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일로 여기 춘천에서 300리 넘는 곳에 있는, 면(面) 소재지 마을에 다녀왔다. 그 면에서 숙소까지 얻어 1박 하고 돌아왔으니 웬만해서는 춘천을 떠나지 않고 사는 나로서는 경이로운 사건이다.
그 면에서 하루 지내면서 재미난 경험을 했다.
새벽 6시에 아침밥을 먹는 습관이라 할 수 없이‘24시 편의점’을 찾아갔다. 삼각김밥이나 컵라면이라도 사 먹을 생각에서다. 전 날, 그 면에도 24시 편의점이 한군데 있는 걸 봐 두었었다.
하지만 24시 편의점은 불도 꺼지고 문도 닫혀 있었다. 그 면에서 24시 편의점은 간판일 뿐, 그냥 구멍가게나 다름없었다.
생각다 못해 차를 몰고 면의 중심가로 갔다. 다행히도 서넛의 식당들이 이른 아침에 문을 열고 영업했다. 그 중 한 군데에 들어갔다. 주문을 바라는 아주머니한테 나는 벽에 있는 메뉴판을 보고서 말했다.
“육개장을 부탁합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말했다.
“콩나물 백반만 됩니다.”
“그럼 그걸로 해주세요.”
아주머니가 주방으로 들어가 밥상을 준비하는 중에 나는 벽의 메뉴판을 다시 살폈다. 놀랍게도 콩나물 백반이 없었다. 메뉴판에 적어놓은 음식들은, 실제로 준비되는 음식과 아무 관련이 없었던 것이다.
지난 6,70년대 춘천의 모습을 보는 듯한 경이로움!
도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전개되고 있는 그 시골 면에 나는 사랑을 느꼈다. 속도를 따지지 않는 인간 중심의 슬로우 시티, 그 시골 면.
아주머니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차려내온 콩나물 백반. 아주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