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이사를 앞두고 있어 심란하다. 남편은 이주간의 해외 출장에, 한 주는 집 보러 다니고, 또 한 주는 집계약에 돈 빌리러 다니느라 한 달째 못 내려오고 있다. 난 완도에 앉아 전화로 지시하고 결정하고... 몸은 편안한데 마음은 무지하게 심란. 한달음에 달려가기엔 서울도 원주도 멀기만 하여 남편의 눈과 마음을 믿으며 모든 걸 맡기고 있다.

어제 아침 싱가폴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은 쉬지도 못하고 원주에 가서 그동안 가계약 상태였던 집을 정식으로 계약하고, 대출 문제까지 해결했다. 시끄러운 은행에서 전화로 오랫동안 삼각 상담(은행 담당자와 남편과 나)을 한 후 서울로 간다면서 다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끊고 앉아 있는데 마음이 울적해져서는 방에 들어가 잠시 누웠는데, 돈 없는 것도 남편이 안 오는 것도 다 서글퍼져서리 눈물이 나왔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데 눈물은 계속 나오고... 전화해서 누군가에게 위로라도 받고 싶은데 6시가 넘어가고 있으니... 아줌마들은 저녁 준비할 시간이겠구나 싶어 포기... 거실에서 책을 보고 있던 딸아이를 불렀다. 

"딸아, 엄마가 눈물이 난다. 우리집엔 왜 이렇게 돈이 없냐? 자꾸 우울해진다야." 했더니 울 딸, "엄마 너무 슬퍼하지 마. 우리가 돈은 없지만 여행 많이 다녀서 마음이 넓어졌잖아. 엄마, 괜찮아!!!"  

아우 참, 딸의 이 한마디에 눈물이랑 웃음이 동시에 나왔다. 우리가 여행 다니느라 돈을 못 모으는 줄 아는 딸. 

다시 내 말, "아빠가 피곤하다고 하길래 내려오지 말랬더니 진짜 안 오고 서울로 가는 거 있지! 혹시 아빠 올지 몰라서 샤브샤브 해 먹을려고 고기 사다 놨는데... " 울 딸, "엄마, 그랬어? 내가 나중에 아빠 교육 단단히 시켜줄게. 엄마 속마음을 들여다보라고..."

딸이랑 이야기하는 동안 마음이 좀 풀려서는 아이들이랑 샤브샤브 칼국수해서 배 뚜들겨가며 늦은 저녁을 먹었다. 딸, 저녁 먹으며 하는 말, "엄마 우울증 걸리면 큰일 나. <화려한 거짓말>에 천지도 우울증 걸려서 죽었잖아." 그래서 또 웃었다. "알았어. 너 같은 딸이 있으니까 우울증 걸릴 일은 없겠다!"  이러면서 웃고...

어젯밤 잠든 딸 옆에 누워서 위로받을 딸이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하던지, "고마워, 딸아!" 소리가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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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2-0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딸이 크면 친구가 돼서, 불행하게도 남편보다 훨 나을 때가 무지 많아요.^^

소나무집 2009-12-06 22:47   좋아요 0 | URL
울 딸 열두살인데 벌써 남편보다 제 마음 알아줄 때가 더 많아요.^*^
님은 딸이 둘이나 있어서 더 좋지요?

세실 2009-12-05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억만금을 주고도 바꿀수 없는 예쁜 아이들이 소중한 재산이죠. 뭐 나중에 자식 덕 보고 살면 되잖아요. 쿄쿄쿄

소나무집 2009-12-06 22:48   좋아요 0 | URL
우리 세대에서는 진짜 자식 덕 보는 건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래도 잘 키워놓고 덕 좀 보고 싶기는 해요.ㅋㅋㅋ

꿈꾸는섬 2009-12-05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에게 딸이 꼭 필요하다잖아요. 그 역할 톡톡히 해내니 더 예쁘고 사랑스럽네요. 엄마 마음 헤아려주는 딸이 부럽기도 하구요. 이사 준비로 너무 분주하시겠어요. 힘내세요.^^

소나무집 2009-12-06 23:17   좋아요 0 | URL
이것저것 걱정되는 일들은 많은데 부부가 늘 잘 되겠지주의자다 보니 함께 있으면 즐거워요. 요즘 남편이랑 수다 떤 지가 오래 돼서리 더 울적했던 것 같아요.

마노아 2009-12-06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으면서 제가 다 위로가 되는데 소나무님은 얼마나 감동적이었을까요. 이렇게 속깊은 딸내미가 있으니 소나무님은 참으로 부자세요. 여행으로 마음이 넓어졌다는 표현도 정말 근사해요. 제 마음이 다 넓어집니다.^^

소나무집 2009-12-06 22:53   좋아요 0 | URL
울 딸이 속이 좀 깊기는 해요.
제가 늘 끼고 살면서 엄마의 깊은 속을 다 보여줘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 딸 표현대로 되려면 돈 없어도
아이들 마음을 더 넓혀준다 생각하고 여행은 계속 다녀야 할듯 하네요.

2009-12-06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6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9-12-0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정말 의젓하고 대견하네요.
우리 딸도 그렇게 컸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소나무집 2009-12-06 23:36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민이네 삼남매도 엄마 마음 헤아리면서 잘 클 거예요.
님이 자연 속에서 잘 키우고 있잖아요.

치유 2009-12-0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권도 심사는 잘 마쳤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들어왔더니 이사날짜가지 잡으셨군요..
이래 저래 맘스시고 애스셨을 남편분에게 위로해드려야겠네요.

옆에 이런 딸이 있다는것은 행운중의 가장 큰 행운일거에요..아는 사람만 알지요??ㅋㅋ
기특하고 대견스럽고 그래요..그냥 듣기만 해두요..여행은 맘을 넓게 해주는게 확실한것 같아요.

샤브샤브 셋이서 맛나게 배부르게 먹고 평온한 모습으로 잠들었을 모습들이 참 이쁘다오^^_.

무슨 아파트 몇동 몇호에여??
오후 늦게나 도착하시겠네요..

소나무집 2009-12-07 16:53   좋아요 0 | URL
아이들 기말 시험 끝나는 거에 맞춰서 이사 날짜 잡았는데 시험이 일주일 미뤄져서는 결국 시험도 못 보고 이사 가게 생겼네요. 원주는 이번 주에 볼 것 같은데 울 얘들 기말 시험 없이 학년을 마칠 듯... 딸이 있는 사람만 그 마음 알지요?^*^

2009-12-07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09-12-08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두살 딸아이가 속이 참으로 깊네요. 부럽부럽~~~
전 님들이 딸자랑 할때 정말 속상한 사람이랍니다.^^
마음 편하게 이사 잘하시길 바래요~~~

소나무집 2009-12-10 09:12   좋아요 0 | URL
동생하고 싸울 땐 아기 같아요.
고마워요.

2009-12-09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9-12-09 11:26   좋아요 0 | URL
^^
 

지난 주말에 대학 선배 부부가 다녀갔다. 20년 만에 만난 선배님이시다. 한 학번 위 85학번인 그 선배는 학교 졸업 후 작년까지는 단 한 번도 기억 속에 떠올려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런 선배와의 인연이 이어진 건 작년 어느 날 알라딘을 통해 날아온 메일 한 통 때문이었다.  

서평을 쓰다 보면 가끔은 책을 편집한 사람들로부터 감사 메일을 받곤 했는데, 메일을 보낸 사람의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이름이 특이해서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그런 이름이었기에, 혹시나 싶어 학교와 학번을 확인하는 문자를 보냈더니 바로 전화가 왔다. 그 선배가 맞았다. 하지만 그 선배에게 나는 기억나지 않는 후배였다. 나는 그 선배가 이름을 읊어대던 누구 누구 옆에 조용히 서 있던 아이였으니까.

학교 다닐 적 그에 대한 기억은 시를 쓰는, 무서운 선배였다는 것뿐. 신입생 환영회하는 자리에 나타나 군기 확실하게 잡더니 학교 다니는 동안 내내 후배들 갈구는 역을 도맡아 했다. 이런 선배는 어디나 있더라만. 그러니 그 선배 그림자만 보여도 멀리 돌아서 다니곤 했다. 눈에 띄면 불러세워놓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데모하러 가자, 술 먹으러 가자 그러고, 그때는 그게 참 싫었다. 

학교 졸업하고 그런 선배가 있었다는 사실도 잊었더랬는데, 메일을 받은 이후 가끔 전화가 왔다. 존대말도 낮춤말도 아닌 어정쩡한 말로 나누는 간단한 대화였다. "신간 나왔는데 서평 좀 써 주쇼." 뭐 그런... 그리고 말끝에 빠뜨리지 않고 하는 말이 있었다. 완도에 오고 싶다고. 

그 선배는 오랫동안 다니던 출판사를 나와 지난 봄에 출판사를 차렸다. 처음 그 소식을 전해 왔을 때 이 어려운 시기에 출판사를 차리면 힘들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하지만 책을 고르는 안목이 남달라서인지 다행히 내는 책마다 반응이 좋다고 싱글벙글이다. 알라딘에서 내가 부탁한 몇 분이 신간 서평을 써주시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늘 고마워하신다. 

그 선배가 지난 토요일 아침 진짜로 완도에 왔다. 선배를 집으로 부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남편도 해외 출장을 가는 바람에 내려오지 않았고, 학교 다닐 때 마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편했던 사람인고로... 그런데 완도라는 전화 통화 끝에 "현대아파트지, 지금 갈게." 그래서 20년 만에 집에서 대면하게 된 선배다. 아침 시간이라 청소는 물론 안 했고, 나도 세수만 간단히 한 어수선한 꼴로. 

그런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선배의 태도가 자주 만나던 사람 같았다. 전화 통화할 때는 어정쩡했던 대화도 편한 대로, "아들 녀석은 왜 안 보여?" 이런 식이었다. 속으로 살짝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 한마디에 긴장이 풀어진 나도 바로 아줌마 근성이 나왔다. "선배님, 못 생긴 건 여전한데 살이 좀 찌셨네요. ㅋㅋㅋ "  이게 내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던 선배와의 첫 대화였다.

아침을 먹었을 리 없는 선배 부부를 위해 콩나물국을 끓이고 달걀찜을 해서 부랴부랴 아침상을 차렸다. 반찬도 없는 밥을 부부가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선배는 여직껏 독신으로 살다가 작년에야 부인을 만나 지금 같이 출판사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사모님이라고 불렀더니 나보다 세 살이나 어리다며 오히려 날 언니라고 불렀다. 

하루 동안 완도 구경도 시켜주고 같이 밥도 먹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내가 그 선배에 대해 제대로 아는 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20년 동안 변했을 수도 있지만 그 선배는 마음이 여리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학교 다닐 적 후배를 불러세우고 까칠하게 굴었던 것도 다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이번에 만나지 않았다면 학교 다닐 적 모습 그대로 그 선배를 기억했을 텐데... 소중한 만남, 알라딘 덕에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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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2-03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을 통해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 거였군요.^^ 좋은 인연 되시길 바래요.^^

소나무집 2009-12-04 18:59   좋아요 0 | URL
네. 학교 다닐 때는 무서워서 피해 다니기만 하던 선배였어요.
봄에 필동 한국의집에서 전통혼례로 결혼식 올린다고 해서 가보려고 해요.

같은하늘 2009-12-04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만남 아름다운 인연이 이어지시길 바래요.^^
태그를 보니 이분이 맹앤앵 대표님이신것 같네요.
저도 한권 구입했는데 재미있고 다른 책들도 좋아 보인다고 전해주세요.^^
그나저나 이사가신다고 하시는것 같던데 마음이 많이 바쁘시겠어요.
소나무집님이 완도 계실때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ㅜㅜ

소나무집 2009-12-05 11:07   좋아요 0 | URL
네, 맹앤앵 대표 맞아요.^^
사람이 나이가 들면 변하긴 하나 보더라구요.
부드러운 남자가 되었더라니까요.
같이 온 부인도 마음에 들고...
네, 이사 가기 전에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아쉽네요.
제가 원주로 이사 가니까 그곳으로 놀러오세요.

순오기 2009-12-05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20년만에 만나는데 집으로 불쑥 올 수 있다는 건 학교 선배라 가능하죠.^^
콩나물 국 달걀찜을 부랴부랴 해서 상차린 님도 맘이 따뜻하고요.
13일 원주로 가신다고요? 얼마 안 남았네요~ 원주엔 극장은 있겠죠.^^

소나무집 2009-12-05 11:37   좋아요 0 | URL
그런 것 같아요.
친하게 지내진 않았지만 몇 년 동안 멀찌감치서라도 얼굴 보며 살았던 선배니까. 미리 집으로 온다고 했으면 준비하느라 더 스트레스 받았을 텐데 갑자기 오니 뭐 그런 스트레스는 없었어요. 드뎌 이사 가네요. 제일 먼저 영화 보러 가고 싶어요.

치유 2009-12-07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후배를 두셔서 맘 든든하고 좋으셨을것 같아요.

역시 그 선배님 안목은 띄어나신듯..

소나무집 2009-12-07 16:57   좋아요 0 | URL
배꽃님, 글 너무 잘 쓰신다고 동화 쓰시라고 전해 달랬어요.
 

딸아이(5학년)는 완도 내려오면서부터 다니고 싶은 학원은 미술 하나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다니고 있는 미술 학원. 지난 토요일 전시회를 한다기에 다녀왔다. 

작년부터 누나랑 같이 가서 놀다 오라고, 아들(3학년)도 보냈더니 아들 작품도 보였다. 누나 말에 의하면 진짜 놀기만 한다던데...


지우의 수채화. 선생님이 손을 봐준 흔적이 많이 보인다고 했더니, 울 아들 2% 정도라는데 믿을 수 없어...


선우.  


선우.  


선우의 수채화. 사람들의 모습이 길쭉길쭉한 게 어딘지 우리 가족을 닮았다.


선우의 유화. 선생님의 작품을 보고 그렸다는데 제법 잘 그렸다.


엄마 손을 끌고 다니며 제 그림을 보여준 후 혼자 놀고 있는 아들.  


함께 미술 학원에 다니는 친구 이삭이(오른쪽)와 함께. 사진 좀 찍게 예쁘게 서 보라는 말에 끝까지 얼굴 보이기를 거부하던 두 아이. 슬슬 사춘기로 접어들어가는 아이들. 부쩍 큰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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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11-2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생 솜씨라 보여지지 않을 만큼 잘 그렸어요. 연필소묘인가요? 그것도 좋고 항아리그림도 좋고. 유화는 걸어놓으면 집이 환해질 것같아요

소나무집 2009-11-25 10:45   좋아요 0 | URL
집에서도 공부는 안하고 맨날 그림만 그리고 앉아 있어서 잔소리 하게 만들어요. 그죠. 유화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려울 것 같은데 제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순오기 2009-11-2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훌륭해요, 훌륭해!!
초상권 확실히 보호됐군요.^^

소나무집 2009-11-24 10:33   좋아요 0 | URL
혼자 있을 땐 그러지 않더니 친구랑 있으니까 더 심해지더라구요.

hnine 2009-11-23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보통 솜씨가 아니군요.
저렇게 붓터치가 보이게 그리려고 아무리 해도 잘 안되던 기억이 나서 저는 일단 수채화에서 붓터치와 명암부터 보거든요. 유화도, 소묘도 훌륭합니다.

소나무집 2009-11-24 10:33   좋아요 0 | URL
아마 선생님이 많이 봐주셨지 않나 싶어요.

마노아 2009-11-23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솜씨 너무 좋아요! 벌써 이 정도라니, 앞으로 좋아하는 그림을 계속 그린다면 얼마나 더 멋진 작품이 나올까요. 훌륭해요!!

소나무집 2009-11-24 10:34   좋아요 0 | URL
이사 가서도 계속 시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좀 해야 될 것 같아요.

무스탕 2009-11-23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우의 유화는 정말 이뻐요!!

소나무집 2009-11-24 10:40   좋아요 0 | URL
직접 구도를 잡은 건 아니고 보고 그린 거래요.

꿈꾸는섬 2009-11-24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잘 그리는데요.^^ 넘 멋져요.

소나무집 2009-11-24 10:35   좋아요 0 | URL
사실은 그림 잘 그리는 딸이 저도 부러워요.

2009-11-24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4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1-24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부러워요.저는 김태희 그리려고 하면 완성작은 뺑덕엄씨가 되더라구요.

소나무집 2009-12-02 10:0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도 사람 잘 그리는 화가들이 제일 멋져 보여요.

치유 2009-11-25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솜씨가 대단하네요..전 그림 잘그리는 사람이 젤 부러운데..선우 대단해요..

소나무집 2009-12-02 10:02   좋아요 0 | URL
님, 나중에 이사 가거들랑 미술 학원 소개 시켜주세요. ^*^

2009-11-25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2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09-12-02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요~~ 잘하고 좋아한다면 계속하게 해주셔야지요.^^

소나무집 2009-12-02 10:03   좋아요 0 | URL
그래야겠죠? 근데 공부도 해야 하는데 공부는 뒷전이니....

2009-12-06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6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9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네요. 갑자기 추워지니까 걸어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옷차림에 부쩍 신경이 쓰입니다.  

선생님, 안녕하시죠? 저는 학교에 다녀오는 지우를 보고 있으면 늘 행복하답니다. 학기 초나 학년 말이 되어가는 지금이나 지우가 늘 학교 생활을 즐거워하기 때문이에요.  

고집은 세고 부족한 건 너무나 많은 아이이기에 늘 염려스러웠는데 3학년 한 해를 보내는 동안 지우는 자신감도 회복하고 학교 생활에 대한 즐거움도 만끽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학교에 공부가 아닌 놀러 간다고 생각하는 아이, 그래서 하루 중 학교에 있을 때가 가장 즐겁다고 말하는 아이가 바로 지우랍니다.  

얼마나 즐거운 일이 많으면 그럴까 싶어 물어보면 아이들과 노는 것 외에도 선생님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지우의 두서도 없고 뒤죽박죽인 이야기 속에는 선생님이 자기를 인정해준다는 뿌듯함이 묻어 있습니다.

학교에 입학한 이래 한 번도 자신을 인정해준 선생님이 없었기에 선생님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대우에 스스로 의젓해지려는 마음까지 생기는가 보더라구요. 그래서 가끔은 지우가 성숙해져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어리지만...

학기 초에 내뱉은 지우의 한마디, "우리 조인송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잖아!" 저는 이 말에 지우의 행복한 1년을 예감했더랍니다. 그리고 그 예감이 적중해서 엄마로서 아이와 함께한 일 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지우아빠가 9월부터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나서 출근중이지만 자꾸만 핑계를 만들어 이사를 미루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선생님과 헤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랍니다. 지우가 평생 기억하고 싶은 담임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아 정말 생각할 때마다 고맙답니다. *^_^* 

지우를 기다리다가 문득 생각나서 몇 자 적어봅니다. 선생님, 찬바람에 감기 조심하세요.       

 

선생님께서 보내신 답장
 

날씨가 추워지는데 신종플루 때문에
마음도 몸도 더 추워지는것 같습니다.
지우가 행복해한다고 하니
정말 남은 시간들이 행복해집니다.
모든 아이들이 지우처럼 행복했으면 하는 욕심이라면
너무 과하겠죠? 


다방면에 아는 것이 많은 지우를 가끔 칭찬해주는 것이
아이의 학교 생활에 이렇게 많은 영향을 주는 것에
다시 한번 교육에 대한 다짐을 새롭게 해줍니다.
아버지에 대해 지우에게 들었습니다.
많이 보고 싶어하던데........ 


남은 3학년 동안 지우가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 생활을 하기를 빌어봅니다.
이렇게 메일 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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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1-2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학부모를 만나는 선생님도, 이런 담임을 만나는 아이도 부모도 행복한 1년에 동감합니다. 자꾸 핑계대며 이사를 늦출때 알아봤어요.^^
작년이었다면 진즉 이사갔겠죠~

소나무집 2009-11-21 09:52   좋아요 0 | URL
작년이었다면 진즉 이사갔지요!!!
봄에 학급문고 갖다 주러 가서 선생님 얼굴 한 번 보고 온 게 다지만
아이가 전해주는 말 몇 마디에 바로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생기더라구요.
내년에 정년을 앞둔 여선생님인데 늘 아이들의 입장을 생각해주는 마음이 느껴져요.

마노아 2009-11-21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풍경이에요. 서로에게 복된 만남이네요. ^^

소나무집 2009-11-21 12:50   좋아요 0 | URL
선생님게 일 년 내내 감사한 마음만 갖고 있다가 처음 표현해 봤어요.

꿈꾸는섬 2009-11-2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학부모와 선생님이시네요.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는 건 정말 행운이에요.

소나무집 2009-11-21 12: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이들 키우면서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는 건 일 년을 행복할 수 있으니
행운이 맞아요.

hnine 2009-11-2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서 보내는 어머님, 그리고 감사하다고 답장을 써보내시는 선생님, 그 밑에서 어찌 아이가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읽는 저도 흐뭇합니다.

소나무집 2009-11-21 12:53   좋아요 0 | URL
우리 아이 공부는 뒷전, 늘 놀면서 행복한 아이랍니다.
그 이면에는 이 시기 아이들에겐 공부보다
노는 게 더 중요하다는 담임 선생님의 철학도 한몫 했답니다.

같은하늘 2009-11-25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을 보내주시는 선생님도 계시는군요.^^
좋은 만남이 지우를 한걸음 성숙하게 해준것 같아 고맙네요.

소나무집 2009-11-29 12:45   좋아요 0 | URL
네, 답장을 보내주셔서 저도 기분이 좋았어요.
저도 평생 기억하고 싶은 아이의 선생님이네요.
 

전라남도 도립 완도수목원에서 6개월 동안 140시간의 강의를 마치고 11일 숲해설가 수료식을 했습니다. 6개월 동안 카메라로 담은 사진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하루하루가 새롭기만 합니다. 숲해설가 공부를 할 수 었었던 2009년은 정말 뜻깊은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6개월 짧지 않은 그 기간 동안 모두 진지하게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시험을 보고 마지막 시연까지 마친 후 드디어 40명 선생님이 숲해설가 1기 동기가 되었습니다.  

산림청에서 인증(산림청 인증 제12호)해주는 숲해설가 과정이라서 전남 각 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강의를 들으러 오셨더랍니다. 그 중엔 이미 숲해설가로 활동중인 선생님도 열 분 이상이나 있었고(산림청 인증 교육을 받은 숲해설가만 수목원 등에서 근무 가능), 교수님 못지 않은 지식을 갖고 계신 분도 있어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전시관 앞에서 바라본 완도수목원. 완도수목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난대 수목원입니다. 완도 오봉산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넓은 면적의 자생 수목원이지요. 붉가시나무를 비롯한 상록활엽수가 많아 겨울에도 진초록 빛깔을 자랑합니다.


강의의 3분의 2 정도는 강의실에서 이루어진 이론 수업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지루하고 졸린 적도 있었지만 열정적인 강사님들의 강의를 들을 때마다 또다른 세상이 하나씩 열리는 걸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한여름 교육생들이 졸릴 것을 염려한 강사님은 이렇게 기타를 준비해 와 노래를 불러주며 졸음을 쫓아주기도 했답니다.


가끔은 이미 숲해설가로 활동중이신 선배님을 모시고 아침부터 모여 공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오전 숲해설을 들으러 간 날은 각자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새록새록 정을 쌓기도 했지요.
 
강의실 수업을 듣다 숲으로 가면 졸음도 싹 달아나고 정말 신이 났지요.


강의를 듣는 연로한 선생님들의 진지한 모습, 다시 봐도 여전히 존경스럽네요.
   
광주에서 오신 숲해설가 선생님의 실습 강의가 있던 날, 세 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후~딱 지나갔던 기억 아직도 생생합니다.  


수생 곤충에 관한 수업. 몸을 안 아끼고 물 속에 있는 곤충을 잡던 선생님들의 모습, 참 아름다웠습니다.


이미 완도수목원에서 숲해설가로 활동중이신 송연희 샘에게 자연 놀이도 배웠구요.


학위만 없었지 박사급의 전문 지식을 가지고 계셨던 보성의 위주현 샘, 강사님들도 선생님의 해박한 설명 앞에선 늘 감탄을 했지요. 


강의실에서는 말 한마디 없이 조용히 앉아 계시다가 숲에만 들어가면 좌중을 휘어잡던 한병채 샘의 짜릿한 유머, 그 유머가 그립지만 진도까지 찾아가기엔 너무 멀어요. 


곤충을 채집해서 표본을 만들던 날이네요.  
 
걸어다니는 백과 사전이라는 별명을 가진 유한춘 박사님과 함께 한 야외 수업 시간. 


무엇이든 물어볼 때마다 척척 대답을 해주시던 완도군수 출신의 차관훈 샘(가운데 안경 쓰신 분)과 일일이 설명을 적으시던 진도군 면장님 출신의 김병옥 샘. 


강의실 수업과 야외 수업을 모두 마치고 필기 시험까지 치룬 후 드디어 시연의 날. 직접 쓴 시나리오를 가지고 교육생과 강사 앞에서 데뷔(?)를 해야 했지요. 꼼꼼하게 자료 사진까지 준비해왔던 최연소 교육생 순빈 씨.
      
진도군 의원 출신이신 장재호 샘. 소형 마이크까지 준비해 오는 철저함을 보이셨어요. 구수하고 안정된 목소리, 듣는 이를 휘어잡는 말솜씨는 이미 명해설가임을 증명하고도 남았습니다.  


해남에서 오신 이광훈 샘. 숲해설 교재의 잘못된 점까지 지적하며 보충을 해주셨지요.  


집에서 캐 오신 맥문동을 보며 듣는 강우원 샘의 해설도 정말 인기짱이었습니다. 


일곱 가지 끼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 정흥열 샘의 해설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교육생들이 해설을 할 때마다 꼼꼼하게 체크하고 계시던 윤은주 강사님과 박종석 연구사님.


이렇게 모든 과정을 마치고 수료식 날이 되었어요. 완도수목원 원장님께서 일일이 수료증과 인증서를 주셨습니다. 완도수목원에서 함께 했던 6개월은 숲과 자연도 공부하고, 인생도 공부하고, 사람살이도 배웠던 소중한 시간이었답니다. 숲해설가 인증을 받고 수료를 했지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수료식을 마치고 단체 사진도 찍었구요. 언제 또 만날 수 있으려나...  벌써 모두가 그립습니다.


선생님들~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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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1-17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멋지세요. 축하드려요.^^

소나무집 2009-11-17 08:47   좋아요 0 | URL
6개월 동안 숲해설 공부한다고 다른 일은 모두 뒷전으로 놓고 살았어요.
남편 권유로 시작한 공부였는데 나중엔 제가 더 열성이 되어가지고는...
꼭 숲해설가가 되지 않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모든 이들이 공부하면 좋겠더라구요.
저도 그런 의미에서 대만족한 공부였어요.
가까이 있는 자연을 우리는 너무 모르고 살잖아요.

노란우산 2009-11-18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재미있는 시간을????

소나무집 2009-11-19 08:27   좋아요 0 | URL
약오르지롱~

치유 2009-11-18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님 정말 대단하세요..정말 수고많으셨어요..
선생님들 모두너무 행복해보여요..

소나무집 2009-11-19 08:29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정말 유익하고 보람차고
내 인생 최고의 공부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연의 소중함과 삶의 의미까지 알게 해주었거든요.

같은하늘 2009-11-18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멋지신 소나무집님~~ 축하드립니다~~~
소나무집님이 계실때 그곳에 가봐야할텐데...
그런날이 올라나? ㅜㅜ

소나무집 2009-11-19 08:32   좋아요 0 | URL
님, 고마워요. 멋질 것까지는 없고요,
저 혼자 신이 나서 책을 찾아 읽고, 탐구하고 그랬더랍니다.
정말 유익해서 숲해설가 과정은 기회가 되면 공부해 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저 완도살이 한 달 정도 남았어요.
언릉 오시어요. 숲해설에, 관광해설까지 책임질께요. ㅎㅎㅎ

2009-11-20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9-11-21 09:53   좋아요 0 | URL
숲해설가가 멋져 보이긴 하지만 실제 하기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사명감이랑 봉사 정신이 투철해야 하니까요.

2009-11-21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11-21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수고하셨네요~~ 짝짝짝!!
좋은 공부 하셨으니 이제 열심히 나눠주셔야죠~ ^^

소나무집 2009-11-22 10:07   좋아요 0 | URL
님,고마워요.
숲해설 공부하고 나니까 어딘지 제가 성장한 느낌이 드는 거 있죠?

2009-12-06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9-12-06 23:26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