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동안의 거짓말 - 과학과 전문가는 여성의 삶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디어드러 잉글리시 지음, 강세영.신영희.임현희 옮김 / 푸른길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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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병원에서 엄마가 암 판정을 받은 뒤 정밀검사를 위해 소견서를 받아 바로 대학병원으로 갔다. 당시 엄마는 물론이고 가족들은 멘붕에 빠진 상태로 이런저런 검사실에 들렀고 혹시나 하는 기대로 담당의를 기다렸다. 이미 눈물과 충격으로 모두가 기진맥진해 있는 그 때, 등장한 의사(교수)는 들뜨고 환한 얼굴로 (분명 내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남은 검사 몇 가지를 더 진행한 후 바로 수술날짜를 잡자고 했다.

이렇다할 설명도 건너뛰고 다짜고짜 수술을 말하니 당황스러웠고 몇 가지 기본적인 질문을 의사에게 던진 나는 수술은 좀 더 알아보고 결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의사 뒤에 우리 담당의로 생각되는 여의사가 서 있었는데 그녀는 내 말에 콧방귀를 뀌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난 내가 너무 두서 없었나 싶어 어리둥절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였고 당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살필 멘탈도 아니었던 것 같다. 내 말에 당황했는지 얼굴빛이 변한 교수는 우리에게 수술을 쇼핑하듯 하지 말라고 장황한 설교를 한 뒤 자리를 떴다. 

얼마 뒤 간호사를 통해 담당의가 내게 전화를 했다. (아까 교수를 따라왔던 콧방귀인것 같았다)그녀는 내게 "감히 교수님 앞에서 다른 데 가서 수술을 받고 싶다고 하다니 감히"라 하며 격분한 투로 나에게 따졌고 지금 당장 퇴원하라고 했다.(한밤중이었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나의 대처는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녀가 전화로 비난을 퍼붓는데도 미안하다는 말뿐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내가 뒤늦게 이 일을 떠올렸을 때 환자와 가족을 걱정하기는 커녕 하나의 수술케이스로 생각하며 의술을 상품으로 만들고 있는 건 그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수소문 끝에 좋은 의사를 만났고 (앞선 대학교수와 동문이자 선배) 무사히 수술을 마친 뒤로 엄마는 다시 열정적으로 살고 계시다. 

에릭 시걸의 소설 '닥터스'에 의사는 상처받은 치유자란 말이 나온다. 환자와 함께 질병과 맞서 싸우는 그들은 분명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이다. 더구나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들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들에게 씌워진 권위는 때로 그들도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로 강력하다.



여성주의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상대적으로 절반의 인류임에도 어떻게 무구한 세월동안 이렇게나 여성들이 차별받았는지 이 구조의 튼실함이, 출처가 늘 궁금했다.

왜 어떻게 이런 뿌리깊은 구조가 자리잡았을까. 심지어 상당수의 여성에게조차 통념으로 받아들여져 끊임없이 계승되고 있는 이 강력한 힘의 근원이 어디인지가 알고 싶었다.

이 책을 보면 어느정도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소위 엘리트라 할 수 있는 과학자들과 의사들이 산업화에 편승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일 것이라는 믿음의 양탄자를 탔고 자본가들은 여기 이해관계가 맞아 그 양탄자가 잘 날수 있도록 엔진에 비용을 지불해왔다.


p.123 메치니코프Metchnikoff는 콜레라균의 효과를 시험하기 위해 큰 컵 한 잔 분량의 콜레라 비브리오를마셨다. 그 후 ˝미생물 사냥꾼들"은 황열, 말라리아, 결핵 매개체에 기꺼이 스스로를 노출시켰다.
이타심과 강박적인 욕구로 물질적 보상을 경멸한 탓에 과학자는 구세주의 품성을 떠맡았다. 현미경 위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 탓에 굽어 버린 과학자의 어깨는 군중의 죄와 질병을 짊어지고 있었다. 뉴욕 슬론 케터링암연구New York‘s Sloan-Kettering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의 비석에는 ˝이 벽 안에 있는몇 사람의 끊임없는 노동이 많은 사람을 살리리라.˝라고 쓰여 있다. 
미국 최초의 억만장자 록펠러Rockefeller와 카네기 Carnegie가 자선을 통해 자신들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간 곳 또한 생물과학의 제단이었다. 부자들은 수없이 저지른 죄의 대가가 생물 실험실의 금욕적 분위기에서 마치 생명으로 바뀌기라도하는 것처럼 생물과학으로 몰려갔다.


그들이 활용한 사슬은 때로 신경증과 히스테리로 또는 자궁과 난소 그리고 모성본능으로 취할 수 있는 여성에 관련된 모든 것에 동원되었다. 남성이 강하고 분별있고 진취적이라면 여성은 약하고 수동적인 상태로 가정에 갇혀 지내는 것이 가정을 수호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당연시 되었다. 최근 모든 일이 혁신이란 포장지로 완성되는 것처럼 과학은 진보와 개혁이란 포장으로 빛을 내며 안으로는 여성에게 둘러진 사슬을 옥죄면서 성장해갔다.   


물론 과학과 의학이 인류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과학자들 중 영향력 있는 이들이 자본이라는 시장의 시류에 편승하며 권위에 도전했던 시작과 달리 가부장제의 바톤을 건네 받아 스스로 권위의 자리에 앉았다. 이들이 권위라는 권좌에 앉아 전문가의 왕관을 쓰고 새로운 억압자로써 여성 차별의 역사를 쓰는 과정을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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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01 12: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절체 절명한 환자와 가족들에게 그런 전화를 하다뇨!!다행이 어머니 완쾌 하셔서 건강한 삶을 살고 계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미미님 당시에 얼마나 힘드셨을지 ㅠ.ㅠ 여성들에게 역사적으로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결혼 출산 육아라는 이유로 러시아에 모스크마 의과 대학 최초로 건립한 배경에는 여성 스스로 건강한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20세기 혁명의 산물이였다고 합니다.

미미 2021-05-01 17:18   좋아요 4 | URL
네 당시에 정말 비참했네요.ㅠㅇㅠ 잘못된걸 느꼈지만 대꾸할 힘도 없었어요.
아 러시아는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댓글로도 귀한 정보를 주시는 스콧님👍

새파랑 2021-05-01 14: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어머니 치료는 정말 다행이네요. 그때 당시 상황에 엄청 화나셨을거 같아요ㅜㅜ 과학과 의학이 이렇게 여성차별과 연계된다는 내용은 첨 알았네요~ 책의 내용과 일상을 연결하는 글쓰기 좋은거 같아요. 역시~! ^^

미미 2021-05-01 17:17   좋아요 3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 저 일이 어제 일처럼 눈앞에 그려졌어요.😭 내용이 조금 단정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꽤나 설득력이 있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감사해요 새파랑님^^!

행복한책읽기 2021-05-01 15: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으으. 저 이 글 읽다 울엄니 시술한 의사 생각나 잊었던 울분이 터졌음요. 정말 사람 목숨 놓고 저런 말을. 어머님 건강히 잘지내고 있다니 넘 다행이에요. 이 책은 보관함에 담아야겠네요. 미미님 어렵고 진중한 책 정말 꾸준히 열독하십니다요^^

미미 2021-05-01 16:22   좋아요 3 | URL
책읽기님도 경험이 있으시군요!ㅠㅠ 맞아요~괜히 엄마에게 뭔가 불이익 있을까봐 뭐라 말도 못하고..심지어 저 병원에 저희 삼촌 장기기증도 하셨었거든요ㅠ여러분들이 공감해주신 덕분에 곪았던 상처가 치유되네요♡

페넬로페 2021-05-01 16: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읽는 순간 열받아 소리를 치고 싶네요^^
그게 지금 이 현실에서 가능한 일인가요?
사람의 아픔을 두고 권위를 지켜려는 자들~~
사실 요즘도 너무 많다는 것이 안타까울뿐입니다 ㅠㅠ
그래도 그때 미미님 잘하셨고 어머니 건강 되찿으셔서 너무 다행입니다^^

미미 2021-05-01 16:36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다행히 당시에 멘탈이 멀리 나가 있어서 그나마 상처를 덜받은게 아닐까 싶어요ㅋㅋ나중에 관련 카페에서 보니 그 선생님 워낙 수술이 없더라구요. 전화위복이었다고 생각함요^^*

cyrus 2021-05-01 17: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담당의가 정 떨어지는 사람 같군요. 저도 미미님처럼 한밤중에 담당의의 전화를 받았으면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하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으면 이번에 제가 의사에게 전화해서 따졌을 겁니다.

미미 2021-05-01 18:01   좋아요 2 | URL
ㅋㅋ사이러스님은 분명 멋지게 한방 먹여줬을것 같아요!! 생각만해도 후련합니다!ㅋㅋㅋㅋ

cyrus 2021-05-02 11:50   좋아요 1 | URL
저는 상대방으로부터 한 방 제대로 먹고 나서야 마음을 추스리고 반격하는 성격이라서 임기응변이 뛰어나지 않아요. ㅎㅎㅎ

미미 2021-05-02 11:55   좋아요 0 | URL
저도 조금 나아지긴 했는데 그런 면에서 순발력이 부족해요~아쉽네 후회만 하는 쪽이예요ㅋㅋ아마 사이러스님이 저보다 나으실거예요!😊

syo 2021-05-01 17: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양아치네? 헐.....
제 어머니도 방광암 수술하고 지금도 계속 항암치료 받고 있지만, 저한테 저랬으면 저는 바로 핸드폰 녹음켜고 진상떨었을 것 같아요. 방금 하신 말씀 다시 한번 해보라고.

미미 2021-05-01 18:09   좋아요 2 | URL
양아치란 말씀도 후련합니다ㅋㅋㅋㅋ저희 엄마도 꽤 오래 항암하셨어요. 아마 녹음을 예상하고 간호사통해서 일반 전화로 전화했나봐요. 아..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손이 떨렸던게 생각나네요.ㅠ

coolcat329 2021-05-01 18: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제가 다 부들부들 떨리네요...저도 부모님 병원 많이 가지만 갈 때마다 의사의 권위에 눌려 바보같아지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어요. 환자는 더 말할 필요도 없겠죠. ㅠ그래도 어머니 지금은 ‘열정적으로‘ 지내신다니 다행입니다.

미미 2021-05-01 18:14   좋아요 3 | URL
그 와중에도 자포자기한 엄마의 이런저런 말씀에 눈물이 쏟아져서 더욱 판단력이 작동을 못했어요. 공감해주셔서 무척 위로가 되네요^^*

mini74 2021-05-01 18: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 제가 다 화가 나네요. 안그래도 주눅들고 겁나고 두려운 곳인데 ㅠㅠ 권위와 존경은 그러라고 있는게 아닌데 말이지요. 참 속상하지만 어머님 잘 계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ㅠ

미미 2021-05-01 19:06   좋아요 2 | URL
그러게 말이예요.ㅠ 하필 그럴때 말이죠! 그래도 오늘 생각지도 않게 많이 위로받아 다 해소된 것 같아요^^♡ 감사해용미니님!

붕붕툐툐 2021-05-01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 미미님, 진짜 멘탈이 나가있을 시점인데, 어떻게 저런 짓을... 환자를 뭘로 보는 건지.. 진짜 저런 데서 수술 안 받게 되신게 정말 다행이에요! 어머님도 잘 지내신다니 너무 좋구요!
200년간 어떤 거짓말에 속고 있었는지 급궁금해졌어요!👍

미미 2021-05-01 21:57   좋아요 0 | URL
네~♡말씀처럼 저희 가족들도 훗날 가슴을 쓸어내렸어요!쫒아내줘서 고마웠다고요ㅋㅋㅋ

바람돌이 2021-05-02 0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믿기 힘들정도로 오만한 의사들이네요. 바꾸시길 잘하셧어요. 진짜 다행!!
저는 어머니때문에 몇번 의사들을 만났는데 다들 좋은 분들이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의사들도 참 친절해라고 생각햇는데 다 그런게 아니었군요. 사실 환자앞에서 의사는 절대적인 권력자인데 그걸 저런 식으로 표현하다니.... 맘 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미미 2021-05-02 09:58   좋아요 0 | URL
네! 벌써 몇년 전 일인데 이 책을 읽다 생각났어요^^* 이 뒤에 만난 의사분은 명의로 존경받는데다 참 다정한 분이었어요. 수술도 잘됨요. 첫번째와 같은 의사는 아마 요즘엔 더 많지 않을 것 같아요.
공감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런 것 때문에 더 이런저런 일 쓰게 되네요.
 


몇년 전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폴란드에 들러 아우슈비츠를 방문했다. 넓다란 벌판에 세워진 그곳은 침울한 공기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그곳의 방문객들은 그런 분위기에 압도된 듯 조용하게 숨죽여 이곳저곳으로 이동했다. 특히 한 곳에서 눈길을 끈 것이 있었다. 박물관처럼 대형 유리관을 각각 채우고 있는 것은 도저히 셀수 없을 만큼의 안경들과 머리카락,신발,아이들의 인형 그리고 장애인들의 소유였던 것으로 보이는 각종 보조기구,의족. 의수였다.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짐 가방들도 한 편에 가득했는데 급박한 피란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물건들과 흔적들은 비참했던 당시 상황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당연한 의문이 떠올랐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이곳에 끌어오고 희생시켰을까? 왜 머리카락까지 한곳에 모아 두었을까? 물론 그 여행 전후에도 2차 대전에 관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관심있게 찾아봤지만 부족한 나의 수준은 그렇게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읽은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는 그런 나에게 스탈린의 자국민을 향한 만행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이번에 티머시 스나이더의 <피에 젖은 땅>으로 2차대전과 그 전후에 이르기까지 스탈린과 나치 체제의 접점에 있던 이른바 '블러드랜드'에서의 1400만에 이르는 희생과 그들이 처했던 비극적인 상황을 알게 된 것이다. 


스탈린

블러드랜드(bloodlands)는 폴란드 중부에서 러시아서부, 우크라이나,벨라루스,발트 연안국들을 일컫는다. 스탈린은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1933년 집단농장을 포함한 여러 정책실패 후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대기근을 야기시켰다. 그는 강제이주와 1937~1938년의 대숙청, 대공포시대로 블러드랜드에 수많은 피를 뿌렸다. 그 중에서도 우크라이나 대기근에는 농민들의 종곡까지 빼앗아가 끝도없는 굶주림에 부모가 자식을, 가족들이 며느리의 인육을 먹는 등의 비극까지 만들어냈다. 

스탈린의 집단화와 기근은 당시에도 크게 해외에서 주목받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서구의 이해와 맞물려 베일에 가려진 측면이 상당하다. 

히틀러가 자신의 에덴동산을 위해 타국민을 학살했다면 스탈린은 소련의 경제발전이란 미명하에 자국민들을 죽게 한 것이다. 


히틀러  

독일과 소련간의 물밑협상 뒤 1939년 9월1일 히틀러는 폴란드를 침공한다. 이후 기세등등해진 히틀러의 총구는 소련으로 향했다. 하지만 독일의 예상과 달리 상황이 장기전으로 흐르며 전쟁의 양상도 바뀌었다. 패전이 짙어지며 전쟁포로 등을 대상으로 했던 가스를 활용한 나치의 학살은 유대인에 보다 집중된 것이다. 이 시기에는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악행이 이어졌는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나치의 잔학함은 소련과 달리 자신들의 악덕을 만천하에 드러내는것과 유대인을 학살하는 과정, 시체를 처리하는 것까지 그들 중 일부에게 맡기고 일이 끝난후에는 역시 이들도 처형했다는데 있었다.   



이 후 스탈린과 연합국의 반격으로 독일이 밀려나기 시작하며 소련군들은 빠른 속도로 독일까지 진격한다. 그리고 무서운 폭력으로 동독을 유린하며 베를린에 이르기까지 독일 여성들을 강간했다.

그들은 독일 남성들을 모욕하고 경멸하는 의미로 그렇게 한 것이기도 했다. 소련 병사들에 의해 여성들은 그렇게 두 번 죽어야 했다. 그런식으로 2차 대전 종식 후에도 블러드랜드에 살고 있는 민간인들의 희생은 이어졌다.  


스탈린과 히틀러는 독재체제 속에서 자신들의 이상과 열망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 민간인들과 전쟁포로들을 희생시켰다. 두 지도자의 이상을 위해 민간인들은 이름과 개성은 물론 피와 살이 제거된 채 블러드랜드란 판 위에서 마치 체스의 말처럼 활용된 것이다. 혹자는 역사와 전쟁에 대한 시각이 감정적이 되어선 안된다며 냉정한 시각을 가지라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무감각해 지지 않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말했다.

스탈린과 히틀러 그리고 그들의 추종자들은 자신들만의 가치를 위한 집념과 믿음으로 타인의 존엄을 끔찍하게 먼 곳에서 바라본 것이 아닐까?


P.703 희생자들은 사람이었다. 그들과 진정으로 동일시되고 싶다면, 그들의 죽음만 볼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을 봐야 한다. 정의상으로 희생자란 죽은 사람이며, 다른 이들이 그들의 죽음을 어떻게 이용하든 저항할 수가 없다. 희생자들의 죽음을 내세우며 어떤 정책을 미화하거나 스스로와 희생자를 동일시하는 일은 쉽다. 범죄자들이 저지른 행동을 이해하는 일은 별로 매력이 없다. 그러나 도덕적으로는 더 중요하다. 어쨌든 도덕적 위험은 누군가가 희생자가 될 때보다 범죄자나 방관자가 될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P.704 악은 선에 의존한다는 간디의 말이 있다. 모여서 악을 행하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헌신적이며 그 일이 옳다고 믿어야 한다는 뜻이다. 헌신과 믿음이 있다고 당시의 독일인들을 선량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도 인간임을 알려줄 근거는 된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그들은 윤리적인 사고를 했다. 비록 무시무시한 착오를 저질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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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29 19: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부터 누름 첫번째 댓글 자리 는 찜 해놓음(◞♥ꈍ∇ꈍ)◞♥

미미 2021-04-29 18:4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스콧님은 감동메이커예요🙆‍♀️♡

scott 2021-04-29 20:06   좋아요 4 | URL
올해 영화 미스터 존스를 보고 난후 미미님이 블러드랜드 책을 읽기 시작해서 따라 읽기 시작함 (나는야 따라쟁이 ㅎㅎ) 그동안 이와 관련된 영화 책은 많이 봤지만 한시대에 이토록 많은이들이 희생 당했던 20세기를 잊지 말아야 할것 같습니다!!
‘악을 행하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헌신적이며 그 일이 옳다고 믿고 있으니까!!‘
어제 소개 해주신 ‘카틴 숲‘ 영화 본후 감독 인터뷰까지 봤네요. ㅠ.ㅠ

미미님이 츠바이크 스톼일로 분석하신 페이퍼도 인상 깊었습니다.

٩(^ᴗ^)۶

미미 2021-04-29 20:19   좋아요 1 | URL
언제나 제가 더 스콧님 따라쟁이죠ㅋㅋ❤❤
스콧님의 추진력에 또 감동! 리뷰 썼으니 저도 이제 맘편히 관련다큐랑 다 찾아볼래요!팔로팔로 점점 한번에 하나밖에 못하는 중임요.😆

새파랑 2021-04-29 19: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블러드 랜드를 체스판으로 둔 히틀러와 스탈린의 잔인한 대결 비유는 정말 좋네요. 깜짝 놀랄만한 비유~!! 체스이야기가 연결되는거 같은~~ 역시 아는만큼 표현할 수 있는거 같아요. 무감각 해지면 안된다는 말도 인상적이네요^^

미미 2021-04-29 19:21   좋아요 4 | URL
ㅋㅋ감사해요!!😊 <수용소군도>의 솔제니친이 그 책에서 스탈린을 비판하며 비슷하게 비유했었어요! 게다가 제 안에 츠바이크가 항상 있어서 이렇게라도 연결하고 싶었어요.

페넬로페 2021-04-29 20: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읽는 만큼 보인다~~
이 말의 결과가 이 글에 담겨 있네요^^
전쟁이나 침략의 형태는 왜이리 같은지요~~폭력과 유린과 죽음들^^
다른 나라에 의한 침략도 아닌 자국민들에 자행된 폭력들^^
이것이 인간의 한계인것 같아 씁쓸해지는 저녁입니다~~

미미 2021-04-29 20:10   좋아요 4 | URL
감사해요!! 맞아요! 그런 그의 폭정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는 스탈린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 정서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 아버지로 불리우고 전설로 기억되는 측면이 씁쓸했어요😔

붕붕툐툐 2021-04-29 20: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 슬픈 역사네요. 블러드랜드라는 지역이 있을 정도로 욕심에 눈 먼 인간들 때문에 평범한 시민들이 희생당하고..ㅠㅠ
미미님의 인간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볼 수 있는 따뜻한 페이퍼~🙆

미미 2021-04-29 20:14   좋아요 3 | URL
그렇죠? ㅠ 여기 기록된 내용도 끔찍한데 실상은 어땠을지..그렇다고 가해자들을 인간이 아니라고 해버리면 답이 없다는 스나이더의 후반 결론이 반전이었고 여러모로 의미심장했어요. 감사해요! 🙆‍♀️

바람돌이 2021-04-30 00: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다 읽으셨군요. 완독 축하 축하!!!
아우슈비츠 사진들이 비감하네요. 저는 이 책의 저자가 역설적으로 아우슈비츠는 생존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알려질 수 있었다고, 다른 절멸수용소들은 생존자가 아예 없어 얘기를 전할 사람도 없어 묻혀졌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하는데, 자꾸 세계 어디선가에는 반복되는 것이 뭔가 싶어요.

미미 2021-04-30 00:24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 그러게 말이예요~예전에는 아우슈비츠가 가장 끔찍한 줄 알았는데 극히 일부분이라니.. 게다가 미얀마처럼 권력때문에 시민들이 희생당하는 일이 반복이고 심지어 유엔이 있지만 넋놓고 바라만 보는 것도 당시처럼 반복이니 참 무섭네요.

mini74 2021-04-30 21: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 저 지금 20쪽 정도 읽었는데 온통 밑줄입니다 ㅠㅠ 미미님 글 읽으니 뭉클. 도움도 많이 됩니다. 한 줄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읽고 싶은 책이에요 *^^*

미미 2021-04-30 21:28   좋아요 3 | URL
오오 미니님! 시작하셨군요~♡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난해하거나 지루한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읽는 내내 저 당시 상황 궁금해 폭풍구글링..ㅠㅜ초반 저도 테이프 마구마구 붙였어요👍 완독 응원드려요!!
 


한 번씩 밥 먹는 것도 잊고 책을 붙잡고 앉아 있는 저에게 저희 집 식구들은 타박하듯, 때로는 놀리듯이 말합니다. "집안에 학자가 나왔다" "저러다 박사학위 따겠다" "곧 작가가 되는 것 아니냐"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당황,난감,뻘쭘해 집니다. 학자는 아무나 되나? 이정도 읽어서 학자가 되고 박사가 된다면 그리고 작가가 된다면 북플에서 활동하는 상당수가 저보다 먼저 학자가 되고 작가가 되었겠죠. 


네 저희 집에는 아쉽게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저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황당한 이야기로 저를 놀리는 겁니다. 이럴때 저의 기분은 지하철에서 다들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혼자 책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스마트 폰 오래 들여다 본다고 IT기술자가 되는 것 아닌데 말이죠. (억울) 그리고 꼭 뭔가가 되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학교 공부가 재미없는 이유가 그런것 아니었나요? 뭔가가 되기 위해서 어디에 들어가기 위해서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하는 공부는 정말 힘들잖아요? 


그런 면에서 저 스스로도 반성을 조금 해야 했습니다. 몇몇 글 잘 쓰는 분들에게 '빨리 책을 내야 한다.' '어서 출판하시라' 말했는데 혹시 그 분들도 저와 같은 감정을 느끼셨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구요.(소름) 죄송합니다. 물론 제 뜻은 저희 가족들의 의미와는 한국과 아르헨티나 거리만큼상당히 거리가 있으니 이해해 주시길! 역시 사람은 무슨 일이든 스스로 겪어보고 생각해봐야 오롯이 느낄 수 있나 봅니다.(겪기만한다고 다 아는 것도 아님) 이야기가 아주 다른 곳으로 새어 버렸는데 이상은'체스 이야기'를 읽다가 하게 된 생각이었습니다. 


이번 츠바이크의 책은 <광기와 우연의 역사><감정의 혼란><초조한 마음><크리스티네,변신에 도취하다>에 이어 5번째 읽게 된 그의 소설이며(뿌듯해서 은근 자랑질;;) 두 개의 짧막한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 <체스 이야기>는 이른 바 딜레탕트(프:예술이나 학문 따위를 직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취미 삼아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써 체스를 우연찮게 접한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나치에게 취조를 당하며 외부와 단절된 막막한 상황에서 그에게 운명처럼 체스 시합이 담긴 책이 주어지고 그는 점차 빠져들어 중독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P.20)
체스는 하늘과 땅 사이 무함마드의 관처럼 이 범주들 사이를부유하는 학문이요 예술이며, 대립하는 모든 것들을 유일하게 연결해주는 것이 아니던가? 
즉 태곳적인 것이면서도 영원히 새로운 것이요,
그 구도가 메커니즘적이면서도 판타지를 통해서만 작동하며, 기하학적으로 일정 공간에 제한되어 있으면서도 그 조합에서는 무제한적이고 항상 자기 발전적이나 번식력이 없다. 
무(無)로 이끄는 생각, 무에이르는 수학, 작품 없는 예술, 실체 없는 건축, 그럼에도 명백하게 그존재 자체가 어떤 책이나 작품보다 영속적이며, 모든 민족과 모든 시대에 속하는 유일한 게임이면서도, 지루함을 죽이고 감각들을 예리하게 하며 영혼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신이 이 땅에 가져온 게임이라는것을 아무도 모른다. 
이 게임에서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가?


체스에 대한 츠바이크의 묘사는 마치 그가 화가이자 음악가인 듯 느껴질 정도로 경이로우며 감탄을 자아냅니다. 만화에서 주인공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그가 묘사하는 상황과 이미지로 온 신경과 마음이 쏠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독서에 관한 다소 감정적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아무튼 체스에 중독된 그는 우연찮게 유람선?에서 체스 세계챔피언과 만나게 됩니다. 아 생각만 해도 다시 긴장...체스를 전문직으로 삼은 세계챔피언과 취미로 체스중독이 된 딜레탕트의 대결인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최근 막을 내린 미드<퀸즈갬빗>은 불운한 가정사 때문에 외롭게 자란 체스 천재이야기예요. 이런 저런 에피소드로 흥미로워 인기를 끌었는데 다만 그녀의 스타일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 아쉬웠습니다.진짜 체스 천재라면 과연 외모에 이렇게까지 신경을 쓸 것인지. 항상 컬이 완벽한 저 머리와 진한 화장, 완벽한 옷차림? 현실성이 조금 떨어졌습니다. 놀랍도록 완벽한 차림을 유지하지만 체스 생각만 하는 듯한 설정이라니.. 외모를 꾸미기 위해 체스대회를 나가는 듯한 인상에 고개가 갸웃갸웃. 그래도 이쁘긴 이쁨!





(한국어 제목이 생각 안나지만 개인적으로는 체스에 대한 진정성 면에서 이 영화가 더 좋았던!)


의욕적으로 무언가를 지속하게 하는 힘은 그 행위에 특별한 가치를 매김할 때 가장 크다고 하네요.

돈이나 명성등 물질적이고 탐욕적인 대가는 오히려 의욕을 저하시킨다고 합니다. 초반에는 그것들을 위해 열정을 쏟을 지 몰라도 곧 한계가 온다는 것.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오직 그 행위 자체를 즐기고 기쁨을 느끼는 것만큼 아름답고 멋진일은 없겠죠? 오늘 책의 날이라는데 독서로 무한한 기쁨을 느끼는 하루 되시길!

 

 체스를 해볼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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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23 11:2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요책 !!초딩을 위한 체스 교과서 냉큼 장바구니로 ~@@@@

미미 2021-04-23 11:31   좋아요 5 | URL
뿌듯뿌듯함요ㅋㅋㅋㅋ🙆‍♀️

초딩 2021-04-24 18:03   좋아요 2 | URL
깜딱이야요

새파랑 2021-04-23 11:2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은 딜레탕트가 맞네요 ㅎㅎ 저도 집에서도 그렇고 친구들도 책보는 사람이 없어서 북플만 열심히 보는중입니다. 오늘 책의 날인데 즐거운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
(체스 재미있습니다 ㅎㅎ)

미미 2021-04-23 11:32   좋아요 4 | URL
우린 다 딜레탕트!!ㅋㅋ낯선 여인의 편지도 좋았는데 넘 길어질까봐 못남겼어요ㅋㅋ🤭

잠자냥 2021-04-23 11: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서양 문학 작품 읽다 보면 체스를 비유하거나, 체스 나누는 장면 묘사가 종종 있는데 체스 알못 1인은 참 그때마다 답답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초딩 체스 교과서> 관심 가네요. ㅋㅋㅋㅋ

미미 2021-04-23 11:49   좋아요 2 | URL
그런가요?!!저는 이 책이 유일ㅋㅋ 관련 책들 다 찾아 읽고 싶어요. 기초라도 알아두면 더 재밌겠죠!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4-23 11: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 마지막 부분 ....ㅎㅎ

미미 2021-04-23 11:50   좋아요 4 | URL
아 그 장면!!😍그 체스 판매하는데 가격대가 좀 있더라구요.ㅋㅋㅋㅋ

mini74 2021-04-23 12: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상황이 너무 비슷해요. 저도 매번 ㅠㅠ 그리고 아직도 책을 읽냐고 책은 학생때나 읽는 거 아니냐는 사람이 제 동반자 ㅎㅎ 저는 그에게 술과 스포츠를 허하고 저는 책을 ㅎㅎ 초초한 마음 아꼈는데 다 읽어갑니다 ㅠㅠ 이 책도 살포시. ㅎㅎ *^^* 미미님 기 죽지 마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미미 2021-04-23 12:27   좋아요 5 | URL
앗 미니님도 찌찌뽕ㅋㅋㅋㅋ♡
다른 취미는 올림픽 나가라고 안하잖아요?
<초조한마음>좋으셨다면 이 소설도 너무나 만족하실꺼예요! 미니님도 오늘 파이팅하세요😊♡

얄라알라 2021-04-23 13: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지인과 대화 나누다, 체스 달인들은 한 판만 두고도 살 빠진다며 온통 대화가 다요트로 흘렀는데, 역시 수준이 다른 글을^^ 같은 체스를 화두로^^

미미 2021-04-23 14:01   좋아요 4 | URL
뇌 사용을 많이 하면 살이 빠진다던데 혹그런 의미였을까요?ㅋㅋㅋㅋ🤭

2021-04-23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3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1-04-23 14:3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없어요
저도 여기 글 잘 쓰시는 분들이 책을 내면 좋겠습니다~~예전에 아버지가 바둑을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늘 바둑tv를 보곤 하셨는데 바둑에 대해 잘 모르니 답답했어요^^퀸즈갬빌 볼 때도 내용은 모르고 그저 주인공이 이기면 좋겠다는 유아적인 생각만 하고요~~초보자를 위한 체스책을 읽어야할듯 해요^^

미미 2021-04-23 14:40   좋아요 4 | URL
바둑도 체스 처럼 어려운데 아버님께서 지적인 스포츠를 즐기셨군요!! 페넬로페님도 퀸즈 갬빗보셨다니 너무반가워요!♡ 저도 체스 전혀 몰라서 이 책으로 기초만이라도 알아두려구요. 나이트가 뭔지 비숍이 어떻게 생겼는지 부터 친절하게 알려줌요ㅋㅋ 😁

미미 2021-04-23 14:42   좋아요 4 | URL
새롭게 바꾸신 프사 예뻐요!!

바람돌이 2021-04-23 15: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마트 폰 오래 들여다 본다고 IT기술자가 되는 것 아닌데 말이죠에서 빵 터짐. ㅎㅎ
츠바이크의 책 오늘 주문했어요. 내일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ㅎㅎ 저는 바둑도 장기도 오목도 다 안 좋아하는 관계로 체스를 배워봤자 안좋아할 확률이 99.99999% 하지만 체스판은 멋져서 갖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예쁘지만 쓸데없는거 예레기 모으는거 좋아요. ㅎㅎ

미미 2021-04-23 16:09   좋아요 3 | URL
저희집은 책보고 있는데 뭐하고 있냐고 물어봅니다😭ㅋㅋㅋㅋ저도 소설에서처럼 체스를 즐길날은 아마 안올거예요ㅋㅋㅋㅋ
안그래도 아까 체스 도구들 검색해 봤는데 고르는게 고역일 정도로 다 이뻐요~♡

붕붕툐툐 2021-04-23 18:41   좋아요 3 | URL
ㅋㅋㅋ저도 진짜 판놀이에는 다 잼병임다~ 그럼에도 미미님이 체스판 사시는 거 왤케 기대됨? 사셔서 막 자랑질 해주시면 좋겠다~ㅎㅎㅎㅎㅎㅎ

미미 2021-04-23 18:52   좋아요 3 | URL
ㅋㅋ아 체스 책 보니 정말 사고싶긴해요ㅋㅋㅋㅋ
사게됨 바로 올려서 마구 자랑할께요~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4-23 18: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웅~초조한 마음 중반인데 벌써 다음 책도 너무 기대가 됩니다!!
전 이게 두번째라 미미님 읽으신 책을 따라 가야겠네욤! <광기와 우연의 역사>,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읽고 싶은 책장에 쏘옥~
(미미님 ‘소름‘하신 부분에서 저도 ‘소름‘- 깨달음님이 오심🐰)

미미 2021-04-23 19:41   좋아요 3 | URL
저도 툐툐님 읽은 줌바 라히리 작가 책 빨리 읽고 싶어요!! 우리 서로막 이책저책 읽고 싶게 하다 함께 깨달음의 궁극으로 숑숑숑~♡🦄🦄🦄

라로 2021-04-24 05: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희 해든이는 초딩때 체스를 배우게 했는데요, 잘하는 것 같진 않지만 뭐 아는 척은 하는 것 같아요.ㅎㅎㅎ
그런데 난감한 것은 체스 일도 모르는 엄마에게 계속 체스를 가르쳐주겠다며 설레발 치는 거.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언급하신 책은 읽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담은 지 오래고요, 올려주신 영화들은 다 봤데요!!ㅋㅋ
근데 이제는 아들을 위해서도 체스에 도전을 해야 하나? 머 그런 생각이 들던 참인데,,
더구나 츠바이크가 체스가 대립하는 것들을 유일하게 연결해주는 것이라고 했다고 하신 글 봤는데,,
정말 그런가도 알고 싶고요.ㅋ

미미 2021-04-24 09:27   좋아요 2 | URL
오~♡초딩때 배우게 하셨다니 너무 잘하셨다 생각해요!! 두뇌발달에 좋다고 하던데, 제가 볼땐 집중력에도 도움될듯!
체스의 즐거움이 꽤나커서 엄마랑 함께하고 싶었을까요?마음이 넘 예쁨ㅋㅋㅋㅋㅋㅋ😆
이 책이면 체스 기본기는 배울 수 있겠어요~조금씩 보는데 쉽고 흥미 돋아요ㅋㅋㅋㅋ츠바이크가 그런 말을 했다니 더 좋아집니다! 뭔가 소름ㅋㅋ
 


어쩌면 진부한 트라우마일수 있지만 어릴때 누군가의 장난으로 물에 빠져 고생한 뒤로 물에 대한, 바다에 대한 공포심이 생겼다. 하지만 다행히도 바다를 좋아해 산과 바다중에서 더 좋아하는 곳을 고르라는 이분법적 질문에는 항상 바다를 고르곤 했다. 정희진의 글을 읽기 전의 나는 마치 통념이란 바다에서 표류하는 작은 부표에 지나지 않았다. 얼마나 의문투성이고 막막한지 물에 대한 공포와 마찬가지로 세상에 대한 무지는 시도 때도 없이 질문과 두려움을 자아냈다.


왜 여자는 다소곳 해야 하지? 왜 여학생들은 바지를 선택할 수 없지? 왜 여자는 혼자 여행하면 위험해 보이지? 왜 매맞는 여자들은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지? 왜 작가라는 사람이 여성을 자신과는 별개의 인간인것 처럼 썼지? 내 주변에는 이런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도 답을 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나도 질문을 점점 내 안으로 쌓아갈 뿐 밖으로 내보인 적은 없었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내가 몸 담은 세계와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최소한 더는 표류하진 않는다.(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하지만 이전과는 양상도 정도도 다르다.) 그동안 내 안에 묵혀 놓았던 질문들에 대해 하나씩 답도 얻었으며 내가 다른 존재들과 연결되어 ㅡ역시 저 먼 곳도 미지의 세계지만ㅡ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내 의지에 따라 이동 중이란 것은 큰 힘이요 위안이 되었다. 언니가 없던 게 늘 아쉬웠던 외동인 나는 정희진이란 언니를 비롯해 수 많은 책 속 오빠들과 언니들, 선생님들을 얻은 것이다. 


특히 이 언니의 책을 읽다보면 정신없이 바빠진다. 소개해 주는 책들에 관한 설명이나 깨달음으로 어떤 것은 바로 주문하고 어떤 것은 장바구니 어떤 것은 자료를 즉시 찾아본다. 매 페이지가 밑줄이고 테이핑이어서 손도 바쁘고 머릿속도 바빠진다. 이번에 나온 정희진의 글쓰기 3번째 책인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는 1,2권에 비해서 좀 더 읽기 쉬운 글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쉽게 써 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고 절대 가벼운 내용은 아니다. 


<P.52> 용서를 둘러싼 담론에는 분노나 고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사회는 그러한 상태를 암암리에 '극복'의 대상으로 본다.용서는 분노보다 우월한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다를 뿐이다. 용서에 대한 나의 입장을 굳이 밝힌다면 나는 용서에 관심이 없다. 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용서라는 말이 싫고 용서의 필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이들을 의심한다.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생각은 용서,화해,대화라기 보다는 부정의한 사람들과 그들의 행위가 가능한 사회적 조건이다. 

<P.85> 말의 의미는 사전에 있지 않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에 있다.

<P.221> 젠더는 세상 어느 제도보다도 사회를 구성하는데 핵심적이며 개인의 삶에 깊은 자상을 남기는데도 그 부당성과 야만성에 비해 너무나 비가시화되어 왔다.

<P.220> 좋은 서평은 결국 좋은 독후감이다. 독서 감상문은 쓰는 이 자신에게로 회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성찰적이어야 한다.

표류하는 것과 목적과 방향성을 가지고 이동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바다라는 커다란 공간에서는 미미한 움직임일 뿐이지만 내 존재, 내 몸을 의식하고 원하는 곳을 향해 이동하는 것은 개인에게는 분명 의미있는 여정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깨지는 기분이 참 좋다. 아직 깨질 것이 많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적어도 더는 표류하지 말자. 더 많이 읽고 쓰고 현실에 머무르지 말고 앞으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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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09 11:4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바다라는 커다란 공간에서는 미미한 움직임일 뿐이지만 내 존재, 내 몸을 의식하고 원하는 곳을 향해 이동하는 것은 개인에게는 분명 의미있는 여정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깨지는 기분이 참 좋다. ]
미미님이 던지신 수많은 책들 아직 가보지도 못한 다다르지 못한 그곳을 향해 천천히 읽고, 또 읽어요,


( /)⋈(/)
(。•ㅅ•。)♡
┏--∪-∪━━━━━┓
♡ 올리신 책들 전부
  장바구니 속으로*.。♡
┗-━━━━━━━┛

미미 2021-04-09 11:48   좋아요 6 | URL
스콧님이 늘 함께 해주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누구와 함께인지도 참 중요하단걸 늘상 일깨워주심! 항상 풍성한 자료 나누고 올려주시는 것 처럼 장바구니도 넉넉하심요!!ㅋㅋㅋㅋ o(*‘▽‘*)/☆゚’

페넬로페 2021-04-09 12: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어쩜 이런 표현들이 가능한지?
가슴이 벅찰 정도예요~~
저는 알라딘 서재에서 미미님의 언니를 처음 알았고 그 분의 책중 이 시리즈의 1권을 처음 읽었거든요
근데 사실 좀 실망했어요
그 글들이 신문의 짤막한 칼럼이었다는 것을 고려해도
쏟아내려는 말이 글을 덮는다는 생각을 했고 그에 대한 결과로 읽는 내내 제 호흡이 가빠지더라고요^^
그래서 2권은 사놓고 읽지 않고 있어요^^
3권먼저 읽어봐야겠어요
역시 기회된다면 ㅎㅎ

미미 2021-04-09 12:21   좋아요 4 | URL
너무나 존경하는 언니지만 저도 이 언니의 모든 의견에 동의하진 않아요.(언니도 아마 그걸 더 바라실것도 같고) 표현에 있어서는 대체로 저에겐 흡족하기까지 하지만 논쟁적인 글들이 다 그렇듯 형식면에서 수용가능한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늘상 있더라구요. 내게 어떤것이 맞고 안맞는지 알아가는것도 너무 재밌고 신나요. 그런면에서 페넬로페님의 감상도 넘 보기좋아요~♡ 3권은 아마 그런 부분에서 좀더 나은 느낌갖으실 수 있겠어요ㅋㅋ😉

새파랑 2021-04-09 13: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독서감상문은 쓰는 이 자신에게로 회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성찰적이어야 한다˝ 이 글하고 딱 맞는것 같아요. 대단하심~! 미미님 언니의 책 꼭 읽어봐야겠네요. 다시 구매모드로 ㅎㅎ
(이소라 누님은 반칙입니다 ㅎㅎ 너무 좋음~!)

미미 2021-04-09 12:42   좋아요 4 | URL
대단한건 새파랑님 독서속도예요!ㅋㅋㅋ좋게 봐주시니 감사해요. 이 책 강추입니다. 후반에 살짝 난해한 부분이 있으니 주의하셔요. 아~자주 다시 들여다보고 싶은 책이예요!
(ㅋㅋ이소라는 항상 쵝오!🤭)

행복한책읽기 2021-04-11 0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깨지는 기분이 참 좋다.˝ 지두요!!!!! 이 페이퍼 참 좋아요. 미미님이 어떤 마음으로 책을 읽는지가 보여요. 연대감이 잭의 콩나무처럼 쑤욱쑤욱 올라왔다요.^^ 저는 언제일지 모르지만, 저 책 구매한 사실을 깨달았으니 꼭 읽겠슴요.^^

미미 2021-04-11 08:26   좋아요 2 | URL
우리 함께 오래오래 <북플>하면서 이 책 저 책에 깨지고 쑥쑥 자랐음 좋겠어요~♡
깨질 부분이, 성장할 부분이 많은 것도 함께니까 더 좋은듯!

DYDADDY 2023-03-07 1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선생님께서 추천하신 고통받는 몸을 이미 읽으셨군요. 미미님이 읽지 않은 책이 오히려 궁금해질 지경입니다. ^^

미미 2023-03-07 11:41   좋아요 1 | URL
아! 아닙니다. ^^ 아래 나열된 책들은 정희진쌤의 <편협하게 읽고...>에 언급 되었거나 관련된 책이예요. 읽지 않은 책 어마무시하게 많습니다.

DYDADDY 2023-03-07 11:47   좋아요 1 | URL
읽지는 않으셨어도 저런 책이 있다는 것을 아시는 것만으로도 존경스러워요. ㅠㅠ 이번 달 정희진의 공부 매거진에 Body in Pain으로 언급하셔서 찾다보니 미미님 페이퍼가 보여 반가웠습니다. ^^

미미 2023-03-07 11:54   좋아요 1 | URL
대디님 덕분에 다시 이 페이지를 확인하고 책들을 둘러봅니다. 매거진 3월호 떴군요? 저도 들어봐야겠어요^^
 


창조는 신의 영역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대가로 코카서스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받는다. 이 소설 속 프로메테우스들은 장기기증이란 형벌과도 같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 헤일셤이라는 외딴 곳에서 유예기간을 갖는다. 그 시간 동안 그들에게 창조적 영역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금지되어있다. 최소한의 자유 안에서 그들의 존재 이유는 모호한 사실들로만 주어질 뿐이다.  


P.41 "음...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몰라. 처음엔 나도 그랬거든. 내가 그렇게 창조적으로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면, 그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모든 게 아주 잘될 거라고 말씀하셨어. 그러면 잘못되는 게 전혀 없을 거라고 말이야."


이 소설에서 주를 이루는 내용은 독자들에게 평범한 일상처럼 느껴질 것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무리와의 갈등, 친구와의 우정과 다툼. 그런 면에서 결말로 가기까지 대체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면들이 동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미세한 차이와 이질감을 주며 서서히 불안을 동반해 암울한 결말로 향해간다. 


P.115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어조는 아주 나직했고, 아이들은 줄곧 소리를 지르고 있었으므로,그 말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고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나는 "때때로 끔찍한 사고가 벌어졌을 거야."라는 말을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도대체 무슨 사고가 어디서 벌어진단 말인가? 하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그 점을 묻지 않았다."



    


영화 <더 랍스터>에서도 획일화된 구조의 모순을 블랙 코미디로 그려낸다. 데이비드는 어느날 갑작스럽게 배우자로부터 버림받는데 그의 세계에서는 커플이 되지 못한 싱글은 45일동안 상대를 만나지 못할 경우 동물이 되어야 한다. 그는 최악의 경우 랍스터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저런 노력끝에 결국 견디지 못하고 그곳을 탈출한 데이비드는 이번에는 저항세력인 외톨이 무리에 들어간다. 그곳은 전에 있던 곳과는 반대로 싱글로 살아갈 것을 강요하고 타인에 대한 사랑의 어떠한 형식도 용납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무덤까지 미리 준비해야 하는 곳이다. 


<나를 보내지마>에서도 영화 <더 랍스터>에서도 이들에게는 선택권이란 것이 거의 없다. 인류의 영속이라는 더 큰 목적을 위해 수단이 된 이들은 모든 자유를 제한받는다. 이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런 저런 철학적 질문을 던지게 된다. 대의를 위해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면 그 희생은 어느정도까지 가능한지. 또 그게 우리 자신일 경우 그런 현실을 어떤 방식으로 수용할 수 있는지,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시스템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그리고 고통스러운 진실이라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중에 어느쪽이 나은지 말이다. 


<나를 보내지마>에서 캐시와 친구들은 여러가지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답을 얻지 못한채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 서로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스스로의 존재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방식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야 중요한 선택과 질문을 하게 되고 어쩌면 각자 무의식적으로는 알고 있던 그 진실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두 작품 모두 신의 영역 즉 자유의 범위를 제한하는 자들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드러난 일부의 태도도 철저히 이들에게는 상대적이며 냉소적이다. 우리의 현실 속에서 신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를 닮았다. 자본주의 권력은 갈수록 그 모습을 감추고 있으며 그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 또한 모호하게 베일에 가려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작품속 디스토피아를 통해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는 것은 놀랍고도 중요한 경험이다. 인간의 많은 능력 중에서 상상력은 현실에 대한 관점에 새로운 가능성의 영역을 추가해 주기 때문이다. 소설이나 영화속 디스토피아에서 인간의 상상력을 경계하는 이유다. 이러한 상상력을 통해 경험과 한계를 늘려감으로써 실제 현실감각도 날카롭게 변화할 수 있다. 


어슐러 K.르귄은 말한다.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지만,거짓말이 아니에요. 소설은 사실 파악이나 거짓말이 아닌 다른 층위의 현실로 넘어가죠...중략..상상은 아무리 마구잡이일 때라 해도 현실과 떨어져 있죠. 상상은 현실을 알고, 현실에서 출발하고 , 돌아가서 현실을 풍성하게 만들어요." (P.192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P.74 뜰과 경계를 이루는 철망 가까이에 이르자 그 애는 몸을 돌리고는 말했다.

"됐어.여기서 타자. 넌 '들장미'를 타."

나는 그 애가 건네주는 보이지 않는 고삐를 받아 쥐었다. 그런 다음 우리는 때로는 보통 속도로 때로는 전속력으로 담장을 넘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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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3-30 14: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제부터 <클라라와 태양>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전작인 <네버 렛 미 고>에 대한
생각이 났습니다.

소설도 영화도 오래 전에 본 지라... 기억을 되살
리기 위해 너튜브를 참조했답니다. 참 슬펐습니다.

블레이드 러너의 빗 속에서 생명이 소진되어
가던 로이 배티 생각도 나서 떠 너튜브를 찾아
보기도 했네요.

가즈오 이시구로의 신간을 보면서 우리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주
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미미 2021-03-30 14:36   좋아요 3 | URL
레삭매냐님 뭔가 시詩 적인데요?!
이런 작품들은 우리 존재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게 해줘서 더 특별한것 같아요.
댓글을 이리 고급지게 남겨주심 제가 너무 행복하죠!!😆
저도 이 책 읽으며 블레이드 러너도 생각나더라구요.(역시 최근 망작말고 예전 걸작이 최고)
얼른 받아서 <클라라와 태양>을 맹렬하게 읽고 싶어요ㅋㅋㅋ

새파랑 2021-03-30 14: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완전 멋진 리뷰~! 저도 읽으면서 계속 이질감과 불안감을 느꼈는데..(리뷰 쓸때는 이러한 표현이 생각이 안나요ㅎㅎ) 이제 클라라와 태양으로^^

미미 2021-03-30 14:46   좋아요 3 | URL
히히 부족한거 알아 창피하지만 그래도 감사해요!저도 아는 단어가 적어서 늘 답답해요. 쓸때마다 한계가느껴져서 이거원..ㅋㅋㅋ 많이 읽으면서 함께 실력 늘려가요!😆

페넬로페 2021-03-30 14: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거기에 연관된 것을 잘 아시는 미미님께 언제나 놀라고 감동받아요.
그만큼 생각의 영역과 깊이가 크다는 것이겠죠~~
이 소설 빨리 읽고 싶어요^^

미미 2021-03-30 15:00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 미숙한데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북플에서 좋은 작품을 끊없이 알게되니 책읽는게 항상 신나고 재밌습니당ㅋㅋㅋ😉

scott 2021-03-30 14: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보르헤스가 모든 산문은 픽션이라고 말했죠. 소설가와 영화 감독들이 앞서 그린 세상 디스토피아 시대가 코로나 팬더믹으로 더 앞당겨졌거나 이미 그이전부터 시작 되었다는것
디스토피아 시대가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는 게 아니라 ‘오래된 미래’를 기억해내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 합니다. 누군가에겐 이미 현실이 되어 있는 이야기,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는것,,,

영화 랍스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이 데이비드인데
영화속 인간들 중에 유일하게, 사랑하기 위해서 살고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려고 기꺼이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감수하고 아무도 그렇게 살지 않는 세상에서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려 애쓰는 데이비드 모습에
절망속에서도 그 누군가를 필사적으로 지켜내려고 헌신하는 모습...



미미님이 던지신 ‘프로테우스의 물음‘
디스토피아 세상속에 우리는 어떤 인간으로 살아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명품 페이퍼네요.


**최애 감독중 한명 ‘요 르고 스 란 티모스‘





미미 2021-03-30 15:06   좋아요 3 | URL
아 scott님이 주는 감동의 끝은 있긴 한가요?페이퍼로 써야 할 멋진 말을 댓글로 마구 쏟아 주시니!!🥲
역시 이 영화도 보셨군요! 끔찍한 상황인데도 여러번 웃기기도하고 내내 즐겁게 봤어요.책도 영화도 참 많은것을 던져주네요.🤔

행복한책읽기 2021-03-30 16: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것들을 다 읽고 보신 것도 모자라 이리도 잘도 엮어 글을 쓰셨단 말입니까. 와. 미미님 이틀만에 벽돌책 주파도 모자라 글쓰기 주파까지. 이번에는 존경 곱으로 곱으로!! ^^

미미 2021-03-30 16:33   좋아요 3 | URL
아! 마지막 책들은 아직 읽지 않았는데 디스토피아를 다룬 소설이라 담았어요. 존경이라니 반사합니다! 책읽기님 글이 훨씬×3 좋고 더구나 근사해요! 저는 늘 자꾸 했던 말 반복하는 것 같아
고치고 고쳤어요.ㅋㅋㅋ이쁘게 봐주신다고 접수할래요.😆

mini74 2021-03-30 18: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푸로메테우스와 연결되다니!! 미미님 비유 짱입니다 너무 좋아요.

미미 2021-03-30 18:47   좋아요 2 | URL
완벽하진 않지만 결론을 읽고 떠올라서 에잇하고ㅋㅋㅋㅋ(부끄러움은 제몫ㅋㅋㅋ)

bookholic 2021-03-30 2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들 극찬을 하시니 궁금해 죽겠습니다~~^^

미미 2021-03-30 20:39   좋아요 2 | URL
아ㅋㅋㅋ알아두셔야 할점은 분명 이 소설은 ‘흥미진진‘하거나 ‘재미‘있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요. 잔잔한데 책을 덮고나면 생각하고 고민할 것들이 많아진다는게 이 작품의 특징이라 생각해요.😄

scott 2021-04-09 15: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프로테우스가 미미님에게
이달의 당선작을 선물 줌~
추카~*추카~*

미미 2021-04-09 15:48   좋아요 2 | URL
아이쿠! 이번달은 더더욱 못받겠지 했는데요. 럴쑤럴쑤! 스콧님 기쁜소식 날라다주는 휘파람새 같으세요~♡ 고맙습니다!♡✿˘◡˘✿♡

새파랑 2021-04-09 16: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미미님 축하드립니다^^ 역시 북플의 리뷰 최강자~!!

미미 2021-04-09 16:23   좋아요 2 | URL
아닙니다. 잘 쓰시는 분들이 너무 많고 새파랑님도 무서운 속도로 읽고 쓰셔서 이번달은 못탈것이라 예상했어요.
역시 제맘대로 응원으로 번역하여 접수하겠습니다.ㅋㅋ응원 감사해요!🙋‍♀️

scott 2021-04-09 16: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미미님은 알라딘의 보석같은 엠뒤(MD)이쉼 ^@@^

미미 2021-04-09 16:23   좋아요 3 | URL
아 스콧님 스콧님이 알라딘의 다이아몬드 저의 다이아몬드!ㅋㅋ🙆‍♀️

초딩 2021-04-09 17:17   좋아요 3 | URL
알라딘엔 금은보화가 가득하네요~~

미미 2021-04-09 17:39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초딩님도 알라딘에 없어선 안될 보석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