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언어의 박물관이라고도 한대요 - P11

명언이나 상투어를 뒤집어서 새로운 말을 만드는 것은 오빠의 오랜 버릇이거든요. - P13

즐길 수 없다면 피하라 - P13

대신 아빠는 정치외교학과에 들어간 현정이에게 홉스의 리「바이어던」이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같은 고전을 몇 권 건네주면서, 정치의 본질은 달라진 게 없다며 입학 전에 꼭 읽어보라고 당부했어요 - P16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 P18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에게 하고 싶은 어떤 말운 남에게 하고 살지요 - P38

다들 충고들을 하지요. 인생의 바른길을 자신만은 알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서요. 친구여, 네가 가는 길에 미친놈이 있다니 조심하라.
그런데 알고 보면 그 전화를 받는 친구가 바로 그 미친놈일 수 있는거예요. 그리고 그 미친놈도 언젠가 또다른 미친놈에게 전화를 걸고있는 거예요. 인생을 역주행하는 미친놈이 있다는데 너만은 아닐 줄로 믿는다며, 그 농담의 말미처럼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미친놈은 아마 한둘이 아닐 거고 저 역시 그중 하나였을 거예요.
- P39

무지는 인간을 암흑속에 가둔다 - P49

너무 이상한 애가 나타났어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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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민주주의라는 다소 낯선 신천지로 이끈 것은 사실 구텐베르크이다. 1440년 구텐베르크는 금속활자를 만들어 문장에 맞게짜깁기한 후 올리브나 포도를 착즙하는 기계에 넣고 찍는 방식으로인쇄를 했다. 인쇄‘라는 뜻인 ‘프레스 press‘는 이와 같이 착즙기계를누르는 방식으로 인쇄한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구텐베르크가 인해술을 개발하면서 요즘 시가로 2000만 원가랑이던 책값은 7만 원 정도로 대폭락했다. 인쇄술이 발명되기 이전에 책들이 비쌌던 이유는모든 글을 ‘필경사‘라고 하는 전문 장인이나 수도사들이 직접 베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돈이 필요했다.  - P292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그려진 그림들에는 많은 상징이 내포되어 있다. 예를들면 비둘기는 천사 혹은 신의 말씀, 어린 양은 예수, 백합은 에덴동산, 가시 없는 장미는 원죄 이전 혹은 구원, 촛불은 신성 혹은 복음福音, 꺼진 촛불은 예수의 탄생, 오렌지는 선악과 善惡果 등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중 책은 고귀함의 상징이다. 그래서 성모 마리아는 늘 한 손에 책을 들고 있는 것이다. 대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예수잉태를 전해 듣는 수태고지 장면에서 마리아가 책을 들고 있는 것은 고귀함을 나타내기 위해서이다.

- P293

지금도 특권을 정당화하는 궤변 중에는 인간이 직접 해야 한다는 미신이 있다. 인간이 결정하고 판단해야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종교적인 도그마는 의외로 여러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대개 이런 신성화의 굴레는 특권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 P295

법이 정의는 아니지만, 정의를 제거하면 법은 제대로 서지 못한다 - P297

정의는 무엇일까? 정의는 기본적으로 ‘부정‘의 논리다. ‘정의‘가 무엇인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지만,
‘부정의‘가 무엇인지는 대부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는 부정의가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다.  - P297

권력은 자의성에서 나온다 - P298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상식이란 한 사람이 18세까지 익힌 편견의 컬렉션일 뿐이다 - P298

뉴턴조차 자신의 업적에 대해 다만 거인들의어깨 위에 올라서서 본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 P300

‘사회 상규‘나 ‘상식‘은 언뜻 호감을 주는 용어지만, 늘 주관적인 데다 반박을 거부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그 속에는 상대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이 숨겨져 있다. 다수결이란 것도 결국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고, 더욱이 합리적인 토론을 거부하는 다수의 억측을 관철시키기 위한 폭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 P302

형사법에서는 조금이라도 잘못이 큰 사람이 모든책임을 지고 죄인이 된다. 기준에서 단지 2% 더 떨어진 것에 불과한갑에게 100%의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형사법이다. - P308

사람들이 실은 알고 있으면서도 간과하는 것은, 법은 불구이자 어느 하나만이 옳다고 선언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결함을 지닌 분쟁 해결 방법이라는 점이다. 일도양단과 이분법적인 해결 이외에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법은 아직도 유일한 분쟁 해결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P309

헤겔이 말했듯이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그것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가장 적게 인식된다 - P309

우리나라 검찰에서도 2006년 4월부터 형사조정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주로 고소 사건들 중 조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건들에 대해 적용되고 있다. 통상 검사실에서 고소인과 피의자로부터 동의를 얻어 형사조정위원에게 조정을 의뢰하는데, 당사자들은 대개 조정을 내켜하지 않는다. 하긴, 합의로 해결될 문제였으면 고소까지 했을 리 없다. 하지만 검사가 조정을 해보라고 하니 혹시 동의하지 않으면 나쁜 인상을 줄까 봐 대개 동의는 하는 편이다.
- P311

같은 말이라도 꼭 어렵게 하는 것이 우리나라 법조인들이다 - P312

전 세계는 빠르게 형사 사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하고 있다. 통상 이러한 흐름을 학계에서는 ‘회복적 사법 Restorative Justice‘이라고 부른다.  - P313

범죄 수사는 범죄자와 국가 간의 대결이다. 그러다 보니 불공정한 게임이 된다. 강력한 국가와 나약한 개인의 대결이니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국가가 강력한 공권력을 악용하기만 한다면 개인에게 얼마든지 불공정한 수사 결과를 강요할 수 있다. 그러한 불공정을 막기 위해 생겨난 것이 형사 사법 제도이다. 각종 형사소송절차를 적용해 국가에 핸디캡을 주는 것이다.  - P314

영국을 세계의 열강으로 키워낸 엘리자베스 1세가 한때 런던타워에 갇힌 것도 이복 언니인 메리 여왕의 눈엣가시였기 때문이고,토마스 모어가 런던 타워에 갇힌 것도 왕의 이혼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 P314

전통적인 형사 사법은 범죄자의 인권 보호라는 절차적 정의에만 집착하기 때문에 범죄의 증가와 재범 반복이라는 해묵은 숙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강력한 국가의 횡포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만 생각했지, 그 시민에게 피해를 입은 다른 시민들은 미처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 P316

닭은 내가 잃어버렸는데 왜 국가가 벌금을 받는걸까? 그리고, 사라진 내 닭은 도대체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 P316

밤중에 나방이 들끓을 때는 살충제를 뿌리는 것보다 불을 끄는 것이 낫다 - P330

우리 법원이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서민의 목소리를 잘 듣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그 원인으로 법원의 순혈주의와 무오주의無主義를 꼽고 있다. 그것들은 마치 방 안의 공기와 같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다. 늘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방 안의 공기는 오직 밖에서 들어가본 사람만이 그 탁함을 알 수 있다. - P351

우리나라 재벌의 횡포가 이렇게 극에 달하게 된데에는 법조계의 책임도 적지 않다. 1999년 이후 2012년 12월까지우리나라 10대 재벌 그룹의 총수 중 7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들의 징역형은 모두 합해 22년 6개월이다. 그러나 실형을 산 사람은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 집행유예로 나왔다. 이 정도면 우연이라고할 수 없다. 게다가 놀랍게도 재벌들 모두 법원에 가기 전에는 대부분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중병이 들었는데, 재판이 끝난 후 집행유예가 선고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멀쩡해졌다.  - P351

우리나라에서 검찰이 하는 일이 많다고 하나 결국 우리 사법 제도의 핵심이자 대들보는 법원이다. 아무리 큰 보름달이라도 흐린 해보다 밝을 수는 없다. 검찰의 업무가 형사 사건에 국한된다면 법원은 민사 형사 · 행정 · 특허 · 가사 · 소년 사건 등을 모두 담당한다. 결국 우리나라 사법 제도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원이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법원의 개혁이 사법 제도 개혁의 핵심이 될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대들보 썩어 가는데 마루만 바꾼다고 새 집되는 건 아니다.
- P350

지식과 권력은 적이 아니라 동반자란 푸코의 말 - P354

숭례문을 방화하여 전소시킨 범인은 이미 창경궁을 방화한 전력이 있었다. 그때 그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빠져나왔다. 만약 그가 정당한 죗값을 받았더라면 우리는 숭례문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한 판사의 자의적인 자비는 국보 1호의 상실을낳았다.
- P355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데, 우리나라 국민은 주권 중 하나인 사법권을 행사해 본 적이 없다. - P355

헌법과 달리 우리는 국민이 행정권과 입법권만 행사하는 3분의 2민주주의인 것이다. 그래서 어떤 대법원장은 판결과 판사에 대한 비판은 사법부의 독립에 대한 공격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어떻게 주권자인 국민이 판결을 비판할 수 없는가?
- P355

형사처벌은 진통제와 같다. 자꾸 먹다보면 내성이 생기고 점점더 많이 사용해야 된다 -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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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법이란 더러운 것을 싫어하는 상상 속의 동물인 ‘해태‘가 죄 지은사람 쪽으로 가서 그 사람을 물어 죽인다는 뜻이다. 성질이 더러워서인지 해태는 그 글자가 너무 복잡했기 때문에 결국 물 수 변으로 줄인 것이다. 물이 아니라 해태가 가는 것처럼 우연적이고 용보적이며 냉정한 것이 법이라는 뜻이다.  - P225

보스가 회의 전에 모두발언을 하는 것은 매우 비겁한 짓이다.마치 중국집에 가서 "나는 짬뽕으로 할 테니 각자 먹고 싶은 대로시켜" 라고 말하는 꼴이다.
- P229

투서와 고소는 한 끗 차이지만 그 대접은 천양지차이다. 고소당하면 누구나 당연히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고소당한 사람을 끈질지게 수사하는 것이 수사기관의 미덕인 양 여겨지고 있다. 그로인해 고소당한 사람들은 단순한 불편을 겪는 정도가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받는다. 일단 고소만 되면 사건의 경중이나 증거 유무와 상관없이 정식 형사 사건으로 입건된다.(입건은 사건이 성립됐다는 뜻으로, 수사가 개시되고 사건번호가 부여된다.) 정식 사건으로 입건되면 그 사람의 전과기록 등이 밝혀진다. 그리고 수사기관에 출석해야 한다. 출석하지 않으면 수배되기 쉽다. - P229

고소당했다는 사실만으로 프라이버시권과 신체의 자유가 침해된다.
조사 과정에서는 각종 서류나 통신 내용을 제출하라고 강요받는다.또다시 사생활의 자유가 침해된다. 임의로 제출하지 않으면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강제로 뺏기도 한다. 수사의 단서에 불과한 고소 때문에 헌법상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이다.
- P230

고소 사건은 원칙적으로 3개월 안에 해결되어야 하고, 처분 결과도 통보받을 수 있다. 수사 결과에 불복할 수 있는 방법도 항고, 재항고, 재정신청, 헌법소원 등으로 우리나라의 어떤 권리보다 많다. (관할고등검찰청에 재수사를 요구하는 것을 ‘항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대검찰청에 다시 요구하는 것을 ‘재항고, 항고가 기각된 후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기소 여부를 가려달라고 신청하는 것을 재정신청‘이라고 한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재판받을 권리‘도 세 번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고소는 그 이상으로 보장받는 것이다. 낙타에게 천막 빼앗긴 꼴이다. - P230

그러다 보니 누구든지 고소를 먼저 하는 사람이 승기를 잡게 된다.마치 서부의 총잡이처럼 먼저 총을 꺼내 든 자가 승리하는 무법천지가 된 것이다.
- P230

세게 덴 놈은 회도 불어서 먹는 법이다 - P232

당시 기름을 부은 것은 우리 부장이었다. 우리 부장은 바둑 프로기사 뺨칠 정도의 대단한 실력자였는데 순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강단이 보통이 아니었다. 이따금 검사장들이 부장에게 대국을 청할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는 아득바득 전면전을 벌여 대마란 대마는 모조리 죽여버렸다.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반상위의 흑돌은 싹이보이지 않을 정도로 멸종시킨다는데 굳이 계가를 하면 100 집도 더나올 거라고 했다. 초등학생 개싸움에 스플래시 보디슬램을 날리는꼴이다. 왜 그리 잔인한 짓을 하느냐고 묻자, 부장은 그리 만방으로
조져놔야 다음부터 바둑 두자며 부르지 않는다고 말하곤 했는데 어린 내 눈에는 아우라가 화산처럼 폭발하는 것 같았다 - P234

세상은 지나치게 많은 위로로 넘친다. 대중을 위안하고 그들에게 아부하기 위해 심지어 무지와 단견을 옹호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어디선가 일상생활에서 써먹지 못하는 인문학은 인문학이 아니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런 논리라면 시장에 가서 두부 살 때 써먹을 수 없으니 미적분학이나 선형대수학은 쓸모없는 것이 된다.
- P255

답은 되도록 말해주지 않는 것이 좋다. 답이라는 것이 도그마가 될 수도 있고, 정작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꼭 말해야 한다면 질문한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서로가 조금이라도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검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바라지 않는 답을 말해준다. "검사가 되려면 시험을 잘 봐서 좋은 대학을 가고, 대학에서 높은 성적을 받아 로스쿨에 들어가고, 거기서 역시 높은 성적을 받아야 합니다."
- P255

폭넓고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여행을 하라거나, 대자연을 품으며 호연지기를 기르라는 답을 기대했는지 모르나, 그렇게 하면<나는 자연인이다>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면 박지성만큼 열심히 뛰면 된다. 막연한 동경이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열망은 선거 공약과 같은거다. 별 의미 없다.
- P255

앨빈 토플러 Alvin Toffer는 세상이 복잡해지고 정보가 폭증하면 그것들을 미처 분석하지 못한 채 자신을 방어하고 자신의 편견을 강화하는 정보들만 선택하여 세상을 단순하게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정보과부하 Information overfload‘라고 표현했다.
인터넷은 대표적인 정보과부하의 세상이다.
- P257

사람들은 통제력과 이해력이 떨어질수록 무언가 믿을 구석을 찾아 매달리게 마련이다. 오늘날에는 소셜 미디어가 그 믿을 구석이 되고 있다.  - P257

모든 현상에는 이면과 원인이 있다. 대개 여러 개의 원인들이 경합하며, 그것들이 화학적인 결합을 하여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낳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현상에서 원인을 찾아내는 것은 인터넷 댓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을 찾아내는 능력이 아니라,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무척 어려운 과학적 추론이 필요하며 자신은 그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실패에 대한 인식이다. 원인을 찾아내는 것보다 자신이 틀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말은 정말 받아들이기 어렵고 대부분 사람을 무시한다는 반감만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죽었다.
- P258

현상을 벗어나 그 뒤에 있는 이면에 대한 인식과 고민을 하게해주는 것은 다양한 경험이다. 기 드보르 Guy Ernest Debard가 말하길 직접경험은 ‘소외 또는 분리 이전의 총체성을 회복시켜주는 삶과의 직접적인 만남‘이라고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경험해볼 수는 없다.
따라서 간접경험을 통해 그러한 능력을 키우는 것이 현실적인 답이다. 간접경험을 가장 깊이 할 수 있는 것이 책 읽기다. 인터넷이나 영상으로 접하는 정보가 목적지향적인 1차원적 강요라면 책으로 접하는 경험은 3차원적인 단일성의 회복이다. 책 읽기를 통해 습득한 인식과 고민은 때로는 유연성으로, 때로는 냉철함으로 작용한다.  - P258

물색없는 그 양반은 초등학생에게 『이방인』, 『월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을 추천해주었다. 방정식 배우는 아동에게 페르마의 정리 가르치는 꼴이었다. - P261

주화입마走火入魔 에 빠진 것이다 - P263

10분 만에 책을 읽을수 있었지만 도대체 재미가 없었다. 그때는 글이 하나하나 곱씹어야 ‘게미‘가 나는 나물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 가령 마담 보바리를 보면 보바리 부인이 창밖을 보는 장면에 대한 묘사가 두 쪽을 넘어간다. 그 묘사를 하나씩 따라가야만 보바리 부인의 헛헛한마음과 설렘을 이해할 수 있다. 그게 없으면 보바리 부인은 그냥 드라마 시리즈 <사랑과 전쟁>의 주인공일 뿐이다.  - P263

밥 한 그릇을 위해서라면 영혼 정도는 쉽게 팔 수 있는 대인배이기도 했다 - P266

당시 나는 어설픈 사회주의자였고 오역과 억지로 가득한 일본판 서적들을 보며 인간은 창조적 노동을 통해 의식적인 존재가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납득은 안 됐지만 주변에서 다 그렇다고하고 또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억지로 믿었다.  - P267

빨래터에서 내가 미친 짓을 하자 사람들은 날 더 이상하게 쳐다봤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800도로 타오르지 않았다. 주위의 시선, 경멸의 눈초리, 그렇게 두려웠던 것들이 실상 살을 뚫고 들어오는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부끄러워도 사람의 시선만으로 사람을 죽일수는 없었다. 게다가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다.
내가 아무리 이상해도 사람들은 나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세상에는 정상적인 사람보다 비정상적인 사람이 더 많다. 남과 다르다고 숨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자신이 보고 있기 때문에 어디로 숨을 수도 없다.  - P270

무쇠 솥이 없다고 밥까지 검은 것 아니다.
- P270

사람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 P271

‘법대로 하자‘는 말은 매우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도발이다. 법대로 하자는 것은 상대방과의 공존과 상생은 개뿔, ‘널 반드시 박멸시키겠다‘는 말의 우회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법에 의한 분쟁 해결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기보다 새로운 분쟁과 갈등을 낳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정권이 바뀌면 늘 하는 전 정권에 대한 사정수사가 우리의 정치를 얼마나 극악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떠올리면 법에 의한 해결의 잔인함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P274

법대로 하자는 것은 결국 재판으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은 옳은 것을 가리는 절차가 아니다. 게다가 원칙과 규범을 따르기보다는 대중의 욕구와 분노에 좌우되는 경우도 많다. 역사적으로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젊은이를 건방지게 만들고 신을 믿지 않았다는 죄명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소크라테스의 재판도 시민들의 선택에 따른 결과였다. 1431년에 있었던 잔 다르크 재판도 마찬가지다. 애초 종신형으로 감형되었던 잔 다르크가 재소집된 재판에서 화형에 처해지게 된 계기 는 우습게도 다시 남자 옷을 입었다는 것이었다.

- P274

뉴잉글랜드에서 벌어졌던 마녀 재판이나 예수 그리스도의 재판 모두 당시의 정의에는 부합했고, 대중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았다. 재판이란 제도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대중의 분노에 발맞추었기 때문이다.
- P275

데이비드 흄이 말하기를 정의는 이성이나 본능의 산물이 아니라 진화가 낳은 것이라고 했다 - P277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의나라에서는 명예훼손을 범죄로 분류하지 않는다. 그래서 형사고소가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 P280

때로는 공급이 수요를 만들기도 한다 - P281

‘공급은 그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 - P282

수해가 나면 가장 귀한 것이 먹는 물이다 - P283

문제는 법률서비스란 되도록 받지 않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목적지가 바로 집 앞이라면 굳이 차를 타고 갈 필요가 없듯이, 법률서비스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되도록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법률서비스는 보약이 아니다. 불가피할 때 부작용을 각오하고 어쩔수 없이 택해야 하는 일종의 치료약이다. 많이 이용한다고 몸과 정신이 건강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하지만 변호사가 늘어나면 굳이 다툴 것 없이 합의로 해결할 문제도 소송이나 고소로 이어지게 된다.(소송은 재판을 말하고, 고소는 피해자가 범죄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리는 것을 말한다) - P283

변호사의 나라 미국의 사례를 보자. 100만 명 이상의 변호사가들끓고 있는 미국이 이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한예로 미국의 의료계는 무분별한 소송이 얼마나 황폐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 P283

너무 많은 수로 불어난 변호사들은 먹거리를 찾아 점차 새로운영업 영역을 만들어야 했다. 그중에서 돈도 많고 치명적인 결과가발생하는 의료계는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구급차를 따라다니는 변호사가 생겨날 정도로 많은 변호사들이 들러붙었다. 그런 분위기에 따라 20세기 후반부터는 의료과오소송이 빈발했다. 원고들이 승소하는 경우는 드물었으나 잦은 소송에 시달리면서 병원 치료비와 보험료가 엄청나게 상승했다. - P284

구박데기로 자란 신데렐라가 왕자와 결혼한 후 진짜 행복했을까? ‘천일의 앤‘처럼 남자의사랑이 금세 식었을 수도 있고, 비천한 신분으로 인해 영원히 고통받았을 수도 있다.
- P285

의료과오소송에 시달리던 병원들은 아주 희박한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했고 결국 불필요한 검진과 고가의 진단장비 사용을 증가시켰다. 당연히 이것들은 의료비를 천문학적으로 끌어올렸다.  - P285

선의가 꼭 좋은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니다. 물론 부작용은 시차를 두고발생하기 때문에 정상배들은 늘 선의만 강조한다. 표는 지금 받는것이고, 책임은 나중에 지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라도 책임을지는 정치인은 없다.
- P286

권력은 영양분과 비슷하다. 누구나 탐하고 벌레가 꼬이며 한곳에 머물면 반드시 부패한다 - P287

과격하게 말하면 피고는 보통 채무자들이고, 피고인은 범죄자들이다 - P287

어느 시인이 말했듯 껍질은 보호막이자 굴레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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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 의 원작소설입니다. 영문학에서 명문이라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다만 상징적이고 몽상적인 면들이 많아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반면 분위기를 명료하게,입체적으로 서술함으로 상황이 눈앞에 펼쳐진듯 빠져들게 하는 강점이 있습니다.

‘로드짐‘과 더불어 조셉콘라드의 체험이 담긴 자전적 소설이라고 합니다.

소설에서는 제국주의의 실체와 인간내면의 어둠을 다루고 있으며 영화에서는 전쟁의 참혹함을 더 강조한듯 합니다. 영화는 특히 말론 브란도의 호연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철학자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버트란드 러셀은 아들의 이름을 콘래드라고 지으며 “내가 늘 가치를 발견하는 이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지식백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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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2020-09-07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잘 봤는데 원작소설은 처음 알았습니다 다시 봐야 되겠네요

미미 2020-09-07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셨다면 어느정도 이해가 수월하실 수도 있어요.^^

NamGiKim 2020-10-11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옥의 묵시록, 정글을 탐험하면서 점차 원시시대로 돌아가죠. 영화 스토리가 정글 깊숙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멘탈붕괴현상이 오죠.

미미 2020-10-11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아쉽게도 아직 못봤어요. 꼭 봐야지 벼르는 영화 중 하나^^

NamGiKim 2020-10-11 23:00   좋아요 0 | URL
베트남전 영화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7월 4일생입니다. 진짜로 태어나서 지금까지 본 영화중에서 Top 10안에 들정도.

미미 2020-10-11 2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상깊게 본 영화예요! 또 보고싶네요^^

2021-09-29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29 2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 상앗빛 얼굴에서 나는 음침한 오만, 무자비한 권세, 겁먹은 공포, 그리고 치열하고 기약 없는 절망의 표정이 감도는 것을 보았거든. 완벽한 앎이 이루어지는 그 지고(至高)한 순간에 그는 욕망, 유혹 및 굴종으로 점철된 그의 일생을 세세하게 되살아보고 있는 것이었을까?  - P157

나는 지배인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는데, 지배인이 눈을 치켜뜨고 캐묻는 듯한 눈초리를 내게 던졌지만 나는 그걸 성공적으로 무시해 버렸지. - P158

목소리를 제외하고 그에게 남은 게 있었던가? - P158

인생이라는 건 우스운 것, 어떤 부질없는 목적을 위해 무자비한 논리를 불가사의하게 배열해 놓은 게 인생이라구. 우리가 인생에서 희망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우리 자아에 대한 약간의 앎이지. 그런데 그 앎은 너무 늦게 찾아와서 결국은 지울 수 없는 회한(恨)이나 거두어들이게 되는 거야.  - P159

나는 내 삶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마지막 기회를 간발의 차이로 놓쳤지만,어차피 내게는 아무런 할말도 없었을 것임을 알고 굴욕감을 느꼈을 뿐이야. 내가 커츠를 주목할 만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어, 그에게는 할말이 있었거든. 그리고 그걸 말할 수 있었던 거야.  - P159

그녀는 말을 계속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녀의 나직한 목소리는 내가 기왕에 들은 적이 있는 불가사의 함과 황폐함과 슬픔으로 가득한 다른 모든 소리들을 동반하고 있는 듯했지. 그 목소리에는 강에서 잔물결이 이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의 살랑거림,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내는 웅얼거림, 멀리서 들려오는 뜻 모를 절규의 그 희미한 울림, 영원한 어둠의 문턱 너머에서 속삭이듯 말하는 목소리 등이 섞여있었단 말일세
- P171

<작품 해설>

문학작품이 일단 작가의 손을 떠나면 더 이상 작가의 것이 아니므로 작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든가 혹은 없어야 한다는 설이있었다. 그래서 한때 영미권에서 이른바 신비평 New Criticism이라는 것이 판을 치고 있던 시절에는 작품을 작가로부터 철저히 분리시켜 생각하려는 비평적 관행이 일종의 신앙적 열의 속에서 추종되기도 했다.  - P177

우리가 「암흑의 핵심」을 그 작가의 삶이나 인생관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데에는 물론 하나의 대전제가 있다. 그것은 이 작품이 소설문학 본연의 허구적 속성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는 자서전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 P179

이 소설은, 여느 모험담과는 달리, 단순히 흥미 본위의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으며 독자들로 하여금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색과 성찰을 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점은 이야기의 서두에서 말로가 커츠를 만났던 일을 내 체험의 절정)이라고 하면서, 그것이 《내 주위의 만물에 대해, 그리고 내 사상 속에, 일종의 빛을 던져주는 듯했다고 서술하는 대목에서부터 이미 명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이 말은 곧 독자들이 이소설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이 <빛>의 성격부터 올바로 이해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비치고 있다.
- P182

안온한 삶은 그것에 탐닉하는 사람들에게 좀처럼 자기 성찰의 기회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평온한 삶에 안주하면서 자아에 대한 성찰을 게을리하는 한, 인간은 삶에대한 궁극적 지혜를 달성할 수 없으며 결국은 바보로 전락하지 않을 수 없다. 말로가 자기 이야기의 어느 한 대목에서 바보들은… 늘 안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듯이, 바보는 자아 탐색 혹은 자기 발견이라는 고통스런 과정을 애써 외면하기 때문에 세속적인 의미에서는 늘 안전할 수 있지만 그의 삶은 <짐승>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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