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첫 번째 단편ㅡ보헤미아 스캔들

셜록 홈스에게 그녀는 항상 그 여자였다. 그녀를 다른식으로 부르는 법이 거의 없었다. 홈스의 눈에 그녀는 어떤 여자보다 우월하고 빛이 났다. - P9

홈스처럼 냉정하고 정확하면서도 감탄을 자아낼 만큼 균형 잡힌 정신의 소유자에게 감정이란, 특히나 연애 감정이란 혐오스러운 것이었다. 내 생각에 홈스는 기계처럼 완벽하게 추리하고 관찰하는 데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인간이지만, 연인으로서는 서투르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비웃거나 조롱하지 않고 무언가 부드러운 정서를 드러낸적은 한 번도 없었다.  - P9

보헤미안 기질을 타고난 덕에 사교라면 질색하는홈스는 베이커가에 있는 하숙집에 남아 고서적 더미에 파묻힌 채, 한 주는 코카인에 빠져 있다가도 다음 주는 야망을 불태우면서, 마약으로 몽롱한 상태와 예리한 본성이 뿜어내는 에너지 넘치는 상태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 P10

자네는 보기만 하지 관찰하지는않잖아. 이 두 가지는 분명히 달라.  - P13

정보도 없는데 가설을 세우는거야말로 중대한 실수야. 그러면 사실에 부합하는 가설을설정하는 대신 은연중에 가설에 맞춰 사실을 왜곡하게 되지 - P15

선생들은 아이린을 모르겠지만, 심성이 강철 같은 여자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하고서 가장 단호한 남자의 정신을 지니고 있지.  - P24

그는 침실에 들어가더니 몇 분 후 다정하고 소박한 비국교도 목사의 모습을 하고 나왔다. 챙 넓은 검정 모자와 헐렁한 바지, 흰색 타이, 자애로운 미소, 인자한 호기심으로사람을 응시하는 듯한 태도는 배우 존 헤어 정도는 되어야 흉내 낼 수 있을 터였다. 홈스는 단지 옷가지만 바꿔 입은 게 아니었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따라 표정, 행동거지는 물론이고 영혼까지 달라지는 것 같았다. 그가 범죄 전문가가 되기로 했을 때, 과학계는 예리한 연구자를, 연극계는 좋은 배우를 잃어버린 셈이다.
- P35

두 번째 단편ㅡ빨간머리 연맹

이상한 결과와 특이하게 맞물린 기묘한 일들을 찾아보려면 삶 자체로 들어가야 한다고, 삶은 언제나 우리네 상상보다 더한 것을 보여 준다고 말이야. - P52

홈스는 열심히 머리 굴리는 내 모습을 흘깃 보더니, 무언가를 묻는 듯한 시선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분이 한동안 육체노동을 했고, 코담배를 피우고, 프리메이슨 단원‘이고, 중국에 간 적이 있고, 최근에는 글씨 쓰는 일을 상당히 많이 했다는 사실은 확실해. 하지만 나머지는 나도 모르겠네.」윌슨 씨는 벌떡 일어섰다. 신문에서 집게손가락을 떼지않은 채로 홈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이럴 수가, 홈스 씨,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를테면 내가 육체노동을 했었다는 사실은요? 사실은 예전에 배 만드는 목수일을 했거든요.」 - P54

옴네 이그노툼 프로 마그니피코 Omne ignotumpro magnifico, 모르는 것은 모두 대단해 보인다.  - P55

홈스에게는 서로 다른 두 성격이 번갈아 나타났는데, 극단적일 만큼 정확하고 기민한 모습은 어쩌면 이따금 나타나는 시적이고 명상적인 기질에대한 반작용일지도 몰랐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기질 때문에, 그는 한없이 무기력하다가도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에너지를 내뿜곤 했다. 즉흥적으로 곡을 연주하거나 고딕체로 쓰인 고서들에 파묻혀 며칠이고 계속 안락의자에서 빈둥거릴 때만큼 그가 무서워 보일 때가 없었다.그런 다음이면 어김없이,갑자기 범죄자 추적에 대한 열망에 휩싸여, 놀라운 추리력이 직관의 수준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 P75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조르주 상드에게 이런 편지를 썼었지. 〈L‘homme ciest rien -Loeuvre c‘est tout(인간은 하찮다.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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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5 1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은 이책 읽으시는군요? 미미님 리뷰보고 다다음책은 이책으로 해야겠어요 ㅋ 전 <변신> 재독 중이에요 😅

청아 2021-09-05 12:51   좋아요 2 | URL
네ㅋㅋ저도 이 작품 재독인데, 새파랑님도 열린책들에 이미 읽은 책들 많으시죠? 이런 크기로 다시 보니 새롭네요😆

새파랑 2021-09-05 12:58   좋아요 2 | URL
아 재독이시군요. 그럼 검증된 작품이겠군요 ㅎㅎ 10월까지 열린책들 세트 완독을 목표로 하시죠🤭

청아 2021-09-05 13:05   좋아요 2 | URL
저 지금 16권이나 되는걸요😳 주당 1~최대2권으로 새파랑님 졸졸 따라가는걸 목표로 할래요ㅋ희곡도 읽어야함요🤭

모나리자 2021-09-05 20: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35주년 세트를 사신 거예요? 중단편이라 읽긴 수월하겠어요.
전 30주년 기념판을 조만간 읽기 시작해야겠어요. 5년이나 묵혔는데... 장맛이 날지 모르겠네요.ㅋㅋㅋㅋ
5년이 너무 빠리 지나갔어요.ㅎ
아직 좀 이르지만 굿밤 되세요. 미미님.^^

청아 2021-09-05 20:5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깊은 맛이 나겠는걸요?! 30주년 기념판에는 어떤 작품들 있는지 찾아봐야겠네요. 저도 구매속도가 읽는 속도를 훨 웃돌아서 따끈한 신간이었던 친구들이ㅠ 모나리자님도 편안한 밤 되세요~♡😉

scott 2021-09-05 2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셜록! 영드 추천 합니다 전! 한동안 여기에 빠져서 대사 까지 잠꼬대 할 정도로 ㅎㅎㅎ

청아 2021-09-05 21:46   좋아요 1 | URL
으앗~♡.♡ 저도 넘흐 좋아하는 영드! 안그래도 리뷰에 올리려고 셜록 사진 찾는 중이예요!😍
 


직업이 되어 오래 마주하면 뭐든 무덤덤해진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도 있다. 더군다나 재난에 관한 일이 직업이라서 재난에 무덤덤해지면 어떻게 될까.


p.12 요나에게 어떤 지명들은 재난과 동의어였다. 뉴올리언스에서는 허리케인의 흔적을 볼 수 있고, 뉴질랜드에서는 도시를 폭삭 무너뜨린 대지진을 훔쳐볼 수 있고, 체르노빌에서는 핵 누출로생긴 유령 마을과 낙진으로 생긴 붉은 숲을, 브라질의 빈민가에서는 경제 재앙의 현실을, 스리랑카나 일본, 푸껫에서는 쓰나미의 위력을, 파키스탄에서는 대홍수를 경험할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재난이 없는 도시는 없었다. 재난은 우울증 같은 거라 어디에든 잠재했다. 


어쩌다보니 다양한 아르바이트와 직업을 경험한 나는 성형외과에서 한동안 일을 했었다. 처음 일하던 병원에서는 시술에 관한 기사도 직접 쓰고 그걸 보고 전화한 사람들에게 전화상담과 내원을 유도하는 것도 주로 내몫이었다. 혼자서 하루에 300통 넘는 전화를 받아내야 할 때도 있었다. 귀에서 피가 난다는 농담에 누구보다 웃음이 터지는건 경험에서 나오는 공감탓이리라.

한번은 어떤 남자가 사각턱수술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전화했다. 이미 수백통의 전화를 받고 퇴근이 임박한 시간이라 지쳐있던 나는 그 사람이 원하는만큼 다정하고 섬세한 답변을 주지 못했던것 같다. 느닷없이(나에겐) 화를 내면서 그 사람은 내게 악담을 퍼붓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 식의 막말을 들으면 마음이 상하기 마련이건만 도리어 정신이 버쩍 든 나는 그 사람에게 미안했다. 종일 힘들었던 탓에 그런 피곤과 짜증이 전달된 것 같다고, 제가 자세히 설명을 다시 해드리겠다고 전화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수도 없었다.


p.15 "애가 아프다고요. 병원에 입원했어요. 이렇게 되면 인지상정으로라도 취소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원하시면 취소는 가능해요." "환불은 안 되고. 그렇죠?" "잘 알고 계시네요." "당신 이름이 뭐야?" "고객님" "이름이 뭐냐고? 당신 말하는 싹퉁머리가 기분 나빠서 못참겠어.이름 말해." "고요나입니다."


재난 지역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회사 '정글'에서 여행지 코스 프로그래밍을 담당하는 고요나. 언젠가부터 회사에서의 입지가 불안하게 느껴지고 자신이 결국 '퇴출'을 의미하는 옐로카드를 받은 상황은 아닐지 의심하게 된다. 상사의 갑작스러운 추행과 희롱에 더욱 그런 의구심은 힘을 얻고 비슷한 일을 겪은 회사동료들이 연대할 것을 제의하지만 자신은 그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엮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되려 판매상품인 한 곳에 휴식차 다녀오라는 제의를 받는다. 그리고 요나는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에 휘말린다. 


구매한 책이 이미 너무 많아 자제하고 있을 때 페넬로페님의 리뷰를 보고 윤고은 작가의 이 책이 읽고 싶어 도서관에서 빌리려했다. 국내에서도 상을 받았다는데 거기 더해 영국의 대거상(중 번역추리소설상)을 수상해 인기가 높아졌는지 예약3순위가 되어 거의 한 달을 기다려 받았다. 재난 지역을 여행한다는 독특한 소재의 이 작품에는 커다란 싱크홀이 있는 마을이 등장하는데 싱크홀은 자연 발생적인 경우와 난개발로 인한 인재의 결과등 세계 곳곳에 발생하는 지반침하 현상을 일컫는다. 


p.124 싱크홀은 왕복 5차선 도로도 5분 안에 먹어 치울 수 있다. 입이 큰 뱀이 집채만 한 개구리를 꿀꺽 삼키듯, 두 개의 구멍은 어느 마을의 소박한 운동회를 집어삼킬 수 있다. 시간은 이제 수챗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하수처럼 그 일을 향해 빨려 들어갈 것이다. 이미 그 소용돌이가 시작되었다. 


리뷰를 읽은지도 오래되어 어떤 내용인지 거의 잊을 무렵이라 무심코 펼쳤던 나는. 몇 시간만에 이 작품을 뚝딱 다 읽어버렸다. 100페이지 즈음 다가가며 스릴러로 전환되었던 반전이 주요했다. 사람은 대부분 직접 겪지 않은 일에 온전히 공감하기 힘들다. 그것이 직업에 관련되어 무수히 반복되는 걸 지켜보는 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롯히 내 일이 될 때라야 그 의미를 피부로, 가슴으로,온 정신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싱크홀이라는 큰 구멍이 상징하는 아득함과 공포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타자들만의 사건이고 외면하고 싶은 재앙의 다름아닌 은유다. 

 

p.195 나는 리모컨의 Do not disturb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방갈로의 눈꺼풀은 내려가지 않았다. 아무리 눌러도 리모컨은 작동하지 않았다. 눈은 이제 요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다른 말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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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9-04 22:0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어머~ 너무 재밌을 거 같아요! 저도 도서관에 예약해 놓은 건 항상 까먹고 있다가 찾으러 오라고 알람오면 놀라요~ㅋㅋㅋㅋㅋ
미미님, 귀에서 피날 거 같은 기분 저도 잘 알아요. 흑흑. 근데 미미님의 저 마음은 너무 알흠다우심다~👍

청아 2021-09-04 23:24   좋아요 4 | URL
툐툐님도 참~♡🥰 평범한 상황으로 시작하는데도 집중되는! 거기다 급변하는 사건이 있어요. 저 남자분은 잊지못할 안타까운 경험. 전화해줄걸 그랬나봐요.😭

새파랑 2021-09-04 22:0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2등~!! 엄청 빨리 읽으셨네요~!! 와우 리뷰 보니 재난 체험 이야기군요. 스릴러에 반전이라니~!!
미미님 경험담은 책만큼 재미있네요. 그리고 책 구매 자제는 믿을수 없음 😆

청아 2021-09-04 23:26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 저를 너무 잘아쉼ㅋㅋㅋ읽다보니 스릴러. 너무 쫄깃한 경험이었어요! 그래도 어딘지 호불호가 갈릴수도 있겠구나 하는 느낌?저는 일단 좋았습니다. 저 지난달 말일 이미 지름요😳

오후즈음 2021-09-04 22:2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300통이나 받으신 날이 있으시다니 힘드셨겠어요. 저도 전화 업무 잠시 ㅡ학원관련ㅡ한적있는데 첫 일주일은 매일 울었던것같아요. 열받아서요. ㅋㅋ

청아 2021-09-04 23:30   좋아요 3 | URL
오후즈음님~♡전화업무 정말 힘들죠?! 아우~그 고충은 경험자들만이 압니다. 대면하는 게 아니라 오해도 더 받고 때로는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많이 와야 결과적으로 좋은건데 실무자입장에선 또 그렇지가 않죠😭

페넬로페 2021-09-04 22: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에서 요나가 근무하는 회사 이름이 정글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했어요. 성추행도 참아야 할 정도로 어딘가에 내몰린다는 사실이 슬펐고 결국 더 큰 재난을 가져와서 씁쓸했거든요 ㅠㅠ
하루에 전화 300통을 받는다면 누구나 그럴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마지막 부분의 글, 저도 똑같이 공감해요^^

청아 2021-09-04 23:35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 덕분에 또 좋은 소설을 읽었어요!🤭 의미심장한 장치가 여기저기 지뢰밭처럼 놓인 작품같아요. 답을 얻지못한 단어들,의미들도 있어서 해설을 좀 읽어봐야겠어요.ㅎㅎ🙄

scott 2021-09-05 00: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윤고은 작가 동시대 작가들 중 가장 독보적인 작가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출간되는 장편도 기대!!


청아 2021-09-05 10:20   좋아요 3 | URL
스콧님~♡ 스콧님이 그리 말씀하시면 저도 윤고은 작가를 계속 지켜봐야겠어요ㅎㅎ 장편이 나오는군요~!!😉

레삭매냐 2021-09-05 08: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 책 좀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려고 하는데 요즘 핫해서
차례가 오지 않더라구요.

일단 기다리면 언젠가는 ㅋ

청아 2021-09-05 10:23   좋아요 3 | URL
레삭매냐님~♡ 저도 3순위로 시작해서 취소하려다 묵묵히 기다렸답니다ㅋㅋ 막상 제 차례되니 기다리는 맛도 있더라구요😆

mini74 2021-09-05 20: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참산한 소재. 재미있는데 불편한 소재의 소설이었어요. ㅎㅎ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

청아 2021-09-05 21:01   좋아요 4 | URL
그렇죠? 저도 내내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러면서도 떨치기 힘든 몰입도!😳
미니님 남은 일요일 즐겁게 보내세요~♡

초딩 2021-09-05 22: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직업이 되었을 때, 그 직업인은 매일 마주하니 무덤덤해지지만, 그 직업에 접하는 일반인은 그것이 난생처음과 같이 생소하게 되면 역설의 상황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누구는 무덤덤하고, 누구에게는 다급하고 시급하니깐요.
어쩌면 그래서 아주 어떤 경우에는 재난 상황에서 직업인들이 안내하는 것을 다 따를 수 없는 것 같기도합니다.

청아 2021-09-05 22:59   좋아요 4 | URL
오 초딩님~♡ 그런 면도 분명 있겠네요. 역시 날카로우신 듯!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는 비행기 조종사들도 반복되는 비행을 하다보면 습관 때문에 무뎌져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기도 한대요. 🤔

coolcat329 2021-09-08 1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드디어 도서관에서 연락받고 빌렸습니다. 어찌나 인기가 많던지요. 미미님 글 보니 더 기대가 됩니다.

청아 2021-09-08 12:45   좋아요 2 | URL
독특한 느낌드실거예요😊 쿨캣님 리뷰 벌써 기다려집니다. 여행 잘 다녀오시길 ~♡
 

요나에게 어떤 지명들은 재난과 동의어였다. 뉴올리언스에서는 허리케인의 흔적을 볼 수 있고, 뉴질랜드에서는 도시를 폭삭 무너뜨린 대지진을 훔쳐볼 수 있고, 체르노빌에서는 핵 누출로생긴 유령 마을과 낙진으로 생긴 붉은 숲을, 브라질의 빈민가에서는 경제 재앙의 현실을, 스리랑카나 일본, 푸껫에서는 쓰나미의 위력을, 파키스탄에서는 대홍수를 경험할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재난이 없는 도시는 없었다. 재난은 우울증 같은 거라 어디에잠재했다. 자극이 임계점을 넘으면 그 우울증이 곪아 터지기도 하지만, 용케 숨어 한평생을 마무리하는경우도 있다.
- P12

전 세계적으로 진도 5.0이상의 지진이 매년 900건가량 일어나고, 매년 300개가량의 크고 작은 화산이 터진다는 사실이 요나에겐 신호등이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혹은 그 반대로바뀌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자연재해로사망한 인구는 20만 명에 가까웠다. 근 10년간 연평균 사망자수가 10만 명 정도였던 것을 보면, 재난의 빈도와 강도는 점점 또렷해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방지가능한 재난의 종류도 늘어났지만, 동시에 새로운 재난들도계속 생겨나고 있었다.  - P13

저멀리 흰 사막과 검푸른 야자나무 숲의 경계가 두 가지 색 국기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푸른 바다가 등장하면서 삼색 국기가 되더니 곧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색감으로분류되었다. 사막은 스스로 분열하듯이 수많은 색들을 만들어 냈다. 

사막에도 채도와 명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막을말할 때에 수만 가지 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모래의 색에 따라 사막의 색도 달라지면서 이름이 달라졌다.

흰모래사막이 있는가 하면 붉은모래사막이 있었다. 같은 이름의 사막도 그 위에 구름이 얼마나 덮고 있느냐, 구름 위로햇살이 내리쬐느냐 아니냐에 따라 색이 달라졌다. 재난이 휩쓸고 간 지역이 어쩌면 이렇게 평온해 보일 수가 있을까, 요나는 사막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P49

계속 폴이 들러붙고 있었다. 폴과 파울의 철자가 같다는생각이 들자 요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또 한 번 불편한집단 속으로 떨어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결국 요나는정글의 비상 연락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수중에 여권과 지갑이 없다는 것, 가방 주머니에서 천진하게 나뒹굴던 잔돈 몇푼이 전부라는 사실이 요나를 두렵게 했다. 퇴근한 김과는 생각보다 쉽게 통화가 이루어졌는데, 요나는 곧 그렇게 쉽게 연결된 통화가 원망스러워졌다.
- P103

나도 모르는 메일이라니. 요나는 초조한 기색을 숨기느라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좌우로 흔들었다.
"여러모로 제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지금 손을 떼면 안 됩니다. 아직 보실 게 많이 남아 있습니다."
매니저의 말이 곧 요나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정글에 바친시간이 얼만데, 주말도 반납하고 수치심까지 묻어 두고 일했는데, 그런 내게서 손을 뗀단 말인가.
- P106

싱크홀은 왕복 5차선 도로도 5분 안에 먹어 치울 수 있다.
입이 큰 뱀이 집채만 한 개구리를 꿀꺽 삼키듯, 두 개의 구멍은 어느 마을의 소박한 운동회를 집어삼킬 수 있다. 시간은이제 수챗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하수처럼 그 일을 향해 빨려 들어갈 것이다. 이미 그 소용돌이가 시작되었다. 요나는 단지 합류할지 그만둘지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 P124

무이는 요나와 여러모로 처지가 비슷했지만, 요나보다 훨씬 적극적이었다.
- P134

나는 리모컨의 Do not disturb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방갈로의 눈꺼풀은 내려가지 않았다. 아무리 눌러도 리모컨은 작동하지 않았다. 눈은 이제 요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다른 말을하고 있었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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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4 1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제 취항에 맞을까 궁금합니다 🙄 미미님 리뷰가 기대됩니다~!!

청아 2021-09-04 19:54   좋아요 2 | URL
좋아하실지 분명치 않은 책이예요. 읽으실 책이 많으니 섣불리 추천하기도 그렇고요. 도서관 예약이 꽉차서 한달정도 기다린 책이긴해요. 상을 많이 받았더라구요. 상징적인 사건이 담겨있어요🙄
 

2003년 3월 20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가 미국의 공격을 받았어. 미국의 최신 미사일이 삽시간에 이라크를 불바다로 만들었지.
당시 이라크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이었는데, 미국은 그가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대량 살상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세계 여러 나라를 위협할 위험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단다. 

하지만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하는 데 필요한 유엔의 결의를 끌어내지는못했어. 그래서 국제연합의 지원 없이 미국과 영국이 주도해서단독으로 전쟁을 벌인 거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과 두 아들은 48시간 내이라크를 나가라" 라는 유명한 선전포고를 한 후 이라크를 공격했어.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가 동맹국으로 이 전쟁에 참가했고, 한국도 2004년에 3,000명이 넘는 자이툰 부대를 파병했단다.  - P179

그러나 미국이 말하던 대량 살상 무기는 나오지 않았어. 미국은 그래도 어딘가에 그 무기가 있어서 세계 모든 사람들을 위협한다고 기세등등했어. 미국이 주장한 살상 무기는 지금까지 이라크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단다. 대량 살상 무기는 처음부터이라크에 없었다는 이야기지.
- P180

미국은 석유뿐만 아니라 무기 사업에도 열중했단다. 막대한 돈이 무기를 구입해 사용하는 데 들어갔지. 물론 그것은 나라마다전쟁 분담금이라는 명목으로 받은 돈과 석유를 판 돈으로 충당할수 있었어. 미국의 군수회사들은 이렇게 전쟁으로 먹고살아. 무기를 팔기 위해 전쟁을 원하지. 안타깝지만 이라크는 바로 그런 구도에서 희생되었단다.
- P180

사실 이라크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나라란다. 너무도 유명한동화 <신드바드의 모험>에 나오는 신드바드가 바로 이라크 사람이고,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열려라 참깨‘ 이야기의 배경도이라크야.  - P181

주변의 아랍 국가에서 미국에 당하기만 하던 이라크를돕기 위해 많은 전사가 이라크로 들어오기 시작했어. 아랍말로이렇게 싸우는 전사를 무자헤딘이라고 부르는데, 무자헤딘은 자살 폭탄 테러를 비롯해 강력한 무기로 미군을 공격했어. 이슬람 무장 조직인 알카에다까지 들어오자 이라크는 날이 갈수록 더 큰 전쟁에 휩싸이게 되었단다. - P189

이라크는 어느새 ‘납치의 나라‘ 라는 오명까지 얻었어. 처음엔무자헤딘이 외국인을 주로 납치하더니 나중에는 기자와 돈 있는이라크 사람도 납치 대상이 되었어. 우리나라도 가나무역 직원인김선일 씨가 알카에다와 연관된 무자헤딘에 납치되어 참수당하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지. 

그때 나는 바그다드에서 이 사건을 취재했는데,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너무 아픈 경험이었어. 이처럼납치를 하는 세력 중에는 미군과 연합군에 이라크를 떠나라고 정치적인 요구를 하는 세력도 있지만, 단순히 돈만 노리고 납치하는 세력도 생겨났단다.
- P189

 이라크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외부에서 유입된 무자헤딘이나 알카에다를 찾아내서 소탕작전을 벌이는 시민조직을만들었어.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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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9-04 17: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하~~~ 저, 이 책 며칠 전 구매해서 가지고 있어요.
빨리 읽어야 할 텐데. 저는 한 박자 늦겠습니다.

청아 2021-09-04 18:18   좋아요 2 | URL
으흐흐흐~~ㅋㅋㅋ잘하셨네요~♡ 아직 읽는 중이지만 몇 번 더 읽어서 알아두고 싶을만큼 흥미를 끄는 내용들 가득이예요! 많이들 읽어보심 좋겠어요.
 

얼마전 정치 관련 뉴스를 보는데 한 의원이 정부부처 직원을 만나 질의응답을 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나왔다. 그 의원은 해당 직원의 답변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언성을 높이며 ˝그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듣자고 부른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두 사람의 대화의 앞 뒤 맥락을 살펴봐야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겠지만 (그 직원이 핑계처럼 원론적 이야기를 꺼내 항의를 받은 것일 수 있으니)이 때 이 장면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국회의원들은 선거철을 앞두면 온갖 지키지 못할 공약과 더불어 원론적인 이야기를 내세운다. 그러는 와중에 ‘국가‘를 들먹이고 ‘국민‘을 들먹여 자신의 설득력을 높이는데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거철이 끝나면 각종 핑계를 대가며 그야말로 자신들만의 ‘현실정치‘로 돌아온다는 느낌이든다. 그러다가 상대 정당을 비판할때는 다시 원론적인 이유를 들먹이며 지적을 하는 것이다.

예전에 알랭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를 읽은 어떤 분이 자신은 현직기자인데 알랭드 보통이 너무 기자의 현실을 모른다고 리뷰에 써 놓은 글을 읽었다. 맥락상 그 분이 하는 이야기를 전부 쌩뚱맞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알랭드 보통과 같은 철학자.학자들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학자들의 역할이다.그들은 그런 것을 끝없이 연구하고 질문을 던져 주어야 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본질을 놓치지않을 수 있도록. 등대지기가 되어야하는게 학자들의 역할이 아닐까. 많은 문제가 본질에서 멀어질 때 붉어진다.





기자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이 하나 있어요. 기자들은 저널리즘의 본령에 대해 말하는 학자들의 강의나 분석을 굉장히 무시하거든요. ‘저 사람들은 현장을 몰라, 취재현장을 잘 모르는 사람이 저런 말을 하는 거야‘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중요한 순간에는그런 저널리즘의 본령, 진실을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는 정신에 투철한 언론사가 결국 시민들의 사랑을 받게 되죠. 현장 논리에 입각해 뉴스의 본령보다는 스피디한 편집, CG 등 포장에만 신경쓰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 했던 방송뉴스 트렌드에JTBC가 경종을 울렸다고 봐요.
- P135

단기적으로 봤을 때 김재철(金在哲) 씨처럼 협찬을 많이 따오면 수익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죠. 그런 효과가 당장은 있을지모르지만 그게 반복되면 내부 조직을 망가뜨릴 수밖에 없고, 국민신뢰도 저하로 이어져요. 신뢰도가 떨어지면 광고는 당연히 떨어지는 거고, 장기적으로 보면 경영이 다운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게 MBC에서 입증됐다고 봐요.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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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9-03 15: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요기도 1등~~~^^ 스캇님 따라하기~~~^^

청아 2021-09-03 16:01   좋아요 5 | URL
리뷰도 아닌 몇자 끄적인건데 아이참 감사해요~♡헤헷😍

행복한책읽기 2021-09-03 16:04   좋아요 7 | URL
슬프게도 손석희 자리 비우자 jtbc 가 울린 경종. 그 소리가 약해졌구요. MBC는 사장 교체했는데도 옛 기량을 찾지 못하더라구요. ㅠㅠ 미미님 정곡을 찌르심. 기자와 학자의 역할은 다르죠. 근데. 보통이 저런 책을 썼다구요?? 또 몰랐단 말인가요. 또 검색 돌입!!^^

청아 2021-09-03 16:17   좋아요 6 | URL
그러게 말이예요!! 너무 안타까워요. 힘빠진느낌이 분명있고 MBC도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듯 합니다. 알랭드보통의 책 저는 너무 좋았어요.이 책 가지고 손석희의 뉴스룸도 나왔었고요.😉

scott 2021-09-03 16:41   좋아요 6 | URL
알랭 보통 말에 의하면 뉴스는 겁먹고 동요하고 괴로워하는 대중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매체로 대중들이 방출되는 뉴스를 보고 들으면서 충격을 받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정계 비리나 사회적 범죄 같은 사건들을 내보내는 데 전념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평온한 세상, 시대를 원치 않는다고,,,

청아 2021-09-03 16:48   좋아요 4 | URL
스콧님은 모르는게 없으심~♡👍♡

새파랑 2021-09-03 16: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양보 2등~!! 저도 미미님 말에 공감합니다.의원이라고 소리지리고 화내는걸 보면 국민을 대표해서 그러는건지 그냥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더라구요🙄

청아 2021-09-03 16:47   좋아요 4 | URL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국민‘을 이용하고 그로인해 얻은 권력은 결국 본인들 위해 쓰니 자기들 위에는 아무도 없다고 보는 듯 해요 하...🤔

scott 2021-09-03 16: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2등 모조리 양보

∧_∧
(il´‐ω‐)ヘ
∩,,__⌒つっ3등 자리 확보!

청아 2021-09-03 16:49   좋아요 4 | URL
감사해요~♡스콧님!🙆‍♀️

페넬로페 2021-09-03 16: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국회의원들 나와서 토론하고 질의응답하는것을 절대 보지 않습니다.
물론 회피하면 안되는데 보고 있으면 제 혈관이 터질것 같아서요 ㅠㅠ

청아 2021-09-03 16:51   좋아요 5 | URL
안보는게 정신건강에 이롭죠~♡ ㅋㅋ코미디프로에서 정치인들 풍자가 사라진게 많이 아쉬워요!

초딩 2021-09-03 16: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일단 국회의원님들은 필요할 때만 원론적인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정말
녹화했다가 나중에 다르게 말하면 징벌 줘야할 것 겉아요 ㅎㅎ

청아 2021-09-03 17:13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그렇죠~♡ 상당수가 무기징역?ㅋ 너무 뻔뻔하게 웃겨 정치가 코미디를 죽였다는 얘기도 하는가 봅니다.

mini74 2021-09-03 17:1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코미디프로가 망한 이유가 있다고 하죠 ㅎㅎ 질문도 답도 뱅뱅 돌고 서로 듣지 않고 떠드는 그들을 보면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청아 2021-09-03 17:16   좋아요 6 | URL
미니님 찌찌뽕~♡ㅎㅎ 어쩔땐 속터지고 어쩔땐 기가막혀 웃음밖에 안나오더라구요. 이럴때 일수록 코미디에서도 풍자로 비판해줘야하는데 거의 사라져서 참

서니데이 2021-09-03 2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랭드 보통의 그 책 읽었어요. 많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작가가 보는 뉴스와 기자가 보는 뉴스는 그만큼 다르겠지요. 서로 가까이 있는 거리가 다르잖아요.
미미님, 이제 9월입니다. 좋은일들 가득하고 매일 행복한 한 달 되세요.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청아 2021-09-03 23:46   좋아요 2 | URL
오 서니데이님도 읽어보셨군요~♡♡♡ 반갑네요!! 저도 재밌었고 나중에 다시 보고싶은 책이예요ㅎㅎ서니데이님도 9월 한달 더 건강하고 더 기운나고 행복한 시간들로 가득 채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