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와서 첫 나들이를 했다. 도서관 정보 검색을 하다 보니 원주 평생교육정보관(그냥 도서관이 좋구만 이름을 넘 거창하게 어렵게 지어놨다)에서 여희숙 샘의 강연회가 있었다. 전에 순오기 님과 세실 님 서재에서 이름을 익힌 분이었기에 이게 웬떡이냐 싶어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지은 지 일 년밖에 안 된, 무지무지하게 시설이 좋은 도서관이었다.  

강연 주제는 도서관친구들(도서관을 좋아하는 주민들이 도서관의 운영과 활동을 돕기 위해 만든 자발적인 모임)이라는 자원활동가 모임에 대한 것이었다. 미국에 5000개의 도서관친구들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광진구도서관을 비롯해 20개의 도서관친구들 모임이 있다고 한다. 오늘 강연을 계기로 원주에도 도서관친구들 모임이 생길 듯하다. 나도 신청하고 왔다.  



중간에 본인이 살아온 이야기나 독후 활동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 주었는데 나의 생각과도 일치해서 흐뭇하면서도 아주 유익했다. 책을 읽고 무조건 느낌과 감상을 쓰게 하는 것보다 함께 토론(이야기 나누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앞으로 초등 교육도 이쪽으로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고.

토론을 하면서 여러 사람과 의견을 나누다 보면 다양한 생각이 떠오르게 되고 결국 글을 쓰고 싶어 근질거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도 경험했던 바다. 토론을 하고 글을 쓰게 하면 아이들이 "종이 한 장 더 주세요"를 외치곤 했는데 이때가 제일 행복했다.

이 강연을 듣는 내내 완도 아이들 생각이 났다. 이렇게 좋은 도서관을 몇 개씩이나 가지고 있는 동네에서는 더 좋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자원활동가 모임을 만들고 기부도 받고 그러는데... 접근성이 좋지 않아 이용자도 거의 없는 사랑방 수준의 완도 도서관. 내가 있는 동안 여러 차례 도서관에 대한 민원을 넣어봤으나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절망만 했을 뿐이다.  

강연이 끝나고 여희숙 샘께 도서관친구들 같은 모임에서 이렇게 잘 나가는 도서관 말고 완도 같은 시골 도서관에 지원을 해줘서 그곳 아이들도 좋은 환경에서 책을 볼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다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 그곳 아이들의 기본적인 교육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불쌍하다는 생각에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내 마음이 아직 완도를 못 떠나고 있는 것 같다.  

 여희숙 선생님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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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12-18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가자마자 첫 나들이를 도서관으로 하셨군요.^^
아이들도 학교 잘 다니지요?
저도 내년에 이사할까 생각하니 아이 전학이 제일 걸리더군요...

소나무집 2009-12-21 11:00   좋아요 0 | URL
도서관이 집에서 너무 멀다 보니 자주 다니지는 못할 것 같아서 아까워요.
다행히도 아이들은 완도로 갔을 때보다 잘 적응을 하네요.

무스탕 2009-12-18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도는 소나무님을 보내드린걸 두고두고 후회할 거에요 ^^

소나무집 2009-12-21 09:33   좋아요 0 | URL
후회가 아니라 걸리적대던 사람 하나 잘 갔다고 그랬을 것 같은데요.ㅋㅋㅋ

마노아 2009-12-1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안해요... 나중에 소나무집님이 완도에 도서관을 지어주게 되는 건 아닐까요? 그런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전에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책을 볼 수 있다면 더 좋은 거지만요...

소나무집 2009-12-21 09:34   좋아요 0 | URL
돈 좀 있다면 학교 가까운 곳에 정말 도서관 하나 근사하게 지어주고 싶은 마음에요.

꿈꾸는섬 2009-12-1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좋은 동네로 이사하셨군요.ㅎㅎ
도서관친구들...너무 좋을 것 같아요.

소나무집 2009-12-21 09:36   좋아요 0 | URL
원주가 예전의 원주가 아니네요.
아파트 숲이 되어가고 있어요.
인구가 많아지니 복지는 점점 좋아지고 있나 봐요.
도서관친구들 참 좋은데 이런 혜택을 주로 좋은 도서관만 받을 수 있다는 게 아쉽더라구요.

전호인 2009-12-2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도에서 원주로 오신게로군요. ^*^
님이 완도에 계실 때 마음속으로나마 가족과 함께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 데 아쉽네요. 그래도 뭍으로 나오신 것 환영합니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돈이 가장 많은 곳이 원주라고 하던데요. 아마도 강원도중에서 가장 발전될 도시가 그곳이 아닌가 합니다. 행복한 생활되세염.

소나무집 2009-12-22 14:02   좋아요 0 | URL
네. 원주로 왔어요. 제 덕에 완도 다녀가신 분들이 참 많답니다.^^
원주가 예전보다 많이 변했네요.
행복까지 빌어주셔서 감솨~
 

가구가 거의 없으니 책 빼고 나면 짐이랄 것도 별로 없는데 이사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전라도 끄트머리에서 우리나라 지도상 중앙에 있는 도시로 오자니 실제 거리에 심리적 거리감까지 있어 이사 스트레스가 상당히 컸다. 이삿짐센터 구하느라 애를 먹기도.

하루는 전입 신고에 아이들 전학시키느라 돌아다니고, 여기저기 이사했다고 알리면서 보냈다. 어제는 뒤죽박죽 꽂아놓고 간 책들 다시 빼서 정리하는 일만 쉬엄쉬엄 했다. 책이 무겁기는 무거운가 보다. 팔을 들어올릴 때마다 "아이고, 어깨야, 팔이야!!" 팔자 좋은 여자(완도에서 만난 한 모임의 대표 되는 분이 내게 붙여준 별명, 남편 덕에 전국 유람하며 산다고)가 안 쓰던 근육을 쓴 탓이리라. 

원주다. 다들 남편이 서울에 있는데 왜 원주냐고 궁금해한다. 서울에 집을 구할 여력이 되었으면 이런 저런 핑계 안 찾고 냉큼 갔을지도 모르겠다. ... 치악산은 남편의 첫 근무지였다. 그래서 원주는 결혼 후 처음 내려와 두 아이를 낳고 살았던 곳. 생전 처음 남편 따라와서 살았지만 신혼의 추억 때문인지 과천 살면서도 생각이 많이 났다.(결혼 후 나의 이동 경로, 서울-원주-과천-완도-원주)

그리고 원주가 혁신 도시다 보니 남편 회사 본사가 이곳으로 내려올 예정이라고 해서 미리 와서 자리잡고 살자 싶은 마음이었다. (mb의 변덕에 의해 세종시로 가는 건 아닌가 요즘 불안하지만 mb랑 같은 동네 공기 안 마시는 것만으로도 좋다.) 본사가 안 내려오면 우린 내내 주말 가족이 될지도...

딸아이는 이번이 세번째 학교다. 내년에 6학년 올라가니까 금방 중학생이 되는데 사춘기에 자꾸 전학 다니는 것도 안 좋을 것 같고...  나도 3~4년에 한 번씩 먼 거리 이사를 다니다 보니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이젠 한곳에 붙박이로 살고 싶었다. 그동안은 어디 가서도 떠날 사람이기에 소속감 없이 여행자 같은 삶을 살았다. 이게 좋은 점도 있긴 하지만 완도처럼 작은 동네에서는 왕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걸 알았다. 

서울 주변 사는 형제들이랑 친구들은 기왕에 이사 오는 거 좀더 무리해서라도 서울 언저리로 와야 아이들 교육(사실 이 부분에서 고민 좀 하긴 했다.)이 되지 않겠냐고 걱정들을 했다. 하지만 서울 주변으로 가도 학원에 기대며 아이들 교육을 시킬 게 아니기 때문에 큰 후회는 없다. 땅끝보다 더 먼 섬마을 완도에 살면서도 얻은 게 많았듯 원주에 살면서도 얻는 게 또 있지 않겠나 싶다. 

일단 이사 왔기에 아이들도 나도 잘 적응해서 살 일만 남았다. 그런데 원주가 예전에 살던 원주가 아니다. 엄청 많이 변했다. 지금 현재 가장 좋은 건 아이들 담임이 모두 젊은언니(3학년) 젊은오빠(5학년)라는 것. 완도에서 3년 동안 경로당 보내는 줄 알았는데, (여섯 명의 담임 중 최연소가 58세였다.) 일단 그거 하나만으로도 너무 좋다.   

그리고 원주에는 알라딘의 배꽃 님이 살고 있다. 알라딘 이웃이 진짜 이웃이 됐다. 어제 통화를 했는데 꼭 언니 같아서 완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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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2-16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주에서의 2라운드네요. 이사 여독 천천히 푸셔요. 거기선 시간도 천천히 흐를 것 같아요. 아, 완도가 더 천천히 흘렀을까요. 아이들 학교의 변화가 크네요. 최연소가 58세였었다니 놀라워요.^^;;;
배꽃님 만나시게 되면 두분 다정한 인증샷 부탁해요.^^

소나무집 2009-12-17 01:13   좋아요 0 | URL
완도의 시간은 하루가 48시간쯤 되는 것 같았어요. 열불 많이 나요.^^
학교 샘들, 완도 살면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었어요. 퇴임 직전의 선생들이다 보니 노력도 안 하고 시간 때운다는 생각만 들더라구요. 완전 짜증이었어요. 한 학년에 일곱 반이나 있는, 완도에서 제일 큰 규모의 학교였는데도 그래요.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니냐고 교육청에 건의한 적이 있는데 젊은 샘들은 시골 학교 지원을 아예 안 한대요. 그러니 아이들 학력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구나 싶더라구요.
조만간 배꽃 님 만나서 인증샷 꼭 올릴게요.^^

무스탕 2009-12-16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도에서 원주로 이사하신다는 말씀 듣고 이삿짐 센터는 완주에서 고르실까 원주에서 고르실까 고민했던 무스탕입니다 ^^;
잘 마무리 하셨다니 반가운 소식입니다.
원주는 문막쪽에 시누이가 살고 계세요. 그래서 몇 번 갔었지요.
날 좋은 날 하루 골라 오전에 푸딱 날라가서 점심 먹고 차 한 잔 마시고 다시 푸딱 올라오기 좋은거리에요.
내년에 꽃 피길 벌써 기다려요. ㅎㅎ

소나무집 2009-12-17 09:31   좋아요 0 | URL
원주에서 불렀는데 멀어서 안 온다고 하더라구요.
돈도 더 얹어주고 밥값도 별도로 주고
가족이 모두 나서서 짐꾼 노릇까지 했으면서도 눈치보며 이사했답니다.
봄에 철쭉 피면 놀러오세요.
아파트 근처에 박경리 문학공원이 있는 것 같더라구요.

치유 2009-12-17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역시... 좋은 곳에 이사오시니까 인터넷도 빨리 달아주셨군요..ㅎㅎ

소나무집 2009-12-17 09:31   좋아요 0 | URL
완도에서 끊으면서 예약하고 왔더니 월요일에 바로 연결해주던데요.
원주가 좋은 동네죠?

2009-12-17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7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2-17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렸을 때도 전국을 돌며 이사했지요.원주에서도 살았어요.학성동이라고 지금은 환락가가 되어있다는군요.군인들이 많이 살던 도시였는데 지금도 군사도시일거에요.

소나무집 2009-12-18 00:40   좋아요 0 | URL
원주가 예전 원주가 아니네요. 해마다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난대요. 시내에 있던 군부대가 이사 가서 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군사 도시 같은 느낌은 전혀 없어요.

꿈꾸는섬 2009-12-17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 잘 하셨군요. 아이들 데리고 자꾸 옮겨다니는 것도 정말 힘들죠. 전학시키는 것도 정말 신경 많이 쓰이셨겠어요. 배꽃님이랑 이웃되셨다니 더 좋으시겟어요.^^
좋은 동네에서 또 새롭게 행복한 날들 보내세요.^^

소나무집 2009-12-18 00:42   좋아요 0 | URL
이사하면서 가장 힘든 사람은 저예요.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사람 사귀기도 힘들고 그렇더라구요.
특히 완도에서 그랬어요.
배꽃님한테 이사하기 전부터 집 땜시 물어보느라고 귀찮게 좀 했어요.
님, 행복 빌어줘서 고마워요.

miony 2009-12-18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주가 낯선 곳이 아니라 그렇게 인연이 깊은 곳이었군요.^^

소나무집 2009-12-18 00:44   좋아요 0 | URL
네, 그런데 7년 만에 와 보니 너무 많이 변해서 낯설어요.
경기도 어디쯤 신도시 같은 느낌이 들게 변했어요.
저는 예전의 한가함이 그립네요.

같은하늘 2009-12-18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힘들게 결정하시고 가신 원주이니 터 잘 잡으셨으면해요.^^
배꽃님도 가까운데 계시니 좋으시겠네요...ㅎㅎ

소나무집 2009-12-21 10:06   좋아요 0 | URL
정말 터 잡고 잘 살고 싶은 마음이에요.
일주일 살았는데 오자마자 너무 추워서 마음도 몸도 꽁꽁 얼어 있었어요.
 

자려고 누웠는데,
하루 종일 공사다망했기에 피곤한데도
영 잠이 안 와서 다시 일어났다. 

완도에서의 마지막 밤,
그동안 떠나고 싶다고, 싫다고 얼마나 투덜댔던가...
그런데 시원하면서도 참말로 섭섭하다. 

내일 완도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그리워질 것 같다.
푸른 바다와 섬들이 너무나 그리워질 것 같다.   

정도리 구계등, 완도수목원, 신지해수욕장, 장도, 청산도, 보길도, 소안도...
내가 사랑했던 곳들. 

벌써 눈물이 나려고 한다.
완도의 모든 것들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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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2-13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마지막 날이군요. 작별인사가 짠해요. 소중했던 기억과 함께 안녕을 속삭여요...

소나무집 2009-12-15 09:11   좋아요 0 | URL
작별 인사도 잘하고 이사도 잘 했어요.^^

2009-12-13 0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5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09-12-13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는 잘 하셨나 모르겠어요.^^ 오늘은 짐 정리에 많이 바쁘시겠어요. 새 보금자리에서 행복한 나날 되실거에요.^^

소나무집 2009-12-15 09:18   좋아요 0 | URL
네,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이사 잘했어요. 날씨도 좋아서 다행이었구요. 한꺼번에 몰아서 일을 못하는 지라 짐정리는 천천히 하려고 해요.

세실 2009-12-13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드디어 떠나시는군요. 바다가 젤 아쉬울까요?
새로운 출발에 행복한 일만 생기시길~~~~

소나무집 2009-12-15 09:19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바다를 떠나 산이 있는 동네로 이사 왔어요.

순오기 2009-12-13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지금은 원주에서 쉬겠군요.
이사하느라 애쓰셨어요.
만남은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게 우리네 인생이니까요.
원주에서도 행복하게 잘 살면서 원주 자랑 많이 해주세요.^^

소나무집 2009-12-15 09:21   좋아요 0 | URL
어제 아이들 전학시키고 내내 아이들이 잘 적응을 할까 걱정이네요. 딸은 첫날부터 친구를 데리고 오는 기염을 토했는데 아들은 같은 반 아이들을 보더니 도망... 걱정이 되네요. 님, 원주 조카네 집에 오시거들랑 놀러 오세요.

2009-12-13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5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09-12-14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쯤 원주에서 첫밤을 맞이하고 계시겠네요.
앞으로 짐 정리도 천천히 하시고 느긋하게 책도 읽고 하세요~~~

소나무집 2009-12-15 09:36   좋아요 0 | URL
두번째 밤까지 보냈어요.^^ 아저씨들이 뒤죽박죽 꽂아놓고 간 책정리하느라 아무것도 못해요.

2009-12-15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5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09-12-15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어제 이사는 잘 하셨는지요??
먼길 오시느라 힘드셨지요??
원주에 오신것 환영합니다.._^.^_

소나무집 2009-12-15 09:38   좋아요 0 | URL
배꽃님, 정말 멀었어요.^^
환영해주셔서 고마워요.
 

이사 가는 날을 잡아놓은 후로는 매일같이 이사 준비를 한다. 마음의 준비야 남편이 발령 나는 순간부터 했고, 요즘 나의 이사 준비는 정리하기와 버리기, 그리고 청소하기.  

갈 길이 멀다 보니 이삿짐 차가 오면 2시간 안에 짐 싣고 떠나는 게 나의 목표다. 그렇다 보니 포장 이삿짐을 불렀음에도 온통 내 손에 의해 정리와 포장이 끝나가고 있다. 이삿짐 아저씨들은 들어다 싣기만 하면 되도록 말이지. 아무래도 내가 한 사람 일당은 챙겨야 할 듯. 

요즘 이삿짐 아저씨들 무거운 책을 제일 싫어한다기에 유아틱한 그림책들은 이미 여러 차례 동생네 집으로 보냈고, 사은품으로 받아온 플라스틱 용기들, 결혼 전에 얼마 주고 샀는지가 생각나서 여지껏 걸려 있던 옷과 가방들, 이면지로 쓰려고 하염없이 쌓여 있던 종이들, 아이들 손이 안 가는 장난감들... 쓰지도 않는 물건들이 참 많기도 하다. 이번에 모두 정리.

거기다가 주방이랑 베란다, 창틀 청소까지. 지금 사는 아파트가 회사 관사다 보니 지저분하게 해놓고 가면 다음 이사 들어오는 직원에게 욕 얻어 먹을 것 같아 그야말로 반짝반짝 윤이 나게 청소중. 그 대가로 손 여기저기 상처가 생기고, 어깨랑 손목이 정상이 아니다. 평소에 얼마나 일다운 일을 안 하고 살았는지 알 만해.

사실 필요 없는 물건들은 평소에 처리하고 청소도 열심히 하면서 살았으면 이런 고생 안 해도 되련만 살림은 하기가 싫으니 원, 주부로선 빵점짜리다. 이사할 때마다 후회하지만 다음 이사 가서도 여전히 이렇게 살 게 뻔해. 

오늘은 점심 약속도 있고, 학교에 인사도 하러 가야 되고, 폐기물 스티커도 사러 가야 되고, 관리비 그런 거 정산도 해야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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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9-12-1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주하시겠네요.
이사를 한다는 것이 말같지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쵸?
이것저것 남자의 손이 필요한 곳과 여자의 손이 필요한 곳이 따로 있기도 하고 떠날 때와 들어갈 때의 뒷 설거지가 또 장난아니기도 하지요.
심란하시겠지만 차근차근 준비하시는 님의 모습이 행복해 보이는 데 맞는 거죠?

소나무집 2009-12-15 09:39   좋아요 0 | URL
드디어 이사해놓고 그냥 앉아 있어요. 책 빼면 짐도 많지 않은데 얼렁얼렁 하기가 싫으네요.

꿈꾸는섬 2009-12-12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이사 날이 잡혔군요. 분주하시겠어요. 저도 평소에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잘 쌓아 두고 살아요. 무사히 이사 잘 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제 온 가족이 모여 살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좋은일이라고 생각되요. 축하드려요.^^

소나무집 2009-12-15 09:40   좋아요 0 | URL
이번 집에서 쌓아놓고 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잘될까 모르겠네요.
 

’책과 연애하다’라는 이벤트 제목을 보는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남자들이었다. 20대 내 주변에서 서성거렸던 남자들에 대한 기억. 지금은 이름도 가물가물하고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지만 나의 20대를 기쁘게도 우울하게도 만들었던 추억 속의 그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대학 시절 나는 좀 과격하고 터프한 걸 멋있어라 했다. 취향도 성격도 여성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탓에 남자들이 내 주변에 있을 때 난 ’연애’라는 말을 몰랐다. 그래서 그들이 내 주변을 맴돌며 연애와 관련된 신호를 보냈어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난 그 남자들이 항상 있는 사람들인 줄만 알았다. 학교에 가도, 집에 가도(오빠가 다니는 학교 주변에서 오빠랑 자취한 덕에) 남자들이 들끓었으니까.

책과 연애한 이야기를 하라는데 뜬금없이 남자 이야기를 꺼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대학 시절의 난 책을 읽는 것도, 책을 사는 것도 참 좋아했다. 돈이 있으나 없으나... 지금도 그 버릇 못 버리고 있지만. 그래서 내 주변을 서성대던 남자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나를 어여삐 여겼거나 혹은 내가 좋아했던 그들에게 내가 준 건 마음이 아닌 책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책은 내 인생의 가느다란 소통로이면서 지치지 않는 중매쟁이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혼한 이후 거의 들여다본 적이 없는 김지하, 양성우, 신경림, 박노해, 김광규, 황지우... 등의 시집은 지금도 여전히 나의 책꽂이 몇 칸을 빼곡하게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시집은 80년대 대학 주변 서점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었고, 우리는 투사가 아니어도 이런 시인들의 시집을 주고받았다. 꺼내 볼 것도 아니면서 지금껏 그 책들이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것은 제목만 바라보아도 문득 문득 떠오르는 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아련하게라도 추억하고 싶은 젊은 날이.  

시인이 될 것도, 시에 특별한 관심이 없어도 시를 읽던 그 시절 문지나 창비 시선은 돈이 넉넉하지 않은 대학생의 마음을 전하기에 딱이었다. 지금이야 시집 한 권에도 만원 가까이 하지만 20년 전에는 학교 앞 서점으로 달려가 2000원이면 유명한 시인의 마음과 인생을 통째로 내 것으로 만들 수도, 시인의 마음인 척하며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전할 수도 있었다. 늘 나에게 친절했던 선배나 동기들에게 메모 한 줄 써서 내밀 수 있었던, 사소했지만 아름다운 물건, 그게 바로 시집이었다. 

남자들이 우글대던 대학을 졸업한 후 나의 본격적인 연애는 짝사랑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슬프게도 정작 내가 진짜 연애를 하고 싶은 남자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거나 이미 연애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멀찍이서 바라만 보았던 남자들과 나 사이에도 늘 책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남자랑 연애를 한 것이 아니라 남자들에게 선물할 책과 연애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쓸쓸하거나 외로운 마음을 가득 담아 밑줄을 긋고, 또 메모를 하면서...

K를 처음 만난 곳은 광화문 교보문고였다. 책보다는 정치, 경제에 더 관심이 많은 K에게 난 늘 문학과 작가에 관한 이야기를 했고, 그는 내 이야기를 들으며 소리 없이 웃기만 했다. 지금 그가 기억나는 것은 헤어지던 날까지도 난 그에게 책을 선물했는데 어색하게 그 책을 들고 지하철을 타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왜 그리 미련스럽게 책을 선물했는지... 만약 책이 아닌 다른 것을 선물했다면 나의 연애는 좀더 일찍 성공했으려나? 

또 한 남자, 짝사랑인 줄 알면서도 끈길지게 내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던 S는 오빠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오빠를 통해 S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알고 있던 나는 그가 다니던 회사로 책을 보내기 시작했다. 매달 똑같은 책 두 권을 사서 한 권은 S에게 보냈고, 한 권은 내가 읽었다. 그리고는 전화를 걸어 그 책을 읽었는지 확인하곤 했다. 꽤 오랫동안 책을 보냈던 것 같은데 무뚝뚝한 그가 내게 건네준 건 쓸쓸함뿐. 그런데 지금도 알 수 없는 건 왜 S가 책 보내지 말라는 말을 한 번도 안 한 건지... 결혼하기 전에 물어봤어야 하는데. 여기저기 뜨르르르 소문났던 그 짝사랑은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야 끝을 맺을 수 있었다.  

내가 남자들에게 선물했던 수많은 책들을 생각하면 책선물을 받은 적은 의외로 많지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의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신촌 홍익문고 2층이었는데 지금도 있나 모르겠다.) 그의 손엔 책이 들려 있었고, 내게 책을 먼저 선물하는 선수를 쳤다. 오우, 세상에! 내가 그토록 책선물을 하며 연애를 걸고자 했던 남자들은 다 떠나갔는데 나에게 책선물을 하며 연애를 걸어오는 남자가 있을 줄이야! 음, 인연은 따로 있었음이야! 책은 그렇게 내 곁에서 나의 마지막 연애를 더 따끈따끈하게,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결혼과 함께 나는 더이상 남자들에게 책선물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책과의 연애가 끝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하며(알라딘 플래티넘 멤버십을 일년 내내 유지할 정도로) 책과 연애중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나의 연애사에 줄기차게 함께 했던 책들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꼭 해줘야 할 것 같다. "책아,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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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12-07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이맘때쯤 어쩌다 눈에 띈 인터파크 이벤트를 보고 올렸던 글인데,
거기는 지우고, 여기에 옮겨놓는다.

순오기 2009-12-08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0공원에서 봤었지만 다시 봐도 역시 즐거운 책과의 연애사!^^
책이 없었다면 어찌 살았을꼬? 앞으로도 물론이지만요~~

소나무집 2009-12-09 11:2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에요.

같은하늘 2009-12-08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과의 연애사 참 재미납니다.^^
몇년전에도 홍익문고 있는거 봤는데 지금은 모르겠네요.
책이 정말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만들어주니 저도 고맙다 해야겠어요.^^

소나무집 2009-12-09 11:28   좋아요 0 | URL
그죠?
특히 알라딘에서 만나는 분들은 책과는 뗄 수 없는 인연들이지요?

2009-12-09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9-12-10 14:3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즐겁지용?

2009-12-10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09-12-1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나요.^^ 인연이 따로 있었다는 님의 말씀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