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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들리니?
일랑 브렌만 기획, 레나토 모리코니 그림 / 베틀북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처음 책을 보고는 큰 크기에 깜짝 놀랐답니다. 아이의 그림책 중 크다고 생각하는 크기의 책들보다 훨씬 더 컸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책은 글씨는 하나도 없고 그림들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그런지 크기가 큼직큼직하니까 그림을 한참동안 들여다볼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았답니다. 그림들도 간결한 편이긴 한데 하나하나의 움직임, 손동작, 옷차림 등등 아이가 열심히 관찰을 하더라구요.
이 책은 무슨 말을 전하는 것 같은 모습의 피에로부터 시작되어 그 피에로의 말을 들어주듯 한 손을 귀에 대고 귀를 기울이는 것 같은 왕의 모습으로 이어집니다. 다시 왕이 손을 입에 가져다대고 이번엔 철갑옷을 입은 누군가에게 말을 합니다.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 이 그림책의 전부입니다.
이 그림책을 아이랑 보려고 하니 열심히 상상력을 발휘해야 되더라구요. 뭐하는거지?라고 아이에게 물어보니 제가 처음에 제목을 읽어준 탓인지 처음엔 계속 "내 마음이 들리니?"라고 물어보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제목을 안 읽어줄 걸 그랬나하는 생각을 뒤늦게 했답니다. 하지만 비슷한 그림들이 반복되다 보니 스토리를 아이가 다르게 만들어내더라구요.
아이가 저에게도 이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해서 읽어주려고 보니 상상력 부족인지 고민되더라구요. 결국엔 책 맨 뒷편의 도움을 받아서 문장 하나를 만들어 전달하고 전달하는 놀이를 했답니다. 전부 다 색다른 이야기를 만들려고 하니 힘들었나봐요. ^ㅡ^;; 창의력, 상상력이 부족한 엄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답니다.
인물들의 표정, 옷차림, 생김새 살펴보는 것도 재밌었답니다. 손동작은 거의 비슷하지만 옷차림이나 악세서리 등이 달라서 재밌더라구요. 우리 아이는 망또를 벗은 늑대의 모습을 보고 <빨간 모자>를 떠올리더라구요. 제가 가만히 보니까 늑대의 옷차림이 전에 나온 할머니의 옷과 비슷하더라구요. 정말 세심한 관찰력과 상상력을 요하는 책이에요. 갑자기 빨간 옷을 입은 소녀가 사냥꾼에게 속삭이며 말하는 걸 보니 <빨간 모자>이야기랑 연결지어 이야기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 전 그림이 간결하고 이야기가 많이 있지 않은 이런 책을 무지 좋아한답니다. 아이가 자유자재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어 창의성을 기르는데 그만인 것 같아서요. 아이랑 볼 때마다 달라지는 내용의 그림책... 정말 두고 두고 꺼내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