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로봇청소기를 ‘물방개’라 부른다. 둥글게 생긴 데다가 짧은 발들을 발발대며 바닥을 누비는 모습이 꼭 연못의 물방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충전이 되면 그 때부터 집안 방바닥을 발발대며 누비기 시작하는 ‘물방개’가, K는 영 마뜩치 않았다. 사방이 둥근 모양이라 각이 진 방구석 같은 곳은 제대로 청소해내지 못하므로 K가 하는 수 없이 방비를 들고 뒷수습을 해줄 수밖에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다.
두 번째 이유는, 그놈의 물방개가 방바닥을 청소한답시고 시끄런 기계음을 쉬지 않고 내기 때문이었다. 글 쓰는 일을 즐기는 K가 글의 착상이 떠올라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려다가도 그 시끄런 기계소리에 착상이 흔들려 집필을 그만두기도 여러 번.
K는 아내한테 “저놈의 것을 동네 쓰레기장에 갖다 버리면 안 되나?” 하고 소리치고 싶은 걸 꾹 참아왔다. 아내가 오랜 세월 방비로 집안청소를 하다가 지쳐서, 뒤늦게 찾아낸 대안(代案)이 물방개인 때문이다.
K는 별렀다. ‘이제 물방개가 말썽을 저지르기만 하면 그것을 트집 잡아 어떻게 해서든지 쓰레기장에 내다 버리기로’ 말이다.
그런데 오늘 그놈의 물방개가 말썽을 제대로 피웠다. 발발대면서 집안을 누비더니 종적을 감춘 거다. 놀란 아내가 집안 여기저기를 다니며 찾아도 물방개의 종적은 끝내 오리무중.
K는 속으로 ‘이거 잘됐다. 내 힘 안 들이고 물방개 스스로 종적을 감췄으니!’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다. 아내가 집안 곳곳을 다시 꼼꼼하게 뒤진 끝에, ‘옷걸이에 바지들을 건 아래, 깊숙하고 그늘진 데’에서 물방개를 발견했으니.
그놈이 방바닥을 누비다가 어떻게 바지들이 걸린 밑으로 기어들어갔고… 바지들의 끝단에 걸려서 방전이 다되도록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아내가 ‘집안에서 숨바꼭질하다가 지쳐서 잠들고 만 개구쟁이 아이’를 잠 깨워서 손목 잡고 나오듯, 거실의 충전 장치 있는 데로 물방개를 안고 오는 모습이라니!
그 순간부터 K는 물방개가 좋아졌다. 손안의 자식들이 다 출가한 뒤라서 그런가 K는 물방개가 어릴 때 귀엽던 자식 같아서 글 쓰다가 말고 그냥 책상 앞에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