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하고 깨끗하다, 행동이나 행실이 깔끔하고 얌전하다, 외모나 모습 따위가 말쑥하고 맵시있다. 이런 의미를 가진 단어는 조촐하다. 부사형은 조초리. 막연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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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 성 어거스틴이 아우구스티누스보다 아마 착한 사람이지 않겠나, 생각하는 사람들은 몽땅 세례 좀 퍼부어야..라 쓴 분에게 어거스틴과 플라톤을, 아우구스티누스와 아리스토텔레스를 연결지어 생각하면 될까요? 란 댓글을 달았더니 그렇게 생각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란 글이 달렸다.(새벽 3시 무렵) KBS classic FM에서 네빌 마리너의 타계를 알리는 특집으로 모차르트의 교향곡 25번을 보내고 있다. 새벽 아니 한 밤에 이런 일도 만들고 누리는(?) 것이 인터넷 공간이다.(아퀴나스를 아우구스티누스로 착각했음. 설령 착각하지 않았다 해도 그 분이 생각한 관계와 내가 생각한 관계는 맥락이 다른 것이라 해아 할 것 같다. 그보다는 사울과 바울의 관계로 보는 것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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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였던 몽골 여자 나라(Happa)는 우리가 고비라 부르는 사막을 곱이라 발음했다. 인도인들은 우리가 갠지스라 부르는 강을 강가(Ganga)라 부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부르는 쿠마리, 타르쵸 같은 것들도 나름의 이름이 달리 있을지도 모르겠다.

 

쿠마리는 신의 대리인으로 선택되는 5세에서 6세에 이르는 여자 아이를 말한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신전에 들어가 사는 그들은 석가족이어야 하고, 모발과 눈동자는 검어야 하고, 몸에 흉터가 없어야 하는 등 32가지의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대단한 대우를 받으며 살지만 첫 생리가 시작되거나 몸에서 출혈이 생기면 쿠마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런 이유들로 신전에서 쫓겨난 그들은 결혼도 귀가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그럴 경우 가족에게 재앙이 닥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무슨 기막힌 일인가.

 

고진하 시인은 강가를 이렇게 표현한다. ˝...강물도 흐리고 하늘도 흐린 날/ 어머니 신 강가는/ 걸신들린 세계의 아가리에/ 윤회의 수레 가득한 눈물의 비빔밥을 퍼 먹이네..˝(Ganga 중에서) 어머니 신이란 말보다 윤회의 수레 가득한 눈물의 비빔밥이란 말에 더 큰 무게감이 실린 시이다.

 

몽골인들은 물이 부족한 건조지대에서 가뭄과 혹독한 추위가 함께 어우러져 생명 있는 것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자연의 대재앙이자 구성원들의 서열을 명확하게 가르는 자연선택적 메커니즘을 조드라 부른다. 김형수 작가는 13세기 테무진이 고원을 평정해 징기스칸이 된 것을 조드에 의해 잉태된 역사의지와 연관짓는다.

 

나는 이 불요불굴의 의지도 생각하고 ˝....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이란 허수경 시인의 시(`혼자 가는 먼 집`)도 생각한다. 불요불굴도 한 슬픔 다음에 이어지는 또 다른 슬픔들의 연속을 견디는데서 싹트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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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대해 말이 많다. 13세기 중국(원나라)을 방문하고 썼다는 책인데 동방견문록이라 말하는 것도 그렇고 서술자가 두 명이라는 점도 그렇다. 전자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 종(種)이란 무엇인가란 주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는데도 '종의 기원'이란 이름을 제목으로 한 것을 연상하게 한다. 물론 다윈은 종이라는 실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개체에 자연선택이 작용해 새로운 종이 만들어진다는 주장은 했다. 
 
영국의 사서, 중국학자, 역사가인 프랜시스 우드(Frances Wood; 중국 이름으로 吳芳思; 1948- )는 마르코 폴로가 그의 가족 소유의 해외 상관(商館)이 있었던 콘스탄티노플을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란 말을 한다.(마르코 폴로는 이탈리아인이다.) 마르코 폴로가 실제 중국을 방문했었는지 주워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실제 여행을 한 것처럼 꾸몄는지에 대해 합의된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마르코 폴로의 중국에서의 행적이 극비에 부쳐져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하멜표류기'가 제목에서나 내용에서 진솔, 겸허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마르코 폴로의 중국전傳과 달리 하멜의 것은 조선전傳이고 임진왜란 후의 사정도 알 수 있어 의미도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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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시인의 시집 '보라의 바깥'을 읽고 있었다. 표제작인 '보라의 바깥'은 이런 시이다. "눈 마주쳤을 때/ 너는 거기 없었다// 물렁한 어둠을 헤집어 사라진 얼굴을 찾는 동안,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시선의 알갱이들이 쏟아진다 산산이 뿌려진/ 눈빛들이 나를 통과하여 사라져갔다..." 고흐의 '실편백나무가 있는 별이 빛나는 밤'을 프로필 사진으로 삼은 한 알라디너가 친구신청을 했다. 거칠게 말하면 '보라의 바깥' 은 감수성 갑(甲)인 젊은 시인의 색채감각이 빛나는 시들이 만개한 시집이다. 
 
시인은 '푸른 꼬리의 소년' 에서 "너의 오른쪽 안구에선 난초향이 나"란  한국 록 그룹 로로스의 노래 가사를 인용한다. '메스칼린'에서 시인은 "둘러보니 온통 색으로 얼룩진 소리, 소리들 사방으로 흐/ 르는 거대한 팔레트 속이었다 나는 색에 흠뻑 절여진 음계/ 들을 훔쳐 유리컵 밖으로 도망한다..."고 말한다. 감각적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감각적이다. 
 
고흐는 공감각을 얻기 위해 압생트를 즐겼을까? 아니 공감각은 압생트의 우연한 효과였는지도 모른다. 조용미 시인은 '압생트'란 시에서 "...고흐는 단지 찬란한 노란색을 얻기 위해 매일 압생트를/ 마셨던 것은 아니다 그토록 노란 높은 음에 도달하기 위해/ 서라면 스스로를 조금 속일 필요가 있었던 것, 그는 노란/ 색을 완전 장악했던 걸까 노란색의 심연에 도달하기 위/ 해서는 압생트가 아니라 고독과 광기의 섬세함과 난폭함이/ 고루 필요했다...."는 말을 한다. 
 
노란 높은 음이란 말을 주목하자. 고흐의 '실편백나무가 있는 별이 빛나는 밤'은 영감과 경외감으로 빛나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고흐가 생레미 정신요양원에 스스로 들어간 후 그린 그림들 중 하나이다.(1889년 6월) 귀를 자른 후에 그린 작품이다. 
 
철학자 시인 진은영은 '고흐'란 시에서 "왼쪽 귓속에서 온 세상의 개들이 짖었기 때문에/ 동생 테오가 물어뜯기며 비명을 질렀기 때문에/ 나는 귀를 잘라버렸다...."는 말을 한다. 설득력이 높다고 할 수 없지만 이어지는 "...한 개의 귀만 남았을 때/ 들을 수 있었다/ 밤하늘에 얼마나 별이 빛나고/ 사이프러스 나무 위로 색깔들이 얼마나 메아리치는지...."란 표현은 절실하다.
 
이에 비해 조르주 바타유는 고흐가 태양을 위해 귀를 잘라 바친 것으로 해석한다. 귀를 자르는 자기파괴가 신성한 신이자 태양이라는 이상을 모방함으로써 그것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시도였다는 것이다.
 
나는 태양과 귀절단을 연결지은 바타유의 논리보다 진은영 시인의 논리에 마음이 간다. 귀를 자름으로써 고흐는 (결과적으로) 역동하는 밤하늘과 색깔들을 이해할 수 있었으리라. "....꽃잎처럼 터지는 기/ 포들을 따라 내 속에 거처하던 색들도 먼 길을 떠나"('메스칼린' 마지막 부분)간다고 말한 시인의 심경이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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