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은 사랑으로 진화한다 - 뉴 루비코믹스 606
아니야 유이지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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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유이지는 <문신의 남자>란 작품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독특한 그림체와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이 펼치는 이야기에 반했달까. 그래서 그후로도 조금씩 읽고 있는데 이제서야 데뷔작을 읽게 되었다. 빈말로도 예쁜 그림이라고 할 수 없지만 데뷔작은 그림체가 더 제멋대로다. 그래도 스토리가 좋아서 자꾸 찾게 되는 작가, 바로 아니야 유이지다.

술만 마시면 기억이 뚝! 끊겨 버리는 하네. 하네의 문제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누굴 만나든 간에 대충 만났다가 대충 헤어지는 기둥서방로 살아가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여자 입장에선 질리겠지. 그런데도 전혀 반성없이 또다시 신세질 누군가를 찾아다니는 하네는 아직 22살밖에 안된 어린(?) 녀석이다. 세상 무서운 줄도 모르고, 세상이 냉혹한 줄도 모르고 철딱서니 없이 살아가는 하네는 어느날 아침 눈을 떴다가 무서운 현실과 직면하고 만다. 도대체가 알 수 없는 곳, 그리고 지난 밤의 흔적들. 여기가 도대체 어딘지,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못하는 것은 그놈의 술, 술, 술 때문이다.

술먹고 못된 짓을 당한 것같긴 한데 기억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그런 하네를 데리러 온 수수께끼의 쌍둥이 형제. 이제 죽었구나 싶었지만, 의외로 쌈빡한 전개가!? 수상쩍어 보이는 쌍둥이 형제는 무척이나 좋은 사람들이었고 제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단 거다. 얼짱 쌍둥이 형 미요시와 짐승남 쌍둥이 동생 료지는 파견사원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고, 하네를 그곳에 취직까지 시켜줬던 것이다. 단박에 직장에 살 곳까지 얻게 된 하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일을 하기 시작한다.

이제껏 제대로 된 인간의 삶을 살아오지 못한 하네에게 이건 득템중의 득템이다. 나같으면 이런 놈, 어디가서 처박혀 죽든지 말든지 상관안할텐데, 마음씨 고운 쌍둥이 형제덕분에 인간의 길로 들어섰으니 말이다. 게다가 료지는 하네를 무척이나 아껴준다. 물론 미요시도 하네를 잘 대해주긴 하지만, 미요시는 이미.... 어쨌거나 미요시에겐 딱지를 맞았지만 똑같이 생긴 료지는 하네가 무슨 말을 하든 생글생글 웃으며 다 받아준다. 하지만 하네는 그런 료지가 만만해서인지 못된 말을 내뱉기도 한다. 이놈의 자슥이, 아직도 정신 못차렸네 그려.

사람들은 의외로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주는 사람에게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사람의 경우 대개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개체라 볼 수 있다. 하네가 딱 그짝이지. 그래도 자신이 료지에게 상처를 줬다는 자각은 있으니 그래도 개과천선할 여지는 있다는 건가. 또한 술만 먹으면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출장보내는 버릇도 이젠 확실히 고쳐야겠지. 사람이 술을 먹는지 술이 사람을 먹는지 생각해 보면 뭐가 제대로 된 것인지 깨달아야 한다. 술을 끊으면서 그동안 술을 먹고 사라진 기억속에 료지와의 예쁜 추억이 많다는 걸 늦게나마 깨달았으니 다행중의 다행일지도.

뒷편에 수록된 <래스컬 진화론>은 쌍둥이의 고교시절 이야기이다. 희극이자 비극이었던 료지의 첫사랑. 그리고 거기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는 인연에 관한 이야기는 웃기면서도 애틋함이 흘러넘친다. 료지는 어쩌면 이런 시간을 겪어 왔기에 지금의 성숙한 어른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지. 덕분에 하네 역시 어른스러움이 무엇인가를 배워가는 것이겠지.

사랑이란 놈은 때론 사람을 성장시키기도 하고 때론 퇴화시키기도 한다. 하네의 경우 진화 쪽이 맞다. 성인이지만 속은 어린애였던 하네가 료지와 그 가족들을 만나면서 한층 성숙해져 가니까. 이런 사랑이라면 첫시작은 희극적이라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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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알파 9 - 신장판
아시나노 히토시 글.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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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절대적인 것이자 상대적인 것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에게 하루는 24시간,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로 정해져 있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길게도 느껴지고 짧게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같은 경우 서른이 넘으면서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에 대해 무뎌져갔다. 늘 똑같은 일상이다 보니 바깥에 나갈때 정도, 굳이 나가지 않을 때에는 바깥 풍경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그럴 때 문득, 언제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버렸지 하는 생각이 든다. 대개의 사람들은 거의 변함없는 일상을 살다보니 어쩌면 나처럼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사람과는 다른 존재인 알파는 어떨까. 알파는 나이를 먹지도 늙지도 않는 로봇이다.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인간의 삶과 닮아 있는 일상을 보내지만 인간의 삶은 아니다. 그런 알파가 보는 주변은 천천히, 그러나 착실하게 변해간다. 주유소 할아버지나 선생님의 경우 어느 정도 연세가 있으시기에 매년 변함없는 모습이지만 일을 하기 위해 마을을 떠난 타카히로나 꼬맹이였던 마키는 어느새 부쩍 자라있다. 게다가 점점 차올라오는 바닷물때문에 저지대의 마을은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사람들이 만들었던 길은 점점 그 흔적이 희미해진다.

매일 보는 사람들, 매일 보는 풍경은 그 변화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그다지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지 않아도 시간은 착실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어느 샌가 문득 많이 변해버렸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알파가 마키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미사고를 볼 정도로 나이가 어렸던 마키는 이제 조금씩 숙녀가 되어간다. 자신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을 사는 마키를 보면서 알파는 너무나도 빠르다고 느낀다. 게다가 주유소 할아버지가 언젠가의 미래에 주유소가 있던 자리로 옮겨 오란 말에 알파는 눈물을 흘려버린다.

주위는 변하지만 자신은 변하지 않는다. 알파는 그런 생각에 눈물이 솟구친 것이겠지. 하지만 그게 삶의 순환이다. 알파는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삶이 어떻게 순환하는지 어떻게 소멸되고 또다시 재생되는지를 조금씩 깨달아 가는 것이겠지.

큰 변화가 없는 알파의 일상은 어떻게 보면 심심해 보인다. 하지만 그 평범한 일상을 알파는 매일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간다. 우리는 맨날 똑같아, 삶이 그렇지뭐, 라고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똑같은 날은 절대 없다. 비슷한 날이 이어진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 비슷비슷한 일상을 알파는 안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언젠가 너무도 변해버릴 날들을 생각하면 지금 이 한 순간 한 순간이 소중하단 것을 잘 알기 때문이겠지.

카페 알파를 읽다 보면 시간의 흐름과 삶의 순환과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된다. 긴긴 시간을 살아가는 알파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의 흐름은 다를지 몰라도 알파는 그것이 똑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걸 우리에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특별한 것이 없어도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말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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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그대의 사랑을 알다
무라카미 사치 지음 / 인디고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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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표현이 서투르다는 건, 다른 말로 바꿔하자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지 못한다는 말과 같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좋으면서도 퉁퉁거리는 등 속마음과는 다른 행동으로 상대에게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때문에 다시 상처받고 또다시 감정을 숨기며 삐딱선을 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지도 모른다. 감정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은 대개 마음이 여려서 쉽게 상처받는데 그게 자신의 잘못인줄 알면서도 잘 고치지 못하는, 그리고 자신만이 상처받는다는 생각을 하는 불치의 병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 고리를 한번만 확실하게 끊으면 그후로는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건 쉬워진다. 근데 그게 참 어렵단 말이지.

이 단행본에는 여섯커플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커플중 한사람씩은 앞서 말했듯 유난히 감정표현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다. 이 서투른 이들은 어떤 식으로 사랑을 이루어가게 될까.

표제작인 <밤, 그대의 사랑을 알다>는 회사동기간의 이야기이다. 즉 리맨물이란 말씀. (내가 좋아하는 리맨물~~) 표지에 보이듯 겉모습자체로 고지식함을 풀풀 풍기는 미나미는 활발하고 인기많은 키지마와 연애중이다. 늘 다정한 연인인 키지마를 보면서 미나미는 늘 갈등한다. 과거의 연인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던 것이 늘 마음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키지마의 다정함에 기대고 싶어하면서도 또다시 과거의 일과 똑같은 일을 겪을까 먼저 두려워하는 미나미. 근데 미나미는 과거에 발목이 잡혀 간과하는 게 하나 있다. 키지마와 과거의 그사람은 똑같은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말이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그걸 계기로 좀더 발전할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지만 과거에 발목이 잡혀 현재의 행복마저도 놓친다면 그건 바보중의 상바보다. 다행히 미나미는 바보가 되기 직전에 돌아섰다. 축하하오, 미나미.

양식 레스토랑 '고양이 가게'를 무대로 하는 두편의 이야기는 소꿉친구인 오너와 쉐프의 이야기와 알바생과 그 동급생의 이야기로 나뉘어진다. 고양이 가게란 이름이 붙어있지만 고양이는 없는 가게. 이 가게의 오너 아키라는 무뚝뚝한 인상이라 손님을 내쫓기 일수이지만 다행히 사근사근한 아키라 덕분에 손님은 그럭저럭 있는 편이다. 적자가 나기 일보직전의 가게, 아키라는 가게 회생을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건 바로!!! 오오오, 요즘 내가 모에하는 동물귀! 게다가 고양이귀! 무뚝뚝한 인상의 아키라에겐 어색하게 잘 어울리지만 그게 또 손님을 불러모으는 마네키네코역할을 하게 되었달까. 물론 알바생인 하야카와가 더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알바생 하야카와는 마음에 두고 있는 상대가 있다. 그건 바로 동급생인 이가라시. 이가라시에게만은 고양이 귀를 달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일부러 이가라시에게 퉁퉁거린다. 이가라시가 자신에게 했던 '멋있다'는 말과 고양이귀가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이 고양이귀가 이 둘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계기가 되니 이 또한 좋은지고.

부모님의 재혼으로 형제가 된 두 사람이 있다. 나이는 동갑. 근데 사이는 별로 안좋다. 어느날 호마레의 비밀을 엿보고만 히로나리는 왠지 가슴 한구석이 찡해진다. 호마레가 자신의 형인 유키나리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그러나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는 법. 형 유키나리가 별안간 결혼을 한다고 하는데... 역시 틱틱거리는 건 고교생까지만 귀엽다. 다 큰 어른이 퉁퉁거리고 틱틱거리는 건 역시 별로란 걸 이 작품을 보면서 다시금 느꼈달까. 호마레정도 되는 녀석이 툴툴거리니 귀여운거지. 참, 여기에선 호마레와 히로나리의 학교가 달라 교복도 두가지 타입이 나오는데, 역시 난 호마레가 입은 블레이저 타입보단 히로나리의 가쿠란이 더 맘에 든다. 왠지 복고적인 느낌이 나는 검은테 안경에 검은색 머리카락, 그리고 검은색 가쿠란이라뉘!! 이거 참, 가쿠란만 보면 난 정말이지...(쿨럭)

만남 사이트를 통해 만나게 된 신과 사토. 근데 오늘 신이 만난 사토는 만남 사이트의 그 사토가 아니었다. 사람을 착각하게 되어 만나게 된 경우다. 근데 고교생인 신에게는 오히려 이런 만남이 더 좋을지도 모르지. 어린 녀석이 일회성 만남이라니... 알고도 모른 척하는 어른과 알고도 아닌척 하는 귀여운 고교생의 달콤상콤한 연애의 시작을 담은 <감미로운 유혹>을 보니 케이크가 급 땡기는구려~~

마지막 작품인 <비를 기다리고 있다>는 고교동창이었지만 한참만에 재회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교시절에 한 번 고백했다가 뻥하고 차였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류지는 재회한 츠바키의 모습에 다시금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두근거리는 것. 그거, 사실 사람 힘으로는 어떻게 안되는 거잖아? 에휴, 이런 사람을 보면 참 안타깝지. 그러나, 이 작품에도 작은 반전이 숨어있으니... 서투른 고백으로 상대에게 오해를 샀던 류지와 서투른 표현으로 류지를 매몰차게 밀어냈던 츠바키. 이젠 어른이 되었으니, 어른답게. 알았지?

무라카미 사치의 작품은 뭐랄까, 꽤 담백한 편이라서 좋아하는데 너무 담백해서 싱겁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뭔가 하나만, 조금만 더...라고 말하고 싶어진달까. 그렇다고 나쁘단 건 아니고 아쉽다는 느낌이 많이 남는다. 여기에 실린 단편들도 마찬가지. 조금만 더... 뭔가가 있었으면 훨씬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서투른 사람들의 풋풋한 감정을 표현한 부분만은 좋다. 설정된 캐릭터에서 좀더 나가면 츤데레가 되겠지만 츤데레까지는 가지 않는 캐릭터도 상콤하다. 그게 매력이라면 매력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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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키벤 8 : 토호쿠 편 2 - 철도 도시락 여행기 에키벤 8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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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 시코쿠와 츄고쿠, 간사이, 홋카이도를 지나 토호쿠 지방의 에키벤을 맛보며 기차여행을 하고 있는 다이스케는 프랑스 아가씨인 크리스티나와 동행중이다. 이번에 그들이 여행하게 된 곳은 토호쿠 지방중에서도 태평양쪽에 위치한 곳이다. (지난 3월에 있었던 대지진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기도 하다) 

 

미야코란 역명을 들었을 때는 나도 헤이안 시대의 수도를 뜻하는 미야코를 떠올렸지만 한자가 헤이안 시대의 미야코는 都, 토호쿠 지방의 미야코는 宮古라 쓴단다. 하여튼 일본어는 동음이의어가 너무 많단 말이지. 이곳에서 눈에 띄는 에키벤은 당연히 '딸기 도시락'이다. 딸기란 말이 있어서 싱싱한 과일을 떠올렸건만, 땡! 여기에서의 딸기는 성게알을 삶은 것을 말한단다. 성게알을 삶으면 그 알이 탱글탱글해져서 꼭 노란 산딸기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성게알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다지 상상이 안된다. 미야코역의 두번째 에키벤인 '바닷가 전복의 짝사랑'은 말그대로 전복 도시락이지만 청어알 조림이나 연어알도 풍성하게 들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복을 별로 안좋아해서...

이와테 누마쿠마이의 에키벤은 우마쿠나이~~ (うまくない우마쿠나이)란 말장난이 재미있다. 우마쿠나이는 맛없다는 표현이지만, 실제론 우마이(うまい~~) 이곳의 유명한 에키벤은 사나에 할머니의 찰밥 도시락. 대나무 껍질 도시락 상자안에 찰밥과 다양한 반찬이 가득 들어있다. 저렴하면서 건강에도 좋은 도시락이란 느낌이 든달까.

일본의 동화작가로 유명한 미야자와 겐지의 고향인 하나마키 근처는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을 비롯해 미야자와 겐지가 <은하철도의 밤>을 쓸 때 영감을 얻었던 옛교각도 있다. 이곳의 유명 에키벤은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명에서 따온 '주문이 많은 요리점'과 이와테의 브랜드 돼지고기로 만든 '백금 돼지'가 있다. '주문이 많은 요리점'의 경우 계란을 빼고는 모두 채소 반찬이다. 채식주의자였던 겐지를 위한 도시락이 이런 느낌일까. '백금 돼지'의 경우 백금이란 표현때문에 화려할 것 같지만 의외로 소박한 돈까스 도시락이다. 밥을 다 덮을 정도의 돈까스 도시락이랄까. 음, 맛있겠다.

이치노세키역의 히라이즈미 요시츠네와 센다이역의 해산물 츠네나가 도시락, 독안룡 마사무네 도시락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전국시대의 무장이름에서 유래한 도시락이다. 이상하게도 무장들의 이름은 뭔가 거한 느낌이 든다니까. (笑) 그러나 이름과는 달리 그렇게 거한 도시락은 아니다. 히라이즈미 요시츠네의 경우 호두 영양밥이 특색있고, 해산물 츠네나가 도시락은 사사카마보코와 고래양념튀김이 들어가 있는 게 특징적이다. 독안룡 마사무네 도시락은 세가지 주먹밥이 들어 있는데, 왠지 무장과는 잘 안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소박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맛은 꽤 좋을듯한 느낌이 든다.

오히려 화려한 느낌을 주는 도시락은 케센누마역의 '황금용의 바다밥'과 '뱃줄도시락'이었다. 그림상으로 보기에도 좀 거한 느낌이랄까. 특히 '황금용의 바다밥'은 상어 요리가 들어있는데, 케센누마가 예로부터 상어잡이와 참치잡이로 유명한 곳이라서 그렇단다. 쳇. 내가 사는 지방은 내륙지방임에도 불구하고 상어를 많이 소비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상어를 돔배기라 부르며 젯상이나 잔치상에 올리곤 한다. 하지만 난 샥스핀은 질색이다. 상어 지느러미 요리를 위해 상어의 지느러미만 잘라서 바다에 버리는 장면이 잊혀지지가 않기 때문이다. 미식을 위해 먹는 것치고는 상어가 치뤄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느러미가 없는 상어는 산채로 바다에 버려져도 곧 죽을 수 밖에 없다)

토호쿠 2편의 대미를 장식하는 야마가타역 '붉은 꽃의 고향'은 일본식 도시락답단 느낌이 강하고 '소고기밥'은 소고기가 대부분을 차지해 반찬수는 적어도 오히려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일본식 도시락은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찔끔찔끔 담겨진 반찬 가짓수가 너무 많다고 할까나. 보기엔 멋지지만 먹을 땐 의외로 손가는 게 적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난 오히려 일품식에 가까운 도시락이 더 마음에 든다.

이 작품은 철도 이야기와 도시락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지만 늘 그렇듯 난 에키벤에 더 주목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철도나 기차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 물론 기차를 타는 건 좋아하지만 - 그렇겠지. 아니 그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笑) 뚱보 식신 다이스케와 미녀 식신 크리스티나의 토호쿠 여행은 주욱 이어진다. 다음 편까지. 다음편에서도 맛있는 에키벤 기대할게요~

사진 출처 : 책 뒷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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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선 - 뉴 루비코믹스 1125
자류 도쿠로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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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인 척, ~아닌 척 하는 시림들이 있다. 그건 그 사람이 거짓말쟁이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이 너무 여려서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보고도 못본 척, 듣고도 못들은 척,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건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걸 인정해 버린다면 어떤 결과가 닥칠지 두렵기 때문에.

대학생 몬지는 자신의 일보다는 남의 일을 더 생각해주고 배려해주는 사람이다. 늘 누군가의 뒤치닥꺼리를 도맡는달까. 특히 연애 문제로 늘 눈물 마를 날이 없는 치에는 자신에게 문제가 생길때 마다 몬지를 찾을 정도이다. 늘 치에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몬지. 하지만 그런 치에를 보면서 마음 한구석은 늘 불편한 몬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치에를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머리속으로는 사랑이 아니란 걸 알면서 질질 끌려다니는 그 모습이 자신과 꼭 닮아 있기 때문이다.

몬지가 만나는 대상은 치바란 녀석으로 몬지와의 관계에 있어서 늘 대강대강이란 느낌을 준다. 처음엔 치바가 좋아서 만났지만 치바의 태도에 조금씩 상처를 받으면서 자신이 정말 치바를 좋아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는 몬지. 결국, 아무 의식없이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치바에게 한소리를 하고 만다.

치바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나쁜 남자다. 상대와 복잡한 관계가 되는 건 딱 질색이고, 상대의 진심을 제대로 받아주지 않는다.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치바 역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치바가 그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권리가 있는 건 아니다. 세상 누구나 상처를 끌어안고 산다. 하지만 그런 상처는 스스로 치유해야 하는 것이며, 자신이 상처를 받지 않기위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몬지는 그걸 깨달았던 것이다.

이 일을 통해 몬지는 좀더 성장한다. 누군가를 배려한다고 했던 행동이 결국 자신만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와 더불어 자신만의 세계에서 좀더 넓은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된다. 치바와의 관계에만 치중한 나머지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았던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치에도, 몬지도 자신만의 상처에 갇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자신을 바라보며 아파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우리는 소중한 존재가 늘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다가올 상처가 두려워 깨닫지 못하면서도 깨달은 척하는 야호선을 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걸 깨부수는 건 결국 당사자의 몫이다. 치에가 그랬고, 몬지도 그랬듯이.

뒤에 수록된 <치사량의 사랑을 담아서>는 고교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학원물이다. 무심코 건넨 한마디가, 무심코 보여준 관심이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고, 그 파장이 다시 본인에게로 향하는 걸 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원래 학원물이라면 질색하는 1人이건만, 이 작품은 풋풋하고 순수하고 귀여워서 빙그레 미소가 지어질 정도였다. 모든 것이 '처음'이 되는 순간은 얼마나 애틋하고 설레는 순간일까. 그 모습이 마지막 한장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자류 도쿠로의 작품은 처음이다. 표지를 봐도 그다지 내 취향의 그림이 아니라서 망설였었는데 의외로 내 스타일이었달까. 어쩌면 나도 이런 걸 잘 알 것 같은 기분이야 하는 느낌이었달까. 바보같은 몬지, 바보같은 치에를 보면서 사랑스럽다 여기게 되는 건 어쩌면 나도 바보같은 선택으로 바보같은 행동으로 흔들린 적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사람들 중에 그런 느낌을 받는 사람이 꽤 있을지도, 라는 생각도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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