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현상의 순전히 주관적인 성격을이해하며, 또 세상에서 이름이 동일한 자와 구별되는 추가적인 인간을 만들어 내는 창조 유형과, 이 추가적인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 대부분이 바로 우리 자신에게서 나온 것임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마도 극소수인 듯하다. - P81
인과관계란 가능한 거의모든 결과를 만들어 내며, 따라서 우리가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도 만들어 낸다. 이 작업은 우리 욕망이나 —— 빨리 진행하려고 하면 도리어 방해가 되는 - 삶 자체로 인해 더욱느리게 진행되어 우리 욕망이나 삶이 멈추었을 때 비로소 실현된다. - P86
우리 누구나 자신의 말이나 동작이 어느 정도까지 타인에게 보이는지를 정확히 계산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중요성을 지나치게 과장할까 봐 두려워서, 또 타인에 의해 형성된 추억이 그들이 사는 동안 차지하게 될 부분을 지나치게 큰 비율로 확대하면서, 우리는 우리 말이나 태도의 부차적인 부분들이 거의 상대방의 의식 속으로 뚫고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상상하는데, 하물며 우리가 함께 대화를나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으리라고는 더더욱 상상하지 못한다.
죄를 지은 범인이 자신이 했던 말을 나중에 정정할 때, 그 정정한 말을 다른 어떤 증언과도 대조할 수 없다고여긴다면 바로 이런 가정에 근거한다. - P96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의 저 탐색하고 불안해하며 요구가 많은 태도, 다음 날 만남에 대한 희망을 줄지혹은 빼앗아 갈지 모르는 말에 대한 기다림, 그 말이 말해질때까지 동시에 또는 번갈아 나타나는 기쁨과 절망의 상상, 이모든 것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우리 주의를 지나치게 동요하게 만들어 그 사람에 대한 어떤 선명한 이미지도 포착할 수없게 한다. 어쩌면 또한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이 모든 감각 활동들이 우리 시선만으로 감각 너머에 존재하는 걸 알려고 애쓰면서 수많은 형태나 온갖 맛, 그 살아 있는 사람의 움직임에는 너무도 무관심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랑하지 않을 때라야 우리는 그 사람의 움직임을 고정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움직인다. 따라서 우리에겐 언제나 실패한 사진만이 있다. - P117
그 관용적인 의미와 달리 신경증자란 자기 말을 가장 조금듣는 사람일 것이다. 그들은 마음속에서 아주 많은 소리를 듣지만 그런 소리를 두려워하는 게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나중에는 더 이상 어떤 것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그들의 신경계는 그저 눈이 내릴 듯한 날씨나 또는 다른 아파트로이사 가는 경우에도 마치 큰 병이라도 난 듯 자주 "살려 주세요!"라고 외치기 때문에, 나중에는 이런 경고에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 습관이 몸에 밴다. 마치 죽어 가면서도 격렬한 전투 중이라 위험 신호를 깨닫지 못하고 며칠 더 건강한 사람처럼 생활할 수 있다고 느끼는 병사같이 말이다. - P126
행복, 질베르트를 통한 행복이야말로 내가 줄곧 생각해 왔던, 내 마음을 완전히 차지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회화에 대해 ‘코사 멘탈레(cosa mentale)‘ 라고 했던 것 아닌가.
우리 생각은 글자로 덮인 종이 한 장을 단번에 소화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편지를 다 읽고 나서 나는 이내 편지를 생각했고편지는 내 몽상의 대상이 되었고 또한 ‘코사 멘탈레‘가 되었으며, 그래서 오 분마다 다시 읽고 어느새 키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편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나는 내 행복을 깨달았다. - P135
스완은 내가 흥미 있을만하다고 생각되는 미술품과 책 들을 보여 주었는데, 나는그 작품들이 루브르 박물관이나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것보다 무한히 아름답다는 걸 미리 확신했지만, 그 작품들을 똑바로 쳐다볼 수는 없었다. 그런 순간에 스완의 집사가 내 시계나 넥타이핀, 장화를 달라고 하거나, 자기를 내 유산 상속인으로 인정하는 증명서에 서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해도 난기쁘게 수락했을 것이다. 속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해 본다면, 나는 "내가 뭘 하는지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 P150
‘테라 인코그니타‘
‘낯선 지대‘를 뜻하는 라틴어 - P165
주석* 나폴레옹 시대 이전에는 프랑스 귀족 간에 서열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전통적으로는 오래된 가문이나 영지 소유 여부가 작위의 호칭보다 더 중요했다. 따라서 파리 백작인 오를레앙 공이 백작이라는 칭호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아들인 공작보다 더 높다. 그러나 이런 복잡한 귀족 작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오데트는 일반 기준인 대공, 공작, 백작, 후작의 순위에 따라 서열을 매기는실수를 범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 대공 또는 왕자라고 옮긴 prince는 본래는왕가의 직계 자손만을 의미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 P167
주석* 프랑스어로 ‘기억(mémoire)‘은 흔히 사물을 환기하는 능력을 가리키며, 추억(souvenir)‘은 이런 능력의 실행으로 나타나는 결과를 가리킨다. 이 두 단어는종종 혼동되어 사용되기도 하며, souvenir가 사물을 회상하는 행위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경우 기억은 보다 중요하거나 광의의 모호한 대상과 관계되며, 추억은 비교적 협의의 구체적인 대상과 관계된다고 설명된다.(『동의어 사전』, 라루스, 1977, 374쪽 참조.) - P184
이를테면 거리감이나 안개 탓에 어렴풋한 부분밖에 들어오지 않는 역사 기념물처럼 내게는 소나타 전체가 거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바로 여기서 시간 속에서 구현되는 다른 작품도 다 마찬가지지만, 이런 작품의 인식과 관계된 우수가 연유한다. 소나타 안에 가장 깊숙이 감추어졌던 부분이 내게 드러나면서 내가 처음 알아보고 좋아했던 것이 습관에 의해 내 감성 영역 밖으로 끌려가면서 나로부터 빠져나가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나타가 가져다주는 모든 것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지만, 난 한 번도 소나타를 완전히 소유할 수 없었다. 소나타에는 우리 삶과 닮은 데가 있다. 그러나 우리 삶보다 덜 환멸스러운 이 위대한 걸작은 처음부터 작품이 가진 최상의 것을 주지는 않는다. - P186
예언이 실현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예언자의 초라한지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 삶에 가능성을 불러들이거나 배제하는 일은 반드시 천재의 능력에만 속하지않기 때문이다. 천재이면서도 철도나 비행기의 미래를 믿거나 믿지 않을 수 있으며, 위대한 심리학자이면서도 자기 정부나 친구의 위선을 - 가장 평범한 사람도 그들의 배신을 예측할 수 있는데 - 깨닫지 못할 수 있다. - P189
목소리는 가면 아래서 나오는 것이어서 우리가문체를 통해 발견한 얼굴이라 할지라도 처음 순간에는 알아보지 못하는 법이다. - P219
천재든 그저 재능이 뛰어난 자든 그들을 탄생시키는 것은 남들보다 탁월한 지적 요소나 사회적 세련미가 아니라, 그런 요소를 변형하고 전환하는 능력이다. 전구로 액체를 데우려면 가능한 가장 전력이 센 전구를 사용하려고 할 게 아니라, 그 전구가 빛을 그만 내고 대신 열을 내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늘을날아다니기 위해서는 가장 강력한 엔진이 필요한 게 아니라그 엔진이 지면을 달리던 걸 멈추고 따라가던 방향을 수직 방향으로 돌려 수평적 속력을 모두 상승력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가장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이들은 가장세련된 환경에서 살고 가장 재치 있는 화술과 가장 폭넓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갑자기 그들 자신만을 위해 살기를멈추고 자신의 개성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만들어, 비록 현재의 삶이 사회적으로 또 어떤 점에서는 지적인 면에서조차 초라하다 할지라도 그 삶을 거울에 반영하는 자이다.
천재란 사물을 반영하는 능력에서 나오지 반영된 광경의 내적인 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젊은 베르고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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