 동안 숱하게 던진 질문들.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이 쓴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영어 글쓰기가 가능하고, 어느 정도 독해 능력을 갖춘 이에게 필요한 책이니까. 한글 자막 없이는 외화 보기가 힘든 내게 필요한 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구입하고 읽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글쓴이)에 대한 호기심, 문장 기술자로 살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궁금했다. 다 읽었다, 하지만 완독했다 할 수 없고, 정독했다고 할 수도 없다. 

인내심에 채찍질을 하며 읽다, 문득 발견한다. “대화체 문장을 이텔렉체로 표기하는 방식이 유용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쩌다 한 번씩만 써야 한다.(대화체 교열하는 법)” 필자는 늘 이런 식, 과다복용은 금물, 이 책 곳곳에서 팁(Tip)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다음이 흥미롭다. “우선 독자들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읽으라고 대놓고 지시받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렇게 해보시라. “……강조할 대목을 대화 중간에 넣어 다른 말과 뒤섞기보다 문장 끝으로 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렇게 다음에서 다음으로 조언의 징검다리 건너며 책장을 넘기는데, 자꾸만 한 문장이 뒷덜미를 잡는다. “독자들은 ~ 달가워하지 않는다.”


02. 때문에 한동안 쓰는 일이 두려웠고, 쓰기를 멈췄다. 가끔 올리는 독후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다. 읽자. 작년 4월 우리말 콘텐츠에 포함된(국내 독자들의 사랑 덕분에 최근 양장본으로 재출간됨,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2022-03-14) 책을 뒤늦게 읽다, 발견한다. “관심은 집중이 아니다. 집중은 강제할 수 없다.”(7.시몬느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 233쪽) 베유의 말씀을 재인용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생각은 텅 빈 채로 기다려야 하고 그 무엇도 추구해서는 안 된다. 그저 자신의 생각에 침투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수동성의 결여에서 생겨난다.” 

모든 문제가 수동성의 결여에서 생겨난다고? 이런 베유의 선언 소개에 앞서 저자는 집중과 관심을 설명한다. 집중은 수축한다. 관심은 확장한다. 집중은 사람을 피로하게 한다. 관심은 피로를 회복시켜준다. 집중은 생각을 한 곳에 모으는 것. 관심은 생각을 유도하는 것…


03. 나는 왜 책을 읽는가,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보는가? 왜, 무엇 때문에 무엇인가를 받아들이는가. 또한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의 주장을 말에 싣는가? 책을 쓰고, 드라마를 만들고,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왜 그것을 하는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과 그런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대화(소통)는 어떤 식이라야 하는가, 두 책의 두 부분에서 필자는 어떤 ‘발견’을 한 셈이다. 콘텐츠를 그냥 ‘책’이라고 하자.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뭔가를 발견하기 위해서다. 어떤 의미, 읽은 이 스스로가 발견한, 읽는 이에게 남다른 의미다. 

벤자민 드레이어(교열국장)는 글쓴이가 의미 있는 무언가를 글에 담아 누군가와 공유하려 할 때, 가능하다면 그 의도를 드러냄을 삼가라 조언한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처럼 독자들이 읽는 동안 문득 ‘발견하게’ 하자. 대화체 문장만이 아니라 어떤 대목을 이태릭체로 표기하는 순간, 독자의 관심은 평정심을 잃게 되고, 그 발견은 독자의, 독자만의 순수한 발견이 아니게 된다, 뭐 이런 얘기 아닐까. 

시몬느 베유는 콘텐츠 소비자 입장에서, 책 읽기를 통해 독자의, 독자 스스로 발견하려면 어떻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구체적인 가르침을 준다. 무엇인가 발견하기 위해 ‘집중’하면 할수록 그 발견(깨달음)의 진가는 떨어지게 되는 것이고, 그 실체적 진실과 온몸으로 만나기는 불가함을 역설하고 있다. 


04. 필자만의 발견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소해 보이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동안 필자가 발견한 필자의 발견이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에 이런 발견의 소중함을 역설한 이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우리의 주제는 시학이다.”라는 문장으로 시학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주제는 (그리스) 비극 위주로 풀리며, 비극 장르의 위대함을 증명하였다. 이 비극의 구성 요소(6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의 짜임새, 즉 플롯이다. 플롯은 비극의 제1원리, 곧 비극의 혼이다. 플롯 창작에 뛰어난 사람이 좋은 비극작가다. 그런 플롯 창작에서 핵심이 ‘발견’(무지의 상태에서 앎의 상태로 이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발견에 급반전이 따르는 「오이디푸스 왕」(소포클레스)을 최고의 비극으로 꼽는다. 다행히 우리말로 (원전) 번역된 지 40여 년 된 고전 『시학』에서 그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발견’을 직접 발견하시길.


05. 독자들이 지금 콘텐츠를 소비-책을 읽는-한다. 자신만의 ‘발견’을 위해서다. 한마디(사람의 말, 대사)에는 그 사람과 그 말을 듣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앞뒤 어떤 부연 설명보다도 힘이 있다. 한마디에서 플롯의 창조자가 애써 숨기려고 했던 바, 플롯의 소비자가 스스로 찾고자 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교열국장은 이탤릭체 사용을 극도로 자제하라 했다. 시몬느 베유는 그런 유혹에 이끌리지 않고 대상을 만날(발견할) 준비를 하시라, 강조했다. 

사실,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초빙하지 않더라도 동양 사상에는 으레 ‘무위(無爲)’가 각인되어 있다, DNA처럼. 우리 가곡 한 대목은 어떠한가? 중학교 생물 선생이던 심봉석 작사, 같은 학교 음악 선생(이면서 제5차와 제6차 고등학교 음악 교과서 저자) 신귀복이 작곡한 <얼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발견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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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3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timeroad 2022-04-1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글을 올린 이유가 담겼군요.

Meta4 2022-04-12 12:25   좋아요 0 | URL
덕분에 평소보다 읽는 데 집중하고 있답니다.

Meta4 2022-04-1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제목을 떠올리다 검색한, <얼굴>이란 곡이 만들기까지 에피소드가 흥미롭네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1967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귀복 작곡가는 서울 동도중학교 음악 교사였다. 얼굴을 작사한 심봉석 시인 또한 같은 학교 생물 교사로 근무했다. 교장 주재로 열린 신학기 교무회의가 계속 길어지자, 지루해진 심봉석 시인이 보고 싶은 ‘첫사랑’을 떠올리며 공책에 얼굴을 그리고 즉흥시를 썼다. 동료 교사 신귀복은 심봉석 시인의 그림과 시를 보고 즉석에서 5분 만에 멜로디를 입혀 곡을 완성했다. 같은 중학교 음악교사 신귀복과 생물교사 심봉석의 번뜩이는 재치가 만나 번갯불에 콩 튀기듯 후다닥 완성한 얼굴이 불후의 명곡으로 50년 넘게 온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을 줄 그 누가 알았겠나! 신귀복 작곡가는 이 노래를 1970년 가곡집에 수록했다. 그리고 4년 후인 1974년 윤연선이 리메이크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노래가 나온 이후 얼굴 작사가 심봉석 시인은 헤어진 첫사랑과 재회하여 결혼에 성공했으니 <얼굴>이 행운의 오작교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젊은 날엔 먼 미래라 실감할 수 없는 죽음, 그러나 죽음 앞에 예외는 없다. 그것은 원초적인 인간의 두려움, 한계인데, 멀리 있다고 생각하기에 두려움으로 당장 받아들이지 않을 뿐. 평균 수명은 자꾸만 늘어나고 있고, 때문에 자연을 지배한 인간은, 이 우주의 주인공이라고 되는 양 멈추어야 할 때 멈추는 법이 없다. 그것이 오만인데, 간략하게 우리 인류가 이런 오만으로 어떤 벌을 받게 되는지, 어떤 경고음이 들려오는지 그런 설정에서 정리해보려 한다.


이 전쟁은 실제일까? 그리고 왜 일어났을까? 투퀴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1권에서 27년 전쟁(기원전 431~404)의 역사 쓰기에 앞서 그리스 역사를 살핀다. 그리고 이 전쟁(트로이아 전쟁)이 일어난 배경, 아니 '인간들의 전쟁이 왜 발생하는지'를 고찰한다. 역사에 편입시키기엔 신적인, 신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1)실제일까, 에 대한 반증은 페르시아의 두 차례에 걸친 그리스 침공이 아닐까. 2)왜 일어났을까와 관련하여, 에우리피데스가 나름 해석했는데, 비극 <헬레네>다. 전쟁 발발의 도화선인 그 헬레네는, 트로이로 간 헬레네는 그저 환영일 뿐이었다는 설정, 여기서 제우스의 전쟁 기획설에 설득된다. 사람들을 좀 솎아내자. 트로이아 전쟁은 그런 이벤트였던 것이다.


'대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우스는 청동 인류를 멸망 시키기 위한 기획을 실행한다. 앞서 거론한 트로이아 전쟁 취지와 다를 바가 없다. 제우스가 대홍수를 일으켜 청동 종족을 멸하고자 할 때, 이들 부부는 프로메테우스의 조언에 따라 방주를 만들어 살아남는다(『그리스 신화』1.7.2.).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가 낳은 딸 퓌르라와 프로메테우스 아들 데우칼리온 부부다. 이들은 믿는 이들 혹은 믿는 서양인들의 시조다. 이름 그대로 신들의 계보는 신들 족보이니까, 이렇게 되었다고 해요, 하는 것이고, 그것이 구약인가, '노아의 방주' 신화다. 철학과 종교가 한 맥락이다. 다른 버전은 영화 <2012>, SF영화 <엘리시움> 등 



전쟁에서 맞이하는 죽음은 총칼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경제 붕괴로 인한 기아, 또 하나 전쟁의 단골 손님 질병, 원인모를 전염병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 바다를 영토 삼아 싸우는 아테나이 제국은 해볼만한 싸움이었다. 그러나 농지를 내어주고 도심으로 소개시킨 피란민 사이에 전염병아 돌아 전의를 상실한다. 이 전쟁의 지휘관 페리클레스마저 전염병으로 사망한다. 

인류의 대전환기를 이끈 것은 코로나19였다. 벌써 4년째다. 3월 10일 0시 기준, 전 세계 코로나증-19 누적사망자는 600만 2,311명, 누적확진자수는 4억 4,280만 6,223명이란다. 기원 전(BC)과 후(AD)로 나누듯, 코로나19는 또 다른 인류사를 가르는 기준이 될 참이다. 『코로나 사피엔스』 이후 달라지는 세계 속 국내 상황을 진단한다. 관련 책들 중 『공간의 미래』에 주목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인간(人間)의 간은 사이 간(間)이다. '간'은 관계 그 이상의 의미다. 인격(人格)은 또 어떤 가, 나무(木)와 나무가 일정한 거리 유지를 해야 모두 생존하듯이 인간 삶에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부의 총량이 늘어났음에도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가 극대화된 세계 곳곳은 아미 전쟁 중이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왔다. 누군가의 기획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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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30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어 "요즘 OOO 씨나 저를 보고 ‘얼굴 천재’라고 한다.”라며 외모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표출해 웃음을 자아냈다.](<스포츠투데이> 2016년 10월) 언제부터인가 ‘얼굴 천재’라는 말이 일상에서 거리낌 없이 쓰이고 있다. 정확히 그 언제가 언제인지를 알 수 없지만, 인터넷 사전은 “얼굴이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풀이한다. 예시로 2016년의 신문 기사를 인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포털 검색 결과, 주로 연예인들을 다룬 기사들에서 따옴표 처리를 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아직은 이런 말의 쓰임을 견제하는 뭔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반응이 좋았던 드라마나 영화의 명대사로도 시대 흐름을 읽을 수 있는데, ‘얼굴 천재’라는 낯선 말을 처음 접했던 드라마가 떠오른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임수향·차은우 주연, JTBC드라마 금토 16부작, 2018.7.27.~9.15)이다. 어릴 적부터 ‘못생김’으로 놀림을 받았고, 그래서 성형수술로 새 삶을 얻을 줄 알았던 여자 ‘미래’가 대학 입학 후 꿈과는 다른 캠퍼스 라이프를 겪으면서 진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성장 드라마. 역시 성형수술이 개입하며 외모지상주의의 반작용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성형술이 세계적인 수준임을 감안할 때 놀라운 일이 아니다. 불과 5년 전 드라마인데, 한 10년쯤 전에 방영된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 놀랍다.▲[아래 댓글]


문득 우리 일상어 권으로 진입한 ‘얼굴 천재’

그런데 외모가 한 사람이 가진 자질(특성)로 평가 기준이 되었던 것은 언제부터일까? 그 연원(淵源)은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기록으로 인재 등용 기준이 되었던 신언서판(身言書判: 신수·말씨·문필·판단력)은 중국 당(唐 AD618~907)나라, 우리는 통일신라 무렵부터라고 한다. 네 가지 기준 가운데에서도 맨 앞이 ‘신(身)’이다. 여기에서의 신수(身手)가 오늘날의 ‘얼굴 천재’처럼 얼굴의 생김새, 외모 지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나, 겉으로 드러나는 용모나 풍채가 인재를, 그리고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오래전부터 작동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제 ‘천재(天才)’라는 단어에 집중한다. ‘선천적으로 보통 사람보다 아주 뛰어난 정신 능력이나 재주’를 뜻하고 ‘그런 것을 가진 사람‘이 천재다. 천재 시인, 천재 과학자,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이처럼 특정한 분야(재주나 정신능력) 앞에 붙어 ’천재‘라는 단어를 쓴다. 물론 ’바이올린 천재‘나 ’과학 천재‘와 같은 쓰임도 가능하므로 ’얼굴 천재‘도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여전히 뭔가 어색하다. 그런데, 천재가 ’선천적(先天的‘(↔후천적 後天的)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지닌 것‘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천재 성형외과 전문의에 의해 태어나는 성형미인, ’얼굴 천재‘는 이 즈음에서 혼란을 야기한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인재 기준, 통일신라부터 시작

내 아이가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인재 판단 기준으로 보았을 때, 어느 분야든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기를 희망하는 것은 부모들의 한결같은 바람일 것이다. 오래된 서양 고전 중에서 그 노하우를 담고 있는 책이 있다. 바로 거의 모든 학문의 개론서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수사학/시학』이다. 얼굴 천재로 키울 수는 없더라도, 뛰어난 말솜씨와 글솜씨, 우수한 판단력을 가진 자연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노하우가 알차게 담겨 있다. 그리고 저자는 『시학』(22장)에서 ’천재‘를 직접 언급한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은유에 능한 것이다.) 이것만은 남에게 배울 수 없는 것이며, 천재의 표상이다. 왜냐하면 은유에 능하다는 것은 서로 다른 사물들의 유사성을 재빨리 간파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시학』 22장, 429면)

제호가 ‘시학(詩學)‘이라고 시의 표현법 중 하나인 ’은유(隱喩)법‘에 대한 강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만은 남에게 배울 수 없는 것”이라고 한정한다. 그리하여 앞서 살핀 ’천재‘라는 의미에 충실하게 은유 능력의 특별함을 강조한다. 누구나 노력한다고 가질 수 없는 능력이라는 것. 그러나 “그가 은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려고 한 과장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들이 따라오지 못하게 하려는 '사다리 치우기'로 보인다. 은유는 학습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것이 현대 교육심리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김용규 지음, 『생각의 시대』 161면, 제3부 생각을 만드는 생각들 제1장 메타포라-은유) 김용규는 현대 철학자 폴 리쾨르의 『살아 있는 은유』(1975) 한 대목을 소개한다. 

 "유사한 것을 알아채고 관찰하고 보는 것, 거기에 시학과 존재론을 하나로 만드는 시인들의 그리고 철학자들의 정신적 섬광이 존재한다.“

은유는 유사성을 통해 '보편성'을, 비유사성을 통해 '창의성'을 드러내는 천재적인 생각의 도구라는 것.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아리스토텔레스가 ’배울 수 없는 것‘이라고 한 은유를 리쾨르는 ’배울 수 있는 것‘으로 여기고 ’노력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은유 능력, 남에게 배울 수 없는, 천재의 표상

은유가 가진 힘과 관련하여 또 하나(혹은 한 분야의)의 참고할 책이 있다. 나익주의 『은유로 보는 한국 사회』(2020)다. 언어학자인 저자는 미국으로 유학하여 프레임 이론을 정립, 유포하고 우리 사고 과정과 사용하는 개념이 은유적임을 간파한 『삶으로서의 은유』를 쓴 레이코프와 존슨에게 공부했다. 『프레임 전쟁』을 비롯 대부분의 선생님 저작들을 국내에 번역 소개했으며, 오늘날 숱하게 쓰고 있는 ’프레임‘이란 개념을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은유는 단순히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넘어 우리의 죽고 사는 문제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교육과 경제, 국제 관계, 성과 사랑, 사회적 재난, 개신교 세계관을 은유로 묘사하는 언어 표현들을 분석함으로써, 추상적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핀다. 물론 이 책도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의 앞서 소개한 부분을 인용하면서(서장) 시작된다. 

한 권으로 묶인 ’수사학‘과 ’시학‘, 저마다 가진 콘텐츠가 어떻게 공조(共助하고 있는지, 관련된 리뷰를 읽은 기억이 있다. 『생각의 시대』에서는 시 읽기, 낭송하기, 기왕이면 암송하기 등 생각의 도구인 ’은유‘ 능력을 습득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저자의 유투브 강연도 있다). 『은유로 보는 한국 사회』는 번역과 집필로 우리 사회에 프레임 이론과 은유 이론을 소개하고 있는 저자가 관심 영역을 중심으로, 우리 일상에 스며 있는 은유의 힘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 현실에서 구체적인 실례를 찾는 과정이고, 집필 기간이 좀 길어서인지 유행이 지난 옷을 입는 느낌이지만, 생생한 ’지금 여기‘ 우리 사회 뉴스들에 숨어 있는 불순한 의도를 떠올리노라면 섬짓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수사학/시학』- 『생각의 시대』- 『은유로 보는 한국 사회』

곧이어 3월, 새로운 학년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필자에게는 지난 이야기가 되었지만, 자녀의 나은 삶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시작한 책들 소개가 길어졌다. 관련 이론들을 찾아 읽으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좋은 부모 노릇을 위해 어른들부터 읽어야 할 책들이기도 하다. 끝으로 『생각의 시대』 175면 한 대목을 소개한다.


”아이들은 작대기를 말(馬)이라고 타고 다니며, 바나나를 전화기라고 들고 다니고, 새끼줄이 뱀이라고 갖고 논다. 그러다 6세 이후부터 학교에 다니면서 점차 부적절하거나 불합리한 은유를 순화해가는데, 그러면서 은유의 사용도 함께 줄어든다. 

왜 그럴까? 주된 이유는 나이가 들면서 은유 능력이 점차 떨어진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다. 유사성이 아니라 동일성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에 의해 아이들이 점차 길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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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4 2022-02-05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얼굴 천재>(by 지에이)라는 웹툰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게임 캐릭터로 변신하는 능력이 생겼다! 그 스킬과, 그 모습이 모두 내 것이다. 나는 이제 언제든 ˝얼굴 천재˝가 된다!” 그런가 하면 <외모지상주의>(by 박태준)라는 웹툰도 연재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는 지금 넷플릭스 드라마(OTT)에서 서비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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