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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말하지 않으면 늦어버린다 - 죽음을 앞둔 28인의 마지막 편지
이청 지음, 이재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7월
평점 :
'죽음을 앞두고'라는 전제는 살아 있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조건이에요.
다만 그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예측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것 같아요.
머리로는 알고 있어요. 죽음이 늘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걸.
그러나 실감하기는 어려워요. 아마도 죽음을 직접 대면하기 전까지는 그럴 것 같아요.
지금껏 살면서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느낀 건 딱 하나예요.
그 누구도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없더라... 어떤 경우는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이 너무나 커서, 죽음 그 자체가 거대한 슬픔으로 보였어요.
이 책은 죽음을 앞둔 스물여덟 명의 마지막 편지를 담고 있어요.
책 띠지가 붉은 색 편지 봉투여서, 마치 이 책이 나한테 온 편지라는 착각이 들었어요.
얼굴도 본 적 없는 익명의 사람들이지만 그들을 통해 삶과 죽음 사이, 가장 소중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누군가는 평생 감춰둔 비밀을 털어 놓기도 했어요.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에 용기를 냈던 것 같아요.
만약 그 비밀이 밝혀졌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건 좀 상상하기 싫어요. 실제로 어떤 비밀은 안전핀이 달린 폭탄 같아요. 알려지는 순간 팡!
가장 인상 깊었던 편지는 열네 번째 편지였어요.
평범하게 개인병원을 운영하던 피부과 의사의 편지인데, 그가 겪게 된 불행한 사건은 언급하지 않을래요.
다만 평범한 삶에 갑작스레 찾아온 불행 앞에 그가 보인 태도 때문에 감동했어요.
"이보다 더 평범할 수 없는 삶일지라도 꼭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 진심을 이 편지에 담아 당신에게 남깁니다.
너무 늦어버렸지만, 지금이라도 제 인생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떠나게 되어 기쁩니다.
그만하면 제게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196-197p)
스물여덟 명의 마지막 편지를 읽고나니, 책 제목이 아주 크게 느껴졌어요.
"지금 말하지 않으면 늦어버린다."
이미 책을 읽기 전부터 짐작했어요. 아마 저뿐 아니라 다들 머리로는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러나 생각만 하다가 늦어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솔직하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 이들에게 고맙고, 이 책의 저자에게도 고마움을 느꼈어요.
매일 매순간 잊지 않을게요.
몇 년 전, 나는 뉴욕의 어느 대학에서 심리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인간은 언제 참회하고 싶어 할까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었다.
... 한 사람이 참회하려는 마음은 종종 건강과 부, 사회적 지위를 얻을 때가 아니라,
죽음이 다가올 때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 나는 1차 자료로 임종 유언을 수집하기 위해 먼저 장서가 가득한 뉴욕 공공 도서관에 갔다.
그러나 그곳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대개가 유명인들의 것뿐이었다.
... 결국 다시 생각해야 했다.
'그렇다면 누구의 유언을 1차 연구 자료로 삼으면 좋을까?'
그러다가 불현듯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왜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유언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했지?'
... 350달러를 내고 <뉴욕타임스> 지면에 조그마한 광고를 내기로 했다.
<죽음을 앞둔 분들의 유언을 모집합니다>
만약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말이 있는데 할 수 없었다면,
저에게 이야기해주세요. 지상의 비밀금고에 안전하게 보관해드립니다.
절대 천국으로 가져가지 마세요.
그건 이 세상에 남겨두어야 할 몫이니까요.
당신의 비밀과 바람을 안심하고 맡긴 다음 홀가분한 마음으로 편히 천구으로 가세요.
아, 물론 익명은 보장할게요!
보내실 곳 : 뉴욕 xxxxx- xxxx 사서함, 우편번호 : xxxxx
받는 사람 : 영혼의 금고지기
(9p)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818/pimg_770266113264378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