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 - 전 세계를 감동시킨 MIT 월터 르윈 교수의 기상천외한 물리학 강의
월터 르윈 지음, 고중숙 옮김 / 김영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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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정이 넘치는 대학원생이었기에 학교 문화에 물들지 않았다. 내 목표는 학생들에게 이 열정을 전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을 둘러싼 세상의 아름다움을 새로운 눈으로 보도록 하고, 물리의 세계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우쳐주며, 물리가 모든 곳에 존재하고, 따라서 우리 생활에도 깊이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나는 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진도를 나아가는 것이 아니고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19쪽

왜 하늘은 파랗고 노을은 붉고 구름은 하얀가? 물리는 답할 수 있다. 햇빛에는 무지개의 색들이 모두 섞여 있다. 하지만 대기층을 지나면서 기체분자나 1μ보다 휠씬 작은 먼지 입자들 때문에 온갖 방향으로 산란되며, 이를 레일리 산란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파란빛은 빨간빛보다 5배가량 더 잘 산란된다. 따라서 낮에 하늘을 보면 어느 곳이든 파란빛이 넘쳐나 온통 파랗게 보인다. 그러나 사진으로 본 사람도 있겠지만 달 표면에 낮에 하늘을 보면 파랗지 않고 지구에서 보는 밤하늘처럼 까맣다. 왜 그럴까? 달에는 대기가 없기 때문이다.-20쪽

왜 노을은 붉을까? 낮의 하늘이 파란 것과 똑같은 이유 때문이다. 해가 지평선에 이르면 햇빛은 우리 눈에 닿기까지 두터운 대기층을 지나야한다. 그래서 보라와 파랑과 초록 계통의 빛들은 모두 산란되어 사실상 걸러지고 만다. 그래서 이윽고 우리 눈에 닿을 때쯤이면 노랑과 주황 그리고 빨강이 많이 남으며, 이에 따라 머리 위에 구름이 있을 경우 붉은 노을로 물들게 된다.
왜 구름은 하얄까? 구름에 있는 물방울들은 하늘을 파랗게 만드는 입자들보다 휠씬 크다. 따라서 빛이 구름의 물방울에 부딪치면 색깔에 상관 없이 모두 동등하게 산란된다. 곧 이 빛에는 모든 색깔이 다 들어 있으므로 하얀색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름층이 아주 두텁거나 다른 구름의 그림자 속에 있으면 빛이 투과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런 구름들은 어두운 색깔을 띤다.-21쪽

나는 핵물리학을 계속 연구할 술도 있었을 것이다. 이 분야의 연구는 대부분 빠르게 늘어가는 아원자입자들을 찾아나서는 것이었는데 그 중 특히 쿼크가 중요하다. 쿼크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구성요소인인데 행동이 매우 기이하여 물리학자들은 향이라고 부르는 속성을 이용하여 업, 다운, 스트레인지,참charm, top, bottom의 6가지로 나눈다. 퀴크의 발견은 과학에서 순수하게 이론적인 아이디어가 확증되는 것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례들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론가들이 먼저 그 존재를 예언하고 실험가들이 찾아낸 것이다.

--> 힉스 보손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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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13-05-28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의 집님이 발췌한 부분이 너무 좋아요.
당장 읽어보고 싶을정도에요.
어쩜 이리 좋은 과학책들을 찾아내시는지
저런분에게 과학을 배웠다면 인생 참 즐기면서 살았을것 같아요.ㅎㅎ
댓글이 써져서 기분 엄청 좋아요.

기억의 집님 과거 리뷰 읽는 재미로 알라딘 들어와요.^.,^

기억의집 2013-05-29 10:12   좋아요 0 | URL
스캇님, 진짜 오래만이여요~ 공부 하느냐 힘들 것 같은데,,,,
이 책 괜찮아요. 저는 지금 4장 읽고 있는데, 유투브 들어가서 동영상으로 보기도 해요. 실험이 위주라 글사이에 친절하게도 스마트코드까지 삽입해줘서 그거 바코드 찍어보면 동영상도 보여주더군요.... 이 책 생각보다 진화된책이던데요~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좋은 선생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이더라구요. 평소 머리 좋은 게 부럽긴 했지만, 과학책 읽으니깐 실력 있는 선생들을 만날려면 열정이 있거나 공부실력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캇님, 부러워요~ 좋은 선생님들 많이 만나서~

2013-05-28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9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으로 2013-05-29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빛의 산란이니 하는 것들을 공부로 배우면 역시 재미없겠죠~
지금은 공부를 배제하고 과학이나 수학 책을 봐도 거부감이 없어서 좀 흥미가 생겨요.
그래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지만요.ㅎㅎ

기억의집 2013-05-29 18:45   좋아요 0 | URL
어렵긴 한데 이 책은 설명이 쉬워요. 그러게요 학교 다닐 때는 물리나 수학이 그렇게 싫더니 과학책 읽으니 과학과 수학이 하고 싶어져요. 머리가 굳어져서 이젠 안 되겠지만.... 이 책 읽으니 애들 데리고 실험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재밌을 것 같아요. 근데 머리 컸다고 협조해 줄라나 모르겠어요.

icaru 2013-07-1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라와 파랑과 초록 계통의 빛들은 모두 산란되어 없어져 그렇군요~ 아 이렇게 조각 지식 하나를 주워간다는!! 아 진짜 기억님 멋지고 대단하셔요~
과학 지식을 사랑하고, 그 길 따라 과학 수학의 오솔길을 걷고 싶어하는 여인, 엄마!

기억의집 2013-07-11 21:19   좋아요 0 | URL
ㅎㅎ 과학 지식 재밌지요. 학교 다닐 때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것을. 저는 수학 공부 안 한 게 지금은 너무 후회돼요. 과학책 읽으려면 역시 수학베이스가 어느정도 깔려 있어야하더라구요. 아.....후회막심~
 
상식 밖의 유전자
마크 핸더슨 지음, 윤소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이나 청소년 시절, 심지어 성인이 되어서도 왜 그런지 세상만물에 대한 호기심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세상을 둘러싼 사물의 존재나 존재 이유에 대해 단 한번도 왜 그 상태로 존재하는가?란 물음을 스스로에게 단 한번도 던진 적이 없었다. 있어야할 것들이 있는 것이라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와 사물들을 관습적으로 당연하게 쉽게 받아들였다.

 

 

우리 인간이 어떻게 이 둥그런 지구의 땅을 밟고 서 있는지, 하늘은 왜 파란지, 왜 사람마다 피부색이 다른지, 죽음이란 무엇인지, 동성애가 왜 나쁜 것인지.....학교 교육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과학적 호기심을 적극적으로 캐내려하기 보다는 사회적 주류가 오랜 기간동안 만들어낸 관습적인 인식의 틀에서 전혀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학습이나 과학적 이론의 주입은 교육의 일환일뿐 호기심의 연장선으로 이어주지는 못했다.

 

 

세상을 과학적 시각으로, 사고로 바라 보려고 애쓰게 된 건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우연찮게 도킨스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과학책들에 관심을 보였고 그 관심의 폭은 점점 넓고 깊게 확대되었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과학적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세상이 어떻게 시작되고, 우주의 나이가 몇 살인지, 지구는 어떻게 생성되고 지구의 생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인류는 어떻게 진화되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은 관심과 호기심이 다양해져서 어느 한 분야의 우물을 파기 보단, 다양한 과학 분야의 책을 접하며 세상살이의 궁금증을 홈즈처럼 논리적으로 실마리를 풀어나가려고 애쓰고 있다. 상식이란 이름으로 받아들였던 거짓된 진실이 무엇인지, 상식이 일반적인 지식이나 앎이란 명제하에 얼마나 뽑내며 으시대고 있는지 눈꼴사나워진 것도 과학분야의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할 일일 것이다.

 

 

세상을 과학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 힘든 일이다. 수백년동안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인습이나 관습에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의심 없이 받아 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습이나 상식의 틀은 거대한 덩어리와 같아서 사실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다하더라도 깨기 힘들다. 종교가 그렇고 우리의 제사 문화가 그렇다, 세대와 세대를 이어가며 답습하는 관습은 과학적으로 그게 아무리 잘 못 되었다라고 제시하고 증명해도 한 순간 그 전통성이나 문화의 틀을 깬다는 것은 차라리 하늘의 별을 따는 게 더 쉬울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과학은 아주 천천히 자기 몫의 일을 해냈고 해내고 있다. 천동설을 지동설로, 에테르의 대기가 산소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시공간의 절대성에서 상대성으로, 신의 창조물에서 진화이론으로, 신화에서 빅뱅으로. 한시대를 뒤흔들었던 과학적 통념과 상식은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지 못한다. 세상은 이제 획일적인 세계관보다는 다원주의적 세계관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일반인들이 범하는 상식의 오류들은 얼마나 많을까. 아마도 우리의 지식은 오류투성일 것이다. 최신 자료를 찾아 볼 만큼의 열정도 없고 관심도 없으니 기존의 떠돌아 다니는 상식을 일반적인 것처럼 받아 들이기에.

 

 

이 책이 설명하고 있는 유전학에 관한 상식도 우리가 얼마나 오류투성이의 유전학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그껏해야 CSI에 나오는 DNA감식으로 유전학을 이해하는 협소함으로 유전학을 이해하고 있음을, 우리가 이제는 제대로 알아야할 필요가 있는 유전에 관해 50항목을 나눠 설명하고 있으며, 50년전 왓슨과 크릭이 DNA분자 구조를 발견함으로써 우리 몸속의 유전학지식을 이해를 돕는데 많은 지식을 제공해 주는 책이다. <상식밖의 유전자>라는 제목 답게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낡은 상식적인 유전자 정보 대신 최신 기술 장비로 새롭게 밝혀지는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씌여진 책이다.

 

유전학의 다른 많은 훌륭한 아이디어처럼 이중 나선은 명쾌하고 단순하다. 하지만 그것은 생명체의 암호가 어떻게 복제되는가를 곧바로 설명해 주었으며, 더 나아가 그 암호가 생명 현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할 길을 터 놓았다. 그것은 유전학의 새시대를 열어 주었다. DNA를 이용해서 병을 진단하고 약을 개발하고 범인을 잡고 심지어 생물체를 변형할 수 있는 새시대를 말이다(p63).

 

 

우생학에서부터 희귀질병, 정크 DNA, 여성과 남성의 차이같은 유전학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인데,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유전적 상식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그리고 흥미로운 소재도 많이 다루고 있어 지루한 책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유전학 상식은 던져 버리고 이 책을 참조하시길.

 

 

이 책에서 가장 흥미있게 읽은 부분은 암에 관한 새로운 정보였다. 개인적으로 암에 대한 관심이 많아 질병에 관한 책을 자주 접하는데, 암의 치유보다는 암이 발생하는 메카니즘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암이 발병하는 근본적인 원리를 알아야 최대한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신체의 불량세포인 암세포가 발병되는 메카니즘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내가 바라본 암의 원인은 외부적인 요인, 스트레스나 인스탄트같은 먹은 음식으로 나타난다고 상식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암의 유발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살면서 많이 접하게 된다. 공기 맑고 먹거리도 순수 재배하는 시골 사람들이 어느 날 암으로 투병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예가 많았는데, 그런 환경 설정은 지금까지 암을 최대한 방어할 수 있는 기제라고 말했던 언론이나 의사들의 설명과는 대치되는 경우였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상식으론 암이란 질병이 그들에게 나타날만한 외부적인 요인이 없었는데, 왜? 란 의문이 끊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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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욕과 흑색종이든, 인유두종 바이러스와 자궁 경부암이든, 석면과 중피종이든, 흡연과 어떤 종류의 암이든, 환경의 영향이 종양 형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우리의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이 모든 발암 물질은 근본적으로 똑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 DNA에 손상을 입히는 것이다.

 

암은 유전적으로 실패했을 때 나타난다.

 

수명이 길어질수록 DNA손상은 점점 더 많이 축적되어 결국 종양이 생긴다. 이 병의 유전적인 본질은 의학의 역설을 들려준다. 다른 적들이 더 많이 물리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암에 걸릴 만큼 오래 산다는 것이다. P137 ~139

 

 

암은 우리 몸 속에서 언제든지 정상세포를 죽이고 자신의 존재를 확장시킬 준비를 하고 있는 숨은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그게 외부적인 요인이든 우리 몸의 잠재적인 요인이든, 어째든 암은 숙명적으로 우리와 함께 하는 세포라는 것이다. 물론 외부적 요인이 암세포의 스위치를 켜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DNA손상은 어쩔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현상이고 그 손상이 암세포의 발병원인이라는 것을, 암발병인 외부적인 요인이다라는 상식에서 좀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상식을 상식으로 받아 들이지 않는 태도는 중요하다. 과학에서 상식은 어쩌면 그럴 수 있는 지식의 일부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식 혹은 지식은 언제나 깨질 수 있는 유리알과 같다. 누구나 다 들여다 볼 수 있는 투명하지만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지식의 유리알 말이다. 수 많은 과학자들이 사회적 통념이나 상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의문스러워 하지 않았다면, 혹은 그럴 수 도 있지 않을까하는 가설을 세우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의 과학적 가설을 증명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도 이천년전의 살았던 세대의 삶을 그대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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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넘어 함박눈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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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작가의 예전 작품을 읽으면서 젊어선 내연녀, 결혼해서는 불륜녀의 상황을 뻔뻔하게 고민주름 없이 잘도 그려내는구나 싶었는데, 이 작품의 30대 여자들의 연애도 경쾌하기 보다는 이야기를 위한 연애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확 사로잡는 제목과는 달리 진짜 나랑 궁합 안 맞는 작가중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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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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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과학적 지식의 정보와 체험을 이야기라는 서사적 상상력과 만나 독자에게 지적인 포만감을 주는 최고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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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핑키 2013-04-11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책 기억님도 별다섯주셨군요? 저는 이 책 표지가 너무 아니여서 ㅠㅠ 차마 사고싶은 생각까진 없었는데요;; 평이 다들 좋으셔서 ㅋㅋ 또 막 - 잊었다가 ㅋㅋ 솔깃해졌어요 ㅋㅋㅋ

기억의집 2013-04-12 22:29   좋아요 0 | URL
저도 책 표지가 너무 이상해서 작년에 그렇게 화제가 되었던 책이어도 별로겠지 싶었는데..이번에 도서관에 갔다가 있길래 빌려 읽었는데, 진짜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에요.

너무 괜찮아요~

저 정도의 책을 쓸 정도면 자료 준비기간이 상당했을 건데, 작가의 노고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어요. 사실 책을 읽다보면 과학적, 정치적, 국제적인 이슈을 많이 담고 있어요. 어떡해보면 작가는 초인류의 탄생이란 아이디어를 빌려 자신이 인류를 보는 관점, 그리고 부시와 체니의 탐욕을 사실적으로 이야기한 작품이에요. 꼭 읽어보세요. 핑키님, 저는 이 책 나중에 소장하려고요~
 
느티나무의 선물
김소연 옮김, 다니구치 지로 그림, 우쓰미 류이치로 글 / 샘터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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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편은 <느티나무의 선물>이다. 이 한장의 그림만으로도 이 책이 만족스러웠다. 흑백이지만, 나무의 푸르름과 나무 사이로 비추는 햇살을 내 멋대로 색칠하고 상상한다. 머리 속에서 색연필로 색칠한 나무의 푸름과 햇살은 지면 저 너머까지 확장된다.

한동안 잊고 있었다. 좋은 책이지만, 다른 책들에 치여 들춰보지 않고 쌓여 있었다. 그러다 오늘 우연히 들춰보다, <재회>라는 단편을 다시 읽었다. 예전에 읽었을 때도 인상 깊었지만, 오늘 다시 읽으니 가슴이 찡하다. 도쿄에 사는 이와사키씨는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자신의 경력이 어느 정도 인정 받자 지방도시의 대형호텔에서 의뢰가 들어왔고, 그 의뢰건 때문에 그 지방에 머물려 신문을 보다가, 23년 전 이혼한 아내를 신문속에 실린 사진에서 발견한다. 젊은 시절 일찍 결혼한 그는 업무와 그에 접근하는 여자들때문에 성실한 결혼 생활을 유지 하지 못하자, 이에 화가 난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젊은 혈기로 이혼을 한다. 이혼 후 그는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아들 둘을 낳고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 그런 그가 업무차 들린 한 호텔에서 신문을 읽다 자신이 젊은 시절 결혼했던 여자와 성장한 딸이 전시회를 개최한다는 기사를 읽게 된다. 그 딸은 아버지의 피를 물려 받아 화단에 주목받는 유망한 화가로 성장해 있었던 것이다.

"내 딸이 이 도시에 있다."

그는 도쿄로 돌아갈 비행 시간을 취소하고 딸의 전시회를 방문하기로 맘 먹고 화랑을 방문해 딸의 그림을 둘러본다. 그림을 보는 동안, 그의 전처가 그의 등뒤로 스쳐 지나간다(아마 그의 부인은 세월이 흘러 외모가 변했어도 그가 전남편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란 생각이 든다).

그는 전시회를 둘러보고 자신의 딸이 그린 그림 한점을 산다. 그러자 그의 딸이 자신의 그림을 사 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다.

그는 자신이 아버지였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긴장한 딸 앞에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전시회를 떠나는 그에게 아내와 딸은 그를 바라보며 인사를 하는데, 그는 화랑을 나오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빰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이 장면을 보면 독자인 나 또한 가슴에 눈물이 흐른다. 자신이 딸에게 아버지란 말 한마디 못하고, 타인에 불과하다는 것때문에
)

화랑을 나와 길모퉁이를 돌다 다시 한번 돌아보는 순간 그는 자신의 아내를 발견한다. 그의 아내는 그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그 또한 "저 편의 아내"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아마도 자신의 딸을 잘 키워 주었다는 감사의 인사였을 것이다. 젊은 시절의 객기로 자신이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철없던 맘이 나이 들어 자성의 고개숙임이므로.

나는 이혼에 관대한 편이다. 그래서 자식 때문에 이혼할 수 없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이가 안 좋은 부모를 두느니 차라리 한부모라도 자식의 버팀목이 되주는 게 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단편을 읽으면, 한 지인이 떠 오른다. 그녀는 이혼 가정이었는데, 결혼전 이혼한 부모님 사이를 오가다가 결혼했을 때는 아버지와 인연을 끊었다. 그리고 자신의 친모와 왕래하며 아이들에게도 두 명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아닌 한명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만 인식시켰다. 아이들은 여전히 지금의 할아버지가 자신의 엄마의 생부인줄 알고 있다. 14년 동안, 별탈 없이 살고 있다. 언젠가 한번 나는 그녀에게 친부 한번 만나 보라고 권유했다. 핏줄이 너 하나인데, 안스럽지 않냐고? 손주가 커가는 모습 보고 싶을 텐데... 한번만이라도 뵙는 게 어떠냐고 말이다. 시누이인 그녀는 나중에요, 애들 다 커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만나보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 후 더 이상 말하지 않지만, 이 단편을 읽으면서 올케의 아버지가 나이가 들수록 딸을 그리워하는 그녀의 아버지가 떠오른다. 내 딸이 이 도시에 있다는 말이 가슴이 와 닿는 건 가까운 지인이 그런 상황이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혼으로 생부와 타인의 삶을 사는 그녀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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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13-02-25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가 행복한 모습을 보여야 아이도 행복하다지만 그렇다고 이혼을 마냥 찬성하지도 않아요. 나중에 이룬 가족 관계가 복잡해지는 것도 있구요....
이 책 예전에도 포스팅 해 주신적 있으시죠. 그때는 맨 위의 그림에 대한 것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잘 지내시죠^^

기억의집 2013-02-25 23:52   좋아요 0 | URL
흐흐 희망님, 그럼요. 잘 지내죠. ㅋㅋ 희망님 올 이월은 못 만나고 어영부영이네요. 저 피부 레이저 했어요. 그래서 더 만나자는 말 못 했어요. 큭큭. 지난 수욜에 가서 했네요. 저 소원이 피부 레이저 한번 해 보는 건데 이번에 이벤트한다는 멜 받고 했어요~ 지금 얼굴이 딱지로 덮혀 있다는~ 나중에 딱지 떼어지면 울 한번 봐요. 근데 나 내일 이 얼굴로 엄마 차 태우고 시골로 내려간다는 거~ 삼월엔 날짜 잡을께요.

이혼 가족이 복잡하죠. 그래서 올케가 그렇게 독하게 아버지랑 끊더라구요. 첨 결혼 할 당시에는 뭘 천륜인데 그러나 싶었는데, 세월이 가니 울 올케가 잘한 결정 같아요. 덕분에 이집 저집 안 가고 편하긴 해요. 저희도 조카들한테 입 다물고 있구요~

2013-02-25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25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3-02-28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검색하니라 간만에 알라딘 들어와서
책은 안보고 여기 저기 서재 마실 다니고 있네요.^^
잘 지내시죠?

서재 이미지 사진 확대해서 보고
이 아침에 혼자 막 웃고 가네요.ㅋ
따듯한 봄이 시작되면 님의 얼굴은 더 화사해지겠군요?^^


기억의집 2013-03-01 21:13   좋아요 0 | URL
책나무님~ 반가워요. 왜 이리 뜸했어요. 아주 알라딘 떠난 줄 알았어요. 지난 번에 전화통화하고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알라딘에서 수다 떨고 싶어요~

저 대문이미지 친구의 카스에서 가져 온 것인데, 기발나죠. 벽에 갈라진 틈의 라인을 보고 누가 저런 생각이나 하겠어요. 발상과 적절한 배치가 끝내줘요. 부러워요. 저런 능력~

ㅋ~ 레이저는 더 있어야한다는데요. 저는 나이 드니 기미가 서서히 생기더라구요. 모르고 지나치면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어느 순간 딱 눈에 꽂히기 시작하니 기미가 꼴베기 싫어졌어요. 계속 신경쓰이고...결과가 좋았으면 해요.


scott 2013-03-01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분의 열네살과 고독한 미식가를 읽었는데 그림이 사실적이여서 감동의 깊이가 배가 되는것 같아요.
삶의 이면을 차분하게 펼쳐나가서 만회 그이상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살더라도 행복할수 없다면 헤어질수 밖에 없겠죠.
기억의 집님의 사고는 열려 있으셔서 속이 후련해져요.

대문사진 클릭해서 보고 깜놀했어요.
스파이더맨 ㅎㅎ

기억의집 2013-03-01 21:19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작가의 느티나무의 선물과 개를 기른다는 것을 읽고 너무 괜찮아서 꾸준히 관심 있어하는 작가인데, 느티나무의 선물이 두고두고 기억이 남아요. 단편이 다 좋아요. 특히나 예전엔 스쳐지났던 재회라는 작품을 읽어보니 남다르네요. 제가 저 작품을 삼십대 후반에 읽었나 그래요. 그리고 나서 올해 사십 중반에 다시 읽었는데, 재회 읽으면서 나의 결혼생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결혼생활, 이혼, 불화 이런 결혼하고 겪는 일들이 주마등처럼 휙휙 스쳐지나가더라구요. 특히나 재회는 울 올케 생각나서....지난 번에 읽었을때는 올케의 그런 삶을 선택한 것이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이 들수록 올케 아버님이 안스럽네요. 그분도 재혼하셨지만 자식이 없으시거든요. 딸이 올케 하나인데, 타인으로 사니 이래저래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고~

사고가 열려 있기 보다 좀 괴팍하고 괴상하죠. 저는 이 생각 저 생각 많이 하는데 좀 괴팍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