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맛있는 세계 여행
최향랑 글 그림 / 창비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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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서평을 읽었더니 도서관에 갈 때마다 눈에 띄더군요. 너무 두꺼운지라 몇 번 꺼내 들여다보기만 하고 빌리진 않았는데, 어느날 도서관에 함께 간 딸이 이 책을 쑥 뽑더라구요. 난 이제 죽었다 싶었죠. 그 긴 책을 어떻게 읽어주나 싶어서요. 딸아이가 1학년인데 엄마가 책 읽어주는 걸 더 좋아해서...

그런데 이 책 딱 한 번 읽어줬습니다. 책 반납하러 가는 날까지 혼자서 열심히 읽더군요. 그리고는 사달라고 졸라대는 통에 사주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지가 보고 싶은 곳만 봅니다.  어떤 날은 요리법만 보고 어떤 날은 나라 이야기만 보다가 어떤 날은 동화 부분만 보기도 합니다. 하루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집어들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기도 하더군요.

하나하나 쏙 빼먹는 쉬시 케밥, 매콤매콤 보들보들 마파 두부, 꼬들꼬들 향긋한 밥 빠에야, 달콤달콤 사르르르 크레쁘, 부드럽게 돌돌 발아  까르보나라, 야채, 고기 싸서 부리또, 뜨끈뜨끈 후룩후룩 쌀국수 등 아주 특별한 요리 이름에 딸아이는 폭 빠진 것 같아요. 엄마가 해주는 요리는 그저 평범한 된장찌개에 김치찌개 수준이 전부라서 말이죠. 이 책을 너무 열심히 보는 딸 때문에 요리에 별로 신경 안 쓰던 이 엄마 반성 좀 했습니다.

자꾸 여기 나오는 요리를 해보자고 하는 바람에 제일 쉬워 보이는 마파 두부를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맛은 엄마의 정성을 빼고 나니 별로였지만 아이들과 시끌벅적 지지고 볶는 게 더 재미있었습니다.  한바탕 요리를 하고 난 우리 딸 다음엔 크레쁘를 만들어 보자네요.

요리 여행을 핑계삼아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까지 맛보기로 가르쳐줍니다.  특히 화가가 꿈인 딸아이는 아는 화가 몇 명이 나오자 신나서 아는 척을 했답니다.

요즘 들어 문학 쪽의 책만 너무 읽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는데 이 책 덕분에  잠깐 안심입니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라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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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호텔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
브렌다 기버슨 지음, 이명희 옮김, 미간로이드 그림 / 마루벌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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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애가 네 살 무렵 우리집에 선인장 화분이 몇 개 있었습니다. 그때 이 책을 사서 읽으며 조금은 어렵다 생각했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어요. 우리 선인장도 50년이 지나면 이 사구아로 선인장처럼 멋진 호텔이 될 거라며 좋아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 그 선인장은 집에 없답니다.

이 책은 사구아로 선인장 열매 하나가 떨어져 싹이 트고 자라서 200여 년 동안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작은 씨앗 하나가 다섯 살 어린이 키만큼 자라 토끼의 먹이가 되고, 50년이 지나 엄마 키 두 배만큼 자라서야 처음으로 꽃을 피워 새와 벌들에게 꿀을 나눠줍니다. 그리고 딱다구리는 집을 짓고 살기로 합니다.

60년이 지나 아빠 키 세 배만큼 자랐을 땐 가지도 더 많이 뻗고 함께 사는 동물도 더 많아졌습니다. 아빠 키 열 배에 자동차 다섯 개를 합한 무게만큼 자란 선인장은 더 이상 자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새들, 사막쥐, 곤충, 박쥐들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면서 함께 살아갑니다.

200년이 지난 어느날 마침내 늙은 선인장은 쓰러지고 맙니다. 선인장 높은 곳에서 살던 동물들은 모두 떠나갔지만 알록 도마뱀, 땅뱀, 지네와 전갈, 개미와 흰개미들이 다시 이 호텔의 새 주인이 되어 찾아옵니다. 

선인장의 일생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면서 마지막 장을 넘기면 놀라운 장면이 펼쳐집니다. 바로 쓰러진 선인장 주변이 온통 어린 선인장들로 숲을 이루고 있지요. 한 그루의 선인장은 정말 대단합니다. 사막 동물들의 먹이가 되고,  집이 되어 함께 살아가다가 마침내 사막 동물들의 또다른 안식처를 마련해주고는 땅으로 돌아갔으니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사구아로 선인장처럼  베풀면서 함께 사는 지혜를 배운다면 더 많은 이웃이 행복해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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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어린이표 - 웅진 푸른교실 1, 100쇄 기념 양장본 웅진 푸른교실 1
황선미 글, 권사우 그림 / 웅진주니어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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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학교에 청소하러 갔다가 선생님께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네요.

막연히 우리 딸은 모범생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좀 심한 모범생이었습니다.

집에서는 전혀 모범생처럼 굴지 않는데 말입니다.

생각해 보니 1학년 들어가면서 읽힌 학교 생활이 많이 드러난 저학년 문고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특히 <나쁜 어린이표>는 선생님한테 나쁜 어린이로 찍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눈치가 빤한 아이로 만들어놓은 것 같군요.

착한 어린이 스티커를 많이 모으면 상을 받는다며 좋아하는 우리 아이가 정말 매력 없어 보입니다.

가끔은 건우처럼 아이들이랑 장난 치다가 선생님한테 걸리기도 해야 학교 생활이 신날 것 같은데...

모범생 기질이 탁월한 아이들에겐 이 책 읽히지 마세요. 

그런데 안 읽기엔 너무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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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새 타조 - 진짜 커다란 빛그림책 01
아키라 유치야마 사진, 햇살과나무꾼 옮김, 황보연 감수 / 한솔수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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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사진부터가 시원합니다.

그림이 아니고 사진이어서 동물원에 와서 직접 보고 있는 듯하네요.

타조가 커다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진짜 얼마나 큰지 감이 잘 안 오잖아요.

그런데 여기 접힌 페이지를 펼치면 실제 크기의 기다란 목과 다리가 나옵니다.

여섯 살 아들은 먼저 제 키랑 목길이를 견주어 보더니 "엄마, 나랑 똑같아." 하며 신나 합니다.

또 타조의 실제 크기 다리 사진도 저랑 대보니  비슷했나 봐요.

아이가 정말 너무 좋아합니다.

실제 크기를 볼 수 있다는 게 아이를 흥분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혼자 책을 안 읽는데 이 책 혼자서 줄줄 읽었습니다.

그래서 엄마를 감동시킨 책입니다.

이 책 시리즈인 '진짜 커다란 빛그림책'은 우리 아이가 다 좋아합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사주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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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산복이 - 이문구 동시에 붙인 노래들1 (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
굴렁쇠 아이들 노래 / 보림(음반)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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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딸아이는 외할머니댁 마당에 있는 장독대가 생각났는지 <장독대> 를 금방 따라 부르고

여섯 살 아들도 <개구쟁이 산복이>를 중얼중얼 하네요.

가사도 쉽고 멜로디도 쉬워 음치인 저도 몇 번만에 따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내 어릴 적 우리집 마당에는 할아버지께서 늘 앉아 계시던 자리가 있었지요.

버스가 다니던 신작로가 가장 잘 보이고, 동네 논밭이며 집들이 한눈에 보여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을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자리였답니다.

그러니 동네 아이들이 노는 모습도 눈에 훤히 들어왔을 거예요.

특히 동네에서 가장 넓었던 우리집 마당이 온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건 당연한 일이었지요.

우리들은 모두 개구쟁이 산복이가 되어 땟국이 반질반질할 때까지 놀고,

까치 소리 까마귀 소리 귀가 아플 때까지 듣고,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줄줄이 새끼 낳는 것도 보고,

엿장수 아저씨가 나타나면 정말 금방 잔칫집이 되기도 했지요.

동생이랑 보리밭에서 깜부기 뽑다가 새까매진 얼굴 쳐다보며 서로 놀려대고

예쁜 꽃이 피는 화분 들여놓지 않아도 밭엔 무꽃, 배추꽃, 감자꽃 등 꽃천지였는데...

천천히 노래를 듣다 보니 눈앞이 흐려지네요.

어린 시절 그 마당에 할아버지 대신 내가 앉아 있고

나 대신 내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문구 선생님의 노랫말은 까마득히 잊고 살던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게 해줬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습니다.

하루에도 몇 개씩 되는 학원에 다녀야 하고,

주말엔 부모님 손에 이끌려 여기저기 순례를 해야 하는 요즘의 아이들에 비하면

노느라고 바빠 공부할 시간이 없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저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이 너무나도 그립습니다.

엄마 아빠는 고향을 잊어버리고, 아이들은 그리워할 고향초차 없습니다.

노래 들으면서 엄마 아빠 어릴 적 이야기라도 많이 들려줄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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