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www.youtube.com/watch?v=7mJLmpuxzaQ
2007년 가을이다. 아들이 군 입대를 앞두고서 밥 먹을 때 이외에는 자기 방에 틀어박혀 지내는 모습이었다. 학교도 휴학했으니 두문불출해도 무방하지만 한창 젊은 애가 종일 그러고 있으니 아비는 걱정됐다. 결국 어느 날 방문 가까이 귀 기울여 볼 수밖에. 컴퓨터로 듣는 것인지, 어떤 슬픈 노래를 끝없이 반복해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아비는 그제야 아들이 어떤 사연을 정리하고 입대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무슨 사연이냐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살가운 편인 부자지간이지만 아들은 이미 자기 삶을 혼자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이 입대한 뒤 아비는 그 노래를 인터넷 동영상에서 찾아내어 감상했다. 낙엽들이 여기저기서 떨어지는 그즈음 날씨처럼 청아하나 쓸쓸한 느낌의 노래라니…. 브라운 아이즈의‘벌써 일 년’이 아비의 애호곡이 되는 순간이다.
연인과 헤어진 뒤 벌써 일 년이 되고 또 되고 한다는 가슴 아픔을 담은 노래 ‘벌써 일 년.’
아들이 낯선 동해안 어느 부대에서 복무하느라 고생 심할 때 아비는 집에서 인터넷 동영상으로 이 노래를 들으며 편치 않은 마음을 달랬다. 나중에 알았지만‘벌써 일 년’은 상도 여럿 탄 유명한 노래였다. (3회 M.net 뮤직비디오 페스티벌 신인 그룹 부문상과 16회 골든디스크 골든비디오 부문 PAVV POP 작품상)
송창식 이장희 양희은 문주란 배호 이수미 지다연의 노래를 좋아하는 7080의 아비가 요즈음 젊은이들의 노래를 좋아하게 될 줄이야.
‘벌써 일 년’은 잔잔하게 치는 드럼 리듬을 바탕으로 흐느끼듯 애절한 2인조(‘나얼’과 ‘윤건’) 창법이 압권이다. 노랫말 중 ‘다시 시작한 널 알면서/ 이젠 나 없이 추억을 만드는 너라는 걸’이란 부분은 가슴 아픈 절규다. ‘네(옛 연인)가 과거에는 나하고 사랑의 추억을 만들었는데 헤어진 이제는 다른 사람과 그 추억을 만드는구나.’절규하는 것이다. 2인조에서 특히‘나얼’은 머리를 스님처럼 빡빡 민 모습이라 아비의 눈길을 유독 끌었는데… 그가 명가수 김범수의 노래 스승 박선주의 데뷔곡‘귀로’를 열창할 때는‘과연 대중가요 가수와 성악 가수와의 차이가 뭔지 고민해 봐야 하는 경지’라고 아비는 생각했다.
‘벌써 일 년.’
아들이 군대를 제대한 지도 벌써 10년이 돼 간다.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다. ‘벌써 일 년’의 노랫말이 랩 풍(風)이라 다소 길지만 아비가 이 자리에 그대로 옮긴다.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그 생각만으로 벌써 일 년이
너와 만든 기념일마다
슬픔은 나를 찾아와
처음 사랑고백하며 설렌 수줍음과
우리 처음 만난 날 지나가고
너의 생일엔 눈물의 케익
촛불 켜고서 축하해
I believe in you
I believe in your mind
벌써 일 년이 지났지만
일 년 뒤에도 그 일 년 뒤에도
널 기다려
너무 보고 싶어 돌아와 줘 말 못했어
널 보는 따뜻한 그의 눈빛과
니 왼손에 껴진 반지보다
빛난 니 얼굴 때문에
I believe in you
I believe in your mind
다시 시작한 널 알면서
이젠 나 없이 추억을 만드는
너라는 걸
내가 기억하는 추억은 언제나
지난 웃음과 얘기와 바램들
또 새로 만들 추억은 하나뿐
내 기다림과 눈물 속 너일 뿐
I believe in you
I believe in your mind
다시 시작한 널 알면서
이젠 나 없이 추억을 만드는 너라는 걸
I believe in you
I believe in your mind
벌써 일 년이 지났지만
일 년 뒤에도 그 일 년 뒤에도 널 기다려
https://www.youtube.com/watch?v=TPTnYq1fv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