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세계문학읽기 - 프랑스편
◇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 드디 드니로
소설은 읽는 사람을 전제로 씌여지게 마련이고 소설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읽는 사람이 이야기꾼의 말을 가로막고 나서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그래서 나는 다음에 펼쳐질 이야기, 당신은 소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소설이 아니거나 아니면 형편없는 소설인 이야기속에다 독자라 할 수 있는 인물을 집어넣었다.
쓰는사람이 있고 읽어줄 독자가 있으면 소설인가? 긴것은 소설이 아니고?
장편보다는 단편이 좋고 좀 길어도 3~400페이지정도의 소설은 집중력 놓치지 않고 한번에 읽기에 좋기는 하다.
도서관에서 책등록을 하다보면 소설로 분류해야하나 에세이로 분류해야하나 애매모호한 경우가 가끔있다. 그럴경우 국립도서관을 참고로 하는데 에세이같은데 소설이라고 하고 소설같은데 에세이라고 분류되어있는 경우가 있다.
그냥 문학이라고 분류하면 안되나? ㅎㅎ
갈수록 그 경계가 모호해질 것 같은데~
중편이나 단편에 가까울 수록..
개인적인 글이 더 많이 나올수록..
그래도 일기장같은 소설은 읽기 싫다.
일기는 일기장에.. 혼자 보는 걸로..
◇밤 /기 드 모파상
일러스트의 힘을 제대로 알게해준 단편. 이전에 문학동네 일러스트 들어간 버전으로 읽었을때는 아주 강하고 임팩트있게 읽었는데 이번에는 담담하게~ 좀 심심하게 읽힌다.
그때는 일러스트에 뭍혀간걸까? 그로테스크하고 혼란스러운 어둠에 잠긴 그리고 어둠속으로 잠식해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제대로 읽혔었는데....
◇ 코프튀아왕 / 쥘리앙 그라끄
제대로 꽂힌 표현이 있다.
《버려진 독립공간》 사람이 떠나가고 행정관청이 벌써 옮겨가지만 아직은 적이 돌파해오지 않은 지대중 하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362p)
완전히 고립된 원시림이라면 더 무섭고 두려워 아무것도 못 할수 있지만 어느정도 익숙하고 알고 있을법한 공간에 법과 규율이 빠져나간 상태라면.. 그리고 아무도 없다면 ..
만약 영원히 버려질 공간이라면 썰렁하고 황폐할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곧 다시 사람을 얽맬 규율들이 그것도 적의 법칙이 들어올 것을 알고 있는 상태의 무중력공간..
일탈을 꿈꾸기에.. 피곤했던 몸과 마음을 맘 놓고 내려놓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그다지 자유롭지 않은 변방이지만 버려진 독립공간.
내가 한번씩 외국에 나가 길게도 말고 한두달정도 살다 돌아오고 싶어하는 이유로 설명될수 있을까?
◇륄라비 / 르 끌레지오
륄라비가 더 이상 학교에 가지 않기로 결정한것은... 소설의 시작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학교를 가지 않을거야.
그리고서 륄라비는 바다로 간다. 학교대신 바다로..바다에서 륄라비가 찾은것은.. 단어를 따라가다 만나 카리스마일까? 내 인생의 카리스마. 카리스마를 찾은 륄라비는 학교로 돌아간다. 무단결석을 추궁하는 교장선생님과 나중에 바다이야기를 해 달라는 담임선생님..
이제 더 이상 륄라비는 학교를 안가지 않을 것 같다. 이 학교가 예전의 학교가 아닐것이다.
˝더이상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었다.
지각도 잘하고 조금만 아파도 조퇴하고 결석하고 쉬고싶어하던 아이들이 더 이상 지각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리 늦지 않아도 택시를 타고 간다. 아파서 조퇴를 해도 내 허락을 받는다. 결석은 더군다나 엄두도 내지 않는다. 이제는 학교를 빠지겠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자유로웠던 영혼들이 고등학교라는 것에 사로잡혀버린듯 하다. 아니 생기부라는 괴물에.. 0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
좋은 현상인지 안타까워야할 현상인지 나도 잘 모른다. 내 맘도 갈팡질팡이니까..
다만 아주 힘들거나 지칠때 한 번쯤은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결정할 수 있는 대담한 의지가 예전에는 있었음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과감히 그 의지를 보여줬음 더 좋겠다. 학교에 끌려다니지 말고...
만들어진 길을 따라간 가기에는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 너무 많고 아직 경험도 부족할테니.. 인생을 결정하는데 충분한 고민과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이 마저도 엄마인 내 욕심이겠지..
그 길만이 전부가 아님을 잊지만 말았으면..
- 바다는 이런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땅 위의 이런 일들을 잊게 한다 (397p)
◇ 낙서 / 다니엘 블랑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입이 좀 무거워져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된다. 회의를 할 때도 아이들을 만날때도 독서토론을 하면서도.. 너무 말이 많은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면서 좀 줄일걸~ 하고 후회를 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이불킥!!!
낙서속에 들어있는 저항의식. 입 다물라고 하는데 계속해서 떠들어대는 입들..
점점 높아지는 목소리들..
그리고 이제는 낙서라는 단어가 어색해지는, 입 다무는 경우가 많아지는, 목소리는 낮아지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나의 어떤면이 변해가고 있는걸까?
외부활동을 하게 되면서 속은 비워지고 일만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에너지를 채워줄.. 목소리를 높여줄...아니 낮아도 그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계속 `크리크리` 하자고 하는데 `크리크리`만 하다보면 소음이 될것이고 소음이 아닌 `크리크리`를 해야할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 ˝나는 우리가 지금 멀리에서 이 도시를 보듯이 삶을 바라보는것이 현명하리라고 확신하지는 않아요.. 그렇게 되면 삶은 꿈을 꾸게 만드는 아름다운 장식일 뿐이죠. 내 조카들이 배우고 내가 그들의 어깨너머로 배운 적 있는 사회참여는 내게 젊음의 증거로 보였고, 나는 아주 늦게 사회참여를 실천하고 있는 거에요. 앙뚜안, 감행할 용기가 필요해요! 나는 온갖 판단, 심지어 나와 가장 가까운 그 판사의 판단조차 개의치 않아요˝ (4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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