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 알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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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소설가는 소설로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내가 ‘저자와의 대화’ 같은 모임에 잘 가지 않는 것도 가봤자 무슨 별 얘기가 있겠느냐는 지레짐작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공지영에 대한 인터뷰로만 책 한권을 만든 <괜찮다, 다 괜찮다>를 읽으면서 소설가도 때로는 말을 할 필요가 있다는 걸 느낀다. 이 책이 아니었던들 난 공지영에 대해, 그리고 그가 겪었던 일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로 사는 동안 공지영은 숱한 비난에 시달렸다. 예컨대 공지영의 책 세권이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된 1994년, 사람들은 그에게 이런 비난을 했단다. “얼굴로 책을 판다, 운동과 페미니즘을 팔아서 책을 판다, 대중에게 영합해서 책을 판다.” 유치한 비난이다. 책을 사준다고 작가가 만나 주는 것도 아닌데, 책날개에 있는 저자 사진 때문에 책을 사는 사람이 나 빼고 얼마나 될까? 운동과 페미니즘이 비매품이란 소리는 처음 들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하고 등을 져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 그네들은 별로 솔직하지 못했다. 그냥 공지영이 싫다고 할 것이지, 왜 엉뚱한 걸 가지고 비난을 할까?

 

우석훈이 잘 지적했듯이 한국의 40대 남자들 중에는 공지영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남자뿐 아니라 여자들도 마찬가지인데, 문학계에서 말발 좀 있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공지영을 싫어하는 이유는 별 게 없다. 공지영이 여자고, 예쁘고,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것. 이게 이유다. 좀 끔찍한 소리지만 공지영이 나처럼 생겼다고 가정해 보시라. 아마도 평론가들은 그에게 “신의 작가” 어쩌고 했을 거다. 그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었다면, 그래서 지지리 궁상인 삶을 살았다면 평론가들은 미모도 되고 술도 잘 마시는 그를 좋아했을 거다. 그가 세 번의 이혼을 한 건 여자들이 그를 싫어하는 이유가 된다. 예컨대 이런 것.

“공지영 자기가 뭔데 세 번이나 결혼을 해? 하여간 있는 것들이 더하다니까. 그러니 내 차례가 안오지.”




조선일보 기자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대해 열심히 인터뷰를 하고 나서 다음과 같은 제목을 뽑았으니 말이다.

“세 번 이혼하고 성 다른 애 셋 키워요.”

그 기자가 이런 뜬금없는 제목을 단 건 이런 심리다.

‘그러게 나랑 결혼하지 그랬어? 내가 행복하게 해줄텐데 왜, 왜?’

 

이랬어봐라. 평론가들이 왜 욕을 하겠는가?



남들이 싫어하거나 말거나 공지영은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이어 <도가니>까지 히트시키며 사회파 소설가로 거듭나기도 했는데,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본다는 속담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늘 좋은 소설로 날 기쁘게 해준 공지영에게, 그리고 최고의 인터뷰어 지승호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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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8-21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러요~ 마태님 안뇽?^^
이 책 사놓기만 하고 여직 안 읽었어요. 8월 27일 광주에 오는 공지영 작가를 만나기 전에 읽어야할 텐데...

마태우스 2009-08-21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안녕하셨어요?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작가님 저도 먼 발치에서라도 뵙고 싶네요. 인터뷰 내내 사람들이 공작가님을 못알아봤다는데, 그 사람들은 엄청난 행운을 놓친 것 같더라구요. 8월 27일이면 낼모레군요! 글고보니 8월도 이제 다 갔네요ㅠㅠ

마립간 2009-08-22 0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래 사진은 남량특집? 여름도 다 지나가는데...
마태우스님 잘 지내시죠?^^

꼬마요정 2009-08-22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공지영 좋아요~~~ 조선일보 기자의 저 선정적인 인터뷰 제목은 싫구요~~
마태우스님은 좋아요~^^
부산은 갑자기 더워졌어요~ 서울이 푹푹 찌는 동안 부산은 시원했거든요. 이제 여름 같아서 저는 신나지만 주위에서는 불쾌지수 높다고 절 째려보는군요~^^ 여름이 더워야 제 맛인데..쩝^^;

마태우스 2009-08-23 0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반갑습니다. 저같은 놈을....흑흑. 서울도 더웠던 것 같은데 어젯밤 시원한 바람이 불더군요. 더위가 이제 간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님같은 미녀분을 째려보는 건 아무리 덥다해도 옳지 않지요!
마립간님/안녕하셨어요? 저 사진은 아무리 봐도 약했어요. 좀 더 괜찮은 납량특집을 올렸습니다 꾸벅.

2009-08-30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gdfg 2013-05-06 1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뭐래.. ㅁㅊ... 공지영빠.
 
뉴라이트 사용후기 - 상식인을 위한 역사전쟁 관전기
한윤형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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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대가 쓴, 그것도 소설이 아닌 사회비평서를 읽고 감화되는 건 좀 쑥스러운 일이다,라고 생각했었다. 나보다 어린 가수가 부른 노래를 좋아하는 것과는 다른 사안인 게, 나이가 많으면 곧 우리 사회에 대해 아는 게 더 많다는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20대의 대학생이 쓴 <뉴라이트 사용후기>만큼 내게 큰 깨달음을 준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이 책으로 인해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을 바꾸기까지 했으니, 정말 대단한 책이라 할만하다. 물론 저자인 한윤형은 그냥 평범한 20대는 아니다. 아흐리만이란 아이디로 안티조선 사이트에서 활동할 때가 10년 전이니, 그 후로 얼마나 내공이 쌓였겠는가? 그의 첫 번째 책 <키보드 워리어의 전투일지>가 아흐리만으로 산 지난 십년 세월을 정리한 것이라면, 두 번째 책 <뉴라이트 사용후기>는 한.윤.형.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세상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는 의미에서 진정한 첫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탁월한 논리와 문장력을 갖춘 데다 블로그에 쓴 글을 모아 책을 내는 대신 책을 내기 위해 글을 다시 쓰는 성실성까지 겸비한 그의 다음 책들이 기대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뉴라이트. 수구꼴통의 상징. 맨날 헛소리만 하는 애들의 집단. 내가 뉴라이트에 대해 아는 건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그네들 주장에도 일리는 있었고, 뉴라이트가 꼴통인 것처럼 내가 ‘우리’라고 믿었던, 소위 진보개혁세력을 자처하는 사람들의 주장도 막무가내이긴 마찬가지였다. 난 한번도 뉴라이트의 주장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그건 뉴라이트의 주장이 물의를 빚었다는 류의 기사만으로 그들을 접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뉴라이트 같은 집단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느냐는 의문도 들지만, 문제는 뉴라이트가 ‘우리’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는 거다. 그네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역시 “모든 문제를 성선설이냐 성악설이냐 따위의 근원적인 명제로 돌려놓고 사태를 판별”해왔다. 친일파는 청산되어야 한다는 단순명쾌한 내 고정관념은 친일파에 대한 복잡다단한 심층구조를 알지 못한 소치였고, “민주주의를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세력의 문제로 바라”본 것 또한 민주주의에 대한 내 무지에서 비롯된 거였다. 나같은 사람에게 저자는 말한다. “이명박 시대의 민주화 후퇴를 말하는 지금,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대해 깊게 성찰하고 있는가?(330쪽)”




저자는 진중권을 좋아하는 듯하며, 첫 번째 책에서 “책을 쓰며 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던 것 같다. 둘을 잠시 비교해 보면 논리와 글발은 진중권에게 전혀 뒤지지 않고, 설득력은 오히려 진중권보다 더 나은 듯하다. 진중권의 글은 조롱의 투가 엿보여 읽는 이가 수구꼴통인 경우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는 반면, 한윤형은 하나하나 조목조목 머리에 넣어주니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오죽하면 내가 더 이상 친일파 청산을 부르짖지 않게 되었겠는가? 우리나라가 좋아지는 데 수구꼴통의 회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윤형의 책은 꼭 필요하다. 물론 유머감각은 진중권에게 많이 뒤진다. 하지만 책의 재미는 유머에만 있는 건 아니었고, <뉴라이트 사용후기>는 유머감각이 없어도 책이 무지하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으니,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고, 나이어린 사람에게 배우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오히려 자기가 옳은 줄 알고 계속 헛소리만 해대는 것이야말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부터 한윤형은 내 좋은 스승이다.  

* 결정적 오타를 하나 지적한다. "개혁파가...전보다 낳은 정책수행력을 보인다면(3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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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8-18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윤형씨의 이 책을 저도 읽어보려고 합니다.
참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고 책도 많이 읽는 모습을 보며 저도 어찌나 부끄럽던지.
어서 읽어보아야겠네요.

다락방 2009-08-18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봐야 겠어요. 저한테는 낯선데 말이지요.

마태우스 2009-08-18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황해문화에도 실리는군요 한겨레에도 쓰고, 시네21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에도 연재했던 분이어요. 괜찮게 봐주셔서 제가 대신 감사드립니다 (아, 저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분인데..^^) 글구 황해문화에 전원책 씨의 글도 실렸나봐요? 책읽다 그 대목 보고 의아했다는...
다락방님/흠, 아흐리만에 대해 다들 모르고 계시는군요. 탁월한 글쟁이로 생각하심 됩니다.
휘모리님/다 자기 길이 있는 거죠 뭐. 휘모리님이 부끄러워하심 저같은 사람은 어떡하라고....ㅠㅠ

이매지 2009-08-18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런 쪽의 책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마태우스님의 리뷰를 보니 혹하네요.
보관함에 쟁겨놓고 꼭 읽어봐야겠어요 :)

그나저나 리뷰와는 관계없지만 어제 네이버 메인에 마태우스님 글 올라온 거 봤어요 ㅎ

부리 2009-08-18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뭔지 보여주는 탁월한 리뷰라고 생각합니다.
보관함에 쟁겨만 놓겠습니다.^^

paviana 2009-08-18 18:26   좋아요 0 | URL
부리야 쟁겨만 놓지 말고 좀 사서 읽어라..
그래야 마태님이랑 대화가 되지 않겠니

하얀마녀 2009-08-18 21:52   좋아요 0 | URL
잘 선정된 제목이 리뷰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듯 싶네요

가을산 2009-08-19 23:28   좋아요 0 | URL
켁켁,, 파비아나 답글 읽다 사래 들렸어요! ^^

joo 2009-08-19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태우스님 모 사이트에서 연재중인 글 잘 읽고있어요.
슬픈 와중에도 뿜었습니다. 지나가다 인사드립니다.

한윤형씨 블로그에도 좋은 글 많아요...
http://yhhan.tistory.com/

마태우스 2009-08-2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oo님/안녕하세요 뿜어주셔서 감사^^ 글구 저 한윤형님 블로그에 가끔 가는 편입니다 댓글도 가끔 달았는걸요
가을산님/저두요^^
하얀마녀님/멋진 댓글이 이 리뷰로 하여금 화룡점정해주네요 호호홋.
파비님/제말이 그말입니다. 부리녀셕 수준이 영...
부리/파비님 말 듣고 새사람 되야지...
이매지님/앗 부끄럽습니다. 네이버 메인은 아니구 그 뭐시기... 사실 거기 쓰는 건 제 재량이 그다지 없지요. 다른 사람이 써도 비슷한 글이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 역시 알라딘에 글 쓸때가 좋앟씁니다
 
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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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내가 읽은 책 중 추리를 포함한 호러소설의 최종 승자는 단연 <폐허>다.

이 책을 읽은지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몸 전체에 공포가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느낌이다.

<심플 플랜>으로 내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던 스콧 스미스는

<폐허>로 인해 당분간은 호러 부문에서 1위 자리를 지킬 것 같다.

하지만 그 1위가 오래 갈 것 같지 않은 것이,

그가 1993년 이후 써낸 책이 <심플 플랜>을 포함해 딱 두편이라는 것.

무슨 일이 그렇게 바쁜지 모르겠지만, 나같은 독자를 위해 제발 소설에만 전념해 줬으면 좋겠다.


<폐허>는 나보다 아내가 먼저 읽었다.

"아니 뭐 이렇게 무서운 책이 있어?"라며 혀를 내두르던 아내는

뒤를 이어 그 책을 읽던 나를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 줄까?"라고 수시로 협박했다.

어느 분은 "스포일러 때문에 영화가 재미없다면 그건 영화가 원래 재미없었던 탓"이라고 말했지만,

막상 책을 다 읽고보니 아내가 결말을 가르쳐 줬다면 이 소설을 훨씬 더 재미없게 읽었을 것 같다.

내가 이 리뷰에 책의 내용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는 것도

혹시나 이 책을 읽을 분들에 대한 작은 배려다.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대목.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5분 정도 입을 맞추고..."

키스를 5분이나 했는데 긴 시간이 아니라니, 난 반성해야겠다.

이제부터 책을 읽으면서 짜증났던 대목.

원작에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쉼표가 너무 많아 읽는데 힘들었다.

무시하고 읽으면 되지만 내가 워낙 강직한 스타일이라 쉼표가 나오면 꼭 쉬는데,

다음 대목들에선 쉼표가 내 독서의 흐름을 상당부분 방해했다.

"그가 지금 무슨 생각에 빠져 들었는지, 에이미는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입 안에서 구토 냄새가 감돌아, 벌떡 일어나 이를 닦고 싶었다."

"그런데 구토 냄새와 방광이 꽉 찬 느낌은, 그가 평소에 꾸던 악몽이 아니었다."

"일행은 호텔 로비에 모여, 밴이 오기를 기다렸다."

물론 중반을 넘어서자 "페이지마다 차오르는 전율이 서서히 당신을 조여온다"는 광고카피처럼 나 스스로가 공포에 사로잡혀버려 쉼표가 별 방해가 되지 않았는데,

내 지인 하나가 여자친구에게 작업용으로 어떤 책을 선물할까 물어보기에

대번에 "폐허!"라고 대답해 버렸다.

원래 무서우면 혼자 있기 싫은 법이니, 내 선택은 탁월하지 않았나 자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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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8-15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부분을 보면 쉼표를 넣지 않았어도 됐었을 것 같은데요, 굳이 넣었던 작가의 의도가 있었던 걸까요?

그나저나 호러 소설에 무섭다니, 으윽, 저는 안볼래요.

원래 작업용으로는 에로영화보다 공포영화가 더 좋다는 속설도 있다던데, 이 책도 그런면에서 작업용에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하핫.

야클 2009-08-16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일요일에도 회사 나와서 밀린 보고서 쓰는데 누군 자위나 하고.

무해한모리군 2009-08-16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마태우스 2009-08-1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열자이상입니다^^
야클님/그, 그 자위가 아니라.... 그, 그게...
다락방님/제말이 그말입니다 무섭다보면 아무래도 다른 누군가를 필요로 하니 말입니다 홋홋

순오기 2009-08-23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에도 필요없을 쉼표 남발이더라고요.ㅜㅜ
작업용~ 이런 책을 선물하는 녀석에겐 절대 마음 주지 말라고 우리딸에게 단단히 일러야겠군요.ㅋㅋ

마태우스 2009-08-2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좋은 전략이옵니다. 그렇게 주의를 주신다면 저같은 부류는 막을 수 있습니다^^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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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피리를 분다>를 드디어 다 읽었다.

읽어서 기쁜 이유는, 이제 드디어 이 책에서 벗어나 다른 책을 읽을 수 있어서다.

떠들썩하게 광고를 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에 뒷장을 넘기기가 어려웠다"는 리뷰가 주렁주렁 달렸건만,

난 이 책을 읽기가 무지하게 버거웠다.

'끈기와 은둔'이란 내 성향이 아니었던들 이 책을 완주하는 건 어려웠을 것이다.


이 책이 날 힘들게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외우기가 어려워서였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오지만,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워낙 탁월한지라 이름 외우기가 어렵지 않은데,

이 책은 정말이지 등장인물이 누가 누군지 책이 끝날 때까지 헷갈렸다.

궁여지책으로 등장인물의 연령과 지위를 정리해 놓은 46쪽을 접어놓은 뒤

모르는 이름이 나올 때마다 그 페이지를 펴 이해를 하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이름은 계속 날 헷갈리게 했는데,

46쪽에 나오지 않은 사람도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고마라는 여자와 다마라는 여자, 그들이 낳은 딸과 아들,

이런 관계가 얽히고 섥히며 내 머리에 거미줄을 치는데

어찌나 헷갈리던지.


두 번째 이유는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등장인물만 무서워한다는 것.

"사람들은 다들 모골이 송연했다"거나 "왠지 모를 으스스함을 느꼈다"고 묘사된 대목을 읽을 때조차

난 무섭기는커녕 잠만 쏟아졌다.

딱 한번 이 책을 읽다가 웃은 적이 있으니, 다음 대목이었다.

[코스케는...벅벅 다섯손가락으로 머리 위의 참새집을 긁어댔다. 너무 격하게 긁어서 비듬이 깃털처럼 흩날렸다.

"어머!"미네코(여자)는 당황해서 뒷걸음친다.

"너무해요, 선생님."

"아하하, 아니, 죄, 죄, 죄송...."]

폭소라기보단 실소였는데, 책에서 비듬이나 방귀, 침 같은 게 나오는 게 뜻밖이어서였다.

머리를 잘 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생각을 좀 해보자.

다른 분들은 다 재밌다는데 난 왜 재미가 없었을까?

아무래도 나이가 많아서일 거다.

나이가 많아 어제 들은 이름을 오늘 까먹으니,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외울 수가 없다는 게 고령이 불리한 한가지 이유다.

두 번째로는 무서운 일을 하도 많이 당해서

웬만큼 무서운 것에는 눈도 깜짝 안한다는 거다.

최근 들어서도 미디어법이나 대운하처럼 무서운 일들이 잔뜩 벌어지는데,

책 속에서 몇사람 죽는 게 뭐가 그리 무섭겠는가?

역시 책은 젊을 때 읽어야 한다.

그 시절을 프로야구와 술로 보낸 게 후회되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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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9-08-11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전 이시절도 프로야구와 술로 보내고 있는데요..
근데 이책 정말 재미없어요? 다들 기대하고 읽던데...
제 wish list에도 올라가 있는데.허허 참..

바람돌이 2009-08-11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젊을 때 읽었었어야 해요.
요즘은 읽을 때 사람 이름 외우기도 힘들지만 읽고 나서 까먹는건 순식간이에요. 심지어 내가 이 책을 읽었나 안읽었나도 가물 가물...ㅠ.ㅠ

무해한모리군 2009-08-11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저도 책읽으면 맨날 누가누군지 헷갈려요~

하늘바람 2009-08-11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겁나서 못 읽겠네요^^

비로그인 2009-08-11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남들 재미있다 해도 내가 재미없으면 없는거죠. 저도 마태우스 님과 비슷하거나 다른 이유로 남들 별 다섯 클릭한 책을 나 홀로 별 하나 클릭한 적이 많았습니다.

다락방 2009-08-11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이를 먹었다기 보다는 좀더 취약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헷갈려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회랑정 살인사건]을 읽다가는 어엇 얘는 아까 죽었는데 왜 또 나오지, 막 이러고 넘겨보니 글자가 약간 틀리고 그러더라구요.

전 며칠전에 [이누가미 일족]을 읽었는데 너무 기대를 해서인지 생각보다는 별로였어요. 그래서 저는 아마도 이 시리즈를 읽지 않게 될 것 같아요. 같은 시기에 읽었는데 이 책 보다는 저는 '하라 료'의 [내가 죽인 소녀]쪽이 더 좋더라구요.


'책에서 비듬이나 방귀, 침 같은 게 나오는 게 뜻밖이어서였다'

오랜만에 웃었어요, 마태우스님. 하하

비로그인 2009-08-11 17:38   좋아요 0 | URL
제 개인적인 취약점은 중국 소설에 있어요. 등장 인물이 여자인지 남자인지조차 헛갈릴 정도라서 포기한 소설이 있었더랬지요.

마태우스 2009-08-11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락방님/회랑정 사건...저도 그 책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습니다 그책도 등장인물 겁나 많지요. 저 역시 '내가 죽인 소녀' 쪽이 훨씬 더 좋습니다. 오랜만에 미녀님을 웃게 해서 기뻐용.
주드님/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주드님, 멋지삼!^^
하늘바람님/그래도 님은 아직 젊으시잖습니까? 저도 30대라면 재밌게 읽었을 수도 있을 듯 싶었어요
휘모리님/아아 님도 그러시는군요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지내 봅시다
바람돌이님/근데 안타까운 건요, 제가 젊었을 때보다 갈수록 재밌는 책이 더 많이나온다는 사실이지요. 히가시노 게이고가 제 어릴 적 있었다면 책을 좀더 가까이했을텐데요
파비님/님한테만 살짝 말씀드리는데요, 님과 저의 취향이 비슷한 걸로 보아 별루라는 데 2천원 겁니다!

부리가지나가다 2009-08-11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이 왜 이렇게 깐깐함?????? 그냥 편한 마음으로 보면 될것을

마태우스 2009-08-11 09:3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헷갈려 죽겠고 재미도 없는데 어떻게 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지요?

부리가다시와서 2009-08-11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 사람이 최선을 다해서 만든 것을 비판하는건 아니다라고 생각 합니다. 좋으면 좋은 거고 나쁘면 나쁜거지 시시탐탐 남 깎아 내릴 생각을 해선 안된다는 말입니다.

마태우스 2009-08-11 09:3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보세요 원문을 보면 제 머리가 나빠서 재미가 없었다고 제 탓을 하고 있잖아요? 제가 누굴 깎아내렸다고.... 한번 머리라도 깎여볼텨?

부리가발끈해서 2009-08-11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을 시네21 광고에서 보았는데 재미있겠던데요

마태우스 2009-08-11 09:3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원래 광고는 다 그렇지 않나요? 설마 광고에서 "볼사람만 보세요 별로니까"라고 하겠어요?

부리가성났다 2009-08-11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체적으로 감동적이기도하고 끝까지 스토리 좋던데요? 막장같은거도 없구 끝까지 스릴과 감동을 놓치지 않은게 대단했음

마태우스 2009-08-11 09:3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그렇게 느끼셨으면 본인 블로그에 그렇게 쓰세요. 왜 여기서 이러시는지....

조선인 2009-08-1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부리님 짱~

무스탕 2009-08-1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고싶은말 다 하는 부리님도 짱이고 그런 부리님 몰아치는 마태님도 짱이어여 ^^

근데요.. [나이가 많아 어제 들은 이름을 오늘 까먹으니] 이러시면 곤란하여요.
아가들 델꼬 어떻게 강의하시려구요..

=3=3=3

밤별 2009-08-11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한번 읽어볼까 생각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던 책인데 이 리뷰를 보니 고민하게 되네요!
+_+하핫

하이드 2009-08-11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카구치 안고의 <불연속 살인사건>을 권해드립니다.

비연 2009-08-1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마태님과 부리님의 대화는 정말...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09-08-11 17:39   좋아요 0 | URL
동감 2. 저 이런 대화 너무 좋습니다.

마태우스 2009-08-12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오랜만이네요! 친숙한 이미지가 더 반갑게 느껴지네요.
주드님/감사합니다 꾸벅. 글구 전 펄 벅 여사가 남자인 줄 알고 30년 이상을 살았답니다.
하이드님/앗 그건 뭐죠? 등장인물이 딱 세명인가요?
융융D님/사실은요 님한테만 살짝 말씀드리는데요, 그렇게까지 꼭 읽어야 할 책은 아니지 않을까 싶어요.
무스탕님/그, 그게요... 참 어렵죠. 이 유머를 전에 썼던가 안썼던가가 헷갈려버리니.... ㅠㅠ
조선인님/와와 오랜만에 뵙네요. 애들은 잘 크지요? 제가 요즘 너무 마실을 안다녀서...
 
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미야베 미유키 여사가 쓴 <크로스파이어>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 이 작가가 왜 점점 더 초능력 쪽으로 빠지는 걸까?

손에서 불을 내는 소녀라니, 정말이지 말도 안된다고!"

난 <이유>같은 사회소설을 좋아하는데, 미미여사는 점점 내게서 멀어지려 한다고 말이다.


<용은 잠들다>(이하 용잠)는 1992년에 쓴, 미미여사의 초기작 중 하나다.

이 소설에서 핵심이 되는 건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

그러니 미미여사가 요즘 들어 초능력으로 가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초능력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거다.

손에서 불이 나가는 건 싫었던 나였지만

이 책은 정말이지 숨이 막힐 만큼의 스릴을 느끼며 읽어나갔다.

무지하게 재미있게 읽었던 <낙원>에 미래를 예견하는 초능력 소년이 나오는 걸로 보아,

내가 초능력을 무작정 싫어하는 건 아닌 듯하다.

오히려 <용잠>은 미미여사가 그 후에 쓴 <스텝파더<나 <스너크사냥>처럼

초능력이 나오지 않는 소설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읽었다.

이전 책들이 범인을 미리 알려주고 잡히는 과정을 그린 데 비해

이 책은 범인이 누군지 끝까지 몰랐던지라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미미여사를 좋아하는 건 그의 소설에서 은연중 드러나는 사회성 때문인데,

<용잠>을 읽다보면 미미여사를 그전보다 더 좋아하게 된다.

"어떤 형태건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살기 편하게 해주지 않고서야 문명국이라고 할 수 없다...전기 장치로 달걀 거품을 내는 기계를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왜 절실하게 편리함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에 그 기술을 사용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일까....그냥 참아라, 강해져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275쪽)"

가슴이 찡하지 않는가? 다음 구절도 멋지다.

"사실 '정상'이란 말은 마땅치 않은 표현이다. 정신이 썩은 인간이라도 사지만 멀쩡하면 정상이라는 얘기니까."(349쪽)


책의 제목인 <용은 잠들다>는 말은 누구나 초능력을 갖고 있지만

쓰지 않아서 사장된다는 뜻이란다.

주위 사람들밖에 모르는 일인데, 난 제법 초능력을 쓰는 편이다.

최근에 있었던 일을 하나 소개하자면,

매제가 이번에 해외 연수를 가게 되어 환송회를 해줬다.

모자를 2-3일 간격으로 바꿔 쓰는 난 그때 하필이면 세인트루이스 야구팀 모자를 쓰고 갔는데,

알고보니 매제가 세인트루이스에 간다는 거다.

내가 갖고 있는 메이져리그 모자가 90개 정도고,

그 중 세인트루이스가 딱 두 개에 불과하니,

그게 일치할 확률은 극히 희박했다.

난 그때 내 힘을 다시한번 느꼈는데,

"그게 국가적으로 무슨 득이 되느냐?"고 물을 사람들에게 미리 답한다.

"우리나라 여자선수들은 미국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많이 한다. 근데 그게 걔네들 실력만 가지고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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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날 2009-08-1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리뷰 읽고 책을 주문했어요. 크로스파이어2 읽는 중인데
너~무 궁금해서 크파2 덮어놓고 용잠 읽으렵니다.
저도 낙원이 정말 좋았거든요.