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예정된 청운문학도서관에서의 시 낭독 모임 시간에 이은규 시인의 ‘다정한 호칭‘에 실린 ‘꽃그늘에 후둑, 빗방울‘을 읽기로 했다.

외워 읊을 생각이었으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 준비하기로 마음 먹은 시간을 그냥 흘려 보냈다.

시집을 꾸준히 사 읽지만 관성을 따르는 수준이고 책도 올해 들어 처음으로 리뷰 없이 완독한 책을 체크하고 있는 내게 외우기는 무리란 생각이 든다.

같은 시집의 ‘벚꽃의 점괘를 받아적다‘란 시를 선택할까 망설였는데 오늘 그 시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니 다소나마 마음이 환해진다.

˝..봄은 파열음이다/ 그러니 당신, 오늘의 봄밤/ 꽃잎의 파열음에 귀가 녹아 좋은 곳 가겠다/ 생을 저당잡히고도 점괘 받는 일이 잦을 당신이겠다˝

어제는 부암동 일대를 걸었다. 무계원에서 무형문화재 김수영 님의 유기 전시회를 보았고 박노해 시인이 운영하는 라 카페 갤러리에 들러 수국도 감상하고 팔레스타인 사진전도 보고 차도 마셨다.

그의 파격 변신이 아직 낯설지만 사회주의 혁명을 외치며 두려움과 불안이 컸다던 그는 이제 행복할 것이다.

전향도 용기 있는 자의 몫이리라. 아니 지혜로운 자의 몫이든지. 모든 사람은 다 제 몫의 고난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 홀로 어렵다고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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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터[645]번째 책이야기

시간으로의 여행 유럽을 걷다 / 정병호

내가 몰랐던 책 책이야기 텍스터(www.texter.co.kr)
시간으로의 여행 유럽을 걷다 / 정병호
유럽 여행을 한층 더 풍성하게 해 줄 다채로운 유럽 문화, 역사 이야기
아빠와 아들이 함께 떠나는 특별한 유럽 여행!

유럽 역사 문화 여행서 <시간으로의 여행>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가 더 쉽고 흥미로운 내용을 담아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마치 아빠와 아들이 함께 떠난 유럽 여행에서 대화를 나누듯 유럽 고유의 역사와 문화, 유럽 속 나라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생생하고 재미있게, 그리고 깊이 있게 전하고 있다.

유럽의 수천 년 역사와 문화를 아무리 명료하게 설명하더라도 짧은 기간 안에 제대로 소화하기는 어렵다. 이 책은 여행 가이드를 직업으로 삼아 세계 각국을 여행하고 있는 저자의 전문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꼭 알고 가야 할 유럽 이야기’를 담았다. 유럽의 어원과 정신, 신 중심의 고대 문명과 인간 중심 문명으로의 변화 과정, 최대 제국 로마와 신성 로마 제국, 그리고 유럽의 종교와 철학, 현재의 모습까지 유럽의 폭넓은 이해를 통해 의미 있는 여행이 되도록 하였다. 저자는 여행을 위한 제대로 된 사전 준비는 여행 가이드 북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은 정보가 아니라 여행지에 대한 관심과 이해이며, 그것이 얼마나 풍성한 여행을 만드는지에 대해 거듭 강조한다.

유럽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도 드물다. 이것이 “유럽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 책은 살아 숨 쉬는 진짜 유럽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알찬 유럽 여행을 위한 필독서가 되어줄 것이다.


■ 추천하는 글

그리스 로마 신화가 유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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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박물관에서 ‘왕실 문화 심층탐구’란 제목의 연속 강의가 펼쳐진다. 소제목은 ‘세종시대, 애민(愛民)과 소통으로 이룬 발전’이다.(5월 15일 – 7월 10일까지 매주 화요일 아침 10 – 12시)

한남대학교 역사교육과 최이돈 교수의 ‘조선의 국왕 세종’(개론: 5월 15일)은 놓쳤지만 좋은 강의가 많이 예정되어 있다.

세종대왕과 한글창제(김슬옹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전문위원: 5월 29일), 세종시대 농업과 농법(염정섭 한림대학교 사학과 교수: 6월 5일),

세종시대 과학기술(구만옥 경희대학교 사학과 교수: 6월 12일), 세종시대 북방정책(김순남 고려대학교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 6월 19일), 세종시대 의학과 의서(이경록 연세대학교 의사학과 겸임교수: 6월 26일),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익주 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7월 3일), 세종시대 예악 정치(송지원 한국국악학회 이사: 7월 10일) 등이다.

우리는 월례 모임을 6월 12일 강의에 맞춰 9시에 고궁박물관에서 모이기로 했다.

선착순이기에 자리를 잡지 못할 수도 있어 과학 전공 동기가 세종 시대의 과학 기술에 대해 해설을 준비하기로 했다.

나도 세종 시대의 과학 기술에 대해 공부하려고 책을 검색했는데 놀랍게도 6월 12일 강연자인 구만옥 교수의 책(‘세종시대의 과학기술‘) 외에 이렇다 할 책이 없었다.

구만옥 교수의 책은 470 페이지가 넘는데다 내용도 알찬 전문적인 책이다.

강연이 책 내용을 요약해 풀어놓는 것 이상이 되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몇 차례에 걸쳐 책 한 권을 상세히 읽는 강의 같은 것은 없을까?

나는 이 책을 사야 하는가? 사서 정독한다면 강연을 들을 필요가 없다. 단 강연에 참여해 질문을 할 수도 있고 강연자가 방대한 책 내용들 가운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는지, 핵심에 다가가는 마인드는 어떤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새롭고 유의미한 질문을 하기 위해서라면 책을 정독해야 함은 물론 상상력도 동원해야 한다.

검색하다가 ’세종의 서재‘란 책을 알게 되었다. 출간 2년을 넘긴 책이다.

’세종이 만든 책, 세종을 만든 책‘이란 부제를 가진 책이다. 세종보다 책에 비중을 두고 사서 읽고 싶은 책이다.

나는 한 사람의 사상보다 그의 사상을 만든 책과 시대정신 등에 관심이 더 많다. 비정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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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麗澤)괘는 상하 모두 태() 즉 연못<: >을 상징하는 괘로 구성되었다.(는 짝 지을 이자이다.) 여택이라 읽지 않고 이택이라 읽는다. 인접한 두 연못이 서로 윤택하게 한다는 뜻으로 벗이 서로 도와 학문과 덕을 닦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완전한 의미를 지닌 말은 이택상주(麗澤相注)'이다. 아전인수와 대칭되는 말이다. 태괘(兌卦)는 기쁨과 즐거움, 희열에 대해 이야기하는 괘이다. 주역 58번째 괘인 태괘 가운데 화태(和兌) ()이 있다.

 

조화로워서 즐거움은 길하다는 의미이다. 상징적이지만 아니 상징적이기에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이문회우 이우보인이란 말보다 함축적이고 좋다. 순암(順庵) 안정복이 나이 50에 지은 서재 이름이 이택재(麗澤齋)이다. 실학자 계보를 말하며 아쉬워 하는 것은 다음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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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속 인생을 묻다 - 찰리 채플린 한시
김태봉 지음 / 미문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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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공자(孔子)이다. 시를 통해 감흥을 일으킨다는 의미의 흥어시(興於詩)라는 말을 했고 시 삼백편은 생각에 삿됨이 없다는 의미의 사무사(思無邪)라는 말을 했다. 중문학자 김태봉 교수는 한시 속 인생을 묻다의 부제를 찰리 채플린 한시라 설정했는데 그 이유는 우리는 너무 많이 생각하고 너무 적게 느낀다는 그의 말이 공자처럼 감성의 의미를 강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시 속 인생을 묻다의 키워드는 인생이란 말이다. 그러니 이는 다른 말로 사계(四季)를 노래한 선인들의 시들을 통해 희로애락의 감각들을 갈무리하려는 의도가 담긴 이름이라 할 수 있다.

 

한시는 우리보다 중국에서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흥했다 할 수 있다. 한시를 잘 몰라도 도연명, 이백, 두보, 소동파 등의 이름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춘하추동으로 분류된 책에서 역시 우리가 많이 만나게 되는 시인은 두보, 이백, 도연명 등이다.

 

모두 중국 시인들인데 한용운, 이옥봉, 기대승, 이덕무, 정몽주, 황진이, 이규보, 이색(李穡), 변계량(卞季良), 강정일당, 김삿갓 등의 우리 시인들도 만날 수 있다. 눈에 띄는 사람은 설도(薛濤), 이색(李穡), 주희(朱熹) 등이다.

 

설도는 동심초의 주인공이고 이색은 성리학자여서 관심이 가고 주희 역시 그렇다. 황진이, 강정일당, 이옥봉, 설도 등의 여성 시인들의 시도 관심을 가지고 읽을 만하다. 신사임당이나 허난설헌, 매창 등의 시가 빠진 것이 아쉽다.

 

가장 관심을 끄는 사람은 강정일당이다. 여성이고 성리학자이고 조선 후기에 살았던 분이기에 우리와 많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안이 가난하였으나 남편에게 간곡히 성인지도(聖人之道)의 학문을 권면해 남편으로 하여금 학문에 뜻을 두게 했고 자신도 곁에서 삯바느질을 하며 남편의 글소리를 듣고 함께 공부한 분이다.(이은선 지음 다른 유교 다른 기독교’ 30 페이지)

 

시문과 성리학에 두루 능했던 그의 시를 보자. 가을 매미 소리를 듣는다는 의미의 청추선(聽秋蟬)’이다. ‘만목영추기(萬木迎秋氣)/ 선성난석양(蟬聲亂夕陽)/ 침음감물성(沈吟感物性)/ 임하독방황(林下獨彷徨)‘.. 뜻은 어느덧 나무마다 가을빛인데/ 석양에 어지러운 매미 소리들/ 제철이 다하는 게 슬퍼서인가/ 쓸쓸한 숲속을 혼자 헤매네이다.

 

책에 첫 편으로 실린 시는 이옥봉(李玉峰)의 안방의 춘청이란 의미의 춘정(春情)이다. 이옥봉은 조선 중기의 기녀 시인으로 명성이 명나라까지 알려졌다. 유약래하만(有約來何晩) 약속은 했지만 오는 게 어찌 이리 늦는지/ 정매욕사시(庭梅欲謝時) 뜰에 핀 매화 시들려고 하는 때가 되었네/ 홀문지상작(忽聞枝上鵲) 홀연히 가지 위에서 까치 소리 들리자/ 허화경중미(虛畵鏡中眉) 거울 보고 공연히 눈썹을 그려 보네.

 

()란 말이 의미심장하다. 이 단어는 사례한다는 의미도 있고 하직한다는 의미도 있다. 매화가 시들려고 하는 것을 사()로 표현한 것이다. 시인은 약속을 했지만 늦게 오는 님을 기다리며 뜰을 바라본다. 그리고 거울을 보고 공연히 눈썹을 그린다. 공연히 그리는 것을 허화(虛畵)라 한 것이다.

 

만해 한용운 시인의 벚꽃 유감이란 시를 보자. ’지난 겨울은 눈이 꽃과 같더니/ 올봄은 꽃이 눈과 같구나/ 눈도 꽃도 모두 진짜가 아니거늘/ 내 마음 찢어지려 함을 어찌할 거나란 시다. 구도자 같지 않은 모습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님의 침묵의 의연함과 거리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본문의 말대로 공즉시색 색즉시공을 설법하는 승려이기에 시적 안목이 남다른 데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것도 좋으리라. 그 만큼 섬세하고 감성적인 존재가 시인이 아닌가.

 

시를 수놓는 주요 모티브가 꽃임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매화, 벚꽃, 살구꽃, 해당화, 모란꽃, 연꽃, 석류꽃, 국화 등이 이 책에서 눈에 들어온다. 술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눈에 띄는 것은 다른 시인의 이름이 등장하는 시편들이다.

 

두보(杜甫)는 도연명과 사령운(謝靈運)을 이야기했고(38 페이지) 왕유(王維)도 도연명을 이야기했다.(203 페이지) 차이가 있다면 두보는 도()라고 표현했고 왕유는 오류(五柳)라 했다는 점이다. 오류는 도연명의 호이다.

 

두보는 어떻게 하면 도연명과 사령운처럼 시를 잘 쓸 수 있는지 말했고 왕유는 오류 선생집 앞에서 술 마시고 취해 미친 듯 노래 불렀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왕유는 하루하루 사람은 부질없이 늙어가는데/ 해마다 봄은 다시 돌아오네/ 한 동이 술 있는 걸 즐기면 되지/ 꽃 날리는 것을 애석해 할 필요는 없네라 노래했다. 이 시에도 술 이야기가 나온다.

 

애석해 하는 시 가운데 가장 아픈 것은 두보의 시이다. 높은 곳에 올라의 의미를 지닌 등고(登高)‘에서 시인은 “..만 리 먼 곳 서글픈 가을에 항상 나그네 되어/ 한평생 병 많은 몸, 홀로 누대에 오르네/ 어려움과 고통에 귀밑머리 다 희어지고/ 늙고 쇠약한 몸이라 새로이 탁주마저 끊어야 한다네라고 노래했다.(236 페이지)

 

평생 떠돌이 생활을 한 시인이 두보이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一片花飛減却春한 조각 꽃잎이 떨어져도 봄기운은 줄어드는데/ 風飄萬點正愁人바람이 만 점 꽃잎을 날리니 정말로 사람을 시름에 젖게 한다는 시를 쓴 감성적인 사람이다.

 

이백의 시를 보자. ’여산 폭포를 바라보며란 시이다. 원제는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이다. “향로봉에 해 비치니, 자색 안개 피어올라/ 아득히 폭포 바라보니, 앞 내가 걸려 있구나/ 공중을 흐르다가 직각으로 삼천척을 내려 떨어지니/ 은하수가 하늘에서 떨어진 게로구나란 시이다. 안개를 자색(紫色)으로 표현한 감각이 돋보인다. 본문 상으로는 자연(紫煙)이다.

 

이 시에 나오는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이란 표현은 너무 유명하다. 이백은 시선(詩仙), 두보는 시성(詩聖)으로 불린다. 두 시인 모두 당나라 시인으로 이백이 11살 연상이었다.(이백: 701 ~ 762. 두보; 712 770) 위의 시에서 눈에 띄는 단어는 은하수이다. 두보의 시 세병마(洗兵馬)‘가 있다. 이 시에서 통영의 세병관이란 이름이 유래했다. ‘은하수를 끌어와 병장기를 씻는다.’는 구절이다.

 

이제 주희(朱熹)의 시를 보자. ‘매화(梅花)’란 시다. 개울가에 한매는 이미 피었을 텐데/ 벗은 매화 한 가지 꺾어 보내지 않는구려/ 하늘 끝인들 어찌 꽃이야 없겠냐만/ 무심한 그대 향해 술잔을 드네란 구절이 눈길을 끈다. 성리학의 성인(聖人)으로서 보인 학문적 분위기와 어딘가 다르게 느껴진다.

 

이 시는 이 밖에 ”..내 사는 곳 근처 개울가의 복사꽃 활짝 피어 봄빛 어지러운데 당신은 잘 지내나요..“란 조용미 시인의 , 양화소록(養花小錄)’을 생각하게 한다. 이리 저리 얽히고 설킨 삶과 인연을 생각한다. 난분분(亂粉粉) 즉 흩날리어 어지러운 세상사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저자의 선() 또는 편()의 미학을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두고 두고 펴볼 시들이 담긴 책이다.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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