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 마인드셋 - 감정 왜곡 없이 진실만을 선택하는 법
줄리아 갈렙 지음, 이주만 옮김 / 와이즈베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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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 마인드셋'이란 승리를 위해 전투지의 지형이나 적의 동향을 살펴 정확한 지도를 만드는 정찰병 같이 사실 그대로를 직시하는 태도를 말한다. 즉 정찰병 관점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나처럼 감정적으로 흥분해서, 혹은 생각만 많아져 잠식당해, 정작 본질을 놓치는 바보 같은 감상주의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요즘들어, 실수가 많아져 이런 책이 필요했는데 질끈 신발끈을 동여매는 계기가 되었다.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책은 인지과학, 역사 등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과학, 사회운동, 정치, 스포츠, 생존 영역 등을 정찰병 관점으로 사례 제시하고 있다. 감정에 휘둘려서 본질을 흐리고 합리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돕는다.


본인이 믿고 싶은 대로 상황을 해석하려는 인간은 잘못된 판단으로 후회한다. 이런 일이 살면서 일, 관계, 생활, 정치 등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며 방지하고 싶다면 자신의 신념을 방어하고 요새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찰병 관점은 열정 때문에 발생하는 단점을 보완한다.



두 마리의 너구리 중 누가 더 위험한가? 아마 대부분은 얼굴에 검은 띠를 두른 너구리 위로 바위가 곧 떨어질 거라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호기심을 갖고 자세히 들여다보라. 사실 너구리 위의 구름은 하늘이 아닌 수면에 비친 하늘이었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게 아닌 수면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었던 거다. 결국 너구리는 물가에서 올라오고 있었던 것.


이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자기 편한 대로 현실을 해석하는 것은 불가피하나 미묘한 단서로 수수께끼를 푸는 법 '패러다임의 전환'을 배울 수 있다.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기존 것이 크게 문제없어 보여도 변칙 현상이 생긴다면 인정해야 한다.


"인간은 완벽한 종이 아니다. 이상적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낙담하기보다는 우리가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돌아보며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전투병 관점에서 벗어나 정찰병에 조금씩 더 가까워짐으로써, 인류는 앞으로 나아간다.

p311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이 말이 와닿았다. '나를 합리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가','내가 틀렸을 때 이를 기꺼이 인정할 줄 아는가'


일이 벌어지는 순간 자신의 편향을 포착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걸 지적해 줄 사람이 곁에 있고 잘못을 인정하고 고쳐나갈 생각이 있냐는 거다. 인류는 전투병처럼 본능에 충실하도록 구상되었다. 하지만 정찰병의 관점으로 사고하도록 후천적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급변하는 세상에 빠른 적응력을 발휘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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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 - 50대 구글 디렉터의 지치지 않고 인생을 키우는 기술
정김경숙(로이스킴)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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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사는 인류는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따라서 시간도 늘어났다. 남는 시간에 놀고먹고 일하게 되었다. 사람에 따라 일 안 하고 놀기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힘들고 모든 게 서툴렀지만 그런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 현 인류는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천히 지치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저자 '정김경숙' 씨는 29년을 김경숙으로 살았으니, 자신을 이루는 반쪽인 어머니의 성을 앞세워 살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은 정김경숙으로 활동하는 50대 구글 디렉터다. 2007년 구글코리아에 커뮤니케이션팀 총괄 임원으로 합류 12년간 근무했다. 2019년 반백이 되던 해 홀연히 구글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로 떠나 현재는 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 인터내셔널 디렉터로 재직 중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천재인 걸까. 자신을 트리플 A 극소심쟁이라고 칭하면서도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와 남아도는 무한체력의 소유자라고 자칭하는 사람이다. 지독한 성실함으로 다섯 대학원을 수료하고 아이를 키우며 마흔에 시작한 영어 공부로 지금의 커리어를 이루었다. 대금을 7년간 배우고, 50년 물 공포증을 이기기 위해 어설픈 수영을 배우고 있고 14년째 검도를 하며 주말이면 등산과 백패킹을 떠나는 멋진 에너지. 일과 일상을 제대로 온/오프 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프로다. 책은 정김경숙 씨의 자전적 에세이로 일과 삶, 그리고 체력에 대한 이야기다.

 

소개만 했는데 벌써 두 문단을 차지했다. 가냘파 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 온 일도 많았던 프로필은 사실 많이 축소한 거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시간은 초 단위로 나눠 산다고 해도 멀티버스 마법을 부리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일, 육아(친정, 시어머니의 전폭 지원이 있어 가능하다며 양보다 질을 선택한 노하우도 들려준다), 자기계발, 공부가 다 24시간에 가능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50세면 대한민국에서 정년퇴직을 고민하는 나이인데, 외국계 회사에 다녀서인지 아직도 창창하다.

 

50대에도 여전히 현역인 이유를 들어 바로 '체력'이라고 말한다. 건강한 몸, 올곧은 몸에서 같은 정신이 나온다고 믿는다. 그녀는 일어나 아침 러닝 한 시간, 저녁 걷기 한 시간, 주말은 백패킹이나 검도, 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대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운동에 투자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오늘 할 운동 내일로 미루고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영원히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게 바로 체력이다. 체력도 실력이라고 몇 번이고 강조한다.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건강과 운동에 투자하라는 말. 깊게 공감한다.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 역시 천재성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여유, 그리고 행동력에서 나온다는 것.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인내심이 떨어진다. 피로감을 견디지 못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 지고 마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20-30대에는 자고 나면 리셋되었던 체력인데 이제 슬슬 회복 탄성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정말 하기 싫고 귀찮고 아파도 요가를 빼먹지 않고 5년째 하고 있다.

 

인생의 반전은 매일의 작은 성취에서 시작된단다. 나는 매우 뻣뻣했다. 처음 허리를 굽히면 손가락이 바닥에 닿지 않았다. 다리는 여전히 지금도 일자로 찢어지지 않지만 많이 유연해졌다. 선생님에게 칭찬을 들으면 좋았고 그래서 노력도 많이 했다. 코로나 때도 온라인 줌 수업으로 매일 조금씩 쉬지 않고 해왔던 결과다. 여전히 되지 않는 동작이 있지만 그러면 어떤가, 허리 통증은 사라지고 어깨 통증도 줄어들었다. 이것만 얻어도 너무 좋다. 하루 종일 노트북과 책과 영상을 들여다보면 오는 피로감을 줄일 수 있으니까.

 

참고로 표지 일러스트는 '하완'이 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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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곳은 무덤이었다
민이안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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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흰 로봇 더미에서 깨어 나 공격을 받던 주인공. 위험에서 구해준 구형 안드로이드(달)과 트럭을 타고 여정을 떠난다. 딱히 어디로 가야 할지 뭘 해야 할지 몰라 따라나선 여정이었다. 사실 눈뜬 곳은 폐기 더미들의 무덤이었고 예전에는 올림픽 경기장으로 불렸던 곳이었다.

 

달은 나를 파란 피타입(4세대)이란 최신형 로봇이라고 말해준다. 나는 지극히 인간이라 믿는데 자꾸만 로봇이라고 하니 이상한 노릇이다. 달에 의하면 데이터가 일부 소실되어 명령어를 기억 못 하는 거라 한다.

 

달은 주인이 지어주었다며 이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사명이라는 명령어를 수행하려고 길을 떠난단다. 주인과는 어찌 된 영문인지 헤어졌다고 했다. 사연을 듣다가 덩치 큰 녀석이 괴롭히는 것을 도와주었더니 오히려 죄책감을 느낀다.

 

로봇도 사고할 수 있고 마음이 있는 걸까. 미리 심어 놓은 알고리즘에 의한 반응인지 알 수 없지다. 달은 나의 파란 피를 빗대에 '풀벌레'란 이름으로 부른다. 풀벌레? 조금 유치한 이름 같지만 기름이 아닌 물을 연료로 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난 로봇이 아닌 인간이라니까!

 

그 과정에서 안드로이드의 죽음을 이끄는 '피톤의 광신도'를 알아간다. 피톤의 광신도는 인간 때문에 미쳐버렸다고 한다. 누가 버리고 간 걸까. 주인이 광신도가 되어버렸을지 모를 반려동물 새끼 악어(깨물이)도 같이 가기로 했다. 모험이 진행될수록 풀벌레는 자신이 기계가 아님을 확신한다. 모종의 이유로 인해 이렇게 된 것뿐, 근본은 인간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의 말은 사실일까?

 

 

 

《눈을 뜬 곳은 무덤이었다》는 제1회 공상과학소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민이안 작가의 데뷔작이다. SF 소설이 대부분 디스토피아를 다루는데 반해 이 소설을 따뜻함이 느껴진다. 안드로이드의 모조 인격 설정으로 인해 자기보다 약하거나 어린 안드로이드를 도우며 사고방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한다는 설정이다. 달이 풀벌레와 우정 비슷한 것을 나누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 반대로 주인을 기다리며 허무함과 우울감에 빠져 자기 파괴적 최후로 이끄는 안드로이드도 존재한다. 즉, 안드로이드를 통해 인간의 잔인함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 정체성을 깨닫기도 한다.

 

달과 나 그리고 깨물이는 '어린 왕자의 오아시스'를 향해 여행을 떠난다. 달은 갑자기 중단된 해양생물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이후 인간친화형 안드로이드로 개조되어 씨앗 탐사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도 끝나면 달은 무엇을 해야 할까? 아마 피톤의 광신도처럼 우울감에 빠져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모든 것이 해결된다. 달을 걱정했던 주인이 등에 새겨 놓았다는 문구는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풀벌레는 사실 멸종된 인류의 마지막 냉동인간이었으며 재생성에 성공했지만 로봇의 명령어가 이식된 상태임이 밝혀진다. 말 그대로 반인반안 로봇이 된 것이다.

 

소설은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게 된 희망적인 미래를 그리는 동시에 '어린 왕자'의 모티브를 가져와 상징적인 의미도 해석하게 했다. 미스터리한 풀벌레가 자기 과거를 밝히기 위해 떠나는 로드무비 형식을 통해 인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사랑, 인류애, 꿈, 성장, 우정, 협력 등)를 다시금 새겨볼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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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가드너 3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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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로의 흥미진진한 식덕 생활도 이제 대단원의 끝이 보인다. 취미로 시작한 가드닝이 일이 되어버린 마일로의 역시나 멀고 먼 식덕 생활이 담겼다. 웹툰은 완결되었던데 단행본은 3권이 끝인지 아닌지 궁금하다.

 

초록이는 좋아하지만 타고난 똥손이라 여럿 초록별로 보낸 경험이 있다면 공감하고 힐링할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식충식물이 생긴 것과 다르게 그저 관상용이라 충격이었다. 파리지옥, 네펜데스는 파리를 떠먹여줘야 했던 것. 야생과 가정용은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계기다.

 

벌써 물시중 든지도 5년 차. 대망의 3권에서는 해충으로 해충 잡는 고도의 방법, 믿을 수 없는 핑크핑크 식물 소개, 허브(민트, 고수, 루꼴라 등등)나 과실수 직접 키워보기, 삽목 등. 매일매일 충직한 식물 집사로 성장하는 좌충우돌이 이어진다.

 

신기한 식물들도 얼마나 많던지.. 식물로 인테리어하는 '플랜테리어', '행잉 플랜트'도 유행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식물도 고가에 거래되어 재테크 수단으로 쓰이는 걸 알게 된 후 급관심이 생겼던 나. 하지만 똥손은 그저 그림의 떡이었다.

 


본격 식물교양만화를 꿈꾸는 포부답게 알짜 정보가 가득하다. 유럽에서는 인공 트리 대신 진짜 나무를 잘라 그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집에 놔두면 수거해 간다고 한다. 알고 보면 환경오염, 자연 낭비 같았는데 아니었던 충격적인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재미와 정보를 두루 갖춘 만화다.

 

본격적으로 키우기를 하다 보니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아무래도 해충들. 전편에 등장했던 응애가 재등장했다. 그리하여 사막 이리응애로 대반격에 나서게 된다. 이 녀석은 잎을 갉아먹는 응애 천적이다. 화학, 물리 방제 실패 후 천적생물을 들이게 된다. 실사 그림은 무서워서 이리 얼굴인 캐릭터가 너무 귀엽다.

 


이 만화를 3권까지 보면서 드는 생각은 취미에 진심이라는 거다. 현대에는 이런 사람을 덕후라고 하고 무언가에 빠져 몰두하는 일을 덕질이라 칭한다. 어쩌면 마일로는 웹툰 작가 보다 더 취미에 진심이 되었고, 즐기면서 하던 일이 또 다른 일로 이어졌다. 작가란 역시 자기의 경험치가 중요한 것 같다. 취재로는 얻지 못할 한계와 진정성까지 표현할 수 있다니 참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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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 새로운 세상을 꿈꾼 25명의 20세기 한국사
강부원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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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기록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알아보는 책이다. 20세기 한국사에 숨겨진 존재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나라에 큰 업적을 이루고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따라서 꼭 알아야 할 이름들을 알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최초의 의사, 변호사, 여성인권가 , 증언가, 혁명가. 발명가, 영화감독 등등 참 많다.

 

남자현은 '세 손가락의 여장군'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독립운동 배후에서 지원하고 힘을 보탠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현재 그 이름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희생과 헌신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안타깝다. 특히 조선의 총구라고 말하던 남자현 열사는 유명한 유관순 열사보다도 높은 등급의 훈장을 받았다. 다행히 영화 <암살>의 안윤옥이 남자현을 모티브로 했다고 해 알려지기도 했다.

 

남자현은 3.1운동을 경험한 뒤 양반집 규수에서 독립운동 투사로 변화게 된다. 47세 나이에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한다. 손가락을 잘라 조선인 각 단체의 단합과 협력을 요청하는 혈서를 쓰기도 했다. 그 이후 나라를 위해 두 번 더 혈서를 쓴다.

 

조선 여성들의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노력한 이소담 발명가도 인상적이다. 만들기 어렵고 노동 활동에도 적합하지 않은 조선의 복을 개량하고 가정에서 직접 재단할 수 있게 했다. 활동성을 강화하고 디자인을 단순화하면서도 전통 의복 스타일을 유지했다. 이소담은 여성이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의복을 갖춰 입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용적인 게 우선인 발명가의 마인드다.

 

영화에 등장한 주인공들도 많아서 반가웠다. 특히 최초 여성 감독으로 기록된 박남옥 감독은 1955년 <미망인>을 완성했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여성의 분노와 욕망을 정면에서 다루고 미망인의 생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여성 서사였다. 하지만 여성 감독으로서 겪은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투자 받지 못해 출판사를 운영하는 언니의 돈을 빌려 '자매 영화사'로 크레딧에 올렸다. 당시 35mm 필름이 대세였지만 제작비가 부족해 16mm로 찍었으며 후시 녹음이나 편집 등을 할 땐. '여자가 재수 없게..'라는 모진 말을 들으면서 멸시 받아야 했다.

 

출산 후 아이 맡길 곳이 없이 직접 포대기에 싸 업고 메가폰을 들었으며, 직접 스태프 밥까지 해 먹이기도 했다. 당시 필름은 재사용되기도 해 복원되는데 어려움이 있었으며 후반 10분은 소리가 들리지 않아 결말도 알 수 없다. 이런 부분은 얼마 전 본 <오마주>란 영화에서 <여판사> 복원 프로젝트에서 만난 여성 감독과 스태프의 고민이 오버랩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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