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게임 살인사건 봉제인형 살인사건
다니엘 콜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플라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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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다니엘 콜은 <봉제인형 살인사건>을 발표하며 등단하여, <꼭두각시 살인사건>, <조각상 살인사건>에 이어 <엔드 게임 살인사건>으로 마무리하는 연작을 발표하여 추리소설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합니다. 그의 전작들을 미처 읽어보지 못한 상황에서 연작의 마지막 작품을 읽어보는 실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추리소설 연작은 각각의 작품을 읽어도 흥미롭기는 합니다만,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흠이 있어서 첫작품부터 읽어야 이야기의 흐름을 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엔드게임 살인사건>은 밀실살인의 전형입니다. 게다가 사건의 피해자는 은퇴한 런던경시청의 형사로 자살로 처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를 따르던 후배 형사 울프가 보기에는 자살일 수가 없다는 생각에서 수사에 나서게 됩니다. 울프 역시 꽤나 긴 시간 경시청을 떠나있으면서 범죄혐의가 있어 수배령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런던 경시청장이 살해의 위험에 쫓긴다거나, 미국 CIA요원이 모종의 사건에 연루되어 수배중인데 런던 경시청 경감이 숨겨주는 상황이라거나, 범죄조직이 공공연히 경찰 수사관을 위협하는 사건이 벌어지는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과연 정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사건의 수사하는 경찰이 범죄조직의 돈을 빼돌리는 일이 벌어지고, 그런 일을 저지른 경찰이 경찰 고위직에 오르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도 싶습니다. 오래 전에 주목받았던 영화 <투캅스> 연작이 생각났습니다.


어떻거나 의외의 인물이 범인이고, 범인은 사건을 은폐하고 수사를 방해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사건수사에 매달리고 있는 수사관들은 어떤 묘책으로 범인을 특정하여 처벌할 수 있을지 궁금한 가운데 막판에 기막힌 반전이 있습니다. 수사진을 비롯하여 이들과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의 다각적인 협조체계의 승리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의문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피해자의 집이고, 피해자가 직접 설계하였는데, 범인이 어떻게 사건 현장을 밀실로 만들 수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밀실에 숨겨진 비밀을 주인공이 어떻게 추론해냈는지도 의문입니다.


사건의 단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혹은 밑밥을 깔아두기 위하여 피해자가 신참 형사이던 시절의 사건형장이나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추리를 헷갈리게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전작들을 읽어보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발생 한 달 만에 범인을 특정해 체포하는 성과를 올린 것은 현실적이라기보다는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등장인물 사이에 사랑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데, 수사관들이 담당하고 있는 사건에 치어 긴장된 생활을 하고 있는 탓인지 사랑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우리 인생은 죽음과 고통뿐이고 혼자 살아야 할 운명이에요.(163)”이라는 벡스터의 탄식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전개되는 시점을 분단위로 구분하여 이야기의 소제목으로 삼은 이유도 분명치가 않습니다. 그저 날자만 특정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어떻든 사건은 해결이 되고 서로의 마음을 읽지 못하던 울프와 벡스터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으로 행복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과연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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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요리의 역사 - 선사시대 불의 요리부터 오늘날 비건까지, 요리의 위대한 진화 한빛비즈 교양툰 20
브누아 시마 지음, 스테판 두에 그림, 김모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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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양한 분야의 역사를 정리한 책들을 읽어왔습니다. 한빛비즈에서 기획한 교양툰 연작은 역시 다양한 분야의 역사를 만화로 꾸며내고 있습니다.그동안 의학, 와인, 성차별, 중세, 조선왕실의 신화, 불멸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만화를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통하여 소개해왔습니다. 만화로 읽는 역사는 글로 정리한 역사와는 달리 시각 효과가 곁들여지는 까닭에 쉽게 읽히고 이해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모든 생물은 생존을 위하여 무언가를 먹고 소화를 시켜야 몸의 활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인류의 역사는 먹고 생존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리의 역사는 곧 인류가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라 할 것입니다.


요리하면 동양에서는 중국, 그리고 서양에서는 프랑스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만화로 배우는 요리의 역사>는 프랑스의 경제 분야의 언론인이자 수필가인 브누아 시마가 글을 쓰고 만화가이자 초상화가인 스테판 두에가 그림을 그린 작품입니다. 물론 프랑스 요리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선사시대로부터 초기 문명의 요리, 그리스-로마-프랑스로 요리가 발전되는 과정, 동양의 요리, 유럽 궁정의 요리, 신세계의 요리, 부르주아 혁명 이후의 요리, 그리고 현대의 가벼운 요리에 이르기까지 요리의 발전사를 다루었습니다. 아무래도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서구 요리의 발전과정이 중심이 되는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이 주고받는 말들은 가벼우면서 때로는 희극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별도의 구획을 채우는 설명은 상당한 깊이와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화라고 해서 휙 읽어치울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설명 내용이 진지하다보니 집중을 해서 읽고 새겨보게 됩니다. 만화의 구성도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그 크기로부터 등장인물의 숫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어서 찬찬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불을 요리에 불을 사용하게 된 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호모 에렉투스라는 사실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물론 분량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만, 네안데르탈인이나 크로마뇽인들이 식습관까지도 다루었습니다. 로마제국시절이나 유럽의 궁정요리를 소개할 때는 그림도 같이 화려해졌다가 근대에 이르러 식품이 산업화되면서 간편화되기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러서는 간편식이라고 할 정도의 음식이 소개되지만 전통적인 고급요리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요리는 단위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향유한 문화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므로 연대에 따라서 개별 국가들의 영토를 표시한 지도들이 많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국가들의 강역표시는 어느 연대의 것이었는가가 중요함에도 불구하여 연대표시가 빠져 있는 것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에 부합하지 않은 지도도 있는 듯합니다. 독일왕국은 10세기 초에 성립되었다가 10세기 말에 신성로마제국에 통합되었고, 프로이센 왕국은 18세기가 열리던 시기에 성립하여 20세기 초까지 존재하면서 독일제국의 중심이 되었던 나라이므로 독일왕국과 프로이센 왕국의 강역을 함께 표시하는 것이 적절한가 싶기도 했습니다.


책의 말미에는 추천 레시피 모음편이 있는데, 요리의 역사에 등장했던 요리들 가운데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각 영역의 대표요리 22가지의 재료와 요리법을 소개하였습니다. 프랑스와 미국의 요리가 많이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 일본, 페루, 코트디부아르, 인도, 우즈베키스탄 등의 요리도 있는데, 우리나라의 대표음식이 빠진 것이 아쉬운 것은 팔이 안으로 굽기 때문일 듯합니다. 아니면 아직도 우리 전통음식의 세계화가 미진한 까닭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한류의 확산에 따라서 우리 문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식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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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읽어도 된다 - 50에 꿈을 찾고 이루는 습관 좋은 습관 시리즈 23
조혜경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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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망 서점 <예스>의 누리방 친구가 보내준 책입니다. 전공의 교육의 교육과 정부사업의 평가가 다음주로 예정되어 있어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출근길에 짬을 내어 단숨에 읽어냈습니다. 잘 읽히고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50줄에 들어 번역가가 되려는 꿈을 세웠다고 합니다. 큰아들의 제안으로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였다고 합니다. 기왕 하는 공부이니 뭔가 분명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한 길을 찾으면서 필요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누리사랑방에 올리면서 책읽기는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던 가운데 책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돌이켜보니 저 역시 누리사랑방에서 자주 글을 올리는 등 활발하게 활동할 무렵에 같은 제안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왜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는지 조금은 후회가 됩니다. 책을 읽고 독후감 쓰기를 열심히 하면서 글쓰기 훈련이 저절로 되었고, 그 결과가 책을 내기에 이르렀으니 저자가 책읽기와 독후감 쓰기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겠습니다.


<책만 읽어도 된다>는 제목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인이 되면 책과 멀어진다고들 합니다. 책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결과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니 책만 읽어도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는 진리를 제목에 담았다는 생각입니다.


<책만 읽어도 된다>1부에서 현재를 충실히 살게 해주는 독서습관이라는 제목으로 책읽기와 글쓰기를 잘할 수 있게 해주는 습관에 관한 글을 모았습니다. 2꿈을 찾아주는 독서습관에서는 책읽기와 글쓰기를 통하여 꿈을 이루어가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저의 책읽기와 닮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는가는 각자의 몫입니다.


책을 읽다가 눈에 띄는 대목에 표시를 하고, 사진을 찍어 보관하는 방법은 당장 독후감을 쓸 때는 물론 훗날 다른 주제로 글을 쓰면서 인용할 때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 저도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첫 번째 화두인 전작주의와 관련하여 저 역시 어니스트 헤밍웨이, 밀란 쿤데라, 오르한 파묵의 전작 읽기에 도전한 바가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다가 저자가 인용한 책을 찾아 읽는 경우를 꼬리를 무는 책읽기라고 정의합니다만, 저자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는 저와 조금 다른 방식인 듯합니다. 읽기 시작한 책을 모두 읽은 다음에 새로운 책을 읽는 편인 저와는 달리 여러 권을 동시에 읽거나 책의 일부만 읽기도 한다는 점도 다른 점입니다. 몽테뉴의 <수상록>을 회사에서 읽었는데 읽다가 접어둔 탓에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몇 차례한 끝에 완독을 하고서는 책을 붙들면 끝장을 내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연배는 조금 차이가 납니다만, 저자가 읽은 많은 책들 가운데는 저도 읽어본 책들이 많은 것을 보면 관심사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책들에서 아귀가 잘 맞는 인용문을 끌어온 것을 보면서 자료정리도 참 잘하시는구나 싶습니다. 오래 전에 누리망 신문에 읽은 책에 관한 글을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독자들과 함께 인문학 공부를 해보자고 덤빈 것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서평이라기보다는 독후감에 가까웠다는 생각입니다. 인연이 닿아서 그렇게 쓴 글들을 몇 권의 책으로 엮어 내는 행운도 만났습니다. 목표를 세우고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책을 읽고 독후감 쓰는 일을 시작하면 목표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외국어나 줄임말은 가급적 피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저도 초창기에 내놓은 책들을 보면 외국어 등을 남발했던 것인데, 요즈음에는 강박적으로 우리말을 사용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사람이 우리말을 써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된 일입니다. 하나 더 짚는다면 두 문장이나 세 문장으로 끊어도 좋은 문장들이 가끔 눈에 띄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짧고 쉬운 문장이 의미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책을 처음 세상에 내놓은 조혜경 작가님께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조만간 작가님의 번역서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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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2-10-2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어린, 그리고 진솔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처음처럼 님께서도 출간 제안을 받으신 적인 있으시군요? 지금처럼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시다보면 또 좋은 기회가 분명히 찾아올거라 믿습니다. 몇 권의 책을 내신 경험도 있으셨다니요. 축하의 말씀도 정말 감사합니다. 늘 평안하고 행복한 나날 보내시길 바랄게요.^^

처음처럼 2022-11-08 11:49   좋아요 1 | URL
축하드립니다.
조만간 번역서 출간소식을 기대하겠습니다.
 
'위안부'는 여자다 - 여성주의 관점으로 '위안부' 역사를 복원하다 열다 페미니즘 총서 6
캐롤라인 노마 지음, 유혜담 옮김 / 열다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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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관점으로 위안부역사를 복원하다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의 캐롤라인 노마 교수가 쓴 <위안부는 여자다>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일본군이 운영한 위안소의 실태와 그 역사적 배경을 천착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한국판 서문에서 이 책은 위안부로 억류된 여자들이 감내해야 했던 피해의 기저에는 전쟁과 군국주의보다도 성착취와 포르노라는 바로 그 남성 우월적 제도가 깔려있다고 지적하는 책이다라고 이 책의 성격을 요약합니다. 저자는 서문에 이어지는 개요: 첫 번째 피해자“1937년부터 1945년까지 중일/태평양 전쟁이 펼쳐지는 동안 일본군은 여러 나라에서 수만 명의 여자를 끌고 와 성노예제를 운용했으며, 그중 한국 여성 피해자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두 전쟁 기간 동안 군 성착취 업소와 위안소로 인신매매된 일본 여성 피해자들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일본 식민지 및 점령지, 해외 전방의 군 성착취 업소에서 노예로 생활해야 했던 일본 여자들의 역사를 서술한다.(23)”라고 시작합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발표된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중일/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일본 사회에서 행하여지던 다양한 성매매 업소(저자는 이를 성착취 업소라고 합니다)의 행태를 소개하고, 이런 업소들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만과 같은 식민지에도 퍼트렸다는 것입니다. 전쟁 초기에는 일본 국내에 있던 이런 업소에 있던 여성들을 군부대로 차출해 보내는 형식을 취하였지만, 전선이 확대되고 군인이 늘어나면서 위안부 여성들의 수요도 늘어났고,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어 일본 및 한국과 대만 등의 식민지, 심지어는 점령지에서도 여성들을 감언이설로 속이거나 인신매매의 형식으로 모아 군 위안소에 보냈다는 것입니다.


전쟁 전 일본 남성들의 성과 관련된 행동들이 전쟁을 통하여 강화된 것은 전적으로 일본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이런 현상을 가부장 제도를 통하여 공고해진 남성우월주의의 소산이라는 저자의 주장입니다. 사실 예수님 말씀에도 막달라 마리아라는 창녀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여성들의 성매매의 역사는 상당히 옛날로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대 신전의 여사제의 역할 가운데 신전을 방문하는 남성에게 성을 제공하는 것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이 일어났을 때 병사들이 민간인 여성들을 강제로 범하였다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상적으로 벌어졌던 것으로, 외적이 침입했을 때 정절을 지키기 위하여 자살을 선택한 여성들의 사례를 백제가 패망할 때 삼천궁녀가 백마강에 몸을 던졌다는 고사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혹은 사회가 혼란에 빠졌을 때 호구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여성들이 성매매에 나섰다는 사실을 소설을 비롯하여 다양한 기록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일본사회에서의 다양한 형식의 성착취 업소가 전쟁 당시 군이 앞장서서 위안소를 운영하기에 나섰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군 위안부의 문제를 떠나서 민간부문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성착취(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는 주장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성착취의 근본 원인은 가부장제에서 발전해온 남성 우월주의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최근에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유학온 남성들을 고용하여 여성들에게 성을 제공하는 업소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이런 업소가 활황을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업소들은 남성우월주의에 바탕을 둔 업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여성주의 관점에서 이런 업소들의 등장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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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 해결된다 Solvitur Ambulando - 불안의 시대를 건너는 철학적 걷기
우석영.소병철 지음 / 산현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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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여행길에 읽은 책입니다. 걷기와 여행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정리했다는 책소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회학을 전공하고 환경철학을 연구하는 우석영 작가와 순천대학교 철학과의 소병철 교수가 함께 쓴 <걸으면 해결된다>기가 어떻게 (인간의) 모멸감과 불안감과 두려움을 잠재우고 자신력과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지, 왜 걷기가 자기에 대한 앎과 철학적 사유와 창의성을 촉발하는지, 왜 걷기가 야외 온동이라기보다는 특별한 삶의 실천인지를 탐구했다.(24)’라고 머리말에 기획의도를 밝혔습니다.


필자 역시 동네산책과 여행을 통하여 걷기를 즐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처럼 걸으면서 거창하게 철학을 사유한다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비롯하여 생활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답을 걸으면서 얻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걸으면 해결된다>는 이 책의 제목을 실천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편이기도 합니다.


우선 두 저자는 걷기에 관한 선각자들의 깨우침을 다양하게 인용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걷기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서 읽어볼 생각입니다. 저 역시 걷기에 관한 글을 쓸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누군가의 생각을 인용하다보면 그 생각에 매몰되는 경우도 있어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비판적 책읽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이 책에서 발견한 여행사의 상품을 따라가는 단체여행을 “‘주마간산의 여행에는 통과의 의례만 있고 발견의 흥분은 없다. ‘촬영의 득의만 있고 관조의 시선은 없다. 사진이나 얼른 찍고 떠나기를 반복하는 사람은 놀랍게도 풍경은 풍경사진보다 아름답다는 진리를 까마득히 잊은 듯 보인다.(172-72)”라고 평가절하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작가는 여행사 상품으로 단체여행을 해보았을까 싶고, 해보았더라도 여기 적은 그런 분들을 주로 만난 것 아닐까 싶습니다.


단체여행에서도 저자가 생각하는 그런 여행을 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한된 시간이지만 대상을 찬찬히 관조하고, 차로 이동하는 시간에 깊이 생각하며, 훗날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을 다시 꺼내보며 여행당시의 감동을 다시금 느껴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유여행을 하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만큼 머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통과 숙소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비롯하여 표를 구해야 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교통편을 구하기 위하여 긴 줄을 서야 하는 문제고 있습니다. 즉 여행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였을 때 비용효과적이지 못한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굳이 인솔자를 따돌리지 않아도 주어진 자유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저자가 말하는 경이와의 조우하는 망외의 소득을 기대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자동운동장치 위에서 뛰는 것과는 달리 오솔길을 걷는 것이 반드시 모색과 발견의 길이 될 가능성은 높겠지만, 반드시 그런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저자는 미국의 철학자 조지 산티아니의 수필집 <여행철학>의 한 대목을 인용하였습니다. “현명한 여행자는 자신의 도시로 돌아와 그 이름을 높이 찬양하게 될 것이다.(194)” 혼자 걷는 여행이건 여행사의 단체관광여행이건 간에 여행에서 돌아온 현명한 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드높일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걸으면 해결된다>를 읽은 것이 이번에 다녀온 스위스 여행기를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말미에 정리해놓은 참고문헌을 따로 챙겨서 읽어볼 계획을 세웠습니다. 읽어본 책도 적지 않아보입니다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이 책과 함께 읽은 데이비드 빈센트의 <낭만적 은둔의 역사> 역시 스위스 여행길에서 좋은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역시 여행길은 책과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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