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선생이 <토지>를 끝마친 새벽 2시를 함께 하자는 취지에서 날을 새며 <토지>를 읽는 1박 2일을 기획했다고 한다. 그래서 토지의 날 행사 시작 시간도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무료로 진행되는 다양한 체험 활동들이 준비되어 있고 텐트만 있으면 야영도 할 수 있으니 내년 휴가 계획에 참고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실제로 치악산 등반을 하고 내려와서 야영을 한 팀도 있었다.

 토지 속 인물에게 쓴 편지 수상작 전시. 

 기념 수건에 오세영 화백이 그린 캐릭터 도장 찍기.

보기만 해도 너무나 예쁜 다기들. 우리 차 마시기 행사.

 패랭이그림책 버스에서 마련한 봉숭아 꽃물 들이기. 아들이 아빠랑 같이 손톱 물들이고 와서는 자랑했는데 난 바빠서리...

 바리스타들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 마시기. 요즘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고전 커피 추출 방식인 사이폰 기구로 내려주는 커피는 정말 맛있었다. 최근에는 워낙 에스프레소 커피가 대세라 이런 고전적인 드롭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강원도의 상징 옥수수와 감자 먹기. 우리 가족은 이걸로 저녁 때웠음.

 누구일까요? 알라딘 가족 배꽃 님이랑 대학생 딸. TV 뉴스 인터뷰중~  아마 이날 저녁 뉴스에 나왔을 듯...

 저녁 어스름이 깔리고 선생의 집 뜨락에서는 소설 토지 서사극 공연이 있었다. 이날 행사의 하일라이트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내년에도 이런 공연을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개관식할 때 앞자리에 계셨던 검은 양복쟁이님들은(예산을 결정하는) 한 분도 없었다. ㅜㅜ

 서희의 모습.

 공연이 끝나고 선생의 집 1층에서는 선생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틀어주었고, 2층에서는 소설 토지를 통해서 보는 한국사 강의가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것은  소설 토지와 관련된 내용을 알아맞히는 스피드 게임. 그때 손자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작은 연못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로 울어대던 맹꽁이 소리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소설 토지 속 등장 인물들의 항변을 발표하는 시간. "나도 이젠 말할 수 있다." 우리 팀의 주제는 임이네가 그렇게 억척스러웠던 것은~  윤씨부인이 구천이가 갇혀 있던 고방의 문을 열어 주었던 것은~   

각 조마다 주어진 주제에 따라 기상천외한 항변들이 쏟아져 나왔고, 발표들도 어쩜 그리 재미있게 하는지 모두가 재주꾼들 같았다. 우리 조 도우미는 울 아들과 딸. 밤새 놀아도 지치지 않던 두 아이의 체력은 어디서 오는 건지 원...

 일등에게 주어졌던 토지 전집~

  이런 시끌벅적한 행사가 다 끝나고 1시 반 무렵 공원 소장님은 침묵하며 공원을 한 바퀴 산책하자고 하셨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던 중 용정 일송정 소나무 밑에서 가져온 흙을 나무에 뿌리기도 했는데 울 아들은 이 침묵의시간이 제일 힘들었댄다.  

 다시 뜨락으로 돌아와 촛불에 불을 밝히고 걷다가 1박 2일을 보내는 소감도 말해보면서... 그렇게 선생이 <토지>를 끝낸 새벽 2시를 맞이했다. 박경리 선생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옛집이 있고, <토지>가 있는 원주에 살고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한 밤이었다.

 이젠 모두 텐트로 돌아갈 시간~ 공원에서는 이렇게 문패까지 만들어주었다.

 여기는 바로 우리집. 요 텐트가 바로 태안 친정집 마당에 쳤던 바로 그 텐트다.  세시 무렵 텐트에 들어갔지만 울 아이들은 잠잘 생각을 안 했는데~ 새벽 5시에 비가 쏟아져서 어쩔 수 없이 1박 2일 아영을 마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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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8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08-17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행복한 시간 보내셨네요. 배꽃님 잘 계시지요? 따님 키 굉장히 크네요. 부럽다^*^
바리스타가 타주는 커피 마시고 싶고, 봉숭아 꽃물도 들이고 싶어요.

소나무집 2010-08-18 08:41   좋아요 0 | URL
배꽃님, 잘 계세요. 요즘 사정이 많아 알라딘은 좀 뜸하지만요. 전 바리스타가 뭔지도 잘 몰랐다가 원주 와서 알게 되었어요. 완도 사는 3년 동안 가장 많이 변한 게 커피 문화더라구요.

2010-08-17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8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Ndoit 2010-08-18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 옆지기. 아이들이랑 관련된 내용 약간 추가했음.

순오기 2010-08-18 00:47   좋아요 0 | URL
엄훠~ 센스 있으셔요!^^
자기는 아니지만, 저도 잘했다고 박수 쳐 드려요~ 짝짝짝!^^

소나무집 2010-08-18 08:43   좋아요 0 | URL
아니... 내 허락 없이 고쳐서 삐졌슴다.^^

엘리자베스 2010-08-18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봉숭아 꽃물들이기에 저도 갔어야 했는데 용채가 아픈 바람에 참석할 수 없었답니다. 소나무집님 글 보니 억지로라도 끌고 갈 걸 그랬나 하고 후회가 되네요.
늘 열정적으로 사시는 모습 아름답습니다.^^

소나무집 2010-08-18 08:45   좋아요 0 | URL
그날 안 나와서 내내 찾았어요. 나중에 그림책버스 회원들에게 물어보니 휴가 갔다길래 전화 하려다 방해될까 봐 말았는데 용채가 아팠군요. 내년에는 함께 해요. 알다시피 열정까지는 아니예요.

순오기 2010-08-18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행사가 끝난 다음날 가서, 파장 후의 뒷모습만 보고 왔답니다.
소나무집님, 원주통신원 덕분에 박경리 선생님 관련 소식을 자주 들어서 행복합니다.
뭉클했어요~ 고마워요, 복받으세요!^^

소나무집 2010-08-18 08:46   좋아요 0 | URL
원주통신원이라는 말이 듣기 좋네요.^^
가을에는 시음악회라는 것도 한다고 들었어요. 함께 하면 더 좋을 텐데 이곳 행사는 꼭 저녁에 하네요.

순오기 2010-08-21 00:58   좋아요 0 | URL
저녁에 해도 나 잠재워줄 조카 있잖아요.ㅋㅋ
행사가 평일 아닌 주말이면 갈수도 있지요.^^

소나무집 2010-08-21 09:26   좋아요 0 | URL
시월의 마지막밤 행사인데 달력 보니까 일요일이네요. 일요일 밤 행사는 안 되겠죠? 토욜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늘바람 2010-08-18 0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너무 근사한 휴가네요 와 못간게 서러울 정도여요
저도 뭉클하고 행복하네요 배꽃님도 만나고~

소나무집 2010-08-18 08:48   좋아요 0 | URL
울 아이들 노는 걸 좋아서 텐트 치고 야영하기로 결정! 엄마 아빠는 다음 날 하루 종일 힘들어서 꼼짝도 못했는데 아이들은 쌩쌩했어요. 배꽃님은 자주 만나고 살아요.^^

꿈꾸는섬 2010-08-18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렇게 멋진 행사였군요.ㅜㅜ친정엄마 생신만 아니었어도 ㅜㅜ
내년 문학제를 노려보겠어요.^^
배꽃님과 대학생 따님까지 보게되는군요.ㅎㅎ

소나무집 2010-08-21 09:24   좋아요 0 | URL
내년에는 날새는 행사는 안 한대요. 올해 넘 힘들었는지...
배꽃님과는 자주 만나요.

배꽃 2010-08-19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근사한 후기에요..^^&
내년엔 울 딸 빼고 우리끼리 뭉쳐야겠어요..ㅋㅋ

너무 웃긴건 우리교회 집사님부부가 이 인터뷰 나오는 뉴스를 보았다네요..호호호~~~!

소나무집 2010-08-21 09:25   좋아요 0 | URL
그날 어떤 프로에는 우리 가족이 텐트 치는 장면이 나왔다고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

같은하늘 2010-08-25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멋지고 행복한 시간이셨겠어요.
배꽃님의 따님은 대학생 아니고 중학생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어려보이는데요.^^
요즘 아이들이 워낙 키가 크니까...

소나무집 2010-08-26 08:56   좋아요 0 | URL
봉사 활동도 하느라 힘들었지만 재미있었어요.
배꽃님네도 보니까 좋지요?
 

박경리 선생이 소설 토지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은 시간은 1994년 8월 15일 새벽 2시. 박경리문학공원에서는 그 날을 기념하기 위해 8월 15일을 소설 토지의 날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는데 그 날에 맞춰 박경리 문학의집 개관식도 함께 이루어졌다.  

박경리 문학의집은 공원 앞에 있는 건물 중 하나를 사들여 리모델링을 해서 선생의 유품과 작품을 통해 선생을 만날 수 있도록 꾸몄다. 나는 토지학교 졸업생이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나가서 일을 거들었다. 원주에 오기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 이렇게 박경리 선생의 품에서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오후 6시. 오전 내내 폭우가 내려서 걱정을 이만저만 한 게 아닌데 오후가 되자 언제 비가 왔냐 싶게 기적처럼 개여서 모두 박경리 선생이 폭우를 걷어가셨다고 한마디씩 했다.

 시낭송회를 비롯해 다양한 식전 행사가 있었다.  

 소설 토지 속 인물이 되어 다른 인물에게 편지 쓰기 대회 시상식도 했다. 이 행사는 해마다 한다고 하니 내년에는 알라딘 식구들도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1등 상품이 <토지> 21권 전집이다.

 드디어 개관식 행사 시작. 원주시장님 등의 축사 후에 이어진 박경리 선생의 유일한 혈육 김영주 선생의 축사. 원주시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하셨다.

 박경리 문학의집 리모델링과 모든 디스플레이를 맡은 홍대 시각디자인학과 안상수 교수님의 축사. 선생이 쓰던 필통 하나의 위치를 잡는 데도 세 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많은 애정과 정성을 들였다고 했다.

 박경리 선생의 문학적 벗이었던 작가 박완서 님도 오셨다. 이제 팔순, 많이 늙으셨다. 얼마 전에 나온 신간을 사봐야겠다. 

 사위 김지하 시인. 휠체어에 의지해 다니는 모습이 많이 애처로워 보였다. 장모와 사위로 마주앉아 문학이나 사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 낙마한 이계진 씨도 보이고, 문학평론가 김병익, 김치수 선생도 보였다.

  주차장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5층짜리 박경리 문학의 집. 옆에 있는 노래방 건물이 자꾸 눈에 거슬린다. 옆에 있는 저런 상가 건물들을 모두 사들여서 어린이도서관도 만들 계획이라는데 예산 문제가 있으니 언제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고.

 자원봉사자들이 관람하고 나오는 손님들에게 기념 수건을 나누어주고 있다. 울 아들딸은 수건도 나누어주고 동네 상가에 떡을 나누어주는 일을 함께 했는데 어찌나 신나 하던지...

 정부에서도 이런 문화 행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청와대와 문광부에도 박경리 문학의 집 개관 소식을 알렸단다.

 마침 퇴임하는 날에 마지막으로 화환을 보낸 유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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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8-18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공원 내 전시관은 그대로 두고 따로 장만한 거군요.
'장모와 사위로 마주앉아 문학이나 사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니 의외네요. 장모님은 글쓰느라, 사위는 수감생활로 마주 앉을 짬도 없었을까 싶은...

소나무집 2010-08-18 08:52   좋아요 0 | URL
남편 노릇, 아빠 노릇, 자식 노릇 제대로 못하고 살았으니 장모님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뭐 그런 거 아니었을까 싶어요. 김영주 샘이 그러는데 두 분이서 만나면 그저 일상적인 대화만 나누었대요.

꿈꾸는섬 2010-08-18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덕분에 정말 좋은 제대로된 개관식을 보네요.^^
원주 너무 가고 싶어요.^^ 순오기님이 가을에 원주 가신다고 귀띔해주시더라구요. 저도 꼭 시간맞춰 가고 싶어요.^^

소나무집 2010-08-21 09:23   좋아요 0 | URL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순오기님이 모집하면 꼭 오시와요.

배꽃 2010-08-19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후기도 근사하지만 사진을 정말 잘 찍었어요..

덩달아 가을날이 되면 좋은님들 만나볼수있겠구나..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소나무집 2010-08-21 09:23   좋아요 0 | URL
나도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어요.

같은하늘 2010-08-25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곳에 사시는군요.
이사갈 곳을 잘 정하신것 같아요.^^

소나무집 2010-08-26 08:55   좋아요 0 | URL
아직 이사를 잘 온 건지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박경리 문학공원 덕분에 즐거운 일이 많이 생기긴 하네요.^^
 

정조 13년에 건립을 시작한 이 행궁은 정조가 13차례 아버지의 묘를 참배할 때마다 머물렀고, 사도세자와 동갑이었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환갑 잔치를 열어 드린 곳이다. 효성이 지극했던 정조는 아버지의 묘소 가까이 있는 화성 행궁에서 아버지 회갑연을 겸한 어머니의 회갑연을 열어 드린 것.

  

정조의 화성행차도. 행궁 위에 서장대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지금은 숲이 우거져서 서장대 지붕만 살짝 보였다.  <아하! 그땐 이런 문화재가 있었군요 - 주니어김영사>에서.

 서장대에서 줌~으로 찍은 모습인데 그림 속의 행궁보다 훨씬 규모가 작아 보인다. 건립 당시에는 600여 칸으로 정궁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고. 하지만 일제 시대 민족문화와 역사 말살 정책으로 인해 낙남헌 한 곳 빼고 전부 사라졌다가 1993년에 현재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화성 행궁의 정문 신풍루 앞. 신풍이란 정조대왕의 새로운 고향이라는 뜻. 정조의 뜻대로 이곳으로 수도를 옮겼다면 우리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행궁 모형을 보고 있는 아이들.

 

 정조가 어머니의 환갑 잔치를 열어 드린 봉수당 앞마당.

봉수당이라는 이름은 '만년()의 수()를 받들어 빈다'는 뜻으로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장수를 기원하며 지었다.

  

<봉수당진찬도>. <노빈손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에서.

뒤주가 전시되어 있어서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잠깐 들어가본 딸아이의 소감은 "깜깜하고 답답하고 죽을 것 같애요."  당파 싸움 때문에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했던 사도세자는 그런 곳에 8일이나 갇혀 있었으니... 그때 정조의 나이 11살, 지금 우리 아들이랑 나이가 같다. 

화성행차도가 그려진 건물 벽.  

화성 행궁이나 화성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안내문이 없어서, 아니 있었지만 좀 부실해서 집에 와서 공부 제대로 했다.  

*** 참고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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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10-07-29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원 화성,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처음으로 찬찬히 보았습니다.
왠지 마음을 끄는 곳이네요.^^

소나무집 2010-07-31 11:05   좋아요 0 | URL
나중에 기회 되면 한 번 다녀가세요. 우리도 반밖에 못 걸었는데 나중에 덥지 않을 때 도시락 싸들고 다시 가기로 했어요. 그동안 정조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었더니 정조의 마음이 다 느껴지더라구요.^^

꿈꾸는섬 2010-07-30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갔을때는 복원공사중이라 벽에 행차도도 없었는데 너무 예쁘네요. 다시 가보고 싶어요.^^

소나무집 2010-07-31 11:07   좋아요 0 | URL
화성 행궁은 생각보다 안 좋았어요. 궁 안에는 유료로 하는 체험 학습만 잔뜩 있고...

꿈꾸는섬 2010-08-11 12:37   좋아요 0 | URL
에고 그랬군요. 제가 갔을땐 그런 것도 없었어요. 어째 유료 체험장만 만들어놓았을까요? 아쉽네요.

세실 2010-07-31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성을 직접 다녀온 느낌입니다.
님 참 교육적이세요. 바람직한 부모상^*^
요즘 "부모는 멀리 보라하고 학부모는 앞을 보라합니다" 하는 공익광고 보며 반성하고 있습니다.

소나무집 2010-07-31 11:09   좋아요 0 | URL
거기서 본 설명은 거의 생각이 나지 않더라구요. 덕분에 집에 와서 책 쌓아놓고 공부 많이 했어요.^^ 떠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을 너무 풀어놓고 살았더니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걱정이에요.^^

찌찌 2010-08-06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음주에 화성에 가려고 했는데 벌써 다녀 오셨네요. 무더위에 힘들진 않으셨는지요? 아이 독서신문 만드는법을 순오기님께 물었더니, 선우양을 추천해 주더라구요. 여러모로 유용한 정보 많이 얻어 갑니다. 매우 감솨~ 무더위에 가족 모두 건강 하시와요~

소나무집 2010-08-08 15:58   좋아요 0 | URL
우리 가족이 갔던 날은 그래도 견딜 만했어요. 아침에 일찍 갔거든요. 중간에 소낙비도 내리고. 독서 신문은 시간이 많이 걸려서 힘들긴 하지만 재미도 있고 덕분에 공부도 많이 할 수 있어서 아주 훌륭한 독후 활동인 것 같아요.
 

사계절출판사 다녀온 날 동생네 집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근처에 있는 수원 화성에 다녀왔다. 가까이 살 때는 차를 타고 화성을 통과한 적도 여러 번 있지만 특별한 관심이 없으니 가볼 생각을 못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긴 덕에 이젠 어딜 가다 근처에 역사 유적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수원 화성에 가보고 놀란 건 성의 규모였다. 정조가 수도로 삼아 새로운 꿈을 펼치고자 했으니 그 정도 규모는 되어야겠지... 아름다우면서도 꼼꼼하고 튼튼하게 지어진 성을 보니 정조가 품었던 큰 꿈이 보이는 듯했다. 

수원 화성은 우리나라 성은 물론 중국 성의 장단점까지 참고해서 만들었는데 <화성성역의궤>에 화성 공사에 대한 모든 기록이 나와 있어서 그 책을 보고 훼손된 부분을 복원. 조선시대 성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세워진 수원 화성은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성의 둘레 5.74킬로미터, 성벽 높이는 5미터 가량. 

"18세기에 완공된 짧은 역사의 유산이지만 동서양의 군사 시설 이론을 잘 배합시킨 독특한 성으로서 방어적 기능이 뛰어난 특징을 갖고 있다. 약 6킬로미터에 달하는 성벽 안에는 4개의 성문이 있으며 모든 건물이 각기 다른 모양과 디자인이 다른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다섯 아이들을 데리고 걷기로 했다. 서장대까지 두 시간 동안 걷느라 힘은 들었지만 중간중간 있는 건물에 들어가 앉아 쉬기도 하면서 수원 화성의 매력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우리는 창룡문에서 서장대까지 반만 돌았는데 한 바퀴 다 돌려면 도시락 싸들고 하루 일정으로 가야 할 듯. 

우리가 걷기 시작한 이 건물은 창룡문으로 장안문, 화서문, 팔달문과 더불어 수원 화성에 있는 4개의 성문 중 하나로 화성 동쪽에 있다. 성문 앞에 둥글게 옹성(항아리 모양)을 쌓아 성문을 보호하고 있다.

창룡문 안쪽에서 바라본 모습.    

성 안으로 도로가 나 있어 차가 다닌다. 저기 서 있는 차들은 대부분 관광 버스였는데 관광객이 전부 일본인이랑 중국인이었다. 그네들은 화성에 와서 무엇을 얻어갈까 궁금하다.

동북공심돈. 화성에는 세 개의 공심돈이 있는데 돈의 내부가 비어 있는 망루라는 뜻이다. 이 공심돈에는 안에 나선형의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벽에 뚫린 구멍은 빛의 통로이자 총구멍 역할.     

가까이 있는 적과 멀리 있는 적을 향해 총을 쏠 수 있도록 구멍의 각도가 다 다르다.   

동북각루. 각루는 높은 위치에 누각 모양으로 세워 주변을 감시하거나 휴식용으로 이용했는데 동북각루, 서북각루, 서남각루, 동남각루 등 네 개가 있다. 이 각루는 방화수류정(꽃을 좇고 버드나무를 따라가는 아름다운 정자라는 뜻)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데 수원 화성 건물 중 가장 아름답다.  

 방화수류정 아래 보이는 건물로 북수문이다. 수원 화성에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개천이 성 안을 지나고 있는데 물길 위에 이렇게 수문을 세워놓았다. 물보라가 칠 때면 무지개가 걸려(?) 화홍문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수원팔경 중 하나. 남편 회사 감사님을 지내신 적이 있는 염태영 현재 수원시장님이 늘 자랑하셨다고.. 

장안문. 장안이라는 말은 중국의 수도 장안을 뜻하면서 백성들을 크게 편안하게 해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조가 화성으로 천도할 꿈을 꾼 의도가 엿보이는 명칭인 듯. 국내에서는 가장 큰 성문이다.

 장안문을 지나자 포루가 나왔다. 포루는 성벽의 일부를 돌출시켜 가까이 온 적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시설로 화포를 숨겨두는 장소. 서포루, 북서포루, 동포루, 동북포루, 남포루 등 다섯 개가 있다.      

매점에서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먹었으니 서장대를 향해 힘내자. 하나 둘~ 하나 둘~

아침에는 시원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후텁지근하면서 더워졌는데 성벽에 뚫린 구멍에서 시원한 바람이 쑹~쑹~ 나오는 게 신기하다며 그 앞을 못 떠나던 우리 딸. 웬만한 선풍기 바람보다 더 시원했다.    

 드디어 팔달산 정상에 있는 서장대에 도착했다. 서장대에 도착할 무렵부터 비가 쏟아졌는데 마루에 사람들이 오글오글 앉아 있었다.  

사방 100리가 한눈에 보이는 장대는 성 주변을 살피면서 군사를 지휘하던 곳으로 서장대와 동장대가 있다. 정조는 아버지인 사도세자(장헌세자)의 묘(화성시 태안읍 안녕리에 있는 융릉)를 참배한 후 이곳에 와서 직접 군사를 지휘했다고 한다.

비오는 서장대에서 바라본 수원 시내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정약용이 고안해내서 수원 화성의 공사 기간을 단축시킨 거중기. 동생네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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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7-30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원에서 학교 다닐때 가끔 갔었는데 소나무집님 페이퍼로 보니 반갑네요.^^
날이 많이 더워 다니기 힘드셨을 것 같아요.

소나무집 2010-07-31 11:13   좋아요 0 | URL
아침 일찍 가서 많이 덥지는 않았어요. 모자도 우산도 없이 갔는데 나중에 소나기까지 내리고...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 했어요.
수원에서 살았었나 봐요?
수원 화성은 맘만 먹으면 전철 타고도 갈 수 있는 곳인데 이제야 다녀왔어요.
그날 보니 외국인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덕분에 서울은 몰라도 수원 화성은 아는 외국인이 많대요.

2010-08-11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8-0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가가 팔달문 앞을 지나야 해서 그 앞만 지나다녔고,
융릉은 가봤는데 수원화성은 못 가봤는데 덕분에 잘 봤어요. 감사~ ^^
정조의 마음이라~~~~~~~ 느껴보고 싶네요.

소나무집 2010-08-03 07:14   좋아요 0 | URL
나중에 한 번 들러 보세요. 시간이 없으면 코끼리 열차처럼 생긴 열차를 타고 한 바퀴 도는 방법도 있어요. 하지만 제대로 구경하려면 성을 따라 걸어야 돼요.
그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양의 건물들이 정말 독특했어요.
정조가 이걸 왜 만들었을까 생각하면서 걷는 것도 좋아요.

희망찬샘 2010-08-0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랑 수학여행으로 후딱 지나간 기억~ 남아있는 게 없네요. 이런 게 진짜 여행이군요.

소나무집 2010-08-08 15:58   좋아요 0 | URL
남는 게 없는 거~ 단체 여행의 단점이지요.^^

BRINY 2010-08-1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원성 복원 시원찮게 해놨죠. 조선시대에 쌓은 부분은 색만 바랬지 금 하나 안가고 틈도 없이 촘촘하게 쌓여져있는데, 20세기에 복원한 부분은 허술...
 

8월 14일 박경리문학공원 안에 박경리 자료관이 문을 연다고 한다. 자료관을 홍보하는 10분짜리 영상 중에 박경리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장면이 잠깐 들어가는데 소설 토지학교를 다니는 덕분에 출연(?)을 하게 됐다.  

박경리 선생님은 1992년에서 1993에 걸쳐 연세대학교 원주 캠퍼스에서 창작론 강의를 하셨는데 그때 강의하신 내용은 책으로도 나와 있다. 1995년에 현대문학에서 나온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가 그것이다. 소설 토지학교에 다니면서 이 책을 다시 읽어보았는데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어도 누구나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 많아 일독을 권하고 싶다.  

카메라를 설치하는 동안 함께 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멀리서 자태가 눈에 익은 분이 걸어오셨다. 박경리 선생님의 따님이신 김영주 선생님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박경리 선생님을 닮았는지 순간 박경리 선생님이 살아오신 줄 알았다.


어머니를 꼭 닮은 모습. <한국미술사>라는 책을 낼 정도로 뛰어난 미술사학자였던 김영주 선생님은 어머니 박경리와 남편 김지하 시인 뒷바라지 때문에 학자로서의 삶은 짧게 살지 않았나 싶다. 일산에 살던 김영주 선생님은 올해 초 원주로 이사를 오셔서 토지문화관 이사장으로 전념하고 계신다.   

 




 


입구에 서 있는 이 표지판이 너무 눈에 안 띈다고 했더니 지금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박경리 선생님이 강의를 하실 때 앉았던 자리. 선생님은 종종 도서관이 보이는 이곳에서 강의를 하셨다고 한다.


지금은 학생들이 앉았던 자리에 선생님의 말씀을 새긴 돌을 이렇게 심어놓아 추억할 수 있도록 했다. 비석이 누워 있는 모습이 독특한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타이포그래퍼인 안상수 선생(1985년 안상수체를 디자인하여 한글의 탈네모틀 흐름을 주도함)이 흙에 글귀를 새긴 후 도자기처럼 구워냈다고 한다. 박경리 선생님과 관련된 곳은 어디를 가도 참으로 소박하다. 






같이 촬영을 했던 연세대 학생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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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010-07-14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와~ 진짜 박경리선생님 인줄 알았어요.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보관함에 담아놔야겠어요.

소나무집 2010-07-16 06:50   좋아요 0 | URL
그죠? 정말 닮았죠? 성격은 어머니보다 훨씬 유해 보였어요.
사람들에게 매지리에 놀러 오라는 말을 여러 번 하시더라구요.
<문학을~> 책은 정말 괜찮은데 새로운 편비으로 다시 나왔으면 좋겠더라구요.

순오기 2010-07-15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코 속일 수 없는 유전자~ ^^
소나무집님 덕분에 박경리 선생 소식을 들을 수 있어 행복하고 고마워요!

소나무집 2010-07-16 06:53   좋아요 0 | URL
정말 닮으셨어요.
원주에 오서 살면서 박경리 선생 덕분에 참 좋은 분들을 많이 알게 되네요.
날도 시원해지고 좀 한가해지면 알라딘 식구들 원주에서 모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름하야 박경리 문학기행^^

순오기 2010-07-19 14:27   좋아요 0 | URL
오호~ 원주에서 모여 소나무집님의 해설을 들으면 딱이겠네요.
광주에서 원주가는 고속버스 있어요~ ^^

꿈꾸는섬 2010-07-1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주에 꼭 놀러가고 싶어요.^^

소나무집 2010-07-20 0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식구들 꼭 오세요.
모집은 순오기님이랑 꿈섬님이 하시구요...
아직 해설할 실력은 안 되지만 갈고 닦겠습니다.^^

순오기 2010-07-21 20:30   좋아요 0 | URL
여름 지나고 날이 서늘해지면 모집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