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스로에게 화를 냈다. 마치 큐에 맞은 당구공이 다른 공에 가서 부딪히듯이 누군가 때문에 화가 난 사람은 전혀상관없는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한다는 신비로운 감정교차 원칙에 따라
나는 요치와 페렌츠가 아닌 케케스팔바 식구들에게 화를 냈다.  - P88

사람은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에 대해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나면, 머릿속에서 가장 소중하고 낭만적인 기억들을 더듬어가며 그 사람의 모습을 그려보게 마련이다. 

나는 케케스팔바가 설명한 천재적인 의사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영화 감독이나 분장사들이 연출하는 전형적인 ‘의사‘의 모습을 상상했다. 

이지적 용모와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눈, 거만한 태도, 재치 있는 입담을 상상한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자연이 특별한 사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그 특징을 살려서 만들어낸다는 망상에 빠지곤 한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심한 근시에 머리는 벗겨지고, 비뚤어진 넥타이에 구겨지고 먼지투성이인 회색 양복을 입은 남자와인사를 나누게 되자 나는 한 방 맞은 듯한 기분이 든 것이다. 

싸구려 금속테 안경 너머로는 내가 상상했던 날카롭고 예리한 눈빛이 아닌 평범하고심지어 졸린 듯한 눈빛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케케스팔바가 소개하기도 전에 콘도어는 내게 땀에 젖은 손을 내밀었다.  - P116

"흠......달라졌다는 것은 달라졌다는 뜻이죠. 내가 악화되었다고 말한 건 아니잖습니까! 위대한 괴테가 한 말처럼 내 말을 해석하지도 잘못 해석하지도 말아주세요. 

괴테우 <온건한 크세니엔>인용 - P119

눈처럼 반짝이는 자갈길을 걷자 우리는 갑자기 두 사람이 아닌 네 사람이 되어 있었다. 환한 달빛에 생겨난 두개의 그림자가 우리보다 앞장서 걷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우리의 모든 움직임을 앞에서 보여주는 두 명의 검은 동반자를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사람은 때로는 이상할 정도로 유치한 면을 가지고있다) 뚱뚱하고 작은 콘도어의 그림자보다 내 그림자가 더 크고 더 날씬하고 어떻게 보면 더 멋지다는 생각에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와같은 우월감은 나에게 자신감을 북돋아주었다. - P126

"잘 들으세요, 소위님, 일을 반쯤 하다 말거나 말을 반쯤 하다 마는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랍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악은 반쯤 하다 마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죠.  - P132

내가 생각하기로는 당신이…… 이걸 어떻게 정중하게표현한담…… 실속을 차리려는 사람이거나, 만일 정말로 진심이라면, 내적으로 아주 어린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비극적이고 위험한 일에기이한 매력을 느끼는 것은 어린 사람들뿐이거든요. 그리고 이런 어린 사람들의 본능은 대체적으로 옳답니다. 당신도 정확하게 느낀 겁니다.  - P132

그는 겉으로 부자로 보이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부자가 되는 것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마치 사람의 실재와 표상에 관한 쇼펜하우어의 이론을 읽어보기라도 한것처럼 말이죠.
- P139

성실하고 영리하고 검소하기까지 한 사람이라면 머지않아 많은 돈을벌게 되리라는 것은 특별한 철학적 고찰 없이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사실 별로 경탄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돈이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 의사들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내가 처음부터 카니츠에게 감탄했던 것은 재산과 함께 지식을 늘리려고 하는 그의 초인적인 의지였습니다. 열차에서, 식당에서, 심지어 걸으면서까지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으며 공부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변호사가 되기 위해 상법에서 영업법에 이르기까지 온갖 법전을 탐독했고,
전문적인 골동품상처럼 런던과 파리의 경매를 주의 깊게 지켜봤고, 은행가만큼이나 투자와 거래에 능통했습니다.  - P139

이미 치료법이 입증되고 치료 과정이 세세하게 기록된케이스만 다룬다면 얼마나 쉽고 편하겠습니까? 그런 걸 원한다면 그렇게하라죠.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것은 시인이 말로 표현되지 않은 것, 말로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고 시도하는 대신 남이 했던 말을 되풀이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철학자가 알려지지 않은 것, 알려질 수 없는 것을 생각하는 대신에 이미 오래전에 깨달은 것을 아흔아홉번째로 다시 탐구하는 것과 같은 거죠.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닌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의학은 계속해서 발전하기 때문에 치료가불가능하다‘는 것은 그저 그 순간에만 적용되는 것입니다. 즉, 우리의 시공간과 우리의 과학기술 내에서만, 다시 말하면 우리의 제한되고 편협한좁은 식견 내에서만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거죠!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이아니잖아요. 현재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수백 가지 질병도 내일이나 모레면 그 치료법이 발견되거나 새로 개발될 수도 있는 겁니다. - P191

소란한 가운데 나 자신도 "우로", "좌로"를 외치고 있었지만 정신은 이미 다른곳에 가 있었다. 

의식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는 끊임없이 한 가지 생각만을, 내가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해서도 안 되는 그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 P306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2021-04-10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밑줄 긋기 하면 북플 친구들 피드에는 안 나오나봐요!???
저는 밑줄 긋기하면 피드에 나올까봐 안 하고 있는데요...

청아 2021-04-10 22:13   좋아요 1 | URL
아 저도 안나오는 줄 알았는데요, 좋아요가 몇개 이상 붙으면 ‘화제의 소식‘에
올라가더라구요!🤔 음..상단 우측 눌러서 비공개 전환하심 안올라갈듯 해요.

새파랑 2021-04-10 22:34   좋아요 2 | URL
북플 어플 독보적 미션에서 오늘 읽은 책 추가하고 거기에 밑줄 긋기 하면 피드에는 안나오더라구요. 서재로 찾아 들어가면 볼수 있고 ㅎㅎ
가끔 장시간 입력으로 에러나서 피드로 뜨는 경우도 있습니다 ㅎㅎ (경험담..)

청아 2021-04-10 22:46   좋아요 2 | URL
이 시스템 넘 좋은것 같아요!😆

초딩 2021-04-11 16:36   좋아요 2 | URL
아항 미미님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독보적 랭킹 결국 밑줄 긋기 해야 좀 올라갈 거 같더라구요 ㅎㅎㅎ
그리고 그날의 밑줄 긋는 것을 저기 서재에 두는 것도 넘넘 좋은 것 같아요~~

초딩 2021-04-11 16:41   좋아요 2 | URL
방금 했는데, 피드에는 안 나오고 서재만 있으니 좋네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4-11 0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밑줄 긋기 대박. 근데 윗 대화들 못 알아듣는 중. 피드는 무엇인가?? ^^;;; 미미님, 저는 아무래도 츠바이크 이 책은 못 읽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랑 안 맞는 것 같은 ^^;;;

청아 2021-04-11 08:21   좋아요 1 | URL
새로운 글 올라오는 거 뉴스피드😆 아유 당연히 읽고 싶은 책을 읽으셔야죠!!
개개인마다 잘 맞는 문체나 스타일이 있잖아요. 저도 밝힐 수 없는 유명 작가인데 안맞는 분이 있어요ㅋㅋㅋㅋ

scott 2021-04-11 1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프로필 사진
깜찍 귀욥!!

∧_∧_∧
(*・ω・)ω<*)
/⌒ づ⊂⌒ヽ
해피 선데이 ~*

청아 2021-04-11 10:23   좋아요 1 | URL
헤헷~♡ 감솨해요!
♡(๑ゝᴗම๑) ৷ਕკ~ෆ
 

연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그중 하나인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은 그저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충격과 부끄러움으로부터 가능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초조한 마음에 불과하며, 함께 고통을 나누는 대신 남의 고통으로부터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방어한다. 

진정한 연민이란감상적이지 않은 창조적인 연민으로, 이것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알고, 힘이 닿는 한 그리고 그 이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견디며 모든 것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연민을 말한다.
- P17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그녀는 그날빵집에서 나의 시선을 알아차렸었는지, 마치 오랜 지인이라도 된 듯 나에게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의 눈은 마치 커피콩 같았고 그녀가웃으면 콩 볶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풍성한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조그맣고 깜찍한 귀가 보일락 말락 드러났다. 
습지 한가운데에 핀 분홍빛시클라멘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 P29

이렇게 어여쁜 아가씨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기분 좋은 일인데,
노래를 흥얼거리는 듯한 그녀의 헝가리식 억양을 듣게 되자 나는 금방이라도 사랑에 빠질 것만 같았다.  - P30

그러나 온실 속에서 자라는 꽃이 더 무성하게 잘 자라는 것처럼 어둠 속에서 자라는 망상도 그러했다. 

망상은 불을 뿜어내는덩굴식물이 되어 축축한 바닥에서 솟아올라 내 목을 졸랐고, 열에 들뜬머릿속에서는 터무니없는 공포스러운 장면들이 꿈속에서나 있음 직한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 P39

시선이 오른쪽을 향했다 왼쪽을 향했다. 몸이빳빳하게 긴장했다 지친 듯이 뒤로 기댔다를 반복했다. 이와 같은 신경질적인 몸짓은 말투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에디트는 언제나 신경이 곤두선채 스타카토로 짧게 끊어서 이야기했다.  - P51

방 안의 공기가 우리 두 사람 사이에서 얼어붙은 듯했다. 그는 몇 분이 지난 후에야 몸을 돌리더니 마치 미끄러운 얼음판 위를 걷듯 불안한발걸음으로 조용히 내게 다가왔다.
- P55

우리에 갇힌 짐승이 평상시에는조련사에게 재롱을 떨다가도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를 공격하는 것처럼, 에디트도 이따금씩 발톱을 세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갈기갈기 찢어놓곤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게 아닌 갈기갈기...이런 디테일이 다르다. 약간의 차이인데 진부하지 않아. 어떤 상황인지 촉각으로 느껴지는 듯해 ㅋㅋ) - P75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4-10 1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연민이란감상적이지 않은 창조적인 연민으로, 이것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알고, 힘이 닿는 한 그리고 그 이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견디며 모든 것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연민을 말한다.]
츠바이크 옹의 연민 밑줄 쫘악~◌⑅⃝*॰ॱ✍
인물과 상황 묘사에 탐복합니다
미세먼지 없는 주말~
미미님 요기 갓볶은 커피콩으로 내린 아메리카노 한잔 놓고 가여 ㅎㅎ

○⌒゙○
( ・(ェ)・ )
─∪─∪─☕──

청아 2021-04-10 10:59   좋아요 2 | URL
오~ 향이 진해서 츠바이크 옹 소설과 잘 어우러지네요~♡ 냠냠! 찜해 두어야 할 비유와 표현이 한 가득이예요!!
잘 마실께용!🙆‍♀️🙆‍♀️🙆‍♀️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정희진의 글쓰기 3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권, 5권도 기대합니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1-04-09 17: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이 이리 추천하시니 ㅎㅎ살포시 담아봅니다. 책 덜 사기운동하고 있는데 ㅠㅠ

청아 2021-04-09 18:06   좋아요 4 | URL
이곳은 서로서로 독서 지뢰밭을 설치하고 함께 구매욕구 폭파시킴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4-09 22:30   좋아요 2 | URL
지뢰밭~ㅋㅋㅋㅋㅋ

수이 2021-04-12 10:29   좋아요 0 | URL
미미님 여기에서 저 몰래 이러시고 있기에요?! 우리 책 쫌만 사기루 약속했잖아요!!!!

붕붕툐툐 2021-04-09 2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일단 1권이라도 시작을 하겠습니다!ㅎㅎ

청아 2021-04-09 22:35   좋아요 1 | URL
툐툐님 개인적으로는 이번 3권이 읽기에 가장 수월했어요. 1권,2권은 어려워한 분들도 많았구요.ㅋㅋㅋㅋ😳

수이 2021-04-12 10:29   좋아요 2 | URL
컴온 베이베~ 😊

수이 2021-04-12 1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역순으로 가보려구요 이번에는 ^^ 1권 읽다 어려웠던 1인

청아 2021-04-12 10:12   좋아요 2 | URL
그러시담 3권이 딱인듯해요! 1,2권 좋으면서도 머리가 좀 아팠는데 3권은 막판 몇몇 이슈(무거운주제)를 제외하고 술술 읽혔어용!
 


어쩌면 진부한 트라우마일수 있지만 어릴때 누군가의 장난으로 물에 빠져 고생한 뒤로 물에 대한, 바다에 대한 공포심이 생겼다. 하지만 다행히도 바다를 좋아해 산과 바다중에서 더 좋아하는 곳을 고르라는 이분법적 질문에는 항상 바다를 고르곤 했다. 정희진의 글을 읽기 전의 나는 마치 통념이란 바다에서 표류하는 작은 부표에 지나지 않았다. 얼마나 의문투성이고 막막한지 물에 대한 공포와 마찬가지로 세상에 대한 무지는 시도 때도 없이 질문과 두려움을 자아냈다.


왜 여자는 다소곳 해야 하지? 왜 여학생들은 바지를 선택할 수 없지? 왜 여자는 혼자 여행하면 위험해 보이지? 왜 매맞는 여자들은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지? 왜 작가라는 사람이 여성을 자신과는 별개의 인간인것 처럼 썼지? 내 주변에는 이런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도 답을 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나도 질문을 점점 내 안으로 쌓아갈 뿐 밖으로 내보인 적은 없었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내가 몸 담은 세계와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최소한 더는 표류하진 않는다.(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하지만 이전과는 양상도 정도도 다르다.) 그동안 내 안에 묵혀 놓았던 질문들에 대해 하나씩 답도 얻었으며 내가 다른 존재들과 연결되어 ㅡ역시 저 먼 곳도 미지의 세계지만ㅡ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내 의지에 따라 이동 중이란 것은 큰 힘이요 위안이 되었다. 언니가 없던 게 늘 아쉬웠던 외동인 나는 정희진이란 언니를 비롯해 수 많은 책 속 오빠들과 언니들, 선생님들을 얻은 것이다. 


특히 이 언니의 책을 읽다보면 정신없이 바빠진다. 소개해 주는 책들에 관한 설명이나 깨달음으로 어떤 것은 바로 주문하고 어떤 것은 장바구니 어떤 것은 자료를 즉시 찾아본다. 매 페이지가 밑줄이고 테이핑이어서 손도 바쁘고 머릿속도 바빠진다. 이번에 나온 정희진의 글쓰기 3번째 책인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는 1,2권에 비해서 좀 더 읽기 쉬운 글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쉽게 써 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고 절대 가벼운 내용은 아니다. 


<P.52> 용서를 둘러싼 담론에는 분노나 고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사회는 그러한 상태를 암암리에 '극복'의 대상으로 본다.용서는 분노보다 우월한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다를 뿐이다. 용서에 대한 나의 입장을 굳이 밝힌다면 나는 용서에 관심이 없다. 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용서라는 말이 싫고 용서의 필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이들을 의심한다.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생각은 용서,화해,대화라기 보다는 부정의한 사람들과 그들의 행위가 가능한 사회적 조건이다. 

<P.85> 말의 의미는 사전에 있지 않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에 있다.

<P.221> 젠더는 세상 어느 제도보다도 사회를 구성하는데 핵심적이며 개인의 삶에 깊은 자상을 남기는데도 그 부당성과 야만성에 비해 너무나 비가시화되어 왔다.

<P.220> 좋은 서평은 결국 좋은 독후감이다. 독서 감상문은 쓰는 이 자신에게로 회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성찰적이어야 한다.

표류하는 것과 목적과 방향성을 가지고 이동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바다라는 커다란 공간에서는 미미한 움직임일 뿐이지만 내 존재, 내 몸을 의식하고 원하는 곳을 향해 이동하는 것은 개인에게는 분명 의미있는 여정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깨지는 기분이 참 좋다. 아직 깨질 것이 많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적어도 더는 표류하지 말자. 더 많이 읽고 쓰고 현실에 머무르지 말고 앞으로 나가자!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4-09 11:4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바다라는 커다란 공간에서는 미미한 움직임일 뿐이지만 내 존재, 내 몸을 의식하고 원하는 곳을 향해 이동하는 것은 개인에게는 분명 의미있는 여정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깨지는 기분이 참 좋다. ]
미미님이 던지신 수많은 책들 아직 가보지도 못한 다다르지 못한 그곳을 향해 천천히 읽고, 또 읽어요,


( /)⋈(/)
(。•ㅅ•。)♡
┏--∪-∪━━━━━┓
♡ 올리신 책들 전부
  장바구니 속으로*.。♡
┗-━━━━━━━┛

청아 2021-04-09 11:48   좋아요 6 | URL
스콧님이 늘 함께 해주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누구와 함께인지도 참 중요하단걸 늘상 일깨워주심! 항상 풍성한 자료 나누고 올려주시는 것 처럼 장바구니도 넉넉하심요!!ㅋㅋㅋㅋ o(*‘▽‘*)/☆゚’

페넬로페 2021-04-09 12: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어쩜 이런 표현들이 가능한지?
가슴이 벅찰 정도예요~~
저는 알라딘 서재에서 미미님의 언니를 처음 알았고 그 분의 책중 이 시리즈의 1권을 처음 읽었거든요
근데 사실 좀 실망했어요
그 글들이 신문의 짤막한 칼럼이었다는 것을 고려해도
쏟아내려는 말이 글을 덮는다는 생각을 했고 그에 대한 결과로 읽는 내내 제 호흡이 가빠지더라고요^^
그래서 2권은 사놓고 읽지 않고 있어요^^
3권먼저 읽어봐야겠어요
역시 기회된다면 ㅎㅎ

청아 2021-04-09 12:21   좋아요 4 | URL
너무나 존경하는 언니지만 저도 이 언니의 모든 의견에 동의하진 않아요.(언니도 아마 그걸 더 바라실것도 같고) 표현에 있어서는 대체로 저에겐 흡족하기까지 하지만 논쟁적인 글들이 다 그렇듯 형식면에서 수용가능한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늘상 있더라구요. 내게 어떤것이 맞고 안맞는지 알아가는것도 너무 재밌고 신나요. 그런면에서 페넬로페님의 감상도 넘 보기좋아요~♡ 3권은 아마 그런 부분에서 좀더 나은 느낌갖으실 수 있겠어요ㅋㅋ😉

새파랑 2021-04-09 13: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독서감상문은 쓰는 이 자신에게로 회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성찰적이어야 한다˝ 이 글하고 딱 맞는것 같아요. 대단하심~! 미미님 언니의 책 꼭 읽어봐야겠네요. 다시 구매모드로 ㅎㅎ
(이소라 누님은 반칙입니다 ㅎㅎ 너무 좋음~!)

청아 2021-04-09 12:42   좋아요 4 | URL
대단한건 새파랑님 독서속도예요!ㅋㅋㅋ좋게 봐주시니 감사해요. 이 책 강추입니다. 후반에 살짝 난해한 부분이 있으니 주의하셔요. 아~자주 다시 들여다보고 싶은 책이예요!
(ㅋㅋ이소라는 항상 쵝오!🤭)

행복한책읽기 2021-04-11 0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깨지는 기분이 참 좋다.˝ 지두요!!!!! 이 페이퍼 참 좋아요. 미미님이 어떤 마음으로 책을 읽는지가 보여요. 연대감이 잭의 콩나무처럼 쑤욱쑤욱 올라왔다요.^^ 저는 언제일지 모르지만, 저 책 구매한 사실을 깨달았으니 꼭 읽겠슴요.^^

청아 2021-04-11 08:26   좋아요 2 | URL
우리 함께 오래오래 <북플>하면서 이 책 저 책에 깨지고 쑥쑥 자랐음 좋겠어요~♡
깨질 부분이, 성장할 부분이 많은 것도 함께니까 더 좋은듯!

DYDADDY 2023-03-07 1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선생님께서 추천하신 고통받는 몸을 이미 읽으셨군요. 미미님이 읽지 않은 책이 오히려 궁금해질 지경입니다. ^^

청아 2023-03-07 11:41   좋아요 1 | URL
아! 아닙니다. ^^ 아래 나열된 책들은 정희진쌤의 <편협하게 읽고...>에 언급 되었거나 관련된 책이예요. 읽지 않은 책 어마무시하게 많습니다.

DYDADDY 2023-03-07 11:47   좋아요 1 | URL
읽지는 않으셨어도 저런 책이 있다는 것을 아시는 것만으로도 존경스러워요. ㅠㅠ 이번 달 정희진의 공부 매거진에 Body in Pain으로 언급하셔서 찾다보니 미미님 페이퍼가 보여 반가웠습니다. ^^

청아 2023-03-07 11:54   좋아요 1 | URL
대디님 덕분에 다시 이 페이지를 확인하고 책들을 둘러봅니다. 매거진 3월호 떴군요? 저도 들어봐야겠어요^^
 

P.151


페미니즘을 ‘하나‘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성차별이다. 

나는평소 숱한 사람이 사상가들을 언급할 때 마르크스, 프로이트,
푸코, 루소…… 그리고 페미니스트 식으로 나열하는 데 분노한다. 

남성들은 ‘개인‘으로 호명되는데, 어째서 페미니즘은 한 덩어리로 간주되는가? 이는 마르크스 한 사람과 모든 여성이라는식의 발상이다. 

물론 이러한 경계의 정치학은 페미니즘 내부에도 있다. 흔히 페미니즘을 소개할 때 자유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사회주의 페미니즘, 급진주의 페미니즘, 제3세게 페미니즘으로 구분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제3세계에는 마르크스주의나 자유주의가 없다는 말인가?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책읽기 2021-04-08 14: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편협한 호명에 편협한 대응. 이에는 이!!^^

청아 2021-04-08 14:39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역시 간파하셨군요!!

scott 2021-04-08 15: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편협한 호명에 편협한 대응!! 눈에는 눈!v。◕‿◕。v

청아 2021-04-08 15:42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스콧님 눈에는 눈이라면서 양V는 너무 귀여우심ㅋㅋㅋ

바람돌이 2021-04-08 15: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런 무식한 분류에 분노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

청아 2021-04-08 15:43   좋아요 3 | URL
부끄럽지만 저도 몰랐던 1인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4-08 15: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분노에 공감합니다^^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는데 글보니 공감이 되네요~!

청아 2021-04-08 16:50   좋아요 3 | URL
아 이거 저자이신 정희진님의 분노예요ㅋㅋㅋㅋ저도 오늘까지 저런 분류에 문제의식 못느낌요.🥲

행복한책읽기 2021-04-08 15: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제가 의식을 우주에 던져버리가 다니나 봅니다. 정희진?? 머라??? 정희진 책이었음??? 아. 어쩐지. 표지며 제목이며 낯익다 했더니. 제집 책꽂이에 떡 꽂힌 채, 날 언제 먹을 거임?? 하며 절 노려보고 있네요. ㅠ 아 진짜 구매한 줄도 까먹고 있었다니 ㅜㅜ

청아 2021-04-08 15:55   좋아요 3 | URL
아ㅋㅋㅋㅋㅋ이 책 벌써 들여놓으셨었군요!! 정희진의 글쓰기 3탄이예요. 다른 것보다 읽기 수월한것 같아요. 두 권 안사셨으면 멀쩡하신거라 봅니다.ㅋㅋㅋ

페넬로페 2021-04-08 16: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거의 읽지 않았는데
알라딘 서재에 올라오는 페미니즘에 대한 책들의 제목에 페미니즘 앞에 사회주의같은 말이 붙는걸 보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 분류가 당연한줄 알았어요.
어떤 다른 학문과 차별을 두려고 그러는게 아니라 그냥 편의상 분류를 위해 그렇게 하는건줄 알았는데^^^
그게 잘못됐다는건가요?
제가 잘 몰라서요^^

청아 2021-04-08 17:57   좋아요 4 | URL
페미니즘에도 종류가 많더라구요. 서로가 의견충돌도 많구요. 그걸 하나로 뭉뚱그리는게 문제라는 지적이예요. 예를들면 서구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 이라 칭하면서 동시에 한국,일본,베트남이 아닌 걍 아시아로 뭉뚱그리는 것같은? 같은 기준의 구분이어야 하는데 남성학자들은 분야별로, 개개인으로 구분하다 페미니즘은 마치 단일한 덩어리마냥 줄 세운다는 얘기로 이해함요.😳😆

청아 2021-04-08 17:23   좋아요 4 | URL
그리고 위 인용의 후반부는 페미니즘의 종류를 소개할때도 잘 나가다가 제 3세계 페미니즘을 한덩이로 나눔으로써 제3세계는 마치 구분이 없고 단일한 페미니즘만 있는 것처럼 했다는 거예용. 제3세계에도 사회주의 페미니즘,급진주의 페미니즘 다 있을텐데 말이죠. 그리고 제 생각엔 제3세계라는개념도 자기네가 제 1,제2라는 식이라 참 거시기합니다.🙄

페넬로페 2021-04-08 17:34   좋아요 4 | URL
와! 완전 무슨말인지 이해했어요
감사합니다♡♡♡
근데 이런건 워낙 많아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아요 ㅎㅎ
서아시아를 근동이라 하는것과 같은 맥락이군요^^

청아 2021-04-08 18:00   좋아요 3 | URL
헤헷~♡♡♡ 무심코, 덩달아 따라가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정희진님 책 읽으면 항상 이리저리 깨지고 반성하게 됩니다. 근데 왜 기분은 좋을까요?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4-08 1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함께 반성하고 갑니다. 넘 좋은 지적이에요! 제 삶에도 그런 부분 많은 거 같은데, 정신 차리고 봐야겠어요!!

청아 2021-04-08 19:08   좋아요 3 | URL
반성도 나누면 창피함이 반이 되나봐요!ㅋㅋㅋㅋ툐툐님 감솨~^^♡

서니데이 2021-04-08 22: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오늘도 따뜻하고 좋은 날이었어요.
편안하고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
아침엔 기온이 많이 내려가서 일교차가 크다고 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청아 2021-04-08 22:40   좋아요 3 | URL
네! 정말 새벽에는 공기가 차가워져 놀랐어요. 서니데이님도 컨디션 좋아지시고 가뿐해지시길, 감기도 조심하시구요~좋은 밤 되셔용^^*♡

별족 2021-04-09 06: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는, 제가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할 때조차도 뭔가를 강경하게 주장하지 못했습니다. 딱 제 자신의 의견이나 입장만 말할 수 있었죠. 페미니즘이 층위가 다양하다는 말은 그 자체로 진실이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그 층위를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결국 사안에서 페미니즘을 선점해서 돌출하는 주장만이 ‘페미니즘‘으로 받아들여지잖아요. 그래서 지금 굳이 책을 찾아 여러 종류의 페미니즘을 공부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낙태에 찬성하고, 모자보건법에 아동을 지우고, 난민을 반대하고, 사회적 성취를 하지 못하는 울분을 토로하고, 가족을 건사하는 일을 폄하하면서, 여성이 하는 눈물의 호소라면 상황을 살피지 않고 곁에 서는 태도들을 페미니즘이라고 보는 게 아닐까요?
저는 제가 페미니스트인 채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일하는 것에 모순을 느끼지 않았는데, 지금 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를 드러내는 분들은, 제가 하는 말, 저의 삶에 ‘페미니스트가 아닌 거‘라고 하더라구요. 페미니즘에 다양한 층위가 있으니, 페미니즘 비판이 부당하다는 말은 그래서 저는 좀 이상하게 들리네요.

참, 제3세계 페미니즘,에 대한 불만은 이해합니다만, 페미니즘,이라는 학문자체의 출발이 제1세계 여성들이다보니 그런 분류가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인지하기에 기이한 사고라고 생각하는 자연과 좀 더 가깝고, 여성의 역할과 책임에 의미를 부여하는 태도-에코 페미니즘,같은-에 대해 그 사람들은 이름붙일 말을 몰랐던 거라고 생각해요.

청아 2021-04-09 12:31   좋아요 4 | URL
안녕하세요~별족님!
저도 당연히 제가 완벽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단지 공부하면서 알아가는 과정에 있고 이렇게 하나하나 부딪히면서 통념이란게 무섭구나 깨우치고 있습니다.
일단 위 글은 페미니즘에 다양한 층위가 있으니 페미니즘 비판이 부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나열하는 과정에서 다른건 개개인으로 페미니즘은 개별 페미니스트나 개별 이론이 아닌 뭉뚱그려 ‘페미니즘‘으로 정의했다는 걸 지적한거라고 생각해요.

미국인,영국인,스페인인 하면서 동양인이라고 하면 중국도 일본도 우리나라 사람도 그 외 동양인들도 모두 단일 민족같잖아요? 같은 기준의 나열, 비교를 해야한다는 거죠.

제3세계의 경우도 기본적으로 제1세계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는데는 제 의견에 변함은 없습니다. 이름붙일 말을 몰랐더라도 굳이 1,2,3이란 숫자로 표기한건 자기우월의식이었고 선택지가 전혀없었다고 보지 않아요. 세상엔 표현방법이 무궁무진하지 않나요?
문제는 그냥 그 상태를 고집하지 않고 새롭게, 더 나은 방식으로 수정해 나가는데 있다고 생각해요. fireman이 firefighter로 바뀌는등 중립적이고 배려있는 언어로 바뀌어 가는 것 처럼요.
정성스러운 의견 주셔서 감사해요! 함께 쭉 고민하고 성장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