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면서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
고규홍 지음, 김명곤 그림 / 사계절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괴산군 오가리 느티나무야, 안녕?
난 숲이랑 나무랑 곤충을 참 좋아하는 씩씩한 남자 아이의 엄마란다. 우리 아이는 올해 초등학생이 되고……. 너도 축하해 줘.
내가 너에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알면서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본 너를 차를 타고 가면서 직접 본 적이 있어 너무 반가웠기 때문이야.
넌 우리나라 아주 옛날부터 소중한 쓰임새가 많았던 나무였지? 그리고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나무고……. 그런데 널 어디서 보았냐고? 사실 친구들에겐 비밀이란다.
내가 결혼하기 전에 친정 부모님께서 시골 마을에 사시고 싶다고 농촌 마을로 이사 간 적이 있었어. 그 때 처음 추석 귀경 길에 내려가는데 차가 너무 많이 밀려 무척 고생을 한 적이 있어.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 있냐고? 내 친정이 너랑 가까운 데 있거든.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나서 친정에 갈 때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아서 너무 좋았어. 그리고 그 때 널 처음 본거야. 그 때는 네가 그렇게 유명한 나무라고 알지 못했단다.
차를 타고 갈 때면 네가 우뚝 서서 있는 그 장소를 지나가면서 나무가 너무 멋지다는 생각을 늘 했었어.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싶었던 적이 많았는데 지금은 친정집이 괴산이 아니라 친정에 갈 때 너를 만나지 못해 아쉬워.
<알면서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 이 책을 읽었는데 맨 처음 네 이야기가 나오잖아! 난 정말 반가웠어. 네가 태어난 지 800년이나 되었고 천연기념물 제 382호라는 것도 이 책을 보고나서야 알았단다.
그럴 줄 알았다면 꼭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나중에 여름이 되면 온 식구들 함께 다시 괴산으로 가면서 너를 만나러 갈 거야. 그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렴.
게다가 우리 아이가 올해 여덟 살이 되는데 어릴 때 너를 봤기 때문에 네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야. 그래서 그런지 책 속에 있는 네 그림을 보고 꼭 보고 싶다고 언제 여름이 오는지 기다리고 있단다.
이 책에서는 너 말고도 정말 많은 나무들이 나오지. 사실 난 나무랑 풀, 꽃에 대해서 잘 모른단다. 시골에서 살았던 적도 없었고 방학 때가 되어서도 시골에 계신 친척이 없어서 놀러간 적도 없었어. 내가 어릴 때 우리 부모님께서 네가 있었던 그 곳에 살았더라면 너랑 늘 친구하며 놀았을 텐데……. 그럼 나무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겠지?
친정 부모님께서 약 4년 전에 우리 집 가까이로 이사 오셨어. 이젠 괴산에 친정 부모님을 만나라 갈 수 없지만 가까이 살고 계시기 때문에 늘 자주 찾아뵐 수 있어 더 좋긴 해.
너도 옆에 멋진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으면 더 좋을 텐데, 혼자라 가끔은 외로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그곳에서 쉬기도 하고 오며 가며 사람들이 인사할 테니까 그래도 괜찮겠지?
사진이 아닌 세밀화로 된 그림이었는데 얼마나 섬세한지 처음 책을 넘기면서 너를 대번 알아봤단다. 나뭇잎이랑 나무줄기, 꽃봉오리까지 잘 살펴보았는데 나중에 우리 동네에서도 네 친구들을 꼭 찾아볼 거야.
느티나무가 모기도 들지 않는 시원한 나무 그늘을 만들어서 예로부터 정자나무라 불렸다던데 나도 여름이면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책도 읽고 싶어.
그리고 책에서 느티나무 말고 다른 나무들도 참 많이 만났어. 특히 작년에 친정에 갔다가 그 옆에 있는 숲에 가서 밤도 줍고 도토리도 주웠거든. 그 밤을 가직 밥에도 넣고 구워먹기도 하고, 또 도토리를 가지고선 도토리묵도 쑤어 먹었단다. 너무 맛있게 먹었어.
밤나무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상수리나무랑 떡갈나무, 굴참나무 등 그림과 도토리 열매까지 참 자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올 가을 다시 그 숲에 가면 어떤 나무인지 자세히 살펴보고 우리 아이랑 함께 관찰기록장도 만들려고 해.
또 숲이랑 나무를 좋아하는 아이 때문에 나도 작년에 숲이랑 나무에 대해 읽은 책이 여러 권 있었는데, 나는 다른 책도 좋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나무에 대한 내용을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아 가장 좋았어.
정말 <알면서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라는 말에 공감이 갔단다. 지난번에도 우리 아이가 나뭇가지에 핀 꽃을 보고 “엄마, 저게 뭐야?” 하고 물은 적이 있었는데, 난 그게 꽃 인줄 몰랐거든.
하얗고 노랗고 예쁜 것만 꽃인 줄 알았는데 느티나무 너처럼 그렇게 아주 조그맣게 숨어서 피는 나무도 많이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았지.
모두 여섯 장으로 된 책 내용 중에서 우리 겨레를 대표할 수 있는 나무, 쓰임새가 요긴한 나무, 우리 살림살이와 가까운 나무, 꽃이 아름다운 나무, 자태가 아름다운 나무, 열매가 요긴한 나무 이렇게 나눠놓았는데 난 하나 하나 책을 읽어보면서 나무 이름이나 모양, 쓰임새 뿐 아니라 나무를 더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갖게 되었어.
작년에 유치원에서 뽕나무 잎과 누에 두 마리를 가지고 온 적이 있었어. 뽕잎을 먹는 누에를 관찰하는 것도 정말 신기했고, 쑥쑥 자라는 누에를 보면서 온 식구가 놀랐단다. 그런데 한 마리는 죽고 다른 한 마리는 번데기가 되었는데 고치를 나오지 못해 결국 나방이 되는 걸 보지 못했어.
집에서 길렀던 누에랑 정말 책 속 그림이 똑같은 거 있지? 뽕나무가 그렇게 큰 것도 처음 알았어. 이 책에서 뽕나무가 나오니까 우리 아이는 다시 누에를 길러보고 싶다고 했어. 나도 뽕잎은 보았지만 아직 뽕나무를 직접 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꼭 한 번 보고 싶단다. 누에로 변한 처녀 이야기 전설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
아마도 책 속에 있는 나무들을 한번씩 둘러보려면 무척 바쁠 것 같지?
또 외국에서 번역된 나무와 숲에 대한 책도 읽은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잘 보지 못하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지만 직접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거든. 그런데 이 책 뒷부분에 도움 받은 책과 사이트, 나무를 보고 그린 곳, 찾아보기 까지 자세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궁금한 점이 생겨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각 나무마다 세밀화로 된 나무 그림과 재미있는 이야기는 나뿐 아니라 우리 아이도 잘 읽으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어머, 우리 집 근처에 있는 나무가 바로 이 나무였구나!’ 하고 알게 되지. 우리 조상들의 지혜도 알 수 있었고, 생활모습도 더불어 배울 수 있던 책이었어. 나중에 아이가 커서도 소장할 수 있는 그런 책이 된 것 같았단다.
또, 천연기념물 나무에 대한 소개도 좋았고, 늘 비슷해 보이는 소나무와 잣나무, 백송 잎의 차이점도 알 수 있었어.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세밀화 뿐 아니라 실제 나무의 모습이 사진도 같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했었지.
우리 집 장롱도 오동나무냐고 물어보고, 등나무 가구에 앉아보고 싶다고 하며, 지난번에는 갑자기 복숭아가 먹고 싶다고 해서 날 당황하게 만들었는데 이 책에서도 복사나무가 나오더라. 우리 아이는 복숭아나무라고 알고 있다가 복숭아가 열리는 나무는 복사나무라는 것을 알았어. 사실은 나도 그냥 복숭아나무인 줄 알았다가 우리 아이 몰래 “엄마는 원래 알고 있었어.” 하고 이야기했단다. 나중에라도 우리 아이에게 절대 비밀이야.
아참, 우리 집에는 애완동물이 많이 있단다. 그 중에서 우리 아이는 사슴벌레랑 장수풍뎅이를 참 좋아해. 알이 애벌레가 되고 요즘은 언제 번데기가 되냐고 자꾸만 물어보는데, 나도 처음 길러보는 거라 아직 잘 모르겠어. 너도 알다시피 아직 봄이 오지 않았잖아.
우리 아이는 사슴벌레가 숨어있는 참나무(상수리나무)를 꼭 발견하고 싶어 한단다. 장수풍뎅이는 이제 우리나라 남부지역에만 살고 있다고 하니까 사슴벌레만이라도 꼭 보고 싶어 해.
나도 집에서 길러보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것 같지만, 그래도 자연 속에 있는 곤충이나 벌레들을 직접 보고 관찰해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단다. 자연보호 측면에서 절대 집으로 가지고 오지 않고 말이야.
책을 읽으면서 올해는 아이랑 숲에 많이 가서 자연을 벗 삼고 놀리라 생각했는데 숲에 갈 때마다 이 책을 꼭 가지고 가서 어떤 나무가 있는지 알아볼 거야.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어.
책 속에서 개나리랑 진달래, 목련을 보니까 우리 동네에서도 빨리 그 꽃들을 만나고 싶어. 게다가 우리 아이랑 진달래꽃을 따서 화전을 꼭 해먹기로 했거든.
참, 너는 혹시 대나무가 60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는 것 알고 있었니? 난 그 이야기를 읽고 정말 깜짝 놀랐단다. 내가 과연 대나무 꽃을 볼 수 있을까 무척 궁금해.
왜 대나무가 푸른 절개와 곧은 기상의 상징이 될 수 있었는지도 잘 알게 되었어.
마지막으로 책 뒤에 나무 지도 그리기랑 나무 관찰 노트가 있잖아. 우리 동네에 있는 나무들을 하나씩 찾아다니면서 기록해볼 거야. 지금은 나무에 잎이 하나도 없으니까 새순이 돋고 나뭇잎이 생기는 봄이 되면 우리 아이랑 꼭 해볼 거란다.
내가 컴퓨터로 쳐서 예쁘게 관찰노트를 많이 만들 거야. 그럼 나무를 많이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겠지?
그리고 느티나무, 네 모습도 꼭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봄이 되어 너도 푸른 잎사귀를 많이 만들고 잎이 더욱 무성해지는 여름에 꼭 만나기로 하자. 이 책이랑 관찰노트 잊지 않고 가지고 갈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