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고려 시대 적 이름이 임영(臨瀛)이라는 사실을 안 뒤 궁금증이 생겼다. 에서 삼수변을 뺀 이 도대체 뭔가? 하는 궁금증이다. 획만 해도 20획이나 된다. 간단치 않은 글자다.

옥편에서 찾아봤다. ‘진나라 성() 이라 풀이돼 있었다. 다름 아닌 천하(중국)를 처음으로 통일한 진시황의 성()이었다.

 

한 편 영()은 한자의 구성 원리 중 형성(形聲)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진시황의 성인 영()을 소리로 하고 물의 뜻을 가진 삼수변()을 더해 만들어진 글자였다.

형성에서 한 쪽은 소리를 담당하지만 그렇다고 과 전혀 무관하지도 않다. () 즉 진시황은 당시 드넓은 천하를 소유했다. 강릉 앞에서 출렁이는 드넓은 동해바다를 영()이라 표현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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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臨瀛)’은 강릉의 고려 시대 이름이다.

쓰인 한자를 살피면 임할 임()’큰 바다 영()’이다. 즉 큰 바다에 임해 있는 곳이란 뜻이다. 얼마나 이미지가 눈앞에 선한 지명인가. 오늘도 푸르게 출렁이는, 드넓은 강릉 앞바다를 보며 임영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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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원 화백을 1214, 모 행사장에서 만났다.

 

전 화백과 나는 춘고 42기 동창이다. 학창시절, 예비고사를 치른 날 저녁에 자취하는 친구 단칸방에서 만나 밤새 소주를 마신 적 있다. 지긋지긋한 시험을 마쳤다는 해방감에서다.

그 때가 196912월초였으니… 모 행사장에서 만난 이 날은 정확히 반세기만이다!

작년의 일이다. 나는, 전 화백이 영광의원로예술인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에 어리둥절했다.

아니 다른 상도 아닌, 원로예술인상이라니?”

하지만 뒤늦게 깨달았다. 우리가 어느 새 70세를 코앞에 둔 원로라는 것을 잊고서 한창 젊은 나이로 착각했다는 사실을. 이런 착각을 나는 수시로 한다. 얼마 전에는모처럼, 춘천 지역의 젊은 화가 및 시인들을 만나 즐거운 저녁 식사를 했다SNS에 글을 써 올린 적이 있는데 나중에 깨달은 사실은, 내가 보기에 젊은 분들이지 남이 보기에는 50세에서 60세에 이르는 나이 많은 분들이었다는 것이다.

 

1214모처럼 만난 전태원 화백이 내게 말했다.

병욱아. 학창시절에는 미술하거나 문학하는 친구들이 여럿 있었는데 이제는 너와 나, 단 둘이 남았구나.”

그러게 말이다.”

내 이름을 편하게 불러주는 예술 하는 친구가 같은 춘천에 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세월의 덧없었음을 쉽게 이겨나갈 것 같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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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20-01-06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심 선생님, 오랫만에(?) 인사 드립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 ^ 장편은 언제 출간이 되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 ^

ilovehills 2020-01-07 05:01   좋아요 1 | 수정 | 삭제 | URL
처음 써 보는 장편이라 시행착오가 큽니다. 퇴고를 마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쉬기로 했습니다. ‘장편소설 쓰다가 머리털이 다 빠져 대머리가 된다‘는 얘기가 있더니 과연 그럴 만합니다.
아마 퇴고를 더한 뒤 연말이나 내년초쯤에 출간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찔레꽃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돌이켜보면 내가 강원대 1학년 학생이던 1970년에 박계순 선배만 알게 된 게 아니었다. 그 늦봄 어느 날 춘천 교대에 고교 적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교정 잔디밭에서 네잎클로버를 찾고 있던 최돈선 시인을 만나 인사를 드리기도 했다. 그뿐 아니다. 태백산맥 너머 강릉고 3학년 학생이 내게 편지를 보내와 내년에 강원대에 진학해서 이 선배님과 함께 문학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란 포부를 밝혔으니 바로박기동 시인이다.

이듬해인 19712, 박기동 학생이 강원대에 진학하게 되면서 역사적인(?) 만남이 이어졌고 세 달 후 5월 어느 날 우리는 지하다방 남강에서 그리고문학회를 결성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 ‘그리고 문학회를 하필 남강 다방에서 결성하게 된 건 우연이 아니었다. 1년 전 내가 박 계순 선배와 처음으로 만나 커피를 마시며 문학 대화를 나눈 장소가 바로 남강 다방이었음을. 남강 다방은 시내 중심가에 있었으며 맞은편에는보리수 다방이 있었다. 남강 다방과 보리수 다방은 여러 모로 대조되었다. 남강 다방은 팝송 및 대중가요를 틀어주었고 보리수 다방은 클래식음악만 틀어주었다. 남강 다방은 지하 1층에 있었고 보리수 다방은 지상의 2층에 있었다.

지하 층계로 해서 남강 다방에 들어서면 그 날 밤 이슬이 맺힌 눈동자, 그 눈동자하면서 가수 이승재의 눈동자Ray A. Peterson‘Tell Laura I love her’노래가 흘러나오기 일쑤였다.

보리수 다방에 가면 운명 교향곡 같은 클래식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창가에 앉아 책을 보거나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 이승훈 시인(2018년 별세)’을 뵐 수도 있었다. 그분은 춘천 교대 교수였다. 어느 날 나는 창가의 그분께 용기를 내 합석을 요청했다. 강원대 국어과를 다니는 학생이라고 나 자신을 밝힌 뒤 나름대로 문학적인 고민을 말씀 드리고 해답을 부탁드렸다.

초면의 다른 대학 학생임에도 문학적인 고민이라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 이승훈 시인은 아주 따듯하게 답을 말씀해 주었다. (그 문학적 고민의 내용은 나중에 밝히기로 한다.) 나는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다방을 나왔다. 반세기 된 시간이 흘렀지만 보리수 다방 창가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거나 독서를 하던 그분의 모습이 생생하다. 현대인의 불안이나 소외를 다룬 난해한 시들을 발표하던 시적 경향과는 전혀 부합되지 않던 따듯한 말씀이라니.

(이승훈 교수님. 삼가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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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도 넘은 일이다. 1963년에가수 박일남은갈대의 순정으로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그의 매력적인 저음과갈대의 순정’ 노래는 아주 잘 어울려서 당시 30만 장이라는 기록적인 음반 판매고를 기록했다. (요즈음으로 치면 300만 장 이상이다.)

이런 사실을 떠나 갈대의 순정’ 노래는 대한민국의 사내라면 한 번쯤은술자리나 노래방에서 불렀을 거라 짐작한다글쎄요즈음의 신세대들이처음 듣는 노래인데요?’하며 반발한다면 … 나는 딱히 할 말이 없다수능이나 공무원 시험에 나올 문제는 아니니까 말이다.

어쨌든 우리나라 대중가요 사에 한 획을 그은 갈대의 순정’. 노랫말이 이렇다.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사랑에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울지를 마라

아 아 아 아 아 아 갈대의 순정

말없이 가신 여인이 눈물을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눈물에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울지를 마라

아 아 아 아 아 아 갈대의 순정

 

 

그런데 나는 이 노랫말이 부분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갈대의 순정이라 했는데 … 노래를 부르는 사내(화자마음이 갈대의 순정이라는 건지사내 곁을 떠난 여자의 마음이 갈대의 순정이라는 건지 문맥 상 분명치 않은 것이다.

얼마나 국민적인 노래인지합창으로 이 노래를 부르면서 술자리모임을 파하기도 했는데 그 순간에도 나는 도대체 갈대의 순정이란 표현의 주체는 사내냐여자냐하는 의문을 어쩌지 못했다.

 

오늘 한 번 따져보았다.

다행히도 박일남 씨가 밝힌이 노래의 가사에 대한 뒷얘기가 인터넷에 있었다최근,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 박일남 씨가 한 얘기란다.

 

원래 갈대의 순정이 그 가사가 아니었다작곡가 오민우 선생님이 불러보라고 했는데 가사가 마음에 안 들어서 몇 군데 고쳤다제가 쓴 부분이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였는데 그 부분이 어필된 것 같다.”

그렇다면 갈대의 순정이란 표현의 주체는 따져볼 만큼 복잡다단한 게 아니라는 데 내 심증이 굳어졌다대중가요 노랫말은 그 노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이해해야 할 거란 평범한 판단이다더구나 이 노래가 만들어진 때가 남녀평등의 분위기가 아닌남자가 우선인 시대다남자는 결코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되던 시대였다사나이라면 속으로 울어야 했다.

따라서 갈대의 순정이란 표현의 주체는 여자라고 봐야 옳았다.

이런 스토리다.

여자가 갈대처럼 마음이 쉬 흔들려 남자 곁을 떠나가 버렸다남자는 눈물을 흘리지는 않지만 속으로 운다왜냐면 사랑에는 약하기 때문에그래서 남자는 자신한테 다짐한다울지 말자고.’

 

이런 내 판단의 근거가 노랫말의 후반부에 제시된다.

 

말없이 가신 여인이 눈물을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즉 여자는 남자의 눈물도 모르고 떠나가는데 그 까닭은 쉽게 마음이 흔들리는 갈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남자는갈대처럼 쉬 흔들리는 여자를 원망하지만 바로 그런 여자 때문에 속으로 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서 피장파장이다.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뒤로 항상 되풀이되는 과제(課題)일 터!

그림 = 김춘배​


https://youtu.be/aW4vMW6OT9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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