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날씨가 더우면 추리소설에 끌린다.

올 여름이 다른 여름보다 시원한 편이라 해도 그래도 여름은 여름,

난 닥치는대로 추리소설을 읽으며 여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내가 죽인 소녀>(이하 '내가')는 하라 료가 쓴 작품이다.

잘 모르는 작가의 책을 과감히 산 이유는 그게 나오키 상 수상작이라서가 아니라,

추리문학의 거봉 물만두님이 추천한 책이기 때문이었다.

그 믿음은 헛되지 않아, 난 이 책을 읽는 사흘간 무척 흥미진진하게 이 책을 읽었다.

열한살 된 소녀가 유괴되는데 주인공인 탐정이 공범으로 몰린다,는 설정부터 구미가 확 당기지 않는가?

그 이후 전개가 독자의 예상치와 맞아떨어지는 게 평범한 소설이라면,

<내가>는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내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


이 책이 내게 더 재미있었던 건 작가가 사설탐정을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유명한 사립탐정 셜록 홈즈는

레스트레이드 경감을 비롯한 경시청 형사들을 쩔쩔매게 만드는 신출귀몰한 탐정이며,

모든 수사현장에 우선적으로 다가갈 권리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여기 나오는 사립탐정 사와자키는

경찰로부터 "수사를 방해하지 말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고,

경찰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힘없는 존재다.

가끔씩 그가 경찰에게 "넌 내 아빠가 아니야!" 하면서 전화를 끊거나

경찰에게 "닥쳐! 지시하지 마!"라며 항거할 때면

괜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거기에 더해 저자는 표현력 또한 멋져서, 다음과 같은 대목을 읽을 땐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1) 여자아이가 유괴되는데, 그 아이의 오빠는 마이클 잭슨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형사들이 잡아당기는 바람에 티셔츠 가슴께에 찍혀 있는 마이클 잭슨의 얼굴이 성형수술을 받은 보람도 없이 추하게 일그러졌다(17쪽)"


2) 어둠 속에서 뭔가를 찾는 주인공,

"소리가 나는 방향을 찾는 귀와 프로메테우스가 참견한 뒤로 퇴화만 거듭하는 어둠 속에서의 감에만 의지했다.(296쪽)"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쳤다는 걸 이렇게 멋지게 표현한 구절은 처음 봤다.


3) 노파를 감시하는 주인공, 노파가 테이블을 옮기는 걸 이렇게 표현한다.

"경로의식이 결여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나로서는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299쪽)"


이제 안타까운 점 하나.

이렇게 멋진 소설을 쓰는 작가가 데뷔 후 19년간 딱 4편의 소설을 썼다는 것.

그래도 너무 안타까워하진 말아야겠다.

이제 난 겨우 한편을 읽었을 뿐이니까.

네편 다 읽은 사람도 있는데 뭘.^^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리 2009-08-07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한편도 안읽었어요!

마태우스 2009-08-07 21:5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오, 님이 부럽습니다

부리 2009-08-07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부끄럽습니다

마태우스 2009-08-07 21:5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뭘요 다 그렇게 사는 거죠^^ 근데 로그인 안해도 글쓸수 있으니 참 좋네요. 시간이 절약되는 것 같아요. 옛날엔 맨날 로그아웃했다가 다시 로그인하고, 어휴....

부리 2009-08-07 21:5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 진짜 그때 참 힘들었지요. 변신에 평균 1분 10초 가량이 소요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꼬마요정 2009-08-07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부리와 마태님의 오묘한 대화?????
표현력이 장난 아닌데요~ 저도 읽어볼래요~^^
(마태님의 리뷰 제목도 맘에 들어요~)

잘 지내시죠??ㅎㅎㅎㅎㅎ
--------- 여름이 여름 같지 않아 슬픈 1人입니다.ㅠㅠ

paviana 2009-08-08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간만에 부리와 마태님의 대화를 보니 즐겁군요.
저도 요즘은 추리소설만 읽고 살아요.

마태우스 2009-08-08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어멋 여기까지 오셔서 댓글을 남겨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그 녀석, 약의 후유증 때문에 먹는 것만 밝히는 아이가 되었고, 그 바람에 녀석의 장점인 기동력이 현저히 저하되었습니다. 그애의 모든 걸 좋아했기에 마음은 아프지만, 공지영 책 제목처럼 "네가 어떤 모습이 되더라도 난 널 사랑할 거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파비님/정보는 교환합시다!!
꼬마요정님/안녕하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꾸벅. 제가 제목엔 소질이 없지만, 오십번에 한번 정도 마음에 드는 제목을 만들지요^^ 덥지 않아서 슬프단 말씀인가요? 전 더위 타서 안더운 여름이 좋아용.
 
밑줄 긋는 여자 -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이야기
성수선 지음 / 엘도라도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광명에 있는 중학교에서 기생충에 대해 강의를 해달란다. 불러준 게 고마워서 그러겠다고 했다. 학교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 <밑줄 긋는 여자>를 펴들었다. 그때만 해도 이 책에 아주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이분의 첫 번째 책이 괜찮았기도 하지만, 나랑 아는 분이 낸 책이었다는 게 이 책을 산 더 큰 이유였으니까. 하지만 몇 장을 넘기고 난 뒤 난 내 생각이 잘못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돈가스에 얽힌 사연을 담은 첫 번째 글부터 재미의 쓰나미가 몰려왔으니 말이다. 놀란 나는 십여분쯤 더 읽다가 그분에게 문자를 날렸다. 정말 재미있다는 내용의 문자를. 이게 결코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었던 게, 그날 저녁 좋은 저자에 목마른 모 출판사 분과 술을 마시면서 내가 이런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 책 한번 읽어보실래요? 무지하게 재밌어요!"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읽을 때 느끼던 바지만, 독서 에세이는 해당 책을 읽지 않으면 공감하기가 어렵다. 근데 <밑줄 긋는 여자>는 한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주제별로 거기에 맞는 책 몇 권을 예로 들면서 자기 경험담을 풀어놓는지라 가슴에 팍팍 와 닿았다. 예를 들어 "이 퍽퍽한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는 지지와 격려가 필요하다"는 이 당연한 말도 저자가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주니 훨씬 더 공감이 갔다. "누가 감히 우리 아이를?"이 입에 붙은, 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엄마를 내가 지지하게 된 건 이 책이 갖는 설득력의 결과다. 이렇게 공감을 많이 할 수 있는 책을 만나는 건 독서의 크나큰 즐거움 중 하나, 그런 즐거움을 준 저자에게 감사할 일이다. 게다가 저자는 강아지를 학대하는, 소개팅에서 만난 피디를 "다시는 만나지 않"을만한 아름다운 영혼을 가지고 있는지라 더더욱 마음에 든다.


난 독서에세이는 아무나 쓰는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장정일 정도 되는 사람이면 모를까!"라는 게 평소 내 지론이었다. 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조금 바뀐 부분이 있다. "성수선 정도 되는 사람이면 독서 에세이를 내도 된다."고. 아니 "내야 된다"고. 서문을 보면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묘사가 되어 있다.

"주말 내내 오피스텔에 틀어박혀 혼자 글을 쓰고 혼자 밥을 먹을 때는 왈칵 서럽기도 했다."

그 노력은, 전혀 헛되지 않았다.


* 참고로 말하면 난 출판사 분한테 이 책을 드릴 때 반밖에 안 읽은 상태였다. 다 읽은 책도 다른 사람에게 안주는데 읽지도 않은 책을 남한테 준다는 건 내겐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한 이유는, 재미있는 책을 선물하는 게 커다란 기쁨이기 떄문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난 우리 집 앞에 있는 서점에 가서 이 책을 달라고 했다. "있었는데 나갔다"는 사장의 말에 내 일인 것처럼 기뻤다. 홍대앞 동남문고에는 아쉽게도(?) 이 책의 재고가 남아 있었다. 한권을 사면서 "이번 주말까지는 모조리 팔려라"는 주문을 외웠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9-07-18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의 주문이 먹혔을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재밌어요? 알라딘 매니아들 장바구니가 무거워지겠네요~ ^^

하늘바람 2009-07-18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읽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시는 분이었군요.
예상대로 재미있나봐요.
우와
책 나오면 마태님께 보내드려야지 하는 마음이~

세실 2009-07-18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역시 마태님^*^
참 열정적인, 멋진 수선님이죠~~~
이 책 읽고 나니 수선님이 더더더 좋아지더라구요~~~

paviana 2009-07-19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인에다 글도 잘 쓰시고 수선님은 정말 부러워요.

마태우스 2009-07-2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글게 말이어요 책날개에 저자사진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세실님/음, 우리 수선님 팬클럽이라도 만들까봐요
하늘바람님/이 책은 재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불끈!근데 님도 책 쓰시나봐요? 제게 알려만 주시면 삽니다!
순오기님/재생지를 써서 책은 가볍습니다^^

2009-07-24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좋은날 2009-08-1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마태우스님 덕에 읽게 된 책인데 보물을 발견한 듯
참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주자주 리뷰 올려주세요.
 
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일자리가 없어 6개월간 놀던 주인공 강인호는 아내의 도움으로 '무진'이라는 도시로 혼자 내려가 특수학교 교사가 된다. 그 도시에는 과거에 알고 지낸 대학 1년 선배가 살고 있었는데, 그녀는 남편과 헤어지고 애 둘을 데리고 살고 있다. 이쯤되면 그 뒤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는지 안봐도 비디오다. <도가니>라는 책 제목처럼 둘이서 도가니탕을 먹다가, 소금을 건내 주던 중 둘의 손이 부딪히고, 둘은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아무일도 아닌 듯 웃으며 도가니탕을 먹고, 그리고 입구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뭐 대충 스토리를 예상했던 내게, 이어지는 스토리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나빴다,가 아니라, 그런 스토리라서 정말 고마웠다. 정의가 이기는 건 <마징가 제트>에서나 가능하다는, 나이가 든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진리를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확인하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도가니>가 가진 놀라운 흡인력에 압도당한 내 머리는 어느 새 다음 장면이 어떻게 되는지를 궁금해 하고 있었다. 강인호는 말한다.

"새미 엄마(아내) 잘 들어. 나 그 아이들 그렇게 사랑하지 않아. 그래서 그러는 거 아니야. 그런데 이건, 너무 아니야. 너무 아닌데, 그걸 그렇다고 할 수는 없어서 그러는 거야. 그래서 가더라도 말하고 가려는 거야. 이건 아니라고. 진짜, 아니라고(169쪽)."

하지만 주인공의 목소리는 허공에 흐트러질 뿐이고, 세상은 늘 불의하고 가진 게 많은 쪽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때 그 사건은 어떻게 됐냐?"

나한테 가끔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책의 주인공이 보여준 용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몇 달 전 그 일을 벌일 때 내가 가졌던 마음은 강인호의 것과 비슷한 거였으리라. 그 사건 역시 내가 "너무 아닌, 그래서 이건 아니라고, 진짜 아니라고" 외치고 싶어서 자행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사건 역시 적당히 흐지부지 되는 것 같다. 승진이 취소되긴 했지만 그 교수는 여전히 그 대학의 교수로 있고, 얼마 전에는 학술진흥재단에서 주는 연구비도 받았다. "모교 교수로 오고 싶어하는 지방대 교수가 꾸민 음해"라든지 "교수들간의 정치적 알력이 빚은 해프닝"이라는 그 교수의 주장은 의외로 사람들에게 잘 먹혔다. 심지어 그 교수와 공동 연구를 했던 모 연구사는 "연구결과 보고서 조작이 TV에 나올 일이야?"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당사자는 그럭저럭 잘 지내는 반면 난 그리 편하진 않다. 모교 근처에 얼씬도 못하고, 학회에서 하는 어떤 행사도 가지 못하는 것, 그리고 가끔씩 지인을 통해 "잘못했다고 빌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는 지도교수의 메시지를 전달받는 것 등이 내가 겪는 구체적인 피해인데, <도가니>의 주인공처럼 해고를 당할 염려는 없으니 다행이다 싶다. 그러고보면 우리네 세상은, 너무 아니다. 진짜로.


* <도가니>를 읽다가 <괜찮다 괜찮아>를 사려고 서점에 잠시 들렀는데, 젊은 여자 한명이 날 빤히 쳐다본다. "이놈의 인기는..."이란 생각을 하려는 찰나, 그녀가 묻는다.

"저, 이 책 재밌어요?"

난 말했다. "흡인력이 엄청나요. 딱 제 스타일입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도가니>를 집으러 갔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 역시 오늘밤 재미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겠지. 공작가님, 제가 님 책 한권 더 팔아드렸어요!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09-07-18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숱하게 서점을 가도 왜 "이 책 재미있어요?"하고 묻는 사람이 없을까요? 완전 꽃미소 샤방하게 날리면서 대답해 주고 팔아줄 수 있는데 말이지요. 제가 너무 사납게 생긴걸까요?

예, 이 책 엄청 잘 넘어가죠. 그런데 감정이 너무 격해져요. 정말로 '너무해'요. 이렇게 너무 '아닌'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어요.

순오기 2009-07-18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가니' 예약주문으로 사놓고도 아직 안 봤어요.
읽기가 좀 겁나기도 하고요~ 인화학교 사건, 광주에선 유명했거든요.ㅜㅜ

마태우스 2009-07-18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네 저도 읽으면서 그때 그 사건이구나, 싶었어요. 세상엔 나쁜놈들이 참 많지요...
다락방님/그건요 님의 미모에 눈이 부시기 때문이 아닐까요...?

세실 2009-07-18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오랜만입니다. 안 좋은 일을 겪으셨군요. 힘내세요. 화이팅!
공작가님 저도 마태우스님 리뷰보고 삽니다~~ 한권 더~~

무스탕 2009-07-18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태님 부채질로 공작가님 책 한 권 더 사드려야 겠어요 ^^

무해한모리군 2009-07-20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안읽으려고 했던 책인데, 이 리뷰에 철푸덕.
참 저도 서점가면 왜 '이 책 재미있냐'고 물어주지 않을까요?
서점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책 옆에 작은 소개 팻말이라도 달고 싶은 충동을 --;;

마태우스 2009-07-21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책을 통한 공감, 이거 참 멋지죠. 제가 잼나게 읽은 책을 누군가가 읽고 있으면 말을 걸고픈 마음이 굴뚝같아요.
무스탕님/제 부채가 좀 큽니다 음하하핫.
세실님/안좋은 일은 아니구요, 그냥 뭐 지나간 일이라서... 님도 힘내삼 홧팅.
 


언젠가부터 테니스가 재미없어졌다. 테니스 자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테니스가 너무 안돼 파트너에게, 그리고 상대방에게 민폐를 끼치는 게 싫었고, 나 스스로에게도 실망을 하게 됐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내게 말했다.

“레슨을 받아라.”

테니스를 2-3년 치고 말 게 아니라면 레슨을 받는 게 옳다. 더구나 난 “저 사람 혹시 장애인인가?”라는 말을 들을만큼 폼이 엉망인 터였고, 갈수록 못치게 된 것도 그래서였다. 하지만 집 근처에는 레슨을 받을 곳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동물병원에 가다가 전봇대에 매달린 ‘테니스 레슨 수강생 모집’이란 문구를 봤다. 장소도 우리 집과 무척 가까운 곳, 전화를 걸었더니 주 4회고 한달에 19만원이란다.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안의 악마는 “선수할 것도 아닌데, 그냥 이대로 쳐도 어디가서 대접 받잖아? 그 돈으로 술이나 마셔”라며 날 유혹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중 내 글에 달린 석경님의 댓글을 봤다.

“님이 쓰신 황당한 글(자살을 부추기는 사회) 그게 그렇게 폼납니까. 안습입니다. 노무현의 가치 조차 인정 못하는 우리 사회의 대표 주자시네요..테니스 열심히 치세요. 개그달인님”


이 댓글을 보자마자 깨달았다. 내가 갈 길은 테니스라는 걸. 난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내달 1일부터 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 뒤부터 난 새벽 5시 40분이면 라켓을 들고 코트로 가고, 땀에 젖은 모습으로 돌아와 출근 준비를 한다.


레슨 첫날, 시험삼아 몇 개를 쳐보고 난 뒤 코치가 말했다.

“슬라이스 배워 볼래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내 폼은 정말 엉망이지만, 특히 엉망인 건 백핸드였다.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하산을 한 탓에 어설프게 공을 넘기거나 백핸드로 오는 것도 다리를 빨리 움직여 포핸드로 치곤 했다. 슬라이스는 백핸드로 오는 공을 깎아 침으로써 스핀을 주는 타법인데, 공이 잘 아웃이 안되고 상대가 받기도 까다로워 아마츄어들이 애용한다. 나도 슬라이스를 칠 줄 알면 좋겠다,는 게 내 오랜 숙원이었는데, 코치가 그런 말을 하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다음날부터 슬라이스 특훈이 시작되었다. 오랜 세월 개폼으로 게임을 해온 탓에 내 나쁜 습관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코치는 내가 칠 때마다 “그렇죠.” “오케이” 같은 말을 할 뿐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 ‘뭐야, 내가 잘 치고 있는 거야?’라는 오해가 쌓여 갔다. 하지만 어제 처음으로 내가 친 슬라이스가 네트 위 2센티 높이로 날아가 코트를 뱀처럼 휘감았을 때, 코치의 입에서 이 말이 나왔다.

“나이스!”

그 코치는 “그렇죠”나 “오케이”는 “에이, 그럼 안돼!”를 의미했고, 정말 잘 치면 “나이스”라고 하는 독특한 레슨관을 가지고 있었다. 어제 감을 잡은 난 오늘 코치가 던져주는 대부분의 공을 멋지게 깎아 코트 반대편으로 보냈다. 그 궤적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내가 친 공을 바라보다 넋을 잃을 정도. 이제 난 더 이상 백핸드 쪽으로 오는 공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백핸드로 오는 걸 무리하게 포핸드로 칠 필요도 없어졌다. 마음속으로 되뇌인다. ‘이제 누구든 백핸드로 공을 보내기만 해봐라. 1초에 3번 회전하는 슬라이스로 응수해 주마.’ 이번 일요일날 이 슬라이스를 가지고 첫 실전을 갖는다. 같이 치는 멤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일요일날 아침 슬라이스의 향연이 펼쳐질 예정입니다. 많이 참석해 주십시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 멋진 슬라이스의 그림자는 바로 독서였다.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레슨을 받으니, 기차만 타면 그냥 자게 된다. 지난 2주간, 기차에서 내내 잠만 잤다. 난 기차를 타고 왕복하는 두시간 동안 책을 읽는 게 큰 기쁨이었는데, 2주 동안 3페이지밖에 책을 못읽었다. 그 바람에 저자한테 받은 <예수전>을 아직도 읽지 못했다. 성경에 대한 해석들이 깨달음을 주는, 재미와 유익함이 함께하는 책인데 말이다. 테니스를 위해서 책을 희생하긴 싫은데, 시간이 좀 지나면 아침 레슨에 적응하려나?


댓글(19) 먼댓글(1)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릴레이] 나의 독서론 : 내게 독서란 중단있는 대화다.
    from 풀먹는 사자~ 2009-06-18 00:01 
         1. 독서는 [중단있는 대화]다.  공자는 인생의 삼락을 "배우고 써먹는거, 친구 만나는거, 나 잘난 맛에 사는거"이라 하였습니다. 그런데 찌질거리며 사는 제게 인생에서 재미있는 건 너무나 많습니다. 주식, 도박, 영화, 만화, 음악, 악기연주, 연극, 춤, 인터넷, 스키, 물놀이, 수다떨기, 특히나 미인 감상과 게임은 제 인생에 큰 낙입니다.   이 재
 
 
무해한모리군 2009-06-12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제 경험으론 적응이 안되요 ㅠ.ㅠ
저도 아침에 뜀박질 운동을 하고 출근하곤 했는데, 밤이면 너무 졸려서 평소 3시간은 되던 평일 독서시간이 30분으로 급감 했답니다 흠..

순오기 2009-06-13 08:4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적응 안돼요. 사람은 잠이든 휴식이든 적정량을 유지해야 한다고요.ㅋㅋ

마태우스 2009-06-17 10:38   좋아요 0 | URL
아직도 적응 안되서 헤매고 있습니다. 그래도 예수전은 결국 다읽었다는...!!! 적응이란 어려운 건가봐요

summit 2009-06-1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코치님을 만나셨네요^^ 주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마태우스 2009-06-17 10:38   좋아요 0 | URL
건승을 기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엔, 흑, 별로 좋지 못했어요ㅠㅠ

Sati 2009-06-12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례지만, 계신 대학에서는 시국선언에 동참했는지 궁금하네요.

순오기 2009-06-13 08:42   좋아요 0 | URL
이런 재미난 이야기에 시국선언을 운운하는 의미는 뭘까요?
알라딘 일부 서재인들의 일방적으로 몰아부치는 분위기는 흠~

마태우스 2009-06-17 10:37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전 테니스밖에 모르는 놈입니다

BRINY 2009-06-13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4회 새벽운동이라니, 대단하십니다. 기차에서는 일단 주무십시오.

마태우스 2009-06-17 10:39   좋아요 0 | URL
잉...? 책도 읽어야 하는데... 재밌는 책이 너무도 많단 말이어요

무스탕 2009-06-13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나달이 아프다는 뉴스를 본것 같은데 이 참에 1위를 넘보시려는거죠? ^^

마태우스 2009-06-17 10:39   좋아요 0 | URL
그, 그런 예리한 지적을 해주시다니...^^

soyo12 2009-06-13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침에 일어나서 뛰는 것을 죽기 보다 싫어하는 지라.^.^
존경스럽네요. 그 바보의 유명한 대사처럼 나쁘기만 한 일은 없습니다.
그분의 댓글이 님께 과감한 결단을 내리게 해주셨네요. ^.~

마태우스 2009-06-17 10:4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세상엔 참 고마운 사람이 많지요. 글구...이상하게 전 아침에 일어나는 건 자신있어요. ^^

레와 2009-06-1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화이팅!!

저도 오늘부터 자전거 탈려구요~ 헤헤..:)

마태우스 2009-06-17 10:39   좋아요 0 | URL
레와님, 올만이어요. 자전거라, 위험하지 않나는 생각이 드네요. 조심하세요!

승주나무 2009-06-20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없음

안녕하세요. 승주나무입니다.
알라딘 서재지기와 네티즌들이 함께 시국선언 의견광고를 하려고 합니다.
알라디너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참여의사를 댓글로 밝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강요는 아닙니다^^;;

즐찾 서재들을 다니면서 통문(댓글)을 돌리고 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남기는 스팸성 댓글이지만 어여삐 봐주세요~~~

http://blog.aladdin.co.kr/booknamu/2916466


2009-06-29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06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 글을 쓴 뒤 등록버튼을 누를지 말지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그 뒤의 반응을 보니 그 망설임은 충분히 이유가 있었던 것 같네요. 

여기서 블로그질을 시작한 후 가장 많은 욕을 들어먹었으니까요.

고인에 대한 얘기를 이제 그만 하려고 했지만, 어느 분의 말씀 때문에 다시금 글을 씁니다.

그분은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대화의 문을 닫아걸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시는 것은, 자기모순/자기기만/자기부정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행위는 마태우스 님 자신도 결코 떳떳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생각하시리라 믿습니다.]

그간 제가 알라딘에 글을 자주 쓰지 못한 건, 솔직히 사정이 어려워서였습니다.

요즘 연구를 열심히 하는지라 학교에선 글 쓸 시간이 거의 없고, 

학교에서 못한 일들을 집에 가져갈 때도 많거든요. 

그래도 그 글에 대해 제 블로그에 올라오는 댓글에는  

나름대로 성심성의껏 답변을 드렸다고 생각을 합니다.  

한 글에 올라오는 댓글은 보통 2-3일 정도가 고작이기에 

마지막 댓글을 남기고 이제 다 정리가 되었거니 하고 마음을 놓고 있었지요.

  

근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들어와보니 그 뒤로도 많은 분들이 글을 남기셨더군요.  

예를 들어 이런 분. 

석경 2009-05-30 02:52   댓글달기 | 삭제 | URL


참 답답합니다...왜 갑자기 노무현이 그런 추앙을 받아야 하는 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열변을 토하시는데, 그건 오로지 그 사람이 죽었기 때문이라고 다 몰아가시네요..가장 최저점의 지지율 기록을 그 사람에 대한 전체적 지지율로 확정 지으려고 신문 자료까지 들이대시는 님의 열성도 놀랍네요.아뭏든 실망이 큽니다..그리고 어디가서 나도 노무현 지지했다 이러구 떠들지 마시기 바랍니다.님이 쓰신 황당한 글 그게 그렇게 폼납니까. 안습입니다. 노무현의 가치 조차 인정 못하는 우리 사회의 대표 주자시네요..테니스 열심히 치세요.개그달인님
 

그러고보면 사람은 한순간인 것 같습니다. 

논문이 없어 잘릴까봐 빌빌대던 제가 갑자기 논문을 제일 많이 쓰는 베스트 5 안에 들어간 것도 

두가지의 우연이 겹친,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제 아내같이 좋은 사람을 만나 귀여운 강아지들과 살아가게 된 것도 

싫다는 데 자꾸 선을 보라고 괴롭히던 어느 분 덕분이지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이런 말도 했습니다.' 

"인생은 한방입니다."  

 

문제는 그 한순간이 꼭 좋은 일만 가져오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 글을 쓰지 않았다면, 석경이란 분은 저에 대해 그저그런, 혹은 괜찮다는 감정을 가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제 생각을 확인하고 난 뒤 

석경님에게 전 아주 나쁜 놈이 되버렸지요.

그가 쓴 "마태님 폼 좀 잡고 싶으신가요" 같은 댓글을 보면서,  

한 사건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는 게  

이렇게 누군가를 증오할 이유가 되는구나,를 깨닫게 됩니다.

 

왜 그분들은 제 의견을 '나랑 의견이 다르구나' 또는 '웬 이상한 놈이 헛소리를 하냐'고 받아들이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저에 대해 어느 정도 기대를 하셨기 때문이겠지요. 

그러고보면 다른 분들의 기대란 것도 글을 쓰는 데 있어 검열기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글을 올리는 걸 여러번 망설인 이유도  거기에 있었나 봐요. 

이번 글을 통해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만, 

생각의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전 여전히 고인이 실패한 대통령이며, 

이명박의 집권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가 자살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훌륭한 대통령으로 격상되는 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댓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집권 기간 내내 그를 악의 화신으로 묘사하던 민주노동당이 

"노무현, 당신은 우리의 희망입니다"라는 플래카드를 천안역에 붙여놓는 게 뜬금없습니다. 

그를 욕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는 게 이상했습니다. 

그가 자살을 하는 대신 그냥 천수를 누리다 죽었다면, 

그래도 이런 반응이 나왔을까 하는 게 제가 궁금한 점이었습니다. 

그 궁금증이 '자살을 부추기는 사회'를 쓴 이유였고, 

제가 욕을 바가지로 먹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글에 담긴 비아냥과 조소가 불편하셨던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두번째 페이지에 올라온 수많은 익명의 댓글들에 

일일이 댓글을 달지 못하는 것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과거에 인터넷에서 쌈질만 한 놈이라 웬간한 글에는 초연한 편이지만 

제 진의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분들과의 대화는 상처가 남더군요.

 

그래도 이번 일이 전혀 무의미하다고 생각진 않습니다. 

한 사람의 발언은 무슨 사안이 있을 때마다 되풀이됩니다. 

제가 앞으로 무슨 글을 쓰건간에 알라딘 분들은 제게 이럴 겁니다. 

"쟤는 노무현 죽었을 때 왜 추모하냐고 한 놈이야." 

이건 절대 비교가 아닙니다만

황석영 선생의 말을 이제 귀기울여 들을 사람이 없듯이, 

제가 쓰는 글들도 별반 주목하는 분이 없을 것 같네요(황석영과 절 비교한 게 아니랍니다 절대!_. 

저에 대해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 저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전 제 갈길을 홀연히 갈 테니, 

즐거운 서재 생활을 하시기 바랍니다.  

 


댓글(28)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태우스 2009-06-02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해하실 분이 계실까봐 서둘러 댓글 답니다. 서재 닫는다는 뜻 아니니까 "전두환 죽었을 때 뭐라고 하나 보자. 서재 절대 닫지 마라!"라고 하신 분, 걱정 마시길.

hnine 2009-06-02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분위기 때문에 더욱 슬펐던 몇 주 였습니다. 제가 그만큼 서재에 애착을 가져서가 아니라 이게 바로 우리들의 모습, 나를 포함한 인간들이 사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더 덧 없어지더군요.
마태우스님, 저는 님의 생각이 옳고 그르다는 말씀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옳다 그르다 할 자격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또 제가 지금 무엇이 옳게 생각된다고 한들 그것이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라고 장담 못하니까요.
그냥 이런 시기를 어서 넘기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 한 가지로 가고 있습니다.
상처받으셨다면 잘 아물기를요.
서재 문 닫지 않는다는 말씀이 왜 이리 안심이 되는지요.
응원해드려요.

마태우스 2009-06-02 15:24   좋아요 0 | URL
hnine님/예리하셔요^^ 이거 참, 제가 너무 티를 냈나봐요^^

레와 2009-06-02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름과 틀림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는 경우를 볼때마다 안타깝습니다.


마음 고생이 심하셨군요.
그래도 기운내세요! 마태우스님..!!

마태우스 2009-06-02 15:24   좋아요 0 | URL
잉 마음고생은 그다지... 그러고보니 님에게 빚을 많이 졌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06-02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굉장히 많은 덧글이 달렸었네요.
마태우스님의 맛깔나는 글을 그래도 자주 보고 싶어욧!!
어서 기운내시길

마태우스 2009-06-02 15:23   좋아요 0 | URL
저야 늘 기운이 넘치지요. 감사합니다 꾸벅.

글샘 2009-06-02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두환 죽었을 때, 아, 기분 좋다~ 하겠습니다!!!

마태우스 2009-06-02 15:22   좋아요 0 | URL
저..댓글의 취지를 잘 이해 못해서..... 님이 그렇게 하신다는 말씀이죠?

글샘 2009-06-02 16:03   좋아요 0 | URL
네. 제가 그렇게 하겠다구요.

신촌의 밤안개 2009-06-02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 3~4년 님의 글 재밌게 잘 읽고있는 독자입니다.
치우침없는 합리적 안목 그리고 감정을 앞세우지않는 쿨한 위트와 재치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간의 숱한 페이퍼중 최근 글은 유일한 충격이자 실망입니다.
쿨함이 과해 인간적 냄새가 실종되어버린듯한 괴물을 대하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민노당이 왜 천안역광장에 그를 칭송하는 현수막을 내걸었을까요?
그의 죽음에 편승해 당의 지지율을 상승시켜보려는 얄팍한 상술이었을까요?
5백만 추모객들의 회한과 눈물은 그의 재임시 모든 정책과 활동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로만 채워졌을까요?
그는 많은 부분에서 획기적 시도를 했었고 많은 부분에서 실패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임기 말기에 지지율이 추락했던것도 사실이고 님이 말했듯 MB집권에 일정
기여를 한 부분이 역설적으로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이라크 파병결정이나 대연정 제안,한미 FTA 추진 등의 정책을 그가 결정할때
그로부터 등을 돌리고 욕을 했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살아있을때 그는 많은 욕을 먹어야만했고 아직 살아있다면 계속 재임시의 행보에 대해
비판을 계속 들어야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갔습니다.
수십억을 수수를 본인이 미리 알았던 몰랐던간에
상대적으로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공격형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전면적이고도 조직적인 난타를 당하면서 누구처럼 그 압박을 낯두껍게 견디지도 못하고
생을 접어버렸지요.
추모기간에 망자의 과를 부각시키는 인식은 저로서는 참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가 전두환,노태우와는 다른 종의 인간이었지 않습니까?
재임기간중 비록 과가 많았다하나 공도 많았습니다.일일이 열거하진 않겠습니다.

"실패한 대통령이 자살을 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야.."

홍상수감독 생활의 발견이란 영화에서 이런 대사가 기억나네요

"우리 비록 인간은 못될지언정 괴물은 되지 말자!"









마태우스 2009-06-02 15:20   좋아요 0 | URL
3-4년 제 글 재밌게 읽었으면 가끔은 예의도 갖출 줄 알아야 합니다. 더이상 노무현 문제로 논쟁하기 싫다는 게 제 글의 요지건만, 노무현에 대해 주구장창 써놓으셨군요. 님이 쓰신 글을 읽고나니 글쓰기가 싫어져 버리네요. 홍상수 영화는 잘 모르구요, 제 짝이 초등학교 때 잘 하던 말이 생각나네요.
"그래 너 잘났다."

비로그인 2009-06-02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의견은 제각각이지요. 모두가 의견이 다 같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닙니까? 간디가 죽은 줄 알겠다, 라는 말에 저는 옳거니, 했습니다. 저와 의견이 좀 다른 부분도 있으시지만, 사람 의견이 다 똑같을 수는 없고 마태우스 님께서도 의견에 책임을 지실 정도의 생각을 충분히 하셨을테니까요.

핵심은...마태우스 님 글 좋아요.

마태우스 2009-06-02 15:22   좋아요 0 | URL
주드님, 늘 감사했습니다. 님의 아이콘과 제게 남겨주신 댓글을 좋아했었습니다. 꾸벅

신촌의 밤안개 2009-06-02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댓글 반응이 어떻게..쯧..관둡시다.

좋은글 많이 쓰시고 행복하세요.

씨클라멘 2009-06-0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와 다른 의견은 틀렸다라고 생각하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가 아쉽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자신의 태도가 지극히 객관적이라고
생각들을 하죠.이건 '내 주관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따져보아도 분명히 옳은 truth' 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개개인의 의견을 인정하기 힘든걸까요?
어쨋거나 글은 사람의 감정을 가장 잘 전달하기도 하지만, 가장 잘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하지요. 님의 리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할께요.


paviana 2009-06-02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수많은 댓글들을 읽어보면서 마태님이 알라딘에 노무현대통령을 싫어하는 분들이 얼마나 있나 알고 싶어서 한몸 희생하며 올리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님을 고도의 노까라고 오해하신 분들이 있으나 뭐 저는 그게 아닌걸 아니까요. 그래도 간혹 너무 전투적인 님의 댓글들을 보는건 뭐랄까 아쉬워요. 제맘 아시죠? ㅎㅎ
사족) 나달이 졌다고 페더러가 우승할 수 있을까요? =3=3=3

비로그인 2009-06-02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님, 마태우스 님, 설마 싶어서 그러는데 혹시 서재 떠나시는 건 아니시죠? 마지막 글에서, 그리고 댓글에서 어쩐지 `떠나시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 말이어요 안돼요 안돼 가면 안돼요(어거지로 물고 늘어지는 중임) 우어어어 마태우스 님 가시면 제 서재질의 의미는 어디서 찾아야 한단 말입니까.
가시지 마셔요ㅠㅠ(저 이 우는 이모티콘 어지간하면 안쓰려 합니다)


---아이고 이런 이 글 쓰고 나니 오해하실까봐 미리 달아놓으신 댓글이 눈에 들어오는군요.잠깐 제가 흥분 모드여서 자동 필터링을 잘못 해버렸나 봐요. 으구 민망해라......잠시 서재 벽보고 돌아앉아 있겠습니다...........

비연 2009-06-02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ㅋㅋ 서재에서 계속 뵐 수 있다는 마지막 말씀에 완전 안심입니다~

2009-06-03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저는 마태우스님의 글 하나가지고 실망하지 않습니다 ^^

의연하게 대처하시는 모습이 멋있어요 ! 다원주의 세상에 사시는 분 맞네요 ㅎㅎ

다락방 2009-06-03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전 페이퍼에서 제 댓글에만 답글 안달아주셨어요.

저 완전 서운해요. 흑 ㅜㅡ


(어디 가지 마세요, 마태우스님!)

순오기 2009-06-03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짱 꽃노털 옵하라는 이외수씨도 줄창 '다름과 틀림'을 얘기하면서도 자신의 글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하지 않던걸요~ '하악하악' 리뷰에도 썼지만, 다들 남의 일일때는 '틀림'이 아니고 '다름'을 인정하자고 소리높이지만 자신의 문제일 때는 반대로 접수합니다.
우리가 얘기하는 게 노무현이든 이명박이든~ 분명 틀림도 있고 다름도 있습니다. 그걸 서로 인정하면 되는 건데, 이번 애도의 물결속엔 분명 감정의 과잉도 있다는 걸 누구나 알잖아요.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당당하게 밝히는 마태님이 좋습니다!!^^

하늘바람 2009-06-03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알라딘에 자주 안들어와서 몰랐네요.
님의 생각과 의견에 모두 동의하지 않지만
순오기님 말씀처럼 당당한 님이 비겁한 저보다 멋집니다.

꼬마요정 2009-06-0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른걸요... 뭐..
저는 2002년 월드컵 때 꼭 축구봐야하나..했다가 매국노 될 뻔 했죠..^^;;
마태우스님은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고 다른 분들은 또 다르게 생각하는거고..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건 마치 mb가 저만 옳다고 날뛰는 거랑 같죠..(이건.. 수위가 높은가..ㅠㅠ)
그리고.. 제가 가장 무섭게 생각면서도 안도하는 건요..
이러다가 잊어버린다는 거죠..
이 글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열기도, 언젠가는 모두 잊혀진다는 거..
2002년 월드컵 그 때가 잊혀진 것처럼.

(파비아나님~~ 저는 페더러에 한 표 던져요~ 멋진 페더러~~^^)

앨런 2009-06-03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와님이 말씀하신,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고 판별하면 좋겠습니다. 뜻밖의 비보로 인해 모두들 힘들어했지만, 색깔은 다 달랐다는 겁니다. 모 방송뉴스에선 고인의 영정을 묘사하며 '온화한 미소'가 어쩌고 하는데, 구역질 나는 줄 알았습니다.
이 기회에 각자가 자신을 알아보는 계기도 되었으면 합니다. 나는 맘 아파하며 울 수 있는가도 생각하게 됩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6-1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다락방님 서재에 페이퍼를 이제 그만 쓰신다고 댓글 다신걸 보고 왔습니다.
늘 마태우스님의 페이퍼를 즐겨 읽어왔답니다.
얼마나 마음이 상하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이 글 밑에 댓글이 달린 것을 보고 제 마음이 다 상했답니다.

그래도 기다리고 있으니 때로 소식 전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댓글 달아봅니다.

예전블로거 2009-06-14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태우스님은 저랑 완전히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셨네요.
민주노동당이 악으로 몰던 인물을 더 악(?)의 화신이 몰아붙여서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서
그러는지.. 참 어이가 없더군요. 고인이 세상을 뜨시기 직전까지 아무런 반응은 커녕,
언론에 같이 동조하던이들이 갑자기 추모열기와 영웅모시기에 열광하는것도 참 받아
들이기 힘들었고...(보호해주지 못한 미안함에 더욱 극적인 반응이 나오는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더군다나 제일힘든, 이른바 진보쪽의 사상을 조금이라도 가졌다면 반드시
고 노무현대통령의 추모열기와 위인대접에 동감과 확신을 가져야 하며
그에 대해 조금이라도 반감을 가진다면 인신공격과 함께 지극히 공격적인 태도를
가지는 우리나라식 허울좋은 토론개념도 웃기고..

정말 안타깝고 거의 유일하게 양심적인 정치인이 세상을 떠났다는데 대해서
그가 전직 대통령이 아니었더라도 업적과 행보에 너무나 안타깝지만
현세태는 현정부의 반감이 지나치게 강한 풍조때문인지 너무나 야단스럽네요..

ps. 인문/사회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이른바 대세공감론이라는게 있겠지만 거기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것도 아닌 생각까지 뭉겨버리려는 지식권력은 서재도 똑같네요..그래도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과감히 표현하실수 있는 마태우스님이 있다는것이 다행스럽습니다.

ps2.역시 서재는 100% 무조건 이 추세에 찬성해야 한다는 분위기 일줄은 알았습니다. 제발우리나라, 특히 인터넷에서 이른바 대세라는 공론이 있으면 공론으로써 제시만하고 다른이들의 생각까지 동조화시켜려는 강요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2009-06-19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