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그대의 사랑을 알다
무라카미 사치 지음 / 인디고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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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표현이 서투르다는 건, 다른 말로 바꿔하자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지 못한다는 말과 같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좋으면서도 퉁퉁거리는 등 속마음과는 다른 행동으로 상대에게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때문에 다시 상처받고 또다시 감정을 숨기며 삐딱선을 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지도 모른다. 감정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은 대개 마음이 여려서 쉽게 상처받는데 그게 자신의 잘못인줄 알면서도 잘 고치지 못하는, 그리고 자신만이 상처받는다는 생각을 하는 불치의 병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 고리를 한번만 확실하게 끊으면 그후로는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건 쉬워진다. 근데 그게 참 어렵단 말이지.

이 단행본에는 여섯커플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커플중 한사람씩은 앞서 말했듯 유난히 감정표현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다. 이 서투른 이들은 어떤 식으로 사랑을 이루어가게 될까.

표제작인 <밤, 그대의 사랑을 알다>는 회사동기간의 이야기이다. 즉 리맨물이란 말씀. (내가 좋아하는 리맨물~~) 표지에 보이듯 겉모습자체로 고지식함을 풀풀 풍기는 미나미는 활발하고 인기많은 키지마와 연애중이다. 늘 다정한 연인인 키지마를 보면서 미나미는 늘 갈등한다. 과거의 연인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던 것이 늘 마음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키지마의 다정함에 기대고 싶어하면서도 또다시 과거의 일과 똑같은 일을 겪을까 먼저 두려워하는 미나미. 근데 미나미는 과거에 발목이 잡혀 간과하는 게 하나 있다. 키지마와 과거의 그사람은 똑같은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말이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그걸 계기로 좀더 발전할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지만 과거에 발목이 잡혀 현재의 행복마저도 놓친다면 그건 바보중의 상바보다. 다행히 미나미는 바보가 되기 직전에 돌아섰다. 축하하오, 미나미.

양식 레스토랑 '고양이 가게'를 무대로 하는 두편의 이야기는 소꿉친구인 오너와 쉐프의 이야기와 알바생과 그 동급생의 이야기로 나뉘어진다. 고양이 가게란 이름이 붙어있지만 고양이는 없는 가게. 이 가게의 오너 아키라는 무뚝뚝한 인상이라 손님을 내쫓기 일수이지만 다행히 사근사근한 아키라 덕분에 손님은 그럭저럭 있는 편이다. 적자가 나기 일보직전의 가게, 아키라는 가게 회생을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건 바로!!! 오오오, 요즘 내가 모에하는 동물귀! 게다가 고양이귀! 무뚝뚝한 인상의 아키라에겐 어색하게 잘 어울리지만 그게 또 손님을 불러모으는 마네키네코역할을 하게 되었달까. 물론 알바생인 하야카와가 더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알바생 하야카와는 마음에 두고 있는 상대가 있다. 그건 바로 동급생인 이가라시. 이가라시에게만은 고양이 귀를 달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일부러 이가라시에게 퉁퉁거린다. 이가라시가 자신에게 했던 '멋있다'는 말과 고양이귀가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이 고양이귀가 이 둘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계기가 되니 이 또한 좋은지고.

부모님의 재혼으로 형제가 된 두 사람이 있다. 나이는 동갑. 근데 사이는 별로 안좋다. 어느날 호마레의 비밀을 엿보고만 히로나리는 왠지 가슴 한구석이 찡해진다. 호마레가 자신의 형인 유키나리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그러나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는 법. 형 유키나리가 별안간 결혼을 한다고 하는데... 역시 틱틱거리는 건 고교생까지만 귀엽다. 다 큰 어른이 퉁퉁거리고 틱틱거리는 건 역시 별로란 걸 이 작품을 보면서 다시금 느꼈달까. 호마레정도 되는 녀석이 툴툴거리니 귀여운거지. 참, 여기에선 호마레와 히로나리의 학교가 달라 교복도 두가지 타입이 나오는데, 역시 난 호마레가 입은 블레이저 타입보단 히로나리의 가쿠란이 더 맘에 든다. 왠지 복고적인 느낌이 나는 검은테 안경에 검은색 머리카락, 그리고 검은색 가쿠란이라뉘!! 이거 참, 가쿠란만 보면 난 정말이지...(쿨럭)

만남 사이트를 통해 만나게 된 신과 사토. 근데 오늘 신이 만난 사토는 만남 사이트의 그 사토가 아니었다. 사람을 착각하게 되어 만나게 된 경우다. 근데 고교생인 신에게는 오히려 이런 만남이 더 좋을지도 모르지. 어린 녀석이 일회성 만남이라니... 알고도 모른 척하는 어른과 알고도 아닌척 하는 귀여운 고교생의 달콤상콤한 연애의 시작을 담은 <감미로운 유혹>을 보니 케이크가 급 땡기는구려~~

마지막 작품인 <비를 기다리고 있다>는 고교동창이었지만 한참만에 재회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교시절에 한 번 고백했다가 뻥하고 차였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류지는 재회한 츠바키의 모습에 다시금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두근거리는 것. 그거, 사실 사람 힘으로는 어떻게 안되는 거잖아? 에휴, 이런 사람을 보면 참 안타깝지. 그러나, 이 작품에도 작은 반전이 숨어있으니... 서투른 고백으로 상대에게 오해를 샀던 류지와 서투른 표현으로 류지를 매몰차게 밀어냈던 츠바키. 이젠 어른이 되었으니, 어른답게. 알았지?

무라카미 사치의 작품은 뭐랄까, 꽤 담백한 편이라서 좋아하는데 너무 담백해서 싱겁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뭔가 하나만, 조금만 더...라고 말하고 싶어진달까. 그렇다고 나쁘단 건 아니고 아쉽다는 느낌이 많이 남는다. 여기에 실린 단편들도 마찬가지. 조금만 더... 뭔가가 있었으면 훨씬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서투른 사람들의 풋풋한 감정을 표현한 부분만은 좋다. 설정된 캐릭터에서 좀더 나가면 츤데레가 되겠지만 츤데레까지는 가지 않는 캐릭터도 상콤하다. 그게 매력이라면 매력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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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키벤 8 : 토호쿠 편 2 - 철도 도시락 여행기 에키벤 8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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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 시코쿠와 츄고쿠, 간사이, 홋카이도를 지나 토호쿠 지방의 에키벤을 맛보며 기차여행을 하고 있는 다이스케는 프랑스 아가씨인 크리스티나와 동행중이다. 이번에 그들이 여행하게 된 곳은 토호쿠 지방중에서도 태평양쪽에 위치한 곳이다. (지난 3월에 있었던 대지진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기도 하다) 

 

미야코란 역명을 들었을 때는 나도 헤이안 시대의 수도를 뜻하는 미야코를 떠올렸지만 한자가 헤이안 시대의 미야코는 都, 토호쿠 지방의 미야코는 宮古라 쓴단다. 하여튼 일본어는 동음이의어가 너무 많단 말이지. 이곳에서 눈에 띄는 에키벤은 당연히 '딸기 도시락'이다. 딸기란 말이 있어서 싱싱한 과일을 떠올렸건만, 땡! 여기에서의 딸기는 성게알을 삶은 것을 말한단다. 성게알을 삶으면 그 알이 탱글탱글해져서 꼭 노란 산딸기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성게알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다지 상상이 안된다. 미야코역의 두번째 에키벤인 '바닷가 전복의 짝사랑'은 말그대로 전복 도시락이지만 청어알 조림이나 연어알도 풍성하게 들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복을 별로 안좋아해서...

이와테 누마쿠마이의 에키벤은 우마쿠나이~~ (うまくない우마쿠나이)란 말장난이 재미있다. 우마쿠나이는 맛없다는 표현이지만, 실제론 우마이(うまい~~) 이곳의 유명한 에키벤은 사나에 할머니의 찰밥 도시락. 대나무 껍질 도시락 상자안에 찰밥과 다양한 반찬이 가득 들어있다. 저렴하면서 건강에도 좋은 도시락이란 느낌이 든달까.

일본의 동화작가로 유명한 미야자와 겐지의 고향인 하나마키 근처는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을 비롯해 미야자와 겐지가 <은하철도의 밤>을 쓸 때 영감을 얻었던 옛교각도 있다. 이곳의 유명 에키벤은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명에서 따온 '주문이 많은 요리점'과 이와테의 브랜드 돼지고기로 만든 '백금 돼지'가 있다. '주문이 많은 요리점'의 경우 계란을 빼고는 모두 채소 반찬이다. 채식주의자였던 겐지를 위한 도시락이 이런 느낌일까. '백금 돼지'의 경우 백금이란 표현때문에 화려할 것 같지만 의외로 소박한 돈까스 도시락이다. 밥을 다 덮을 정도의 돈까스 도시락이랄까. 음, 맛있겠다.

이치노세키역의 히라이즈미 요시츠네와 센다이역의 해산물 츠네나가 도시락, 독안룡 마사무네 도시락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전국시대의 무장이름에서 유래한 도시락이다. 이상하게도 무장들의 이름은 뭔가 거한 느낌이 든다니까. (笑) 그러나 이름과는 달리 그렇게 거한 도시락은 아니다. 히라이즈미 요시츠네의 경우 호두 영양밥이 특색있고, 해산물 츠네나가 도시락은 사사카마보코와 고래양념튀김이 들어가 있는 게 특징적이다. 독안룡 마사무네 도시락은 세가지 주먹밥이 들어 있는데, 왠지 무장과는 잘 안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소박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맛은 꽤 좋을듯한 느낌이 든다.

오히려 화려한 느낌을 주는 도시락은 케센누마역의 '황금용의 바다밥'과 '뱃줄도시락'이었다. 그림상으로 보기에도 좀 거한 느낌이랄까. 특히 '황금용의 바다밥'은 상어 요리가 들어있는데, 케센누마가 예로부터 상어잡이와 참치잡이로 유명한 곳이라서 그렇단다. 쳇. 내가 사는 지방은 내륙지방임에도 불구하고 상어를 많이 소비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상어를 돔배기라 부르며 젯상이나 잔치상에 올리곤 한다. 하지만 난 샥스핀은 질색이다. 상어 지느러미 요리를 위해 상어의 지느러미만 잘라서 바다에 버리는 장면이 잊혀지지가 않기 때문이다. 미식을 위해 먹는 것치고는 상어가 치뤄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느러미가 없는 상어는 산채로 바다에 버려져도 곧 죽을 수 밖에 없다)

토호쿠 2편의 대미를 장식하는 야마가타역 '붉은 꽃의 고향'은 일본식 도시락답단 느낌이 강하고 '소고기밥'은 소고기가 대부분을 차지해 반찬수는 적어도 오히려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일본식 도시락은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찔끔찔끔 담겨진 반찬 가짓수가 너무 많다고 할까나. 보기엔 멋지지만 먹을 땐 의외로 손가는 게 적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난 오히려 일품식에 가까운 도시락이 더 마음에 든다.

이 작품은 철도 이야기와 도시락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지만 늘 그렇듯 난 에키벤에 더 주목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철도나 기차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 물론 기차를 타는 건 좋아하지만 - 그렇겠지. 아니 그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笑) 뚱보 식신 다이스케와 미녀 식신 크리스티나의 토호쿠 여행은 주욱 이어진다. 다음 편까지. 다음편에서도 맛있는 에키벤 기대할게요~

사진 출처 : 책 뒷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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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선 - 뉴 루비코믹스 1125
자류 도쿠로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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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인 척, ~아닌 척 하는 시림들이 있다. 그건 그 사람이 거짓말쟁이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이 너무 여려서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보고도 못본 척, 듣고도 못들은 척,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건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걸 인정해 버린다면 어떤 결과가 닥칠지 두렵기 때문에.

대학생 몬지는 자신의 일보다는 남의 일을 더 생각해주고 배려해주는 사람이다. 늘 누군가의 뒤치닥꺼리를 도맡는달까. 특히 연애 문제로 늘 눈물 마를 날이 없는 치에는 자신에게 문제가 생길때 마다 몬지를 찾을 정도이다. 늘 치에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몬지. 하지만 그런 치에를 보면서 마음 한구석은 늘 불편한 몬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치에를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머리속으로는 사랑이 아니란 걸 알면서 질질 끌려다니는 그 모습이 자신과 꼭 닮아 있기 때문이다.

몬지가 만나는 대상은 치바란 녀석으로 몬지와의 관계에 있어서 늘 대강대강이란 느낌을 준다. 처음엔 치바가 좋아서 만났지만 치바의 태도에 조금씩 상처를 받으면서 자신이 정말 치바를 좋아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는 몬지. 결국, 아무 의식없이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치바에게 한소리를 하고 만다.

치바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나쁜 남자다. 상대와 복잡한 관계가 되는 건 딱 질색이고, 상대의 진심을 제대로 받아주지 않는다.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치바 역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치바가 그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권리가 있는 건 아니다. 세상 누구나 상처를 끌어안고 산다. 하지만 그런 상처는 스스로 치유해야 하는 것이며, 자신이 상처를 받지 않기위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몬지는 그걸 깨달았던 것이다.

이 일을 통해 몬지는 좀더 성장한다. 누군가를 배려한다고 했던 행동이 결국 자신만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와 더불어 자신만의 세계에서 좀더 넓은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된다. 치바와의 관계에만 치중한 나머지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았던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치에도, 몬지도 자신만의 상처에 갇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자신을 바라보며 아파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우리는 소중한 존재가 늘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다가올 상처가 두려워 깨닫지 못하면서도 깨달은 척하는 야호선을 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걸 깨부수는 건 결국 당사자의 몫이다. 치에가 그랬고, 몬지도 그랬듯이.

뒤에 수록된 <치사량의 사랑을 담아서>는 고교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학원물이다. 무심코 건넨 한마디가, 무심코 보여준 관심이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고, 그 파장이 다시 본인에게로 향하는 걸 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원래 학원물이라면 질색하는 1人이건만, 이 작품은 풋풋하고 순수하고 귀여워서 빙그레 미소가 지어질 정도였다. 모든 것이 '처음'이 되는 순간은 얼마나 애틋하고 설레는 순간일까. 그 모습이 마지막 한장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자류 도쿠로의 작품은 처음이다. 표지를 봐도 그다지 내 취향의 그림이 아니라서 망설였었는데 의외로 내 스타일이었달까. 어쩌면 나도 이런 걸 잘 알 것 같은 기분이야 하는 느낌이었달까. 바보같은 몬지, 바보같은 치에를 보면서 사랑스럽다 여기게 되는 건 어쩌면 나도 바보같은 선택으로 바보같은 행동으로 흔들린 적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사람들 중에 그런 느낌을 받는 사람이 꽤 있을지도, 라는 생각도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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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만쥬의 숲 1
이와오카 히사에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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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만화같은 그림(귀엽다는 뜻입니다), 따스하고 코믹한 스토리를 가진『고양이 동네』의 작가 이와오카 히사에의 또다른 작품『파란 만쥬의 숲(원제: 호시가하라 파란 만쥬의 숲)』은 깊고 조용하고 신비로운 숲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표지의 초록색 나무와 풀들이 우거진 숲속길에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우리를 신비로운 세상으로 이끌어줄 듯한 느낌을 준다. 저 깊은 숲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하지 않아? 우리를 따라와 봐, 라고 말하는 듯 하다.

호시가와라라는 마을에는 마을 한가운데 깊은 숲이 있다. 주변은 모두 변했지만 유일하게 그 숲만은 마을이 생겨날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귀신이 나오는 숲으로 유명하지만 실제로 그 숲속에는 한 남자와 여러 정령들이 살아가고 있다. 애완용으로 길러지다 버려진 닭, 아이들에게 쫓기던 개구리는 이 숲으로 들어오면서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숲이 가진 신비로운 힘이랄까. 하지만 이 숲에 왜 그렇게 신비로운 힘이 깃들게 되었는지는 마을의 전설에 근거해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숲에 살아가는 유일한 인간인 소이치는 어린 시절 만났던 시나코를 다시 만나기 위해, 그리고 시나코와 같은 세계의 주민이 되기 위해 스탬프를 모으고 있다. 이 스탬프는 정령들에게 도움을 줄 때마다 하나씩 추가된다. 어린시절부터 정령을 볼 수 있던 눈을 가졌던 소이치는 가족이 모두 뿔뿔이 흩어진 후 혼자서 살아오고 있지만 그의 곁에 정령들이 있기에 그렇게 외롭지는 않다. 오히려 외톨이가 된 소이치가 더이상 외롭지 않게 해주는 것이 이 정령들이랄까.

숲을 돌보고 숲의 정령들을 돌보는 것이 하루 일과인 소이치. 깊고 고요한 숲이지만 이런 저런 일이 끊이지 않는다. 버려진 닭을 새로운 가족으로 맞아들이기도 하고, 신령스러운 바위에서 떨어져나온 작은 돌멩이 정령을 돕기도 하고, 죽어가는 고목에게서 스즈(은방울꽃의 정령)를 구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다망한 가운데, 반갑지 않은 손님이 소이치를 찾아온다. 그건 바로 소이치의 가족을 뿔뿔이 흩어놓게 만든 존재, 바로 바람의 정령 노와키(태풍)이다. 시나코를 좋아하는 노와키는 시나코를 소이치에게 빼앗기지 않으려 늘 소이치를 노린다. 정령들은 사심도 없고 그저 자연에 순응해서 살아가는 존재인줄 알았는데, 여기에 나오는 정령들은 각기 모습도 다르고 개성도 다르다. 인간처럼 질투를 하기도 하고, 자신의 미약한 능력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 마음 자체는 순수하달까.

아직 도입부라 뭐라 말하긴 힘들지만 이야기 자체가 순수해서 기분좋은 미소가 절로 떠오르는 작품이란 것만은 이야기할 수 있다. 이와오카 히사에만의 유머코드와 순수함이 결합된 작품이랄까. 각자가 지닌 사연도 그렇고 앞으로 벌어질 여러가지 일도 그렇고 여러모로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뒤에 수록된 <서랍 속>이란 작품은 코끝이 찡해질만큼 따스한 작품이었다. 내용상으로 보면 굉장히 슬픈 내용이지만 그것을 미소로 바꿔놓는 힘을 지닌 작품이랄까. 아이를 지극하게 여기는 부모님의 마음이, 그리고 그 부모님을 추억하는 마사히로의 마음이 너무나도 따스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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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애니멀 컴퍼니 - 뉴 루비코믹스 1129
CJ 미찰스키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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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미찰스키는 독특한 소재의 만화를 잘 그리는 작가인데, 이번엔 의인화 동물귀이다. 미소녀 만화나 게임에서 주로 등장하는 동물귀는 때로 BL물에서도 볼 수 있긴 한데 자주 볼 수는 없는 것이라 책 표지를 보고 싱글벙글하면서 구매했었다. 개인적으로 개나 고양이같은 동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사람 모습에 동물귀와 꼬리를 다는 것도 꽤 귀엽다고 생각한다. 작가 후기를 보면 동물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다. 대놓고 비교하니까 확실하두만. 이러다 앞으로 의인화 동물귀에 모에할지도... (푸핫, 자꾸 내가 이상한 인간이 되어가는 듯한)

검은 고양이 쿠로는 숲속에 있는 동물들의 도시에서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다. 근데 이것 참, 인간 세상도 그렇지만 동물들의 세계에서도 검은 고양이는 불길한 것이라 여겨지고 있는 모양이다. 은근히 미신을 따진달까. 그래서 쿠로는 늘 열심히 살아가는 데도 불구하고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부모에게도 버림받았으니 말 다했지 뭐. 이런 쿠로에게 어느 날 러브레터가 도착한다. 이 러브레터에 가슴 두근거리는 쿠로. 이제껏 사랑은 커녕 인정도 받지 못하는 존재였다가 러브레터를 받으니 당연히 가슴이 뛰겠지.

쿠로는 도대체 자신에게 러브레터를 보낸 것이 누구인지를 찾아 보다 그 대상이 의외의 인물이란 걸 알게된다. 호오라, 쿠로와는 완전히 반대의 색을 지닌 백사자 회장님이 바로 그분이란 것~~ 고귀한 신의 사자라 여겨지는 백사자와 불길한 것의 상징이라 여겨지는 검은 고양이. 쿠로는 혹 자신의 존재가 백사자에게 누를 끼칠까 전전긍긍하지만, 그 반대로 몰래 하는 연애는 달콤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 두 마리(?) 사이에 큰 영향을 주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데...

늘 혼자지만 씩씩한 쿠로, 다른 동물들의 숭배을 받지만 외로운 백사자. 어쩌면 둘의 만남은 필연일지도 모른다. 배척과 숭배는 어떤 의미에서는 비슷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가까이 하기엔 먼 존재, 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겠지.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이 사는 세계는 인간의 세상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이라면 악당이라도 악랄한 놈은 없다는 것이랄까. 쿠로와 백사자 사이에 위협이 되었던 존재인 흑갈기단은 아웃사이더같은 존재이지만 쿠로를 인정해준 유일한 존재들이고 애니멀 컴퍼니가 계속 유지되도록 도와준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산적이겠지만 이렇게 유순해서야. 백사자는 이들의 공을 높이 사 앞으로 잘 돌봐줬으면 하는데, 어떨지~~

두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늑대와 설표는 갯과와 고양잇과의 동물이다. 견원지간처럼 으르덩대던 두 마리가 사자 사장의 명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면서 매우 가까워지게 되는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이야기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달까. 진짜 수컷과 수컷의 만남이다, 란 생각이 들어서... (푸힛)

이 작품은 동물귀와 꼬리를 가진 등장인물이 다수 등장하는데 겉모습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들의 습성 또한 잘 표현되어 있다. 등장인물에 동물귀에 꼬리만 달았다면 변태 인간들처럼 보일텐데 각 동물들의 습성이 잘 나타나 진짜 동물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만든달까. 그래서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시리즈는 캐릭터를 바꿔서 계속 연재한다고 하니 다음 단행본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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