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를 쏘다

고릴라를 쏘다 - 안티기자 한상균의 사진놀이
한상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10월

사진에 대해 관심이 많다보니 어떻게 하면 일상에서도 좀 남다르고 또 정말 잘 찍었다라고 스스로 만족할만한 사진을 건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대부분의 사진 책에서는 일단 사진을 많이 찍어야지만 사진 기술도 발전하고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책은 일단 안티기자의 사진놀이라는 점에서 색다르게 다가왔다.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인지에 대한 논의를 제쳐두어야 할 것만 같은 책이다.

사진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무래도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인 것 같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아이들 사진은 내가 찍은 사진들과는 많이 다르다. 굉장히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나는 좋은 사진을 건지려다가 더 좋은 사진들을 놓친 기분이다.

어린이집 원서에 항상 들어가는 증명사진부터 나도 내 손으로 찍어줘야겠다. 그동안은 난 잘 못찍는데 어떻게 증명사진을 내가 찍나 했었는데 하다보니 나도 된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누구나 즐겁게 사진 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해주는데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다.

난 사실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때도 예쁜 모습만 담아두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조금 촌스럽더라도... 머리가 마구 헝클어져 있을 때라도... 너무 우스꽝스러울 때라도...

사진을 잘 찍는 편도 아니면서 너무 예쁜 모습만 담아두려는 나의 욕심때문에 더 좋은 사진들을 많이 담아내지 못했음을 비로소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마구 흔들린 사진들을 가끔 보면 웃기기는 하지만 바로 바로 삭제해버렸는데 이제는 좀 흔들리면 어떠냐란 생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야겠다. 아이들도 이젠 카메라로 가끔 우리 부부의 모습을 찍어주기도 하는데 방향, 각도 다 틀려도 그것 역시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처럼 카메라로 인한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저 취미로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니만큼 기죽지 않고 열심히 카메라를 들이대련다.

같은 책 다른 생각

같은 책 다른 생각
김정윤.한희정 지음 / 리딩엠 / 2012년 9월

사람들은 같은 예술 작품을 보거나 같은 책을 읽어도 저마다 느끼고 생각하는 바는 크게 다르다. 그래서 아마도 토론이라는 것이 더욱 더 재미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아무래도 학교 수업 시간을 통해 토론이라는 것도 많이 해봤을만한 여고생들이 쓴 책이다. 처음에는 여고생들이 무슨 이런 종류의 책을 썼을까 하는 생각에 혹시 내용이 허술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여고생들의 그냥 수다같은 책에 머무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의구심도 들었었는데 의외로 신선하다.

여고생들의 글솜씨에도 놀랐다. 앞부분은 여고생들이 중학교때 쓴 글들이라 그런지 조금 서툰 면도 있긴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더욱 더 풋풋한 느낌이다. 학창 시절에 친구들이 쓴 글을 읽어보는 느낌으로 조금씩 들여다보았다.

이 책의 묘미는 같은 나이의 여고생 두 명이 같은 책을 보고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눈다는데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다보면 둘 중 한 명이 나의 생각과 완전히 일치될 때도 있고 때로는 두 명의 생각이 조금씩 부분 부분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면도 있는 것 같아서 책을 읽어나갈 때마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누구지 하면서 읽게되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

참 이들은 책을 많이도 읽는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가 미처 읽어보지도 못한 책들도 많이 소개되어 있는 반면에 읽어본 책들 조차도 어쩜 이런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하나 내가 이 책이 재미있었던 것은 바로 여러가지 다양한 책들을 소개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책 속에서 다양한 다른 책들을 만나는 작업을 좋아한다. 마치 당장 이 책 속에 소개된 책들을 다 읽어야만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말이다. 의외로 좋은 책들이 많이 소개되어있어 꼭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어른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는 책들이 많다.

또한 이 책에서 힌트를 얻는다면 이 책들을 놓고 토론거리의 주제로 삼아 토론을 해나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이 책을 잘 활용하면 실제로 중고생의 눈높이에 맞는 토론 주제를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뿐만아니라 어쩜 이리도 글짓기를 잘 했는지... 아주 뛰어난 저자의 수준은 아니지만 고등학생 수준에서 정말 글을 잘 썼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형식면에서나 내용면에서 훌륭하다. 독서록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막막한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서 글짓기의 형식과 내용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탁자는 탁자일 뿐일까?

탁자는 탁자일 뿐일까? ㅣ 걸음동무 그림책 13
이사벨 미노스 마르틴스 글, 마달레나 모토주 그림, 임은숙.손수정 옮김 / 걸음동무 / 2012년 9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도 훨씬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기에 이러한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재미난 책을 만난 것 같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과연 탁자는 그냥 단순히 탁자일 뿐일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작은 크기의 책 안에 생각보다 많은 내용이 들어있다. 사실 우리 아이가 보기에 글밥이 조금 많은 것 같긴하다. 물론 내가 다 읽어줘서 크게 상관할 건 아니긴 하지만 내용도 많은 듯하다.

보는 사람에 따라 탁자가 모두 다 탁자의 용도로 쓰이는 건 아니라는 것이 아이 머리 속에 확실히 남은 것 같긴 하다. 아이가 책을 다 보고 나서 집에 있는 탁자, 작은 책상, 식탁 등을 보고 저것도 탁자고 저것도 탁자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탁자 찾기에 나선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책으로 인해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서 늘상 보는 평범한 사물이 생각하기에 따라 또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다.

이 책의 첫 장면은 할아버지와 손녀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탁자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이가 이 책은 나보다 할아버지에게 탁자 이야기를 들려달라면서 들고 가서 읽어달라고 한다. 내가 봐도 할아버지와 손녀의 모습이 마치 우리 아빠와 내 딸의 모습인 것 같아서 보기만해도 흐뭇해진다.

할아버지에게 탁자는 추억이 깃든 앨범과도 같은 것이다. 시인에게 탁자는 시상을 떠올릴 수 있는 영감을 제공해주는 그 어떤 것이며, 로자 아저씨에게는 판자와 나사, 못이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탁자를 다른 물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아주머니는 컵의 얼룩이 생기지 않도록 청소를 해야하는 물건이기까지 하다.

어떤 사람에게 때로는 탁자가 그 나무 자체만으로도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아이가 배운 것 같다. 탁자는 사람에 따라 용도도 다양하게 쓰지만 기억하는 것도 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똑똑한 꾸미기 놀이책

똑똑한 꾸미기 놀이책 ㅣ 똑똑한 놀이책
김충원 지음 / 진선아이 / 2012년 10월

똑똑한 시리즈가 또 나왔네요. 이번엔 꾸미기입니다. 워낙 손재주 없기로 유명한 엄마다보니 아이랑 이것 저것 꾸미고 만들고 하는 것은 엄두도 안나는 찰나에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서 아이랑 즐겁게 활용해볼 수 있어서 너무 너무 좋았답니다.

이렇게 놀이책 한 권과 제가 제일 좋아하는 꾸미기본 한 권이 들어있어서 책을 보면서 꾸미기 본으로 쉽게 따라 만들 수 있어서 다른 준비물도 필요없어 정말 편리하고 좋은 것 같아요.

꾸미기 본으로 만든 후엔 나중에 이 책을 보면서 색종이를 이용해서 다시 만들어봐도 되고 응용도 가능하니 좋은 것 같네요.

이렇게 책 한 쪽에는 꾸미기 본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되어 있어서 누구나 쉽게 따라서 만들기만 하면 완성이랍니다. 본에 있는 곰돌이를 오리고 눈,코,입을 그려준 다음에 이렇게...

곰돌이를 붙여주면 마치 곰돌이가 공 위에서 우산을 들고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이 완성된답니다. 한 부분 부분들만 채워주면 되니까 이런 재미도 쏠쏠한 것 같더라구요. 아이가 완성된 모습을 상상하면서 자꾸만 만들고 싶어하더라구요. 그런 면에서 아이들 호기심 자극하기 성공입니다.  

이 책에서는 꾸미기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선 접어서 가위로 오리기와 또 하나... 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종이를 손으로 찢어 표현하기를 해볼 수 있답니다. 의외로 아이가 가위질보다도 손으로 찢는 것을 더 어려워하더라구요. 제가 많이 해주지 않아서 그런가봐요. 이제부터라도 마음껏 종이를 찢어보라고 해야할 것 같아요. 그동안 미술 놀이를 엄청 아이랑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 갑자기 조금 우울해졌어요. ㅠㅠ  

아무튼 아이랑 손으로 오려서 기린 등에 조각 조각 붙여주기만 하면 얼룩 무늬 완성입니다. 이런 식으로 얼룩 모양이나 줄무늬 등 사물이나 동물을 먼저 그려놓고 오려 붙이는 것도 재미있고 쉬운 미술 놀이가 되는 것 같아서 여기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답니다. 그동안은 오려 붙이기면 오려붙이기, 그리기면 그리기 늘 따로 였거든요.

아무튼 아이랑 함께 귀여운 그림과 다양한 내용으로 즐거운 꾸미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답니다. 역시 여자 아이라서 그런지 꾸미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네요. 위에 보이는 그림도 너무나도 깜찍해서 아이가 당장 해보자고 졸랐던 것이랍니다. 옷을 오려서 종이 인형 놀이처럼 토끼들에게 입혀주면 끝이랍니다.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는 꾸미기 놀이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아이랑 즐거운 시간 보냈답니다.

모르는 척 공주

모르는 척 공주 ㅣ 그림책이 참 좋아 8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2년 10월

<열두 띠 까꿍놀이>는 물론 <괜찮아>까지... 우리 아이들이 즐겨보던 최숙희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네요. <모르는 척 공주>... 제목만 봤을 땐 공주가 어떤 것을 모르는 척 할까 궁금했는데 색다른 소재의 책인 것 같습니다.

 역시 이번 책의 그림도 많이 보던 것처럼 이마가 넓고 귀여운 소녀가 공주로 등장하네요. 왠지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가끔 아이들 앞에서 남편과 본의아니게 티격태격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 아이들도 이런 마음이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 한켠이 아려오더라구요. 반성도 많이 되구요. 부모가 싸울 때 많이 속상했을텐데 밤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는 부모는 물론 속상해도 모른 척 내색하지 않고 블록 쌓기를 하고 있는 공주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네요.

공주의 이런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아기 새와 아기 쥐네요. 그래도 이런 친구들이 있어 그나마 공주가 위안이 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멋진 왕자가 성으로 공주를 구하러 왔나 이런 생각을 잠시 하고 있었는데...

 짜잔~하고 나타난 왕자는 자기도 이 곳에서 살겠다면 짐을 잔뜩 싸가지고 왔네요. 왕자가 이것 저것 잔뜩 담아온 가방과 그 속에 들어있는 각종 장난감 때문에 피식 웃었답니다. 멋진 왕자가 구해주러 와서 행복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면 완전 실망했을지도 모를 일이네요.

 항상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고 그냥 속으로만 참아왔던 공주가 실컷 울면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게 되는데 이로 인해 부모들이 알고 아이들을 찾아오네요. 아이들도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지만 그 보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의 이런 마음들을 잘 헤아릴 수 있도록 아이들 앞에서 다투지 않고 좋은 모습만 보이는 것이 아이들 정서에도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네요. 읽으면서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고 자꾸만 저를 돌아보게 되더라구요.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 싸우지 말자고 해놓고서는 지키지 못하는 우리 부부를 반성합니다. 앞으로 아이들의 감정이 다치지 않도록 좀 더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