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다녀왔다.

외국 가는 걸 그리도 싫어하면서도 가야 했던 이유는,

내가 미라 연구팀 소속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발굴되는 미라를 가지고 연구하는 건 한계가 있다.

나오는 게 대부분 300-400년 된 조선시대 미라고,

거기서 나오는 기생충도 별반 새로울 게 없었으니 말이다.

발에 차이는 게 공룡 뼈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무덤이 많다는 몽골,

그쪽 사람들에게 우리의 연구 상황을 말해주고

공동연구를 하자고 꼬드기는 게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다.

나를 비롯한 미라 팀 다섯명과 몽골어과 교수를 중심으로 한 고고학 연구팀 4명,

이 일기는 그들과 함께 한 3박4일의 간단한 기록이다.


4월 25일 (토)

여행가방을 쌀 때, 책을 세 권 챙겼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부터 진중권의 <이매진>을 읽기 시작했고,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 안자고 그 책을 읽었다.

몇페이지 안남았을 때 방송이 나온다.

"이제 곧 징기스칸 공항에 도착합니다."

책 두 권으로 남은 일정을 견뎌야 한다니, 갑자기 공포감이 엄습했다.


호텔에 도착한 건 밤 12시 즈음.

독방이어서 좋았고, 좁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잠이 안와서 두시까지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읽었다.


4월 26일(일), AM 7시.

여러 번 말한 적이 있지만 난 외국에 가면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한다.

심리적인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인데,

그건 잘사는 나라건 못사는 나라건 마찬가지다.

더 희한한 건 현지에 있는 한국식당에서도 밥을 먹지 못한다는 것.

그걸 잘 아는 아내는 식빵 한 줄과 딸기잼, 그리고 땅콩버터를 싸줬고,

거기에 더해 내가 '마술 도시락'이라고 명명한 신기한 도시락을 구해 왔다.

마술 도시락은 통이 이중으로 되어 있는데

햇반을 위쪽 통에 넣고 카레를 그 위에 부은 뒤

아래쪽 통에는 물을 넣고 무슨 주머니난로 비슷한 걸 넣는다.

그러면 1분도 안되어 아래쪽 물이 끓기 시작하고,

그렇게 8-10분 가량 놔 뒀다가 밥을 먹으면 된다.

이번 여행을 떠날 때 그리 큰 걱정을 안한 건,

여행 가방의 반을 차지한 먹거리들 덕분이었다.


일요일 아침, 식당으로 가 사람들에게 "속이 안좋다"고 한 뒤

내 방으로 와 마술 도시락을 먹었다.

카레에 장조림 햄, 통조림 김치. 더 이상 뭘 바라겠는가?

일회용 숟갈로 밥을 뜨면서 "이것만 있으면 일주일도 버티겠다"며 껄껄 웃었다.

밥을 다 먹고 점심에 먹을 빵을 만들었다.

땅콩버터에 딸기잼을 듬뿍 발라 만든 빵, 점심도 두렵지 않다.


4월 26일, AM 10시

자연사 박물관을 견학하다.

겉으로 보기엔 그다지 넓어 보이지 않았는데,

그 안엔 별 게 다 있다.

티라노사우르스의 뼈가 풀세트로 갖춰져 있는 걸 보고 놀라다.

거의 한시간 반을 걸어다닌 것 같다.


* 날씨에 관해서

몽골이 북반구라 추울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안내자가 보내온 메일에 의하면

우리가 가기 전전날 눈이 왔단다.

그 메일에 낚인 우리 일행은 다들 중무장을 하고 왔는데,

난 혹시나 싶어 반팔을 하나 가져갔다.

학회날을 제외하곤 내내 반팔만 입고 살았다.

몽골의 햇볕은 아주 강렬했고, 밤에도 전혀 춥지 않았다.


4월 26일, PM 12시

일행 중 한명과 잘 아는 몽골대사관 영사가 한국식당에서 밥을 샀다.

불고기 조림이 전체요리로 나오고 각자 밥을 시켰는데,

혹시나 싶어 불고기 한점을 먹어보니 역시나 안되겠다.

가방에서 빵을 꺼내 몰래 베어먹었다.

이렇게 맛있는 빵이 있다니,라고 감탄하면서.

밥을 먹고 나오는데 미라 팀에 있는 친구가 이런다.

"야, 진짜 맛있다. 난 이곳 음식이 체질에 맞나 봐."

글로벌 시대에 맞는 그가 부러웠다.


4월 26일, PM 2시

피곤해 죽겠는데 말을 타러 국립공원에 가잔다.

나보다 연로한 누군가가 "좀 쉬다 가자"고 했더니,

가는 동안 차에서 자란다.

가이드와 운전사를 포함해 봉고차 안에 열한명이 타니 좁았지만,

그래도 피곤하니 잠이 왔다.


말이 국립공원이지, 그냥 초원에 천막과 더불어 말 몇 마리만 있었다.

조랑말이어서 타기가 미안했다.

그 말도 무지 힘든 듯 간간이 신음소리를 냈다.

살을 빼긴 빼야겠구나 싶었다.


같이 말을 탄 일행 중 두명은 말에서 떨어졌지만

난 별 탈 없이 30분 가량이 소요되는 한바퀴를 완주했다.

친구가 이런다.

"너 말 잘 타더라. 말과 완전히 혼연일체가 된 것 같았어."

말에서 내리면서 날 태우느라 힘이 빠진 말을 쓰다듬으면서

연방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제 좀 쉬어."라고 하며 뒤로 돌아서는데,

아주 뚱뚱한, 대략 80킬로는 되어 보이는 미국여자 한명이 그 말에 올라탄다.

마음이 아팠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별족 2009-04-30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크게 상관있는 건 아닌데, 시작하면서부터 '누군가를 만났어'가 생각나서 이게 진짜야, 이러면서 읽습니다. 사실, 막 댓글을 달려고 할때, 책 제목이 전혀 생각이 안나서 -하얗고 별이 반짝반짝하는 표지그림은 생각나는데, 이야기가 딱 사막으로 유물탐사하는 거였다는 것도 기억나는데-, 몽골일기 3편까지 다 읽을 때까지 한 쪽에서는 마태님 굶는 이야기를 따라가고, 한 쪽에서는 책 제목을 생각해냈지 뭡니까.

비로그인 2009-04-30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생각나요. 작고하신 파바로티의 취미가 승마였다지요.






듣는 순간 말이 불쌍해 졌습니다. 그에 비하면 마태우스 님을 태운 말은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세실 2009-05-01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마술도시락도 있군요.
마태님은 몇킬로더라?

좋은날 2009-05-0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모습과 같이 그 말 상상하니 웃음이 나네요..
그동안 마타우스님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ㅎㅎㅎㅎㅎㅎㅎㅎ
마태우스님 얼굴을 안다는게 너무나 기쁘네요..
내멋대로 상상이 아니라
마태우스님 모습으로 상상할수 있어서요..
이매진 사놓고 안 읽었는데 나도 빨리 읽어야겠어요.

마태우스 2009-05-05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데이님/저...상상을 좀 더 잘생기게 하시진 않으셨나요? 제가 외모가 좀 많이 그래서용...ㅠㅠ
세실님/저..우리 체중 얘긴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주드님/파바로티가 말을 잘 탔군요. 그 사람도 체중이 꽤 나갔는데... 글타고 절 태운 말이 불쌍치 않은 건 아니어요...그나저나 주드님 안녕하셨어요?
별족님/첫댓글 감사합니다. 지금은 책 제목 생각나셨나요? 님의 연배는 모르지만, 제 나이 정도 되면 뭔가 생각안나면 포기하라,는 원칙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생각 안나거든요^^

마냐 2009-05-09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진장 안타까운. 글로벌 식탁을 탐하지 못하는 분들께는 늘..안타까움 뿐...힘내세요. 마태님...세상사 100가지 즐거움 중 고작 한가지일 뿐이니.

그리고. 마씨 가문 대형이 말을 잘타는 건 기본 아닐까여.

별족 2009-05-1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은 '누군가를 만났어'입니다. ㅋㅋ, 예전에도 저랑 이런 똑같은 대화를 한 적 있어요. 그때는 성장하는 아역배우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제가 커스틴 던스트 이름을 기억 못했죠.

얼룩말 2009-06-04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얘기는 정말 대박이예요. 반팔..은 정말 자랑스러우셨겠어요^^
 

"학장 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내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 상대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면서 답한다. 

"지금처럼만 하면 넌 학장 안될 것 같아!" 

 

내가 쓸데없이 학장이 되면 어쩌나를 걱정하는 이유는 

학장이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이기 때문이다.  

부학장을 비롯한 다른 보직은 거절하면 되지만

날 좋게 보는-이건 물론 내 생각이다-총장이 갑자기 날 학장으로 임명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어려서 반장을 한번 해보고픈 마음은 있었지만 하지 못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남 뒤에 서서 따라가는 게 편하다는 걸 깨달았다.  

대학에 온 뒤로 행여 보직 같은 걸 맡을까봐 긴장하며 살고 있는데, 

가끔 보면 보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래, 보직은 그런 사람이 해야지 더 잘하는 거야! 

지금까지 내 마음이 이랬었는데 

오늘 바뀌었다. 

갑자기, 부총장이 하고 싶어져 버렸다. 

왜? 

 

오늘, 일이 있어 난생 처음 의대 내 있는 부총장실에 들어갔는데  

부총장은 없고 비서가 우릴 맞는다. 근데...

비서의 미모가 글쎄....... 어마어마한 거다.

같이 갔던 선생에게 이랬다. 

"이제부터 목표는 부총장이다." 

내가 부총장이 된다면 지금 부총장처럼 자리에 없는 대신 

한결같이 부총장실을 지키는 실무형 부총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울보 2009-04-2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아주 잘 하실거예요,,
아자아자 화이팅하세요,
저도 마태우스님이 부총장이 될수있게 밀어드릴까요 그런데 힘이 없어서,,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04-20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잿밥에 관심 ㅍㅎㅎ

다락방 2009-04-20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정말 마태우스님의 이런 글이 좋고 이런 유머가 좋아요. 자주자주 오셔서 저 좀 웃게 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미녀라서 다행이에요. =3=3=3=3)

메르헨 2009-04-20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저희 사무실에 오시면...어마어마한 느낌을 또 받으실텐데...^^

마태우스 2009-04-20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르헨님/아앗 거기도!!! 님 사무실로 전근가고파용
다락방님/어 글쿤요 미녀의 웃음은 사회의 복이죠^^ 열시미할게요
휘모리님/호호 그게 인생이죠
울보님/이잉 맘만으로도 충분해요!

마늘빵 2009-04-20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렇게 한 눈을 파시다닛! 그 분께서 아시려나... ( '')

Mephistopheles 2009-04-20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태우스님은 (무)부남이 아니시고 (유)부남입이십니다. (저번 페이퍼의 여파입니다.)

비로그인 2009-04-21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남이건 유부녀건 미남미녀는 좋은 법............뭐 바라만 보는 저 하늘의 별로 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죄송해요 제가 요즘 좀 횡설수설 합니다)

2009-04-21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9-04-21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부총장 되시면 그 미녀님도 좋아하실텐데 말이에요. ㅎㅎ

마법천자문 2009-04-21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생각하는 미인의 기준이 좀 의심스럽습니다. 저는 탤런트 한지민급이 아니면 미인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만, 마태우스님은 혹시 소녀시대 효연 정도면 미인으로 인정하시는 거 아닌지???

paviana 2009-04-21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총장님 비서가 그정도 미모면 총장님 비서는 얼마나 더 미인이겠어요.
꿈을 크게 가지세요.

마태우스 2009-04-2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그게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전 기냥 부총장 할래요^^
달려라하니님/제가 눈이 좀 낮긴 합니다만, 그래도 아름다운 걸 아름답다 할 줄 아는 남정네입니다. 같이 갔던 선생도 부총장 비서를 보고 매우 감동한 눈치더군요. 글구 소녀시대 효연 정도면.... 기절하지요^^

무스탕님/네? 그럴까요? 갑자기 희망이...
속삭님/아직도 그 일의 여파에 시달리고 있긴 합니다만, 너무 걱정 마세요. 어차피 예상 못한 일은 아니었으니깐요
주드님/그죠? 집적거리는 대신 "저기 미녀가 산다"는 마음으로 그 앞을 지나다닌다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참 주드님도 미녀잖습니까^^
메피님/유부남이라고 해서 미를 미라고 할 자유도 없단 말입니까..... 솔직히 말해보세요 님의 마음도 강남길을 걸을 땐 좀 흔들리지 않나요?^^
아프님/하, 한눈을 팔다뇨. 전 가정에 충실한 남정네입니다^^

좋은날 2009-04-25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총장실에 자주 가시면......
부총장님 되기 전까지만요. 그러면 미녀를 자주 볼수 있을듯..
저도 마태우스님이 자주 글을 올리시길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마태우스 2009-04-30 0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데이님/안녕하세요. 제 글이 자주 올라오길 바라는 분이 계시다니, 앞으로 열심히 좀 해야겠단 결심을 해봅니다. 불끈!!^^
 

'너구리'라는 별명을 가진 여선생이 있다.
나이도 젊지만 무엇보다 미모가 출중해 많은 남자 선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는데,
얼마 전 그녀가 갑자기 내 방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라고 하자 문이 열렸고, 그게 너구리 선생임을 안 나는 기절할 뻔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방을 좀 깨끗이 치워둘 걸, 하는 후회를 하며
난 귀빈에게만 제공되는 바퀴의자를 제공했다.

그녀는 자리에 앉는 대신 손에 든 케이크를 내민다.
"이게...뭐죠?"
너구리 선생은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마선생님은 제게 특별한 분이라서 드리는 거예요."
얼떨결에 케이크를 받았고, 너구리 선생은 휙 몸을 돌려 나가 버렸다.
그로부터 5분 동안 난 황망히 앉아 있었다.
왜 하필 내게? 특별하다니? 설마 그녀가 날? 어떡해~ 난 가정이 있는데.


순간 내 눈에 최근 급격히 나온 내 배가 들어왔다.
이런 몸으로는 너구리 선생이 프로포즈를 한다고 해도 응할 수 없어.
난 갑자기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만약을 위해! 만약을 위해!"
열다섯개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난 숨을 몰아쉬었다.
잠시 바람이 쐬고 싶어 복도로 나간 난 계단에서 누군가가 전화를 하고 있는 걸 듣게 되었다.
"자기야. 아까  케이크 사러 갔는데 서비스로 하나 더 주길래 마교수님한테 줬어. 나 잘했지?"
난 다리에 힘이 풀리며 주저앉고 말았다.
팔굽혀펴기를 너무 열심히 했나보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9-04-11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헤어스타일을 무총머리로 바꾸셨답니까...??

울보 2009-04-11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이야기 광고이야기지요,,,,ㅎㅎ

마태우스 2009-04-11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어....들켰다...
메피님/이런 센스쟁이 같으니라고..!! 열흘 전이면 만우절이잖아요^^

paviana 2009-04-1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소재가 궁하시군요.
반성하세요 .ㅋㅋㅋ

마늘빵 2009-04-11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이건... 어디서 많이 보던... ^^

무스탕 2009-04-12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전 처음 보는 내용인데 요런 광고가 있어요? ^^;

부리 2009-04-12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신선한 이야기.... 살짝 감동할 뻔했습니다^^

하루(春) 2009-04-12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뭡니까? 반성하세요. 속을 뻔 했잖아요.

2009-04-12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09-04-12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제과점에서 서비스로 케익을 하나 더 주나 물어보려고 했잖아요!

조선인 2009-04-1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광고 보면서 제일 궁금한 게 케익 하나를 통째로 덤 주는 제과점이 과연 있겠냐 하는 거였죠.

야클 2009-04-1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을 무태우스로 바꾸심이....

무해한모리군 2009-04-12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풋 ^^

가시장미 2009-04-12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태형을 믿어요. 분명 2탄이 있을거야. 이게 끝은 아니죠? 크크크 ^^

노이에자이트 2009-04-12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광고에 나오는 누나 정말 귀엽게 생겼어요.한 번 보고 싶어요.

세실 2009-04-12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전 사실인줄 이런... 하여간 센스쟁이 마태님^*^ 잠시 웃었습니다.

글샘 2009-04-13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팔굽혀펴기를 했는데... 다리 힘이 빠지시는... ㅍㅎㅎㅎ
만우절 뒤풀이까지 하시는 여유를...

별족 2009-04-13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리즈 광고 넘 황당해요. 빚내서, 상황을 대비하라는. 지난번 시리즈는 아내한테 욕먹지 말고 진급턱을 내라더니, 이번 건 빚내서 이혼과 재혼을 혹은 맞바람을 준비하라는?

좋은날 2009-04-15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무대리로 활동하시나요?
티비에서 가끔 보던거지만 재미있네요 ㅎ ㅎ

마태우스 2009-04-20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데이님/재밌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용
별족님/사실 내용은 좀 그렇죠? 돈 빌려쓰라는 광고이니 어떻게 만든다 해도 거기서 거기죠 뭐.
글샘님/부끄럽습니다. 글구 원래 팔을 단련시키면 다리힘이 없어집니다^^
세실님/어머 미모의 세실님이 웃어주시다니, 저도 기쁩니다
노이에자이트님/어 그렇군요 제 스타일은 아니어용
가시장미님/2, 2탄은.... 오늘 올렸어용
휘모리님/헤헤^^
야클님/뭐야뭐야 연락한다더니....!
조선인님/앗 거기에 대해선 생각 안해봤는데...^^
브리니님/역시 님은 소녀예요!!
속삭님/에이 전 알고보면 그리 좋은 놈은 아니어요. 무과장이나 따라하려고 하구^^ 늘 따뜻한 댓글 남겨주셔서 고마워요. 답례도 못하는데 번번이....
하루님/반성하고 있습니다....흑흑
부리님/늘 살가운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님이 남이 아닌 것 같아요
무스탕님/TV를 별로 안보시는군요 요즘 넘쳐나는 게 돈 빌려쓰라는 거잖아용.
아프님/그,그러게요 요즘 창의성이 많이 떨어져서 말입니다...
파비님/저한테 왜이리 가혹하세요 흑..
 

"TV에 나오신 걸 보고 전화드렸어요."
전화를 받는 내내 난감했다.
'배가 산처럼 나왔다'는 증언으로 볼 때 그 환자분은 절대로 기생충에 걸린 건 아니였으니까.
하지만 그 환자분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게 전화를 한 것,
난 할 수 없이 천안으로 내려와주십사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언니와 함께 온 그 56세 환자는 정말 배가 남산만하게 나와 있었다.
임신 말기의 배부름과도 상대가 안될 정도로,
언니 말에 의하면 체중이 원래 45킬로인데 75킬로가 되었단다.
6년 동안 계속 커지기만 한 그 물체의 정체가 뭔지 난 모르겠지만,
원자력병원,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안다녀본 병원이 없음에도
그녀의 병은 낫질 않았다.
수술을 시켜달라고 해도 안된다고 하는 걸 보니 뭔가가 있긴 한 모양인데,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환자분의 말씀으론 평활근세포 종양이란다 (근데 수술은 왜 안되지?)

거기에 대해 이것저것 공부를 많이 한 환자분의 유일한 희망은
열치료였다.
5년 전 감기에 걸려서 열이 많이 났는데
그때 그 종괴의 크기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
게다가 독일어로 된 관련 문헌도 가지고 있는데,
그걸 보면 자기와 증상이 비슷하고,
그때도 열로 치료를 했다는 거다.

어느 의사도 환자가 원하는 방식, 그것도 과학적 지식에 근거하지 않은 방식으로 치료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환자와 언니가 아무리 열치료를 해달라고 졸라도
그 말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의사는 없었단다.
"그래도 선생님만 제 말을 진지하게 들어 주시네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워낙 아는 게 없으니까, 그리고 천안까지 오셨는데 그냥 가시게 할 수는 없으니까.
내가 만약 그 환자였다면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열이 나게 했을 거다.
어차피 의학이 포기한 질환이니 다른 방법을 써보는 수밖에 없잖는가?
이 환자, 다시 한번 감기에 걸리고자 한시간 동안 비를 맞기도 했고
아프리카 가서 말라리아에 걸리려고도 했고
고추가루를 국수에 타서 먹기도 했다는데
정말 안스럽지 않은가?

그 환자와 근 한시간여 동안 머리를 맞댄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갑상선 호르몬제를 드시는 게 어떠냐는 것이었다.
부작용으로 열을 내는 약제가 있긴 하지만
그건 좀 말이 안되는 것 같고,
안그래도 환자가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있다니
그것 정도는 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물론 뒷날 어떤 일이 있을지 겁이 나서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고 드시라"고 했지만(종이에다 그렇게 써줬다)
환자에 관련된 일인지라 여전히 조심스럽긴 하다.

내가 기초의학을 한다는 게 안타까운 건,
이 경우 내가 자의적으로 처방을 할 수 없다는 것 때문이고,
내가 기초의학을 해서 다행스러운 건
내 성향으로 보아 이렇게 자의적으로 처방을 해 여러 환자를 잡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9-04-02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2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4-02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기초의학이라는 게 처방에선 또 그렇군요~~~

무스탕 2009-04-02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제가 몰라서 물어보는데요..
마태우스님은 환자 받는, 즉 병원에서 외래도 보고 강의도 하는 선생님이 아니고 그냥 학교에서 강의만 하는 교수님 아니신가요?
환자분이 찾아오셨다는 이야기에 갸우뚱... --a
학교로 찾아오신 분에게 조언만 해주셨다는 말씀이신건가요? --a

hnine 2009-04-02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또 한번 유명해지시는거 아닌지요?
아무튼 그 환자분은 얼마나 답답하실까요. 회복되셨으면 좋겠는데요.
오늘 도서관에서 마태우스님이 저자로 참여하신 신간 나온 것 봤는데, <과학이 나를 부른다> 요 ^^

바람돌이 2009-04-02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데 이유를 모르는 것. 어떻게 노력을 해야 할지 정말 알 수 없는것 얼마나 답답할까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태우스님을 찾아갔을듯... 그냥 안타깝네요. ㅠ.ㅠ

마노아 2009-04-03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도 이리 답답한데 환자분은 오죽할까요ㅠ.ㅠ 갑상선 쪽으로 어케 효과가 있었으면 합니다. 어휴...

마태우스 2009-04-11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랙커피님/어 그거 보시는군요! 다른 필진들에 비해 글발이 달려서 고전 중입니다.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그래도 다른 분이 조언해 주셨어요.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마노아님/글게 말입니다. 다른 분의 조언에 의하면 갑상선도 별 효과가 없다네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어요.
바람돌이님/글게 말입니다. 저한테까지 온 걸 보면 참....
HNINE님/앗 그 책 보셨군요! 제가 어디다 쓴 글을 모아서 책을 낸 건데, 헤헤, 그걸 봐주시는 분이 계시군요.
무스탕님/그러니깐요 제가 그때 TV에 한번 나온 적이 있거든요. 그 후부터는 여기저기서 환자들이 전화를 하시더라구요. 근데 전부다 병원 다녀도 안되는 환자들이라, 제가 많이 난감하죠.ㅜㅜ
순오기님/어 원래 기초의학자는 환자 보면 안되거든요. 안될 건 없지만 위험한 일이지요.... 답답해서 저한테 오신 분이라 열심히 들어드렸지만, 제가 해드릴 건 별로 없어요 ㅠㅠ
속삭님/어 그게요, 전혀 없지요. 그냥 환자분과 언니만 오셨거든요....
속삭님/님 서재에 가서 말씀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한학수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뉴스에 뒷모습이 나가고 난 며칠 후, '말라리아 전문가'로 같이 출연했던 친구가 논문조작에 관한 책 세권을 소개해줬다. 샀다. 내 눈길을 끈 건 한학수 피디가 쓴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였다. 몇 페이지를 읽으니 이건 뭐, 아무리 재미있는 추리소설도 이보다는 못할 것 같았다. 원래 읽던 <후불제 민주주의>를 잠시 접어두고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와~~ 어떻게 된 게 이리도 재미있담? 결과를 뻔히 아는 사건이건만, 다 읽지 않고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을만큼 박진감이 넘쳤다. 시비돌이님이 이 책을 "올해의 책(2007년 얘기다)"으로 꼽은 것도 당연해 보였다.


대통령마저 감탄을 아끼지 않았던, 그리고 박홍 씨에 이어 대학교수로선 두 번째로 경호가 붙을 정도로 유명인사였던 황우석, 피디수첩이 그런 막강한 권력과 싸울 수 있었던 건 물론 진실에 대한 한학수 피디의 집념이었지만, 이 사건을 처음 제보했던 K씨가 아니었던들 황우석 시대는 좀 더 오래갔을 터였다. 그가 아니었다 해도 황우석의 거짓소동은 결국 덜미가 잡혔을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난자를 뽑혔고, 얼마나 많은 국민세금이 황우석에게 뿌려졌을까? 그러니 우리 사회는 K라는 제보자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을 보면 가관이다.

"황우석 교수님이 많은 활동을 하다보니 그 많은 팀원들을 데리고 가기 힘들꺼 아닙니까? 그러니 이팀원은 필요할 때만 쓰고 필요 없을 때에는 쓰지 않으니 그렇게 당한 팀원들은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겁니다."

"수많은 배신은 모두 그 배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거대한 대의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내부로 보면 자신에 대한 사랑과 총애가 벗어나는 그 분한 감정으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다는 돈때문에 스승을 팔았으며..."

이런 말은 황우석의 연구가 조작이 아닌 경우에만 가능하건만, 우리들은 어쩜 이리도 무지몽매하단 말인가? 피디수첩이 황우석이라는 거대한 권력과 싸워 이긴 뒤에도 오랜 기간 시달림을 받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 역시 황우석의 조작 사실을 믿지 않았다. <사이언스>는 내게 북극성같은 잡지다. 우리학교에선 그 잡지에 논문을 실으면 천만원을 준다 (경희대는 5천만원이란다). 구차한 변명이긴 해도, 내가 죽을 때까지 한번 내보고 싶은 잡지의 표지를 장식한 과학자가 조작을 한다는 걸 내가 어찌 의심할 수 있었겠는가? 난 피디수첩을 보면서 '한학수가 과학에 대해 뭘 알아?'라고 했지만, 그는 사이언스에 실린 황교수의 논문을 100번도 더 읽었고, 줄기세포에 대해 여느 과학자보다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취재에 나선 거였다. 그의 집념에도 경의를 표하며, 그때 황우석을 열심히 변명했던 걸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반성해 본다.


한가지 더. 황우석의 입 역할을 했던 분이 바로 안xx 교수다. 아버지의 주치의이기도 했고, 연구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이신 분이셨는데-그게 황우석 조작을 더 믿기 어려웠던 이유이기도 했다-이 책을 읽다보니 그분은 논문조작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듯했다. 시종 인터뷰를 거절하고, 자료를 내주는 것도 거부한 걸 보면 심증이 간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서울대학교병원'의 의사로서 재직 중이다. 설령 그가 조작사실을 몰랐다 해도, 그토록 우리나라를 뒤흔든 사건의 공범자가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건 말이 안된다 (그건 이병천 교수도 마찬가지다). 홈페이지에 '겨레의 대학에서 세계의 대학으로'라는 슬로건을 써놓은 서울대학교, 하지만 이 학교가 왜 세계의 대학이 되지 못하고 있는지는 이번 사건의 처리결과를 보면 알 수 있으리라. 내가 제보한 S선생은 어떻게 될까?


댓글(6) 먼댓글(0) 좋아요(5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09-03-29 0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었군요.
또다른 황우석은 더 이상 없기를, 또다른 황우석을 키워내는 사회가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마지막 구절에 공감하면서도 맥이 빠집니다.

순오기 2009-03-29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대 간 남편의 친구 아들넘 덕에, 며칠째 서울대 얘기 신물나게 들었어요.ㅜㅜ
이 책 관심이 가네요~ 황우석 논문을 100번도 더 읽었다는 한학수 피디, 그분이 파헤친 진실을 제대로 알고 싶네요. 슬픈 공감이지만 추천해요~~~

2009-03-29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9-03-30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참 이상한 사람들이어요. 우리나라의 국익을 엄청나게 지켜준 사람을 그토록 음해하고 욕하고 그러는 걸 보면, 정말이지 한심한 일입니다. 조작이라는 건 그래도 과학계에 몸담아온 저로서는 상상을 못하는 일이지요. 근데 전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치다니, 말이 안나오더군요. 한피디님 말씀대로 외국에서 먼저 알았어봐요. 거기서 한국을 얼마나 욕했겠어요? 우리나라는 자정작용도 작동하지 않는 곳이라고... 피디수첩이 정말 고맙죠.
순오기님/추천 잘 받겠습니다^^ 이 책 보면 언론이랑 정치권도 문제더군요. 잘못된 기사를 쓸 수는 있지만, 나중에 조작인 게 밝혀진 뒤에는 미안하다고 사과는 해야 할 것 아닌가요.
hnine님/황우석처럼 사이언스를 속이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허황된 국익에 열광하는 나라에선 제2의 황우석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겠죠.

지나가다 2009-03-31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태우스님 김어준 책 리뷰에서 보면 누구에 대해서 험담 비슷한 걸 하시던데 도대체 그 해당 작가가 누구인가요? 누구길래 그렇게 평가절하 하시는 건지.... 무지 궁금합니다. 살포시 좀 알려주십시오.

마태우스 2009-04-01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다님/ 그거 접니다. 제가 변명이 들어간 책을 포함, 다섯권을 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