失戀ショコラティエ 4 (コミック)
미즈시로 세토나 지음 / 小學館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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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짝사랑이라... 나도 소싯적엔 짝사랑을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지금은 짝사랑 따윈 하고 싶지도 않다. 사랑이란, 연애란 주고 받는 것인데 짝사랑이든 외사랑이든 혼자 하는 게 뭔 사랑인가 싶어서이다. 내 맘을 몰라주는 상대땜에 맘 졸이고, 혹 그 사람에게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기면 하늘이 무너지듯 가슴 아픈 짓을 왜 하냐고! 게다가 짝사랑인 것의 속성이란 게 사랑을 얻을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게 만드는 유혹을 거부하기 힘들게 만들기에 때론 자기파괴식의 사랑을 하거나 이것저것 다 내주다가 결국 모든 것을 다 잃고 망연자실하게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조건 짝사랑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련해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짝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짓밟고 싶어서가 아니라 안타까워서이다)

쇼콜라티에 쇼타는 오늘도 열심히 짝사랑의 그녀를 위한 신작을 궁리중이다. 쇼타가 사랑하는 사에코는 이미 유부녀지만 쇼타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좋아하는 초콜렛 신작을 이용해 그녀의 주의를 끌고 그녀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어한다. 그녀가 어떤 걸 좋아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신작 만들기에 분주한 쇼타. 이미 유부녀가 된 그녀를 되찾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칭찬해주고 싶은 건 아니지만, 신작을 궁리하고 만들어내면서 쇼콜라티에로서의 일을 충실히 잘 해내는 건 칭찬해주고 싶다. (목적이 어떻든 결과가 좋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일을 내팽개치진 않았으니. 이것도 일종의 자기발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쇼타가 나쁜 남자 캐릭을 연기해도 그다지 큰 충격을 받거나 한 사에코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쇼타는 초콜렛을 열심히 만들 수 밖에 없는 것도 그 이유이지만... (이러다 궁극의 초콜렛 장인이 될지도...)(笑)

이렇게 쇼타가 짝사랑의 늪... (삑) 초콜렛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 때 다른 이들에겐 찬란한 봄이 찾아온 듯 하다. 프랑스에서 온 올리비에는 쇼타의 여동생 마츠리와 연애를 시작했고, 쇼타에게 관심이 있던 카오루코 역시 리쿠도의 가게에서 일하는 연하의 세키야와 조금씩 친해져 간다. 마츠리의 경우 아직 올리비에에게 마음을 활짝 열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행복해져가는 중이고, 카오루코는 아직 세키야와 이렇다 할 진전은 없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은 무척 긍정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카오루코에겐 참 안된 일이지만 쇼타는 카오루코에겐 아무런 관심이 없는 걸...

사에코의 경우 - 난 이런 캐릭을 참 싫어하는데, 그 이유는 여자로서 보기에 같은 여자들 욕먹이는 타입이라... - 무뚝뚝한 남편과의 생활을 힘들어하고 있다. 일 때문에 만날 바쁘지, 말수도 적지... 그걸 초콜렛을 먹는 것으로 해소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사에코에게 딱히 동정이 가는 건 아니다. 적어도, 자기가 선택한 사람과의 결혼이 아닌가. 결혼생활을 달콤한 초콜렛같은 동화라고 생각했던 것이겠지. 즉, 사에코는 초콜렛의 달콤함만 생각했을 뿐, 씁쓸함은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각각의 생활이 굴러가는 가운데, 쇼타는 짝사랑 동지인 엘레나와 때때로 연인 사이같은 시간을 보내긴 하지만 그건 서로를 위로하기 위한 것 뿐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올리비에의 생각지도 못한 의견에 당황하고 마는데... 역시 사랑이란 문제는 주변인이 더 정확하게 보는지도 모른다. 콩깍지가 씌어서 제대로 못보고 있는 부분이 많으니까. 쇼타는 머리속이 사에코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해서 엘레나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겠지. 올리비에의 이 말이 쇼타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까. 앞으로 엄청나게 기대되는 부분이다.

5권 예고를 보니 뭔가 큰 일이 생길듯 하다. 이것이 또다른 파란의 예고일지, 아니면 결말을 향해 가는 힌트인지는 아직 예상하기 힘들지만 등장인물들 각각의 짝사랑이랄까, 사랑이 방향을 잡아가는 걸 봐서는 결말부에 가까워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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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비젼 - 뉴 루비코믹스 1117
니시다 히가시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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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면서 미친 짓을... (쿨럭)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나의 경우 워낙 변화에 민감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데다가 딱히 그러고 싶은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나의 소중한 뭔가를 걸고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 그건 내가 돈이나 명예, 사회적 지위 나부랭이 같은 것도 없는 사람이라 걸게 없어서 그렇겠지 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부모형제를 두고 사랑을 위해 떠난다는 것조차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기에 - 기본적으로 그런 건 천벌받을 일이라 생각해서 - 위험한 사랑이란 것 자체가 싫기도 한 성격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때때로 책이나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을 보면서 쯧쯧 하고 혀를 차면서도 그런 열정이 괜시리 부러워지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사랑을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저게 정말 현실로 가능한 일일까 하고 궁금해 하기도 했다. 사랑이란 때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기도 하기에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역시 나하고는 거리가 먼 이야기일 뿐.

신참변호사 아사노는 업무차 필리핀에 갔다가 말도 안되는 일을 당하고 만다. 그건 바로 마약 운반책의 혐의가 씌워져 항변 한 번 못하고 형무소로 끌려가게 된 것. 말은 안통하지, 여권 등 신분을 증명할 것은 어디론가 사라졌지. 빼도 박도 못할 상황에 처한 아사노는 깊은 수렁에 빠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송되는 차에 함께 타고 있던 타나카란 남자의 도움으로 함께 탈주하게 된다.

은인...이라고는 하지만 어딘가 위험한 분위기가 솔솔 풍기는 타나카. 하지만 이역만리 필리핀에서 의지할 곳이라곤 없기에 아사노는 타나카와 함께 당분간 함께 지내기로 한다. 딱 봐도 전직 아니면 현직 야쿠자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타카카가 불편하긴 해도 이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일. 아사노는 타나카와 거리를 두려고 하면서도 그에게 어쩔 수 없이 이끌리는 자신을 채찍질한다. 빛과 어둠. 자신들은 사는 세계가 다르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온 한 남자와 법의 테두리 밖에서 살아온 한 남자. 어찌 보면 참 안어울리는 조합이다. 그러하기에 아사노 역시 타나카와 거리를 두고자 노력을 한 것이겠지. 하지만 끌림이란 건 이성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기 일쑤다. 처음에는 불안해서 어쩔줄 모르던 아사노가 어느새 도망자 생활이 즐거워진 것도, 타나카가 아픈 자신을 내버려두고 여자랑 함께 있는 것을 보면서 화가 나고 슬퍼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겠지.

타나카의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처음엔 어쩌다 보니 함께 탈주했는데 함께 다니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아사노가 귀여워보이기 시작하고 그를 돌봐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니. 귀찮은 건 딱 질색이었던 그가 아사노만큼은 곁에 두고 싶어한 것도, 아사노의 혐의가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데리고 다시 도망을 간 것도 바로 그런 끌림때문이 아닐까. 작은 오두막에서 함께 지내던 날들은 어느때보다 평온하고 즐거웠지만 일본에서 그를 데리러 왔을 때 정을 떼듯 매몰차게 굴던 것은 아마도 아사노에 대한 진심때문이었을 것이다. 자신과 그는 사는 곳이 다르다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인연은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것이 아니다. 쌍방이 인연을 끊겠다고 독한 생각을 하면 모를까, 어정쩡한 이별은, 서로가 원치않는 이별 방법은 인연을 완전히 끊어낼 수는 없는 법이다. 타카노가 자신에게 내밀었던 손을 떠올리며 그 손을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며 다시 필리핀으로 건너간 아사노의 행동은 어찌보면 어이없기도 했지만 어찌보면 어리버리 귀여운 그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난 미친듯이 웃었지만...) 타카노란 캐릭터는 니시다 히가시의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 중 가장 귀여운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 결말부분을 보면서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선을 넘은 건 아사노쪽이니까. 내 표현으로 하자면 미친 짓을 했으니까. 아사노가 가끔은 후회할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기엔 유약해 보여도 뭔가를 결심하면 강해지는 아사노같은 사람은 그가 자신을 걸고 탈취(?)한 그 행복을 잘 지켜나갈거라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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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내내 감기를 앓았는데, 11월에 또다시 감기군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여름감기를 끝으로 올해는 더이상 감기군을 만나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않았는데, 감기군은 저를 너무나도 사랑하나 봅니다. 이러다가 독감군을 만날까 두려워지는군요.


그래도, 잠시 컨디션이 좋아진 틈을 타서 리뷰를 쓰러 왔습니다. 열심히... 써보려고 하는데 결과는 장담을 못하겠... (쿨럭)



모두모두 감기 조심하셔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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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1-11-26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피곤군에게 사랑받고 있나봐요..
그리고 저도 콧속에 잠복해있던 코감기군이.. 슬슬 ㅠㅠㅠ

몸 잘챙기시구 어서 나으세욤><

스즈야 2011-11-26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감군을 만나지나 않았음합니다.. 예전에 독감걸렸다가.... 진짜 고생했거든요. 소이진님도 감기안걸리게 조심하셔요.

2011-11-27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스즈야님 감기 걸리셨군요 ㅠㅠ 공부하다 말고 잠깐,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아프셨군요 ㅠㅠ 안 그래도 오늘 오랜만에 아는 분이랑 통화하는데, 감기걸렸다고 그래서 걱정이었는데 스즈야님까지!
환절기라고 말하기엔 이젠 너무 추워졌어요. 벌써 저번주부터 코트 꺼내버렸습니다. 12월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나 빨리! 무엇보다 엄청나게 큰 목도리도 두르고 다녀요. 추위에 약해서.. ()
스즈야님도 감기 독감으로 안 번지시길 바랄게요! 나가실때 따습게 입고 나가시길 :)

스즈야 2011-12-04 20:24   좋아요 0 | URL
앗, 교님 오랜만~~ ^^ 그러게 또 감기야.. 칫. 몇년 간은 감기에 안시달려서 살 것 같더니만 올해는 연달아 감기야...

완전 춥다가 또 따뜻하다가.. 이거 날씨도 안도와주지.. 하여튼 여긴 영하 4도까지 내려가고 장난아님.. 나도 털부츠 신고, 파카도 입고 다닌다우...

교님도 감기 조심~~ ^^
 
속 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2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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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간에 떠도는 이야기, 그중에서도 괴이쩍은 이야기, 즉 요즘으로 말하자면 도시괴담이나 학교괴담 등의 이야기 중 몇퍼센트가 진실한 이야기일까. 그런 이야기를 접해보면 그 진위여부를 가릴 수나 있을까 싶은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만도 할 수 없다. 실제로 내가 사는 지역의 한 아파트에는 괴전화 괴담이 떠돈다. "내 몸이 지글지글 타고 있어"라던가. 솔직히 웃긴다. 그러나 실제로 그 아파트는 옛 화장터 위에 지어진 곳이다. 그런 전화가 누구에게 온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온 게 맞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실제로 그 아파트의 터가 화장터였으니 죄다 지어낸 말이라고 하긴 어렵다. 화장터였던 곳이었으니 그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또한 무슨무슨 학교는 옛날에 공동묘지였다, 라는 소문도 있었다. 실제로 운동장에서 관뚜껑같은 나무판자가 나왔다고도 한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도 어떻게 보면 학교 괴담의 일종처럼 보이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럴수도 있겠지 싶은 생각도 든다. 무슨 말이냐고? 인류가 처음 지구에 나타나 살고 죽고를 반복하는 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땅에 묻혀서 어쩌면 우리가 딛고 다니는 땅 거의가 사람이 묻힌 땅이라 생각해도 무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세상에 떠도는 괴이한 이야기가 뜬소문만은 아니지 싶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이야기 중 괴이한 이야기는 옛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것들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한 것이 요괴의 소행이나 귀신의 소행으로 여겨진 건 아닐까. 최첨단의 과학력으로 무장한 현대 역시 과학의 힘으로 밝히지 못하는 것들이 여전히 많은데 옛날은 오죽했을까 싶다. 그렇다 보니 뭔가 자연의 이치에 맞지 않는 부조리한 일이나 불합리한 일이 생겼을때 그 원한을 돌리기 위한 대상으로 요괴나 귀신의 존재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항설백물어』의 두번째 이야기인『속항설백물어』는 요괴나 괴이의 존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맥락을 이루지만, 전작의 경우 요괴나 괴이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이번 작품의 경우 괴이한 일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조망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특히나 이번 작품에서는 마타이치 일행과 비슷한 신분인 무숙인등 최하층민의 고달픈 삶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낮은 신분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악당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었고, 역으로 이용당하다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린「고와이」나 무사 집안의 개망나니 아들에게 의미없는 죽임을 당해도 그 원한을 호소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린「시치닌미사키」역시 같은 맥락으로 짚어볼 수 있다.

병오년생 여자의 기구한 운명에 대한 미신때문에 희생당한 시라기쿠의 이야기가 담긴「히노엔마」를 읽어 보면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별로 없지 않나 싶다. 미신이든 속신이든, 이용하는 자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인 것이다. 설령 부당한 이유라도 공격한 구실이 된다면 개의치않으리라. (245p - 히노엔마 中)

시치닌미사키편에 등장하는 미사키 고젠도 비슷한 맥락이다. 시치닌미사키 전설이 옮겨오면서 와전되고, 그후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가에데님이 미사키 고젠이 된 것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원성을 돌릴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덤터기를 씌울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에 딱 맞는 것이 와전된 전설이었다. 전설은 사람과 함께 이동하는 법이다. 기억 속에 똬리를 틀고 사는 요물이 그 기억을 가진 자와 함께 별개의 장소에서 살아남는 일도 있는 것이다. (650p - 사신 혹은 시치닌미사키 中)

또한 잔머리 모사꾼 어행사 마타이치를 비롯해 그와 같은 길을 가는 일당들의 숨겨진 과거와 원한 등도 밝혀져 더욱 흥미로워졌다.「노뎃포」에서는 신탁자 지헤이,「고와이」는 산묘회 오긴의 숨겨진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오긴의 양부인 등명 고에몬도 실제로 등장해 커다란 역할을 한다. 마타이치의 경우, 젊은 시절의 마타이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긴 해도 극히 적은 정보뿐이라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야 마타이치지 싶은 생각도 든다.

이 모든 것을 기술하는 것은 통속작가 야마오카 모모스케이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들의 한 판 연극 속의 주인공이 되어 기기묘묘한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 야마오카 모모스케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인물로 빛과 어둠을 교차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마타이치, 지헤이, 오긴, 고메몬 등은 이미 어둠속에 발을 담그고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이지만, 모모스케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면서도 때때로 어둠에 발을 담그며 그쪽으로 건너가고픈 충동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모모스케는 우리같은 평범한 인간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모모스케에 있어 마타이치 일행은 아무래도 신비로운 존재로 비칠 수 밖에 없다.

모모스케는 신비한 힘의 개입에 관해서는 몹시 바라기는 하나…… 역시 회의적이다. 잘 풀리는 것도, 나쁘게 풀리는 것도, 모든 것은 우연인 것이다.
그러나 모모스케는 요즘 들어 그 우연조차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마타이치나 오긴이 깔아둔 함정이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몇 번이나 있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디까지가 우연이고 어디까지가 의도적인 것인지. 옆에서는 전혀 구별되지 않는다. 우연을 부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괴이이다.
(363p - 후나유레이 中)

하지만 역시 마타이치 일행도 인간이다. 아무리 신기한 기술을 가졌다 해도 그건 인간의 능력 내에서의 일이다. 워낙 출중한 한 판을 짜기 때문에 인간의 힘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해도 말이다. 그러하기에 이 작품이 더욱 흥미로운 것이다. 이들이 인간의 능력을 넘는 기술을 보인다면,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사건들이 정말 초자연적인 사건이라면 그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작품정도로 남겠지만, 등장인물이나 사건들 모두 현실위에 발을 딛고 있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것이다.

특히 후반부의「히노엔마」,「후나유레이」,「사신 혹은 시치닌미사키」그리고「노진노히」는 각기 독립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교한 장치로 얽혀 있다. 단편이 아닌 하나의 이야기로 보자면 각기 기승전결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구성은 워낙 치밀해서 읽으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도대체 이 작가의 능력은 어디가 한계점일까.

개성있는 등장 인물, 괴이 뒤에 숨은 인간의 양면성과 사악함,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마타이치 일당의 암약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특히 괴이의 비밀을 풀어내면서도 또한 그 괴이를 이용하여 그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을 납득시키는 재주는 비상하다. 그렇다 보니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작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과연 진실을 그대로 세상에 내보이는 것이 좋은 것인가, 아니면 사실은 숨겨두고 만들어진 진실을 세상에 내보이는 것이 좋은가 하는 것이다.

요괴나 신령부류라면 기원하여 진정시킬 수도 있을 것이나, 사람이라면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자칫 잘못하면 생활에 해를 가하는 위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요괴라고 설명하는 편이 마을의 질서를 유지하기에 오히려 낫다. (373p- 후나유레이 中)

마타이치가 펼치는 함정 또한 어느 것이나 요괴를 내세운다. 못다한 미련이나 안타까운 마음, 억울함, 분통, 질투, 투기, 슬픔이나 증오까지. 온갖 괴로운 현실이 모두 요괴의 소행으로 마무리되어 원만하게 매듭지어지고 마는, 마타이치의 일은 대부분 그러한 작업이다. (391p- 후나유레이 中)

이 소설의 배경이 에도시대란 것을 감안하고 보자면 굳이 사실을 들춰내어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보다 괴이 뒤에 진실은 숨기고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마타이치 일행은 정의의 사도가 아니다. 그들의 목적은 정의의 실현이라기 보다는 악당의 처리와 뒷세계의 뒤틀린 질서를 바로잡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상반된 기분에 사로잡힌다. 신분제 사회에서 신분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납득할 수 없는 죽임을 당해도 어디 호소할 데도 없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분통이 치밀어 오르지만, 이런 것을 이에는 이로, 눈에는 눈으로 갚아주는, 아니 그 이상으로 갚아주는 마타이치 일행의 활약을 보면서 속이 시원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어떤 괴이한 사건이라도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은 그 모든 것을 벌인 사람밖에 모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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デビルズハニ- (コミック)
나츠메 이사쿠 / リブレ出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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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과 아이의 사랑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어린 시절 - 이라고 해봤자 고교시절 즈음 - 첫사랑을 할 무렵엔 별로 겁나는 게 없었다. 오직 그 사람만 보고 그 사람만 생각했으니까. 물론 아프기도 했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 사람만 보고, 그 사람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의식하고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괜시리 쭈뼛거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 말에 휘둘리기도 하고, 이 사람을 계속 만나도 괜찮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겼다. 그건 어른이 된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더이상 순수하지만은 않으니까. 아이처럼.

스가야는 통칭 히로미츠 - 실제 이름은 토시미츠 - 선생님이라 불리는 인기만점의 고등학교 체육교사이다. 어느날 스가야는 교감과 학생주임에게 불려가 한가지 지시를 받게 된다. 그건 학내의 양키 집단의 리더격인 요시노를 감시하란 것. 이런저런 나쁜 짓을 하는 모양이니 잘 지켜보란 것이겠지. 그러나 요시노는 소문과는 달리 솔직한 성격에 자신을 감시하는 스가야에게도 무척 호의적이다. 단 하나 싸움을 한다는 것이 문제인데, 먼저 싸움을 거는 것이 아니라 요시노를 꺾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먼저 덤비고 요시노가 그걸 받아주는 모양이다. 그외의 소문은 근거없는 게 대부분이고, 소악마란 별칭도 학생들이 아닌 학교에서 붙인 것이란다. (이거 어쩔!)

감시란 명목으로 요시노와 자주 만나게 되면서 스가야는 요시노 특유의 반짝임에 끌리게 된다. 또한 요시노의 말투에서 예전부터 자신을 알고 있단 느낌을 받게 된다. 도대체 어디에서? 오호라,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었군. 그러니 요시노가 스가야에게 보인 호의가 그제서야 설명된다. 예전 작품중에도 동경이 사랑으로 변하던 내용 - 유도부 선후배 이야기 - 이 있었는데 이것도 그와 비슷한 흐름이다. 그러나 캐릭터 자체가 워낙 다르기 때문에 설정이 비슷한 정도로만 생각하면 된다.

이 작품이 재미있는 건 역시 스가야의 캐릭터 덕분이라 생각한다. 왠지 모르게 요시노에게 자꾸 끌려 무심코 키스를 해버리고 혼자 당황해서 어쩔줄 모른다거나, 그러고 나서 요시노의 반응이 어떨지에 대해 무지하게 고민을 하고, 그러면서도 요시노를 만지고 싶어하고... 뭐랄까, 이런 캐릭터에 느끼함이 더해지면 완전 변태같은 캐릭터가 될텐데, 스가야는 의외로 순진해서 귀여운 캐릭터가 된달까. 가라데로 다져진 튼실한 근육맨이 귀여워 보이는 건 바로 그런 성격에 있다.

요시노 역시 굉장히 귀여운 캐릭터인데 싸움짱인걸 제외하면 평범한 고교생이다. 동생을 아끼고, 어머니를 위해 어머니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소년이니까. 하지만 스가야와의 관계에선 조금은 무뎃포... 쿨럭. 저돌적인 면이 있다. 마음이 순수해서 그런지 스가야와 자신과의 관계만 생각한달까. 스가야의 경우 남자끼리, 교사와 학생 등등의 요소때문에 맨날맨날 갈등하느라 혼자 속으로 밀당을 무한 반복하는데 말이지.

그러던 어느날, 요시노가 동생을 지키기 위해 불량배들과 함께 사라지자 스가야는 많은 갈등을 한다. 선생이 학생을 때리면 바로 해고. 그렇다고 요시노를 모른체 할 수도 없고. 결국, 스가야는 폭주! 

 

바로 이런 모습으로...
정의의 편, 토끼맨으로 등장! 푸하핫.. 나 이 장면에서 미친듯이 웃었잖아. 요시노는 구해야겠고, 맨얼굴로 나서지는 못하고.. 갑자기 흑집사에서 세바스찬이 사슴 박제를 뒤집어 쓰고 나타나 '사슴이옵니다' 라고 했던 장면이 기억이 났다. 아, 정말이지...

이렇듯 자신의 주변과 주위 시선에 신경쓰면서도 요시노가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는 스가야와 선생님이라면 뭐든 주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요시노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는 귀엽기 그지없다. 나츠메 이사쿠 작품중 최강의 귀요미 커플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두 사람 사이에 큰 갈등의 요소가 없는 것도 특징적이다. 순탄하게 흘러간달까. (그렇다고 심심한 건 아니다. 그게 매력적이란 거지)

근데, 문제는... 그림체가 좀.. 예전만큼 귀엽지가 않다. 뭐랄까, 좀 날림이 심해졌달까. 아, 아쉬워라... 연재 작품수가 많아져서 그런지, 그런 부분이 좀 안타깝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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