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에서 나갈 배를 기다리고 있는 무지 무지 더운 여름. 그늘 하나 없는 작은 이 죽일 놈의 예쁜 섬.. 여름에 이렇게 더운적이 없었다는 지킴이의 말...
지금까지 에어콘 바람 아래에서 잘 피해온 올 여름의 뜨거움을 제대로 만끽하고 있다
돌담이 예쁜 바람길에 앉아 읽은 책
김려령의 상들리에..
화려하고 반짝이는 상들리에..
조명에 가려져 가득 쌓인 먼지가 그 화려함에 묻혀 안 보일수 있어서 지은 제목일까?
제목 덕분에 성인소설인줄 알고 시작했으나
왠열~~ 아이들 이야기이다.
청소년물을 쓰는 김려령은 좋다.
김려령은 아이들 이야기를 할때 문장에 힘이 생긴다.
그냥 우리 주위에 있는 평범한 아이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이. 엄마를 잃은 아이. 성폭행 당한 아이. 스스로를 따 시킨 아이등. 아이들 이야기이다.
아이는 엄마. 아니 편을 들어주고 기댈곳이 있고 힘들때 땡깡 부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모두가 아이이다.
60 할아버지도 아이가 될 수 있고 하늘같았던 아빠도 아빠의 엄마 앞에서는 아이가 될 수 있다.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때 쓸곳이 없어졌을때 그 상처를 보듬어주는 사람이 없어졌을때 모든 문제는 시작된다.
그 사람은 엄마도 될수 있고 옆집 철이 엄마도 될수 있고 학교도 될수 있고 크게는 국가도 될 수 있을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일어나기에는 많은 이웃과 품이 필요하다
아이는 스스로 크지도 않고 엄마 혼자 키우는 것도 아닌 우리가 키우는 것이기에...
상들리에는 연작느낌의 작품도 있고 《파란아이》 처럼 이미 읽어던 작품도 있다.
작품집 전체가 좋으면 엄청 좋겠지만 맘에 남는 작품 한 두편만 있어도 성공한 작품집이라고 생각한다.
고드름
그녀
미진이
아는 사람
만두
파란 아이
이어폰 중..
<고드름>과 <아는 사람>이 인상깊다.
아마 사회적 사건과 관련이 있어 그럴지도 모르겠다.
<고드름>은 별사건이 없다면 없고 큰 사건이라면 큰 사건일수 있는 사건을 가지고 일어나는 해프닝을 담고 있는데.. 이 사건을 만드는 사람이 어른들이라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다.
아이들을 보호하고 책임진다는 어른들이 실상 아이들을 갇혀진 시각으로 바라봐 문제청소년으로 만드는 일이 다반사인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이를 해프닝으로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어 역시 김려령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는 사이> 는.. 인터넷에서 만난 그룹과외 선생과 남학생에 의해 당한 성폭행에 관한 이야기이다.
5명이 하던 그룹과외에서 한명씩 한명씩 빠져나가고 주인공 나와 뒤늦게 들어온 남학생만이 남아있는 상황..
그들에게서 빠져나오면서 독백하는 나의 목소리가 계속 귀 언저리를 울리는 것 같다.
역시 김려령은 청소년물이다.
*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 나한테 손가락질해. 내가 그렇게 키웠대. 쟨 그렇게 태어났어. 환경에 따라 조금 양호해지거나 더 심각해질 뿐이야. 정신나간 애가 좋은 부모 만난다고 성인군자 안 돼. 성인군자가 정신나간 부모 만난다고 미친 놈 안 되듯이. 쟤 그나마 내가 키우지않았으면 미친년 소리 들었어. 당신 없었을때 쟤 없었을 때 나는 누구에게도 손가락질 당해본적 없어. 당신이 당신 부모한테 함부로 하는데 왜 다들 나한테 손가락질하지? 당신은 나 만나기전 부터 부모를 무시했고, 결혼하고도 변하기 않았어. 그런데 왜 결혼한 뒤로는 다 나한테 책임지라고 하지? 살고 싶지 않아 (73 ~ 74p- 미진이중 )
내 미래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꾸는 꿈이 있다. 낡아빠진 이 집을 구석구석 칠하고 예쁘게 만드는 것이다. 자야겠다. 아까부터 할머니가 불 끄린고 소리소리 지르고 있다. 끈다고 했잖아요! (89p - 미진이 중)
엄마가 오면 나는, 엄마는, 우리는 어떡할까. 엄마가오면 엄마 손 잡고 도망칠까. 그래도 살아 나왔으니 다행이라 여기며, 오늘이 망각될 날을 기다리며 그렇게 살아야 할까. 나만 당한것이 아니라는 억지 위로를 품고 모르는 척 숨죽여 살아야 할까. 엄마는, 아빠는, 오빠는 내게 어떤 조언을 줄까. 가만히 있으라고 할까.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아프다. 전화기의 잠긴 화면을 풀고 천천히 다이얼을 눌렀다. 112. 나도 내가 별 것 아닌 것 안다. 그러나 내 몸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도 안다. 별것인 극소수의 매우 특별한 사람들만 가진 권리가 아니다.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권리다. 인간을 함부로 짓밟은 저 악마들을 봉인해야 한다
특별히 잘 하는 것은 없어도 어떤 일에서 먼저 나가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 너는 끝났지? 나는 시작이다 (111p- 아는 사람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