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 개의 파랑>은 최근에 미국의 출판사와 판권계약이 이루어져 영어로 출간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읽게 된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한국과학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소설에서는 인간형 기계 콜리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3월에 경마장에 와서 투데이라는 이름의 말과 함께 경마에 나선 기계 기수입니다. 현장에서 일할 때의 이름은 C-27이었는데 사고로 폐기되면서 주인공인 연제가 구득하게 되면서 콜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천 개의 파랑>은 콜리가 투데이의 등에서 낙마하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끝이 납니다. 문학작품에서 흔히 사용되는 수미상관(首尾相關)의 기법을 적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도 산업현장에서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계들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고 이제는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인간을 도와주는 활동형 자동기계도 등장하고 있으며 인간형 기계도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니까 <천개의 파랑>의 시대적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콜리는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 즉 중앙제어장치에 경마용이 아니라 학습용 집적회로가 들어가는 바람에 경마에서 일반적으로 활동하는 기수와는 다른 행동을 보이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데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자 낙마함으로써 스스로는 폐기될 수준으로 손상을 입게 되는 선택을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서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형 기계가 기수로 등장하면서 경마용 말이 사람을 기수로 태울 때보다 훨씬 가벼운 기수를 태움으로서 부담이 줄었지만, 대신 속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이 새로 생긴 것입니다. 결국 조기에 부상을 입고 경마에서 물러나 안락사를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주인공인 연재의 가족은 삶이 힘들기만 합니다. 어머니 보경은 젊어서 영화배우로 활동하던 중에 불의의 화재사고로 은퇴를 하게 되었고, 사고과정에서 만난 소방관과 결혼을 하게 되지만 두 딸을 얻은 뒤에 불의의 사고로 순직하고 말았습니다. 어렵게 두 딸을 키워가지만 설상가상으로 큰 딸 은혜가 소아마비를 앓으면서 모녀들의 삶은 꼬여가기만 합니다. 그래도 두 딸들은 나름 바르게 컸습니다.


보경이 경마장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 까닭에 은혜는 경마장에서 많은 위안을 받게 되는데, 그런 환경이 연재와 콜리의 만남이 가능해졌고, 이 소설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연재는 망가진 채로 있는 콜리를 처음 만났을 때, 일반적인 기계 기수와는 다른 무엇이 있음을 깨닫고, 수리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 재산을 탈탈 털어서 콜리를 샀지만,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콜리를 수리하고 안락사 당할 운명에 처한 투데이를 두고 최선의 길을 찾으려는 연제와 반친구 지수, 언니 은혜, 엄마 보경, 경마장 수의사 복희, 경마장 관리사 민주, 연제의 사촌 오빠인 방송기자 서진 등이 힘을 합칩니다. 연제와 콜리가 생각해낸 방법은 부상 중인 투데이가 안락사를 당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콜리와 함께 경마에 나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마에서 콜리가 다시 낙마를 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콜리가 처음 낙마를 한 것도 투데이가 콜리의 무게를 힘겨워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주에 나섰을 때는 딴 생각을 하면 안 되는데 문득 하늘이 푸르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합니다. 입력된 정보에 따라서 움직이게 되어 있는 인간형 기계가 스스로를 버리고 이타적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쟁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과학문학상 심사위원 가운데는 이 작품의 마무리가 아쉬웠다는 분도 계셨는데, 기계 인간이 말이 통하지 않는 투데이가 아니라 사람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구도를 넣었더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예전에 본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경우처럼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을 파는 남자
주제 에두아르두 아구아루사 지음, 이광윤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기억을 화두로 삼고 있으면서도 기억이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기억을 파는 남자>도 분명 꼬리를 잇는 책읽기였는데, 어떤 책에서 읽고는 읽어보려고 했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습니다. 제목만으로는 자신의 기억을 누군가에게 판다는 것인지,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 파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어 보니 과연 생계를 위해 다른 사람의 과거를 만들어주는, 그러니까 기억을 파는 일을 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었습니다. 백피증을 가진 흑인 남자 펠릭스 벤투라의 이야기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때 사람이었다고 전제를 하고는 있습니다만, 지금은 펠릭스 벤투라의 애완 도마뱀 에울랄리우가 펠릭스 벤투라에게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고 서술하는 화자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도마뱀이 사람의 말을 이해할 뿐 더러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판단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가지고 본다면 특이한 인간이 아닌 생물이 화자로 등장하는 특이한 소설로는 처음인 듯합니다.


얼마 전에 백반증을 앓던 흑인 여성이 2번의 뇌졸중을 겪은 후에 피부색깔을 일부 되찾은 일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백피증과 백반증이 어떻게 다른지 찾아봤습니다. 저도 의사입니다만, 모든 의학적 사실을 꿰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백반증은 피부의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 세포가 후천적으로 파괴되면서 피부에 다양한 크기의 백색 반점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반면 백피증은 태어날 때부터 백색 반점이 생기는데, 유전적 소인에 의한 것이며 성장하면서 크기와 모양이 더 커지거나 변하지 않는 것이 백반증과의 차이점이라고 합니다.


이야기 초반에 나오는 강을 위한 위로라는 노래가 1970년대에 앙골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가사는 가슴에 와 닿습니다. “그 어느 것도 지나가지 않고 / 그 어느 것도 사라지지 않네. / 과거는 잠들어 있는 강이요. / 추억은 다채로운 거짓말이라네. // 물은 강에서 잠자고 / 세월은 나의 가슴에서 잠을 자네. / , 슬픔과 고통도 / 나의 가슴에 쓰러져 잠을 자네. // 그 어느 것도 지나가지 않고 / 그 어느 것도 사라지지 않네. / 과거는 죽은 듯이 숨쉬지도 않고 / 잠을 자는 강이라네. 나는 강을 깨워 / 그를 소리치게 하리라.(13)”


기억을 파는, 그러니까 고객의 신분을 세탁해주는 일을 하는 펠릭스 벤투라에게 어느 날 이방인이 찾아와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주면 만 달러를 낼 의향이 있다고 제의합니다. 자신은 사진 기자로 전쟁과 기아, 자연재해 등 끔찍한 사건들을 사진으로 담아왔는데, 이제 한 나라에 정착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깨끗하고 떳떳한 과거와 대가족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가족은 두세 명의 귀족부인을 포함해서 삼촌과 숙모, 사촌, 조카들, 조부모로 이뤄져야 하며 가족의 초상화나 가족과 관련된 일화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새로운 이름과 법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확실하게 증명해줄 수 있는 문서가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펠릭스 벤투라는 결국 의뢰자를 사진작가 주제 부슈만이라는 인물로 재창조해주고, 관련 자료까지 완벽하게 제공해줍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말미에 그의 진면목이 드러나게 됩니다.


아주 인상적인 대목들이 적지 않습니다. 태양과 빛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기자의 피라미드에서는 태양의 빛은 마치 빛나는 안개와 같이 모든 것 위에 장엄하게 내려앉는 듯 아주 생생하게 세상을 비춘다!(67)”라는 에사 데케이로스의 말이 나오는데 사실인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런가 하면 어느 소설가가 한 말도 있습니다. “나는 직업적으로 거짓말쟁이입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기꺼이 또 즐겁게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문학이란, 거짓말쟁이가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허락될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방법입니다.(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 아름다운 삶을 위한 철학의 기술
빌헬름 슈미트 지음, 장영태 옮김 / 책세상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프로타고라스는 철학이란 세계와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 원리 즉 인간의 본질, 세계관 등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또한 존재, 지식, 가치, 이성, 인식 그리고 언어, 논리, 윤리 등의 일반적이며 기본적인 대상의 실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라고 정의했습니다.


철학이라는 용어는 고대 그리스어로 지혜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는 필로소피아(φιλοσοφία)에서 유래하였는데, 여기서 지혜는 일상생활에서의 실용하는 지식이 아닌 인간 자신과 그것을 둘러싼 세계를 관조하는 지식을 뜻합니다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의 대항은 자연이었는데, 소크라테스 시기에는 인간의 혼을 연구 대상으로 하였으며, 특히 윤리 문제가 관심 대상이었습니다. 중세에는 신의 철학의 대상이었고, 근대에는 인간 지식의 근원이 철학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학문으로서의 철학이 강조되면서 철학이 대중과의 거리가 멀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철학이 대중과 함께 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독일의 저명한 대중철학자 빌헬름 슈미트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내고 그로 인해 삶은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를 사유하고 숙고하던 그리스 철학이 찾아낸 삶의 기술의 전통이 사라졌다고 주장합니다. 그 결과 상실감, 피로감, 우울증, 강박증, 가치 및 정체성의 혼란 등 오늘날 현대인들이 흔히 겪는 병리현상들이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고대철학으로부터 삶을 다스리는 기술을 복원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슈미트는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에서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철학으로의 소풍>을 인용하여 삶의 능력을 다시금 가능하게 해주는 답변을 얻기 위해 삶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는 사유의 공간으로의 소풍을 시도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가능한 답변들의 실천적 측면에서, 습관, 쾌락, 고통, 분노, 시간, 죽음과의 소통을 통한 기술들의 단련에 반어(反語, 아이러니), 부정적 사고, 마음의 평정과 같은 기술의 단련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제가 작년에 아팠던 까닭인지 질병에 관한 사유에서 느낀 바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겸손하게자신의 질병과 소통해야 한다는 몽테뉴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왜냐하면 질병은 삶의 한 구성요소이고 삶에서 시민권을 갖고 있으므로 존중해서 취급해야 한다는 것(96)”입니다. 어떨 때는 질병이 약이 되기도 하므로 그저 제압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질병의 요구에 응하고 따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노발리스(Novalis)의 경우 질병으로부터 삶의 기술을 수업하는 길을 보았다고 합니다.


몇 년 전부터 긍정심리의 효과에 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면서 매사를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좋다는 경향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부정적으로 사고하기를 권합니다. 긍정적 사고는 포괄적인 육체적, 정신적 쾌감에 도달하기 위한 자기실현의 매우 근본적인 방법이라면서, 현대적 인간은 풍족한 생활, 번영, 건강을 향한강력한 지향을 가지고 있어 행복해지는 것에 대한 일종의 강반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긍정적 사고 자체가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일종의 오해라고 주장합니다.


긍정적 사고를 할 경우, 매사가 잘되리라는 희망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인데, 막상 결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때의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부정적 사고는 오히려 지나치게 부풀어 오른 희망에 거리를 두는 것으로 체념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를 가상하여 보다 나은 방향의 결과를 얻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셈이니 긍정적 사고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종의 신중함을 긍정적 사고와 대비해서 볼 때는 부정적 사고인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앞서 질병에 관한 사유를 소개했습니다만, 삶의 기술로서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유도 있습니다. 건강의 반대는 질병이 아니라는 생각도 제시됩니다. 건강한 사람은 수많은 소망을 가지고 있지만, 병든 사람의 소망은 어쩌면 오로지 하나 다시 건강해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삶의 기술의 목적은 아름다운 삶을 마련해주는 데 있다고 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로티카 : 시칠리아 에디션 D(desire) 13
이레네 카오 지음, 이현경 옮김 / 그책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시칠리아 여행을 앞두고 있어 시칠리아에 관한 책을 골라 읽고 있습니다. <에로티카>라는 자극적인 제목도 눈길을 끌었지만, 굳이 시칠리아라는 이름에 더 끌렸다는 변명을 해봅니다. <에로티카-시칠리아>는 베네치아, 로마에 이은 삼부작의 마무리편입니다. 시칠리아 여행을 준비하느라 고른 책읽기였기 때문에 베네치아와 로마 편은 아직 읽기 전입니다.


사실은 서점에서 책장을 넘겨보면서 성애를 나누는 장면의 묘사가 꽤나 자극적이었기 때문에 들었다 놓았다는 반복했습니다만, 그래도 시칠리아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 때문에 결국은 고르게 되었습니다.


<에로티카> 3부작은 이탈리아 작가 아레네 카오의 등단 작품인 것 같습니다. 베네치아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하고 지중해 지역 고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광고와 영화, 출판 등 다양한 직종을 전전하면서 소설을 쓰고 있었다고 합니다. <에로티카>를 쓰게 된 배경으로는 2012년 미국에서 출간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면서 같은 분위기의 소설을 쓰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작가가 향수가게의 점원으로 일하던 중에 이탈리아의 대형 출판사 리촐리게서 출간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에로티카-시칠리아>에서는 레오나르도와 헤어진 뒤에 여주인공 엘레나가 절망에 빠져 자신을 포기한 듯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첫 장면은 클럽에서 만난 남자와 엘레나가 주도권을 쥔 가학적인 성애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함께 일하는 친구인 파올라의 집에 얹혀사는 형편인데도 직장일도 제대로 하지 않을뿐더러 살고 있는 방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상황으로 친구인 파올라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뜨겁게 사랑을 나누던 연인이 헤어진 뒤에 원치 않은 이별을 한 쪽의 삶이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엘레나가 바로 그런 상황인 듯합니다. 이렇듯 하룻밤의 돌발적인 성애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닙니다.


엘레나가 얼마나 형편이 없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아주 가까운 친고 가이아가 고향인 베네치아에서 사이클 챔피언 벨로티와 결혼을 하게 되고 엘레나가 증인을 서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결혼식 전날 평소 알고 지내던 연하의 마르티노가 베네치아에 왔다고 연락을 해옵니다. 엘레나는 마르티노를 위하여 베네치아의 미술관을 함께 돌면서 설명을 해주고는 자신의 집에서 저녁을 먹게 됩니다. 그리고는 두 사람 사이에서 갑자기 불꽃이 튀면서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엘레나로서는 모처럼 흡족한 그런 성애였기에 너무 몰입을 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가이아의 결혼식 날 아침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가이아의 결혼식에 늦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피로연에서 말실수까지 겹치면서 친구와도 등을 돌리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기면서 엘레나의 삶도 최악의 처지에 몰리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레오나르도의 아내 루크레치아가 찾아와 다툼이 일고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이 사고가 전화위복이 되어 레오나르도가 병원에 찾아와 엘레나를 간병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회복되는 계기가 마련됩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로마에서 베네치아를 거쳐 시칠리아로 옮겨가게 됩니다. 레오나르도가 고향집으로 가서 요리에 관한 책을 쓰려고 하는데 동행하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그런데 시칠리아 본섬이 아니라 시칠리아의 북쪽 해안에 흩어져 있는 섬들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있는 스토롬볼리섬입니다. 이 섬도 화산섬이라고 합니다. 저의 시칠리아 여행에서는 눈으로 볼 수도 없는 섬이라고 이 책이 여행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스트롬볼리에도 활화산이 있는데 현지에서는 이 화산을 이두라고 부른다는 정도. 그리고 스트롬볼리의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서술이 눈에 잡힐 듯 설명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스트롬볼리에서의 생활을 통하여 레오나르도와의 성애적인 관계도 회복함에 따라 엘레나도 일상을 회복하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배우는 멸종과 진화 한빛비즈 교양툰 31
김도윤(갈로아)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빛비즈에서 내놓고 있는 교양만화 연작, 특히 과학편을 여러 편 읽어왔습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만화로 배우는 멸종과 진화>는 저에게는 전혀 새로운 분야였습니다. 지구상에 등장한 다양한 생명체들을 비교하면서 진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현재 사라진 생명체들은 무슨 이유로 종 자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멸종되고 말았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1부 생명에 관하여, 2부 곤충 이야기, 3부 섬 그리고 생물지리학 그리고 4부 동물의 생태와 행동 등 4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에서는 진화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다루었고, 2부에서는 특히 곤충의 세계에서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다루었습니다. 곤충에 관한 이야기는 <파브르 곤충기> 이후에 처음으로 곤충에 대한 상세한 사항을 읽어본 것 같습니다. 3부에서는 섬이라고 하는 고립된 환경이 진화에 무슨 작용을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4부에서는 다양한 생물들의 사례를 들어서 멸종 혹은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던가를 이야기합니다.


사실 저도 초기 만화세대라고 강변을 합니다만, 요즈음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만화로 배우는 멸종과 진화>는 몇 가지 관점에서 특별한 점이 있었습니다. 만화의 곳곳에 뿌려진 유행어들-요즘 젊은이들은 드립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은 그 범위가 광범위하여 수태와 관련된 장면에 나오는 , 응애예요~’와 같이 저도 알고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곤충의 날개의 퇴화에 관한 내용에 나오는 까비야깝송~’과 같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것도 있습니다.


그림과 관련해서는 아기공룡 둘리에 등장하는 고길동을 닮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별다른 문제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그런가 하면 메뚜기 집단이 습격하는 장면에 시진핑 중화인민공화국의 시진핑 주석이 등장한 것도 중국 당국에서 불편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화자인 듯 싶은 인물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어떤 장면에서는 전혀 다른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듯합니다.


저자가 생물학을 전공한 까닭에 등장하는 다양한 생명체의 학명을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 학명은 전공과는 무관한 일반인의 경우에는 생소하기만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현상과 이론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내용들이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 400년 전 그리스에 불시착한 외계인이라는 것이 정설이라는 설명은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 의문입니다. 최근에 멕시코에서 발견된 외계인의 사체가 인공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판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처럼 무수한 설로 제기되는 외계인이 지구문명에 개입했다고 하는 주장이 대부분 근거가 미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좋아 보이는 새로운 시도도 있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에 등장하여 지금까지도 살아있는 생명체를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부르는 관행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에 따라 잔존 생물이라는 대체어를 제시한 경우입니다. 저도 외래어를 우리말로 표기하려는 노력을 무리할 정도로 해오고 있습니다만, 우리말을 많이 사용하여 입에 익게 하는 일이야말로 작가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의무라는 생각입니다.


모두 스물다섯편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각 편의 말미에 관련된 주제에 관한 짧은 글을 붙였다는 점입니다. 해당 주제에서 기억하면 좋을 정보를 담아낸 것으로 일종의 정리된 견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끝으로 마무리하는 두 편의 글에서 생물의 멸종생물다양성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시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구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함께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체들의 지속가능성을 지켜줄 수 있도록 인간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구상에 등장했던, 그리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들이 어떤 이유로 멸종을 맞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여섯 번째 파국을 인간이 주도하고 있다고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