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추억도 포장 이사를 할 수 있을까??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오늘 이 공간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된다.

뭔가 아쉬운 마음에 창밖의 일몰을 바라보았다. 여름이 다가올수록 낮이 길어지면서 좋은 점은 저녁놀이 아름답게 만들어지는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창 밖의 이 풍경을 무척 좋아했다. 평소라면 예쁘다는 감상만 하고 지나쳤겠지만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에 일몰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일몰이 2~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일어났다. 그래도 5분이나 10분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사라진 태양에 미련이 뚝뚝 묻어났다.

 

그러면서 그동안 이렇게 짧은 일몰도 몇 번 보지도 못하고 살아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2~3분의 삶의 여유도 없이 무수히 많은 일몰과 저녁놀을 무심히 지나쳤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대체 인생에 뭐가 있다고 하루 동안 5분도 안되는 삶의 여유도 없이 하루하루를 빡빡하게 살아 왔을까? 조금 더 많은 추억을 쌓지 못한 게 후회가 되기도 했다.

 

 

 

 

 

 

 

이 집에서 조카가 태어나서 벌써 7살이 되었다. 조카가 자라는 걸 보면 정말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걸 실감한다. 이제 6학년이 된 다른 조카는 벌써 나와 키가 비슷해졌다. 요즘 애들은 왜이리 쑥쑥 자라는지 볼 때마다 신기하다. 조카가 내게 어깨동무를 하며 친구라고 부른다. 괘씸한데도 반박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아직은 내가 조금 더 크다고 박박 우긴다.

 

이사할 집은 이곳과 멀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낮은 층수라서 창 밖의 풍경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집은 조금 더 넓어져서 물건을 정리할 여력이 생긴다는 것이 좋은 점이었다. 책장이 꽉 차서 계속 모이는 책들을 정리할 수 없어서 쌓아 놓기만 했던 것이다. 내년이면 또 다시 변동 사항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오늘 밤에는 내 물건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큰일이다. 물건을 못 버리고 모아두는 성격이라 정리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한번씩 물건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렇게 가끔씩 이사를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새로운 곳에 적응을 해야 하지만, 추억인 아닌 나쁜 기억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설레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이다...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벼운 몸이 되어 훌쩍 어디든 떠날 수 있도록...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추억들을 잃어버리지 말고 가슴 속에 간직해야지.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중요한 기억들을 지우지 못하도록 추억들을 가슴에 새겨 놓아야겠다.

 

가족들의 손때, 낙서, 웃음소리, 흔적들이 보물찾기를 하는 보물처럼 집안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이사를 가도 이런 보물들이 함께 딸려 올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이사간 집에서도 즐거운 추억들이 켜켜이 쌓여 가겠지만 말이다. 그 많은 추억들도 예쁘게 포장 이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젠 안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