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만남이었다. 초면이라 누구인지 모른다. 이강룡, 그리고 <과학의 위로>.
첫만남의 어색함을 이겨내고자 저자 소개를 보았다. 저자 프로필을 요약하면 이렇다.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였고,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였다. 한겨레신문사 등을 거쳐 2004년부터 전업 웹칼럼니스트, 작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남다른 수상 이력도 있다. 정보통신문화신서 공모전에 당선(작가로 데뷔), 그리고 ‘우리말글 바로쓰기 운동’을 기획한 성과로 문화부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저자는 문과 출신 지식인이다. 그러나 마흔 무렵부터 스스로 과학을 공부하였다고 한다. (과학 만학도가 되는 계기가 있지 않았을까 자못 궁금하다.) 인문학적 시선으로 깨달은 과학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책에 담아냈다. 그래서 <과학의 위로>를 만날 수 있게 되었구나.
이런 과학 책을 읽고 싶었다!
“인생의 반고비에 어두운 숲속에 있었다.”
단테가 지은 <신곡>의 첫 문장. 저자는 빛의 속성과 관련되는 과학의 원리를 설명하기 앞서 이를 인용한다. 세상살이가 복잡다단하니 역경이 있음이 즉각 이해된다. <거울과 등불>이라는 책을 꺼내보이며 빛은 깨달음이나 진리의 상징임을 상기시킨다. 빛과 어둠의 대조, 계몽(enlightenment), 가시광선, 광자, 마이크로파, 열 등으로 이어진다. 빛이 직진한다고만 알고 있었지만, 빛이 꺾이는 현상(투명한 유리잔 속 빨대는 수면에서 꺾인다)을 체감할 수 있음을 말한다. 빛이 꺾이면 허상이 생긴다. 그래서 신기루라는 착시를 보게 된다. 빛이 휘는 성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른 예를 또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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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가 있다. 이 아스팔트 양쪽은 모래밭이라고 해보자. 잘 달리던 자동차의 오른쪽 앞바퀴가 갑자기 모래밭에 닿으면 자동차의 진행 방향은 어떻게 될까?
”“”
물음표 다음에 이어지는 문장에 정답이 있다. 그러나 나는 물음표에서 멈췄다. 잠시 책을 덮었다. 정답에 눈길이 닿기 전에 스스로 먼저 생각해보고 싶었다. 답이 맞으면 기쁨 두 배가 된다. 맞히지 못하더라도, 공자의 가르침대로, 새로 배우는 기회로 삼으면 된다.
“”“
영국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1919년의 개기일식 때 휘어진 별빛을 관측하여,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맞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무거운 물체는 주변의 시공간을 움푹 패게 하므로, 그 옆을 지나는 빛도 그 굴곡을 따라 휘게 된다는 것이 일반 상대성 이론의 내용이다. 태양 뒤에 있으므로 지구에서는 관측될 수 없다고 여겼던 별이 우리 눈에 보인 것은 빛이 샛길로 휘어져서 왔기 때문이었다.
”“”
저자가 예시하는 과학의 원리를 복습하듯이 이해하면서 더불어 과학사의 주요 사건을 알게 된다. 어려운 문제를 단순하게 만드는 과학 이론과 중요한 발견이 있었다. 이론을 증명하려는 노력의 실패 사례가 있었고, 실험 방법을 달리하는 성공 사례가 따랐다는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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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직진하지만, 공간이 휘어져 있을 때는 굴곡을 따라 움직인다. 이것을 ‘페르마의 원리’ 또는 ‘페르마의 최소 시간 원리’라고도 부른다.
”“”
영화 <컨택트>의 원작인 테드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페르마의 원리를 설명하는 구절이 있다고. (“광선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선택하기 전, 자신의 최종 목적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 즉 ‘지금 여기’를 소중히 여기면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며 빛의 속성을 연구한 페르마의 원리를 통해 저자는 지식뿐 아니라 위로를 안겨준다.
과학 책을 읽고 싶다. 앞으로 더 많이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