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하지만 존재하는!


검색창에 써 놓은 검색어들을 한번씩 일기장에 옮겨 적는다. 날짜도 함께. 이 시기 나는 이런 것들을 궁금해하고 찾았었다고. 미래의 나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모두 거짓말을 한다>에서는 빅데이터보다 더 진심이 드러나는 건 검색어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자판에 두드려 뭔가를 찾는 검색창에 좀더 솔직한 진심이 드러나는 거라고. 혼란은 어쩌면 거기서 발생하는 것인지 모른다. 내 진심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은 삶.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해 가며 나보다는 타인들이 원하는 질서 안에서 의사소통을 하고 살아가는 것. 




많이들 그럴테지만 불안과 설렘의 공존으로 혼란스럽던 미성년의 시기부터 나를, 세상을 잘 알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늘상 터무니없이 아득한 곳에 있는 듯했다. 그럼 나를 알려면 어디서부터 찾아야할지, 과연 그런것들이 의미가 있긴 한지도 의심스러웠다. 놀랍게도 중 2때만 그런것도 아니었다. 존재론적 불신과 까닭없는 공상들의 무한반복. 맥락이 없으면 삶을 좀먹기만 하는 것들. 그것들이 혼재되어 오히려 나를 알아가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공부의 철학>을 읽고 가장 좋았던 점은 저자가 제시한 '개인연대기 써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  나는 스스로에 대해 좀 더 잘 알고싶다는 긴 고민끝에 특정 해에 내가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를 무얼 했었는지 이미 조금씩 기록하고 있었다. 왜 진작에 이 방법을 몰랐을까? 나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산물이다. 내 인생에 겹치는 이슈들은 알게 모르게 내게 영향을 준다. 나는 거기서 어떤 것들을 얻고 잃었을까? 이걸 비교해 보는 정리는 나를 알아가는 데 썩 나쁘지 않은 나침반이 되어준다. 나를 옭아매는 것이 뭔지 알아야 벗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다 그런 시도들의 잠재적 결과였는지, 어쩐지. 책을 찾아 읽으면서 그나마 가닥이 조금 잡혔던것 같다. ㅡ이러기까지 소요된 시간만 봐도 나는 본격적인 자아성찰이 너무 늦은 인간이었다.어쩌면 애초에 찾는 걸 포기하는게 태평하게 살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 혹은 지름길이었을지 모른다.ㅡ 그래서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자꾸만 책을 권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실마리를 찾았으니 너희도 엉뚱한데서 헤매지 말고 이쪽으로 한번 와보라고. 그리고 너에 대해 자꾸 써보라고. 너를 숨막히게 혹은 숨쉬게 하는 것들을 다 적어보라고.




유독 이런저런 혼란을 겪는듯한 친구들에겐 꼭 그랬다.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책 한권에 답이 나올리는 없지만 감동을 주는 책이 누적될수록 길은 어디선가 서서히 열린다. 아니면 적어도 어느방향으로 가야할지는 보인다. "그게 어디야?!" 이럴 때 기분은 갇혀있는 방에 창이 하나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기가 달라진다. 공기가 달라지니 살고 싶어진다. 그래. 자신이 고른 책들은 그만한 이유들이 있다. 고르고 고른,  읽은 책들이 나름 하나의 괘적이 되어 벽을 뚫어 개성적인 창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창 밖에는 원하는 답이 있을지 모른다.ㅡ 사실 이쯤되면 답을 꼭 찾을 필요도 없다.ㅡ 무지개 끝자락처럼 막상 그 자리를 파 봐도 아무엇도 없을 수도 있다. 그럼 어때? 무지개를 본 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보물같은건 못 찾아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런 대단한 걸 찾고자 하는게 아니었으니...






p.89 다른 딸, 그들로부터 멀리, 다른 곳으로 달아난 딸은 바로 나입니다.


아니 에르노는 자신만의 창을 완성했다. 그것도 아주 큼지막하게. 그리고 누구나 들여다 보고 그 길을 지날 수 있게 한다. 동심으로 가 되짚어보는 생각들, 몽상들, 그것들을 담아 편지에 담는다.
디프테리아로 6살에 세상을 떠난 언니. 한 번도 보지 못한. 다른 사람들의 기억속에만 존재했고 지금은 부재하는 사람. 부재하지만 늘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 다녔고 마치 나를 부재하게 만들려는 것 같았던 사람. 내가 벗어날 수 없던 존재를 다시 종이위에 불러와 떠나보내는 의식을 치른다.


p.61 글을 쓰면 쓸수록 마치 꿈을 꾸듯 이끼만 잔뜩 돋은 인적 없는 습지에서 걸음을 내딛는 듯하고, 단어들의 틈새를 헤치고 나아가 불분명한 것들로 가득 찬 공간을 넘어가야 할 것만같아요. 내겐 당신을 위한 언어도, 당신에게 말해야 할 언어도 없으며, 부정적인 방식을 통해 지속적인 비존재 상태로 있는 당신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감정과 정서의 언어 바깥에 있는 당신은 비언어입니다.


우리 마음의 창과 길을 여는 것. 그렇게 글을 쓰는 것. 또 다른 길을 여는 글 쓰기는 누군가에게 잃어버렸던 혹은 잃어버린 줄 알았던 것들을 찾을 수 있는 마법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  


p.90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 편지가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신비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당신에게 닿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여름의 일요일에, 어쩌면 튀렝의 방에서 파베세가 자살했던 그날에, 나 역시 수신자가 아니었던 이야기를 통해 당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소식을 들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다음엔 뭘 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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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7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17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1-09-17 17:4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 세월 사놓고 못읽고 있어요
ㅠ 이젠 이런말 하는 자신이 가볍게 느껴지네요 😢 ^^;;

scott 2021-09-17 17:46   좋아요 7 | URL
에르노의 [세월]은 그녀의 최고의 작품입니다
사 놓으면 언제가 읽게 됩니다. ^ㅅ^

그레이스 2021-09-17 17:47   좋아요 5 | URL
^^
scott님 감사합니다 ~

미미 2021-09-17 18:00   좋아요 5 | URL
그레이스님 저는 사놓지도 않았는걸요! 연휴 시작이라 주문하기 애매해서 급하게 도서관 왔는데 그녀의 책이 다 대출 중이라 하나 겨우 빌렸습니다 헥헥

미미 2021-09-17 18:01   좋아요 4 | URL
scott님/그럼 저는 <세월>을 마지막에 읽을래요~^^*♡

막시무스 2021-09-17 18:2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담엔 부끄러움! 표지가 왠지 강렬합니다!ㅎ

초딩 2021-09-17 18:26   좋아요 5 | URL
저 도 요!!
부끄러움에 한 표요
표지만 보고 이야기합니다 ㅎㅎ

막시무스 2021-09-17 18:28   좋아요 5 | URL
어제 제르미날 30분 정도 보다가 맥주가 떨어져서 중단했는데 거기 나오는 등장인물과 비슷한 이미지네요!ㅎ 눈만 좀 작으면! 제르미날은 리얼 막장이야기!

미미 2021-09-17 18:36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다음엔 <부끄러움>을 빌려와야겠네요! 유튭에서 <제르미날> 짧은 영상을 봤는데 충격적인 장면이 나오더라구요. 이미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조심하세요ㅋ😭

막시무스 2021-09-17 18:42   좋아요 5 | URL
제르미날 볼 때 맥주 필수입니다! 아직 극 초반이지만 그 시절 탄광 노동자의 고된 삶이 그냥 전달됨요!ㅠ

미미 2021-09-17 18:44   좋아요 6 | URL
오 기대됩니다! 저도 책이랑 영화랑 둘다 빨리 보고싶네요!

페넬로페 2021-09-17 19:3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너무나도 깊이있는 자기성찰과 자신 들여다보기 이네요.
언젠가부터 일상에 치여 바쁘고 힘드니 나를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일을 거의 못하고 있는것 같아요.
다만 전엔 후회와 거듭되는 반성이었다면 책을 읽고 난 뒤엔 좀 더 좋고 자존감있는 나의 성찰이 될 것 같아요^^
미미님, 좋은 글, 잘 읽었어요
마치 한가위 보름달만큼 멋져요♡♡

미미 2021-09-17 19:59   좋아요 6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페넬로페님~♡♡♡
아니 에르노의 글이 여러 생각을 끌어내게끔 하네요. 일기장에 쓸까하다가 리뷰 쓸겸 부끄럽지만 뻔뻔하게 올려봄요ㅋ 역시 독서만한 성찰의 기회는 없는 듯 해요. 한가위 즐겁게 보내세요🙋‍♀️

mini74 2021-09-17 20:2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글 쓰시는 것 책 읽는 모습 모두 참 보기좋아요. *^^* 아니 에르노 도장깨기! 응원합니다. 저는 두 권정도 읽은 거 같아요. 세월이 다들 좋다시니 ㅎㅎ 저도 살짝 숟가락 얹고 갑니다 ~~

미미 2021-09-17 20:55   좋아요 4 | URL
고맙습니다! 미니님 두 권이나 읽어보셨군요. 도장깨기 또 제 로망입니다(태권도1단ㅋ)아니 에르노 같이 깨요~♡ㅎㅎㅎ얍👍

persona 2021-09-17 20: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빈 옷장 전자도서관에 빌려두고 있는데 아직도 못 읽고 있어요. 이 작가 리뷰글이
많이 보여서 저도 그냥 대출한 거 같아요. 아직 1도 모르는데요. ㅎㅎㅎ

미미 2021-09-17 20:58   좋아요 5 | URL
페르소나님도 좋아하실것 같아요! 왜 많이들 읽는지 저도 이젠 알것같아요.ㅎㅎ 평범한듯 평범하지 않은 문장과 사유에 한번 빠져보세요. 제목도 어쩜 다 매력적인지~♡

persona 2021-09-17 21:00   좋아요 5 | URL
그러게요 추석때 읽어봐야겠습니다. ㅎㅎㅎ

서니데이 2021-09-17 20:3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오늘부터 추석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명절과 좋은 주말 보내세요.^^

미미 2021-09-17 21:00   좋아요 5 | URL
네! 서니데이님 좋아하는 음식 드시면서 재밌게 명절 보내세요~♡ 약과 때문에 저는 이미 설레는 중입니다ㅎㅎㅎ

새파랑 2021-09-17 21:0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이 엄청난 페이퍼는 무엇인가요? ㅎㅎ 그동안 언제 이렇게 책을 많이 읽으셨는지 몰랐어요 ^^
저도 책을 통해 뭔가 대단한것 보다는 사소한 것을 만나는 기쁨이 더 크다는걸 알게되면서 독서가 더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다음책으로 <단순한 열정> 추천~!! 이유는 제가 읽은 책이어서요 😅

미미님은 역시 독서 기계~!!

scott 2021-09-17 21:14   좋아요 5 | URL
그쵸 ! 동감×2 합니다 ^ㅅ^

미미 2021-09-17 21:14   좋아요 5 | URL
ㅋㅋㅋ읽은 책은 두 권, 나머지는 맛본책1, 읽고 싶은 책들이예요ㅎ<단순한 열정 >기대됩니다~♡ 읽을수록 욕심나는 책들이 늘어나서 스스로 알아가는데도 도움이 되네요.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

stella.K 2021-09-18 11: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친구에게 책을 건네는 미미님의 마음이 참 따뜻하고 순수하게 느껴집니다.
책으로 나누는 따뜻한 우리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겠슴니까?ㅋ

추석 잘 보내십시오.^^

미미 2021-09-18 12:04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나눈다면 더 좋아지고 달라지리라 믿어요!ㅎㅎ

스텔라님도 한가위 잘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09-18 14: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아까 읽었는데 댓글은 이제 쓰네요. 미미 님, 글 참 잘 쓰신다, 하고 읽었어요. ^^

미미 2021-09-18 14:35   좋아요 4 | URL
감사해요 페크님~♡ 부족한데 좋게 봐주시니 더 부끄럽네요.🤗워낙 잘쓰시는 분들이 많은 곳이라 읽는건 좋은데 제 글올릴땐 늘 망설여져요.;;

페크pek0501 2021-09-18 16:40   좋아요 3 | URL
누군가가 그랬어요. (대충 이런 뜻이에요.) 겁내지 말고 제한하지 말고 확 저지르듯 글을 써야 그중 좋은 글을 쓰게 된다고요.
이 말을 지지해요. 저도 겁이 많아 확 저지르질 못해요. 그래서 글의 발전이 없나 보다 생각하며 앞으로는 확 저지르듯 글을 쓰려 합니다. 역쉬나~~ 잘 안 되겠지만, 마음만은 그래요.
미미 님도 확 저지르고 보세용~~~ (재밌는 연구 중 하나가 있어요. 논문 수가 많은 사람이 결국 그중 하나의 논문으로 큰 상을 타게 된다는...ㅋ)

미미 2021-09-18 16:55   좋아요 3 | URL
오오 멋진데요?!!👍👍 하긴 겁내고 쓰지 않으면 더 늘수도 없겠네요. 페크님 말씀 대로 더 잘 표현하려면 자꾸 써보는 방법밖에 없는 듯 합니다 페크님도 많이많이 써주세요! 일기도 더 열심히 써야겠어요ㅎㅎ😍

독서괭 2021-09-18 21: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아니에르노 도장 깨기 응원합니다~~ 전 <단순한 열정> 으로 처음 만나보려고 사놓기만 했습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미미 2021-09-18 22:07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저도 그 책 있어요~♡ㅎㅎ
천천히 함께 깨요 괭님!
기분좋은 연휴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2-05-06 2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의 사건을 최근에 읽고 영화 레벤느망도 보고 사이더하우스를 펼치다 우연인 듯 아닌 듯 이 페이퍼를 이제야 보게 되네요 미미 님. 완전 뒷북 ㅎㅎ 전 사진의 용도를 특히 좋아해요. 멋지다고만 말하기엔 성이 차지 않는 에르노 때문에 요즘 부쩍 생각이 많아집니다. 고해성사라도 해야할 지경일까요. 앗 그리고 글을 써야하는 이유라면 우린 수십 가지일지도요.

미미 2022-05-06 19:50   좋아요 2 | URL
고해성사는 제가 해야겠네요.<사건>빌려놓고 못읽은 채 반납했었어요. <레벤느망> 엇그제 영화소개에서 보고 왠지 끌리더니 아니 에르노의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든거군요?!! 빨리 봐야겠네요. 저도 하나 둘씩 요즘 그녀의 책을 사모으고 있어요~^^♡
저 역시 한뒷북 합니다ㅎㅎ

프레이야 2022-05-06 20:16   좋아요 3 | URL
상당히 충격적이라 심장 잘 동여매고 보세요. 낙태경험이 있다면 더욱 그렇고 생각이 많아져요. 연대가 정말 필요한 사안입니다.
고즈넉한 봄날 저녁이에요~~

미미 2022-05-06 20:29   좋아요 2 | URL
프레이야님 댓글보고 바로 책부터 주문했어요. 둘다 보려고요^^* 포근한 밤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5-06 2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느 순간 촤라락 연결되는 경험을 하실 거란 예상! 해봅니다^^

미미 2022-05-06 20:30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말씀 만으로도 설렙니다^ㅇ^♡
 


"진실은 때로 진실임직하지 않다"-니콜라 부알로,<시법>-역자해설 중


※주의:공감능력이 큰 분들,심약한 분들에게는 비추!

잔인한 장면 없이 잔인한 작품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해부하고 그의 몰락을 이렇듯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 1권에 이어 주인공 제르베즈의 삶을 계속 따라간다. 구두쇠에다 인정머리 없고 사악한 시누이네 로리외 부부의 악행은 변함없이 제르베즈를 시기하고 조롱한다. 그녀의 주위를 멤돌던 전남편 랑티에는 현남편 쿠포와 어느새 죽이 맞아 친구가 되고 결국 기막히게도 세남녀가 한살림을 차리기에 이른다. 전남편 랑티에는 이들 부부곁에서 마치 기생충처럼 제르베즈의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가며 모조리 먹어치운다. 영화 기생충은 여기에 비하면 순한맛이다. 그녀는 서서히 망가져가며 결국엔 순수한 버팀목이자 사랑이었던 구제마저 등을 돌리게 만든다. 제르베즈는 자신이 두려워하던 죽음을 향해 그렇게 곧장 내달린다.


그가 바느질 도구상과 지물포, 모자 가게 여주인을 차례로 섭렵한다고 해도 그다지 놀랄 게 없었다. 그는 그 모두를 집어삼키고도 남을 만큼 아가리가 큰 남자였기 때문이다. p.228


제르베즈가 살고 있는 구트도르가의 몇몇 가정들과 서민 아파트 주민들의 비참한 생활이 각자의 칙칙한 색깔을 내며 나락으로 떨어지는 제르베즈를 더욱 선명하게 빛낸다. 이른바 유전적 기질이라는 것이 시한폭탄처럼 잠재해 있다가 순간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안전장치가 서서히 빠진 한 가정을 비극으로 치닫게 한다. 에밀 졸라의 자연주의란 이런 것인가. 제목의 '목로주점'이란 곳은 등장하지 않지만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벗어나 들르는 주점들은 고된 노동에 지친 그들의 목을 축여주는 동시에 그들을 쉬이 타락하게 하고 그 가족들까지 파멸로 끌어가고 만다. 타지로 보낸 두 아들의 빈 자리를 채웠던 딸 나나도 영성체를 치른 뒤 공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게 되지만 얼마 안가 부모가 휩쓸린 파멸의 회오리에 몸을 맡긴다.


무엇보다 슬픈 것은, 애정이며 여타의 감정이 카나리아처럼 새장 밖으로 날아가버렸다는 사실이었다. 그들만의 작은 세계에 남아 있던 부모와 자식 간의 따사로운 정마저 자취를 감추면서 각자자신만의 구석에서 웅크린 채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 바짝 날이 선 쿠포와 제르베스, 나나 세 사람은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증오가 가득한 눈빛으로 서로를 삼켜버릴 듯 악다구니를 했다. p.155

<목로주점>은 1876년 4월 13일 신문에 연재되면서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의 인기를 뛰어넘는다. 작가 에밀졸라는 <목로주점>의 인기로 궁핍함에서 벗어나 명성과 부를 얻지만 동시에 부르주아나 하층민 모두의 원성을 사고 만다. 작품 서문에서도 그런 대중을 향한 졸라의 결의를 느낄 수 있다. 


내가 그리고자 했던 것은 악취를 풍기는 우리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한 노동자 가족이 돌이킬 수 없이 전락해가는 과정이다. 알코올중독과 나태함은 가족의 해체와 온갖 추잡함, 바르고 정직한 감정들의 점진적 상실을 야기하며, 종국에는 수치와 죽음을 안겨주고만다. 이것이 바로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작금의 도덕론이다.(중략) 나는 나 자신에 관한 어떤 소문도 반박할 마음이 없다. 다만 시간의 힘과 대중의 양식을 믿으며 부단히 작업해나갈 뿐이다. 차곡차곡 쌓인 근거 없는 헛소문의 무게를 떨쳐내고 마침내 나 자신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을 때까지.p.9-파리에서 에밀졸라


왜 이런 논란을 일으켰는지 작품을 다 읽고나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여주인공 제르베즈의 비극은 너무나 사실적이고 입체적이어서 읽으면서 그녀의 고통이 서서히 전이되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이기 보다는 다큐에 가까운 생생한 목소리라 더욱 여운이 길다. 따뜻한 음식과 노동후 쉴 곳,편히 죽을 자리를 꿈꾸었던 부지런하고 소박했던 아낙의 꿈과 비극을 에밀졸라는 거침없이 낱낱이 해부해 독자앞에 펼쳐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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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5 21: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중3 겨울 방학 때부터 나나-목로 주점- 제르미날(고 1때 완독) 이후 영화 보고 난후 몇달 몇일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미미 2021-09-15 21:16   좋아요 4 | URL
아... 이 작품을 중학교때부터 알고,읽기 시작하시다니 놀랍습니다.👍👍 저 몇시간 전에 읽었는데 충격받고 얼마간 멘붕왔다가 이제 겨우 리뷰썼어요ㅠㅇㅠ 나머지도 다 읽어볼래요! 기분이 묘합니다. 다 표현이 안됨요~♡

scott 2021-09-15 21:23   좋아요 2 | URL
미미님,제르미날 영화 추천 합니다!!
이볻 더 사실적일 수가 없음요 ㅠ.ㅠ

미미 2021-09-15 21:28   좋아요 1 | URL
오 <제르미날>영화 있군요!! 영화도 보고 소설 읽음 되겠어요. 걱정스러운 동시에 기대가 되는 이 상반된 기분뭘까요ㅎㅎ

mini74 2021-09-15 21: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리뷰 읽으니 더 슬퍼지내요. 정말 큰 걸 바라지 않는데 말이지요 ㅠㅠ

미미 2021-09-15 21:18   좋아요 3 | URL
읽고나서 눈물도 좀 났는데 온몸이 쑤시더라구요. 에밀 졸라 진짜 대단한거 같아요! 작가의 메시지를 온몸으로 받은 기분이예요ㅠㅇㅠ

독서괭 2021-09-15 21: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목로주점 완독하셨군요. 너무나 사실적인 비극이라 더 읽기 힘든 작품인가 봅니다. 궁금하긴 한데 마음이 힘들 때 읽으면 안 되겠네요 ㅠ

미미 2021-09-15 21:20   좋아요 4 | URL
절대 힘들때 읽지마시고 컨디션 완벽할때 보셔요. 역자해설도 잘 쓰여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뭉클하고 헛헛하고 오만가지 생각이 밀려오네요😭

scott 2021-09-15 21:24   좋아요 2 | URL
문동에서 출간되는 에밀 졸라 작품 해설 쵝오 입니다
역사적인 사실 등등 언급 된것까지!

미미 2021-09-15 21:29   좋아요 2 | URL
아~ 해설을 감탄사 연발하며 읽었어요! 몇번 재독해볼만한 해설👍

Falstaff 2021-09-16 10:28   좋아요 1 | URL
제가 박명숙 번역을 권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학계에서는 모르겠고 번역하는 사람들한테도 전문 분야가 있습죠. 제임스 조이스는 김종건, 그리스 고전은 천병희 뭐 이렇게요. 박명숙은 졸라의 소설부터 드레퓌스 사건을 다룬 <전진하는 질실>에 이르기까지 가히 에밀 졸라 전문가라고 할 정도인데 어째 그이한테 번역을 맡기는 출판사가 없어진 거 같아요.
사람이 좀(졸라?) 까칠해서 그렇지 졸라 번역 하나는 죽입지요. 요즘 자꾸 졸라를 다른 역자가 번역해 나오는데, 지금도 졸라를 읽고 있습니다만, 아주 불만이예요.
<제르미날>,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강추입니다!

미미 2021-09-16 09:48   좋아요 0 | URL
어쩐지 끌려서<제르미날>부터 사두었습니다. 번역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읽혀 빠져들기에도 아주 좋았고요.👍

새파랑 2021-09-15 2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뭔가 막장? 느낌이 나면서 비극적인 이야기인거 같아요. 잔인한 작품이라니 🙄 미미님 역시 금방 읽으시네요. 독서기계 인증~!!

scott 2021-09-15 21:33   좋아요 2 | URL
인증×2 동감합니다 .🖐

미미 2021-09-15 21:37   좋아요 2 | URL
오늘 다 못읽을 줄 알았는데 몰락해가는 과정이 몰입도가 컸어요ㅠ 멘탈 주의하시며 읽으셔야 합니다!ㅎㅎ😆

미미 2021-09-15 21:37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페넬로페 2021-09-15 21: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감능력 크고 심약한 1인이지만 에밀 졸라의 책을 딱 한 권 읽어 본 독자로서 자연주의 소설의 거장답게 얼마나 낱낱이 해부하며 썼는지 예상할 수 있겠어요^^
근데 막상 읽으면 충격받고 너무 가슴아프고 슬플것 같아요 ㅠㅠ

미미 2021-09-15 21:53   좋아요 4 | URL
저는 이번이 처음이라 충격이 너무 컸어요. 다읽고 다른거 하면서도 계속 생각나고요ㅠㅠ
열도 났었는데 그래도 다른 작품 다 읽어야지싶어요. 청소년들에게 권하긴 쉽지않을것 같아요😭

라로 2021-09-15 2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내용은 다 잊혀졌지만, 여전히 몰입해서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에밀 졸라, 그래서 대단한 작가라고 늘 생각해 왔는데 반가운 글이에요.

미미 2021-09-15 22:16   좋아요 2 | URL
라로님도 읽어보셨군요~♡ 저도 이제라도 이분의 작품을 읽고 알게되어 넘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위대한 작가!

Falstaff 2021-09-16 0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럼 졸라의 핵심으로 곧바로 쳐들어가셨다는 거, 인정? ㅋㅋㅋㅋ

미미 2021-09-16 08:2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폴스타프님 덕분에 무사히 직진완료요!!👍👍

막시무스 2021-09-16 1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에밀졸라가 인상파 화가들을 옹호하고, 드리퓌스 사건도 파헤치는 등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다는 정도만 알았는데 페이퍼를 보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이 많았던 작가였구나 싶네요!ㅎ 레미제라블도 만만하지 않은데 목로주점은 얼마나 대단하길래 저런 극찬을 받았는지 궁금해 집니다. 읽을 책들이 늘어만 가지만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요!ㅎ 오늘도 즐독하시구요!

미미 2021-09-16 10:39   좋아요 3 | URL
그정도면 충분히 알고 계시네요! 이 소설은 막시무스님. 에너지 충만하실때 읽으셔야해요.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거든요. 좋은 고전들이 많아서 저도 항상 기대속에 살 수 있어 즐거워요.ㅎㅎ 막시무스님 유쾌한 하루 되세요🙋‍♀️

막시무스 2021-09-16 10:58   좋아요 3 | URL
알겠습니다! 이 책은 커피보다 파워에이드나 레드 불같은 부스터 음료를 곁어 두고 읽어야 겠군요!ㅎ 저녁에 교보문고쪽으로 산책갈 생각인데, 잘 참고 버텨야 할텐데, 댓글에 더 강하게 영업당하는 묘한 기분은 뭘까요!ㅠ

미미 2021-09-16 11:0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레드 불! 제가 그 생각을 못했네요ㅋ필수입니다👍

페크pek0501 2021-09-16 1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유명한 작품을 저는 못 읽었다는...
아마 이 작품에 관한 글은 어느 책에서 읽었을 듯해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서요.

미미 2021-09-16 12:27   좋아요 1 | URL
저는 유명한줄도 몰랐답니다ㅋㅋㅋㅋ 작가 이름만 알았을 뿐이예요. 어떤 면에서는 과학자로 느껴집니다🤔

초딩 2021-09-16 1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일단 신용하는 미미님
바로 추가했어요 ㅎㅎ

미미 2021-09-16 12:30   좋아요 2 | URL
초딩님이 그리 말씀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ㅋㅋㅋ 😍

초딩 2021-09-18 1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앙 미미님
주간 북플/서재 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미미 2021-09-18 12:53   좋아요 2 | URL
으앙 초딩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ㅋㅋ 설정 뭔가 잘못 눌렀는지 또 안옵니다. 😭

thkang1001 2021-09-18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주간 북플/서재 뉴스레터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미미 2021-09-18 19:27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해요~♡ ㅋㅋ한가위 즐겁게 보내세요!🤗
 


작품을 읽기 전에 작가에 관한 설명을 먼저 읽었는데 여기부터 압도당했다.뭐 이 짧은 설명으로 한 인간을 다 보여줄 수는 없어도 독자들에게 어느정도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곁눈질은 될테니까. 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는 에밀 졸라는 훗날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서 재수까지 도전하고도 낙마한다. 그리곤 출판사에 취업했는데 자전소설을 발표한 다음해에 책이 좀 팔렸는지,스스로 가능성을 본 것인지 일을 그만두고 전업작가의 길을 간다. 보통 어지간한 확신이 없으면 직장은 유지하면서 작품쓰기를 할 텐데 결단력이 엿보인다. 게다가 그는 범상치 않은 계획을 구상한다. '루공마카르 총서'라는 대작을 기획해 무려 23년간 총 스무 권의 연작소설을 쓴 것이다. 


이 총서가 어떤 방식인가하면 프랑스 사회를 총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아이디어로 루공 집안과 마카르 집안의 후손들이 주축이다. 예를들면 이<목로주점>에서 주인공인 제르베즈의 아들 클로드와 딸 나나가 각자 열네번째와 아홉번째 소설에 등장한다. 자세한 건 나머지 작품들을 다 읽어봐야만 알겠지만 일단 느낌상으로는 각계각층의 사회 인물들의 삶을 그려나감으로써 연작소설 전체가 특징적인 제2제정기 프랑스 인물들을 고루 보여주는 게 아닐까싶다. 이런 큰 기획을 목표로 세울만큼 포부가 컸던 에밀졸라는 대통령에게 <나는 고발한다>라는 공개서한을 보냈는데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도 여러번 등장하는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메시지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프랑스사회에 정치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명성을 떨쳤다. (이로인해 영국으로 망명했다가 훗날 상황이 반전되어 귀국한다.) 


아무튼<목로주점>은 루공마카르 총서 중 하나로 서민층 여성인 제르베즈의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생을 담고 있다.이른 나이에 가정을 꾸리게 된 그녀는 파리에 정착하려 하지만 남편의 외도로 가진것도 없이 홀로 두 아이를 떠맡게 된다. 다행히 부지런하고 의지가 강한 제르베즈는 오래 걸리지 않아 적응하게 되고 어떤 남자도 자신의 인생에 들이지 않기로 하지만 건강하고 부지런한 쿠포의 계속되는 구애로 재혼을 하게 된다. 그들은 너무나 가난하고 궁핍했지만 서로 사랑하고 근면했다.각각 오랜 시간 일을 해야 했지만 돈을 모을 수 있었고 미래는 밝아보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쿠포가 다치게 되면서 그는 전과 달리 술에 빠지고 나태해진다. 하지만 제르베즈에게는 순애보적 사랑으로 말없이 지켜봐주는 대장간의 구제라는 남자가 또 있다.


그들의 사랑은 봄이 다 지날 때까지 대장간을 폭풍우 같은 요란함으로 흔들어놓았다. 그것은 시커먼 검댕이 묻은 골조가 삐걱거리는 작업장의 들썩거림과 벌겋게 타오르는 불꽃 가운데, 거인의 노고 속에서 꽃핀 순수한 사랑이었다.p.306


제르베즈를 중심으로 쿠포와 쿠포의 누이들,주변 인물들의 살아가는 모습등 서로 아웅다웅하는 서민층의 삶이 디테일하게 서술된다. 마치 한 편의 인간극장을 보는 느낌이랄까 이들 하층민들에게도 예술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루브르 박물관에 방문한 그들은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독특한 구경거리가 된다. 먹고 사는 기본에 충실하다 보니 긴 식사시간에 관한 묘사는 프루스트의 그것과 달리 우아하지도 격식에 교양이 넘치지도 않는다. 그들은 그보다는 개걸스럽고 요란스러움에 가깝다. 그러나 당시 프랑스 사회에 분명히 존재했던 비주류의 삶, 하루하루의 생존에 전전긍긍하지만 그들만의 인간미 넘치는 풍경이고 교류이며 만족스러운 인생인것이다.


아, 이 경을 칠 돼지 같은 놈!

아, 이 경을 칠 돼지 같은 놈!

이제 구트도르 가 전체가 합류해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이 경을 칠 돼지 같은 놈!>을 합창했다. 노래를 아는 시계 수리공과 식료품전의 청년들, 내장 가게 여주인 그리고 과일 가게 여주인은 목청 높여 후렴을 불러젖히면서 장난삼아 서로 따귀를 때리기도 했다. 거리 전체가 술에 취한 듯 보였다. 쿠포네 가게에서 풍겨 나오는 잔치 음식의 냄새만으로도 지나가던 사람들을 비틀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p.369




*국내 번역된 루공마카르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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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13 00:0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1등~! 엄청 빠른 독서네요 역시 독서기계😆 스무권의 연작 소설이라니..미미님은 다 읽으실거 같아요. 저도 곧 이 책 따라 읽고 싶어요 😅

미미 2021-09-13 00:03   좋아요 5 | URL
에궁 3일 걸렸어요ㅋㅋ새파랑님은 하루나 이틀이면 뚝딱하실거예요😆👍

다락방 2021-09-13 00: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 진짜 짱이죠!!!!!

미미 2021-09-13 00:07   좋아요 5 | URL
손에서 놓기 힘들어요! 집중해 읽었더니 눈이 아퐈요 지금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9-13 00:2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자연주의로 분류되는 소설이라고 불어쌤이 강조하던 작품... 고등학교때 초반 읽어보려고 하다가 당시 번역이 별로였었는지 손을 놨었어요 ㅎㅎ
읽고 싶네요.
내용은 알고 있고 배경도 알고 있어서, 읽은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작품 중 하나예요

미미 2021-09-13 00:26   좋아요 8 | URL
저는 독어반이어서 불어반 사람들 너무 부러웠어요! 이 책은 번역이 아주 깔끔합니다. 제가 인간다큐를 본건지 소설을 읽은 건지 헷갈려요ㅋㅋㅋㅋ

초딩 2021-09-13 00: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경을 칠이 순간 경찰로 보였습니다 ㅎㅎㅎ
:-) 서평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미미 2021-09-13 00:36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그럴만 하네요! 초딩님 굿밤되세요😉

페넬로페 2021-09-13 00: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루공마카르‘의 의미가 이런 뜻이었군요^^
에밀 졸라의 예리하고도 사실적인 묘사가 프랑스 사회를 어떻게 보여줄지 넘 기대가 되는 책이예요~~
일본소설 읽고나서 프랑스로 건너 가볼까 생각중이예요^^
이 연작은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건가요?

미미 2021-09-13 00:49   좋아요 5 | URL
번역이 안된 것도 있고요. 일부인 이 책에도 별도의 순서,표시가 없는걸 보면 특별히 그러지 않아도 되는 듯해요. 예리하고도 사실적인 묘사 정확합니다! 슈룩 훑듯이 읽어야 할만큼 완전 세세해요ㅋㅋㅋ🤭

scott 2021-09-13 00:56   좋아요 8 | URL
페넬로페님 루공마카르 연작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루공 가의 운명 (La Fortune des Rougon)
2. 쟁탈전 (La Curée) ★
3. 파리의 배 (Le Ventre de Paris)
4. 플라상의 정복 (La Conquête de Plassans)
5. 무레 신부의 과오 (La Faute de l‘abbé Mouret)
6. 외젠 루공 각하 (Son Excellence Eugène Rougon)
7. 목로주점 (L‘Assommoir) ★
8. 사랑의 한 페이지 (Une Page d‘amour) ★*
9. 나나 (Nana) ★
10. 살림 (Pot-Bouille) ★*
11.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Au Bonheur des Dames) ★
12. 삶의 기쁨 (La Joie de vivre)
13. 제르미날 (Germinal) ★
14. 작품 (L‘Œuvre) ★
15. 대지 (La Terre)
16. 꿈 (Le Rêve) ★
17. 인간 짐승 (La Bête humaine) ★
18. 돈 (L‘Argent) ★
19. 패주 (La Débâcle) ★
20. 파스칼 박사 (Le Docteur Pascal)

여기서 별표 붙인건 프랑스 중등 교육과정 필독서 라고 합니다.
순서대로 읽지 않으셔도 감동의 깊이에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예를 들면 제르미날 주인공과 나나으 주인공들 서로 남매 사이이지만 작품을 읽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럼, 전
   ∧_∧
  (_ _ )
   ヽ ノ)
      」」

미미 2021-09-13 01:00   좋아요 6 | URL
오!!스콧님 감사해요👍♡.♡👍

페넬로페 2021-09-13 01:02   좋아요 6 | URL
scott님, 넘 감사해요♡♡♡

새파랑 2021-09-13 06:54   좋아요 6 | URL
엄청나네요 역시 스콧님~!!

붕붕툐툐 2021-09-13 08:22   좋아요 4 | URL
스콧님, 대박~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9-13 10:22   좋아요 4 | URL
👍👍👍

mini74 2021-09-13 19:08   좋아요 3 | URL
스콧님 👍

coolcat329 2021-09-13 07: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구마구 읽고 싶어지는 리뷰네요. 지금 읽을 책들 끝내면 출발해보려구요~

미미 2021-09-13 08:45   좋아요 4 | URL
자연주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데 흥미로운 방식인듯 해요~ 글을 읽었는데 영상을 본 뒤의 기분입니다ㅎㅎ😳

붕붕툐툐 2021-09-13 08: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왕~ 미미님~ 에밀 졸라 대작의 꿈을 꾸게 해주히는 페이퍼 잘 읽었어용! 새로운 바람 일으키시는 미미님!🙆

미미 2021-09-13 08:48   좋아요 5 | URL
으앗!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너무 기분좋네요~♡ 스콧님도 참~ㅎㅎ🙆‍♀️

Falstaff 2021-09-14 15: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르베즈 아줌마 슬하에 차례로 아들 셋, 딸 하나가 있는데요,
첫째 클로드(화가)는 <작품>, 둘째 자크(화부)가 <인간짐승>, 셋째 에티엔(사회주의 운동가)이 <제르미날>, 넷째 안나(고급 매춘부)가 <나나>의 주인공을 등장합니다.
네 작품 다 재미있습지요. <나나>는 좀 처지는 감이 있고요. 그래 <목로주점>을 제가 졸라의 핵심이라고 얘기했더랬습지요. ㅋㅋㅋㅋ

미미 2021-09-13 09:31   좋아요 5 | URL
아! 둘째가 어딘가 존재하는군요!! 일단 4작품 위주로 대작을 읽어나가야 겠네요. 폴스타프님 덕분에 자연주의 대표작품에 입문했습니다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13 09:57   좋아요 4 | URL
그럼...... 책 값은 안 물어드려도 괜찮겠지요? ^^;;;

미미 2021-09-13 10:19   좋아요 5 | URL
네ㅋㅋㅋㅋㅋ하지만 너무 집중하느라 눈이 아파서 안과치료비는 입금해주셔야합니다😆

독서괭 2021-09-13 11: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루공마카르 들어는 봤는데 뭔지 이제야 알았네요! 이렇게나 긴 연작이었군요. 저도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미미 2021-09-13 11:30   좋아요 5 | URL
네!ㅋㅋㅋ각각의 작품이 다른 인물들,계층들을 보여주면서도 연결고리도 있다는게 더 흥미롭네요. 다 읽으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합니다~♡

mini74 2021-09-13 19: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ㅎㅎ 근데 미미님 글 읽으니 다시 읽고 싶어져요. 목로주점 읽고 나나를 읽었돈 기억이 납니다. 나나의 그림을 마네가 그려줬어요. 목로주점 로트레크의 세탁부 그림도 어울려요 ~

미미 2021-09-13 19:5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네 저 미니님 쓰신글 어제 읽었어요~♡ 나나 빨리 읽고 싶어요. 마네와 졸라의 관계도 자세히 알고 싶고요😊
 

전쟁이란 크게 두 가지에서 온다. 먹고사는 것과 믿고 사는 것. 다시 말해 경제와 종교이다. 결국 인간은 가장 눈에 보이는 문제와 가장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로 싸우는 셈이다.-손석희


오바마 대통령이 내한 했을 때 그가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었는데 아무도 질문을 던지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이어지다가 보다못한 중국인 기자가 대신 능숙하게 질문했던 망신스러운 사건이 있었다.(그렇다 이건 사건이다.) 설마 영어가 안되어 벙어리가 된 것은 아닐테고(요즘은 기자들도 스팩이 중요하다고 하니)아마도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적 특성과 미국과의 관계라던지 국제적인 안목에서 바닥을 드러낸 것이 아니었겠나 싶다. 오바마에게 국내정치를 질문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혹은 받아적는 것이 기자의 본분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무튼 공허한 스팩은 이래서 무섭다. 


수습을 거치고 나면 '저 사람이 나보다 선배인데, 이렇게 묻고 따지는 건 실례 아닌가? 라고 생각하게 돼요. 상명하복 시스템에 길드느라 나이조차 거슬러요. 몇살 연상의 후배가 있었는데 제가 존댓말을 썼어요. 지시를 할 때도요. 그런데 선배들이 혼내더라고요. 왜 존댓말을 쓰느냐고요. 그런 식의 강압적인 문화가 가장 심각한 것 같고, 또 하나 문제는 일을 어깨너머로 배워야 한다는 점이에요. 어깨너머로 배우다보니까 이게 맞는 건지 기준점이 없어요. p.215 <권력과 언론> 


카네기 인간관계론에는 좋은 관계를 위해서 종교문제나 민감한 사회적 이슈는 피하는 것이 낫다는 대목이 나온다. 좋은 관계라는 것이 과연 서로에게 오로지 기분 좋은 것만을 주고 받는 것이라면 도대체 사회적 문제에 관해 언제 누구와 대화하고 관심을 끌어모을 것인가. 요즘은 중. 고등학교에서도 토론학습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주입식 교육의 산물인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해도 선생님의 이야기에 조용히 경청하는 게 학생의 도리였다. 어떤 선생님은 아이들이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는다며 한참동안 앞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 벌을 주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질문을 하라고 하면 대부분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튀는 것을 유독 싫어하는 문화는 검은 옷을 즐겨입는 한국인들의 특징을 봐도 알 수 있다. 페인트 가게에는 놀랍게도 모든 색이 비치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 튀지 않는 한정된 색깔들만 찾는 탓에 조금 색다른 색은 선택지에서 아예 사라져 버린 것이다. 


언론이 끈질기게 쿠르드족의 비극을 보도하자, 부시 미국 대통령은 마지못해 쿠르드족을 구하기로 결정했어. 마침내 1992년 4월 16일, 부시 대통령은 특별 성명을 발표하고 인도적인 목적으로 미군을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 거주 지역에 직접 투입해서 이라크군의 접근을 막고 난민촌을 만들어 쿠르드족을 돕겠다고 발표했지.p.150


튀지않는 것. 나서지 않는 것과 토론하지 않는 문화는 민감한 문제에 관한 무관심과도 묘하게 버무려져 오바마 기자회견이라는 참극을 완성한 것은 아닐까. 나도 주입식 교육의 산물이니 내세울 건 없다. 최근까지 중동이나 아랍국가에 대해 무지했으니까. 아랍국가라면 일단 911부터 떠올라 테러리즘을 연상시켰고 이런 막연한 두려움은 아랍인들에 대한 역시 막연한 공포심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정보가 막연해서 더 두려운 것은 아닐까? 등산가들은 낯선 상대를 만나면 서슴없이 인사를 건내기도 한다. 낯섦과 익명은 두려움이니까. 서로간의 서먹함을 없애려 더 위쪽은 오르기가 어찌하다는 둥 정보를 주기도 하고 힘내시라고 응원하기도 하는 것이다. 국제이슈에서도 무관심은 독이되고 관심은 때로 기적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전쟁 체제는 우리의 삶을 파고들어,인간관계에서부터 구조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다수는 이 체제를 기꺼이 지지한다. 그런데 이러한 지지는 근본적 신뢰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면, 두려움에서 비롯한다. 이때 두려움은 가능한 한 특정 엘리트가 통제하는 사회 단위 바깥에서 다가올 때 효과적이다. P.42 <성차별주의는 전쟁을 불러온다>


난민을 두려워하는 난민공포도 같은 맥락이다.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두렵고 무지하기 때문에 더욱 차별하는 것이다. 차도르로 온 몸을 가린 여인의 모습을 보는 우리와 나시에 반바지를 입은 우리를 보는 그들은 서로간의 정보가 없기에 더 낯설다. 그래서 더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얼마나 무지했는지,정보부족이었는지 깨달았고 보이는 것과 달리 그들도 그저 우리처럼 살아가기 위해 매일 투쟁하고 분투하고 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으니까.


국제사회가 진작에 러시아와 체첸 전쟁을 중재했다면 시리아 내전에 체첸 전사들이 괴물처럼 등장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은 분노와 원망으로 망가졌고 세계는 그들을 내버려 둔 거지. 이렇게 한 지역의 분쟁은 전염병처럼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간단다.그래서 지구 어느 편이든 전쟁이 나면 다른 나라들도 관심을 가져야 해. 언제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모르기 때문이야. p.124


20년 동안 중동과 아프리카 등 분쟁 국가들을 취재하며 이들 나라의 아픔과 비극을 다큐멘터리로, 기사로 실어나른 김영미PD는 이런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실천한 언론인이다.

표지부터 가슴이 저릿한 이 책은 폐허가 되어 앙상하게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계단을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나란히 올라가는 모습으로 그 취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전쟁터가 된 땅에서도 아이들은 무리를 지어 논다. 아이들이니까. 이런 아이들의 손에 총을 쥐어주는 것은 그들이 싸우고 있는 상대들만이 아닌 이웃나라들의 무관심이다. 무거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가독성 높은 글과 정보로 다 읽은 후에는' 테러'를 연상하게 했던 이들 국가들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테러리스트'를 명명하는 것이 누구인지, 그 이면에는 어떤 이해관계가 얽키고 설켜 있는지 이 책을 통해 기본적인 전.후관계를 알 수 있다. 올 해 읽은 논픽션 중 최고! 네 번은 울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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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9-07 15:0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 리뷰 넘 멋있다요. 찌잉~~~가슴을 울렸어요. 암요, 폐허 속에서도 아이들은 놀지요. 그 손에 흙과 장난감을 쥐어줘야죠. 아직도 책더미 아래 묻혀 있는 이 책을 이제는 끄집어내야겠네요. ^^

미미 2021-09-07 15:15   좋아요 6 | URL
전쟁을 대물림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걱정입니다. 틈나는대로 표시한 곳 위주라도 다시 보려구요~♡ 훌륭한 책이예요. 어서 파서 꺼내주셔요😍

독서괭 2021-09-07 15:1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리뷰 감사해요. 이 책 표지 사진을 자세히 안 봤는데 미미님 글 보고 들여다보니 마음이 짠하네요. 저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미미 2021-09-07 15:38   좋아요 6 | URL
부족한 글에 감사해요~♡ 괭님도 분명 좋아하실 거란 생각이 들어요. 훨씬 이곳들이 가깝게 느껴지고 생각할 꺼리도 많이 던져주더라구요😊

새파랑 2021-09-07 16: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3등~!! 네번을 우셨다니 저도 꼭 읽어봐야 겠네요. 이러다 책폭발 할거같지만😅 우리나라가 토론문화에는 익숙하지 않은것 같아요. 그래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렇게 하면서 점점 사회 문제에 관심이 늘어날거라 생각합니다 ^^
미미님 밑줄보니 저도 모르는게 많아서 공부를 해야할거 같아요. 아는게 있어야 토론도 가능하니까 😆

미미 2021-09-07 16:58   좋아요 6 | URL
대학 때 처음 토론이란걸 해보고 얼마나 좋았던지 아직까지 당시 첫 토론 내용이 상당히 기억나요. 네 ~♡ 계속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고 감동도 있으실거예요😉👍

페넬로페 2021-09-07 16: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튀지 않고 나서지 않는 문화가 만연되어 있다고 해도 기자들의 저 행태는 정말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또 기사엔 우리 국민의 문제점을 마구 휘갈겨 쓰지요.
이 책에 대한 전방위적인 주제의 리뷰, 넘, 좋아요. 세계의 분쟁지역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여러가지 생각할 문제들을 주어 이 책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테러인지 방어인지도 생각해 볼 수 있었고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미미 2021-09-07 16:59   좋아요 6 | URL
영영 이 책을 몰랐다면 얼마나 무지한 채로 살았을지 암담합니다. 관련기사들 찾아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정보에 감탄하며 읽었어요~♡♡♡♡♡
이 귀한 책 알게 해주신 페넬로페님 감사해요.🙆‍♀️

mini74 2021-09-07 17:5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조용히 무조건 눈에 띄지 말라고 은연중에 배웠던거 같아요. 그런데 또 우리 부모세대 할머니세대는 그럴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일제강점기 빨갱이라는 무서운 단어. 어느 순간 끌려가는 이들. 독재와 억압속에서 자식을 잃지 않우려는 가르침 ㅠㅠ 에 일제의 망령이 남아 있는 교육현실 ㅠㅠ 미미님이 네 번이나 우셨다니 ㅠㅠ 이 책은 무조건 봐야할 책 ! *^^* 저 어릴땐 울면 엄마가 삶은 달걀 줬던 기억나요. 울면 배 꺼진다고 ㅎㅎㅎ미미님 저녁 맛있게 많이 드세요 *^^

미미 2021-09-07 18:02   좋아요 6 | URL
그러게 말이예요.그리고 모르는게 약이다.와 같은 말들도 만들어 낸 주체의 필요에 따라 합리화 과정에 힘을 실어줬다 보고요 의문을 품지않고 세대로 이어지며 고정관념에 한몫 단단히 했죠. 그만큼 의심을 가지고 배우고 깨우쳐 가는 과정이 늘 중요한것 같아요. 사실 아는 것은힘이니까요~♡🤭✊ 미니님도 저녁맛있게 드시고 즐거운저녁시간 보내세요~🙆‍♀️

붕붕툐툐 2021-09-07 23: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담아놓은 책인데, 미미님 읽고 이렇게 극찬하시니 저도 얼른 읽어야겠다는 생각만-요즘 독서 슬럼프라-생각은 아주 강하게 드네요~ 제가 읽고 눈물 흘리는 포인트가 같았음 좋겠어요. 읽고 같이 대화도 해보고 싶고요~♡♡

미미 2021-09-07 23:55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을 선두로 읽으신 플친님들이 다 좋다하셨으니 툐툐님도 분명 이 책 감동적이실거예요. 제 생각에는 선생님이시라 저보다 몇 번 더 눈물흐르실수도 있고요😉 같이 이 책 얘기할 날 기다릴께요♡♡♡
편안한 밤 되세요🙋‍♀️

2021-10-08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8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1-10-08 16: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당선 축하 1등~!!😆

미미 2021-10-08 16:05   좋아요 4 | URL
감사해요 새파랑님ㅋㅋ😍

mini74 2021-10-08 16: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제가 1등하고 싶었는데 !! ㅎㅎ 축하드려요 미미님 *^^*

미미 2021-10-08 16:27   좋아요 3 | URL
ㅎㅎ감사해요 미니님~😍😆

서니데이 2021-10-08 1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미미 2021-10-08 18:50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서니데이님! 불금 즐겁게 보내세용😍🙋‍♀️

독서괭 2021-10-08 1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역시 멋진 리뷰가 당선됐네요. 축하드립니다~^^

미미 2021-10-08 20:04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ㅎㅎ괭님도 당선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1-10-08 1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

미미 2021-10-08 20:04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그레이스님💕🙋‍♀️

모나리자 2021-10-08 2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미미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미미 2021-10-08 22:58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모나리자님~💝 굿밤되시고 유쾌한 주말되시길요~🙆‍♀️

페넬로페 2021-10-09 0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언제나 좋은 책은 정답인것 같아요.

미미 2021-10-09 08:37   좋아요 1 | URL
옳습니다!!!!ㅎㅎ이 영광은 페넬로페님에게 ~🙆‍♀️💓
 


직업이 되어 오래 마주하면 뭐든 무덤덤해진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도 있다. 더군다나 재난에 관한 일이 직업이라서 재난에 무덤덤해지면 어떻게 될까.


p.12 요나에게 어떤 지명들은 재난과 동의어였다. 뉴올리언스에서는 허리케인의 흔적을 볼 수 있고, 뉴질랜드에서는 도시를 폭삭 무너뜨린 대지진을 훔쳐볼 수 있고, 체르노빌에서는 핵 누출로생긴 유령 마을과 낙진으로 생긴 붉은 숲을, 브라질의 빈민가에서는 경제 재앙의 현실을, 스리랑카나 일본, 푸껫에서는 쓰나미의 위력을, 파키스탄에서는 대홍수를 경험할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재난이 없는 도시는 없었다. 재난은 우울증 같은 거라 어디에든 잠재했다. 


어쩌다보니 다양한 아르바이트와 직업을 경험한 나는 성형외과에서 한동안 일을 했었다. 처음 일하던 병원에서는 시술에 관한 기사도 직접 쓰고 그걸 보고 전화한 사람들에게 전화상담과 내원을 유도하는 것도 주로 내몫이었다. 혼자서 하루에 300통 넘는 전화를 받아내야 할 때도 있었다. 귀에서 피가 난다는 농담에 누구보다 웃음이 터지는건 경험에서 나오는 공감탓이리라.

한번은 어떤 남자가 사각턱수술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전화했다. 이미 수백통의 전화를 받고 퇴근이 임박한 시간이라 지쳐있던 나는 그 사람이 원하는만큼 다정하고 섬세한 답변을 주지 못했던것 같다. 느닷없이(나에겐) 화를 내면서 그 사람은 내게 악담을 퍼붓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 식의 막말을 들으면 마음이 상하기 마련이건만 도리어 정신이 버쩍 든 나는 그 사람에게 미안했다. 종일 힘들었던 탓에 그런 피곤과 짜증이 전달된 것 같다고, 제가 자세히 설명을 다시 해드리겠다고 전화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수도 없었다.


p.15 "애가 아프다고요. 병원에 입원했어요. 이렇게 되면 인지상정으로라도 취소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원하시면 취소는 가능해요." "환불은 안 되고. 그렇죠?" "잘 알고 계시네요." "당신 이름이 뭐야?" "고객님" "이름이 뭐냐고? 당신 말하는 싹퉁머리가 기분 나빠서 못참겠어.이름 말해." "고요나입니다."


재난 지역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회사 '정글'에서 여행지 코스 프로그래밍을 담당하는 고요나. 언젠가부터 회사에서의 입지가 불안하게 느껴지고 자신이 결국 '퇴출'을 의미하는 옐로카드를 받은 상황은 아닐지 의심하게 된다. 상사의 갑작스러운 추행과 희롱에 더욱 그런 의구심은 힘을 얻고 비슷한 일을 겪은 회사동료들이 연대할 것을 제의하지만 자신은 그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엮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되려 판매상품인 한 곳에 휴식차 다녀오라는 제의를 받는다. 그리고 요나는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에 휘말린다. 


구매한 책이 이미 너무 많아 자제하고 있을 때 페넬로페님의 리뷰를 보고 윤고은 작가의 이 책이 읽고 싶어 도서관에서 빌리려했다. 국내에서도 상을 받았다는데 거기 더해 영국의 대거상(중 번역추리소설상)을 수상해 인기가 높아졌는지 예약3순위가 되어 거의 한 달을 기다려 받았다. 재난 지역을 여행한다는 독특한 소재의 이 작품에는 커다란 싱크홀이 있는 마을이 등장하는데 싱크홀은 자연 발생적인 경우와 난개발로 인한 인재의 결과등 세계 곳곳에 발생하는 지반침하 현상을 일컫는다. 


p.124 싱크홀은 왕복 5차선 도로도 5분 안에 먹어 치울 수 있다. 입이 큰 뱀이 집채만 한 개구리를 꿀꺽 삼키듯, 두 개의 구멍은 어느 마을의 소박한 운동회를 집어삼킬 수 있다. 시간은 이제 수챗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하수처럼 그 일을 향해 빨려 들어갈 것이다. 이미 그 소용돌이가 시작되었다. 


리뷰를 읽은지도 오래되어 어떤 내용인지 거의 잊을 무렵이라 무심코 펼쳤던 나는. 몇 시간만에 이 작품을 뚝딱 다 읽어버렸다. 100페이지 즈음 다가가며 스릴러로 전환되었던 반전이 주요했다. 사람은 대부분 직접 겪지 않은 일에 온전히 공감하기 힘들다. 그것이 직업에 관련되어 무수히 반복되는 걸 지켜보는 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롯히 내 일이 될 때라야 그 의미를 피부로, 가슴으로,온 정신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싱크홀이라는 큰 구멍이 상징하는 아득함과 공포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타자들만의 사건이고 외면하고 싶은 재앙의 다름아닌 은유다. 

 

p.195 나는 리모컨의 Do not disturb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방갈로의 눈꺼풀은 내려가지 않았다. 아무리 눌러도 리모컨은 작동하지 않았다. 눈은 이제 요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다른 말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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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9-04 22:0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어머~ 너무 재밌을 거 같아요! 저도 도서관에 예약해 놓은 건 항상 까먹고 있다가 찾으러 오라고 알람오면 놀라요~ㅋㅋㅋㅋㅋ
미미님, 귀에서 피날 거 같은 기분 저도 잘 알아요. 흑흑. 근데 미미님의 저 마음은 너무 알흠다우심다~👍

미미 2021-09-04 23:24   좋아요 4 | URL
툐툐님도 참~♡🥰 평범한 상황으로 시작하는데도 집중되는! 거기다 급변하는 사건이 있어요. 저 남자분은 잊지못할 안타까운 경험. 전화해줄걸 그랬나봐요.😭

새파랑 2021-09-04 22:0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2등~!! 엄청 빨리 읽으셨네요~!! 와우 리뷰 보니 재난 체험 이야기군요. 스릴러에 반전이라니~!!
미미님 경험담은 책만큼 재미있네요. 그리고 책 구매 자제는 믿을수 없음 😆

미미 2021-09-04 23:26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 저를 너무 잘아쉼ㅋㅋㅋ읽다보니 스릴러. 너무 쫄깃한 경험이었어요! 그래도 어딘지 호불호가 갈릴수도 있겠구나 하는 느낌?저는 일단 좋았습니다. 저 지난달 말일 이미 지름요😳

오후즈음 2021-09-04 22:2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300통이나 받으신 날이 있으시다니 힘드셨겠어요. 저도 전화 업무 잠시 ㅡ학원관련ㅡ한적있는데 첫 일주일은 매일 울었던것같아요. 열받아서요. ㅋㅋ

미미 2021-09-04 23:30   좋아요 3 | URL
오후즈음님~♡전화업무 정말 힘들죠?! 아우~그 고충은 경험자들만이 압니다. 대면하는 게 아니라 오해도 더 받고 때로는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많이 와야 결과적으로 좋은건데 실무자입장에선 또 그렇지가 않죠😭

페넬로페 2021-09-04 22: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에서 요나가 근무하는 회사 이름이 정글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했어요. 성추행도 참아야 할 정도로 어딘가에 내몰린다는 사실이 슬펐고 결국 더 큰 재난을 가져와서 씁쓸했거든요 ㅠㅠ
하루에 전화 300통을 받는다면 누구나 그럴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마지막 부분의 글, 저도 똑같이 공감해요^^

미미 2021-09-04 23:35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 덕분에 또 좋은 소설을 읽었어요!🤭 의미심장한 장치가 여기저기 지뢰밭처럼 놓인 작품같아요. 답을 얻지못한 단어들,의미들도 있어서 해설을 좀 읽어봐야겠어요.ㅎㅎ🙄

scott 2021-09-05 00: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윤고은 작가 동시대 작가들 중 가장 독보적인 작가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출간되는 장편도 기대!!


미미 2021-09-05 10:20   좋아요 3 | URL
스콧님~♡ 스콧님이 그리 말씀하시면 저도 윤고은 작가를 계속 지켜봐야겠어요ㅎㅎ 장편이 나오는군요~!!😉

레삭매냐 2021-09-05 08: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 책 좀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려고 하는데 요즘 핫해서
차례가 오지 않더라구요.

일단 기다리면 언젠가는 ㅋ

미미 2021-09-05 10:23   좋아요 3 | URL
레삭매냐님~♡ 저도 3순위로 시작해서 취소하려다 묵묵히 기다렸답니다ㅋㅋ 막상 제 차례되니 기다리는 맛도 있더라구요😆

mini74 2021-09-05 20: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참산한 소재. 재미있는데 불편한 소재의 소설이었어요. ㅎㅎ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

미미 2021-09-05 21:01   좋아요 4 | URL
그렇죠? 저도 내내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러면서도 떨치기 힘든 몰입도!😳
미니님 남은 일요일 즐겁게 보내세요~♡

초딩 2021-09-05 22: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직업이 되었을 때, 그 직업인은 매일 마주하니 무덤덤해지지만, 그 직업에 접하는 일반인은 그것이 난생처음과 같이 생소하게 되면 역설의 상황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누구는 무덤덤하고, 누구에게는 다급하고 시급하니깐요.
어쩌면 그래서 아주 어떤 경우에는 재난 상황에서 직업인들이 안내하는 것을 다 따를 수 없는 것 같기도합니다.

미미 2021-09-05 22:59   좋아요 4 | URL
오 초딩님~♡ 그런 면도 분명 있겠네요. 역시 날카로우신 듯!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는 비행기 조종사들도 반복되는 비행을 하다보면 습관 때문에 무뎌져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기도 한대요. 🤔

coolcat329 2021-09-08 1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드디어 도서관에서 연락받고 빌렸습니다. 어찌나 인기가 많던지요. 미미님 글 보니 더 기대가 됩니다.

미미 2021-09-08 12:45   좋아요 2 | URL
독특한 느낌드실거예요😊 쿨캣님 리뷰 벌써 기다려집니다. 여행 잘 다녀오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