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이야기 3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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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은 지구촌 한가족이니 하는 말을 종종 듣게 되지만 실제로 국가, 인종, 지역에 따른 차이는 엄청나다. 우리나라만 봐도 지역에 따라 풍습이나 관습과 문화의 차이가 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언어(사투리)의 차이도 많다. 현대도 이럴진대 지금보다 앞선 시대의 중앙아시아와 유럽의 차이는 더 심했을 거라 쉬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영국인 스미스는 인류학적인 연구를 위해 중앙아시아 지방을 여행중이다. 유목민과 유목민이었다가 정착민이 된 사람들의 마을에 머물면서 그들의 생활과 풍습, 관습, 문화에 대해 조사하며 커다란 즐거움을 느끼는 스미스는 오랜 기간 머물렀던 에이혼家를 떠나 카라자로 향한다. 그곳에서 앙카라까지 데려다 줄 안내인을 만나기로 했지만 안내인을 만나기도 전에 말과 짐을 모두 도둑맞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한 여인, 탈라스 역시 자신의 말을 도둑맞은 상태였다.

우연히 만나게 되었지만 이 일이 인연이 되어 탈라스의 집에 머무르게 된 스미스. 탈라스는 시어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었다. 그녀는 이 집 장남과 결혼했지만 병으로 사망, 형사취수(兄死娶嫂)의 제도에 따라 차남, 삼남, 사남, 오남과 차례로 결혼했지만 그들 모두 사고사 또는 병사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시아버지마저 충격으로 돌아가신 상태이며 시어머니와 힘겹게 생활을 꾸려가는 여성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서방 잡아 먹은 년이라고 진즉에 소박을 열두번도 더 맞았겠지만, 이곳에는 그런 것은 없나 보다. 어쨌든 그건 다행이지만 줄줄이 신랑을 잃고, 시아버지와 친정 아버지마저 안계시니 더이상 결혼을 할 수도 없다.

탈라스의 시어머니는 이런 탈라스가 애처롭고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차에 스미스가 나타나니 스미스와 탈라스가 결혼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하지만 영국인인 스미스 입장에선 그런 이야기가 당황스러울 뿐이다. 게다가 자신은 여전히 여행을 하는 중이 아닌가. 어쩔 수 없이 탈라스의 시어머니 모르게 그곳을 떠나고자 하나 탈라스의 숙부가 스미스를 밉게 여겨 그를 고발하고 만다. 스파이라고. 엉겹결에 스파이로 몰려 죽을 처지에 몰린 스미스의 위기.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마음을 준 남자를 그냥 보내게 될 처지에 놓인 탈라스의 운명은 가혹하기만 하다.

아름다운 신부 탈라스. 그녀의 삶이란 있는 힘껏 노력해야 겨우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힘겹다. 그런 삶속에서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스미스에 대한 숙부의 헤살은 탈라스의 진심을 드러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지만 그것은 또다른 비극을 가지고 왔다. 탈라스의 시어머니와 숙부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숙부가 아버지가 되었던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 아버지의 존재는, 아버지의 말은 절대 거역할 수 없는 것이다. 참으로 모진 인생이다. 참으로 불운한 인생이다. 이제까지의 삶에서 몰랐던 걸 알게 된 것이 오히려 탈라스에 있어 더 큰 불행이 되다니. 관습에 얽매여 결국 생애 처음의 사랑마저 빼앗긴 탈라스의 슬픈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이렇게 보자면 에이혼家에 시집온 아미르는 꽤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아마도 이곳 여인들 대부분은 탈라스처럼 살아갈 테니까. 스미스가 스파이로 몰려 잡혔다는 소식에 달려온 카르르크와 아미르는 여전히 깨소금이 쏟아진다. 아름답고 씩씩한 신부 아미르와 아직 어리지만 어른몫을 충분히 해내는 카르르크와의 바자르 유람기는 즐거웠지만, 신랑감을 만나게 된 파리야의 이야기는 즐겁지만, 역시 탈라스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 생에서 두 번 다시 스미스와 탈라스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짧은 만남이 긴 이별로 이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의 이별이 영원한 이별이 아니길 바란다. 비록 이 생에서의 인연은 이렇게 끝이 나도, 언젠가의 생에서 다시 만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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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면 내 마음은 부서질 거야 - 뉴 루비코믹스 1096
니시다 히가시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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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통 사랑을 하면 바보가 된다고 한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 나타나도, 아무리 멋진 사람이 나타나도 그 사람만이 눈에 보이게 되니까. 그건 아마도 눈에 콩깍지가 씌여서 그렇겠지. 하지만 사랑과는 무관하게 원래부터 바보같은 사람도 있다. 아니 바보처럼 보인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들은 대개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 어린애처럼 맘에도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거나 자신의 감정에만 파묻혀 상대의 감정을 전혀 읽지 못하고 혼자서 방황한다. 혼자 삽질하고 있는 거지. 그러함에도 이들이 사랑스러울수 밖에 없는 건 진심으로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시다 히가시의『좋아하면 내 마음은 부서질거야』에는 총 6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단편집이라 이야기가 너무 짤막짤막하긴 하지만 작가가 전하려 하는 메세지는 잘 전달된다. 한결같이 바보같지만 사랑스러운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첫번째 단편인 <SET ME FREE>에는 고교동급생이자 지금은 한 회사의 사장과 부하직원이 된 아리타와 테지마의 이야기이다. 테지마에게 있어 이런 악연이 또 있을까 싶은 아리타와의 관계는 늘 일방적이다. 아리타는 명령하는 사람, 테지마는 심부름꾼. 그런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테지마는 아리타의 곁을 떠나지 않고 그림자처럼 묵묵히 곁을 지킨다. 따지고 보면 딱히 아리타가 테지마에게 이렇게 고압적인 자세를 취할 일도, 테지마가 그 말을 따를 일도 없건만 테지마는 늘 변함이 없다. 그러함에도 오히려 애가 타는 건 아리타쪽이다. 그러니 아리타가 바보란 것이지.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함께 있었으면서 테지마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까. 좋아하는 아이에게 좋아한단 말도 못하고 늘상 괴롭히기만 하는 것처럼 그렇게라도 테지마와 가까이 있고 싶단 마음밖에 없었던 아리타. 만약 그 일이 없었더라면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질수나 있었을까?

<ALL FOR YOU>는 럭비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이다. 자신의 영웅이었던 럭비의 신 진노를 따라잡기 위해 그가 거쳤던 길을 똑같이 가고 있는 타카하시는 이제 은퇴시기가 가까워온 진노의 경기를 보면서 안타깝기만 하다. 자신의 삶의 목표였던 그가 은퇴한다는 말에 울컥해진 타카하시는 자신도 그만 두겠다고 해버리는데... 그러고 보면 타카하시에게 중요한 건 럭비가 아니라 진노였단 말씀. 늘 자신을 아이취급하는 진노에 대한 타카하시의 저돌적 사랑 고백이 유쾌했던 단편.

<Thrill or Sweet>은 회사원 미조구치와 그 회사의 경비를 담당하는 츠치다의 이야기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곧잘 농담도 주고받는 주제에 자신에게만 데면데면하게 구는 츠치다를 보면서 묘하게 열받는 미조구치.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술을 마시게 되고, 그날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는데... 과묵하면서도 날카롭게만 보였던 츠치다의 변신에 빵터지고 말았던 단편. 급하니까 저도 모르게 그런 고백이 나오는구나.

야쿠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20℃의 애정>은 어찌 보면 좀 황당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는데, 역시나 작가 특유의 유머코드로 유쾌하게 읽었던 작품이다. 말을 직격으로 던지지 못하고 빙빙 돌려서 하는 야스다나 가만 안둔다, 안둔다 그러면서도 그런 야스다를 그냥 내버려두는 타츠미나 똑같은 바보. -20˚C는 이들이 냉동고 안에 갇혔기 때문에 제목이 그렇게 지어진 듯.

<KING>은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데, 너무 짧아서 왜 둘이 그런 관계가 되었는지 여전히 미궁인 작품. 나쁘진 않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그렇게 되나 싶네.

표제작인 <좋아하면 내 마음은 부서질거야>는 리맨물이다. 무능한 직원으로 점찍혀 상사 오오시의 미움을 고스란히 받는 야마자키는 어느 날 오오시의 커다란 비밀을 입수하게 된다. 그걸 약점으로 삼아 앞으로 좀 편하게 지내볼 생각이었으나, 오오시의 의외의 모습에 여러번 놀라고 마는 야마자키였다. 결국 약점을 쥐려다 사랑에 덜컥 빠진 게지. 뭐 이런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일 수 있겠네.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의 일은 잘 하고 있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바보같은 인물들이랄까. 상대방이 너무 소중해서 오히려 그 상대방의 마음을 모르는 바보, 이제까지 가졌던 감정이 호감인지 아닌지도 몰랐던 바보, 자신의 마음이 들킬까 전전긍긍하면서 오히려 어색하게 구는 바보 등 다양한 바보들이 등장한다. 사랑을 함에 있어 약지 않았단 건, 반대로 순수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만, 과연 어떨지. 실제로는 자신의 감정이나 상대의 감정을 읽는 데에 둔한 바보였을지도!? 그래도 그들은 사랑스럽다. 사랑을 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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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츠키 7
타카야마 시노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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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무언가를 선택하며 살아가야 한다. 때론 그 선택으로 인해 좋은 결과를 맞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선택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기도 한다. 게임을 할 때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고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시 돌아가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도 있지만 우리네 삶에는 리셋이란 것이 없다. 어떤 선택이든 그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끌어안고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토키도키는 '어느 쪽'도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 그 결과, 묘한 일이 벌어졌다. 오에도말 막부 순회전에서 같이 에도말 시대로 넘어온 콘이 토키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물론, 자신이 살던 피안의 세계마저 잊어버린 것이다. 무녀 공주님 긴슈 역시 다른 사람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그것을 기억하는 건 오직 토키뿐인 것일까.

토키의 선택으로 천망이 무너지고, 테이텐은 아마츠키의 세계를 리셋했다. 백지인 자인 토키의 경우 테이텐이 읽을 수 없는 수이기 때문에 토키의 기억만이 그대로 남고 다른 모든 이들의 기억과 삶이 수정되어 버린 것이다. 자신의 선택이 이런 결과를 초래할 거란 것은 꿈에도 몰랐던 토키는 이 결과에 적잖이 당황해하고, 슬픔을 느낀다. 누군가 자신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 그건 토키에게 있어 익숙한 일이기도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피안의 토키는 늘 대충대충 사는 녀석이었기에 굳이 누군가를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자신을 기억해도 자신은 그 사람을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그 반대가 되었다. 자신은 분명 모든 이들을,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건만, 그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깡그리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던 세계에서 건너온 유일한 존재인 콘의 기억마저 수정된 지금, 토키에겐 기댈 곳이 아무데도 없다. 물론 본텐과 츠유쿠사 등은 토키를 기억하지만 그들의 기억마저 일부 수정된 상태이다. 이런 상태에서 토키는 어떤 것부터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리셋되기 전의 콘과 자신을 연결하는 유일한 물건을 떠올리게 되는데... 과연 이것이 리셋된 아마츠키의 세계를 다시 한 번 되돌릴 수 있을까.

한편, 무녀 공주 긴슈를 모시던 츠루우메와 우연히 만나게 된 토키는 그녀가 '예전'의 긴슈를 기억한다는 걸 알게 된다. 이 일을 통해 토키는 테이텐의 능력이 완전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존재인 테이텐에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 토키는 우유부단한 자신의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도 선택은 불가피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피안의 토키와 달라진 점이라면 바로 그런 부분이겠지. (실제로 피안의 토키는 귀엽긴 해도 재수없는 녀석이랄까) 토키는 조금씩 성장해 나가지만 아직 테이텐의 힘에 맞서기엔 역부족이다. 또한 아직도 자신이 어느 쪽에 있어야 할지를 선택하지 못한 상태이다. 토키의 다음번 선택은 어떤 것이 될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이 또 어떤 결과를 낳을지, 두고 봐야 할 듯 하다.

아마츠키의 세계는 이렇게 리셋된 상태고, 피안의 세계는 센사이 일가에 대한 조사로 분주하다. 아오니비 일당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그들이 조사하는 것이 굉장히 위험한 것이란 건 확실하다. 센사이 일가와 센사이 미도리. 과연 이들은 어떤 존재들인 것일까. 감히 넘봐서는 안될 신의 영역에 손길을 뻗고 있는 존재들은 아닐까. 피안의 세계는 아직 오리무중. 여기는 한참 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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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랑의 멜로디
시마지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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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다는 건 편하다는 뜻이다. 편하다는 건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정을 지속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이든 좀더 성장한 후 만난 친구이든 그 우정이 지속되는 건 이런 이유에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관계가 때로는 다른 것으로 바뀌기도 한다. 우정이 사랑이 바뀌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기엔 큰 리스크가 존재한다. 우정이란 감정으로 만났을 땐 모든 것이 다 괜찮았는데, 그게 사랑이 되면서 보는 시각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건 남녀사이든, 남남사이든 비슷하지 않을까?

고교생인 에이지는 타츠미와 유치원때부터 만난 소꿉친구이자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사촌이다. 아직은 소년티가 풀풀 나는 에이지는 꼭 그 또래 아이처럼 보이지만 타츠미는 미묘하게 어른스럽다. 그런 타츠미는 에이지의 공부도 봐주는 등 늘 에이지를 챙긴다. 그렇다 보니 여학생들에게 호모 의혹까지 받지만 둘의 우정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던 어느날, 타츠미에게 관심을 가지는 여자애가 등장하고, 타츠미에게 어린 시절 결혼을 약속한 아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에이지는 마음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쭉 같이 자라왔는데 타츠미에게만 비밀이 생겼다는 게 마음에 걸렸겠지. (물론 그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게다가 타츠미의 부모님의 이혼 소식까지 다른 데서 듣게 되자 불편한 심기가 폭발! 오토바이 사고까지 내버리고 마는 에이지였으니...

한동안 근신처분을 받고 집에서 몸조리(?)를 하는 에이지를 돌봐주는 건 역시 타츠미밖에 없다. 하지만 이래저래 신경쓰이던 일때문에 타츠미에게 미묘한 거리감을 두는 에이지였다. 사내녀석이 쪼잔하게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러냐? 라고 타박하고 싶은 맘도 굴뚝같지만, 에이지 입장이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이제껏 자신들 사이에선 우정보다 소중한 건 없다고 생각해 왔을 테니 그렇겠지.

어쨌거나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타츠미의 과보호(?)를 받는 에이지. 그러다 묘한 일이 벌어지고 마는데... 우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다면? 참 복잡미묘해지지. 게다가 묘하게 자신의 마음마저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이게 사랑인지 우정인지 헷갈리기 시작할테고, 편안하게 대해왔던 상대를 더이상 편안하게 바라볼 수 없게 된다. 에이지의 모습은 그런 마음을 잘 담아낸다. 타츠미는 워낙 어른스러워서 그런지 감정의 변화가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지만, 에이지는 설렜다가 걱정했다가 타츠미에게 확 넘어가고 싶다가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가... 하여튼 귀여운 에이지였다. 딱 고교생답달까. 그렇다고 타츠미가 고교생답지 않단 건 아니지만...

에이지가 이제껏 봐왔던 모습과는 다른 타츠미의 모습은 에이지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지만, 그런 모습에 설렌다면, 말 다한 거지. 확 넘어가다가 밀어냈다가, 다시 후회했다가. 에이지나 타츠미 입장에선 그런 식의 흐름에 애가 탔겠지만 보는 나로서는... 즐거웠다. 귀여운 것들.

우정과 사랑의 경계선을 넘는 건 힘들다. 그리고 그 사랑이 흔들리면 우정까지 흔들려 버릴 수도 있다. 사랑과 우정사이란 꽤나 큰 리스크를 가지는 관계다. 하지만 역시 사랑은 하고 후회하는 게,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단 낫단 결론이다. 물론 이 두 녀석은 어찌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쭈욱 예쁜 사랑 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아차차, 깜빡할 뻔 했다. 에이지 X 타츠미 커플편에 등장하는 와키. 완전 괜찮은 캐릭터다. 둘 사이를 격력해주는 친구랄까. 꼭 그 또래 고교생의 모습과 묘한데서 어른스러운 매력을 가진 녀석이랄까.  

요렇듯 귀여운 고교생의 이야기 뒤엔 어른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것은 바로『오늘 밤 Mr.에서』에 등장한 오너 유다이와 바텐더 모모의 첫만남에 관한 얘기다. 호오라, 이 둘은 이렇게 만나게 되었구나. 첫만남부터 이랬군. 이들은 사랑이 이루어져가는 과정이 유난히 힘들었던 커플인데, 첫만남도 그러셨군요.

시마지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개 풋풋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등장한 고교생 커플도 그랬지만, 소꿉친구 설정도 많은 편이고. (개인적으로 소꿉친구 설정을 엄청 좋아한다) 그래서 더 풋풋하고 상콤하게 여겨지는데, 여기에 나오는 에이지와 타츠미도 딱 그렇다. 난 학원물에서 애들이 묘하게 어른 행세하는 건 싫어서, 딱 이정도가 좋다. 물론 어른들이 풋내나는 사랑을 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일테지만, 시마지는 어른들의 사랑은 정열적으로, 소꿉친구들의 사랑은 정말 풋풋하게 그려내는 장점을 가진 작가다. 그래서 어느 쪽이든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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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영능력 수사반 2
사다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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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학교괴담이라고 하면 유관순 누나와 이순신 장군 동상이 밤에 운동장을 저벅저벅 걸어다닌다던가, 신사임당 동상의 책이 한 장 넘어가 있다던가 하는 그런 괴담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 학교괴담은 자살한 학생의 귀신이 나오는 게 대부분이다. 그만큼 세월이 많이 흘렀단 이야기겠지. 괴담이란 것 자체가 당시 사회상같은 걸 반영하는 부분이 많다보니 요즘은 자살자의 영혼 이야기가 가장 많다. 물론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뭐 그런 류의 괴담이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만큼 학교가 살벌한 곳이 되었단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무속인이었던 할머니의 피를 이은 이시문 형사. 그는 어느날 자신 속에 잠재되어 있던 어마어마한 힘을 각성한다. 이젠 영혼의 존재를 제대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진 힘으로 영혼을 물리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은 자신의 힘에 혼란스러움만을 느끼는 이시문은 출근길에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추락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 뒤에 보이던 영혼의 기척. 이시문은 일본에서 온 수상쩍은 퇴마사 텐카와 함께 이 사건 수사에 나서면서 처음엔 별것 아니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이 사건이 복잡하게 꼬여 있단 것을 알게 된다. 아직 사망한 학생은 없지만 이런 비슷한 사고를 당한 학생이 벌써 여러명이란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 사이에선 얼마전 자살한 한 학생의 귀신이 벌이는 소동이란 이야기마저 떠돈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학생은 평소 품행단정하고 공부도 잘하는 학생회장. 그러나 그 모습 뒤에 감춰진 또다른 모습은 섬뜩하기만 했다. 도대체 시험성적이 뭐길래. 자신의 절친이었던 친구마저 그렇게 내몰수 있는 걸까. 인성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학교는 학업성적에만 치중하는 곳이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겠지.

사건에 대해 쉬쉬하는 학교, 자신의 태도에 반성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아이, 그리고 모든 걸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을 꾹 다문 아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원념만을 가지고 복수에 눈이 먼 영혼. 무척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하지만 식상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페이지 수는 꽤 많은데 진행이 좀 느리달까. 시문은 자신의 능력을 아직 어떻게 써야할지 잘 모르는 상태고, 텐카는 무조건 퇴마만을 외치고 있고, 강바람이란 아이는 협력보다는 자신이 해결해야한다고 시문 일행을 배척하는 상태고...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자살한 아이의 영혼이 무언가에 씌인 듯이 행동한다는 것이다. 원한을 가지고 죽은 영혼이 원념에 사로잡혀 복수에 목을 메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완전히 이성을 날려버릴 정도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죽어서도 무엇에 시달리고 있는 것일까. 그게 무척 궁금하고 안타깝다. 다음권에서는 결말이 나겠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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