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으로 리셋하라 - 1일 1식 저자 나구모 박사의 몸과 마음 최적화 전략
나구모 요시노리 지음, 황소연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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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와 건강에 관한 수많은 방법이 책이며, 방송이며 언제나 화제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들에게 귀가 솔깃했던 방법이 바로 <1 1>이었다. 작년에 특히나 화제였던 이 방법은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의 견해로 일종의 식사 혁명이라고 일컬어질 정도였다. 그의 주장은 52일간 불필요한 식탐을 버리면 체중 감량과 건강 회복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거였다. 먹는 양을 최소화할수록 생명력 유전자가 활성화된다는 것에서 착안한 다이어트 방법으로, 하루 한 끼를 먹되 균형 잡힌 식단으로 제대로 먹는 식습관을 강조하는 거였다. 덴마크 다이어트나 레몬 디톡스, 혹은 특정 한가지 음식만 먹는 방식이 아니라, 하루 한끼는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운동보다는 굶는 게 수월한 귀차니스트 여성들에게 꽤나 유혹적인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1 1식은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꽤나 효과적이라 남성들과 어른들에게도 많은 화제가 되었던 식단이었다. 이번에 출간된 이 책은 1 1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정한 '공복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인간은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소비하는 회로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소비하는 회로, 각각 두 가지 에너지소비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그런 몸의 사용 습관을 바꾸어 건강해지는 방법이 먼저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지방 연소 회로를 가동하며 안정적인 체중과 혈당치를 유지하는 나구모식 공복습관도 흥미롭다. 심부 근육을 단련하며 유산소운동을 하는 나구모식 호흡법, 따로 운동할 필요 없이 출퇴근길에서 간단하게 실천하며 칼로리를 소모하는 나구모식 논엑서사이즈 등 라이프스타 건강법 등은 다이어트를 넘어서 건강한 체질로 바뀔 수 있게 만들어 줄 것 같다. 특히나 흥미로운 것은 우리의 몸이 공복 상태일 때야 비로소 생명력이 솟구치게 된다는 저자의 견해이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 뇌에서는 젊음을 불러오는 호르몬인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어 지방을 연소시키고 피부와 점막을 젊게 만들어 준다. 두 번째 꼬르륵 신호가 왔을 때는 노화 방지 유전자인 시르투인(sirtuin) 유전자가 발현해서 몸 안의 손상된 유전자를 복구시켜 준다. 세 번째 꼬르륵 소리가 들릴 때는 지방 세포에서 아디포넥틴이라는 장수 유전자가 활성화되어 혈관을 맑고 깨끗하게 정화시켜 준다. 이런 결과들을 아울러 보면 1 1식은 안티에이징 요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1 1식이란 방법은 식사 횟수를 줄이게 되는 것이니, 확실히 살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방법은 다이어트 법인가, 안티에이징 요법인가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몸을 공복 상태로 만들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지경에까지 이르면 저자의 견해대로 성장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했을 때, 그렇다면 이것은 엄연한 안티에이징 건강 요법이 아닐 수 없다. 소식을 하는 사람이 비만인 사람보다 건강하고, 수명도 더 길다는 것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끼니가 되었으니 아침을 먹고, 별 생각 없이 점심을 먹고, 퇴근 후에 저녁을 먹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뇌가 만들어낸 망상인공복감을 느낄 때 먹는 게 아니라, 꼬르륵 소리가 날 때 먹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특히나 기존에 <1 1>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이들이라면, 혹은 1 1식에 도전했다 실패했던 이들이라면 이번 책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 전작에서 미처 풀어놓지 못했던 공복 노하우를 비롯해 자신의 환경이나 몸 상태에 맞게 공복을 실천하는 방법, 공복을 달래주는 양질의 간식 선택법 등이 실려 있어 식사 양을 줄이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와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면서 언제 얼마나 먹을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혹시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면,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신호음을 활용해 보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그때 먹으면 된다. 우리 몸 속의 작은창자 입구에는 감지기가 있어서 음식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모틸린이라는 소화 호르몬을 분비해서 위를 자극한다. 자극 받은 위는 음식물을 작은창자로 내려 보내기 위해 심하게 수축하는데, 바로 이것이 꼬르륵 신호음의 메커니즘이다. 이렇듯 정말로 배가 고프면 우리 몸이 가르쳐 준다. 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동치면 하루에 몇 끼라도 먹으면 된다.

 

우리가 그 동안 맹신하고과잉 습관을 들였던 것들을 덜어내고, 몸과 마음을 초기화시키면서 건강해진다고 하는나구모식 라이프스타일 건강법은 새로운 힐링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 1식을 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는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는 60세의 나이에도 동안이며, 혈관, 심장 등 신체 나이는 30세에 불과하다고 하니 말이다.

 

아래는 책에 소개된 나구모식 몸을 리셋하는 방법이다. 우리도 그렇게 덜 먹고, 덜 따뜻하게 지내고, 덜 씻고, 덜 생각하는 등 일상에서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내 몸과 마음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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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사냥꾼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염정용.장수미 옮김 / 단숨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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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눈알수집가>를 읽었던 이들이라면, 충격적이고도 당황스러웠던 마지막 부분을 아직도 기억할 것이다. 바로 그 직후부터 벌어지는 이야기인 <눈알사냥꾼>이다.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작품 중에 유일하게 시리즈로 진행되는 두 작품이라 맹인 물리 치료사 알리나와 범죄 전문 기자 초르바흐 콤비가 다시 등장하는 작품이다. 전작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설계도를 따라 가다 보면, 결국 지나쳐 온 모두가 복선이 되어 만들어내는 무시무시한 반전은 그것에 대한 충격보다도 앞으로 주인공에게 벌어질 일들에 대한 우려로 마음이 아프고 무섭게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우리가 분명히 사백 여 페이지를 숨쉴 틈 없이 달려왔건만, 범인이 밝혀지고 난 다음에 해결과 해소의 안도가 아니라, 예정된 것에 대한 불안감이 든다면 그건 뭔가 이상한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눈알수집가>를 읽었던 많은 이들이 언급했던 독특한 구성에 기인하고 있다. 맺음말부터 시작하여 서문으로 끝나는 뒤집힌 구성은 실제 진행되는 이야기가 시간순서대로 이지만 시작부터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 모든 사건이 다 끝나고 난 시점에서, 누군가(독자)에게 처음 그 사건의 시작부터 과정을 설명하면서 결론이 이르는 구성이라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을 처음부터 함께 가져가는 것이다.

 

<눈알수집가> <눈알사냥꾼>을 관통하는 감정은 바로 '회환'이다. 이미 나쁜 결말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내가 그때 왼쪽으로 가지 말고, 오른쪽으로 갔더라면 이라는 선택에 대한 후회, 그때 나를 기다리고 있을 미래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정한 행동으로 인한 파급효과들은 어쩔 수 없이 비극에 이르게 된다.  그렇게 다시는 되돌릴 수 없지만, 다시 한번 시간의 끝을 잡고 돌아가고 싶은 회한의 선택들. 하지만 과거로 되돌아간다고 한들, 나라는 인간 자체가 변하지 않는 한, 결국 내가 하는 선택은 같을 수밖에 없다는 걸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한다. 우리가 생에서 하는 수많은 결정들로 인해, 결국 우리의 미래가 달라지는 것처럼, 미리 조심하지 못하고 물이 엎질러진 다음에야 우리는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다. 늘 그렇지 않은가.

 

나는 언젠가 집을 아무도 못 들어오는 안전한 곳으로 만들려고 결심한 적이 있었다. 경찰 연줄을 이용해서 창문과 문에 경보기를 달려고 했었다. 그렇지만 나라는 바보는 수년 동안 그것을 미뤄왔다. 악은 다른 사람들한테만 일어나는, 복권 당첨 같은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착각을 하는 걸까.

이 세상의 그 어떤 경보기도 내 가족의 파멸을 막을 수는 없었을 거라는 사실도 위로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든 범죄 소설에서 피해자의 가족, 친구, 주변인물들은 항상 같은 딜레마에 빠진다. 머릿속에서 '만약'이라는 단어를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내가 그때 그와 같이 갔더라면.

만약 내가 그녀를 집으로 데려왔더라면.

만약 내가 그냥 넘기지 않았다면. 

만약 내가 그녀를 혼자 두지 않았다면.

만약....

 

하지만 '만약' 타령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고, 단지 자신을 괴롭힐 뿐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 과거를 바꾸거나 고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평생 동안 이런 연쇄살인마를 만나게 될 확률, 혹은 그자가 나와 가까운 사람이었다거나, 그의 범죄 대상이 내 가족이나 친구가 될 일은 극도로 드문 경우이다. 그러나 그 드문 경우의 수에 해당되는 소수의 사람이, 바로 내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 삶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긴박감 넘치는 스릴러를 따라가면서도, 등장인물들이 체감하는 공포와 회환, 슬픔과 후회의 감정을 고스란히 체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작에서 초르바흐는 눈알수집가에 의해 가족을 잃었고, 알리나는 자신에 대한 참담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 평범한 사람들이 악인에 의해 파괴되는 이야기인 <눈알수집가>에 비해, 사건 이후 남겨진 자들에 대한 이야기인 <눈알사냥꾼>은 속도감은 조금 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악인의 등장으로 눈알수집가 외의 다른 이의 더 악랄한 범죄 행각은 이야기를 새로운 국면으로 이끈다.

 

출간년도 원서제목 한글판 국내출간
2006 Die Therapie 테라피 2007년 06월 
2007 Amokspiel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2011년 08월 
2008 Das Kind 아이 미출간
2008 Der Seelenbrecher 영혼의 파괴자 미출간
2009 Splitter 파편 2010년 08월 
2010 Der Augensammle 눈알수집가 2013년 06월 
2011 Der Augenjäger 눈알사냥꾼 2014년 03월 
2012 Abgeschnitten 갈기갈기 찟긴 출간예정
2013 Der Nachtwandler 몽유병자 출간예정
2013 Noah 노아 출간예정

 

, 이번 사건의 범인은 세계적인 안과의사인 차린 주커 박사이다. 여자들을 납치해 납치 해 눈꺼풀을 도려내고 강간한 후 버린 여자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자살을 택하고 만다. 그가 살인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라, 경찰에겐 증거도, 증인도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경찰은 알리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녀는 주커를 만나 그를 마사지 하면서 환영 속에서 주커의 다음 희생자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차린 주커와 눈알수집가 사이의 어떤 연관을 발견하게 되고, 스토리는 걷잡을 수 없이 달려가기 시작하는데.. 이번 작품의 후반부 역시 전작만큼이나 강렬하다. 어떤 것이 거짓이고 진실인지, 누가 동료이고, 적인지에 대한 혼란과 현실과 환상의 기묘한 구분에 이르기까지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더니, 결국 전작의 결말 자체를 부정하는 반전까지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당신이 이 책을 읽으려면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할 것이다.

 

피체크의 독보적인 구성은 시작부터 독자들의 머리를 정신 없게 만든다. 전작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작하는 이번 작품의 서두에서 초르바흐의 아들 율리안을 납치한 눈알수집가는 율리안을 살려주는 대가로 그의 죽음을 요구하고,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초르바흐는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쏜다. 시작하자마자 시리즈의 두 주인공 중에 한 명이 자살을 하다니, 이 무슨 당황스런 서두란 말인가. 싶을 정도의 충격으로 작품이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반부의 대부분은 맹인 물리 치료사인 알리나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전작에서는 주체가 아니었던 인물이라 더욱 그녀의 감정과 생각을 읽어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범죄에 직면한, 혹은 피해를 보고 남겨진 이들에 대한 놀라울 정도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뛰어난 혜안은 어느 순간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든다. 그러니까 바로 이런 대목들.

 

친구들과 앉아서 맥주를 마실 때나 아내와 함께 아침 식탁에서 일요일 신문의 머리기사에 대해 토론할 때, 그런 여유로운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을 비판하기 쉽다. 지하철에서 젊은 패거리에게 강도를 당할 대는 저항하지 말았어야지. 조종사는 비상 착륙을 할 대 당연히 비행기 연료를 먼저 흘렸어야지. 연료 탱크가 가득 찬 상태로 착륙을 시도하면 안 되지. 불타는 자동차에서는 당연히 살 만큼 산 늙은이보다는 아이를 구해내야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저울질은 늘 나중에야 분명하고 또렷해진다. 거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여유가 생긴 다음에야. 전장 한복판에 서 있을 때 우리 뇌는 작동을 멈춘다. 우리는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라 그저 행동할 뿐이다.

 

어떤 사실을 이론적으로 아는 것과 그런 인식에 따라 실제 행동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이런 예외적인 상황, 극단적인 상황에 처할 일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안타깝게도 언젠가 후회하게 될 그 순간에 충분히 귀 기울이지 못하곤 한다. 누군가의 죽음에 직면해서야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들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 가슴 아픈 회한의 순간으로 피체크는 우리를 초대한다. 그 어떤 스릴러가 이런 슬픔을 줄 수 있었던가. 그것이 피체크의 스릴러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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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안상임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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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흥미로운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어릴 적 소풍 가서 즐겼던 보물찾기가어른들의 놀이로 진화한 '지오 캐싱'이라는 이색레포츠가 인기라는 기사였다. 지오 캐싱은 지구를 뜻하는 지오(geo)와 은닉처·귀중품을 뜻하는 캐시(cache)의 합성어라고 한다. 휴대용 GPS를 활용해 누군가가 숨겨놓은 물건을 찾는 일종의첨단 보물찾기라고 할 수 있다. 2000년에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현재는 전 세계 200개가 넘는 나라에서 500만 명 이상이 지오 캐싱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 지오캐셔도 300여 명이 있다고 하니, 아직 우리에게 낯선 분야이지만 그래도 몇 년째 꾸준히 즐기고 있는 이들도 있는 것 보면 마니아적인 레포츠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 지오 캐셔 들이 숨겨놓은 보물은 금전적 가치가 높은 것이 아니라, 보물 자체보다는 여행이라는 것을 통해 어릴 적 소풍을 가서 보물찾기를 했던 추억도 되살릴 수 있고,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한다. 자신이 쓰던 물건부터 기념품 등 소소한 물건을 밀폐된 작은 통에 넣어 자신만의 장소에 감춰놓고, 보물과 관련된 힌트와 좌표(위도와 경도)를 통해서 낯선 이들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는 행위는 꽤나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보물을 습득한 후에는 자신이 가져간 보물과 교환해야 하므로, 보물의 종류는 매 번 바뀌지만 보물상자와 장소는 항상 그 자리에 남게 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GPS만 있으면 체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귀가 솔깃한 레포츠가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낯선 이들 사이의 소통이라는 점과 보물로 무엇이든 숨길 수 있다는 점이 추리, 스릴러 소설에의 매우 훌륭한 소재가 된다.

 

잘츠부르크 근교 방목장에서 한 여자가 살해된 채 발견되는데, 시체 발바닥에는 알 수 없는 숫자와 문자 조합이 문신되어 있다.

 

N47˚46.605

E013˚21.718

 

수사를 맡은 베아트리체와 플로린은 그것이 특정 지점을 가리키는 좌표라는 것을 알게 되고, 좌표 지점에 숨겨진 살인범의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 그들이 발견한 메세지는 아래와 같다.

 

이름이 크리스토프인 남자 성가대원을 찾아. 그의 왼쪽 손등에는 점이 있어. 대략 오륙 년 전쯤에 잘츠부르크 성가대 소속이었고, 거기서 슈베르트 미사곡 내림가장조를 불렀다는 데 매우 자부심이 강해. 그의 출생 연도 마지막 두 자리 숫자를 A 라고 하고 이 A를 제곱해서 37을 더하고, 당신이 가진 북쪽 좌표에 이 숫자를 더해.

A 10을 곱하고 그 각 자릿수의 합을 구해. 그런 후 A를 이 숫자와 곱해. 229를 빼고 당신의 동쪽 좌표에서 나온 숫자를 빼. 스테이지 2에 온 걸 환영해. 거기서 다시 봐.

 

별다른 단서가 없었던 베아트리체와 플로린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범인이 초대한 게임에 응할 수밖에 없다. 범인이 지목한 신원이 불분명한 인물을 찾아내고, 그 인물과 관련된 정보를 조합해서 문제를 풀어내면 그것이 가리키는 것은 또 다른 좌표이다. 바로 범인은 GPS를 활용한 일종의 보물찾기인지오 캐싱게임으로 두 형사를 초대한 것이다. 그들이 풀어낸 좌표가 가리키는 곳에는 신체의 일부가 숨겨져 있고, 스테이지가 거듭되면서 그들이 찾아내는 인물들은 늘어나지만 대체 그 사람들이 범죄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궁인 상태이다. 수수께끼를 풀어나고, 게임의 다름 라운지를 쫒아 가다 보면 이 책의 가독성은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꽤 두툼한 분량인데도 불구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페이지가 넘어간다. 다음 장이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과정이 전체 내용의 대부분이다 보니, 대체 경찰들은 왜 항상 뒷북만 치고 있나. 범인도 사람인데 어쩌면 지문을 포함해서 흔적 하나 남기지 않을 수 있나. 속이 터지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반전과 범인에 대해서 알고 나면, 과연 그가 유능한 형사들과 두뇌 대결을 펼칠만한 잔혹한 살인범일 수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범행수법과 동기를 알게 되면, 그 동안 애매했던 부분들이 일시에 줄을 맞춰 정리가 된다는 쾌감도 있다. 무엇보다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주인공 캐릭터도 기존 스릴러의 주인공에 비해서 인간적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베아트리체는 이혼한 전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고, 두 아이를 돌보면서 살인 사건 수사를 하느라, 어머니에게 맡기거나,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전남편은 아이에게 시간을 많이 쏟지 못하는 그녀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어 틈만 나면 아이들을 데려가려고 하고, 상사인 호프만 국장은 동료인 플로린은 인정하지만, 그녀의 능력은 인정하지 않아 늘 못마땅해 한다. 게다가 그녀는 모델 같은 여자친구를 가지고 있는 동료 플로린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기도 한다. 물론 그에게 들키지는 않지만, 그녀 혼자만의 생각 속에서 우리는 실제 있을 법한 여자의 감정을 느끼면서 그녀에게 감정적으로 이입된다.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범인이 베아트리체에게 의문의 문자 메세지를 보내기 시작하고, 그것이 곧 그녀의 악몽과도 같았던 슬픈 과거와 연결되면서 플롯은 더욱 풍부해진다. 범인이 그녀에게 있었던 과거의 상처를 끄집어냈었던 이유 또한 범행동기와 이어지면서 완벽한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저자인 우르줄라 포츠난스키는 청소년 스릴러로 유명한 작가인데, 이 작품이 처음으로 쓴 성인 스릴러라고 한다. 앞으로 펼쳐질 베아트리체와 플로린 형사의 다음 시리즈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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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의 죽음 니나보르 케이스 (NINA BORG Case) 3
레네 코베르뵐.아그네테 프리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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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커다랗게 진행되는 플롯과 별개로 이 작품의 스토리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두 자매 사이의 질투에서 비롯된 파국이다. 작품의 초반에 오디오 파일로 보여지는 짧은 동화가 전체 이야기의 핵심인 셈이다. 스탈린 치하에서 구전되던 스탈린 동화이다. 나이팅게일도 노래를 멈추게 만들 만큼, 굉장히 아름답게 노래를 부르던 두 자매가 있었다. 자매 중 하나가 황제를 위해 노래를 불렀고, 그것이 아주 많은 사람들을 파멸시킨다. 그러자 화가 난 다른 자매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황제가 그 노래를 듣고 자신의 나이팅게일이 되어달라고 애원한다. 그녀는 그 대가로 사악한 자매의 머리를 얹어 오라고 요구하고, 황제는 아름다운 노래 뒤에 사악한 마음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자매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 전체를 다 죽이고 만다. 그리고는 그것이 바로 네 질투의 대가라고 말하며, 남은 자매를 쫓아낸다. 오이디푸스 상황에 기인한 질투라는 감정은 일차적 대상과 독점적인 관계를 맺으려는 소망이 다른 대상에게로 옮겨진 것이다. 욕구 충족이나 관심만이 아니라 대상의 사랑을 차지하는 것이 목적이며, 또한 경쟁자를 제거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소망도 포함된 무서운 감정이다. 그래서 질투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항상 비극으로 진행되어 파국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 '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에 이어 〈니나 보르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덴마크 적십자 소속 간호사 니나 보르가 주인공인 시리즈이지만, 주인공이 크게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는데 그 특별한 매력이 있다. 아무래도 형사나 경찰이 아닌 주인공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시의성 강한 소재에 관심이 많은 작가들의 특성상 인물보다는 스토리 자체에 집중하고자 하는 것도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현재의 덴마크와 1934년 우크라이나의 이야기가 병렬식으로 교차 진행된다. 우크라이나에서 망명한 나타샤가 덴마크인 약혼자의 폭력에 시달리다 딸을 지키기 위해 그를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교도소에 구류되어 있었다. 그녀는 우크라이나의 심문 요청 때문에 경찰청으로 이송되던 중 여덟 살 난 딸 리나를 데려오기 위해 탈주를 하고, 덴마크 경찰과 보안정보부, 우크라이나 특수 경찰, 그리고 마녀라 불리는 제3의 인물이 그 뒤를 쫓는다. 그녀의 딸 리나를 돌보고 있던 덴마크 적십자 소속 간호사 니나는 보안정보부의 쇠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긴박감 넘치는 추격전이 현재 벌어지는 스토리의 대부분이다.

 

올가는 이제 겁이 났다. 아버지가 하르키우의 집 밖 베란다에 함께 앉아서 올가를 '높으신 공주님'이라고 부르고 어머니를 '뜰에서 가장 예쁜 꽃'이라고 했던 것은 옛날 옛적의 일 같았다.

지금 아버지는 올가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오늘 보니 아버지의 진짜 모습은 한 가지가 아니었다. 미소를 지으며 사랑을 주던 사람이 이튿날에는 증오를 퍼붓기도 한다. 잠깐만 등을 돌리면 감정이 바뀌고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1934년의 우크라이나는 스탈린 치하에서 기근에 시달리는 올가와 옥사나, 두 자매와 그들의 가족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회 기반시설의 붕괴 또는 전쟁으로 인한 기존의 기근과 달리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대기근은 스탈린 치하의 정치적, 행정상의 경정으로 비롯된 기근이었다. 대기근으로 250만 에서 350만 명 사이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이것을 홀로도모르라고 한다. 농산물 수출로 급속한 산업화에 필요한 자본을 공급하려던 스탈린의 농장 집단화 정책 때문인데, 정부는 반발을 불러 일으키는 농장을 습격, 곡물들을 모조리 가져간다. 극중에도 올가의 할아버지가 소를 도살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당시 농민들은 집단농장에 농사일에 필요한 소들을 내놓느니 차라리 도살했고, 그로 인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면적은 급격히 줄어들고, 결국 참담한 결과인 대기근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올가와 옥사나의 사투는 당시의 처참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그것은 혹독한 기근과 밀고, 추방으로 이어지는 스탈린 체제에서 가족을 포함해서 이웃마저 피로 물들이고 만다. 질투와 증오로 점철되는 두 자매의 관계는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과거보다 더 많은 분량으로 진행되는 현재의 스토리보다도 훨씬 더 몰입 감이 뛰어날 정도로 말이다.

 

사실 나타샤가 탈주를 감행한 이유와 그녀를 쫓는 마녀의 정체, 그리고 마녀가 왜 그녀와 딸을 노리는 것인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경찰은 나타샤가 그녀의 전 남편과 약혼자를 죽였을 거라고 의심하고 있지만, 그녀의 사정 또한 그다지 보여지지 않고, 그녀의 심리 상태도 그다지 친절하게 설명되고 있지 않아, 독자로서 캐릭터에게 감정 이입도 어렵다. 니나가 불법체류자를 비롯해서 신원이 불확실한 사람들에게 의료, 거주할 곳 등을 지원해주는 간호사이긴 하지만, 나타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으면서도 그녀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도 행동에 대한 동기가 설명되지 않아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많은 부분 물음표를 던지는 스토리의 대부분은 나타샤의 이야기와 교차되어 진행되는 과거 올가와 옥사나의 이야기에서 결정적인 실마리가 풀리지만, 그건 작품의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퍼즐처럼 짜맞춰진다.

 

1930년대에 있었던 우크라이나의 끔찍한 역사가 그저 과거의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인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게 되는 후반부의 파괴력은 어마어마하다. 한동안 뉴스 화제였던 우크라이나 사태처럼 과거의 일들이 현재 정치가, 언론인, 재벌 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스탈린 치하의 산업화 정책으로 인해 도시와 농촌의 빈부 격차가 현재에 어떻게 반영이 되었는지,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이런 문제들이 어떻게 한 여성의 삶을 궁지로 몰아갔는지, 이런 사회적 부조리 속에서 어린 싱글 맘이 딸을 지키며 살아남는 과정은 그야말로 섬뜩하고, 슬프고, 장대한 한 편의 서사로 펼쳐진다. 여타의 스릴러 장르 소설들에 비하자면, 주인공 캐릭터가 전반에 드러나지 않아 다소 미약해 보이고, 긴장감과 스릴감이 조금 떨어져서 루스 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나갈 수도 있는 과거의 굴레 속에서 아직도 살아가는 인물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버리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사회파 미스터리의 색다른 경지가 아닐까 싶다. 니나 보르 시리즈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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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킬러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36
제프 린제이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영화 <방황하는 칼날>을 보았다. 긴박감 넘치는 구성에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는 내내 분통이 터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실제 청소년 범죄가 일어나면 법의 보호를 받는 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는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며 가벼운 보호 처분으로 적당히 마무리되고, 가해자들은 이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당당하게 생활한다. 하지만 피해자는 평생을 아픈 기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곤 한다. 왜 피해가족이 죄인처럼 숨어 살아야 할까? 우리가 만약 피해자의 부모라면 극중 딸을 잃은 그처럼, 범인에게 복수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숱한 영화나 소설에서 미성년자 처벌의 맹점과 개인의 사적인 복수에 대해서 다루어지곤 했었다. 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한 가지이다. 비단 미성년자 처벌의 문제만이 아니라, 어떤 범죄에서건 사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는 건 솔직히 피해자가 아닌 경우가 다반사이다. 법률에도 명기되어 있다고 한다. 사법은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그러니 가해자는 벌을 주기 위해 정중히 보호하지만, 피해자는 언론에 두 번 세 번 죽임을 당하든 말든 그냥 방치되고, 수사 상황은 고사하고 사건에 관한 정보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가해자가 지은 죄라는 게, 피해자한테 해를 가한 게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법을 위반한 것, 사회 질서를 어지럽힌 것이라 처벌을 하는 거라나. 이러니 안타깝지만 빽 없고, 힘없는 피해자들은 억울하고 분해도 그저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영웅이다. 법이 처벌해주지 않는 범죄자들을 응징해서 직접 처벌할 수 있는 그런 존재 말이다. 법이 존재하는 나라에서는 그 어떤 경우에라도 개인의 사적인 복수를 허용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니 우리처럼 평범한 독자들은 극중에서라도 법의 테두리를 무시하고, 범죄자들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여줄 수 있는 우리 만의 영웅을 꿈꿀 수밖에 없다. 우리가 허구의 이야기에 열광하고, 위안받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지 않나.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기적 같은 경험을 하고 싶어서. 말이다. 할리우드 영화 속의 안티 히어로들처럼, 우리를 열광케 하는 그, 덱스터가 돌아왔다. 그의 직업은 경찰 소속 혈흔 분석가이지만, 그는 세상의 '연쇄 살인범'을 대상으로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캐릭터이다. 살인을 저지르지만, 사회의 악을 숙청한다는 의미에서는 '안티 히어로'로서의 최고의 영웅이라 하겠다. '달콤한 킬러 덱스터' 2004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로 시작해서,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어둠 속의 덱스터', 그리고 '친절한 킬러 덱스터'에 이어 다섯 번째 시리즈이다. 소설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TV드라마 덱스터는 무려 시즌 8까지 나오면서 선풍적인 열풍을 일으켰었다. 특히나 이번 다섯 번째 작품에서는 잔혹한 킬러인 덱스터의 아이가 태어나면서 그가 딸 바보 아빠가 되면서 시작한다. 극악한 살인을 저지르는 킬러가 딸 아이에게 하트 섞인 눈빛을 보내는 달콤한 캐릭터가 되다니, 초반에는 적응하기가 어려워 다소 어리둥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의 시리즈를 찬찬히 돌이켜본다면, 그가 뜬금없이 딸 바보가 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드라마로 제작될 만큼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리즈이므로, 그 동안의 시리즈를 전혀 보지 않았다고 해도 이번 작품을 읽는데 크게 무리는 없다. 하지만, 전작을 읽었었더라면 그 재미는 당연히 몇 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전작들을 다시 다 읽어볼 수는 없기에, 첫번째 시리즈인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를 다시 꺼내어 읽어보았다. 국내에 2006년에 출간되었던 책이라, 꽤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그제야 덱스터가 이런 인물이었지, 하고 새록새록 기억이 났다. 이번 신작을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 덱스터가 어떤 캐릭터였는지 잠깐 정리해보자.

 

 

덱스터의 현재 직업은 마이애미 경찰 과학수사팀의 혈흔분석가이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경찰 소속 혈흔분석가이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이 또 하나 있었으니 바로 연쇄살인마들만 골라서 처단하는 또 다른 연쇄살인마이다. 그는 왜 살인을 즐기게 되었으며, 또 왜 무고한 사람들은 죽이지 않고, 연쇄살인마들만 찾아내어 죽이게 되었을까? 대답은 어린 시절에 있다. 무려 세 살 때 엄마가 참혹하게 살해당하는 고스란히 지켜본 트라우마가 살인충동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전기 톱, 날아다니는 시체 토막들.. 그리고 피 속에서 덱스터와 그의 형 브라이언은 그 모든 걸 보면서 이틀하고도 반나절을 보내야 했다. 그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무사히 살아나올 수 있었는지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사람들은 그들이 아직 어리니 곧 정상으로 회복될 거라고 했지만, 둘 다 그 사건으로 인해 괴물이 되어버린다. 스스로 내면에서부터 올라오는 살인 충동을 제어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자든 아이든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브라이언과 달리 덱스터는 양아버지 해리의 가르침 덕분에 조금 다른 살인마로 자라난다. 어린 그가 외상성 사건의 피해자로 살인 충동을 가지고 있는 걸 알게 된 해리는 어린 덱스터에게 이렇게 말한다.

 

넌 좋은 아이란다. 넌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분이야. 아마 제어가 되지 않았을 거다.

그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 테니, 순순히 끌려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넌 너를 제어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다. 누구를 죽여야 할지 선택하는 것.

 

살인충동을 제어할 수 없다면, 그 충동을 좀더 좋은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다고 알려준 것이다. 세상엔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 많다고, 그렇게 덱스터는 양아버지를 통해서 적절한 목표물을 고르는 법을 배우고, 완벽한 일 처리와 깔끔한 뒷정리에 대해서도 배운다. 실수하지 않으려면 흔적을 남기지 않아야 하고, 상대를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라는 것까지 말이다. 그렇게 덱스터는 양아버지 해리의 엄격한 가르침에 의해긍정적인 살인마로 살아서 지금에 이르렀다. 어릴 적 겪은 입에 담기도 끔찍한 공포로 인한 트라우마로 살인 충동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것을 세상의 어둠을 숙청하는 방향으로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의 형 브라이언은 해리의 방식과 같은 통제 없이 어른이 되었기에, 덱스터와는 다른 살인범이 되어 가끔 덱스터 앞에 나타날 때마다 문제를 일으킨다.

 

물론 긍정적인 살인마이긴 하지만 덱스터가 평범한 영웅은 아니다. 그에겐 양심이나 수치심, 죄책감이 없고, 사람들을 사귀고 사랑하려고 노력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동물들조차 그를 싫어해서 애완동물도 기를 수가 없다고 하니 뭐 말 다했지 않은가. 그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 무엇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자기 자신조차 절대 사랑할 수 없는 괴물이라는 사실 또한 말이다. 하지만 그는 리타라는 활동적이고 생기가 넘치는 여자를 만났고, 그녀의 두 아이 애스터와 코디와 함께 가정을 이루고 살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다섯 번째 시리즈에 이르러 그들 두 사람의 아이가 태어나게 된 것이다.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던 그가, 자신의 아이라고 해서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마음이 따뜻하고, 자상한 아빠로 변할 수 있을까. 의문이 가는 사람들이라면, 첫 번째 시리즈를 다시 떠올려보아야 한다. 덱스터라는 캐릭터가 우리에게 당도한 첫 번째 장면에서 그는 아이들에게 몹쓸 짓을 한 신부를 찾아가 응징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니야. 어떻게 애들한테 이런 짓을 할 수 있지? 적어도 너처럼 아이들을 죽이진 않아. 그저 너 같은 놈을 찾아 제거할 뿐이지" 라는 그의 말은 그가 평범한 사람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아이들에 대해서만은 꽤 관대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리타의 두 아이 애스터와 코디를 만났을 때도 역시 마찬가지, 그는 아이들을 좋아했고, 아이들 또한 덱스터를 믿고 따랐다. 세상에서 자신에게 애정을 보내는 존재를 가장 빨리 알아차리는 존재가 애완동물과 아기들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이 사람이 자신을 진짜 좋아하는지, 아니면 그런 척 하는지 그 누구보다 빨리 캐치한다는 뜻이다. 세상 사람들이 한 순간에 죽어버린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만한 냉혈한 킬러이지만, 그런 그에게도 아이들만은 상처 주고 싶지 않은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DNA를 물려받은, 자신과 닮은 아이라니, 얼마나 감회가 새롭겠는가.

 

릴리 앤이 태어났다. 나는 달라지고 싶다. 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아이를 지키고 싶다. 무릎에 앉히고, 아이에게 크리스토퍼 로빈이나 닥터 수스의 책을 읽어주고 싶다.... 그렇게 키운 내 아이가 불치병도 고칠 만한 아름답고 경이적인 교향곡을 쓰는 어른이 되는지 옆에서 지켜보고 싶다.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과 다른 내가 되어야만 한다. 그럴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이 생겼으니까.

더는 어둠 속의 덱스터로 살아가고 싶지 않다.

 

그의 딸이 시작하면서부터 그에게는 세상이 갑자기 황홀해진다. 모든 것이 새롭고 경이로워지고, 인생 자체가 변하게 된 것이다. 그는 릴리 앤을 보면서 과거의 끔찍한 덱스터는 이제 사라지고, 그 동안의 어둡고 끔찍한 기쁨들은 모두 그 순간으로 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디 그렇게 세상이 만만하던가. 이제 살인을 그만두고 예쁜 딸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아빠로만 살고 싶었지만, 음험한 어둠 속의 속삭임은 끊임없이 살인을 부추기고,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 속에 식인 뱀파이어들의 등장, 그리고 골치덩어리 형 브라이언까지 나타난다. 그는 과연 살인의 희열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나날이 발전하는 살인마들의 만행을 그저 모른 척 두고 볼 수 있을까? 그가 어떻게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아빠로서의 결심을 지키는지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스토리가 이번 <달콤한 킬러 덱스터>의 주요 내용이다. 덱스터 시리즈가 탄생한지 10년이 되었지만, 역시 덱스터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2014년에 가장 어울릴만한 안티 히어로가 아닐까? 실제 이런 캐릭터가 있어 사회의 지저분한 무리들을 치워낸다면, 세상이 좀더 깨끗하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은 행복한 기대감이 잠을 설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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