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보이스 키싱
데이비드 리바이선 지음, 김태령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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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알아 주지 않고 심지어 경멸, 적대시, 단죄까지 하려 들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관계와 가치를 꿋꿋이 지켜 나가겠다는 어린 소년들의 생각이란 기특한 면마저 있습니다. 물론 곁에서 지켜 보는 어른들로서는 말리고 싶지만 말입니다.

이 소설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키스 기네스 기록을 세우기 위해 서른 두 시간이나 키스를 이어나가는 두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사랑에 빠진(게다가 남보기에 전혀 손가락질 받을 구석 없는) 정상적인 청춘 남녀 사이라고 해도 이런 장시간 동안, 설령 그저 껴안고만 있으라고 해도 신물이 날 텐데, 하물며 키스라니. 농담 아니라 아무리 버닝하는 기간이라 해도 이 정도 스탠스를 버티려면 신물, 염증, 구역질이 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개방적인 사회라고 해도, 어느 문명권이든 헤테로 연애가 절대 다수 성향이며, 요즘 미국 영어에서 gay라는 단어가 그대로 욕처럼 쓰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이런 종류의 사랑은 결코 환영 받지 못합니다. 어린 나이라서 그저 본능과 순정에만 충실하여 이런 과감한 행각을 벌일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장래가 결국 안타까운 국면을 맞이할 줄 뻔히 미래가 보이는 입장에서, 아무리 그 순수함이 극적인 이벤트로 증명된다 해도 여전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게이라고 해서 일편단심 같은 상대하고만 연을 이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해리와 크레이그는 현재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서로 ex-인 관계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미친 짓"을 감행한 건, 같은 학교 티리크가 아무 이유 없이 부당한 폭행을 당한 사실에 대한 의분이 주된 동기이기도 했습니다. 즉, 미친 짓인 줄은 본인들도 잘 알고 있으며, 현재 사귀는 관계도 아니지만, 더 미친 선입견과 부당한 폭력을 당연시하는 기성 사회에 대한 반항의 이벤트, 혹은 마니페스토로 그들은 이 무모한 도전을 벌인 것입니다.

그 주변에서 공인한 이성 관계라고 해도 공개 키스는 여전히 뭔가 뻘쭘한 게 사실입니다. 하물며... 여튼 정의롭지 못한 폭력, 사적 영역 침해는 단호하게 비판 받아야 마땅하며, 양심과 순정에 기반한 용기 있는 소년들의 결단은 따뜻한 격려를 받아야 그게 의당 취해야 할 사회의 시선이고 자세입니다. 실화라고 하니 이들의 결단과 (어려웠을) 행보가 그 의기 꺾이지 않고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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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쑹훙빙 지음, 차혜정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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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이 달라지면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도 합니다. 올바른 관점이 자리잡히면 여태 잘못 봐 왔던 현상과 사물이 비로소 바른 실체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국제 정세와 경제는 너무도 많은 당사자가 참여하는 거대한 게임이며, 이 복잡다단한 현상 중에 무엇이 우리의 생존에 의미심장한 영향을 끼치는지, 무엇이 그저 맥거핀에 지나지 않는지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올바른 "관점"의 장착은 이런 이유에서 너무도 중요하며, 믿을 만한 저자(혹은 팟 캐스터)의 관점은 적어도 진지한 참고 대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 쑹훙빙은 십여 년 전 <화폐전쟁>을 저술하여 중국 본토는 물론 한국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며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 유명인입니다. 중국에서는 재치 있는 표현과 독특한 프레임으로 많은 고정 독자를 몰고 다니는 지식인들이 여럿 있으나, 쑹훙빙처럼 그 유명세와 영향력의 범위가 한국에까지 두루 미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경제경영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물론, 세계 곳곳을 휘어잡는 이면의 트렌드를 날카롭게 포착하는 관점, 그 관점의 독창성이야말로 많은 구독자들이 그의 컨텐츠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전작 <화폐전쟁>이 상당 부분 미국과 유럽의 정치사에 치중했다면(물론 대개는 유대자본의 헤게모니 성립 과정을 다루는 내용이었으나, 특히 이 신저와 비교하면 정치사회 섹터 서술에 더 많이 치중했었음이 두드러집니다), 이 책은 에너지 자원 확보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치열한 막후 쟁투에 보다 초점을 두었다고 하겠습니다. 세월이 십 년 가까이 지났으니 그간 급변한 국제 정세도 쑹훙빙의 독특한 "관점"에 의해 업데이트 된 부분이 많고, 무엇보다 자원 확보라는 글로벌 경쟁의 다양한 국면을 세세히 기술한 점이 돋보입니다.

쑹훙빙의 책은, 그의 책을 집어 든 독자가 기존에 어떤 관점을 가졌든 무관하게, 재미있게 술술 잘 읽힌다는 게 최고의 장점입니다. 이 책 역시 분명 다소 무거운 주제를 잡고 심각한 국제 정세의 각축을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책이나 읽는 듯 흥미롭게 책장이 넘어갑니다. 에너지 자원의 집중 분포는 지구상 어디에 이뤄져 있을까요? 초등학생도 무리 없이 대답할 수 있을 만큼, 화석 에너지 자원이란 바로 중동 땅에 묻혀 있는데, 이곳 사람들이 세계 어느 민족, 인종보다도 독실히 믿고 있는 종교가 바로 이슬람교입니다. 이뿐 아니라 그들은 종족, 부족의 공감대에 기반한 자부심이 매우 강합니다. 따라서 향후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쟁투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를 에측하려면 바로 이들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능한 자기계발서 저자, 모티베이터, 강연가 들은 뻔하고 익숙한 이야기도 새로운 재미를 불어 넣으며 청중, 독자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쑹훙빙은 중국 현지에서 엄청난 수의 구독자를 거느린 크리에이터이기도 한데, 그는 이 책 중에서 자신의 능력을 유감 없이 발휘하며, 꼬일 대로 꼬여 있는 서남아시아 일대의 역사를 최대한 간략하고 흥미롭게, 맥락을 잡아 가며 쉬운 말로 풀어 줍니다. 이 책은 당초의 의도가 에너지 자원 쟁탈의 국제 구도를 설명하는 데 놓였겠으나, 이슬람과 서남 아시아의 정치, 문화사를 이해하는 개론서로 쓰여도 될 만큼 포괄적이고도 쉬운 필치로 까다로운 주제가 잘 소화되어 있습니다.

저자 쑹훙빙은 수시로, 피와 살을 갖춘 실존 인물로서 이 책 중에 등장합니다. "내가 특별히 연구하고 수십 권의 책을 읽어 본 결과..."라든가, "이스라엘 여행을 준비하던 내게, 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이스라엘 당국에서 내게 연락을 취해 와 이런저런 주의 사항이나 팁을 알려 주었다" 같은 대목이 특히 그렇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십여 년 전 <화폐전쟁>이 대 히트를 쳤을 때 많은 네티즌들이 "쑹훙빙은 실존 인물이 아니며 중국 당국에서 자신의 프로파간다를 퍼뜨리기 위해 세팅한 가공의 저자 명의에 불과하다"란 주장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의 실체를 의심하는 이들이 없지만(강연, 팟캐스트 등을 실제로 보았기에), 그로서는 이런 루머들이 적잖이 부담스러웠었는지 책 곳곳에 이런 흔적을 남겨 두었더군요.

쑹훙빙의 "관점"은 지나치게 중국에 치우친 게 아닌지 예전부터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런 비판도 의식했는지, 곳곳에서 "중국"을 "조국"이 아닌 게임의 당사자 중 하나로 설정한 듯한 말투, 분석이 눈에 띕니다. 물론 그렇다고 완전한 관점의 중립화, 객관화가 이뤄진 건 아닙니다. 여튼 한국 독자 관점에선, 이런 견해가 현재 표준적이고 유력한 "중국 여론 지도층"의 스탠스를 분명히 대변한다고 보고, 꼼꼼히 읽고 숙려를 거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쑹훙빙은 그저 자신이 스스로 설정한 스토리, 프레임, 관점의 전달과 교조화에만 몰두하는 저자가 아닙니다. 이 점은 그가 지나가듯 흘리는 단어 속에서 오히려 확인 가능했는데, 예컨대 앞에서 잠시 언급한 "이스라엘 당국에서 어찌 알고..." 같은 에피소드에서도 그렇습니다. 저자는 "...아마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인터넷에 오가는 사소한 정보를 통해서도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사건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하는 듯 보였다" 같은 분석 중에, 그가 단지 시사경제 분석가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보 당국이 기술적으로 어떤 수단과 시스템에 의존하는지 메타적으로 부지런히 파악하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이스라엘이 AI를 활용하는 방식도 놀랍지만, 무심히 흘려 보내지 않고 이런 사소한 경험을 통해서도 각국 정보 당국의 활동 방식 이면을 추측하는 그의 내공 역시 놀라운 면이 있습니다.

이 신저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서남아시아 일대에서 에너지 수출입의 주요 허브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암투과 각축전을 상세히 설명한 대목들입니다. 특히 파키스탄의 서남쪽 발루치스탄의 과다르 항은 중국이 일찍부터 눈독을 들이고 많은 자본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개입 때문에 번번히 좌절을 맛보다가 근래 들어서야 중국 손에 경영권이 넘어온 경우입니다. 책에서는 애초부터 적임자에 관할이 넘어왔어야 할 항구가 미국의 방해 때문에 헛돌고 있었던 듯 서술하지만, 사실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국제 무대에서 책략을 부리는 건 마찬가지이며, 결국 승자가 중국이 된 과정만 봐도 사정이 짐작 가능하다고 봅니다.

책에서는 또한 중국의 외환 보유고 규모,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는 중국의 자세 등을 냉철히 살피고도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사실 타국에서는 우리처럼 그리 자주 쓰이는 어휘는 아닙니다. 이 책은 그에 해당하는 말로 "공업 4.0"이란 개념이 주로 인용됩니다. 이 말은 독일에서 신 산업 플랫폼으로 자리해 가는 "Industrie 4.0"의 번역어로 보입니다. 이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 대한 설명(적어도 중국 측의  "관점")이 아주 소상하지는 않아 그 부분이 다소 아쉬웠지만, 다른 대목이 워낙 재미있어 그리 큰 단점으로 여겨지지는 않았습니다.

책의 원제는 "鴻觀"인데, 이는 저자 쑹훙빙의 팟캐스트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그의 이름 중 한 글자를 딴 브랜드이기도 하고, 혹은 "燕雀安知(연작안지) 鴻鵠之志哉(홍곡지지재)"를 출전으로 삼은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합니다. 관점도 범용한 관점이 있고, 탁월하여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관점도 있습니다. 이처럼이나 세계가 급격한 변화의 흐름을 타는 지금, 과연 우리만의 관점이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 볼 국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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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스스로 얼마얼마가 소득이라고 신고했을 때, 평소에 기업해 오던 장부상의 수치와 일치하면 원칙적으로 아무런 추가 수고가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결과는 현실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고, 반드시 무엇을 빼든, 더하든, 수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것을 소득처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소득처분 행위, 즉 "더 벌어들인 만큼을 원 소득에 보태라"고 하건, 반대로 "이만큼은 빼라"고 하건 간에, 이 소득처분이 있음으로 해서 비로소 납세 의무가  생기는지(반대로 없어지는지), 그렇지 않고 처음으로 소급해서 경제 활동 시점 당시부터 생기고 생기지 않고를 결정하는지는 다툼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회사 A가 국세청에 백억원을 6년 전에 벌었다고 신고했는데 이후 국세청에서(혹은 A가 고용한 회계사가) 20억원만큼을 소득으로 추가했다면, 이 20억원은 6년 전에 번 것인지, 아님 지금 고치는 시점에서 새로 생긴 걸로 간주할지에 관한 다툼입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기간이 5년 이내이기 때문이죠. 6년 전에 벌어들인 걸로 보자면, 비록 나중에 발견했다고 해도 벌써 5년이 지났으므로 세금을 부과할 수 없습니다. 개인 간의 채무는 소멸시효가 적용되는데, 이런 건 적절히 독촉만 하고 그 증거만 남기면 원칙적으로 (십 년을 넘어) 무한정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세행위는 소멸시효가 아니라 제척기간을 따지므로 적절한 시점에 "집행(재판을 걸어 공매처분을 한다든가)"을 하지 않으면 다 없어집니다.

만약에, 살펴 보니 이만큼 더 벌었네? 라면서 플러스 금액을 발견한다면 이런 건 "유보"라고 합니다. 반대로, 요만큼은 번 데서 빼야 한다고 마이너스 처리를 하면, 이걸 "△유보"라고 합니다. 저 세모 표시 같은 게 마이너스라는 뜻입니다. 책에 보면 "...이런 유보, 혹은 △유보는, 이후의 사업연도에서 다른 세무조정에 상쇄되는 게 보통이다..."라고 합니다. 즉 이번 연도에 "유보"가 있었다면, 다음 혹은 그 다음 연도에 꼭 △유보가 한 번은 발생하여, 없던 결과나 마찬가지로 간다는 거죠.

그럼 뭐하러 번거롭게 뺐다 넣었다를 반복하느냐, 세금은 대개 1년을 단위로, 누진제를 적용합니다. 그래서 특정 연도에 소득이 많이 신고되면, 일정 부분이 다음 해로 미뤄지는 것보다 세금을 더 낼 수 있습니다. 5년 혹은 10년 단위로 총액이 같아도, 매 년 고르게 분포되는 게 기업으로서는 유리할 때가 많습니다. 반대로 플러스 유보 처리가 되었을 때, 다음 해에 마이너스 처리가 되니 결국 손해가 없을 듯해도 실제로는 (여러 이유 때문에) 덜어져 봐야 별반 좋을 게 없는 경우가 또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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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배우는 미적분
히사시 요코타 지음, 박재현 옮김, 박구연 감수 / Gbrain(지브레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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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히사시 요코타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 3D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자연스런 움직임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미적분이 필요하게 되었다. 수학의 한 부분이 과학, 경제, 문화의 보다 앞선 기술과 일상생활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수학이 일상을 지배하게 된 건 이미 수백 년(적게 잡아도)이 지났습니다. 또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 때문에, 그 부모들은 모르고 아이들이 새로 갖게 될 직업은, 이 수학을 일상에서 갖고놀다시피해야 할 직종이 거의 대부분일 것입니다. 어찌보면 저 "3D 영화나 애니메이션" 역시, 대략 15년 정도 앞서서 도착한 미래형 산업, 직종일 수 있습니다. (단, 심지어 지금까지도, 저들 창의적 엔지니어들에 대한 대우가 합당히 이뤄지지 못한다는 게....)

"역삼각함수"는 거꾸로 된 삼각형 안에서 사인 코사인 값을 구한다는 게 아니라(그건 아무 의미 없습니다), x를 sin x로 보내는 것 등이 삼각함수라면, 거꾸로 sinx 값을 x로 보내는 것 등을 말합니다. 이는 sin의 인버스(inverse) 꼴로도 표시하고, 혹은 arcsin x 처럼 쓰기도 합니다. 그래프의 개형(대략의 꼴)은 인터넷에 찾아봐도 수없이 나옵니다만 그래도 재미삼아 공학용 계산기에 돌려 보니 다음과 같습니다.


sin 그래프는 무한히 계속되는데 저건 어째 생긴 게 좀 심심합니다. 이 이유는 원칙적으로 사인 함수의 경우도 그 역함수를 도출할 수가 없어서입니다. x값이 달라지면 y값도 달라져야만 하는데 알다시피 0에서 2π(대략 6.28)까지 나오는 -1에서 1 사이의 값이 계속 반복이 되죠. 뿐만 아니라, 정확하게는 0과 π/2 (대략 1.57) 사이의 값에서만 서로 중복되는 게 없으므로, 0과 2π 사이가 아니라 0과 π/2 사이에서만 함숫값을 설정해야 합니다. 이렇다 보니, 뭔가 그리다 만 것처럼 그래프 모양이 저렇지요. 하지만 매우 정직한 모습입니다.

과학도서 서평 이벤트로 책좋사 회원님들께도 잘 알려진 사이언스올 사이트( http://www.scienceall.com/%ec%97%ad%ec%82%bc%ea%b0%81%ed%95%a8%ec%88%98inverse-trigonometric-function/ )에는 이런 이미지가 게시되어 있습니다(일부 캡쳐).


이 그래프는 뭔가 생긴 것만 봐도 신뢰가 가는데, 사실은 대뜸 처음부터 저렇게 나오는 게 아니라 구간을 잘라서 이어붙여야만 가능합니다. 하나의 x값에 벌써 여러 개의 y값이 대응하는데, 이런 건 중1 수준의 수학에서 "함수가 못 됨"으로 판정받습니다. 허나 그렇게 협소하게 함수가 정의되어서야 무슨 이론이 전개될 수가 없죠(중1이 대2더러 옳다 그르다를 판정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중등 저학년 단계에 이건 된다 저건 안 된다 한계부터 미리 긋는 내용보다, 상상력을 키워 주는 내용으로 커리를 설정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이 그래프를 한번 좌우대칭시키고, 다시 오른쪽으로 90도 회전시키면 사인함수 그래프가 나옵니다. 혹은, 1사분면을 반분하는 45도 직선을 그은 후 거기다가 대칭을 시켜도 결과가 같습니다. 이는 삼각함수- 역함수 경우 뿐 아니라 모든 함수에 있어서 공통되는 이치이며 이것이 안 되면 애초에 역함수 관계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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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기회와 타이밍이다
위민훙 지음, 정유희 옮김 / 새로운제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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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창업은 기회와 타이밍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인) 독자인 제 생각으로, 창업뿐 아니라 모든 경제활동의 키 팩터는 바로 타이밍이 아닐까 하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어느 특정 지역의 부동산가가 오른다 내린다, 주식이 이게 유망하다 아니다 등은 일반론으로는 아무 의미 없습니다. 거시적으로 "이제 부동산은 끝났다, 비트코인은 위험하다" 같은 진단을, 아무리 많은 근거를 들어 내려봐야, 현실에서 당장 오늘도 어제도 큰 재미를 봤다는 사람이 속출하는데 어쩌겠습니까. 그저 운이 좋아서다? 수익을 올린 이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해당 분야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그 앞에 가서, 어디서 어설프게 주워들은 지식으로 이게 끝났네 저거 못 믿네 떠들어봐야 상대도 안 해 줄 뿐더러, "돈도 없는 게 사고방식도 꼴통이구나" 하고 아예 사람 취급도 못 받습니다.

공부한다고 다 성공한다는 게 아니라, 해당 분야에 대해 공부를 통해 소양을 쌓는 게 필요조건이라는 뜻입니다. 그 필요조건을 충분조건으로 좁혀 나가는 건 바로 타이밍의 정확한 포착이고, 타이밍이란 뭘 위한 타이밍이냐 하면 바로 (순식간에 내 앞을 스쳐지나가는)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부 안 하는 사람한테는 이 기회와 타이밍 자체가 오지를 않습니다. 얼토당토 않은 자기 합리화 타령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저능한 실업자한테야 말할 것도 없죠.

저자 위민훙(한국식으로 한자를 읽어도 꽤 발음이 비슷한 "위민홍"이니다)은 처음에 학원 강사로 주요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중국이나 우리나 (일본이나) 자녀 교육 시키는 걸 무척 중시하는 풍조라서, 신흥 개발 도상국으로 막 발돋움할 무렵(혹은 전후 복구 시기)에는 자녀 교육 섹터에 무척 돈이 많이 쏠리나 봅니다. 한국 같은 경우 더 이상 계층 이동이 가능하지 않은 단계로 사회가 이행하다 보니 자녀 교육 투자에도 열기가 시들해지는 분위기가 없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교육 바람은 잦아들지 않습니다. 다만 승자 독식 현상이 두드러져서 경쟁력 없는 학원들은 점차 문을 닫는 추세인데, 애초에 안이하게 특정 지역 건물에 입주만 하면 알아서 학생이 모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일을 벌이니 이렇게 되는 거죠.

저자 위 회장의 경우 처음에 (인기) 학원 강사와 페이 협의가 잘 되지 않으면 아예 나가라고 배짱을 부렸다고 합니다. 만약 수업이 비면 자기가 알아서 채웠는데, 본인 자신이 실력이 있다 보니 운영에 아무 문제가 없더라는 거죠. 이처럼, 경영자란 사실 유능한 사람을 부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부리는 사람들의 재주를 어느 정도는 본인이 장착을 하고 모범, 시범을 보일 수가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촉한의 소열제처럼 인덕이 무한해서 웬만한 잡놈 도둑놈들도 다 인격으로 감복을 시킬 수 있든지 말입니다. 그런데 이 역시 하늘이 허락한 자질이라야 한다는 게....

이분도 이과 출신이다 보니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 묘사된 앨런  튜링의 사연에 큰 흥미를 보이는 대목이 책에 나옵니다. 튜링의 이론 중 정작 핵심이 되는 대목은 전혀 이해를 못 한 채, 몇 개 중에 몇 개만 통과하면 인공지능으로 볼 수 있다는 이른바 "튜링 테스트"만 사골뼈처럼 울궈먹으며 사기를 치는 어느 사이비하고는 큰 차이가 나죠.

위 회장이 책 서두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자칫하면 사회에서 사장될 뻔한 젊은 인재를 후원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 영화를 보고 새삼 깨달...은 건 아니고, 그전부터 후원 사업을 해 왔지만 그 영화를 보고 새삼 동기를 더 굳혔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위 회장은 이 말을 하는 중, "애플의 로고에 베어먹힌 사과가 들어간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루머"라고 하며 다소 배경 사연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데, 이 이야기가 한 이십 년 전에는 대학가나 인터넷에서 아주 인기 있기 떠돌았으나 현재 해당 회사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부인하기 때문입니다. 과학적 지식과 이치를 정확히 이해하기보다 아침드라마 막장 사연 같은 뒷공론거리에만 열을 올리는 사이비 풍조는 지양되어야 마땅하죠.

"신둥팡은 그야말로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이다." 일개 학원 원장님으로 시작하여 오늘날 거대 자금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는 위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법인체에 대해 이 같은 자부심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저 말에서 포인트가 놓인 곳은, "거대한"이란 형용사도 형용사이지만 그보다는 "플랫폼"입니다. 플랫폼이란, 자신이 깔아주는 거대한 장터에, 제각각의 재주를 보유한 다양한 인재들이 몰려와 저마다의 좌판을 벌이고 흥겹게 생업을 이어가는 광경을 연상하면 되겠습니다. 아니면, 우리가 거의 매일 같이 보는 폰 속의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같은 걸 연상하면 됩니다. 플랫폼이 지나친 갑질을 일삼아도 문제지만, 애초에 플랫폼이 없었으면 갈데도 없었을 사람들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마음이 다르다는 식으로 룰을 무작정 무시하고 드는 풍조도 곤란할 것입니다.

위 회장은 말합니다. "지금은 자기의 재능과 개성을 과시해야만 살안남는 시대이다." 물론 아무 재능도 없이 남의 말이나 베끼면서 사기를 강박적으로 치고 다니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위 회장이 여기서 경계하는 건, 맨날 신세 타령 남 탓이나 하고 억울하다는 소리나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요즘 같은 세상에 남까지 해롭게 하므로 당장에 퇴출시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도 자신이 부당한 대우나 강요를 받고 있다고 여긴다면, 그는 자신의 위치를 잘못 설정했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같은 학원인 출신인데도 어쩜 이렇게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칭화 대학 재학 중에 외모가 나보다도 형편 없으면서 인기 듀오 가수로 활동 중인 슈이무옌화 이야기를 해 보겠다(p194)." 참고로 위 회장은 북경대 출신입니다. 위 회장의 버전으로 이 책에서 설명되는 저 듀오의 사연이란, 칭화대 재학 중 가뜩이나 적은 여학생 수(공과대 계열이 어느 나라나 사정이 비슷하죠)였던 데다, 외모까지 저러니 어디서 청춘 사업을 벌일 여지도 못 찾던 불쌍한 형편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던 울적한 소회를 노래로 풀어대던 게 느닷 대박이 나서 오늘날 연예인으로 입지를 굳혔다는 건데.. 여튼 위 회장은 이렇게 설명한다는 거고요. 얘기의 결론은 "능력이란, 그 사람만이 지닌 내적인 자격이다."입니다.

위 회장은 비단 여기서뿐 아니라 책 저 앞에서도 유독 외모 거론(?)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p134에서 자신이 지금 재무담당으로 거느리는 CFO 셰둥잉(謝東螢. 사동형. 아마 중국어 원서에는 간자로 萤이라 인쇄되었을 텐데 출판사에서 용케 정자체로 고쳐 주셨네요. 이런 성의를 봐서라도 책에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습니다) 얘기를 꺼내는데, 지독하게 못생겼지만 머리 하나는 기막히게 좋다며(세상은 이래야 공평한 건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안되는 오탈이는... ㅠ), "나를 1년만 딱 고용해 주면 신둥팡을 보란 듯이 상장시켜 주고 나가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시절을 회상합니다.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안 나가고 버틴다"며 지레 불평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너무 고마워서 계속 있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행간에서 다 배어납니다(반어법). 이처럼 지도자(경영자)는 냉혈한처럼 머리만 좋아서 되는 게 아니라 푸근한 인간적인 매력이 배어나는 타입이라야 합니다.

영어에서 자기부정(self-denial)이란 말을 종종 하는데, 사실은 이게 우리 동양인들에게도 아주 눈에 익은(오히려 더 친숙한) 개념입니다.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손 감독이 낙오자들을 이끌고 무인도에서 지옥 훈련 하는 걸 떠올리면 됩니다. 요즘은 이런 게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경원시되기도 하지만, 사람이 극한의 고행으로 자신을 스스스로 몰고가 다른 존재로 거듭나는 건 차라리 감동작이기까지 합니다(이런 걸 아주 싫어하여 퇴행을 거듭하면 뭐 지금 저 바보오탈이처럼 되는 거죠).

위 회장은 자기 지인 중 한 사람이 완전 초보였는데 감옥에 4년 수감되었을 때 영어 공부 하나만 파서, 나올 때에는 전문가가 된 사례를 소개합니다. 이와 바로 비교할 건 아니지만 좀 비슷한 예로, 한국에도 수감 기간 중 영어 공부만 들입다 파서는 텝스 만점 받은 사례가 있다는데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위 회장이 여기서 또 드는 다른 예는, 투르게네프의 단편 <도박>입니다. 위 회장은 아마 제목이 기억 안 났는지 "투르게네프의 어느 작품"이라고만 하는데 저도 고등학생 때 이 작품을 매우 감명깊게 읽어서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서평 중에도 종종 인용합니다ㅋ). 못난 오탈이도 도박을 참 좋아하지만 인생에 접목시키는 패턴의 방향성은 서로 극과 극이라고 봐야죠.

대학 졸업장이 과연 중요한가? 위 회장은 이 책 곳곳에서 저 칭화대 출신 가수 슈이무옌화 이야기라든가, p54에서 빌 게이츠, 잡스, 저커버그 등 모두 대졸자가 아니라면서 능력 앞에 졸업장이란 아무 소용 없다는 말까지 합니다. p194에서는 "무능자가 자기 무능을 가리는 수단이 바로 대학 졸업장"이라고까지 극언합니다(졸업장마저도 시원찮은 오탈이는 어쩌라고). 그러나 제 생각에는, 능력은 능력대로 개발하더라도 졸업장은 챙겨야 이후 사회에서 쓸데없는 일을 안 겪는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에는 실력이 좋으니 고액과외만 하며 돈 펑펑 벌고 아무 부족한 것 없이 살다가 정작 학교로 돌아와보니 적성에도 안 맞는 전공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서(그렇다고 돈 많겠다 취업 필요도 못 느끼겠고) 졸업을 아예 포기한 케이스가 많은데, 이 역시 곤란한 겁니다.

한국에서도 요즘은 사교육 병폐를 거론하는 일이 좀 줄어들었는데, 위 회장은 "온라인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가 교육의 보편화"라고 지적합니다. 쉽게 말해서, 양질의 인강이 널리 싼 가격에 보급되다 보니 예전처럼 기회의 불균등은 그닥 심각하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거죠. 여튼 위 회장은 이걸로 떼돈을 벌어 청년 창업(그 중에는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도 많을 겁니다)을 지원하는 엔젤투자가(angel investor)로까지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위 회장은 앞으로 자신의 신둥팡을 잘게 쪼개어 개별 벤처 기업으로 다 독립시키고 심지어 일부는 지분까지 다 처분하는 통큰 경영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한국 재벌사도 일부 이런 패턴이 눈에 보이지만 이 레벨까지 가려면 멀었는데 북경대 출신 엘리트 답게 참 막힌 데 없이 호탕하다는 생각입니다.

p181에선 마윈 회장을 잠시 거론하는데 마윈은 학원 하다가 다 말아먹었지만 자신은 여기서 벌써 성공했었다며 은근 자신감을 드러내네요. ㅋ 그런데 다음에서 바로 이런 말도 합니다. "나도 마윈처럼 실패했었다면, 다른 시장으로 곧바로 옮아가서 또다시 도전하고, 마침내 성공했을 것이다." 지금 이 책을 위 회장이 쓴 취지는, 남의 돈을 지원 받으려는 청년이라면 이 정도 자질을 갖춰야 한다는 어떤 사업가상을 밝히기 위해서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단 한 마디로, 아무리 실패해도 바로 일어설 패기와 근성이 있는 "바로 위 회장 자신 같은 타입"을 원한다고 이 책 결론(bottom line)을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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