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엇을 좋다고 할 때 그 까닭을 대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예뻐서 좋다든지, 착해서 좋다든지, 조용해서 좋다든지, 넓어서 좋다든지.

 

아파트 거실에서 맞이하는 한낮의 햇볕.

좋다.”

굳이 왜 좋은지 까닭을 댈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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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바꿨다. () 스마트폰은 담당 기사가혹시 나중에 예전 자료들을 참고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갖고 계시라당부한 말을 따라 집에 별도 보관키로 했다.

배터리는 넣어두었으므로 펜슬로 클릭 하면 예전 자료들이 화면에 뜨는 폐 스마트폰. 하지만 통화나 데이터 검색, 사진 촬영 등은 불가능하다. ‘유심칩이란 것을 빼냈기 때문이다. 특별히, 응급 전화번호는 가능하단다.

그런 특이사항을 안 순간오랜 와병(臥病) 끝에 미래는 없고 과거의 기억만 남은 채, 위중할 때 병원 응급실로 연락할 미력만 간신히 있는 노인 환자 모습이 연상되는 건 웬일일까.

최첨단의 전자기기가 오래되면서 마치 오래 산 사람의 삶과 흡사하게 된 이 절묘한 상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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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설치한 케이블카니 우리 내외도 한 번은 탑승해 봐야지 약속했었다. 하지만 케이블카 탑승장 부근의 주차장만 오면 수많은 차들이 미어질 듯 꽉 차 있어서 한두 시간 기다려도 탑승 차례가 오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 일찌감치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1229)은 웬일로 텅텅 비다시피 한 주차장. 아마도 전 날 눈이 살짝 내려서 도로 사정이 안 좋아 여기로 오려했던 차들이 많이 포기한 탓인 듯싶었다. 게다가, 오늘 날씨까지 흐리니 좋은 전망을 기대할 수가 없는 때문이기도 했을 듯.

그 바람에 우리 내외는 편하게 표를 끊고 탑승할 수 있었다.

검푸른 의암호 물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가는 케이블카.

얼마 후에는 삼악산 정상 가까이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2021년 한 해가 지는 즈음이라 그런가, 허공을 오고가는 케이블카의 모습이 나는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한 해가 가면 새해가 오는 것이다. 가는 것은 오는 것이다. 보다 행복한 새해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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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로봇청소기를 물방개라 부른다. 둥글게 생긴 데다가 짧은 발들을 발발대며 바닥을 누비는 모습이 꼭 연못의 물방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충전이 되면 그 때부터 집안 방바닥을 발발대며 누비기 시작하는 물방개, K는 영 마뜩치 않았다. 사방이 둥근 모양이라 각이 진 방구석 같은 곳은 제대로 청소해내지 못하므로 K가 하는 수 없이 방비를 들고 뒷수습을 해줄 수밖에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다.

두 번째 이유는, 그놈의 물방개가 방바닥을 청소한답시고 시끄런 기계음을 쉬지 않고 내기 때문이었다. 글 쓰는 일을 즐기는 K가 글의 착상이 떠올라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려다가도 그 시끄런 기계소리에 착상이 흔들려 집필을 그만두기도 여러 번.

K는 아내한테 저놈의 것을 동네 쓰레기장에 갖다 버리면 안 되나?” 하고 소리치고 싶은 걸 꾹 참아왔다. 아내가 오랜 세월 방비로 집안청소를 하다가 지쳐서, 뒤늦게 찾아낸 대안(代案)이 물방개인 때문이다.

K는 별렀다. ‘이제 물방개가 말썽을 저지르기만 하면 그것을 트집 잡아 어떻게 해서든지 쓰레기장에 내다 버리기로 말이다.

 

그런데 오늘 그놈의 물방개가 말썽을 제대로 피웠다. 발발대면서 집안을 누비더니 종적을 감춘 거다. 놀란 아내가 집안 여기저기를 다니며 찾아도 물방개의 종적은 끝내 오리무중.

K는 속으로 이거 잘됐다. 내 힘 안 들이고 물방개 스스로 종적을 감췄으니!’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다. 아내가 집안 곳곳을 다시 꼼꼼하게 뒤진 끝에, ‘옷걸이에 바지들을 건 아래, 깊숙하고 그늘진 데에서 물방개를 발견했으니.

그놈이 방바닥을 누비다가 어떻게 바지들이 걸린 밑으로 기어들어갔고 바지들의 끝단에 걸려서 방전이 다되도록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아내가 집안에서 숨바꼭질하다가 지쳐서 잠들고 만 개구쟁이 아이를 잠 깨워서 손목 잡고 나오듯, 거실의 충전 장치 있는 데로 물방개를 안고 오는 모습이라니!

그 순간부터 K는 물방개가 좋아졌다. 손안의 자식들이 다 출가한 뒤라서 그런가 K는 물방개가 어릴 때 귀엽던 자식 같아서 글 쓰다가 말고 그냥 책상 앞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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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차 접종 때에는 별로 힘들어하지 않던 아내가 이번의 3차 접종 때는 달랐다.

연 이틀을 꿍꿍 앓아눕는다. 평소 나보다 건강한 아내가 그렇게 고생하니까 나는 은근히 걱정이다. ‘더 지켜봐서 심상치 않으면 병원으로 데려가자는 계획까지 나 혼자 세웠다. ‘3차 접종 후 돌파감염으로 사망했다는 어느 분의 소식이 부채질했다.

 

그런데 연 이틀을 꿍꿍 앓던 아내가 사흘을 맞은 오늘, 살아났다. 그 증거로 아침부터 내게 하는 지겨운 잔소리.

군것질거리 좀 사다 놓지 마. 쓸데없이 뱃살만 키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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