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거대한 어둠의 공포가 나를 덮쳤습니다. 골수까지 스며드는 추위, 숨 쉴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이 나를 압도했습니다. 몸이 덜덜 떨렸고, 지독한 구역질이 났습니다. 바로 그때 하늘에 태양의 가장자리가 새빨갛게 달구어진 활처럼 나타났습니다. - P160
그때 나는 몸에서 힘이 빠지고 의식이 흐려지는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 먼 미래의 무서운 황혼 속에무력하게 누워 있을 생각을 하니 너무 무섭더군요. 내가안장에 기어오르는 동안 기절하지 않도록 나를 지탱해 준것은 그 지독한 두려움이었습니다. - P160
평생 웰스의 팬을 자처했던 보르헤스는 자신이 가장좋아하는 책으로 웰스의 <타임머신>, <투명 인간 >등을 들고, 이것들이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이고, 아마도 가장 마지막에 읽게될 책이라고 했다. - P182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
저 우박 장막이 완전히 걷히면 무엇이 나타날까? 인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 잔인성이 평범한 감정이 되었다면 어떡하지? 그사이에 인류가 인간다움을 잃고 냉혹하고 몰인정하고 엄청나게 힘센 동물로 진화했다면 어떡하지? - P48
나는 그들의 생김새를 더 자세히 살펴보고, 드레스덴 도자기 인형처럼 예쁘장한 그들에게 몇 가지 기묘한 특징이있음을 알았습니다. 곱슬거리는 그들의 머리카락은 목과뺨에서 갑자기 싹둑 잘려 있었고, 얼굴에는 털이 전혀 없고, 귀는 기묘하게 작았습니다. 입도 작고, 새빨간 입술은얇은 편이고, 작은 턱은 끝이 뾰족했습니다. 눈은 크고 부드러웠습니다. 이것은 내 자만심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그들은 내가 기대한 만큼 나한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같았습니다. - P52
이 사람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고 있는 것을 보고,남성과 여성이 이렇게 비슷해지는 것은 결국 당연히 예상되는 결과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남자의 힘과 여자의 부드러움, 가족 제도, 직업의 분화는 육체적 힘이 중요한 시대의 호전적인 필요성에서 생겨났을 뿐이니까요. 인구가균형을 이루고 충분한 경우에는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국가에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됩니다. 폭력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고 자손이 안전한 경우에는 능률적인 가족의 필요성이 줄어듭니다. 아니, 사실은 가족이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아서 키워야 할 필요성에 따른 남녀 양성의 분화는 사라집니다. 우리 시대에도 이미 그런 경향이시작되었지만, 이 미래 시대에는 그것이 완성된 겁니다.이것이 그 당시 내가 추측으로 내린 결론이었다는 것을 여러분께 상기시켜 둘 필요가 있습니다. 나중에 나는 내 결론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졌는가를 깨닫게 됩니다. - P61
인류는 사회적으로도 승리를 거두었더군요. 나는 인류가 멋진 집에서 화려한 옷을 입고 사는 것을 보았지만, 그들이 힘들게 일하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사회적이나 경제적인 투쟁을 하는 징후도 전혀 없었습니다. 가게, 광고, 교통 등 우리 세계의 주요 부분을 이루는 상업 활동도 모두 사라졌더군요. 그 황금빛 저녁에 내가 갑자기사회적 파라다이스를 생각하게 된 것은 당연했습니다. 인구 증가라는 어려운 문제도 해결되었는지, 인구는 더 이상증가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 P65
더없이 쾌적하고 안전한 새로운 생활 조건에서는 우리의 강점인 활동적 에너지는 오히려 약점이 될 겁니다. 우리 시대에도 그런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한때는 생존에꼭 필요했던 성향과 욕망이 이제는 실패의 확실한 원인이되어 버렸지요. 예를 들면 육체적 용기와 호전성은 문명인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요. 그리고 신체적 균형과 안전이 유지되는 상태에서는육체적 힘만이 아니라 지적 능력도 필요 없을 겁니다. - P66
내가 본 건물들의 정교한 아름다움은 인류의 에너지가 마지막으로 큰 물결처럼 격동한 결과인 게 분명했습니다. 그 후 그 정력은 새로운 생활 조건과 완전한 조화를 이루어 차분히 가라앉았고, 지금은 목적과 의미를 모두잃고 말았지요. 그 아름다운 건물들은 마지막 평화의 문을연 그 승리를 축하하는 팡파르였던 것입니다. 사회가 안정되면 에너지는 언제나 이런 운명을 맞았습니다. 에너지는예술과 에로티시즘에 의지하다가 약해져서 쇠퇴합니다. - P67
우리는 고통과 욕구라는 숫돌에 갈려서 항상 날카로움을 유지하지만, 미래에는 그 밉살스러운 숫돌이 마침내 부서진 모양이더군요! - P67
나는 점점 짙어지는 어둠 속에 서서 생각했습니다. 이단순한 설명으로 세계의 문제를 완전히 파악했다고, 그 유쾌한 사람들의 비밀을 모두 알아냈다고 말입니다. 그들이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고안해 낸 방법은 너무 성공적이어서, 인구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었을 겁니다. 그것은 버려진 폐허가 그렇게 많은 까닭도설명해 주지요. 내 설명은 아주 단순했고 충분히 그럴듯했습니다. 잘못된 이론이 대부분 그렇듯이 말입니다. - P68
나는 그 생각이 내 목을 움켜잡아 숨도 쉬지 못하게방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P70
지나가는 난쟁이들에게 타임머신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손짓 발짓으로물어보았지만, 괜히 시간만 낭비했습니다. 그들은 아무도내 몸짓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어떤 사람은 그냥 무신경했고, 어떤 사람은 내가 장난하는 줄 알고 소리 내어 웃더군요. 웃고 있는 그 예쁘장한 얼굴을 때리지 않고 참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었답니다. - P75
그것은 어리석은 충동이었지만, 공포와 맹목적인 분노가 낳은 악마는 여건히 제멋대로여서 아직도 내 난처한 상황을 이용하고 싶어 했지요. - P76
마침내 더위와 피로에 지친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대좌를 관찰했습니다. 하지만 안달이 나서 오래 관찰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역시 서양인입니다. 한가지 문제를 가지고 몇 년 동안 연구할 수는 있지만, 24시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보내는 것은 지옥의 고통이니까요. - P78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게 바로 편집광이야. 이 세계를 직시해. 이 세계의 방식을 배우고, 이 세계를관찰해. 그 의미를 너무 서둘러 추측하지 않도록 조심해.그러면 결국에는 그 모든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발견하게될 거야. - P79
그러자 갑자기 이 상황이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는 미래에 들어오기 위해 몇 년 동안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미래에서 빠져나가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던 겁니다. 나는지금까지 어떤 인간이 고안한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가장절망적인 덫을 만들어 거기에 스스로 걸려든 것입니다. 나자신이 덫에 희생되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나는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 P79
지독한 냄새, 크고 무의미한 형체들, 그늘에 숨어 어둠이 다시 나를덮치기만 기다리고 있는 추악한 몰골들! 그때 성냥이 다타서 내 손가락을 따끔하게 찌르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꿈틀거리는 빨간점 하나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 P106
엘로이는 카롤링거 왕조4의 왕들처럼 그저 아름답기만 할 뿐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로 쇠퇴했습니다. 그들이 여전히 지상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몰록들이 그것을 묵인하고 봐주기 때문입니다. - P111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는 우아한 엘로이를 향해 슬며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 P112
여기서 나는 억누를 수 없는 충동에 굴복하여, 남아메리카 원주민이 숭배한 괴물의 코에 내 이름을 썼습니다. - P132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가 드러났던 것이다. - P65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될 때가 있다.바로 그럴 때, 정말로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타인에게 어떤 피해도 준 적이 없다고 믿는 그런 류의 확신은 얼마나 위험하던가. - P74
후배는 자신을 좋아하는 대가로 상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뭔가를 포기하길 바라고 있었다. 그것이 사랑의증명이라고 믿는 것일까. 그렇다면 왜 그 증명을 상대방만 해야하는지?끝내 자신이 피해자라도 되는 양 서운해하는 후배를 보면서,상대로 하여금 미안하다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만드는 사람은피해자가 아니라 차라리 가해자에 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 P77
"참 신기한 사람인 것 같아요.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 P78
일생 단 한 번 가능하거나 어쩌면 평생 경험해보지 못할 그런사랑. - P79
사랑그거 알아요?사람은 자기 얼굴을거울을 통하지 않고서는실제로는 결코 볼 수 없다는 거.그럼 그것도 알겠네요?누가 세상에서나의 얼굴을가장 자세히또 많이 들여다보는 사람인지.그렇게 보다 보다.끝내는 나의 거울이 되어가는지.어떤 사람들은 그걸 사랑이라 부르더라고요. - P80
인연은 운이 아닌 노력의 소산이라생각은 하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엔 언젠가 벼락과도 같은로맨스가 찾아오길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던 걸까. 한날한시에 같은 극장에서 같은 영화를 봤다는 우연이 맺어줄 운명 같은 사랑을? 신호등의 파란 불빛이 켜질 듯 말 듯 하며 한참을 애를 태우고 있었다. - P84
그래도 우린그날 밥도 같이 먹고 제가 누군가를 만나면 무조건 하는 코스인 서점에 가서 같이 책도 고르고 미술관 라운지에 가서 따뜻한 차도 마시고 드라이브도 하며 데이트로써 할 건 다 했어요. 처음 만났을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웃음을 터뜨렸던 우리는어느새 많이 친해 있었죠. - P89
사랑이란, 상대와는 상관없는 자신만의문제임을 - P91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
사람이 성장하려면 잘못을 저질러야 하고, 작가는 이 젊은 시절의 노력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 P11
생각이 엄밀함의 속박에서 벗어나 우아하게 방랑하는, 식후의 그 쾌적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 P13
「사차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사차원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이겁니다. 사차원은 <시간>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식일 뿐이죠. 시간은 우리의 의식이 그것을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공간의 세 가지 차원과 아무런 차이도 없습니다. - P15
자신의 신망을 걸고 그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는것은 달걀처럼 깨지기 쉬운 도자기를 육아실에 놓아두는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 P30
엄훠 이런 테스트 사랑합니다. 다 다른 결과가 나오는 듯 해 신기하네요!친구에게도 보내줌ㅋㅋㅋㅋ배를 사야하나? 그냥 스타벅스나 가야겠습니다. 열반인님이 올리셨지만 저도 봉사차원에섬ㅋhttps://munhakdongne.netlify.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