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엄마 이름
송 년 식
사람들은 엄마를
"삼백일호 아줌마!"
이렇게 부른다.
아빠도 엄마를
"어이, 이봐!"
할머니도 엄마를
"에미야! 또는 "아가야!"
이상하다. 마 이름은
박 , 순 자, 기 자인데
내 친구 어마도
"준호 엄마!"
사람들은 우리 엄마 이름을
모르나 보다.
설마, 아빠도 모르는 걸까?
제목 : 나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유경환
나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만히 손을 대 본다.
가만히 귀를 대 본다.
나무도 날 좋아하는지
살며시 팔로 안아본다.
아, 싱싱한
나무 향기
나무도 날 좋아하는 걸
나는 나무 냄새로 안다.
나는 정말 나무를 좋아한다. 이 시를 보고는 바로 내 마음을 노래했구나 싶었다.
제목 : 단추를 달 듯
이해인
떨어진 단추를
제자리에 달고 있는
나의 손등 위에
배시시 웃고 있는 고운 햇살
오늘이라는 새 옷 위에
나는 어떤 모양의 단추를 달까
산다는 일은
끊임없이 새 옷을 갈아입어도
떨어진 단추를 제자리에 달 듯
평범한 일들의 연속이지
탄탄한 실을 바늘에 꿰어
하나의 단추를 달 듯
제자리를 찾으며 살아야겠다네
보는 이 없어도
함부로 살아버릴 수 없는
나의 삶을 확인하며
단추를 다는 이 시간
그리 낯설던 행복이
가까이 웃고 있네
제목 : 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 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 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제목 : 선운사 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