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사고의 넓이와 깊이를 더하는 데 가장 중요한 학문을 철학과 역사로 여겼다. 조선에서 철학이라면 경학 곧 성리학이었다. 세종은 유교의 기본이자 핵심 교재인 4서(논어, 맹자, 중용, 대학)와 5경(시경, 서경, 역경, 춘추, 예기)에 달통했다. 당대의 석학으로 이름 높은 변계량, 이내와 같은 대학자들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세종의 학문은 높은 경지에 올랐다. 특히 주역에 해박한 것은 천문과 지리에도 전문가의 조예를 더하게 했다.

일찍이 성리학의 대가가 되었지만 세종은 오히려 성리학 공부에만 치우치는 당대 선비들의 학문 풍토에 불만을 제기했다. 구체적인 현실과 동떨어진 공부는 관념에 치우쳐서 공허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성리학과 함께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23년(1441) 6월 28일, 임금은 정인지를 불러 일렀다.

"무릇 정치를 하려면 반드시 전대 치란의 자취를 보아야 하고, 그 자취를 보려면 오직 사적을 상고해야 한다."

세종은 이처럼 역사를 중시했다. 그래서 경연에서도 무엇보다 역사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경연의 첫 교재로 《대학연의》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학》은 순전히 성리학을 궁구하는 철학서지만, 송의 유학자 진덕수가 편찬한 《대학연의》는 거기에 역사 사실을 풍부하게 곁들여 역사에 비중을 둔 역사철학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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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5주 (2021-12-27 ~ 2022-01-01) 신간 역사, 과학, 사회과학 적바림.

디디에 알칸트 외 2인이 지은 <원자폭탄>은 원자폭탄의 탄생부터 원폭 피해까지 원자폭탄의 모든 것을 흑백 그림으로 표현한 만화책.

유튜브 누적 조회수 400만을 돌파한 If Our Bodies Could Talk 채널에서 흥미로운 우리 몸에 관한 101가지 진실을 책으로 엮었다. 원제 그대로 번역서 제목이 되었다. <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저자인 제임스 햄블린은 의사 출신 저널리스트.

<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를 지은 에밀리 레베스크는 천문학자의 연구 활동과 여러 난관을 헤쳐 나가는 경험담을 저자의 이야기 말고 동료 천문학자 100여 명의 인터뷰를 곁들였다. 저자는 2014년 애니 점프 캐넌상을 수상했다. (미국천문학회는 여성 천문학자인 애니 점프 캐넌을 기리기 위해서 3년마다 연구가 뛰어난 여성 천문학자에게 상을 수여한다.)

참고로, 애니 점프 캐넌은 <시대를 뛰어넘은 여성과학자들>(2008)에서 소개한 50인에 포함되었다. 2008년에 출간된 책이 다행스럽게도 품절되지 않았다. 귀중한 책이어서 신간은 아니지만 적바림한다.



과학 (3)

1. 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제임스 햄블린 지음) [3.5]

2. 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 (에밀리 레베스크 지음) [3]

3. 남편을 기증해도 되나요 (김재균 지음) [1.7]



사회과학 (5)

1. 비커밍 김정은 (박정현 지음) [21.5]

2. 감옥이란 무엇인가 (이백철, 박연규 공저) [7.2]

3. 두 가지 스타일의 한국 결혼식 (주영하 외 지음) [4.1]

4. 인구위기국가 일본 (정현숙 지음) [5]




역사 (9)

1. 책을 불태우다 (리처드 오벤든 지음) [30]

2. 글래시스 로드 (한지선 지음) [24.1]

3. 조선이 본 고려 (박종기 지음) [12.4]

4. 원자폭탄 (디디에 알칸트 외 지음) [5.4]

5. 벤저민 레이 (마커스 레디커 지음) [4.1]

6. 리더의 상상력 (심용환 지음) [1.4]

7. 명나라의 임진전쟁 3 (송응창 지음) [1.1]

8. 명나라의 임진전쟁 4 (송응창 지음) [1.1]

9. 명나라의 임진전쟁 5 (송응창 지음) [1.1]



주1. [] 안의 숫자는 2 주 동안 기준 추천+빈도 누적 점수 (나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름)
주2. 읽고 있거나 읽은 책의 리스트가 아님 (향후에 읽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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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5주 (2021-12-27 ~ 2022-01-01) 신간 경제경영 적바림.

12월 5주에 리뷰/추천된 신간 경제경영 중에서 찰스 D. 엘리스의 투자지침서 <패자의 게임에서 승자가 되는 법>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원제는 Winning the Loser‘s Game. 저자에 따르면, 투자는 이기는 선수를 뽑는 게임이 아니라 지는 선수를 걸러내는 ‘패자의 게임‘(Loser‘s Game)이라고. 원서 초판은 1985년에 출간되었다.

원서의 개정 5판에서 좋은 펀드매니저를 고르는 법을 선별한 번역서 <나쁜 펀드매니저와 거래하라>는 2010년에 발간되었다. 개정 7판(2017)을 경제 전문 기자가 번역하여 2020년에 번역서가 다시 나왔고, 개정 8판을 충실하게 번역한 개정증보판이 1년만에 발간되었다.

<패자의 게임에서 승자가 되는 법>의 개정증보판이라고 해서 구판과 목차를 비교해 보았다. 개정증보판은 구판보다 장이 2개(03 암울한 현실, 15 채권에 대해 더 알아보기) 늘어나서 총 28 장으로 구성되었다. 개정증보판은 348쪽으로, 구판보다 4쪽이 늘어났다. 양장본으로 동일한 판형이지만 무게는 줄었다. 정가는 올랐다.



경제경영 (24)


1. 위기인가? 삼성하라! (윤성혁 지음) [7.2]

2. 나의 첫 인공지능 수업 (김진우 지음) [5]

3. 나는 오늘도 메타버스로 출근합니다 (정석훈 지음) [4.3]

4. 구글은 어떻게 디자인하는가 (애니 장바티스트 지음) [4.1]

5. 어떻게 경제적 자유를 얻을 것인가 (이동훈 지음) [4.1]

6. 투자의 미래 (제러미 시겔 지음) [3]

7. 반도체 대전 2030 (황정수 지음) [3]

8. 부의 설계 (장한식 외 지음) [3]

9. 패자의 게임에서 승자가 되는 법 (찰스 D. 엘리스 지음) [3]

10. ESG 혁명이 온다 2 (김재필 지음) [1.7]

11. 스타트업 규제개혁 아젠다 (곽노성 지음) [1.2]

12. 정책은 디테일이다 (심학봉 지음) [1.2]



13.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 (이근상 지음) [8]

14. 콘텐츠 바이블 (조 풀리지 지음) [5.3]

15. 빈손으로 시작해도 돈이 따라올 거야 (펠릭스 데니스 지음) [6]

16. 메타사피엔스 (송민우 외 지음) [4.4]

17. 스타트업 커뮤니티 웨이 (브래드 펠드, 이언 해서웨이 공저) [4.1]

18. 오히려 좋아, 인플레이션 (신동원 지음) [3]

19. 1년 안에 부자 되는 법 (제이 새밋 지음) [3]

20. 한경무크 (법무법인 원 인공지능대응팀 지음) [3]

21. 2022 미래지도 (이상우 지음) [3]

22. 지식산업센터로 월세통장 만들기 (단희쌤(이의상), 김윤관 공저) [1.2]

23. 딥 밸류 (토비아스 칼라일 지음) [1.1]

24. 예산을 철학하다 (신해룡 지음) [1.1]



주1. [] 안의 숫자는 2 주 동안 기준 추천+빈도 누적 점수 (나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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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세린 2022-01-06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메타버스가 핫하긴 하네요 소개해주신 책 슥 훑으니 메타버스가 눈에 많이 띕니다. 얼마전까지 SF 쪽이 주류였는데 SF에서 메타버스로 옮게지고 있는게 보이네요. 따지면 비슷한 계열이긴 하지만요. 콘텐츠 관련 서적이 흥미롭네요 소개 감사합니다!

오거서 2022-01-06 22:04   좋아요 0 | URL
가상현실의 실험작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메타버스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지켜 보고 있어요. ^^
 

특히 중앙정부에서 국정을 처리하는 젊은 관료들을 국가의 핵심 역량으로 키우는 일을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여겼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집현전(集賢殿)을 설치했다. 집현전은 중국 당나라에서 유래된 학문연구기관으로, 고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름만 남은 유명무실한 기구였다. 임금은 즉위년에 좌의정 박은의 건의를 받아들여 집현전을 상설기관으로 재정비했다.

임금은 집현전을 명실상부한 학문연구기관이자 인재양성기관으로 거듭나게 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국가 최고 학문연구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경험과 학식이 풍부한 정1품, 정2품 등 고위관료들을 집현전에 소속시키고 정3품 부제학에게 전담 팀장을 맡겼다. 그리고 젊고 유능한 신진관료들을 직제학, 직전, 응교 등의 실무 관료로 임명하여 집현전이 활발하게 작동하도록 만들었다.

임금은 더 나아가 집현전 소속의 신진 학사들을 경연 검토관으로 참여시켜 집현전에 힘을 실었다. 임금은 이렇게 젊고 유능한 학사들을 상시로 직접 대면하는 기회를 만들어 국가의 새로운 동량을 키우는 한편으로 자연스럽게 왕권을 강화할 수 있었다. 집현전 학사들은 임금과 매일 얼굴을 맞대고 학문과 정책을 토론해야 했으므로 한시도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었다. 세종은 내관들을 시켜 집현전 학사들이 공부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성으로 보살피게 했다. 아침과 저녁 식사를 빈객(임금의 손님) 수준으로 대접하게 할 정도로 극진한 예우를 아끼지 않았다.

조선 초기 학문이 뛰어난 젊은 선비를 일컫는 집현전 학사는 이렇게 탄생했다. 정인지, 신숙주, 서거정, 강희맹, 성삼문, 박팽년, 이개, 류성원, 하위지 등 내로라하는 당대 일류 학자들이 모두 집현전 학사 출신이다.

세종은 여기에 더해 사가독서제(賜暇讀書制)를 도입하여 지식경영의 내실을 다지는 계기로 삼았다. 사가독서제의 취지는 오늘날 대학 교수의 안식년제와 비슷하지만 그 운용은 파격적인 면이 있었다. 세종 2년(1420), 집현전의 뛰어난 학사를 선발하여 유급휴가를 주고 연구에 전념하도록 한 것이 시작이다. 처음에는 자택에서 독서하도록 했지만 1442년부터는 산중의 진관사에서 독서하도록 해서 상사독서(上寺讀書)라고 불렀다.

세조 때 집현전과 함께 폐지된 것을 성종이 예문관을 설립하면서 부활시켰다. 성종은 독서당을 설치하고 규칙을 만들어 계절마다 읽은 책의 목록을 보고하고, 월별·주별로 제술시험을 보아 불합격하면 퇴출시켰다. 인조 이후에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다가 정조 때 규장각을 설립하면서 폐지되었다.

세종은 사가독서제가 놀고먹는 제도로 악용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체계를 도입했다. 변계량으로 하여금 감독을 맡게 해 독서 목록을 꼼꼼하게 체크했으며, 실적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독서 이력과 논문을 제출하게 했다.

사가독서에 선발된 관리들은 일 년에 네 번씩 자신이 읽은 경전과 역사서를 적어서 보고하고 매달 세 번 그간 읽은 책에 대한 리포트를 제출해야 했다. 이들은 집에서 한시도 쉴 수가 없었으며, 집현전에 출근할 때보다 더 열심히 책을 읽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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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5주 (2021-12-27 ~ 2022-01-01) 신간 예술/대중문화, 인문학 적바림.

12월 5주 신간 톱10 밖에서 눈길을 끄는 책은 <르코르뷔지에 미워>이다. 일본의 건축가인 요시다 켄스케가 글을 쓰고, 이와나베 카오루가 그림을 그렸다.

르 코르뷔지에(1887∼1965)는 ‘현대건축의 거장‘으로 불린다. 책에서, 르 코르뷔지에는 일본을 단 한번 다녀 갔다는데,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을 설계하기 위한 방문이었다고 한다.

건축주의 설계변경 요구가 묵살된 채 1955 년에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이 지어졌는데 나중에 이를 포함하여 세계 각지에 있는 르 코르뷔지에 건축 작품 17건이 2016 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이후 세상은 르 코르뷔지에를 거장으로 치켜세웠지만, 저자는 다르게 말한다.

[본문에서 상세하게 말하겠지만 건축주가 격노해 내팽개친 주택이라고 해도 건축계에서 ‘좋은 건축‘이라고 인정하면 문화재로도 지정된다…. 건축의 오묘함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15)



12월 5주에 리뷰/추천된 신간 중에서 예술/대중문화, 인문학 뉴 페이스는 다음과 같다.



예술/대중문화 (5)


1. 어쩌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김정헌 지음) [7.5]

#사회를품은민중미술화가의삶

2. 르코르뷔지에 미워 (요시다 켄스케 지음) [5.3]

#건축이야기 #건축가

3. 90일 밤의 미술관 : 이탈리아 (김덕선 외 지음) [3.5]

#미술이야기

4. 끝낼 수 없는 대화 (장동훈 지음) [2.6]

#미술비평

5. 나는 도시 마실 간다 (박삼철 지음) [1.1]

#예술 #대중문화의이해 #미학 #예술이론



인문학 (8)


1. 건축가의 엽서 (손장원 지음) [2.3]

#문화 #문화이론 #한국학 #한국문화 #근현대한국문화

2. 당신은 당신으로 충분히 빛나는 존재입니다 (최명기 지음) [3]

#심리학 #정신분석학 #교양심리학

3. 속 터지는 충청말 2 (이명재 지음) [3]

#인문에세이

4. 경계지의 중국인 (류저우하우 지음) [3]

#문화 #문화이론 #문화연구 #경계를넘어교차하는아시아를보려는시도

5.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성 (조윤미 지음) [3]

#문화 #문화이론 #문화연구 #인도네시아사람들의성

6. 하루 영어교양 (서미석 지음) [1.2]

7. 신경과학철학 (이영의 지음) [1.2]

#서양철학 #과학철학

8. 팬데믹 이후의 시민권을 상상하다 (한상원 외 지음) [1.1]

#교양인문학



주1. [] 안의 숫자는 2 주 동안 기준 추천+빈도 누적 점수 (나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름)
주2. 읽고 있거나 읽은 책의 리스트가 아님 (향후에 읽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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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03 23: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르 코르뷔지에 재미있겠어요 ~ 오거서님 안녕히 주무세요 *^^*

오거서 2022-01-04 00:02   좋아요 3 | URL
미니님 편안한 밤을 맞으시길! ^^

scott 2022-01-04 00: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르코르뷔지 미워 😃찜 !👆^^

바람돌이 2022-01-04 0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쿄 국립서양미술관 갔었는데 공간 곳곳에 빛을 끌어들인 것이 인상적이었지만 그것도 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평범한 건물이엇던 것 같은데 저자가 어떤 관점에서 얘기하는지 막 궁금해지네요. 저도 르 코르뷔지에 미워 찜하고 갑니다. ^^

바세린 2022-01-05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 건축관련 책을 좋아해서 저도 르코르뷔지에 미워가 눈이 가네요. 일본 사람들은 르코르뷔지에를 유독 좋아하는것같습니다. 저도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