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    

                             박경리  

 

원주는 추운 곳이다. 

겨울이 아닌 때도  

춥다. 

어깨 부빌 거리도 없고 

기대어볼 만한 언덕도 없다. 

 

원고지 이만장 십일만원 

안다고 하는 사람한테 사고 

다음 날 문방구에서  

원고지 이만장  

육만원에 샀을 때 

진정 나는 추워서 떨었다. 

 

그러나 

서울 갔다 오는 날 

서원대로 들어서면  

고향을 돌아온 듯 

마냥 마음이 놓인다.

  

***  단구동 박경리 선생 옛집에 걸려 있는 이 시를 읽으면서 원주가 객지인 나도 백배 공감을 했다. 나도 원주가 춥다. 봄이 왔는데도 어깨 부빌 언덕도 거리도 만들지 못한 나의 원주는 여전히 춥다. 겨울에도 상록수가 무성하던 남도에 익숙해진지라 앙상한 원주의 겨울 나무들이 나를 더 춥게 만들곤 했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10-04-27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곳은 이곳보다 더 춥군요.
올봄은 정말 왜 이리도 추운지.. 아직도 가끔 보일러를 켠다니까요.
박경리 옛집도 가보고 싶어요.

소나무집 2010-04-27 16:23   좋아요 0 | URL
올봄 정말 춥지요? 부산도 추웠나 보네요.
오늘도 원주는 바람에 비에 엄청 춥네요.
언제 한번 원주 오셔서 박경리 선생 옛집에도 꼭 가보세요. 선생의 손때가 묻은 유품들이 많아요.

노이에자이트 2010-04-2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서지방이 영동지방보다 더 춥습니다.원주 영월이 매우 춥지요.충북도 춥고요.

소나무집 2010-04-28 08:50   좋아요 0 | URL
가장 따뜻한 남도에 살다 와서 그런지 원주가 유난히 춥더라구요.

순오기 2010-04-30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8월에 단구동 옛집과 토지문화관 옆 주택도 살짝 기웃거리고 왔어요.
객지는 어디든 춥겠지만 원주는 더 추운 곳이군요.
어여 부빌 언덕도 만들어 보셔요.^^

소나무집 2010-04-28 08:52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 원주에 한번 더 오세요.
제가 박경리 선생 옛집은 공부해두었다가 꼼꼼하게 설명해 드릴게요.
객지는 서러워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적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더 많이 걸리는 것 같아요.ㅠㅠ

2010-04-28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30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05-05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옆동네로 이사가는 것도 버거워 엄두를 못내고 있는데... 남도에서 사시다 원주까지 정말 먼 여정이네요. 소나무집님 말씀처럼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 만나는것도 힘들고 적응하는것도 힘든것 같아요.

소나무집 2010-05-07 11:23   좋아요 0 | URL
이제 멀리 다니는 이사는 하고 싶지 않네요. 새로운 내 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넘 힘들어서리... 님도 이사를 하시려면 이래저래 신경 쓸 것도 많고 힘들겠어요.

꿈꾸는섬 2010-05-06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쓸쓸해요. 가슴에 한바탕 바람이 쓸고 지나가니 더 춥네요.
마석도 엄청 추워요. 올봄엔 유나히 더 추웠구요.
한해두해 정이 쌓이면 덜 추워지겠죠.^^ 힘내세요.

소나무집 2010-05-07 11:24   좋아요 0 | URL
그죠. 객지 와서 얼마나 쓸슬했을까 시에서 다 느껴지죠?
지난 겨울 봄 내내 유난히 추웠고, 사람 사귀는 걸 힘들어 하니 더 추운 것 같아요.
님은 마석 떠나지 말고 계속 사세요.
 

사회 공부를 하던 딸아이가 몽고몽골의 차이를 물어보았다. 선생님도 몽고와 몽골을 섞어서 쓰니 헷갈린다고.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몽고라고 배웠는데 요즘은 몽골이라고 부른다고 말해주고 왜 그런지 궁금해서 정확한 뜻을 찾아보았다. 

국가의 이름은 몽골(Mongol), 대외적인 공식 명칭은 몽골리아(the Republic of Mongolia)이다. 몽골을 몽고라고 부르는 것은 한국인을 조센진이라고 비하해서 부르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한다. 

우리가 몽고라고 죽~ 불러온 것은 중국인들이 몽골을 몽고(蒙古)라고 한자로 표기한 데서 기원한 것이라고. 중국인들이 주변 국가들 중 한번도 정복해보지 못한 몽골인을 무지몽매할 몽(蒙) 자와 예 고(古) 자를 써서 비하해서 표현한 것. 

몽골(Mongol)의 원뜻은 '몽'이라는 부족이 중심(골)이 되어서 세운 국가로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젠 몽고라는 이름은 쓰지 말아야겠다. 수도는 울란바토르.

 사진은 위키백과에서 가져옴.  

  * 몽골에 관해 초등학생이 읽을 만한 책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0-04-25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몽고에 그런 의미가 있었다니, 그저 생각없이 썼던 부끄러움에 얼굴이 벌게집니다.
저도 이젠 제대로 써야겠어요. 좋은 정보 고마워요!!

소나무집 2010-04-26 09:09   좋아요 0 | URL
저도 부끄럽더라구요. 우리에게 조센징이라고 부르는 건 싫어하면서 다른 나라 이름을 아무렇지도 같은 의미로 불렀으니 말이에요.

같은하늘 2010-04-26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오늘 소나무집님 서재에서 공부 많이 하고 가네요. 감사합니다.^^

소나무집 2010-04-27 01:14   좋아요 0 | URL
저도 딸 덕분에 공부했어요. ^^

gimssim 2010-05-01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말인줄 알았어요. 잘 배우고 갑니다.

소나무집 2010-05-07 11:25   좋아요 0 | URL
아 ,네 ^^
 

몇 년 전 드라마를 보면서 21권짜리 <토지>를 한 달 내내 읽었다. 몇 년 세월이 흐르는 사이 지금은 그때의 감동은 물론 인물들의 이름도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 지경이 되었다. 이번에 토지학교 두번째 강의 인물을 중심으로 <토지> 읽기를 들으면서 토지 속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기억해내면서 새삼 한 인물 한 인물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가톨릭대학교 박상민 교수는 <토지>는 유명세에 비해 전권을 다 읽은 사람이 많지 않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하였다. 방송 역사상 최초로 세 번이나 드라마화된 덕분에 책을 안 읽어도 읽은 듯하고 내용을 다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면 국문과 출신들도 안 읽는다고 했다. 안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소설 내용이 5부 21권(나남출판)으로 너무 길다 보니 전편을 다 읽는 데 드는 시간이 너무 길고, 서너 번은 읽어야 논문 한 편을 쓸 수 있는데 그 시간이면 다른 논문 몇 편을 쓸 수 있는 시간이라고.  

<토지>는 매니아도 많지만 안티팬도 많다고 했다. 안티팬은 작품을 제대로 안 읽은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재미있는 건 안티팬들 중 <토지>를 한 번 읽고 나면 연구를 하게 되고 결국 매니아가 된다고 했다. 힘들게 읽은 게 아까워서 논문을 쓰고 <토지>를 찬양하게 된다는 얘기를 우스갯소리로 들려주셨다. 

<토지>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시작과 끝인데, 소설이 처음 시작되는 날은 1897년 음력 8월 15일 한가위이고, 끝나는 날은 1945년 양력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되는 날이다. 이 두 날짜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1897년은 동학 혁명이 실패로 끝난 지 3년이 지난 해로 우리나라에 일본군이 주둔해서 세력을 넓혀가던 시기였고, 1945년은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어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근현대사에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역사가 <토지> 속 인물들의 삶 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사학자들 중에는 <토지>를 연구하는 이들도 있다고.

<토지>는 긴 내용 속에 다양한 주제를 품고 있다. 그 덕분에 어떤 시각으로 읽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이번 강의 내용에 따라 인물을 중심으로 소설을 보니 더 흥미가 느껴졌고, 이제야 <토지>를 제대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토지>의 중심 인물들은 혈연적이거나 근친 관계에 놓여 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통속적으로 흐를 수 있는 설정인데도 <토지> 속 인물들의 연애는 통속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토지>의 매력 중 하나이고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는 역량 또한 여기서 나온다고.

<토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학이다. 동학의 이념은 작가가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작품 전편을 이끌어간다. 시작 자체가 동학 혁명의 지도자였던 김개남(실존 인물 김개주의 분신)과 윤씨부인의 불륜으로 시작되고, 이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동학이 실현하고자 했던 가장 큰  이념이 신분제 폐지와 과부의 결혼 허용이었는데 이 두 제도에 대한 작가의 비판은 작품 속 인물들의 만남을 살펴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토지> 속 남녀들은 당시로서는 환영받을 수 없는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한다. 중인이었던 김개남과 양반에 과부였던 윤씨부인의 만남은 최참판댁에서는 일급 비밀이다. 알려지면 양반가의 상징인 최참판댁이 무너지면서 그동안 이어져 온 신분 질서까지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당아씨와 구천이(김환)의 사랑은 드러내놓고 인정하진 않지만 정서적으로는 인정이 된다. 서희와 길상의 관계에는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지만 축복을 해주고 길상이 독립 운동을 함으로써 신분이 회복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외에도 김평산과 함안댁, 용이와 월선, 일본인 오가다 지로와 유인실 등은 모두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사랑을 이루어낸 커플들이다. 작가는 신분을 뛰어넘은 이들의 사랑을 통해 우리나라의 신분 제도가 서서히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평등하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70~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는 알게 모르게 신분 의식이 존재했고, 과부의 결혼도 그리 자유롭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분명 동네에 서열이 있었고, 과부가 결혼을 하면 쉬쉬하는 대상이었으니 말이다.

<토지> 속 인물들은 선악의 대립이 뚜렷해서 착한 인물은 한없이 착하고, 악한 인물은 한없이 악하다. 그들 중 작가 박경리 선생의 모습을 가장 많이 닮은 인물은 보수적이었던 최치수였고,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형은 사회 관념을 모두 지키면서 사는 현대판 엄친아 용이였다고 한다. 작가의 용이에 대한 애정은 용이의 연애 장면이 가장 길게 나오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강의 두 시간은 중심 인물 몇몇의 이야기만 나누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중심 인물들의 삶과 당시 우리 민족의 상징이었던 동학 이념을 연결해서 읽으면 훨씬 더 깊이 있게 쫀득쫀득하게 <토지>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2010년 4월 10일)   

 <토지> 총 21권 - 나남출판사  

 

 

청소년을 위한 <토지> 총 12권 - 자음과 모음   

 

 

동화 <토지>총  38권 - 자음과 모음 

 

 

  

만화 <토지> 총 7권 - 마로니에북스

박경리 원작/오세영 그림   

 

만화 <토지>는 박경리 선생이 원작에서 드러내고자 했던 내용을 잘 표현해서 선생이 가장 좋아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세영 화백이 1부만 그리고 중단하신 상태라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섬 2010-04-19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언니랑 토지 나올때마다 한권씩 서점에서 구입해서 읽었던 기억이 나요.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시 시간내서 읽어봐야겠어요. 지금은 인물도 내용도 가물가물해요.^^

소나무집 2010-04-20 08:48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 강의 들으면서 다시 되새기고 있네요. 책을 읽을 때 무작정 읽는 것보다 주제나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10-04-25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토지학교 페이퍼에 소설 토지를 꼭 넣어주세요.
그래야 토지를 검색한 사람들이 읽을 수 있고, 그러다보면 토지를 읽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 독서모임에 토지를 10번도 더 읽은 회원이 있는데, 토지를 읽지도 않고 '다 안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고 통탄합니다. 어떤 분은 자신의 책에다 버젓이 '토지를 읽지 않았지만 다 안다'고 썼더군요.ㅠㅠ

소나무집 2010-04-26 08:49   좋아요 0 | URL
드라마만 보고 그렇게들 생각하는 거지요. 따로 <토지> 책만 모아 페이퍼를 쓰려다 님이 먼저 써놓은 게 있길래 그만두었는데 여기다는 넣어둬야겠네요.
 

남편은 지난 3월 21일 동아마라톤 대회에 참가해서 완주를 했다. 응원해주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42.195킬로를 달리고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싶다. 그 날 가서 응원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는데 2주 후 열리는 코리아 오픈 마라톤 대회에 또 신청했다고 했다.  

완주한 지 2주밖에 안 돼서 체력도 회복되지 않았을 것 같아 걱정스러웠지만 뛰기 전에는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번엔 회사 마라톤 클럽 직원들과 함께 하프만 뛰고, 키즈러닝 코너도 있어서 신청했다고... 그리하여 마라톤 대회가 있던 4월 4일 새벽같이 서울로 향했다.


잠실운동장에서 마라톤을 뛰기 전에. 



아이들이 뛰는 키즈러닝 코너 앞에서 대기중인 아이들과 부모들. 



완주 선수와 하프 선수, 10킬로 선수가 모두 출발하고 나서 출발선에 서 있는 아이들. 어쩌다 보니 파란 옷을 세트로 입은 우리 남매의 뒷모습.



처음엔 시큰둥하던 우리 아이들이었는데 엄마는 따라잡을 수도 없을 정도로 쌩하니 앞서 달려나가 버렸다.  


한강변을 달리고 있는 10킬로 선수들. 아이들은 그 뒤를 따라 3.5킬로만 뛰고 다시 운동장으로 들어오는 코스. 



내가 헉헉대고 뛰다 걷다를 했건만 뛰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만난 건 운동장에 돌아와서였다. 땀에 홀딱 젖은 채 완주 메달을 받고는 신이 나 있었다. 언제 달리고 싶지 않다고 했나 싶게 뿌듯해하던 아들과 딸.


한 스포츠용품 회사에서 마련한 사진 찍기 이벤트에 참여해서 이봉주 선수처럼 월계관도 써보고는... 



하프를 달리는 남편을 기다리는데 드디어... 운동장으로 들어오는 남편을 보며 아이들과 함께 힘내라고 소리지르며 응원을 했다. 남편은 응원의 목소리가 들리면 포기하고 싶다가도 힘이 불쑥불쑥 솟는다고 했다. 체력이 많이 딸렸을 텐데도 힘든 내색을 전혀 하지 않던 남편이다. 다음에 뛰지 말라고 할까 봐 그랬는지...



메달 삼총사. 아이들과 함께 아빠도 행복한 표정.  

내가 마라톤 뛰는 걸 직법 보지 않았을 땐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 건지 몰랐다. 솔직히 그 힘든 걸 왜 그리 달리나 싶었다. 하지만 한두 번 남편이 뛰는 모습을 보니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인내가 필요한 과정인지 알게 되었고, 응원해주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나는 앞으로도 쭉~ 달리는 남편을 응원할 것이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엘리자베스 2010-04-12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짝짝~~~~ 남편분 정말 멋있으시네요. 아이들도 큰일 해냈구요. 우리 남편도 좀 밖으로 나가서 운동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집에만 들어오면 나갈 생각을 안한답니다. 행복한 모습 보기 좋아요.

소나무집 2010-04-14 08:59   좋아요 0 | URL
힘들어도 뛰고 나면 뭔가 성취감이 느껴지나 보더라구요. 울 아그들도 짧은 코스였지만 뛰고 나니까 기분이 좋았나 봐요. 다음에 또 뛰고 싶대요. 아마 용채가 좀 크면 몸을 움직이면서 함께 놀 수밖에 없을 거예요.

순오기 2010-04-16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라톤은 정말 자신과의 외로운 사투지요. 그러면서 중독되는...^^
이번엔 가족들이 응원해서 더 힘이 나셨을 거 같아요. 멋지서요!!
우리 남편도 몇 년간 전국 마라톤은 다 참여해서 메달이 엄청 납니다.

소나무집 2010-04-17 07:16   좋아요 0 | URL
본인도 완주할 때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대요. 그래도 끝까지 인내와 근기로 이를 악물고(?) 달린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여전히 그 힘든 걸 왜 하나 싶어요.

같은하늘 2010-04-16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하세요. 2주만에 다시 달리시는건 쉬운 일이 아닐듯한데...
모두 완주하여 기념촬영하니 보기 좋습니다.^^

소나무집 2010-04-17 07:17   좋아요 0 | URL
저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체력이 많이 딸렸을 텐데도 힘들다고 불평 한마디 안 하더라구요. 본인이 좋아하는 걸 해서 그런가 봐요.

꿈꾸는섬 2010-04-19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대단하세요. 울 남편은 도전할 생각도 안하는데 말이죠.ㅎㅎ

소나무집 2010-04-20 08:52   좋아요 0 | URL
마라톤 대회에 가보면 세상에 달리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놀라게 돼요. 약간의 중독도 있는 것 같고 그래요. 그래도 내가 못하는 걸 하는 남편이 대단해 보여요.

코리아오픈마라톤 2012-01-27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LIG 제10회 코리아오픈마라톤 사무국입니다.

참가후기 잘 구경하고 갑니다^^

2012년도 LIG코리아오픈마라톤 접수가 시작되었습니다.
따싸로운 봄의 햇살로 여러분을 초대하려 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www.koreaopenmarathon.com
 

남편의 부탁으로 계간 <한국자연공원> 봄호 원고로 쓴 글임.

예전에 <가족의 탄생>이라는 영화 예고편을 보면서 우리 가족은 국립공원과의 인연으로 만들어지고 자라고 살고 있으니 국립공원이야말로 우리 가족의 탄생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남편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근무하고 있고, 나는 그런 남편을 치악산국립공원에서 만났다.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 딸과 4학년인 아들은 모두 치악산의 정기를 받아 태어났고, 남쪽 바닷가 다도해상국립공원이 있는 완도에서 몇 년을 뛰어놀며 자랐다. 강원도에서 전라남도까지 전국을 누비며 살다가 우리 땅으로는 좁다며 작년엔 남편의 미국 국립공원 연수를 틈타 온 가족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 미국 서부 지역 9개 국립공원을 둘러보고 왔다. 현재는 맨 처음 우리 가족이 탄생했던 원주에 다시 정착해서 살고 있다. - 가족 소개 -

2009년은 우리 가족에게 너무나 뜻깊은 해였다. 남편이 미국의 대표적인 국립공원인 자이언과 브라이스 캐년에서 3개월 동안 미국 국립공원 레인저들과 함께 근무를 했는데 그 덕에 우리 가족도 미국 국립공원을 여행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근무를 마쳐갈 무렵 남편은 혼자 보기 아깝다며 가족들을 불러들였고, 영어도 잘 못하면서 지도 몇 개만 들고 미국 서부 여행을 단행했다. 나도 갑작스런 여행이었기에 국립공원의 역사가 미국의 옐로스톤에서 시작되었다는 정도의 아주 짧은 귀동냥만 한 채 떠났을 뿐이다.  

내가 미국의 국립공원 55개 중 이름이라도 들어본 곳은 그랜드 캐년, 요세미티, 옐로스톤 정도였다. 자이언과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도 남편이 근무를 해서 알게 된 곳일 뿐 미국 국립공원에 대해 관심조차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 가서 보니 국립공원을 빼놓고는 미국 서부 여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서부 지역에 대표적인 국립공원들이 몰려 있었다. 우리는 캘리포니아 주, 애리조나 주, 유타 주, 네바다 주에 있는 9개의 국립공원을 순례할 계획을 세웠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 자이언 국립공원→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 캐피톨리프 국립공원→ 아치스 국립공원→ 캐년랜드 국립공원→ 데쓰밸리 국립공원→ 세콰이어 국립공원 순으로. 

이렇게 많은 국립공원을 다니면서 느낀 것은 미국 땅의 거대함이었다. 하루 종일 운전을 해야 다음 행선지에 닿을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었다. 반나절 운전만으로도 국토 종단이 가능한 땅에서 살던 내겐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지도상으로는 두어 시간이면 갈 것 같은데 네다섯 시간을 가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워낙 넓은 땅을 한 장의 지도 위에 그려 넣다 보니 축척의 감이 우리랑은 다른 듯했다. 맨처음 방문한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에서 황무지 지역을 서너 시간 달려도 집 한 채, 차 한 대 만나지 못할 때는 두렵기까지 했다. 

미국의 3대 캐년이라고 할 수 있는 그랜드 캐년, 자이언 캐년, 브라이스 캐년을 여행할 때는 타임머신을 타고 수억 년 전으로 와 있는 착각이 들곤 했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지형들을 발로 밟고 손으로 만져보면서 지구 형성의 역사를 두 눈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평선과 맞닿아 있던 그랜드 캐년은 평지 같아 보이지만 해발 2000미터가 넘는다고 했다. 1919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79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그랜드 캐년은 직접 가서 보니 그랜드(Grand)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말 거대한 협곡이었다. 콜로라도 강물이 드넓은 평원을 수십억 년 동안 깎아서 만들어놓은 작품이 바로 그랜드 캐년이기 때문이다. 계곡까지의 깊이가 1500미터나 되는데 지금도 계속 깎여서 조금씩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제일 짧은 협곡 트레킹 코스도 1박 2일을 잡아야 한다고 하니 얼마나 깊은지 그 길을 걸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감히 짐작도 되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다 보니 안내판 하나도 더 꼼꼼하게 챙겨보곤 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과는 지형도 다르고 체계도 많이 다른 듯했지만 아이들이 지리 공부를 하기에는 더없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탐방안내소(Vsitor Center)가 몹시 부러웠다. 우리가 방문한 모든 국립공원에는 탐방안내소가 곳곳에 있었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에는 탐방안내소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의 경우는 대부분의 여행객이 공원 입구에 있는 탐방안내소에 먼저 들러 정보도 얻고 여행 계획도 짜고 있었다. 그랜드 캐년 탐방안내소는 우리가 가 본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다. 외부에 있는 대형 설명판엔 공원에 대한 역사나 지질학, 야생 동물에 대한 정보들이 실려 있어서 예습을 많이 못하고 여행을 간 우리 가족에게 아주 고마운 존재였다. 그리고 남편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레인저인지라 미국의 국립공원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탐방안내소는 공원에 대한 소개와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교육에도 한몫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했던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은 국립공원마다 각각 다르고 독특하게 운영되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었다. 간단한 책자를 하나씩 받아서(보통은 무료였지만 자이언에서는 1달러를 지불하고 구입함) 해당 국립공원에 대한 공부를 한 후 레인저의 검사를 통과하면 선서를 하고 주니어레인저 뱃지를 받았다.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을 다 하려면 최고 3~4시간은 공원 안에 머물면서 지시한 임무를 이행하고 명소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확인하고 퍼즐도 맞추다 보면 방문한 국립공원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되고, 국립공원과 환경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하게 된다. 선서를 하고 주니어레인저 뱃지를 받는 과정에서 뿌듯함을 느낀 우리 아이들도 방문하는 국립공원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곤 했다. 자라나는 다음 세대와 국립공원을 이어주는 데 큰 몫을 하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에 우리나라 국립공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립공원에는 탐방안내소 내에 책과 기념품을 파는 서점(Book store)이 같이 있었다. 미국은 아무리 오지에 있는 국립공원이라 해도 서점이 꼭 있었는데 규모의 차이는 좀 있었지만 국립공원 혹은 환경과 관련된 책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었다. 시골 구석구석까지 그렇게 훌륭한 서점이 있다는 게 정말 부러웠다. 서점에는 다양한 기념품들이 많았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물건은 책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에도 이런 서점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국립공원과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는 계기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의 거대한 규모나 교육적인 측면과 함께 진정으로 나를 감동시킨 것은 작은 흔적도 소중하게 다루고,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지키려는 정신이었다. 국립공원 지정 초기의 사무실 건물이나 역사 박물관을 겸한 기념품 판매장 같은 건물도 낡고 보기 싫다고 해서 함부로 철거하지 않고 문화재로 지정해서 보호, 관리하고 있었다. 또 아무리 유명한 국립공원이라도 주변에 인공적인 시설이나 요란한 편의 시설 같은 것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국립공원에 놀러가면서 먹을거리 걱정은 안 할 정도로 주변에 식당이나 가게가 많다. 하지만 미국의 국립공원 지역에서 그런 풍성한 먹거리를 기대했다간 쫄쫄 굶을 수도 있다는 걸 두어 군데 국립공원을 방문해 보고서야 알았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도시를 만나면 제일 먼저 마트에 들러 간단한 식료품들을 샀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려면 불편함마저 즐기도록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미국의 9개 국립공원을 여행하는 동안 신기하고 혹은 낯설고 혹은 경이로운 자연 앞에서 수없이 경탄의 비명을 내질렀지만 초록으로 뒤덮힌 우리나라의 국립공원들이 내내 그리웠다. 눈을 들어 보면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질리지 않고 계절마다 다른 빛깔과 느낌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우리만의 아름다운 자연이 한국인인 나와 궁합이 딱 맞는구나 싶었던 것은,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으로 나온 비빔밥을 고추장에 쓱쓱 비벼 먹으면서 든 생각이었다.  

미국 여행이라는 흔치 않은 기회를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어느덧 1년 전 이야기가 되었다. 집을 나서면 늘 치악산 국립공원을 바라보며 고마움을 느끼곤 하는데, 자연이 우리에게 베풀어주고 품어주는 혜택만큼 사람들도 자연을 돌아보고 사랑한다면 우리의 국립공원도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소나무집 2010-04-06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에 다녀온 지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여행기를 반도 쓰지 못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맞이했고, 그 후론 더이상 여행기를 쓰지 못했다. 남편의 부탁으로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으며 간신히 쓴 글이다.

엘리자베스 2010-04-0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랜드 캐넌의 광대함에 그만 넋을 잃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언젠고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잘 읽었습니다. 소나무님의 글을 읽다보면 참크래커 먹는 기분이 들어요. 담백하면서도 자꾸 손이 가는...

순오기 2010-04-06 23:02   좋아요 0 | URL
엘리자베스님이 소나무집님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분이셨군요.
내 이질녀가 원주에 살아서 작년 8월에 다녀왔는데, 언제 기회되면 뵐 수 있을지도...^^

소나무집 2010-04-07 08:50   좋아요 0 | URL
저도 혹 기회가 된다면 배낭 메고 1박 2일 꼭 해보고 싶은 곳이에요.
참크래커 저도 좋아해요.^^

순오기 2010-04-06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우아빠도 알라디너셨군요. 반가워라~ ^^
벌써 다녀온지 일년이 되어가네요. 일목요연한 정리가 돋보였던 페이퍼가 중단돼서 아쉬웠어요.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나니 좋은데요.

소나무집 2010-04-07 08:54   좋아요 0 | URL
엘리자베스님이 울 아파트에 사신답니다. 처음 원주에 관한 페이퍼 올렸을 때바로 달려와서 비밀 댓글을 남겼더라구요. 가끔 만나구요, 어제는 아들들 머리 깎으러 미용실도 같이 갔어요. 알라디너가 원주에 많으니까 순오기님 언제 오시거들랑 모두 모엿! 할게요.
지우아빠는 책만 사는 알라디너죠.^^ 미국 다녀온 지 벌써 일 년이 되었어요.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놀러다닌 이야기 쓰기가 미안스러워서 중단했는데 못 쓰고 말았어요. 계속 쓰라는 아이들의 협박도 있고 해서 조만간 다시 기억을 떠올려 볼까 싶어요.

토토랑 2010-04-07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부러워요.. 저두 아이들 크면 꼭.. 데스벨리랑 국립공원들 가보고 싶어요~
소나무집님 페이퍼보고 다시금 활활!! 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계획을 진짜 함 세워봐야겠어요

소나무집 2010-04-12 08:46   좋아요 0 | URL
네, 꼭 가보세요. 꿈을 꾸고 계호기을 세우면 진짜 이루어질 거예요.
저희가 그랬던 것처럼요.

꿈꾸는섬 2010-04-0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년전에 소나무집님 페이퍼 기억나요. 정말 멋진 사진들도 많았지요. 그때 글 올라오는 거 참 많이 기다리며 읽었어요.ㅋㅋ

소나무집 2010-04-12 08:46   좋아요 0 | URL
멋진 사진들이 많아서 계속 여행기 올려야 되는데 마음속에서만 생각하네요.

같은하늘 2010-04-08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구... 전 소나무집님을 안지 얼마 안되어 모르는 일인데 찾아서 봐야겠어요. 어디 있나요?^^

소나무집 2010-04-12 08:47   좋아요 0 | URL
미국 여행 카테고리 안에 모아놓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