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 - 아빠와 함께 천문학 여행
울리히 뵐크 지음, 전대호 옮김 / 봄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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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을 자극하는 추억 여행 

중학교 때였다. 겨울 방학 때 밤늦게 불을 끄고 자려고 하는데, 라디오에서 그 날 밤이 우리나라에서 월식이 일어나는 날이라고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이불을 덮고 누워 있다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옷을 껴입었다. 그리고 바라본 하늘에서 조금씩 월식이 일어나고 있었다. 추워서 벌벌 떨면서도 그 선명한 보름달을 잊을 수 없었다. 

그때 내가 알지 못 하고 나중에서야 알게 된 것들이 참 많았다. 그 중의 하나는 하늘의 별자리였다. 그 당시 겨울 별자리로 유명한 오리온자리와 카시오페아자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나는 그런 별자리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어서 그 후에야 우리나라 겨울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별자리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계절보다는 겨울철에 더 별자리가 잘 보여서 관찰하기 쉬운 환경이라는 거, 월식은 일식과는 다르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거, 월식이라고 해서 일식처럼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거, 등등 정말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았다. 

그리고 더 어렸을 때 섬으로 수련회를 간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마지막 날 캠프파이어를 하는데, 지상에 있는 모든 불을 한꺼번에 껐다. 촛불을 들고 있었지만 하늘에 빼곡히 박힌 별들에 의해 불빛이 꺼져버릴 정도였다. 정말 하늘에서 별이 쏟아진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지상의 불빛이 하늘의 별들을 이렇게 가려버리고 있었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그런 하늘을 다시 만날 수는 없었다. 가로등 불빛이 꺼진 곳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때의 추억은 세월이 지나갈수록 선명해지며 내 속에 남아 있게 되었다. 그 추억은 자꾸 천문학에 대한 관심을 내게 불러 일으켰다. 천체 망원경을 사려고 그 관련 서적들을 찾아 읽어보고 우리나라 별자리를 소개해 주는 책, 천문대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는 책들을 사서 읽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쉬움은 커져갔다. 현실적으로 천체 관찰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 때문이었다.

이런 때에 만난 이 책은 표지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별이 빛나는 밤'에 읽으며 옛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었다. 천문학자인 아버지가 자신의 어린 딸에게 우주의 신비를 전해준다는 내용의 이 책은 내게 밤하늘에 대한 향수를 다시 한 번 불러일으켰다. 어렸을 때부터 밤하늘과 친해질 수 있었던 환경을 가진 그 어린 딸이 무척 부러울 정도였다. 

이 책에서는 일반적인 소설에서 볼 수 있는 갈등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슈텔라가 친구와 함께 '자기 별'을 찾는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정체모를 쪽지가 나타난다는 정도의 사건이 일어날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복잡하고 자극적인 현대 사회에서 정신적으로 지쳐버린 성인들의 마음을 위로해줄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뜻하고 풋풋한 내용들이지만 우주의 기원과 탄생, 미래에 대해 얘기하는 철학서이기도 한 책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태어나 어디로 가는 걸까?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대답은 누구도 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우주의 신비에 놀랄 수밖에 없다. 어떻게 이 우주는 이토록 조화롭고 완벽할 수 있을까? 하는 경탄스러움 말이다. 

누구나 하늘에서 빛나는 '별'이 되고 싶어 한다. 세상에 존재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야 하는 아동과 청소년기에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성장 소설이라기보다는 천문학에 대한 쉬운 입문서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싶지만 말이다. 요새 '동심'이 훼손되어 사라져버린 현대 사회에서 순수하고 엉뚱한 동심들의 재미있는 질문이나 궁금증들이 풋풋해서 즐거워졌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나 어른스럽고 어른의 사고방식을 닮아 돈과 외모를 중시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더 순수한 동심의 세계가 그리워졌다. 그래서 이 책에서 천문학자인 아버지가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지켜주자며 그들이 '꿈꾸고 상상하는 권리'를 뺐지 말자고 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어쨌든 '별이 빛나는 밤'에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간절히 빌어본다.   

 

+'봄나무' 출판사로부터 해당 리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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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시선 -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권오룡 옮김 / 열화당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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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심연에 깊이 박힌 시선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은 '결정적 순간'으로 유명하다. 그의 사진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을 보자마자 바로 사고 싶었다. 이 책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여러 단편적인 글들을 모아서 엮은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진에 대한 철학과 사진을 찍었던 때의 추억, 사진과 함께 했던 동료들과의 추억을 얘기한 것들을 모으고 모은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전체적으로 어떤 맥락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저 사진 자체에 대한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개인적 입장과 사상, 사진을 찍었던 중국과 러시아와 쿠바에 대한 추억,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동료로 지냈던 사람들에 대한 개인사적인 친분에 대한 글들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도 얼마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상과 감정과 추억들을 아는 것은 그의 사진들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바탕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은 그 사진 한 장만으로도 많은 얘기를 전해주는 시적인 감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개인사적인 감상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보다 보편적인, 사진작가가 가지고 있는 사상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은 그 짧은 단편들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것이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프랑스어로 자필로 쓴 글을 보면 프랑스에 직접 가서 그의 사진 에세이를 사오고 싶었다. 몇 장의 사진과 사진작가 본인이 직접 쓴 글, 그리고 짧은 글들, 그 사이에 흐르는 여백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다. 자꾸 읽어보고 책 사이 사이에 존재하는 여백에 내 짧은 생각도 담아보고 싶었다. 자주 갖고 다녀서 겉표지에 때가 탄다면 이 책에 더 애정이 생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래두고 묵히면 묵힐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는 와인처럼. 그 그윽한 향기가 퍼지는 것 같았다. 

덧붙여서, <영혼의 시선>에 쿠바와 관련된 짧은 일화가 나오는데, 거기에서 체 게바라를 찍은 사진과 그와 관련된 얘기가 있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개인 감상처럼 사진 속의 체 게바라는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어서 그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왜 그의 죽음 이후에 쿠바와 미국 등에서 컵이나 티셔츠를 이용한 상업적인 이미지 메이킹 소재가 되었는지 말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사진작가 중에서 좋아하고 존경하는 최민식의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사진 에세이와 함께 놓고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최민식의 사진은 인물 사진이 많고 특히 클로즈업한 사진들에 그 특색이 있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와인의 향기라면 최민식은 시장 바닥에서 떠도는 바다의 짠 내음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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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없다 - 당신이 속고 있는 가격의 비밀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최정규.하승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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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의 허상 파헤치기 

이 책은 '가격'과 관련된 '행동주의적 의사결정 이론'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확하게 단원이 나눠져 있는 것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1부는 가격에 반응하는 행동주의 심리학 실험을 다루고 있고, 2부는 이러한 인간의 사고방식의 허점을 마케팅 부분에서 어떻게 활용하여 적용하고 있는지 그 실체를 파헤치고 있다. 

초기의 경제학자들은 인간이 합리적인 사고를 할 것이라고 당연하게 전제했다. 하지만 그 이후 많은 연구자들에 의한 실험을 통해 인간은 비합리적이고 무의미한 '앵커'의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앵커'는 '초기값'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앵커는 꼭 숫자일 필요도 없고 연관이 없는 것이라고 실험 전에 공지를 해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그것에 영향을 받았다.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이러한 앵커와 관련된 실험이 나온 적이 있다. 실험 대상은 도치된 문장을 바르게 읽고 난 다음에 밖에서 생수를 떠오거나 책 페이지를 넘겼다. 그 두 문장은 하나는 '씩씩하게, 젊은' 등이, 다른 하나는 '힘없이, 늙은' 등이 들어간 문장이었다. 그 이후의 행동은 자신이 읽은 문장에 따라서 달라졌다. '씩씩하게' 걷거나 책 페이지를 넘겼고, '힘없이 느리게' 걷거나 책 페이지를 넘겼다. 그래서 생수를 떠 오는 시간과 책 페이지를 넘기는 시간에 차이가 생길 정도였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주위에서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많은 실험들이 나오고 있는데, 책을 읽으면서 나도 함께 해보면 실험 대상의 반응을 보일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나는 책 속에서 나온 내용이라 미리 경계심을 갖고 읽는 것이라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입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일상생활에서라면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며 실험 대상과 같은 반응을 더 많이 보였을 것 같다. 이러한 실험들이 흥미로우면서도 인간의 사고가 그만큼 무의식에 지배를 당하고 그때 그때 다른 반응을 보일 정도로 주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조금 씁쓸한 얘기였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여기서 이상한 것은 우리가 이러한 '가격의 허상'에 속고 있는 것을 뻔 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왜 이러한 속임수에 쉽게 넘어가느냐 이다. 비싼 제품에 대한 광고 문구, 끝자리가 '99'인 가격의 마력, 세트 제품, 함께 끼워 팔기, 미모 마케팅 등 우리는 이러한 마케팅 방법을 예전보다는 잘 알고 있고 그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소비자의 의식은 향상되었다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마케팅 방법은 지금도 효과적으로 유효해 보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이러한 상술에 불과한 많은 예시들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공허한 앵커에 속박되지 말자고 가격의 허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왜 인간이 이러한 가격의 허상에 속고 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단지 인간은 원래 이렇다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그 무의식의 영향이 얼마나 강렬했으면 '경고 문구'가 있는데도 우리는 그 앵커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아마도 스스로 더 각성하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으리란 결론은 우리를 힘이 빠지게 만든다. 

우리는 스스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현명한 소비자는 미리 필요한 것을 메모하고 자기에게 필요한 것의 정보를 미리 찾아보고 스스로 비교해 봐야 한다. 인터넷의 발달은 이러한 똑똑한 소비자가 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상술에 넘어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고 제 3자인 친구와 함께 행동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은이는 말하고 있다.

우리가 인식하는 '가격'은 '상대적'이다. 절대적인 가치에 따른 가격을 우리는 알 수 없다. 단지 '비교'를 통한 가격 차이만 인식하고 판단을 내릴 뿐이다. 가격에 함몰되지 않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의 가치를 인식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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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제국의 몰락 -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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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환율통화로서 달러의 위상과 미래 

이 책의 결론은 환율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은 조금 약해질 수 있겠지만 다극화되는 사회 속에서 그 중요성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럽의 유로와 중국의 위안이 각각 유럽과 아시아에서 세력을 형성하더라도 말이다. 달러가 예전 영국의 파운드처럼 환율통화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짓을 하지 않는 한 '달러 제국의 몰락'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신생국 화폐로서 달러는 초기에 영국의 파운드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 했다. 캐나다로 간 달러가 결국 모두 회수 되어 미국으로 되돌려지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도 했다. 영국은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금융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파운드를 무역을 할 때 사용하는 중심 통화가 되게 만들었다. 미국은 그 당시 해외은행은 고사하고 전 국토에 설립한 은행도 몇 개 되지 않을 정도로 경제 규모가 작았다.  

이 책은 이러한 미국의 상황에서 어떻게 10년 사이에 세계를 주름잡던 영국의 파운드를 물리치고 무역과 금융 시장의 환율통화로서 달러가 성장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밝히고 있다.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은 1, 2차의 세계 대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의 재건을 위해 급격히 경제가 성장한 미국의 자금이 유럽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영국의 파운드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과정과 달러의 강세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지금이 달러가 유로와 위안에 의해 예전 영국의 파운드처럼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당시와 다른 점은 유로와 위안이 각각 약점으로 인한 한계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환율통화로서 달러의 매력은 금방 몰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지은이 배리 아이켄그린의 주장이다. 유로는 단일 국가의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금융위기에 금방 대처하지 못 한다는 단점이 있다.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유로에 가입한 여러 국가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의회 승인을 받는 과정이 길어질 것이므로 한계점을 지닌다. 그리고 자유경쟁시장을 지향하는 달러 시장과는 달리 위안은 중국 정부의 국가 통제가 강해서 투자자들의 활동성과 자금의 유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중국 정부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현재 미국의 국채와 달러 보유고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것은 중국이 미국에 대해 달러가 약세화 되는 정책을 추진할 수 없게 만든다. 예전에 미국이 영국의 파운드 가치를 절하하는 움직임을 보일 때는 지금의 중국과는 달리 미국은 영국 파운드의 보유고 비중이 낮았다. 그리고 미국의 영국에 대한 무역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파운드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달러 가치와 경쟁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과거 70년 이상 세계 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가치는 예전만큼 절대적이지 않게 되었다. 많은 투자자들이 달러의 불안정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그보다 더 효율적인 환율통화가 등장하지 않아 달러의 비중이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유로나 위안 같은 성장하는 국가 경제를 기반으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통화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비중은 점점 약화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다극화되는 시대 속에서는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앞으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통화가 무엇이 될지 그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게 그 배경지식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유럽이 통합되어 '유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공을 들여서 유럽이 하나의 통화로 통합되었는지 재미있었다. 그러한 유럽 통합처럼 아시아도 하나의 통화로 통일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중국의 위안의 세력이 너무나 커서 어떤 새로운 통화가 등장하기에는 어려울 듯싶었다. 그리고 그 통합 과정에서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이 그때부터 재정 기반이 취약한 나라로 구분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나라들을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자국의 통화 가치를 절하하여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국가 경쟁력을 낮출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유로화에 동참시키게 되었다. 이것을 지은이는 '시한폭탄을 안고 출범한 유로'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그 예상이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스로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가 이탈리아로 번지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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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마인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퓨처 마인드
리처드 왓슨 지음, 이진원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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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에 함몰되지 않기 위한 방법 

9기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된 <퓨처 마인드>와 <구글 이후의 세계>는 둘 다 인터넷 세계를 다루면서 하나는 자기계발적인 측면에서 또 다른 하나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었다. 리처드 왓슨의 <퓨처 마인드>는 디지털 시대에 함몰되지 않고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었다.  

리처드 왓슨은 앨빈 토플러, 다니엘 핑크와 함께 생존해 있는 '세계 3대 미래학자'로 꼽히는 미래학의 거장이다. 그는 트렌드 분석과 시나리오 플래닝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전 세계 개인과 조직을 대상으로 전략적 식견을 갖고 남보다 앞서 사고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왔다. 그가 제시하고 있는 방법은 '디지털과 될 수 있으면 멀리 떨어져 있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디지털 세상 속에서 떠돌아 다니고 있다. 휴대폰, 인터넷, 컴퓨터 문서 작업 등, 심지어 잘 때에도 휴대폰을 머리맡에 두고 잠든다. 휴대폰이 없으면 한시도 참을 수 없고 마약 중독에 걸린 것처럼 인터넷을 끊으면 정서불안에 걸릴 정도다. 나 스스로 돌아봐도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내 자신 같아 찔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에 무슨 광고에서 너무나 잘 터지는 휴대폰을 두고 '잠시 꺼 두셔도 좋습니다'라는 카피 문구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만큼 우리는 하루 24시간을 디지털에 꽁꽁 묶인 상태로 지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아니 앞으로도, 그것에서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리처드 왓슨은 이러한 디지털 환경은 인간의 창의적이고 깊은 사고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보았다. 무수히 많은 정보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재빨리 찾아낼 수는 있지만 그것은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정보일 뿐이다. 그러한 단기적인 사고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두뇌를 퇴화시킬 것이라 경고하고 있었다. 촉각이나 청각 등의 오감에 의한 자극으로 우리의 뇌는 발달하고 조용하고 사색적인 통찰의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깊은 사고로 인한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러한 발달적이고 확산적인 사고를 해내기 힘들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리처드 왓슨은 '깊은 사고에 도움이 되는 10가지 방법'으로 '시간과 공간을 창조/ 지적으로 난잡/ 생각 일기/ 개방적 사고 유지/ 욕실 공간 활용/ 침착/ 자유로움/ 실패 수용/ 문제 공유/ 일하러 가지 않기'를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과는 단절될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라는 내용인 것이다. 그곳은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가 없고 컴퓨터 없이 하얀 종이에 펜으로 생각나는 것을 적고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는 곳이다. 어쩔 때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고 시끄럽지 않은 조용한 자기만의 산책 코스를 만들거나 정원을 손질하면서 '사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작자가 '가장 좋은 생각이 나는 장소와 시간이 언제냐?'고 이메일, 전화, 컴퓨터, 직접 쓴 편지로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부분이었다. 거기서 리처드 왓슨은 찰스 왕세자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의 개인 비서로부터 '찰스 왕세자가 하이그로브 정원에 있을 때와 산울타리를 놓는 등 바깥일을 하실 때 항상 영감을 받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라는 답장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엉뚱한 내용에도 찰스 왕세자의 개인 비서가 성실하게 답변을 보내줬다는 사실이 웃기면서 우리나라였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았다. 어쨌든 이 물음에서 직접 쓴 편지에 대한 답장이 가장 많이 왔다는 것과 '혼자 가만히 있을 때' 가장 좋은 생각이 난다는 대답이 1위였다는 것은 예상 가능한 내용이었다. 

어쨌든 리처드 왓슨의 경고처럼 디지털 세상과 분리되어 있는 시공간을 만들어야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실제로 그런 게 가능할 건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미 게임중독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고 며칠 밤낮을 게임만 하다가 사람이 죽는 경우도 간간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인 이 시점에서 어떻게 휴대폰과 인터넷을 끊을 수 있겠는가? 어렸을 때부터 일상적인 생활의 일부분으로 디지털을 다루고 있는 지금의 10대나 그보다 어린 애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디지털 세상은 깊이 있게 사고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공간을 만들어 낼 것 같다, 미래의 언젠가는. 문자혁명 이후에는 영상(이미지)혁명이라도 일어나는 게 아닐까? 그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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