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기젤라.
사실 처음에 책을 읽지 않았을 땐 어떤 내용일까 무척 궁금했었다.
공주가 나오는 책은 꽤 여러 권 읽었고 그 공주 중에는 전형적인 왕자를 기다리고 왕자와의 결혼 후행복해지는 공주도 있었지만 <종이 봉지 공주>나 <수렉>에 나오는 공주와 같이 전형화되지 않은 멋진 공주들도 있는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종이 봉지 공주>의 엘리자베스를 참 좋아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여왕' 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다. 공주나 여왕. 일맥상통하기 때문일 것 같다. 책을 보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서평이나 출판사의 책 소개를 읽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을 때엔 사전 지식이 없었기에 더욱 궁금했던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늘 호기심도 많고 질문도 많이 하는 우리 아들이 왜 그런지 말이 별로 없다.
그래서 결국은 참다못한 나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아이에게 물었다.
"야, 넌 기젤라 같은 아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혹시 너무 직접적인 질문이었는지, 우리 아이도 책을 읽으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을텐데 내가 넘 급하게 서둘러서 아이에게 질문을 했는지 바로 후회도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 중에 나쁜 사람이 나오면 무척 흥분하고 감정이입이 넘 빠른 아이인데 왜 이 책을 읽으면서는 여왕 기젤라에 대해 나쁘다고 말을 하지 않는지 우리 아이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하긴 사실 나 역시 가끔은 누가 내 시중을 다 들어주고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곤 하니까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이기심과 욕심을 가지고 나 역시 돌을 던질 자격은 없을 것 같다느 결론이 든다.
아마도 우리 아이의 속 마음 속에서도 살짝 여왕 기젤라가 부러워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결말을 보며 그런 속 마음을 감췄을지도...
또한 이 책은 형식에 있어서도 참 독특하다. 여행을 떠난 아빠와 딸, 그리고 기젤라 역시 혼자서 여행을 떠나다 섬에 표류되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라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들어간 액자식 구성이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글씨가 좀 작고 아빠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부분과 아이와 아빠의 대화가 명확하게 구분이 되지 않아서 우리 아이가 혼자 읽었다면 잘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글씨체를 확연하게 달리 구분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는데 이것 역시 이 책이 너무 좋았기에 더 그런 마음이 든 것 같다.
가족 중에 아빠와 단 둘만의 여행. 부럽기도 하고 나중에 우리 아이도 아빠와 단 둘만의 여행을 혹은 엄마와 단 둘만의 여행을 한다면 그것도 멋진 추억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기사 언제나 우리 식구는 셋이고 항상 같이 움직여야한다는 아들과 신랑의 생각에 그런 꿈은 이뤄지지 않을 것것 같기는 하지만...
그리고 미어캣.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미어캣을 본 적이 있었고. 놀이공원에서 직접 미어캣을 보았던 적이 있는지라 미어캣은 과연 지능지수가 얼마일까 궁금해졌고 여왕 기젤라가 도착한 섬이 어디였을까도 궁금해졌다.
기젤라는 자신이 미어캣들을 조정하고 통치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고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린 나머지 그만 여왕이 아닌 평생을 떠돌게 되고 만다.
독특한 형식와 함께 아빠와 딸의 멋진 여행과 가족간의 사랑과 함께 욕심이 지나치면 어떻게 된다는 따끔한 충고와 교훈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멋진 책인 것이다.
이국적인 풍경과 미어캣이라는 색다른 동물과의 만남. 그리고 상상을 뛰어넘는 반전과 독특한 구성. 정말 개성이 풍부한 그림책이며 어린 아이들 뿐 아니라 초등학생들과 어른들도 함께 보면서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동화이다.
참 순하고 착해보였던 미어캣들이 기젤라의 끝없는 욕심으로 인해 그들의 본성이 드러나는 모습.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낸 장면을 난 잊지못할 것 같다.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책. 나도 아이에게 잠자기 전 거의 매일 동화를 들려주는데 이 책에 나오는 아빠가 정말 부러웠다.
난 언제나 혼자 책을 읽었고 부모님께서 내게 한 권의 동화책도 읽어주신 적이 없었는데 만일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시간을 거슬러갈 수는 없기에 후회하지 않는 우리 아이의 어린 시절 동안 더욱 더 많은 책을 읽으면서 멋진 추억을 쌓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