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에 마음이 한껏 열리는 날이 있다.그 날은 세상에도 내 마음이 더 열린다.그러므로 항상 시집을 곁에 가까이 두어야 한다.언제 갑자기 그날이 올지 모르니까
이 세상에 흥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이 세상에 흥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각 사람의 운명은 행성의 역사와 같다.그 자체로 특별하지 않은 행성은 없으며어떤 두 개의 행성도 같지 않다.만약 누군가가 눈에 띄지 않게 살면서그 눈에 띄지 않음과 벗하며 지낸다면그 눈에 띄지 않음 때문에그는 사람들 가운데 매우 흥미롭다.각각의 사람은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세계가 있다그 세계 안에는 각자 최고의 순간이 있다.그 세계 안에는 각자 고뇌의 시간이 있다.하지만 우리로서는 그 두 시간 모두 알 수 없다.누구든 죽을 때 홀로 죽지 않는다.그가 맞은 첫눈도 그와 함께 죽는다.그의 첫 입맞춤, 그의 첫 싸움……...후략 - P50
우리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서는,모든 걸 알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 - P51
새와나나는 언제나 궁금했다.세상 어느 곳으로도날아갈 수 있으면서새는 왜 항상한곳에머물러 있는 것일까.그러다가 문득 나 자신에게도같은 질문을 던진다.하룬 야히아 - P53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인간의 자기 정체성, 자기의식은 무엇보다 고통으로부터 옵니다. 누구나 배부르고 등 따시면 아무런 생각이 없죠. 뭔가불편하고 고통스러워야 의식을 합니다. 무엇보다 ‘나‘를 의식하게 되죠.『지하로부터의 수기』에 보면 치통이 사례로 나오는데 주인공은 치통에대해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너 치통 있어? 이건 내 거야, 나의 고통이야"하는 식입니다. 나의 존재를 보증해주는 것이 고통입니다. 그러니 소중한고통이죠. - P198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시대, 이념이 무의미해지는 시대는 가축들의 유토피아와 같을 겁니다. 굳이 애써서 문학 작품을 쓰려 하지도 않을것이고 읽으려 하지도 않을 겁니다. 나한테 뭔가 결여돼 있고, 뭔가 고통스럽고, 뭔가 알고 싶고 그래야 문학 작품을 읽고 생각하는 거니까요. 이게 도스토예프스키가 우려했던 거예요. 그래서 그는 고통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 P198
우리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릇 하나 앞에 모여서우리랑 같이 퍼먹었던 사람뿐이야.ㅡ수용소에서 풀려난 카르파티아 산맥 출신여성이 쓴 편지에서 - P11
키츠에게(그의 소네트 <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질 때>를 읽고)시의 조각가, 너는 말했지,"아, 내 영혼이 느끼는 모든 것을, 그래 모든 걸뜨거운 시구로 옮기지 못하고 죽어버린다면!"그리고 너는 죽었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갑작스러운 공포!나도 그렇게 된다면!당혹스럽고 깊은 내 느낌들을나조차 세상에 말할 수 없게 된다면!나의 영감과 고통을내 안에 차갑게 가둬둔 채 죽는다면,시의 조각가, 너처럼!1908.11. 17. - P11
애서가(愛書家)오 야망이여…! 나는 얼마나가련한 애서가가 되고 싶었던가펼쳐진 영원의 고서 앞에 멈춰 서서그것 말고는 살아 있다는 자각이 없는.봄이야 녹음으로 물들든 말든나는 늘 책 위로 잔뜩 구부린 채중세의 어느 아가씨에 관한오래된 과거에 미소 짓겠지.삶은 잃지도 얻지도 않겠지나로선 아무것도, 나의 몸짓은 아무것도그 깊은 사랑에 몸짓 하나도 더하지 못하겠지.나는 읽곤 했지, 등불에 이마를 맞대고,아름다움과 무관하게세상에도 무심한 채.1911.12.29 - P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