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 어록 - 전 인류의 스승, 넬슨 만델라 최초의 공인 어록
넬슨 만델라 지음, 윤길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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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가 27년여의 기나긴 세월 동안 영어의 몸이 되어 모진 수난을 겪었다는 사실은 우리 누구나 압니다. 바로 비교의 대상으로 삼기엔 무리지만, 아야툴라 호메이니도 고국 이란에서 추방되었던 시절, 육성을 녹음한 테이프가 국내에 유통되면서 이슬람 혁명의 촉매제가 역사도 있죠. 자유를 박탈당한 혁명가의 영혼은, 그를 추종하는 대중과 직접 대면할 없기에, "" "" 간접소통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신, 육성 녹음, 녹취록 등이 매개체가 되는데요. 한편 유통 과정(circulation)에서의 본의 아닌 왜곡 때문에 위인의 말은 당초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와전되기도 합니다. 년도 아닌 27 동안이나 간접적인 수단으로만 대중과 소통해야 했던 그였기에, 남긴 말은 무척 많지만 과연 어떤 것이 진짜 그의 육성인지는 그간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책은 만델라가 서신, 메모, 일기 등을 통해 남긴 다양한 소스의 기록에서 뽑은 명언, 잠언들을, 권위 있는 전문가의 손을 거쳐 권으로 묶은 것입니다. 이런 책이 나올 있었던 배경에는, 만델라 자신이, 기록광이라고 불릴 만큼 정리 수집벽을 지니고 있었던 덕이 크고, 다음으로 그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닌, 깊고도 폭이 넓은 도덕철학의 담지자이기도 했던 까닭에, 참으로 다양한 주제를 놓고 심오한 통찰이 배어나는 잠언을 많이 남겼다는 사실이 자리합니다. 책은 실제로, 키워드별로 편집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상황별로 적합한 말을 참조할 있게 키워드 편집을 놓은 소스라면, 성경 정도는 되어야 그를 두고 이차 편집이 가능합니다. 단일 위인의 어록이 단순한 시대순이 아닌 주제어별 재분류가 가능하다는 실로 어려운 일입니다. 만델라라는 인물의 크기와 비중을 반증하는 저작이 아닐 없네요.

 

책은 키워드의 선정도 진부하지 않고, ( 무엄한 표현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대단히 재기발랄합니다. 중에는, "남탓"이라는 키워드도 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그가 흑인들이나 특정 부족의 대변자를 넘어, 보편적 인류의 대의의 챔피언인지를 있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 같은 악종의 정책에 대해, 모든 실패와 부작용을 전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매번 손쉬운 핑곗거리를 찾고, 자신을 향한 성찰을 게을리한다면, 또한 용납받지 못할 불성실, 직무유기임을 그는 분명히 지적합니다.

 

같은 페이지에는 그가 초등학교에서 행한 연설의 토막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그의 모교이기도 한데, 그는 여타의 위인들처럼 대단히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가 어떤 심리적 배경에서 이런 말을 했는지 정확히 이해하려면, 자매서인 < 자신과의 대화> 다시 읽어 필요가 있습니다. 책의 p34 보면, 우리가 알던 기존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 실리지 않았던 원고의 부분들이 있습니다. 대목들이 삭제되었는지, 혹은 미발표되었는지 우리는 없지만, 내용은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주로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고하는 내용인데, 자연과 대지를 벗삼아 또래 친구들("식객"이라는 독특한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그는 족장의 핏줄이었으므로 이런 군식구를 집에 두는 일도 가능했을 테죠) 마음껏 뛰어 놀며, 세상에 대한 이치와, 보다 근본적인 지식을 깨치던 시간들을 몹시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제도권의 학교 교육이란, 나라는 작은 단위를 넘어 보다 차원의 자아를 형성하는 부족, 공동체의 아이덴티티, 영혼을 심어 주는 데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그의 결론입니다. 한국의 당국자들도 조언을 가슴 깊이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만델라는 또한 그 책의 p76에서, 자신을 포함한 사회 운동가들의 태도에 대한 겸허한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부인 위니 만델라에게 보낸 서신 중에서, 그는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작품 < As You Like It > 구절을 인용하면서, "역경" 비록 마주 대하기에는 고통스럽고 마뜩찮지만, 역경이 인간에게 안기는 과실은 매우 이로운 것임을 역설합니다. 감옥에서 그는 자신의 지난 역정을 돌이켜 보며, 책을 읽고 소화되지도 않은 머리 안을 떠다니는 섣부른 지식이라는 짐을 덜어내기 위해, 대중 앞에서 자못 열띤 어조로 강론하지만, 그것은 청중의 감동을 유발하기 위한 수단일 , 자신은 전혀 진정한 이해에 도달해 있지 못했음을 솔직히 고백하는군요. 겸손한 모습입니다.

 

흑인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백인들까지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아파르트헤이트야말로, 우리 국민들을 향한 가장 폭력의 근원입니다. (p86)

 

말은 남아공 대통령 보타에게 편지의 일부분입니다. 각주에 보면 보타 대통령은, 남아공 역사상 집행권을 가졌던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보타 대통령은 만델라의 오랜 정적이었습니다. 마치 김대중과 박정희의 관계와도 유사했다고나 할까요. 최초의 집행권이라는 말은, 남아공 헌정은 헌법상 총리에게 집행의 실무를 맡기는 구조인데, 권한까지 대통령에게 부여한 헌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이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외교, 군사는 물론 내치와 경찰력까지 손에 쥐게 대통령은 사실상 그가 유일했습니다. 만델라는 571페이지의 복수, 허세라는 키워드에 나오듯, 그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잔혹한 위해를 가한 적수도 용서했습니다.

 

그는 문학적 소양도 풍부한 인물입니다. 186페이지의 "민주주의" 키워드에 보면,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의 시를 인용한 대목이 있습니다. 역사와 희망은 대체로 불일치를 이루지만, 때로는 간절한 열망과 정의가 만나 드문 일치를 이룰 때도 있다는 거죠. 명언을 남기려면 거짓 없는 영혼의 진지한 사색과 수련 외에, 풍부한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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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전략을 파괴하라 - 초경쟁 시대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최고의 전략 강의
신시아 A. 몽고메리 외 지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엮음 / 레인메이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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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의 중요성 이슈는 이제 경영학 전반을 총괄하는 데까지 그 중요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신시아 몽고메리 교수도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경영학계는 최전방의 야전을 고독하게, 무한책임의 비장한 각오로 주시하는 CEO의 자질을 다각도에서 탐구하고 있는데, 이 CEO 리더십 이슈와 파괴적 혁신의 테마가 만나 접점을 이루는 분야가 바로 "전략"입니다. 종래, 전략에 대한 논의는, 국지적인 최적화 방법론의 수립 분야에서 간헐적으로 이워졌을 뿐이며, 근래의 양상처럼 초점이 맞춰졌던 적은 없습니다. 헌데 지금은 대중서 섹터에서조차 "전략"을 제목의 일부로 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 봇물을 이룹니다. 이 책은 분량이 두텁지는 않으나, 대신 다양한 저자들의 캐주얼한 논의를, 개별 부품도에서 시작하여 한 가지 주제를 향해 치밀한 전체 그림을 완성하는 식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보 통 대담 형식의 서술에서는, 대립하는 두 화자의 의견 교환을 통해 논점의 실체가 분명히 드러나고, 독자 역시 주제에 대해 더 치열한 방식으로 숙고,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반면 결론이 정리가 안 되고, 요령 없는 대화자 간의 논전 속에 핵심을 놓치고 말 수도 있다는 게 단점이겠습니다. 1인 저자의 논문형 서술이라면 장단점은 그 반대로 바뀌겠죠. 이 책은, 많은 저자의 에세이를 실어 "전략"이라는 주제에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지루함을 피하게 하며, 간간이 대담 포맷을 삽입하여 독자의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이해까지 돕고 있습니다. 종래의 전략 관련 대중서와는 이 점이 차이입니다.


"전략가는 의미를 만드는 사람이다." 이 명제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입니다. 왜 당신의 기업이 존재해야 하는가. 당신의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없이는 시장의 완결성에 큰 흠집이 생기기라도 하는가. 당신이 빠져 나간 후에 그 자리를 메울 대안은 어느 정도로 이른 시기에 마련되는가. 흔히 기업에도 영혼이 있어야 하고, 이는 CSR이나 도의성과는 별개 차원의 팩터라고 합니다. 사람의 경우도, 일 잘 하고 성과가 빼어나도 그저 효율의 기계로 비치는 사람이 결국 임원 자리까지 못 오르듯, 자기만의 기능적 특장점 외에, 전체 요소를 아우르는 스토리적 일관성이 있어야 동료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죠. 요즘 소비자들 사이에서뿐 아니라 경영학계 전반의 핫 이슈로 떠오르는 이케아의 성공 비결은, 이 책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이케아 얘기 말고는 할 게 없나 싶을 정도인데, 그들은 과연 빼어난 디자인, 혁신적인 포장 방법, 무엇을 과감히 살리고 버려야 하는지 분명한 결단을 내린 공정 등 동종업계에서 따라하기 힘든 노하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대단한 실력파들이죠. 하지만 그런 기능적인 메리트들은, 벤치 마킹 과정을 통해 다른 기업도 따라는 할 수 있습니다. 이케아의 소비자들이 그 회사에 충성하는 이유는, 그 일련의 성장 과정을 통해 이케아가 기술적 성취와 숙련에 머무르지 않고, 그 모든 과정을 영혼 있는 실체가 일관성 있게 지어나가는 스토리로 완성했기 때문이죠. 이게 바로 "의미의 창출"이며, 장기 비전이고, 단순히 템플릿을 채우는 싸구려가 아닌 진정한 "전략"이 되는 것입니다.


좋은 컨셉트를 다 끌어담았다고 좋은 전략이 되는 건 물론 아닙니다. 공저자 중 한 분인 루멜트 교수(정말 너무 유명한 분들이 책 한 권에 다 모셔져 있더군요)는 이런 전략을 두고, 전략이라고 할 수도 없는 잡동사니이며, 엔트로피 덩어리라고 혹평합니다. 소비자를 향한 허풍과 사기라고까지 말합니다. 전략가(따라서 리더, CEO)는 추상적인 과제와 목표 중에,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 하는지 분명히 아랫사람에게 정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일례로 "달착륙"이 미션으로 떨어졌을 때, 그 달의 표면이 부드러운지(혜성의 오랜 세월 동안 충돌 때문에 토양은 매끄럽게 빻아졌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황무지처럼 거칠지, 뾰족한 가시밭 같을지, 가능성은 여럿으로 존재합니다. 전략가는 이 모든 시나리오를 동등하게 유효한 취급을 하며, 하위 엔지니어들에게 실천적 세부 계힉을 완성하라고 명령할 수는 없습니다. 가능한 시나리오가 셋이라면, 그 양립할 수 없는 나머지 둘은 버리고, 하나만을 골라 프로젝트를 짜야 합니다. 나머지 둘이 현실의 가능성으로 드러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책임은 CEO가 지는 겁니다. 엔지니어들은 전략가가 큰 그림으로 정해 준 시나리오 하에, 세부 작업에만 몰두하게 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게 지도자의 결단이라고 할 수도 있죠.


논 쟁적인 이슈도 많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다베니 교수 같은 이는 문휘창 교수와의 대담에서, 마이클 포터가 종래 문제삼은 "가격-품질"의 선택적 딜레마는, 현재의 환경, 혁신 아니면 죽음을 강요당하는 기업의 상황에서 무의미하다고 합니다. 가격과 품질이란,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가 희생되어야 하는 관계가 아니며, 혁신의 차원에서 동시에 추구되어야 하는 가치라는 거죠. 일본 역시 종래의 도그마에 집착하다오늘날의 곤경을 맞이했고, 어제까지 유효한 전략이 오늘 낡은 것으로 추락하는 일은 흔히 보는 현상이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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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왕 박태준 - 쇳물보다 더 뜨거운 열정
신중선 지음 / 문이당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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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난 시대 한국의 급속한 개발 독재 시기에 대해서는 찬반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그 와중에서 어느 시각으로부터건 일관되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는 (딩연하게도) 참 드문데요. 그 중에 단연 첫손에 꼽히는 이라면 바로 박태준 초대 포철(현 포스코) 회장입니다. 그가 박정희의 최측근으로, 군 장교 시절부터 깊은 인연을 맺어 왔으며, 군사정변 이후에는 (바로 이 책의 주제가 되고 있는 내용에서 보듯) 철 강 산업은 물론 소규모 영세 공장 하나 변변한 꼴이 없었던 한국에, 국가 기간 산업이자 경제의 대동맥이라 할 수 있는 거대 종합 제철소를 처음으로 건설하고,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의 영리적, 산업적 성취를 이뤄 낸 기적의 주역으로, 거의 이견이 없이 국민 모두의 가슴과 뇌리에 새겨져 있습니다.


박태준 씨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정치계에 잠시 몸을 담았다가 자당(自黨)의 대톨령 후보로 선출된 김영삼과 사사건건 충돌하였고, 김의 대통령 당선 후에는 정계 은퇴는 물론 도일(渡日)까지 감행했습니다. 김영삼 정권은 그의 비리를 조사한답시고 갖은 수모를 주고 곤욕을 치르게 했으며, 그는 이 때문에 모친상도 치르지 못한 채 이국에서 처량한 시절을 보내야 했었죠. 그가 공적(公的) 커리어에 있어 재 기의 기회를 맞은 건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였습니다. 이때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선거를 앞두고 대연합 전선을 결성하여 그 찰떡 공조를 과시하고 있을 시절이었습니다. 만약 대구, 경북 지방을 대표할 만한 인사 한 명이 추가로 합류한다면 대세를 확정지을 수 있는 분위기였죠. 박 전 회장은 흔쾌히 김대중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여 세칭 DJT 연대의 결성에 한몫을 하게 됩니다. 새 정부에서 그는 국무총리를 역임했고, 퇴임한 후에는 북한 경제특구에 파견되어 황무지에 가까운 척박한 현황을 극적으로 타개하는 대역사에 관여할 것을 희망하지만 결국 좌절한 경험도 있습니다. 이후 그는 건강악화와 노환으로 타계하지만, 만약 이때 박 회장이 북에서 일정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다면, 한반도 아닌 동아시아 전체의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아무도 장담 못 하는 상황이 전개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부분은, 그의 인생 최절정기인 대한중석 회장, 포철 창업자로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던 바로 그 시절입니다. 성공한 인물에 대해서는, 흔히 과장되고 불필요하거나 부당한 포폄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벌써 당시만 해도, "박정희가 그처럼 감싸고 돌며 특혜를 주는 사업이라면 누가 못 하겠는가? 땅짚고 헤엄치기나 마찬가지며, 개인 착복이나 없는지 조사해 봐야 한다."는 말이 수 없이 나왔다고 합니다. 오히려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에서야, 이 위인은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흔히 개발독재 시절의 사업 추진에 대해서는, 은행 돈을 사금고처럼 쓰며 파렴치한 운용이 당연시되던 암흑시절로 간주되곤 합니다만, 최근의 저축 은행 비리나 국민은행 사태에서 보듯 오히려 지금보다 당시가 더 깨끗한 일면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보면, 대한국제제철차관단(KISA라고 이 책에서 내내 약칭됩니다. 요즘 말로 하면 일종의 컨소시엄 같습니다) 프로젝트를 당시 정부에서 간신히 마련하여, 장기영 부총리(한국일보사의 오너이고 당시 정계의 거물입니다)의 지휘 하에, 박태준을 실무 총책으로 하여 진행되게 합니다. 문제는, 내자건 외자건 말은 여기저기서 (대의에는 공감한다며) 흔히 나오지만, 아무도 선뜻 실물의 자금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더라는 거죠. 박정희가 싸인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보증하는 사업이었건만, 외국은 물론 국내은행조차 선뜻 돈을 내놓으려고(융자) 하지 않으니 기가 막힐 일이었습니다. 이때, 한일은행측에서, 아무 담보물도 없는 박태준에게 "당신의 열의를 담보로 하겠다."며 선뜻 투자에 나섰으니, 만약 이 손길이 아니었으면 한국 제철 산업 뿐 아니라 전체 경제사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틀어졌을 터입니다. 5공 시절만 해도 재벌들은 정계 수뇌부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탈법적 수단으로 은행 돈을 끌어다 썼는데, 그 검은 커넥션에 관여한 대표적 인물이 이원조 같은 사람이 죠. 이첧희, 장영자 등이 저지른 부정으로 대형 시중 은행 하나가 치명타를 입기도 했고(조흥은행), 제일은행은 바로 대우조선 부실을 떠맡느라 은행으로서의 위상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면, 금융계의 풍조라는 게 세상이 투명해지고 발전하는 추세에 오히려 역행해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박 회장이 고작(?) 은행 융자 하나를 받는 데 그런 고생을 했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박 회장이 모셔야 했던 상전은 박정희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장기영 부촐리는, 이 KISA와 계약을 대단히 부실하게 체결했었는데, 일이 도중에 잘못되어도 채권단에 약속 이행을 전혀 강조할 수 없는 허술한 구조였음을 박태준은 알게 됩니다. 자기 이름을 걸고 추진한 사업이 부실덩어리가 되는 꼴을 도저히 볼 수 없었던 그는, 제철소 기공식에 불참을 통보합니다. 당연히 정부에서는 발끈하고 나섰으며, 박정희에게 보고가 들어가서 그는 청와대로부터 긴급한 소환을 당하게 됩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진상을 차분히 털어 놓고, 낯빛이 변한 박정희는 바로 다음 날 장기영 경제 부총리를 해임하게 되었다는군요. 이런 사실 역시 저는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참고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행사가 지금까지도 한국일보 주관이며, 지금도 상당한 권위를 자랑하는 백상예술대상은 바로 이 장기영씨의 아호에서 그 이름을 딴 것입니다. 당시 이 인사의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했는지를 알고 이 대목을 읽으면 그 의미가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참 고로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백상 장기영이 자신의 해임 통보를 받고 나서도 행사자에서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태연하게 축사 등의 진행을 맡아 치르더란 사실까지 적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거구의 사업가가 어느 정도 배포가 크고 걸물급이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입니다.


박 회장은 그 이후에도 까다롭고 권위적인 관료들을 상대하느라 곤욕을 치릅니다. 해외의 투자자들을 상대하는 일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는데, 비록 박 회장이 일본통이었다고는 하나 입맛 까다로운 일인 돈줄을 컨트롤하기란 거의 곡예에 가까웠다는 회고입니다. 기껏 계약을 체결하고 정부의 싸인을 받으려 하니, 그 고압적인 태도로 유명한 김학렬 부총리(장기영씨의 후임은 박충훈씨였고, 이분은 그 다음을 이었습니다. 박충훈씨는 1026 직후 잠시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기도 합니다)는 여러 번에 걸쳐 퇴짜를 놓았습니다. 이때 박 회장은 정말 설움이 북받쳤다고 하는군요. 참고로 김학렬 부총리 역시 대한민국 경제 기획 콘트롤 타워로서 혁혁한 공적을 남긴 분이니 독자들이 너무 나쁘게 볼 건 아닙니다. 그분 역시 반 세기에 한번 날까 말까한 천재형 관료였습니다.


박 회장 하면 우리는 "쪼인트까기" 같은, 군대식으로 돌아가는 강철 같은(?) 강압적 경영자로만 인상을 갖기 쉽습니다. 군대식으로 밀어붙이면 뭘 못하겠느냐는 쉬운 선입견도 여전히 두텁죠. 그런데 이 책을 보시면, 1968년 당시에 박 회장은 직원들(임원이 아니라 평직원입니다)을 위해, 당시 한국으로서는 상상이 안 될 만큼 깨끗하고 쾌적한 사원 주거 단지를 건설한, 사원 복지제도의 선구자였습니다. 재벌들도 본격적인 복지 시스템을 갖춘 건 1970년대 중반 이후로 알고 있습니다. 이 당시 새로 건축된 사원용 거주단지를 보고 다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금 세계 경제 대국 반열에 든 한국의 대기업 처우와 비교할 건 아니죠. 당시에는 이런 게 전혀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직원들이 자기 일에 신나게 몰입할 수 있어야 좋은 성과가 나온다고 생각한 판단의 결과였습니다. 그는 이처럼,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 스타일은커녕,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여우처럼 읽을 줄 아는 대인 전술의 귀재이기도 했던 거죠. 이런 수완은 일본인 은행가들을 상대할 때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가망이 없던 투자 계획을 오로지 현장에서의 멋진 접대로 성사시킨 일이 꽤 된다고 합니다. 정말 배워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네요.


분량은 그리 두텁지 않은데, 다룬 내용이 압축적이고 필치가 박력있어서 책을 덮고 뿌듯한 보람이 밀려 왔습니다. 10년 전에 이 책보다 훨씬 두꺼운 전기가 타 출판사에서 나왔는데, 그 책은 작가의 주관이 좀 많이 개입한 픽션에 가까워서 큰 감동이 없었습니다. 이 책은 선택과 집중 면에서 현명한 태도를 취한, 근래 나온 중에서 가장 내실 있는 박태준 관련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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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스몰캡 업계지도 - 숨겨진 가치주가 한눈에 보이는 비즈니스 지도 시리즈
정근해 지음, 우리투자증권 스몰몬스터팀 엮음 / 어바웃어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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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캡이라고 제목은 붙어 있지만, 대형 우량주에 대한 설명 역시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은, 공부를 많이 해야겠구나. 그리고 공부에 대한 수요가 (이제는) 두텁게 형성되다 보니. 이렇게 깔끔하게 편집된 참고서가 나오는구나 하는 점입니다. 정보 면에서 충분히 알찬 책은, 편집에는 소홀한 경우도 왕왕 있는데요, 이 책은 수록한 정보도 많은 데다, 그 정보를 정말 보기 쉽게 레이아웃하고 있어서, 이 정도 가격에 독자가 이런 서비스를 받아도 되는가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혹시 책을 보신 분은 제 말에 동의하실 수도 있을 거에요.

요즘 개미분들한테 초미의 관심사인 코웨이, 과연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참 편집도 세심한 것이, 코웨이라고 사명을 적은 밑에 (옛 이름 웅진코웨이)라 고 따로 적어 놓고 있기까지 합니다. 비상장 법인까지 포함하면 유사한 이름이 있어서인 까닭도 있겠지만, 저런 배려 하나에도 기업의 지난 이력, 그리고 닥칠 문제점의 성격에 대해 암시적으로 일러주는 것만 같습니다. 간단한 요약 설명 같아 보이지만 태영건설에는 SBS와의 지분 관계를 다 적어 주고 있죠. 본디 SBS는 영남의 중견 건설 업체(오너가 서울 법대 출신이죠)인 태영(당시에도 일반인들은 잘 몰랐다고 합니다)에 게 다소의 특혜 시비를 부르며 지상파 면허가 주어졌죠. 현재는 아파트 브랜드 때문에 많이들 알려졌고요. 이들 업체는 물론 스몰캡이 아닙니다. 그런데, 스몰캡 중에 정말 알짜를 캐치하려면 시장의 현황 전반을 알아야 하고, 우량주의 디테일을 알아야 그 "가치성"이 눈에 잘 띄게 마련이죠. 주식 시장의 구조와 속성에 대한 연구가 아닌, 실 존 기업과 산업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아무리 많이 쌓아도 지나친 게 없습니다. 워런 버핏은 젊은 시절 언제나 투자 이전에 해당 기업을 직접 방문해서 실사를 했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부모 밑에서 시황의 부침을 밀착 체험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닌 이상에는 필드의 형편을 알아야 "촉"이 바른 방향으로 길러지게 마련입니다. 스몰캡을 잘 알려면 빅캡을 먼저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책 은 물론 강소기업에 대한 안목을 기르는 게 목적입니다. 과연 강소기업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현재 한국에는 일반인이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기업이 있습니다. 중소기업 어음 부도율도 당국에서 매번 발표하는 중요 지표입니다만, 기업 환경이라는 게 요즘은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릅니다. 쓰러지는 기업도 많은 반면, 대중의 큰 관심이 기울여지지 않은 영역에서 탄탄한 기술력과 특허 자산으로 무장한 우량기업도 엄청 많이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벤처 광풍이 불면서 그 건전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도 제기되었지만, 이후 우리의 기업 생태계도 근본적인 변화를 겪은 게 사실입니다. 무엇이 강소기업인가? 아무래도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전통적 업종에서보다는 신기술 개발의 첨단에서 악전고투하는 업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여기 잘 될 줄 알았어!" 꼭 투자수익의 규모와 실속을 떠나, 자신의 안목을 확인하는 일만으로도 뿌듯한 체험입니다. 정치판은 하루 아침에 인맥이 단절되는 수가 있지만, 실물의 투자와 건설에 기울인 정직한 땀과 노력이 대체로 평가를 받게 마련인 사업계에서는, 오랜 시간에 걸친 기업의 역사를 두고 행하는 분석이 결국은 투자 공부의 정석으로 통할 때가 많습니다.

이미 네이버나 카카오톡은 개미들이 넘보기 어려운 귀한 신분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향후 IT의 신흥 강자를 미리 점치려면, 이들의 연대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지금 반도체 공부 해 봐야 이미 늦다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섬유 무기재료 이런 것들은 다 한물 갔다고 단정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요즘 들으면 그 무식의 대담성에 눈이 휘둥그레지겠죠. 아직도 반도체는 개발과 개선의 여지가 많은 드림월드area입니다. 이건희 회장은 사석에서도 전문가 수준의 반도체 담론을 꺼내는 게 취미라고 합니다. 여기는 아직까지 살벌한 경쟁의 장이며, 오늘의 기린아 삼전이 내일 어찌될지 아무도 장담 못하는 실정입니다. 하이닉스가 그 굴곡 많은 경로를 거쳐 SK의 품에 안긴 모습인데, 현재 그룹이 어려우니 그 편안한 미래는 이 시점에서도 낙관을 못 합니다. 이런 주가는 업종현황만 타는 게 아니라서 말이죠.


중국에 진출한 우리 화장품 업계의 장래에 대해선 탄탄대로라고들 하십니다만, 디테일은 언제나 순진한 기대를 배반하죠. 이 책의 태도는 대체로 보수적입니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밸류 체인을 이렇게 그래픽으로 한눈에 파악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누구라도 감탄할 만하지 않습니까? 그동안 공부에 들인 노력이 이 책 앞에서 좀 허무해지는 느낌이네요. 이러면 주식 공부가 너무 쉬워지는 것 아닌가요?


개별 기업 명세뿐 아니라 산업별 분석과 전망도 이처럼 정연하고 명쾌합니다.


우 리가 무슨 큰손도 아니고, 글로벌 실물 지표에까지 이렇게 친절한 프리젠테이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좀 과분한 서비스입니다. 이렇게 친절한 브리핑을 들었으면, 당장 수익률 200%를 달성하기라도 해야 책 앞에 부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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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의 대화 - 넬슨 만델라 최후의 자서전
넬슨 만델라 지음, 윤길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만델라의 자서전은 이미 한 권이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RHK에서 펴낸 이 책은 그 포맷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네요. 이 책은, 만델라가 남긴 메모라든가, 동료, 기자, 그 외 여러 관계자와 나눈 대화의 기록, 편지 등에서, 의미 있는 기록들을 발췌해서 주제별로 엮은 모습입니다. 그러니, 소설처럼 연대기를 읽어 나가고 싶은 분들에게는 두터운 볼륨을 빨리 읽어내기가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 런데 이 책은, 전에 나온 자서전과는 다른 "존재 이유"를 갖는다고 봐야겠는데요. 비유를 하자면, 빠른 속도로 돌리는 영사기의 필름과, 앨범에 정리되어 한 순간 한 순간이 분명히 찍혀 나온 스틸 사진과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볼 때에는, 장면의 전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여간 주의하지 않으면 정확한 사태의 전개가 무엇이었는지 놓치고 지나갈 수 있습니다. 벌어진 사태에 대해서, 장면 하나하나를 정확히 관찰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진실을 이해하기보다는 주변의 맥락과, 보는 우리 자신의 선지식에 의해 적당한 "해석"을 거쳐 받아들이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반면 스틸 사진은, 우리가 정지 화면으로 몇 분이고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피사체에 대한 정확한 모습을 알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반면 전후 맥락을 알 수 없고, 캡처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오히려 지나치게 미시적인 관찰이 전체를 왜곡할 수도 있죠.

이 책은 만델라의 긴 인생의 순간순간, 그가 가장 자신의 영혼에 진정성 있게 다가간 때에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남긴 말들을, 가감 없이 그대로 잡아낸 단편적인 기록들을 편집한 모습입니다. 만델라 재단이 기록물 자료로 보존하고 있는 1차 문헌에서, 전체로 묶어내어 하나의 완성된 의미틀을 갖출 수 있는 언명들을 모은, 만델라라는 위인의 인성을 그대로 잘 드러낼 수 있는 모습을 캡처해 낸 조각들이라고 볼 수 있네요. 이 책의 자매편으로 <만델라 어록>이 있는데, 그 어록집은 만델라가 남긴 가장 정제된 문장만을 모은 것이고, 이 책이 인용하는 기록들은 "날것 그대로의 만델라 육성"을 채록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이 책만의 장점이라면, 우리가 흔히, 민주주의와 인권, 인류 보편의 대의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운, 그래서 인생의 태반을 영어의 몸으로 보낸 영웅, 투사, 성인으로서 떠올리는 전형적인 모습 외에, 인간적인 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또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거죠. 전에 나온 자서전이, 여러 사람들이 지적하는 바처럼 "집단 창작"의 느낌이 짙은 편이고, 그의 구체적인 행적들을 이야기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묶으려고 다소 윤색과 가공이 입혀진 색깔이라면, 이 책은 피사체의 정직한 (때로는 당혹스러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게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그가 마치 마하트마 간디처럼 숭고한 정신과 완벽한 도덕주의로 일관했던 걸로 알고만 있지만, 그는 감옥 안에서나 그 이전 ANC 활동 중에서나 "무장 투쟁"의 가능성과 효력을 절대 잊지 않고 있었다는 겁니다. 에드가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 별>이나, (게릴라전이 아닌 정규전의 정석을 가르치는) 클라우제비츠의 저서를 탐독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단호한 투사로서, 비겁하고 잔인한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험한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투사로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려서 족장의 후예에게 관습적으로 강요되는 결혼을 피하기 위해 도피했다든가, 법학사 학위 취득에 장애가 되는 라틴어 이수를 면제해 달라고 청원하는 모습이라든가, "결국 내가 읽은 책이라곤 이런 것들밖에 없네요.. 아, 그 책의 저자 이름이 뭐였더라?" 하고 격의 없는 속마음을 토로하는 장면 등은, 이 책 표지와 속지 곳곳에서 가식 없이 환히 웃고 있는 그의 모습과 더불어, 한 "인간"으로서 그의 매력을 자연스레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원서에도 없는, 한국어 번역본만의 빼어난 점이 있습니다. 역사, 인문 대작 번역의 대가인 윤길순 선생이 언제나 독자를 위해 정성껏 마련하는 성의이기도 하죠. 책 말미에 보면, 등장하는 인물들의 약력, 생애, 만델라와의 관계 등을 잘 정리해 준 소사전이 있습니다. 본문을 보면서 이해 안 되는 항목이 나오면 수시로 참고할 수 있고(인명은 퍼스트 네임 기준 가나다 순입니다. 혼동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미리 이 소사전을 읽고 본문을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뒤에는 지도까지 실려 있는데, 지명을 범례로 따로 정리하고서는 이 지명에 얽힌 만델라의 행적을 연도별로 하나하나 정리해 주고 있 어서, 만약 "만델라 능력 검정 시험" 같은 게 있으면 이 책 한 권 읽고 만점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만델라의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실려 있는 백과사전 같은 책입니다. 책을 읽을 때는, 남아공 백인 지도자 데클레르크라든가, 투투 주교, 그리고 만델라보다 세 살 많은 그의 "조카" 마탄지마 같은 인물들에 대해 정확한 좌표를 잡고 읽어야 100% 소화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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